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시작하는 영어 그림책

   
조이스 박, 배성기
ǻ
서사원
   
18500
2025�� 11��



■ 책 소개


30년 차 영어교육 전문가가 알려주는 음운 발달 단계별 영어 노출 로드맵
파닉스가 쉬워지는 최초의 음운 단계별 인풋 가이드북

*음운 단계별 영어 그림책 131권 소개
*현서아빠 추천 유튜브 동영상&활용 팁
*리드 얼라우드 영상 링크 QR코드와 음운 단계별 영어놀이 수록

이 책은 30년 차 영어교육 전문가 조이스 박 선생님이 “문자의 세계로 들어가기 전 아이에게 영어 그림책을 읽어주며 음성 언어 인풋을 어떻게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대한 답을 알려주기 위해서 썼습니다. 부모님과 선생님들 대상으로 영어교육서를 집필하고 강연하면서 현장에서 수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중에서 유독 무겁게 다가왔던 질문은 문자 습득, 즉 파닉스 이전에 음성 언어로 영어에 노출해주라고 하는데, 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잣대로 삼을 만한 기준으로 원어민 아이들의 음운 발달(phonological awareness) 단계를 떠올렸습니다.

여기에 착안해서 라이밍(rhyming)과 두운 발달, 문장 속 단어 구분, 음절 구분, 초성(onset)과 라임(rime) 구분, 음소 인식까지 차례대로 어떻게 음성 언어 인풋을 주면 되는지 정리했습니다. 또한 너무 영어 그림책에만 인풋이 치우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 그림책의 유튜브 리드 얼라우드 링크를 찾아 곁들였고, 현서아빠 배성기 선생님이 유튜브 동영상 찾아보는 방법도 제시해주셨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음성 언어 노출 방법이 단계별로 정리되어 있어서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참고하며 따라하기에도 매우 좋습니다.


 

■ 작가정보

조이스 박
영문학과 영어교육을 전공하고 대학 및 각종 기관, 기업에서 영어, 영문학, 인문학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영어교육서, 영어학습서, 에세이를 집필하며, 어린이 책 번역과 집필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에는 《조이스박의 챗GPT 영어공부법》, 《조이스박의 오이스터 영어교육법》, 《영어어감사전》(근간) 등 십여 권이 있으며, 에세이에는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빨강 머리 앤이 보낸 편지》 등 대여섯 권이 있습니다. 또한 번역서로는 《행복의 나락》과 그림책 《지혜의 집》 등 오십여 권이 있습니다. 현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실용영어학과 조교수로 일하며 영어교육 현장의 올바른 나침반 역할을 하기 위해 열심히 집필하면서 강연 중입니다.

 

배성기
영어교육 업계에서 15년간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집에서 유튜브 영상 노출만으로 딸 현서를 원어민 수준으로 키웠습니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 교육공학 석사를 마치고, 2020년 『현서네 유튜브 영어 학습법』을 출간해 2만 3천 부 이상 판매되며 대한민국 엄마표 영어 열풍을 이끌었습니다. 현재 ‘현서아빠표 영어’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16만 명이 넘는 부모들과 소통하며 유튜브 영어 학습법 전문가로 활동 중입니다. 입시를 위한 공부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고 배우는 미래형 인재 교육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 목차

프롤로그 영어 그림책으로 아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세요

영어 노출, 문장이 되는 명사에 주목하라
“따라 쓰기 소용없다” 아이 뇌에 알파벳을 새기는 놀이법
모국어처럼 영어에 노출하려면? 힙합 하듯이 이걸 들려주자
덩어리째 들리는 영어, 문장 속 ‘단어 듣기’부터 시작하자
“버스와 bus, 어떻게 다를까?” 원어민 발음의 비밀
파닉스 시작 전에 체크해야 하는 6가지
영어를 종이책으로 배워야 하는 결정적 이유
영어 동시와 영어 그림책 읽기
아이와 함께 세상을 읽는 콘셉트 북
엄마표 질문을 한 번에 만든다. 챗GPT ‘영어 그림책’ 활용법
영어 교육 전문가가 그림책을 30번 읽고 놀란 이유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는 그림책

부록 음운 단계에 맞는 유튜브 영상_현서아빠
영어는 ‘소리’로 경험하고 즐기는 게 우선이다

 

 

 




소리로 시작하는 영어 그림책


영어 노출, 문장이 되는 명사에 주목하라
처음 말한 영어가 문장이었다, 36개월 아이에게서 찾아낸 비결
“에이 비 씨 디 이 에프 지~~~.” 아이가 ABC송을 부릅니다. 부모는 흐뭇하게 쳐다봅니다. ‘이제 아이가 영어를 시작하는구나!’ 하며 기뻐합니다. 하지만 고민도 시작됩니다. 어떻게 해야 영어 학습으로 잘 이끌 수 있을까? 영어 교육에 관한 조언은 차고 넘칩니다. ‘이렇게 가르쳐라’에서부터 ‘절대 이렇게 하지 말아라’까지요.

