『롱테일 법칙』의 저자 크리스 앤더슨 신작!
무료로 제공하라
영국의 얼터너티브 록밴드 라디오헤드(Radiohead)는 음반의 온라인 유통에 대한 업계의 뿌리깊은 불신을 깨뜨리는 흥미로운 실험을 단행했다. 7번째 앨범 〈In Rainbows〉를 발표했을 때, 온라인 다운로드 가격을 팬들이 정해 구매하도록 한 것이다. 과연 사람들은 돈을 내고 음반을 다운로드받았을까? 그랬다. 앨범 곡 전체를 돈 한 푼 내지 않고 다운로드 받은 사람이 있는 반면 또 다른 사람들은 20달러 이상을 자발적으로 지불했다. 전체 앨범 판매액 기준, 평균 구매가는 놀랍게도 약 6달러였다. 무료로 내놨음에도.
라디오헤드의 실험이 가져온 또 다른 결과 역시 흥미롭다. 〈In Rainbows〉 앨범은 전 세계적으로 300만 장 이상 판매되며 라디오헤드가 최고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앨범이 되었다. 또한 라디오헤드는 80달러 짜리 디럭스 버전을 출시했다. 이 디럭스 버전만 약 10만장 이상 판매되었다. 라디오헤드는 이전 앨범 출시보다 〈In Rainbows〉 디지털 다운로드 그 자체로 더 많은 돈을 벌었는데, 앨범이 CD로 출시됐을 때, 미국과 영국에서 차트 1위에 올랐다. 디지털 다운로드버전 역시 아이튠(iTunes)에서 1위에 올랐다. 〈In Rainbows〉 출시 이후 라디오헤드의 투어는 120만 장의 티켓이 판매된 사상 최대의 공연 기록을 남겼다.
라디오헤드의 사례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어야 할까? 그것은 오늘날 화두가 되고 있는 ‘무료’, 즉 공짜 경제학에 대한 통찰력이다. 한 때, 무료 제품을 거저 주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세일즈 수법 중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늘날에 와서 이러한 상황이 극적으로 변했다. 무료 그 자체가 수익이 되는 환경이 된 것이다. 즉,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 하에서는 기업들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과금을 하는 것보다 무료로 배포함으로써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온라인 비용이 계속해 빠르게 하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전체 산업 경제의 초기 투입량이 극적으로 하락하는 독특한 환경이 바로 오늘날이다. 1960년 트랜지스터가 개당 10달러에 판매되었다. 오늘날 최신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을 구입하면, 20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단돈 300달러에 구입하는 셈이며 이는 트랜지스터 개당 가격이 0.000015센트에 불과하든 결론이 나온다.
물론 “공짜 점심이란 없다”는 격언이 있다. 결국 누군가 어디에서 대가를 지불하게 되며, 그 사람은 보통은 우리가 된다는 것이 이 격언의 의미이다. 맞다. 누군가 어디에서 인터넷 유지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십 억 명의 사람들에게 퍼지게 되면, 비용은 현저하게 낮아져서 실질적으로는 제로에 근접하게 된다. 측정하고 실질적으로 요금을 부과하기에 너무 싸기 때문에 제로로 잘라버릴 수 있는 것이다. 공짜가 가능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렇다면 무료에 대한 기본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일까?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직접적인 교차 보완재(Direct cross-subsidies)이다. 즉 생산자와 소비자간 거래이다. 생산자는 소비자에게 제품①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고객이 제품②를 구입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 방법은 미끼 상품과 하나 사면 ‘덤으로 하나 더’라는 개념의 전형이다. 미끼 상품이란 슈퍼마켓 주인이 한 가지 아이템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소비자가 가게에 머무르는 동안 다른 물건들을 구입하도록 유인함으로서 수익을 발생시키고자 하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휴대전화 회사는 음성메일요금을 청구해 수익을 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분당 통화료를 청구하지 않는다(하지만 어떤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둘째는 3자 시장(Three-party markets)이다. 생산자, 광고주, 소비자가 그 주체이다. 생산자는 제품①을 소비자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광고주는 제품③을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기대치를 가지고 제품①에 포함된 요금을 생산자에게 지불한다. 이 방법은 가장 보편적인 무료 비즈니스 모델이다. 거의 모든 언론, 특히 잡지 및 신문, 그리고 무료 시청 TV를 토대로 한다. 광고주는 매체에 광고(제품②를 판매하기 위한)를 실어 그 잡지나 TV 쇼를 시청하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셋째는 프리미엄(Freemium)이다. 생산자-소비자-소비자의 관계이다. 무료 버전(제품①)은 일부 사용자들이 기능이 추가된 유료 프리미엄 버전(제품②)을 선택하길 희망하면서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프리미엄 비즈니스 모델은 웹사이트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실제로, 사람들에게 무료 샘플을 제공해 더 많은 기능을 갖춘 향상된 버전을 구입하게 유도한다. 잘 알려진 온라인 사례로는 플리커(Flikr)와 1년에 25달러를 내고 사용할 수 있는 플리커 프로(Flikr Pro)가 있다. 또한 이 모델은 다른 곳에서도 활용되는데, 여성 고객에게는 무료로 입장을 허락하고 입장료를 남성 고객에게 청구하는 나이트클럽 등이 그것이다.
