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비즈니스 신서
혁신과 모방을 합친 이모베이션(Impvation)의 힘
모방은 나쁜 것인가 아니면 좋은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방을 좋아하지 않는다. 짜가, 짝퉁이란 말의 의미는 나쁜 의미에서의 모방을 의미한다. 하지만 정말 모방은 나쁜 것일까?
냉정하게 따져보면 모방은 나쁜 것이 아니다. 인류가 장구한 세월 동안 발전을 거듭해 현재의 위치에 오르는 데 있어 무엇에 의존했는지를 생각해보라. 바로 모방이었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른 종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언제나 냉혹한 환경에서 살아남고, 도구를 만들고, 경쟁자와 다른 사람들을 능가하기 위해 혁신보다는 모방에 의존해왔다. 모방을 통해 인류는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고 더 빠르고 체계적인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모방의 힘은 기업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보잉, IBM, 포드, GM, 도요타 등의 기업의 공통점은 모방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는 점이다.
보잉(Boeing)은 1950년 판버러에어쇼(Farnborough Air Show)에서 디 하빌란드 코메트(De Havilland Comet)를 보고 민영 항공업의 미래가 제트 엔진으로 바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보잉은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상징적인 707을 개발했다.
IBM은 어떤가? 최초의 메인프레임 컴퓨터는 레밍턴 랜드(Remington Rand)가 출시했다. IBM은 메인프레임을 마음에 들어 했으며 모방을 통해 4년 뒤 시장에서 리더십 자리를 빼앗았다. 마찬가지로 IBM은 커먼도르(Commondore)와 애플(Apple)의 퍼스널 컴퓨터의 성공을 보았고 결국엔 시장에서 리더십을 차지하게 된 그들의 PC를 선보였다.
아타리(Atari)가 1975년 퐁(Pong)이라는 비디오 게임을 출시했을 때, 닌텐도(Nintendo)는 75개에 달하는 모방 기업 중 한 곳에 불과했다. 닌텐도는 결국 아타리가 구축한 시장을 장악하게 되었다. 포드와 GM은? 크라이슬러(Chrysler)가 최초로 미니밴을 판매하고 소비자들이 미니밴을 구입하기 시작하자 포드와 GM은 크라이슬러를 따라했다. 그리고 또 그들은 또 다시 모방한 혼다(Honda)와 도요타(Toyota)가 이들 미국 자동차회사 3곳은 시장에서 밀어냈다.
혁신은 호평을 받는다. 혁신은 중요하다. 하지만 사실 모방은 혁신보다 더하지는 않을지라도 혁신만큼 중요한 성공 요소라 할 수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기업들은 운에 맡기기보다는 더욱 단련된 체계적인 방식으로 모방에 접근해야 한다. 현명한 기업 및 경영자는 혁신과 모방을 융화시켜 혁신적이고 새로운 사고와 결합시킨다. 그리고 다른 분야에서 활용이 이미 입증된 훌륭한 아이디어인 이모베이션(imovation)을 창조해낸다.
몇몇 기업들은 자신들이 다른 기업들을 모방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모방을 무시하고 있다. 잘만 하면 모방은 혁신과도 부합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혁신을 가능함에도 말이다. 경쟁력을 갖추고 그 상태를 유지하길 바라는가? 그렇다면 혁신을 이룸과 동시에 모방을 해야 한다.
더군다나 오늘날 모방이 이루어지는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다. 1930년대에는 훌륭한 아이디어가 널리 모방되는데 대략 23년 정도가 걸렸다. 오늘날 큰 성공을 거둔 제품들은 12개월 내지 길어야 18개월 정도면 모방이 가능하다.