한 가지 방법을 교주처럼 외치는 일은 쉽습니다. 성공한 예를 하나 보여주면서 외치면 더욱 효과적이지요. 하지만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효과적인 단 한 가지 방법이란 없습니다. 영어 교육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영어를 가르치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기보다 아이를 영어의 세계로 인도하기 전에 먼저 알아 두어야 하는 원칙부터 몇 가지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어느 날 문장에서 단어를 짚어낸다
영어를 가르치기에 앞서 가장 먼저 새겨야 할 원칙은 지금 어린이가 사는 세상이 음성 언어 세상이라는 점입니다. 어른들은 어떤 말을 들으면 머릿속에서 그 내용을 자동으로 ‘단어’ 단위로 분절해 이해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릅니다. 귀로만 들으며 언어를 접할 때 단어 개념이 없습니다. 그냥 소리로 이어진 덩어리(a string of speech)를 듣고 있을 뿐이죠. 모국어 습득 과정에서도 아이는 처음엔 두 음절 이상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다가 점차 세 음절 이상의 말도 할 수 있게 되고 어휘도 서서히 늘어나는 과정을 겪습니다. 이 시기에는 아이가 단어를 하나하나 구분하지 못하더라도, 주변 어른들은 아이의 말하는 내용에 집중하기 때문에, 아이가 실제로 단어 경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아이는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문맥과 반복을 통해 단어의 경계(boundary)를 파악해 나갑니다.

하지만 외국어를 학습할 때는 상황이 다릅니다. 의미나 문맥 없이 단어를 무작정 반복해서 들려주면, 아이는 단어를 ‘덩어리 속 소리’로만 인식한 채 지나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 영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어가 아닌 청각 기반의 유의미한 언어 경험을 풍부하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즉, 듣기→이해→표현의 자연스러운 순서를 따라야 하며, 단어 중심보다는 문맥과 상황 속 언어 덩어리를 통해 영어와 친숙해지도록 도와주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성인이 언어를 배울 땐 알파벳을 배우고, 단어를 배운 뒤 그 단어를 조합해 문장을 습득합니다. 이런 흐름으로 배우는 게 논리적으로 보이지만, 아이들에게도 그런 건 아닙니다.

제가 영국에서 유학 중일 때 일입니다. 아는 언니가 36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유학을 왔죠. 아이는 곧 매일 두 시간씩 공립 어린이집(nursery)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영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어요. 아이가 가장 처음에 배운 말은 뭐였을까요?

Mum(엄마를 뜻하는 ‘Mom’의 영국식 표현)? Teacher(선생님)? Toilet(화장실)? 아닙니다. 

“It’s TIME to go HOME!(집에 갈 시간이야!)”이었어요. 아이 입장에서 한 번 상상해 볼까요? 매일 엄마 아빠가 자기를 이상하게 생긴,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사람들 사이에 데려다 놓습니다. 무섭습니다. 눈치를 봐가며 다른 아이들을 따라 그림도 그리고 박수도 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한참 후 이상하게 생긴 어른이 “It’s TIME to go HOME!”이라고 말합니다. 그럼 아이는 비로소 이 이상한 공간에서 풀려나 엄마 아빠를 만날 수 있죠. 아마 아이는 2시간 내내 언제 선생님이 저 말을 하고 나를 풀어주려나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저 말을 배웁니다. 아이들은 가장 자신들에게 유의미한 말(meaningful input)을 먼저 배우니까요. 그렇게 두 달 정도 지난 어느 날 아이가 엄마에게 말합니다.

“엄마, home이 집이고, time이 시간이지?”

귀로만 듣는 아이에게 처음에 “it’s time to go home”은 그냥 하나의 덩어리로 들립니다. 다만 높낮이가 있을 뿐이죠. 그러다 두어 달이 지나면서 드디어 이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진 단어 (content word) 두 개를 헤아려냅니다.

