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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ing the Engagement: How China Won & Lost America

관여의 붕괴: 중국은 어떻게 미국을 얻었고 다시 잃었는가


Breaking the Engagement: How China Won & Lost America
    | David Shambaugh
ǻ | Oxford University Press
    | $ 29.99
| 2025�� 06��


관여 전략의 이상과 현실의 격차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인 방중은 미국이 중국을 기존 자유주의 국제질서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담긴 전략적 행보였다. 이 ‘관여 전략’은 단순한 외교 기조가 아니라, 경제적 통합과 문화적 교류를 통해 중국의 정치·사회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장기적 설계였다.

당시 미국 정부뿐 아니라 월가, 실리콘밸리, 학계, 문화 예술계, NGO 등 다양한 이해집단이 이 전략을 지지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미국의 주식시장과 생산망에 통합되면 자연스럽게 정치적 자유도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졌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달리 흘러갔다. 샴보는 관여 전략 초기의 높은 기대가 구조적인 착각임을 집요하게 분석한다. 중국은 경제 통합을 수용했지만, 오히려 이를 내적 권위 체제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특히 시진핑이 집권한 이후, 당국은 인터넷 통제와 검열 체계를 확대하고, 홍콩의 자치권 박탈, 신장 및 티베트의 인권 탄압을 공식화하며 체제 고착화를 가속화했다. 샴보는 이러한 권위주의 강화가 관여 전략의 본질을 흔들어놓았다고 지적한다.

“관여 전략은 단순한 외교 정책이 아니라 미국이 믿어온 세계관의 구조적 기반이었다. 그러나 그 기반은 중국의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환상이었다(Engagement was not merely a diplomatic policy but a structural cornerstone of America’s worldview?one that was undermined by a failure to grasp China’s reality)."

이처럼 관여 전략은, 예상치 못한 정치문화적 차이를 무시한 채 경제 기반 성장만으로 정치적 변혁을 자동 유도할 수 있다는 지나친 낙관 위에서 출발했다. 이는 결국 양국 이해관계 간의 근본적인 인식 간극으로 이어졌다.

관여 전략의 붕괴 선언
샴보는 그 단절을 분명히 선언하며 다음의 인용을 남긴다:

"관여 전략은 처참히 실패했고, 더 이상 살아 있지 않다(Engagement strategy has failed miserably and is D?E?A?D)."

이 선언은 단순히 "전략의 수정"이 아니라 "관여 자체가 기능을 상실했음을 공식화"한 문장이다. 미국 내 여론은 2010년대 중반 이후 급변했다. 비즈니스 리더, 학자, 외교관 등 관여 지지자들이 하나둘 목소리를 낮추며, 심지어 재고(reconsider)할 시점이라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설문조사 결과, 미국인의 80% 이상이 이제 중국에 우호적이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는 관여 전략의 사회적·정치적 기반 채도가 급속히 희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제재와 기술봉쇄가 이어지면서, 미국은 강경 노선을 공식 채택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일으켰으며, 지식재산권 문제, 하이테크 수출 금지, 고위층 연루기업에 대한 제재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샴보는 관여가 단순히 도덕적 실패가 아닌, "전략적 패러다임의 붕괴"라고 명확히 진단한다.

관여의 네 가지 전제와 기대의 충돌
샴보는 관여 전략이 착실히 유지되던 시기의 주요 전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1. 경제 현대화와 글로벌 통합: 중국이 세계경제 속으로 들어오면, 시장 메커니즘과 규범 수용이 자동화된다.
2. 점진적 정치 변화: 참여와 학습은 민주적 가치와 제도 수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
3. 제도화된 국제협력: WTO, 기후협약,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에 중국이 적극 참여하리라는 예상.
4. 개인간 교류의 확대 효과: 유학생, 관광객, 기업인 등의 교류가 문화적 이해의 기반이 되어 신뢰가 형성되리라는 믿음.

그러나 이 전제들은 2010년대 들어 현실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첫째, 중국은 경제 세계화의 온라인·하드웨어 측면만 수용했을 뿐, 정치 체제나 의사결정 구조에는 변화를 허용하지 않았다.