모방자가 누릴 수 있는 장점은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제작할 방법을 찾아낸 다음 그 제품을 가치 있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시장 규모를 키우는데 필요한 비용을 개척자가 부담한다는 점이다. 모방자는 연구 및 개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데 난처한 상황에 처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고객이 판매하는 제품에 친숙해지면 판매하는데 드는 비용도 저렴해진다. 또한 모방자의 이득은 초기 제품에서 볼 수 있었던 단점을 기회로 삼아 현저히 뛰어나고 저렴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모방자들은 차별화의 필요성을 깨닫기 때문에 우수한 특징을 제공하는 다양한 모델을 시장에 선보인다.
이러한 모방은 때로는 우연히 이루어진다. 레이 크록(Ray Kroc)은 밀크셰이크 기계를 판매하기 위해 맥도널드(McDonald) 형제가 운영하던 신생 햄버거 레스토랑을 들르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맥도널드(McDonalds) 햄버거 체인점을 설립했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 슈퍼마켓을 들렀을 때 제품이 자동으로 보충되는 모습을 보고 적시생산(just-in-time) 생산 시스템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하지만 단순한 모방 그 자체만으로는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 월트 디즈니(Walt Disney)를 보자. 그는 초창기 시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이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사운드와 컬러를 도입하길 꺼려한다는 사실에 주목했고, 재빨리 그들이 하고 있던 일들을 모방하는 동시에 차세대 기술을 통합했다. 마찬가지로, 델(Dell)은 PC를 발명하지 않았고 실제로 기술적인 면에서도 경쟁 우위에 있지 못했으며 대부분의 운영 부문에서도 다른 PC 제조업체들을 모방했지만 시장 출시 시기 및 직접 판매 모델이라는 분야에서 자사만의 혁신을 더했다.
디즈니와 델의 사례는 최고의 모방자란 이미 하고 있는 분야를 모방하면서 다른 분야에서 자신만의 혁신을 더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효과적인 모방은 항상 혁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혁신과 모방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이루는 일이 중요한데, 그 균형점이 바로 혁신(innovation)과 모방(imitation)을 융합한 이모베이션(Imovation)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오늘날 시장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가치는 혁신과 모방을 융합하는 일이다. 이모베이터(imovator)는 혁신을 이루고 기존 제품과 동등한 지위를 추구하기 위해 신중한 결정을 내리고 이 과정에서 이모베이터는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될 제품을 구상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혁신은 소문일 뿐이지만, 모방은 이루어진다.
- 라이오넬 노엘(Lionel Nowell), 전 펩시코(PepsiCo) 재무담당자
위대한 사고의 시대는 지났으며, 영리한 모방이 효과적인 전략으로 여겨지고 있다.
- 스티브 던필드(Steve Dunfield),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 전 CEO
다음 혁명을 시작하려고 하지 말라.
그저 멋지고 가격이 적절한 소비자 제품을 신속하게 만들어 내라.
- 스티브 잡스(Steve Jobs), 애플(Apple) CEO
특히 오늘날 모방이 더 번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방의 필요성은 세계화, 아웃소싱, 그리고 지식의 부호화로 더 심화되고 있다. 그 말은 그 어느 때보다 오늘날 더 많은 경쟁자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미 성공한 수많은 경쟁자들을 앞서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렇다. 혁신과 현명한 모방 관행을 결합시켜야 한다.
하지만 모방도 쉬운 일은 아니다.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Southwest Airlines)을 보자. 이들은 민영 항공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 중 한 곳이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널리 모방되는 기업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사우스웨스트는 1971년 3대의 비행기로 시작되었다.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뻔뻔할 만큼 단순하다.