영어는 명사 중심, 문장 역할하는 명사에 주목하라
그렇다면 문장을 먼저 주고 단어를 나중에 주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영어는 명사 중심의 언어예요 (참고로 한국어는 서술어, 즉 용언 중심의 언어입니다).

토론토대학교 언어학과 니나 스파다(Nina Spada) 교수와 미국의 응용 언어학자 패치 라이트보운(Patsy M. Lightbown)이 쓴 『외국어 교사를 위한 외국어 습득론(How Languages Are Learned)』이란 책에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아이들과 한국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재미있는 실험이 나옵니다.

영어 원어민 아이들은 명사 중심의 과업(task)에서 높은 수행도(performance)를 보였고, 한국인 아이들은 용언 중심의 과업에서 높은 수행도를 보였다는 건데요. 즉, 아이들에게 말로 무언가를 해보라고 요청했을 때, 영어 원어민 아이들은 명사 중심으로 의사소통을 해서 과업을 잘 수행했고, 한국인 아이들은 용언(서술어) 중심으로 의사소통을 해야 과업을 잘 수행했다는 뜻입니다. 이는 영어는 명사를 중심으로 말하는 게 쉽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면, 영어는 명사 하나가 하나의 문장처럼 기능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Milk, please!”라는 ‘명사+please’로 영어 원어민 아이들은 우유를 달라는 가장 기본적인 요구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영어를 음성 언어로 가르칠 때 하나의 단어가 하나의 문장과 같이 기능하는 표현부터 시작하면 좋습니다. 물론 어떤 언어이든 명사가 익히기에 가장 쉽습니다. 제시하기도 쉽고요. 하지만 명사 하나에 작은 단어 하나를 더 얹어서 의사소통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다는 특징은 모든 언어에 있는 게 아닙니다.

Milk가 ‘우유’라는 뜻의 단어라는 걸 아는 것보다 “milk, please!”라는 말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의사소통을 하는 맥락 안에서 하나의 문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명사를 중심으로 영어를 알려주게 되니까요. 단어를 눈으로 보고 따라 읽으며 머리에 새기는 학습보다 실제 사용(use)하는 상황에 넣어서 활용하는 법이 더욱 강력한 학습 비법입니다. ‘please’라는 단어가 정말 중요한 이유죠. 이것만 있으면 수많은 명사가 문장이 될 수 있으니까요.

아이의 영어 학습과 관련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파닉스’에 관련된 것입니다. 특히 요즘은 영어 학습 시기가 어린이집 다니는 시기까지 낮아지면서 관심이 더 높아졌습니다. 

영어의 파닉스는 음소를 인식하고 이를 조작하는 법을 배우는 활동을 통해 읽기를 배우는 방법입니다. 단어는 여러 개의 소릿값으로 구성되어 있고, 소리가 바뀌면 다른 단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영어를 읽을 수 있죠. 마더구스를 자주 들려주고, 영어 그림책을 읽어줘야 하는 건 그래서예요. 영어로 말놀이를 많이 하면 음소 인식이 자라거든요.

파닉스 학습을 하기 전에 갖춰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영어의 음소 인식을 키우는 거죠. 음소는 단어의 뜻을 구별해 주는 말소리의 최소 단위입니다. 자음 소리, 모음 소리가 각각 하나의 음소예요. 영어에서는 음소가 중요해요. 자음과 모음이 각각 독립적으로 소리를 내거든요. 그런데 한국어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음은 독립적으로 소리를 내지 못하고, 모음과 만나야만 소리를 내거든요. 한국어는 자음과 모음이 합쳐진 음절 중심 언어입니다.

파닉스 학습 전에 알아야 할 6가지
음소를 얼추 인식했다면, 이제 파닉스를 배울 차례입니다. 다만, 본격적인 학습에 돌입하기 전 아이가 사전-문해성 기능(pre-literacy skills)을 가지고 있는지 꼭 확인해 보세요.

사전 문해성 기능이 발달하지 않은 아이는 문자를 학습하기가 어렵습니다. 3~4세 어린이에게 파닉스를 가르치는 게 좋지 않은 이유죠. 너무 일찍 문자를 배우면, 문자를 읽을 수는 있지만 내용은 이해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거든요.

사전 문해성 기능은 한국어 읽기를 배울 때도 해당됩니다.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아이는 이미 사전-문해성 기능이 완성된 상태죠. 이 기능은 한번 배우면 외국어를 배울 때도 전이(transfer)되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가 어리다면, 영어는 음성 언어로만 노출시키다가 한글을 읽을 수 있을 때부터 파닉스를 가르치면 좋습니다.