둘째, 제도 참여는 있었지만, 글로벌 거버넌스에 기여하기보다 자국 중심적 역량 강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셋째, 교류는 많이 늘었지만, 이는 문화적 융합이 아니라 통제 강화와 애국주의 선전의 수단이 되었다.

"중국은 미국과의 교류를 자유의 증진이 아니라 체제 안정의 수단으로 삼았다(China treated engagement not as a catalyst for freedom, but as a means to reinforce regime stability)."

이렇게 예측된 변화가 실현되지 않자, 관여 전략은 기대와는 전혀 다른 현실 속으로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전략적 경쟁과 ‘관리된 공존’의 시대
관여의 붕괴는 대립적·충돌적인 탈동조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샴보는 관여 이후 양국이 선택한 것은 "경쟁적 공존(comprehensive competition)" 형태라고 진단한다. 이는 완전 분리나 적대적 단절이 아닌, 경제·기술·환경 분야에서 제한적 협력은 유지하되, 안보·이념·군사에서 명확한 경쟁 구도를 추구하는 전략적 구분이다.

이러한 전략 전환은 단순한 경제 제재나 외교 문제를 넘어, 기후 변화 대응, 감염병 대책, 핵 비확산 등 글로벌 공공재 문제에서도 일부 협력의 문을 열어둔다. 동시에 하이테크, 군사, 사이버 공간에서는 상대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 각국에서 실행되고 있다.

"미중은 이제 적도 파트너도, 적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와 협력해야 할 분야와 경쟁해야 할 분야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China and America are no longer friends or overt adversaries, but they must recognize clearly where to compete and where to cooperate)."

샴보는 이것이 냉전이 남긴 외교적 교훈이며, 앞으로 수십 년간 이 전략 체계가 지속될 것이라 보고 있다.

한국이 맡은 역사적 과제
한국은 미중의 전략적 공존 시대에서 중요한 테스트베드다. 오랜 동안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해 온 한국은 이제 이전처럼 균형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샴보는 한국이 "정치적 중립"에서 벗어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세 가지 핵심 대응이 필요하다:

1. 다층 외교 프레임의 구성: 중국·미국과의 협력·경쟁 관계를 산업별로 명확히 설정하고, 국가 이익에 따라 전략적 의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2. 핵심 산업의 리스크 관리 강화: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데이터, 백신 등 전략적 산업에 대한 공급망 충격 대응 및 대체처 확보 전략이 필수적이다.

3. 교류 구조의 재구성: 문화와 학술 교류는 유지하되 교육·기술 협력은 전략 산업과 연계되어야 하며, 시민사회 교류는 정치적 시각이 아니라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한 방향으로 재조정되어야 한다.

"한국은 이제 중립적 조율자가 아니라, 전략적 설계자로서의 책임을 지는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South Korea must evolve beyond neutral mediator into a strategic architect shaping the order around it)."

이 주장에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안전한 선택이 아닌, 주체적으로 질서를 설계해야 하는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

개인 경험과 기록의 저울
샴보는 학자로서 오랜 기간 중국을 관찰해 왔으며, 1970년대 미국 유학생 시절부터 1989년 톈안먼 이후 단절, 2010년 이후 재접촉까지 자신의 경험을 자세히 기록했다. 이를 통해 그는 단지 논리적 분석에 머물지 않고, 개인의 생생한 기억과 인식의 변화를 통해 관여 전략의 성쇠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이 장치가 가지는 힘은 단순한 국제정치 분석서와는 다르다. 샴보는 자신의 경험담, 대화, 관찰을 바탕으로 ‘관여 이후의 심리적 지형’을 묘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책 전환의 논리적 설명보다, 결정론이 아닌 경험론적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전환을 위한 준비’
『Breaking the Engagement』는 관여 전략의 패러다임 붕괴를 공식 선언하고, 관여 이후의 현실 구조를 ‘관리된 경쟁’으로 재정의하는 대표적 분석서다. 이는 미국만의 반성이나 정책 제안이 아니라, 국제질서 전환에 직면한 한국, EU, 인도, 일본 등 모든 중견 강대국에게도 "질서 재설계와 대응 전략 수립의 계기"를 제공한다.

한국의 전략적 선택은 단순히 미국 또는 중국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이고 균형 있으며 시대 흐름을 반영한 전략적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 책은 그 과제의 첫 단추를 꽤는 데 매우 유용한 자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