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축구를 재밌게 보기 위한 사전 준비와 마음가짐
응원팀의 경기를 적어도 주 1회는 봅니다
축구라는 스포츠를 보다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역시 ‘최대한 많은 경기를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현역 시절부터 해외축구 마니아였기 때문에 해외축구를 한 달에 최소 40경기씩 봤습니다. 그리고 현역 은퇴 후 해설자 겸 감독이 되고 나서는 더 많은 경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해외축구를 해설할 때는 양 팀의 경기를 사전에 최소 5경기씩 살펴보고 있으며, 2023년부터는 인터넷 축구정보 방송인 'J리그 프리뷰 쇼'에 고정 출연하고 있어 J리그를 볼 기회도 예전보다 더 늘어났으며, 도쿄대학교 축구부의 감독을 맡았을 때는 경쟁상대 분석을 위해 상대 팀의 경기도 봤습니다.
이런 식으로 현재는 한 달에 100경기 정도를 보고 있습니다. 일하다가 짬이 날 때는 물론이고 전철이나 택시 등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에도 축구경기를 봅니다. 이만큼 많은 수의 경기를 보고 있기에 현 시점에서는 제가 '일본에서 축구 경기를 제일 많이 보는 해설자'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앞으로 해외축구를 보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먼저 '응원팀'을 만들 것을 권합니다. 계기는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선수가 있다거나, 좋아하는 감독이 있다거나, 팀 컬러가 멋지다거나, 강해 보여서 왠지 마음에 든다거나, 그 어떤 사소한 이유라도 좋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계속해서 경기를 보면 좋은 팀인지 나쁜 팀인지도 알 수 있고, 애착심이 생길 가능성도 커집니다.
축구를 좋아한다면, 아무리 적어도 '주 1회'의 빈도로 응원팀의 경기를 보길 바랍니다. "계속은 힘"이라는 말이 있듯이, 점차 응원팀의 특징을 알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축구 경기를 보는 눈'이 길러집니다. 직접 축구를 할 때뿐만 아니라 축구 경기를 볼 때도 훈련이 중요해서, 주 1회의 빈도로 계속해서 축구 경기를 보면 틀림없이 축구관이 달라질 것입니다.
해외축구는 일본 시각으로 심야에 시작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생활 패턴이 어긋나 생중계를 시청하기가 어려운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나중에 ‘다시보기’로 봐도 상관없습니다. 어쨌든 응원팀의 경기를 ‘주 1회’의 빈도로 계속 시청하길 바랍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파악해야 할 것들
경기 전에 해야 할 일은 먼저 그 경기의 '위상'을 머릿속에 넣어두는 것입니다. 팬들도 감독이나 선수와 마찬가지로 경기의 중요성과 분위기를 이해하며 마음가짐을 준비해야 합니다. 어떤 경기인지에 따라 응원의 방식이나 기대감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리그의 경우도 개막전인가, 라이벌과 의 더비인가, 우승이 걸린 경기인가 등에 따라 팀의 집중도나 전술이 자연스럽게 변화합니다. 물론 국내 컵 대회나 유럽 컵 대회라면 또 상황이 달라집니다. 가령 잉글랜드의 상위 팀은 한 시즌에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대회를 치릅니다.
· 국내 리그: 프리미어리그(EPL)
· 국내 컵 대회: FA컵, 카라바오컵(EFL컵) 대회에 모두 참가합니다.
· 유럽 컵 대회: 기본적으로 챔피언스리그(CL), 유로파리그(EL), UEFA 컨퍼런스리그(UECL) 중 한 대회에 참가합니다.
