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구글과 애플은 뜨고, MS는 그렇지 있을까?
여백(White Space) 경영, 그 성공의 조건
소형 전동공구를 제작하는 힐티(Hilti)라는 회사가 있다. 1990년대 후반 이 회사는 시장이 점점 더 범용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건설 노동자들이 전동공구를 일회용 용품 정도로 여기고 필수품임에도 불구하고 비가 오면 그냥 방치할 정도로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을 보고 범용화가 상당 부분 진행되었음을 파악한 것이다.
범용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힐티 경영진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이윽고 힐티는 수많은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한 가지 애로사항에 주목했다. 공구 관리였다. 당시 건설 현장은 제조업체가 달라 호환되지 않는 부품들 천지였고 이 부품들을 억지로 조립한 저가형 도구들이 즐비했는데, 이것을 관리하는 일이란 사실 악몽과도 같았다. 힐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범용화가 가져온 편리함과 맞춤화 사이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회사는 고객들이 매월 사용료를 지불하면 언제든지 손질이 잘 된 전동공구 세트를 활용할 수 있는 임대 계획을 구상했다. 힐티의 고객 가치 제안은 이랬다.
“여러분이 건설에 신경 쓰는 동안 우리는 깔끔하게 정리하고 잘 관리한 최신 기술과 가장 안전한 전동공구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준비하겠습니다.”
기존의 이익 공식이 도구 판매였다면 새로운 공식은 매달 사용료를 받는 방식이었다. 더불어 힐티는 공구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기업이 아닌 서비스 기업으로 변모하는데 필요한 자원과 과정이 무엇인지도 파악했다. 이러한 요소를 감안해 개발한 웹사이트를 통해 건설업체 관리자들은 온라인에서 도구 재고상태를 파악한 다음 사전에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렇게 웹에서 얻는 자료를 통해 힐티는 임대사업 관리 및 운영에 활용했다.
힐티는 2000년에 처음 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본사가 위치한 스위스에서 테스트했는데,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힐티는 3년이 채 되지 않아 전 세계에 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오늘날 수천 개의 기업들이 힐티의 전동공구 임대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으며, 이 프로그램은 회사의 전반적인 매출 수익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힐티가 한 일은 여백(white space) 경영이다. ‘여백 경영’이란 기존 핵심 사업과 역량에서 상당히 벗어난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다. 애플이 PC에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 혹은 확대한 것, 구글이 검색엔진에 머무르지 않고 온라인 광고 시장, 새로운 소프트웨어 솔루션(크롬, 웨이브), 휴대폰 운용시스템(안드로이드), 메일과 소셜 미디어로 영역을 늘려나간 것 모두 여백 경영이다. 구글, 애플, 힐티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기업들은 사실 여백에 도전해왔다. 하지만 대개 이러한 노력이 실패로 귀결되는데, 구글, 애플, 힐티의 성공 사례에서 우리는 여백 경영의 성공 원칙을 배울 수 있다. 여기서 원칙이란 바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버리라는 것! 실패를 겪는 대부분의 여백 경영 사례들은 ‘큰 상업적 기회를 보고 분투하지만 그 분투가 항상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독일의 소프트웨어 공룡 기업인 SAP와 인텔(Intel)이 1997년 합작 설립한 판데식(Pandesic)은 보자. SAP은 원래 대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자원관리 소프트웨어를 판매해왔는데, 중소기업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자 판데식을 설립했다. SAP의 입장에서 ‘여백’이란 바로 중소기업 시장이었던 셈이다. 판데식은 두 가지의 실수를 저지르는 데, 우선 최고의 기술 기업인 탓에 그들이 판매하려 한 솔루션이 역량있는 IT 직원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들에게는 상당히 벅찬 것이라는 점, 두 번째는 판매유통업체를 대기업용 시스템을 판매했던 동일한 업체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결과는? 판데온은 자본금 1억 달러를 허비한 뒤 결국 문을 닫았다. 여백으로 진출하기 위해 분투했지만, 여백에 맞는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지 못한 판데식의 실패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데 무엇에 역점을 두어야 할까? 네 가지가 있으며 이 네 가지는 상호 연관적이다.
첫째는 강력한 고객 가치 제안이다. 고객을 위해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고객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다. 따라서 이를 기준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현재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중요한 업무가 무엇인가? 매력적인 가격에 기존의 것보다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가?