사전 문해성 기능 6가지를 체크해보세요
그렇다면 아이가 사전 문해성 기능을 갖추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다음의 여섯 가지를 갖추고 있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단어를 알고 있나요?
여기서 단어를 안다는 것은 글자로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듣고 말할 줄 아는 단어를 말합니다. 모국어 어휘량은 생활하면서 자연스레 쌓이지만, 영어 어휘량은 부모가 쌓아주어야 해요. 앞에서 영어로 놀아주는 방법을 알려드렸죠? 이게 모두 영어 어휘량을 늘리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활동을 잘 따라한다면 아이의 영어 어휘량은 충분히 쌓일 거예요. 음성 언어로 보유한 어휘 (vocabulary)의 양은 매우 중요합니다.

미국에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나인인 만 5~6세의 평균 음성 어휘 수는 2,500~5,000개예요.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수용적인 어휘까지 합한 전체 어휘 수는 8,000~10,000개로 추정합니다. 한국 아이들의 공식적인 영어 교육 시기는 초등 3학년이고, 그 이전에 아이들이 얼마큼의 영어 어휘를 알고 있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없어요. 외국어 어휘인만큼 모국어 어휘량에 비할 수는 없지만, 최소 천 개 이상의 음성 어휘로 영어 단어를 알고 있어야 본격적인 영어 학습에 도움이 될 거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읽기를 배우기 전, 그러니까 파닉스를 배우기 전 아이들이 음성 언어에 노출될 필요가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어요.

-아이가 인쇄물 보는 것을 좋아하나요?
인쇄물에 대한 동기(print motivation)가 있어야 문자를 잘 배울 수 있어요. 이 기능을 키우는 방법은 의외로 쉽습니다. 양육자가 책을 자주 읽어주고, 양육자 스스로 책 읽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면 되거든요. 또한 집에 있는 책의 수, 한글 책의 수, 영어 책의 수도 인쇄물 동기에 포함됩니다. 책이 많은 환경에서 책을 읽는 부모를 보며 자라고,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양육을 받는 일이 중요합니다. 부모가 전혀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에게만 책을 읽으라고 하는 모순은 아이의 책읽기에 도움이 되지 않아요. 아이는 부모의 말보다는 행동을 보고 더 많이 배우니까요.

-인쇄물 개념이 생겼나요?
글자는 아직 모르지만 책을 볼 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시선을 옮기고, 거꾸로 쥐어준 책을 똑바로 돌려 잡는다면 인쇄물 개념(print concept)이 생긴 겁니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그림이 있는 책과 없는 책을 둘 다 테스트 해보세요. 인쇄물 개념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측정합니다.

책표지를 그림이 있건 없건 바로 잡을 수 있는가?
책표지에서 제목과 글 작가, 그림 작가 이름을 짚을 수 있는가?
책장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길 수 있는가?
책을 펼치고 왼쪽 상단에서 한 줄씩 읽어 오른쪽 하단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아는가?
문장이 존재하고 이를 시작하고 맺는 장치(구둣점)가 있다는 것을 아는가?

-이야기를 들으면 잘 이해하고, 스스로 이야기를 잘할 수 있나요?
그렇다면 아이에게 서사 능력(narrative skill)이 있는 거예요. 이 기능이 발달한 아이는 이야기에 시작-전개-결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경험을 이 단계에 맞춰서 말할 수 있습니다. 책의 내용을 예측하고 기대하며 따라가기도 수월해지죠. 아이에게 옛날이야기 등을 많이 읽어주면 좋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서사 구조를 알고 있어야 의미가 담긴 책의 내용을 담아낼 수 있으니까요.

-글자가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문자에는 ‘기역’, ‘니은’, ‘에이’, ‘비’ 같은 이름이 있고, 글자마다 서로 다른 소리가 난다는 것을 인지하는지를 묻는 겁니다. 아이들은 보통 거리의 간판을 보고 글자 지식(letter knowledge)을 키우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특히 도시에 사는 영어 원어민 아이들이 가장 먼저 익히는 알파벳은 뭔지 아시나요? 바로 ‘M’입니다. 맥도날드(McDonald’s) 때문이죠.