· 더비: 같은 지역이나 오랜 라이벌 관계에 있는 두 팀 간의 경기를 의미합니다. 지역적 자존심과 역사적 감정이 얽혀 있어, 순위와 상관없이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점을 이해하면서, 먼저 킥오프 1시간 전쯤에 발표되는 선발 명단을 파악합니다. 또한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항상 최고의 멤버로 선발 라인업이 구성되지만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령 팀의 일정이 '① 프리미어리그의 빅 매치 → ② FA컵의 하부리그 클럽과의 경기 → ③ 프리미어리그의 하위 팀과의 경기 → ④ 챔피언스리그의 빅 매치'라면, ②와 ③에서는 주력 선수 몇 명을 쉬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도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경기의 위상을 확실히 알아둬야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해설을 할 때, 저는 선발 명단이 발표된 시점에 한 번 더 저의 축구 노트나 스카우팅 리포트, SNS를 보며 양 팀의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습니다. 그런 다음 경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상상하면서 질적인 우위성, 나아가 포메이션의 상성 등을 머릿속에 그립니다. 시청자 여러분 또한 아직 경기가 시작되지 않은 이 시점에서부터 축구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경기 전에 팀의 근황이나 순위를 파악해놓는 것도 중요합니다. 팀의 상황에 따라 경기에 대한 접근법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승리해서 승점 3점을 보태야 하는 경기일 수도 있고, 무승부로 승점 1점만 확보해도 대만족인 경기일 수도 있습니다. 이 점만 이해하면 'A팀으로서는 승점 1만 확보해도 되는 상황이니까 리스크가 적은 수비적인 축구를 할지도 몰라'라고 예측· 이해할 수 있으며, 그러면 실제로 경기를 볼 때 '수비만 해서 재미가 없네'라고 생각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경기 상황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축구를 더욱 즐길 수 있기에 저는 '축구에 따분한 경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축구에서는 관중석에 앉아 있는 클럽의 구단주나 스포츠 디렉터, 은퇴한 팀 레전드, 선수의 가족 등이 경기 전이나 경기 도중에 카메라에 잡히는(찍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지식도 사전에 미리 가지고 있으면 '어, 오늘은 ○○이 경기를 보러 왔구나. '○○ 선수의 부인이네. 안고 있는 아이는 큰아들이구나. 인스타그램에서 봤어' 하며 주변 상황에 대한 것도 깨닫게 되므로 부차적으로도 중계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런 것까지 알 수 있게 되었다면 당신은 훌륭한 유럽축구 마니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 포지션의 주된 역할과 상징적 선수들
[센터포워드(CF)] 득점뿐 아니라 연계와 압박까지
센터포워드는 득점으로 말합니다
센터포워드에게 가장 요구되는 역할은 뭐니 뭐니 해도 골을 넣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89분 동안 거의 지워져 있었더라도 마지막 1분에 결정적인 골을 넣었다면 센터포워드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축구는 상대 골문에 골을 넣어 점수를 내지 않는 한 이길 수 없는 스포츠이며, 최전방에 위치한 센터포워드는 그 유일하고 가장 큰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맨체스터 시티는 호셉 과르디올라가 감독을 맡은 2016년 이후로 줄곧 유럽에서 대표적으로 볼 점유율을 자랑하는 팀이었습니다. 다만 센터포워드의 결정력이 조금 아쉬운 까닭에 프리미어리그라면 몰라도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준 존재가 엘링 홀란드였습니다.
이 괴물 센터포워드는 입단 1년차에 2022-2023시즌에서 공식전 53경기 중 52골을 넣는 대활약을 펼쳤고, 덕분에 맨시티는 그토록 꿈꿨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포함해 3관왕(트레블)을 달성했습니다. 홀란드는 말 그대로 맨시티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었으며, 센터포워드의 역할과 중요성을 새삼 부각시킨 최신 사례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런 홀란드가 현재 세계 최강의 센터포워드라고 생각합니다. ‘저 패스에 발이 닿는다고?’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장면이 많은 까닭에 신체 조건과 스피드가 주목 받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상당한 두뇌파입니다.
홀란드는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상대의 수비수와 눈치 싸움을 벌이며 세밀한 움직임을 거듭하는 가운데 라스트 패스나 흘러나온 공을 골로 연결시키고자 끊임없이 눈을 번뜩입니다. 그런 까닭에 몸이 항상 골대 방향을 향하고 있어서 파 포스트, 니어 포스트, 중앙 등 어디로든 슛을 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준비와 예측이 완벽한 것입니다.
