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화의 세 가지 함정, 그리고 탈출법
기업들이 처한 경쟁은 과거보다 훨씬 치열하다. 과거에는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가 그 자체적으로 높은 진입장벽을 형성해줬지만, 오늘날은 소위 범용화(汎用化), 즉 경쟁사의 제품과 기술적 격차가 좁혀지면서 제품 간의 차별성이 사라지는 현상이 보편화되면서, 기업들 간의 무한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범용화를 극복하는 상투적인 대응은 아마도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만간 경쟁사들 모두 똑같이 매력적인 특징을 갖게 될 때, 이러한 차별화는 기업이 기대하는 효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차별화는 범용화 시대의 효과적인 전략이 아니다.
그렇다면 범용화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핵심은 실질적으로 나타나는 범용화의 함정을 파악하고 이해하여 각 범용화에 존재하는 딜레마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이러한 범용화의 함정을 파악하면, 범용화를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파괴도 가능하고, 반대로 범용화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오늘날 기업들이 직면할 수 있는 범용화의 함정에는 세 가지가 있으며 각 함정에 대한 각각의 대응 방식이 있다.
범용화의 함정1 - “가치 하락”
범용화의 함정 중 하나는 ‘가치 하락’이다. 새로운 저가 경쟁자(low-end competitor)가 나타나 지배적인 저가-저편익(low-price & low-benefits) 포지션을 만들 때 가치 하락이 발생한다. 이는 저가 시장의 규모를 확대하고, 저가-저편익의 조합자가 시장을 장악하는 경향으로 흐른다. 월마트(Wal-Mart), 게이코(Geico), 사우스웨스트(Southwest), 라이언에어(Ryanair)의 등장과 성장은 가치 하락에 대한 좋은 사례이다. 사실 가차 하락은 다루기가 어렵다. 새로운 경쟁자들과 치열한 접전을 벌인다 해도 상대방이 자신들의 장점을 활용하기 때문에 이길 것이라고 장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설령 그들이 판매하는 제품 수준에 맞추려 해도, 결국 시장이 세분화되며 전반적인 업계 수익 수준이 줄어들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가치의 하락’을 극복할 수 있을까?
첫째, 함정에서 벗어나라! 저가 업체를 피하라! 자금력이 탁월한 저가 경쟁자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면, 선택권은 세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고가로 전향하거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거나, 아예 시장을 떠나 다른 분야로 이동하는 것이다. 사우스웨스트(Southwest)가 시장에서 추진력을 얻기 시작했을 때, 주요 항공사들은 국제노선에 초점을 맞췄고, 아시아 제조 기업들이 메모리칩 산업에 뛰어들었을 때, 인텔(Intel)은 PC 마이크로프로세서 칩 제작으로 방향을 바꿔 성공을 거두었다.
둘째, 함정을 파괴하라! 저가 업체들을 약화시켜라! 분명 저가 업체들의 등장에 대응하는 가장 안전하고 득이 되는 방법은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다. 어떻게 공격하면 될까? 우선 공급 과정을 개혁할 수 있는지 살펴라. 그것이 가능하다면 저가 업체보다 저렴한 가격-편익을 제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가격에 대한 고객 인식도 바꿔라! 이는 초기 구매가격보다 소유라는 전체 비용에 집중하는 방식일 것이다. GE는 경쟁사보다 전체적인 생애 주기 비용을 낮춰 기관차 및 대규모 터빈 시장에 존재하는 수많은 저가 업체들을 물리쳤다.
셋째, 함정을 이점으로 활용하라! 저가 업체들을 견제하고 지배하라! 가치 하락에 직면했을 때, 가장 현명한 방법은 이것을 기업의 장점으로 바꾸는 것이다. 타깃(Target)은 가격 외에도 디자인과 스타일을 강조하면서 월마트(Wal-Mart)에 대항했다. 크로거(Krogers)는 저가 제품과 향상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해서 월마트의 식료품 사업 진출을 저지했다. 고객을 보다 고급 가치제안으로 이동시키는 것도 견제와 지배의 방식이다. 1970년대, BIC는 1회용 저가 면도기를 시장에 선보였다. 처음에는 질레트도 1회용 면도기로 대응했지만 곧 가격-편익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새로운 센서(Sensor) 면도기를 시장에 선보였다. 질레트는 마하 3과 퓨전 모델을 출시하면서 계속 기대치를 높여갔다. 이 모든 혁신은 부드러움, 안전성, 면도의 깨끗함에서 기준을 높였다. 그 결과 시장에서 BIC의 위치는 위축되었고 통제되었다.