-음운 인식이 있나요?
영어 동요를 듣고 운율 맞추기(rhyming)를 할 줄 안다면 음운 인식(phonological awareness)이 생긴 거예요. 앞에서 말씀드린 내용들이 이 기능을 키우기 위함이었죠. 음운 인식은 음소 인식보다 큰 개념이에요. rhyming, 두운 맞추기, 문장 속 단어 구별하기, 음절 구별하기, 초성(onset)과 라임(rime) 구별하기를 거쳐 음소 인식까지 포괄해서 음운 인식이라고 해요.

사전-문해성 6가지를 갖추었다면, 이제 파닉스를 배울 때가 되었습니다. 파닉스는 부모가 직접 가르치는 것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길 권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좋은 파닉스 선생님은 어떻게 찾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데요. 음소 인식을 제대로 알고 가르치는 선생님을 찾으시면 됩니다. 파닉스를 가르친다면서 알파벳과 그 소리를 가르치고 그 소리로 시작하는 단어들만 나열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분은 거르셔야 해요. 성인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쉽습니다. 인지 기능이 다 발달되었고, 학습 습관도 잡혀 있어서 영어만 전달하면 되거든요.

하지만 아이에게 영어를 외국어로 가르치는 일은 아주 복잡합니다. 아이의 발달 단계를 고려해야 하니까요. 아이를 가르치는 영어 교사는 그만큼 전문 지식이 많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영어 유치원은 정식 유치원 인가를 받은 교육기관이 아닌 데다 교육부의 교육과정(누리과정)을 따르지 않습니다. 영어유치원은 어디까지나 학원입니다.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영어를 종이책으로 배워야 하는 결정적 이유
"한글 발음 적어놓지 마라" 30년차 영어 강사의 경고
아이가 파닉스를 얼추 뗐다면, 본격적으로 영어 그림책을 읽기 시작할 때입니다. 이 시기에 읽기 적합한 책은 '얼리 리더스(early readers)'라고 합니다. 아이의 인지와 언어 발달 단계에 맞춰 아주 쉽게 쓴 입문용 영어 그림책이죠. 국내에서도 유명한 '옥스포드 리딩 트리(Oxford reading tree)', '아이 캔 리드(I can read)', '스텝 인투 리딩(Step into Reading)' 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반드시 이 시리즈를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글의 의미를 설명하는 이미지가 풍부하다면 어떤 그림책이든 좋습니다. 어떤 책으로 읽기를 시작하든 아이가 소리 내어 문장을 읽는 경험이 중요해요.

진정한 읽기 독립은 줄글을 소리 없이 읽는 묵독 단계에 접어들어야 시작되는데요. 파닉스를 뗐다고 저절로 묵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 전에 상당 기간 소리내어 책을 읽어야 합니다.

소리내어 읽기, 이렇게 연습하세요
읽기 수준에 따라 소리내어 읽는 방법을 2단계로 나누어 구성해 봤습니다. 파닉스를 갓 뗐다면 1단계부터 따라해 보세요.

1단계: 영어의 느낌을 살려서 읽는 연습 
글자를 갓 배운 아이는 손가락으로 단어를 하나하나 짚으며 글을 읽습니다. 귀로 들리는 글자의 ‘소리’와 눈으로 보이는 ‘문자’를 매칭하면서 머릿속에 읽기 회로를 만드는 과정이죠. 종이책이 중요한 건 그래서입니다. 영상의 자막은 손으로 짚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읽기 능력을 발달시키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더듬더듬 한 단어씩 글자의 소리와 의미를 연결해 뇌에서 읽기를 자동화하는 시기에 강세(stress)와 높낮이(pitch)를 살려 읽는 연습을 하면 영어 읽기 발달에 큰 도움이 됩니다.

첫걸음은 문장 부호의 느낌을 살려서 읽는 거예요. 먼저 아이가 술술 잘 읽을 수 있는 알파벳과 숫자를 이용해 물음표, 느낌표, 마침표의 느낌을 살려서 읽기 연습을 해보죠. 

다음으로는 ‘주어+동사’로 이루어진 아주 쉬운 문장을 물음표, 느낌표, 마침표의 느낌을 살려서 읽어봅니다. 

마지막으로 각 단어마다 강세를 주어 읽는 연습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어떤 단어를 강조해 읽느냐에 따라 문장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어요. 

2단계: 덩어리째 끊어 읽는 연습 
이번에는 영어 문장을 덩어리로 끊어 읽는 연습을 해볼 거예요. 글밥이 적은 그림책은 손가락으로 단어를 하나하나 짚으며 읽을 수 있지만, 글밥이 많은 그림책은 그렇게 읽기 힘들죠. 의미 덩어리로 끊어 읽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우리 뇌의 읽기 기제가 덩어리로 정보를 인식합니다. 문장을 읽을 때 ‘Once upon a time’을 덩어리로 처리하는 것이 단어를 하나씩 처리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죠.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의미 덩어리를 많이 알수록 더 빨리 더 잘 읽을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읽기를 배우는 아이에게 ‘의미로 덩어리로 끊어 읽기’ 연습이 중요한 것입니다.