•단거리를 운항하며 중심지보다는 직선 연결 운항을 한다
•보잉(Boeing) 737 한 가지 기종만을 활용한다
•체류 시간을 줄이고 운항 시간을 늘린다
•저렴한 변두리 공항에 착륙한다
이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하지 못할 일이 어디 있는가. 그래서 사우스웨스트를 모방한 대규모 모방 물결이 일어났다. 현재는 에어 트란(Air Tran)으로 바뀐 밸류 제트(Valu Jet)와 스피리트 에어라인(Spirit Airlines)이 처음으로 모방했고 스카이버스(Skybus)와 유럽 기업 라이언에어(Ryanair)가 재빨리 그 뒤를 따랐다. 그 뒤를 제트블루(JetBlue)가 이었으며 이후에도 콘티넨탈(Continental)의 칼라이트(CALite), 유나이티드(United)의 셔틀(Shuttle)과 테드(Ted), US 에어웨이(US Airways)의 메트로제트(Metrojet)와 델타(Delta)의 송(Song)이 사우스웨스트를 흉내 내면서 성공을 모색하고자 했다.
결과는? 이들 대형 항공사들의 자회사들은 형편없는 상업적 실패를 거두고 말았다. 반면 라이언에어, 제트블루, 캐나다 기업인 웨스트제트(WestJet)와 이지제트(EasyJet) 등 몇몇 기업들은 성공을 거두었다. 성공과 실패를 가른 요인을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Southwest Airlines)의 CEO인 허브 켈러허(Herb Kelleher)의 말을 빌려 들어보자.
수많은 다른 항공사들이 사우스웨스트를 모방하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기업도 사우스웨스트 직원들의 기백, 통일성, ‘할 수 있다’는 태도, 그리고 훌륭한 단결성을 모방할 수 없으며, 직원들은 끊임없이 우수한 고객 서비스를 동료와 승객들에게 제공한다. 설령 사우스웨스트의 많은 부분들을 모방하려는 시도를 한다 해도, 우리의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를 모방할 수는 없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다.
월마트(Wal-Mart)는 어떨까? 연간 수익이 3,500만 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모방자들에게 있어 보다 확실한 목표라 할 수 있다. 월마트를 모방하려고 했던 기업들로는 K마트(Kmart), 달러 제너럴(Dollar General), 그리고 타겟(Target)이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어떤 기업도 월마트의 초효율적인 물류와 고급 정보 시스템을 따라하지 못했다. 추정치로 볼 때, 월마트의 유통 경비는 매출의 1.7% 정도로 K마트의 3.5%와 시어스(Sears)의 5%보다 훨씬 낮다. 마찬가지로 월마트는 제품 구매 및 판촉을 재빨리 수정할 수 있는데 고객 트렌드를 세세하게 모니터하기 때문이다.
모든 월마트 경쟁업체들은 운영비용 효율성에서 직접적으로 경쟁할 수 없기 때문에 대신 다른 요소를 가미하려 했다. 타겟은 저가의 할인매장보다는 전문적으로 고급 제품을 판매하는 프리미엄 할인매장이 되기로 했다. 달러 제너럴은 보다 한정된 제품으로 신속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전문 매장이 되었다. K마트는 월마트의 운영을 모방하면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 결국에 시어스에 합병되기 전까지 상류층을 대상으로 하는 변화를 성공리에 마쳤다.
월마트와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을 모방하는데 성공 또는 실패한 기업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우선 다른 기업을 성공적으로 모방하려면, 성공 기업이 하는 일을 정확히 이해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이를 복제하면 동일한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너무도 쉽게 해서는 곤란하다. 현실에서 일어나게 될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모방을 해야 한다.
또 다른 교훈은 모방자로서 원래 기업의 핵심 요소를 모방해서 성공을 거두는 일이 가능하지만, 다른 분야에 차별화를 첨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베스트바이(Best Buy)는 이런 일에 능숙하다. 이 회사는 경영적으로는 월마트에 필적할 만큼 효율적이면서도 프리미엄 서비스를 추가해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모방자가 되는 방법이 무엇일까? 모방자로 성공을 거두려면, 6가지 기본 스킬이 필요하다.
1. 모방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을 파악하라
훌륭한 모방자가 되려면, 모방을 혁신만큼이나 가치 있게 여기는 문화와 사고방식을 확립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것이 아니다는 사상과 개념을 편안히 받아들이고 열정을 보일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기업이 훌륭한 아이디어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겸손함을 갖춰야 한다. 훌륭한 모방자는 호기심이 많고 융통성이 있으며 도량이 넓다. 다른 것보다도 성과에 중점을 두는 사람들을 모색하라.