압박 등의 수비력도 요구됩니다
높은 라인에서의 하이 프레싱(전방 압박)이 일반화된 현대 축구에서는 센터포워드에게 수비력도 요구합니다. 최전방에 자리 잡은 센터포워드가 좋은 타이밍에 상대 팀의 센터백을 압박해 패스 코스를 지워버릴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팀의 압박이 효과적으로 기능하느냐, 기능하지 못하느냐'가 크게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이때 포지셔닝(각 선수가 필드 내에서 차지하는 위치)이나 타이밍 등 전술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순수한 스피드와 스태미나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단거리 육상 선수와 장거리 육상 선수가 전혀 다른 자질을 지녔고 완전히 다른 훈련을 하듯이, 이 두 가지는 과학적으로도 양립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2022-2023시즌에 세리에 A의 득점왕을 차지한 빅터 오시멘(나폴리. 현재 갈라타사라이-옮긴이)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었으며, 재빠르게 압박하는 모습을 수없이 보여줬습니다.
[수비적 미드필더] 공수 균형을 맞추는 숨은 일꾼
상대 선수를 뭉개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수비적 미드필더는 앵커, 중앙 미드필더, 때로는 인사이드 하프 등의 포지션에 해당하며, 이름처럼 주로 수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미드필더입니다. 기본적으로 공의 라인보다 뒤에 위치하면서 최종 라인을 지키는 가운데 공수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합니다.
수비적 미드필더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수비력'입니다. 특히 4-3-3, 3-1-4-2, 4-3-1-2 등 센터 하프로 세 명을 배치하는 포메이션의 1앵커는 커버 범위가 넓어 수비 부담이 매우 큽니다. 그래서 수비적 미드필더에게는 1 대 1 경합 능력은 물론이고 커버링 능력, 위기 감지 능력, 자기희생 정신 등이 요구됩니다.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면, 로드리(맨체스터 시티)와 카세미루(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런 능력들을 골고루 겸비한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차징, 태클, 가로채기, 공격 지연 등 모든 수비 능력이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중앙 지역에 있는 상대의 공격형 미드필더나 인사이드 하프, 그리고 때로는 측면의 윙어를 '뭉개버리는' 것입니다.
로드리나 카세미루의 이런 플레이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기에 좀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지만, 앵커 포지션에 로드리나 카세미루 같은 숨은 일꾼이 있기 때문에 공격형 미드필더나 인사이드 하프가 공격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축구 팬 여러분도 이 점을 꼭 알아뒀으면 합니다.
로드리는 이제 맨체스터 시티의 '심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맨시티의 승률이 로드리가 출장했을 때는 73.3퍼센트인 데 비해 출장하지 않았을 때는 53퍼센트라는 최신 데이터가 있을 만큼 팀에서 매우 중요한 존재입니다. 공보다 뒤의 라인에 머무르면서 수비의 균형을 유지하는 가운데 빌드업에서의 정확한 볼 배급과 수비를 무너트리는 라스트 패스, 강렬한 미들 슈팅(페널티 박스 밖에서의 중거리슛) 등으로 공격 측면에서도 크게 공헌합니다. 제가 메가 클럽의 감독이 된다면, 저는 제일 먼저 로드리를 영입해달라고 보두진에 요청할 것입니다. 그만큼 훌륭한 수비적 미드필더라고 생각합니다.
포메이션으로 경기의 흐름을 한눈에 읽기
[4-4-2] 밸런스가 좋은 정석 포메이션
4-4-2는 '세로 105미터x가로 68미터'의 피치 전체를 가장 균형 있게 커버할 수 있는, 축구에서 가장 정석적인 포메이션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1980년대 후반에 아리고 사키 감독이 이끄는 AC 밀란이 4-4-2로 일대 선풍을 일으킴에 따라 1990년대에 세계적으로 4-4-2가 맹위를 떨치며 크게 유행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4-4-2를 운용하는 클럽 팀이 꽤 줄어들었습니다.
그래도 잉글랜드에는 FourFourTwo라는 잡지가 있을 정도로 전통적인 포메이션입니다. 그리고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아직 4-4-2를 운용하는 클럽을 볼 수 있습니다. 2023-2024시즌에는 우나이 에메리 감독의 애스턴 빌라, 빈센트 콤파니 감독의 번리 등이 4-4-2를 채용했습니다. 라리가에서는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의 셀타 비고, 호세 보르달라스 감독의 헤타페, 마르셀리노 감독의 비야레알이 4-4-2를 채용했습니다. 포르투갈의 프리메이라리가에서는 세르지우 콘세이상 감독의 포르투가 4-4-2를 채용했습니다.