범용화의 함정2 - “급증”
급증은 전혀 다른 가격-편익 이점을 제공하는 수많은 신제품의 등장으로 인해 제품의 가치 제안이 잠식당하는 것을 뜻한다. 신제품들은 고객풀(pool)의 작은 틈새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거대 시장이 세분화되는 원인이 된다. 신제품과 변형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더욱 나눠지고 있을 때, 신제품이 좁은 틈새시장을 공략하면서 가치 제안이 공격받을 때, 다수의 경쟁업체의 공격에 포괄적으로 대응할 자원이 부족할 때, 기존 고객 유지를 위해 가격을 낮춰야 하는 압력에 시달릴 때, 이것은 모두 급증의 가장 확실한 조짐들이다.
급증의 함정에 당한 좋은 사례는 시어스(Sears)이다. 시어스는 백화점 소매 부문에서 잘 알려진 기업으로 약 1세기 동안 그 부분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고급 시장 분야에서는 페더레이티드(Federated)와 같은 지방 백화점, 할인 부문에서는 월마트(Wal-Mart) 및 K마트(Kmart), 건축자재 및 주택개조 분야에서는 전문업체인 홈데포(Home Depot)와 로우스(Lowe"s), 그리고 통신판매 분야에서는 랜즈앤드(Lands" End) 및 인터넷 후발주자들의 도전에 직면했다. 시어스는 저가 가치제안을 이들 할인기업에게 양보하고 통신판매 카탈로그를 중단했으며, 독립 체인점을 매각하고 쇼핑몰의 이미지 전환을 꾀하면서 대처했지만 때는 너무 늦었다. 결국 시어스는 파산했고 월마트와의 치열한 접전에 돌입한 K마트에게 인수되었다.
‘급증’을 극복하려면 우선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첫째, 싸움을 가려라! 시장에 참여하는 모두를 상대로 계속적으로 싸울만한 충분 자원을 보유한 조직은 거의 없다. 따라서 가장 잘 하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토대로 어떤 위협에 대응해야 하며 어떤 위협에 대응하지 말아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대적할 준비를 하고자 하는 싸움의 범위를 좁혀라.
홀리데이인(Holiday Inn)을 보자. 1970년대 중반, 1,400개가 넘는 홀리데이 인은 미국 전역에서 저렴한 표준 가족 숙박시설을 제공하고 있었다. 모든 홀리데이인은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데 자동차로 1일 이내에 위치한 거리에 신중하게 위치해 있었으며, 여행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깨끗한 방, 에어컨, 수영장 및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렇게 해서 홀리데이인은 미국 고속도로의 터줏대감이 되었다. 오래지 않아 모텔식스(Motel 6)와 퀄리티 인(Quality Inn)이 등장했다. 엄청난 저가는 아니었지만 이들은 합리적인 품질의 룸을 제공하면서 저가 시장을 공략했다. 동시에 고급 호텔 체인점도 나타났다. 이들은 더 높은 숙박비를 받으면서 더 다양한 특별 서비스를 제공했다. 홀리데이 인은 저질 시설을 없애고 서비스를 개선시키는 등 고가 시장으로의 이동을 시도했다. 하지만 홀리데이 인의 노력은 그 시기가 너무 늦었다. 기존 자산에 지나치게 많은 투자를 했다는 사실이 족쇄가 되었을 뿐더러, 이러한 늑장 대처는 더 기민한 경쟁업체들에게 제압을 당하는 빌미가 되었다. 1988년, 홀리데이 인은 영국 대기업 바스 PLC(Bass PLC)에게 매각되었고 호텔 경영권은 인터콘티넨탈 호텔 그룹(InterContinental Hotels Group)으로 넘어갔다. 인터콘티넨탈은 시장의 중간 부분에서 굳건하게 위치해 있던 홀리데이 인이 다양한 시장 분야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모든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지만, 홀리데이 인은 예전에 누렸던 시장 지배권을 되찾지 못했다.
둘째, 함정을 파괴하라! 즉, 위협을 제압하라! 만약 위협을 무력시키거나 허를 찔러 피할 수 없다면, 맞불 작전을 벌일 때다. 위협을 제압하기 위해 바삐 움직여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보자. 그들은 애플(Apple)의 성장을 저지하기 위해 MS-DOS에서 그래픽 기능을 활용한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GUI)로 이동했고, 그런 다음 워드퍼펙트(WordPerfect)를 몰아내기 위해 워드 프로세싱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로터스(Lotus)의 위협에는 자체적으로 스프레드시트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이에 대처했고 나중에 오피스 패키지로 이를 통합했다.