덩어리째 끊어읽기를 연습할 때는 에드워드 프라이(Edward Fry) 박사가 만든 ‘자주 쓰이는 영어 구 리스트(Fry’s instant phrase list)’를 활용하세요. 원어민이 자주 쓰는 600개의 구(Phrase)가 1세트당 100개씩 정리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You and I’, ‘A long time’, ‘Look up’ 같은 것들이에요. 유튜브에서 ‘Fry’s instant phrase list’를 검색해 세트별로 구를 따라 읽는 영상을 참고해도 좋습니다.

그런데 그냥 따라 읽으라고 하면 재미없겠죠. 이 구절들을 활용해 할 수 있는 게임을 알려드릴게요. 게임판 안에 구절을 써넣고,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의 칸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찾아 읽고 지워 보세요. 아이가 둘 이상이면, 아이 A는 주사위 숫자가 1과 3이 나올 때 어구를 하나씩 읽고 지우고, 아이 B는 2와 4가 나오면 어구를 하나씩 읽고 지우는 식으로 게임 룰을 만들면 더 재미있습니다.

영어의 의미 덩어리를 찾는 데 익숙해졌다면, ‘스쿠핑(scooping)’으로 긴 문장을 끊어 읽어 볼까요? 아이스크림을 둥글게 푸는 도구를 ‘스쿱(scoop)’이라고 하는데요. 마치 스쿱처럼 덩어리 구절끼리 한 번에 읽는 활동을 스쿠핑이라고 합니다. 

본격적인 스쿠핑 연습은 종이 카드를 만들어서 진행합니다. ‘자주 쓰이는 영어 구 리스트’에 나오는 구절을 활용해 단문을 만든 뒤 카드에 적고 소리내어 읽는 연습을 하는 거예요.

1. AI 챗봇인 챗GPT에게 이 구절을 이용해 짧은 문장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좋은 문장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2. 끊어 읽기 연습용 카드에는 다음 이미지처럼 똑같은 문장을 3개씩 적으세요.
3. 카드를 보고 첫 번째 문장은 한 단어씩 손으로 짚어가며 읽습니다.
4. 두 번째 문장은 스쿠핑을 하며 읽어보세요.
5. 마지막으로 감정을 살려서 실제로 말하듯이 한 번 더 읽으면 됩니다.

그림책, 이렇게 읽어보세요
한국어를 잘하려면 독서를 많이 해야 하듯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창하게 읽으려면 결국 책을 읽어야 합니다. 매일 아이와 함께 그림책 읽는 시간을 꼭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아이의 읽기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고 싶다면 ‘짝읽기(paired reading)’를 추천합니다. 아이와 양육자가 함께 그림책을 소리내어 읽는 활동이죠.

짝읽기는 최소 일주일에 5회, 한 번에 10~20분씩 6주 연속으로 해야 유의미한 변화가 보입니다. 1시간씩 주 2회 짝읽기를 하는 것보다 매일 15분씩 매일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에요. 아이들은 집중력이 짧으니까요.

간혹 영어 지문 아래에 한국어 발음을 적어두는 아이들이 있는데요. 이것만은 절대 하면 안 됩니다. 소리 내어 읽는 연습은 영어의 소리와 문자를 연결해서 머릿속에 ‘읽기 스키마’를 만드는 과정이에요. 한글로 쓰인 발음을 보고 읽으면 한국어 읽기가 될 뿐이에요.

짝읽기를 마친 후 기록을 하면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날마다 성장한 흔적이 보이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되거든요. 기록하는 법은 간단해요. 수첩에 다음과 같은 칸을 나누어 책을 읽는 데 소요된 시간, 같이 읽는 사람, 책 제목, 읽은 페이지, 부모의 코멘트를 적습니다.

짝읽기 기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코멘트예요. 반드시 칭찬하세요. 아이 영어 공부는 반드시 성공하는 체험이어야 해요. 작은 성공을 쌓아 올라가는 뿌듯함을 매일 느낄 수 있게 요. 영어뿐 아니라 무엇을 하든 이 체험이 아이를 키우는 든든한 발판이 되어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