4-4-2의 장점은 약속 사항이 단순해 온갖 팀에서 운용이 가능하며, 단시간에 일정 수준의 완성도까지는 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22년 개최된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한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4-4-2를 채용했듯이, 클럽 팀에 비해 연습 시간이 한정될 수밖에 없는 국가대표팀에는 좋은 포메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4-4-2의 단점은 너무나도 정석인 까닭에 이제는 무수히 많은 대항책이 정립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가령 4-4-2를 채택했을 때 공격의 경우, 대각선의 패스 코스를 만들기 어려워 패스 루트가 단조로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비의 경우도 라인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면 위치적인 우위성을 잃어 자칫 수비가 붕괴되기 쉬우며, 상대 팀 투톱의 측면으로 공이 운반되었을 때 슬라이드가 늦어지면 힘든 대응을 강요받게 됩니다.
참고로, 이 4-4-2는 배치의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지역 수비의 담당 구역이 명확하기 때문에 수비할 때 이 포메이션으로 변형시켜서 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초기 배치는 4-2-3-1이나 4-3-3이지만 수비할 때는 공격형 미드필더나 어느 한쪽의 인사이드 하프를 앞으로 밀어내 4-4-2의 형태가 되는 식입니다.
[4-3-1-2] 중원에서 주도권을 잡기가 용이
4-2-3-1은 4-4-2에서 파생된 포메이션입니다. 센터포워드 한 명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리고, 양 윙어는 더 높은 위치를 잡기도 합니다. 최전방에는 센터포워드 한 명만 배치되기 때문에 공격형 미드필더나 윙어가 적극적으로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뛰어드는 등 원톱이 고립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2-3-1 포메이션 채용은 한때 조금 감소하기도 했지만, 최근 수년 사이 또다시 유럽의 정상급 클럽에서 유행하고 있습니다. 2023-2024시즌에는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체스터 시티, 에릭 텐하흐 감독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토트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첼시,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의 브라이튼, 토마스 투헬 감독의 바이에른 뮌헨 등이 4-2-3-1을 채용했습니다.
4-4-2 포메이션에서 핵심이 되는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입니다. 공격형 미드필더가 미드필더적인 역할을 수행하면 중원의 인원수를 담보할 수 있지만, 너무 아래로 내려가면 원톱이 고립되어 피니시 상황에서 골대 앞의 인원수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이 10번의 포지션에 '미드필더 계열을 배치하느냐, 포워드 계열을 배치하느냐'에 따라 팀의 색깔이 크게 달라집니다.
또한 2023-2024시즌의 토트넘에서는 2023년 7월에 새로 취임한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좀더 미드필더의 색깔이 강한 제임스 매디슨을 공격형 미드필더에 기용하고 사령탑의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그리고 공격 시에는 이른 단계에서 양 윙어를 중앙의 3레인(그라운드를 세로로 5등분했을 때, 가운데에 해당하는 3개의 구역)에 집중시켜 센터포워드의 고립을 방지했습니다.
한편 브라이튼은 양 측면 모두를 겸비한 팀이었습니다. 공격형 미드필더의 포지션에 포워드 유형인 대니 웰벡과 주앙 페드로, 미드필더 유형인 훌리오 엔시소와 아담 랄라나를 상대와 상황에 맞춰 기용한 것입니다. 똑같은 4-2-3-1이라도 공격형 미드필더의 캐릭터에 맞춰 빌드업 방식에 미묘한 변화를 주는데, 데 제르비 감독을 볼 때마다 '역시 전술가구나' 하고 감탄합니다.