셋째, 함정을 이점으로 활용하라! 위협의 허를 찔러라! 판매되는 제품의 1차적 편익에 대한 이해를 분명히 하고 새로운 조합을 떠올려라. 성장 가능성이 있는 틈새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경쟁자들이 깨닫기 전에 시장의 다양한 부문에서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고객 세분화를 창조해야 한다. 예상되는 가격-편익 수준에서 저가와 고가 제품을 만들어 실질적으로 다양한 부차적 이익을 생각해내는 것이다. 라스베가스(Las Vegas)는 미국에서 합법적인 도박이 가능한 유일한 지역이지만 점차 선상 카지노, 복권 판매소, 애틀랜틱시티(Atlantic City), 인터넷 도박 및 유럽과 아시아에 위치한 고급 국제 도박장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새로운 고객 세분화를 창조하기 위해, 라스베가스는 주말 유흥 옵션, 가족 휴가 경험, 고액 배팅도박 장소 및 성인 엔터테인먼트 등을 추가해서 순수한 도박의 도시를 넘어섰다. 이런 부차적인 특징들은 도박 자체가 제공하는 위험과 횡재의 가능성이라는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도박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대신, 라스베가스는 이제 더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범용화의 함정3 - “에스컬레이션”
에스컬레이션(Escalation)은 모두가 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지만 고객이 받는 혜택은 항상 증가하는 것이다. 거래량이 증가해도 수익 마진이 줄어들 때, 어제의 편익이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때, 소비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고 있으며 계속해서 보다 적은 돈으로 더 많은 것을 요구할 때, 이는 에스컬레이션 경고조짐이다.
델(Dell)은 에스컬레이션의 함정에 톡톡히 당했다. 2000년대 델(Dell)의 다이렉트 판매 모델은 탄력이 붙고 있었다. 휴렛팩커드와 IBM 등 다른 기업들은 델로 인해 제품 가격을 엄청나게 낮은 수준으로 하락시켜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했다. 결국 휴렛팩커드는 컴팩(Compaq)을 인수하고 제품을 근본적으로 차별화하면서 이에 대응했다. IBM은 PC 사업을 중국 기업 레노버(Lenovo)에게 헐값으로 매각하고 고급 컴퓨터 제품 및 서비스에 주력했다. 갑작스럽게 델의 제품은 저가 시장(레보버)과 고급 시장(휴렛 팩커드)으로부터 동시에 공격을 당했으며 델은 모든 제조업체를 상대로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에스컬레이션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추진력을 회복해야 한다. 실제로 이 함정을 벗어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시장 추진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될까? 기념비적인 일을 시작하라! 애플은 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아이팟(iPod)을 아이폰(iPhone)으로 바꾸면서, GE는 터빈 제작 기업에서 서비스 제공업체로 변모하면서 이러한 일을 해냈다. 이것은 결국 변화를 이루는데 더욱 익숙해지라는 의미이다.
둘째, 함정을 파괴하라! 추진력을 바꿔라! 이는 추진력 회복과 마찬가지로 추진력을 늦추거나 바꿔서 균형을 회복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시간이 지나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을 미연에 방지해준다. 획기적인 혁신이 가능하지 않거나, 시장이 특히 가격이나 편익 부문에서 민감하지 않다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도 있다. 이전에는 고가의 부가 옵션이었던 특징 중 일부를 기본적인 표준 패키지로 만들어서 업계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경우가 이러한 추진력 변경의 한 방법이다.
셋째, 함정을 이점으로 활용하라! 추진력을 활용하라! 에스컬레이션은 업계를 조정하고 궁극적으로는 통제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이에 대한 좋은 사례가 바로 군용 야간 투시경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ITT 인더스트리(ITT Industries)다. 이 회사는 기존 가격의 절반에 무게와 크기가 일반 제품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으면서도 강도는 1,000배나 뛰어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은 미군용 야간 투시경의 표준을 만들면서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이끌었는데, 혁신을 꾀하고 규모를 활용하여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비즈니스에서 선순환이라 불린다. 가격이 하락하면, 시장 크기는 증가한다. 야간 투시경 기능은 전문가들이 임무를 완수하는데 사용되도록 출시되었지만 모든 미군의 표준 규격제품이 되었다. 그렇게 되면 더욱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제작할 수 있게 되며 심지어 더욱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 가격 하락의 압박을 받기 전에 자체적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 그리고 라이벌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를 확대하기 전에 가격을 낮추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다면, 에스컬레이션은 그 자체로 기업에게 큰 장점이 된다.
지금까지 말한 세 가지 범용화의 함정에서 중요한 점은 ‘나타나기 전에 이를 알아차리고, 사전에 조치를 취하는 일’이다. 범용화가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큰 기회라는 점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 모든 하락에는 상승 가능성이 있게 마련이다. 범용화의 함정에 대처하고 앞에 놓인 기회의 창을 활짝 여는 일은 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앞날을 내다보는 능력에 달려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