둘째는 실행 가능한 이익 공식이다. 본질적으로 이익 공식이란 기업이 가치를 창조하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한 계획도라 할 수 있다. 여기는 제품 개발, 배송, 자산 및 고정비용 구조 등의 재무 요소들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수익 모델, 비용 구조, 단위당 마진, 간접비, 자원 회전속도 등도 마찬가지다.
셋째는 핵심 자원이다. 이는 측정 가능하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고객에게 가치 제안을 전달하는 데 필요한 인력, 기술, 장비, 자금 조달 등의 독특한 조합을 의미한다. 핵심 인력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 핵심 기술, 장비 또는 제품, 이미 존재하는 유통경로, 필요한 정보의 광범위한 활용도, 부분적 파트너십 또는 제휴, 자금원 또는 확립된 브랜드, 특허 및 기타 지적 재산권 등이 핵심 자원의 요소이다.
넷째는 핵심 절차이다. 계속해 고객 가치 제안을 전달하려면 일관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는 반복적인 프랙티스(practice)가 필요하다.
대개는 핵심 절차 및 자원이 함께 반복적이고 일관적으로 고객 가치 제안을 제공하며 목표로 하는 이익 공식을 완수한다. 특히 핵심 절차 및 자원으로 발생한 시너지 효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에 있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전반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로 기업이 채택한 규칙, 행동 기준, 그리고 성공 평가지표가 있다.
“모든 조직마다 비즈니스 이론이 있다. 어떤 비즈니스 이론은 매우 설득력이 있어서 오랜 시간 지속된다. 하지만 영원하지는 않으며, 실제로 오늘날에는 계속해서 지속되는 이론이란 없다.
결국, 모든 비즈니스 이론은 진부한 것이 되고 쓸모가 없어진다.”
-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유효하려면 또 하나의 조건이 있다. 이 모델을 반복 가능한 절차로 만들고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 즉,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반복되는 여정이다. 앞서 말한 네 가지 요소가 정확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적절한 계획을 생각해내야 하고, 상황에 따라 네 가지 요소의 유기적인 첨삭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실천 강령이 있다.
계속적으로 고객을 위해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을 파악하고 이해하고, 완수해야 하는 업무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촉각을 세워라. 앞서 말한 힐티라는 회사는 “보다 믿을 수 있는 도구” 내지는 “보다 저렴한 전동 공구”가 아니라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적절한 전동 공구를 보유하는 것”, “모든 도구를 잘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을 생각해냈다.
동시에 이익을 남기면서 그 일을 할 방법을 제시하는 계획을 세워라! 즉, 가능한 낮은 가격으로 다른 대안보다 더욱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제안을 위한 전달 메커니즘을 구상하고 실천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손질한 것이라기보다는 신선하고 독창적이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익 공식 개발도 독창적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자원과 절차를 확보할 방법을 생각하라! 참신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상은 한 걸음씩 착실하게 진행하면서 가설을 세우고, 실제 상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테스트하고, 앞으로 더욱 발전적인 일을 하기 위해 배운 것을 적용할 때 탄생하는 것이다. 즉, 앞으로 발전하기 위한 엔진으로 반복적인 실행을 그 중심에 두는 것이다.
네 가지 요소와 세 가지 실천 강령을 가장 극적으로 달성한 기업으로 아마존닷컴이 있다. 인터넷 선두기업 아마존닷컴(Amazon.com) 온라인 도서 판매로 시작했다. 그런 다음 쉽게 배송할 수 있는 다양한 소비재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몇 년 뒤, 아마존은 자신의 온라인 상점을 운영하고자 하는 제3자 판매자들에게 수수료를 받는 중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0년, 아마존은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플랫폼을 시작했다. 2007년, 아마존은 통합 콘텐츠 플랫폼과 함께 킨들(Kindle) 전자책 단말기를 선보였다. 아마존닷컴은 지속적으로 여백 기회를 모색하면서 2008년 기준 약 4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로 수익을 수직 상승시켰다.
여기서 핵심은? 아마존닷컴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파악할 때마다 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계획했고 실천했다. 아마존의 성공은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발전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성장을 이끌고, 변형적 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회사를 쇄신하려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여백을 포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 마크 존슨(Mark John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