이처럼 선수의 캐릭터, 팀의 스타일, 변형 방식, 상대에 따라 공격형 미드필더의 인선이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4-2-3-1을 채용한 팀의 경기를 볼 때는 이런 점도 의식하면서 보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선수와 감독
[모건 깁스-화이트] 현대적인 판타지스타의 등장
저는 프리미어리그의 젊은 선수 중에서도 깁스-화이트를 상당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월드 클래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의 소유자라고 생각하니, 여러분도 이 선수를 반드시 기억해뒀으면 합니다. 그의 가장 큰 매력은 기술과 창조성입니다. 현대 축구에서는 상당히 희소해진 정통파 판타지스타(경기장을 예술 무대로 바꾸는 창조자를 일컫는 표현)로, 발바닥을 사용한 드리블이나 턴, 아웃사이드의 스루패스, 그리고 넛맥(알까기) 등을 적절히 구사해 상대의 수비를 무너뜨리고 돌파합니다. 압박이 강한 국면에서도 자신에게 공을 줄 것을 요구하고 스스로 국면을 타개하는 멘탈 또한 10번으로서 적합한 선수입니다.
천재형은 자칫 공격에만 특화한 선수가 되기 쉬운데, 깁스-화이트는 수비 국면에서도 헌신적입니다. 아낌없이 몸을 던지며, 압박의 강도도 높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현대적인 판타지스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된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이지만 양 측면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입니다. 머지않아 빅 클럽으로의 이적도 기대해봅니다.
[알렉스 스콧] 적장인 펩이 극찬한 재능
스콧은 브리스톨 시티(잉글랜드 2부리그)에 소속되어 있었던 2022-2023시즌의 FA컵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맞붙었을 때 적장인 펩 과르디올라에게 "믿을 수 없는 선수다. 그날 밤 최고의 선수였다고 생각한다" 라는 찬사를 받아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 후 2023년 여름에 본머스로 이적해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콧에게서 굉장히 마음에 드는 점은 빌드업 국면에서 공을 능숙하게 움직여 상대를 제치고 세로 방향으로 드리블해 공을 운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드리블로 전진하며 공격 전개를 빠르게 이끄는 앵커는 현대 축구에서 희소가치가 높습니다. 게다가 플레이스킥(프리킥, 코너킥 등 멈춰 있는 상태의 공을 차는 것)을 맡을 만큼 킥도 정확하며, 수비 국면의 운동 강도도 높습니다. 20세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완성도를 갖춘 선수입니다. 거물이 될 분위기가 벌써부터 느껴집니다.
이와 같은 장점들에 앵커와 인사이드 하프, 공격형 미드필더 등 중원의 온갖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다재다능함까지, 스콧은 리버풀의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와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6번(수미), 8번(중미), 10번(공미) 모두 소화 가능해 전술적 유연성이 매우 큰 이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미드필더처럼 단번에 세계적인 명성을 손에 넣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주목해야 할 재능을 가진 선수입니다.
[워렌 자이르-에메리] 17세에 빅 클럽 주전을 차지
PSG 유스팀에서 공들여 육성된 인재인 워렌 자이르-에메리는 2022년 여름, 파리 생제르맹이 일본에 왔을 때 제가 '오, 재미있는 선수가 있네?' 하며 흥미를 느꼈던 젊은 미드필더입니다. 그로부터 1개월 뒤에 클럽 역사상 최연소(16세 151일)로 공식전에 데뷔한 것을 보면 역시 제 안목이 정확했습니다.
유형적으로는 역동적으로 공수에 관여하는 인사이드 하프입니다. 오른발잡이이면서 왼발도 능숙하게 사용하는 테크닉, 순발력과 스피드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뛰어난 판단력이 돋보입니다. 그는 '인지 → 판단 → 실행'이 빠르고 적확해, 화려함은 없지만 허를 찌르는 페인트로 상대를 제칩니다. 패스 차단 등이 많은 것도 경기를 넓은 시야로 바라본다는 증거로, 아직 17세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뛰어난 수준의 전술적 안목과 냉정함이 느껴집니다.
2023-2024시즌에는 유럽의 빅 클럽인 파리 생제르맹에서 주전으로 정착했으며, 리그 1 올해의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국가대표로서도 11월 18일의 지브롤터전에서 17세 255일의 나이로 데뷔전을 치렀을 뿐만 아니라 첫 골까지 넣었습니다. 그야말로 장밋빛 미래가 기대되는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순조롭게 성장한다면 몇 년 안에 월드클래스 미드필더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자이르-에메리라는 이름을 꼭 기억해두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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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