넷째는 비통화 시장(Non-monetary markets)이다. 생산자-소비자간 관계인 이 시장에서는 전혀 현금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 어떤 숨은 동기나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 없이 상대방에게 뭔가를 선물하거나 준다. 이것은 위키피디아(Wikipedia)에 수백만 건의 글이 등록되고 프리사이클(Freecycle)이 수백만 가지의 중고 제품을 제공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사람들은 돈을 받기 위해서보다는 알려지기 위해 위키피디아에 글을 쓴다. 마찬가지로, 프리사이클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의 잡동사니들을 깨끗이 청소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사실 ‘무료’라는 단어는 수많은 다양한 것들을 의미할 수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은 결국 동일한 것의 다양한 버전(variations)으로 귀결된다. 즉, 제품이나 서비스의 비용을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사람에게 사람으로 이동시키거나 비통화(non-monetary) 시장에 진입했다 다시 빠져나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무료라는 비통화 시장을 열고 그것을 유료인 통화시장으로 만들거나 목적을 달성한 후 빠져나온다는 것이다.
구글은 이러한 공짜 경제학의 혜택을 가장 크고 확실하게 비즈니스에 응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오늘날 구글은 고객에게 100가지가 넘는 제품을 제공하고 있지만 단 한 푼도 요구하지 않는다. 구글이 청구하는 서비스 비용은 신용카드 내역서에 절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설립한지 10년이 지난 지금, 구글은 2008년 한 해에만 수익으로 4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200억 달러 상당의 기업이다. 구글은 가능한 가장 폭넓게 시장에 기반을 잡고 상용화하는 방법은 기본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최고임을 입증했다. 어떤 기업이든 구글처럼 우선 대중의 관심을 끌고 훗날 그 관심을 수입원으로 전환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거나 개발할 수 있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이유는 구글의 유통 한계비용이 사실상 무료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구글에는 수많은 직원들이 근무하는데, 그들은 구글이 무료로 뉴스 서비스, 와이파이(Wi-Fi),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데이터 저장, 위성 이미지 사진, 그리고 더욱 더 많은 새로운 것들을 제공할 방법을 떠올리기 위해 매일 회사로 출근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사고는 명쾌하게 설명되어야 할 수많은 의혹을 낳는다. 대표적인 것이 “무료는 홍보물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것은 광고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초기에 인터넷을 장악했을 때는 그랬다. 최근 프리미엄(Freemium) - 무료용 버전과 유료용 업그레이드 버전 - 은 1세대 비즈니스를 뛰어넘을 정도로 급속하게 성장해왔다. 더 많은 기업들이 무료 비즈니스 모델 네 가지 전부를 독특하게 혼합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현재 수천 명의 프로그래머들은 다른 사람들이 무료로 소프트웨어를 나눠주는 아이폰 앱마켓(iPhone app market)에서 소프트웨어를 판매해 돈을 벌고 있다. 앞으로는 더 다양한 형태의 하이브리드 시장이 선보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단순하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무료가 매력적인 가격이라는 점이다. 무료는 앞으로 수많은 비즈니스 모델의 기본이 될 것이다. 웹은 빠른 속도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샵(shop, 점포)이 되어가고 있으며 결국 거의 모든 것이 100% 무료로 제공될 것이다. 지금 당장 무료가 번성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일을 시작하라. 구글이나 야후, 또는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성공한 다른 많은 회사들을 보라.
비즈니스 세계에서 새로운 것이란 아무 것도 없다. 언제나 신생 기업들은 가능한 빨리 손익 분기점에 도달해야 한다. 이제 무료, 즉 공짜 경제학이 그러한 손익에 대한 해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