2. 모방하고자 하는 적절한 모델을 찾아라
‘유력한 모델’로 불릴만한 것만을 모색하지 말고, 유망한 모방 모델을 세계적으로 찾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산업 이외에도 다른 분야를 체계적으로 살펴보면서 주목할 만한 일들을 하고 있는 기업을 찾아라. 수많은 산업에 존재하는 확실한 혁신가와 명백한 모방가를 찾아 함께 일하라. 그리고 후발 주자들도 잊지 말라. 그들은 생존을 위해 가장 혁신적인 일을 하게 되어 있다.
3. 기회를 살피고 걸러내라
참신한 아이디어를 정기적으로, 체계적으로 검색하라. 모든 사람들에게 모방을 위해 가장 유망한 대상을 파악하는 방법을 교육시켜라.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물색하는 사람들이 자신들 앞에 나타난 아이디어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만큼 기술적으로 박식해야 할 것이다. 역공학란 제품이나 서비스를 도입한 다음 구성요소로 분해하는 작업을 뜻한다. 이제는 ‘순공학’이 가능한, 모방이 어떻게 기존의 제품이나 미래의 제품, 과정 또는 비즈니스 모델에 부합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상상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한 가지 방법은 직원들이 순환 근무를 할 수 있게 해서 모방할 가치가 있는 관행을 보다 심도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직원들에게 자유시간을 허락해서 관심이 있는 외부의 아이디어를 연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순공학에 보다 익숙해질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구상하라.
4. 모방을 적절한 맥락에 둬라
효과적으로 모방하려면, 다른 기업의 아이디어가 활용되는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다른 기업들을 블랙박스라고 생각하지 말라. 한쪽 부분에 투입을 하면 수수께끼처럼 반대편 끝부분으로 다듬어지고 정제된 제품이 나온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다. 상황이 그들이 하는 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라. 다른 상황에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수정 과정이 필요할지 파악하라. 관련된 모든 복잡한 내용들을 이해하고 그 아이디어를 자신의 회사에 맞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변화를 이룰 준비를 하라.
5. 이면에 놓인 사안들을 이해하라
복잡한 문제에 대해 빠르고, 반사적이며 피상적인 대답을 결정해버리는 함정에 빠지지 말라. 훌륭한 모방자가 되려면, 복잡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처해야 한다. 혼합형 대안을 떠올리기 위해 각기 다른 두 가지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하고자 한다면, 관련된 모든 모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반드시 결과에 주목하되 그 결과를 발생시키기 위해 필요한 수단과 절차에 집중하라. 필요한 역량, 과정, 문화를 이해해서 인과관계를 해석하라. 전체적으로 시스템에 기여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무엇인지 파악하라.
6. 원하는 일들을 시행하라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흥미롭지만 발명은 실행되기까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모방은 실천하지 않는다면 발전하지 않을 것이다. 조직과 자원의 역량을 염두에 둔 실행 계획을 구상하라. 관련된 팀을 구성하면 적절한 일들을 하는데 있어 만반의 준비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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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오베드 센카(Obed Shenkar)는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경영대학원(Ohio State University College of Business)에서 경영 및 인적자원을 가르치는 교수다.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과 컬럼비아 대학(Columbia University)을 졸업했다. 1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연구결과는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 USA 투데이(USA Today) 및 차이나 비즈니스 위클리(China Business Weekly)지 등에 인용되고 있다. 바텔(Battelle), 네타핌(Netafim), 월마트(Wal-Mart) 등 수많은 기업들을 컨설팅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중국, 한국, 일본 및 영국 정부와 함께 일하고 있다. 『The Handbook of Strategic Alliances』, 『International Business』 등 8권의 책을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