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을 위한 수학 공부몸 만들기

   
류유
ǻ
서사원
   
16800
2021�� 11��



■ 책 소개


공부는 ‘공부머리’가 한다?
천만에! 공부는 ‘공부몸’이 한다!

‘한 번 놓치면 답이 없는 과목.’ 초등 부모들이 수학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암기 과목은 의자에 엉덩이 딱 붙이고 앉아서 외우는 만큼 성적이 나올 수 있다 하는데 수학은 한 번 진도를 놓치면 다시는 못 따라간다는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유독 수학에만 ‘선행학습’이 기본이자 필수요소로 자리하고 있으며 학습 진도와 문제 풀이 포인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족집게 과외 등 다양한 사교육을 붙이고 있다.

이렇게 해서라도 성적을 올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대체로 아이들은 부모 마음과 별개로 수학과 기약을 알 수 없는 거리두기를 한다. 이런 상황을 두고 학부모는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잃었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공부몸은 ‘공부할 때 깨어나는 또 다른 나’, ‘실제로 공부를 하는 나’이다. 평상시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공부할 때마다 등장해서 학습을 이끌어 가는 실질적인 주인공 역할을 한다. 같은 시간을 들였다면 학습의 질은 공부몸의 상태가 결정한다고 말한다. 이는 공부머리, 학습 태도와 다른 개념이다.

건강한 공부몸은 자기주도학습, 사고의 확장, 개념의 정교함 등이 다져진 상태이므로 이는 심화 문제, 킬러 문제를 만나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퍼포먼스를 일으킨다. 초등 시기는 공부몸을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며, 만약 이 시기를 놓치면 영영 훌륭한 공부몸을 만나기 어려워진다. 공부에 대한 본질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부모는 아이의 건강한 공부몸을 향해야 한다는 저자의 교육관을 따라가 보자.

■ 저자 류유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둔 아빠이자, 배우고 성장하는 일에 관심이 많은 학원 강사입니다. 성적은 좋은 편이었지만 공부를 잘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공부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회사 재직 당시 접한 코칭을 10년 넘게 연구하며 교육 현장에 적용 중입니다.

‘무엇이 학습의 일어남을 만드는가’를 화두로 읽고, 쓰고, 성찰하기를 좋아합니다. 코칭철학을 기반으로 한 개입을 통해 누구나 가능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무분별한 선행학습에 반대하며 초등은 공부에 필요한 기본기를 키울 때라고 주장합니다.

연세대학교에서 교육학을 전공했고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서 사내교육을 담당했습니다. 지금은 대치동 수학전문학원 ‘생각하는 황소’에서 초등학생들의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 차례
추천사
프롤로그 왜 안 되는 걸까?

1장 초등, 공부몸에 집중할 시기
공부를 잘하는 이유, 못하는 이유
머리 탓은 이제 그만
초기효과의 유효기간
IQ 테스트의 진실
유형 검사에 흔들리기 전에
결과를 만드는 진짜 원인
뇌는 변할 수 있다
공부가 안되는 세 가지 이유
결국 공부몸 때문

공부는 공부몸이 한다
그래서 공부몸이 뭘까?
반응의 차이가 생기는 이유
공부몸의 구성 요소에 주목하자
공부몸은 달라질 수 있다
학습의 일어남이란?
진짜 공부, 가짜 공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적절한 개입의 어려움
자연스럽게라는 착각
공부몸은 기계가 아니다

초등의 목표는 완성이 아니다
초등이라는 잠복기
공부에도 사춘기가 있다
더하기보다 빼기 먼저
부모에서 학습 코치로
건강한 공부몸이 먼저다

공부몸 Q&A
자꾸 오답을 내는 아이, 정답을 알려 줘야 할까?

2장 공부몸 점검을 위한 다섯 가지 질문
어떤 공부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는가?
우선순위가 바뀌지 않는 이유
마인드셋 점검을 위한 세 가지 질문

공부 자존감은 어떤 상태인가?
‘공부하는 나’를 바라보기
공부 정체성을 변화시켜라

개념을 정교하게 다듬는 공부를 하고 있는가?
빠진 벽돌은 없을까?
개념은 정교해진다
정교한 개념이 하는 일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공부를 하고 있는가?
인터넷 강의의 허와 실
구슬을 보배로 만드는 비법
수능과 생각하는 힘의 상관관계
움직이지 않는 아이들
개념과 생각의 불균형은 피하자

불꽃이 살아 있는 공부를 하고 있는가?
마음이 다치면 공부를 멀리한다
누워 버린 코끼리
공부도 결국 느낌의 문제
누가 공부의 키를 잡을 것인가
불씨가 있어야 불꽃이 피어난다
불꽃을 살리는 ‘코칭형 부모’가 되자

공부몸 Q&A
끝까지 질문을 받지 말아야 할까?
그래도 질문한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

3장 공부몸 코칭 1단계: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멈춘다
유사공부행위의 역습Ⅰ 성적만을 좇는 공부
고정 마인드셋과 성장 마인드셋
성적에만 연연하는 아이들
1등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공을 보면 놓치는 것들
성적이 좋으면 공부를 잘하는 걸까?

유사공부행위의 역습Ⅱ 채우기만 하는 공부
기도하지 말고 시도하라
‘안다’를 ‘할 수 있다’로 바꾸려면
마법의 보조선은 없다
어떤 문제가 어려운 문제일까?
킬러 문제를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
심화 문제를 푸는 이유

유사공부행위의 역습Ⅲ 조급한 공부
바야흐로 선행의 시대
미리 해 두자는 논리에 대하여
선행학습에 숨겨진 군중심리
이러려고 선행했나
해야 한다면 소화할 수 있을 만큼만
급할수록 돌아가라
아이를 급류로 떠밀지 말 것

공부몸 Q&A
문제를 풀면 된 거 아닌가? 왜 답을 설명해야 하는 걸까?
설명해 보라고 하면 입을 꾹 다무는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

4장 공부몸 코칭 2단계: 진짜 공부를 위한 인프라를 갖춘다
출발은 부모의 마인드셋부터!
부모의 마인드셋이 먼저다

성공적인 학습 경험을 유도하라
부정적 감정을 관리하자
꾸준한 공부를 위한 궁극의 동기
새로운 느낌 경험하게 하기
공부에 재미를 느끼게 하려면

안전하다는 느낌이 필요하다
질문을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
도전할 것인가, 도망갈 것인가?
아이를 움츠러들게 만드는 대응
충분한 시간 주기
안전하다는 느낌을 위하여

기준은 언제나 내 아이다
자녀 교육은 두 점 잇기다
출발점은 내 아이의 현재 상태
공부몸이 보내는 신호 듣기
건강한 스트레스, 불필요한 스트레스
바람직한 어려움이 실력을 키운다
답은 내 아이에게 있다

공부몸 Q&A
복습은 꼭 해야만 하는 걸까?
‘진짜 복습’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맞은 문제는 왜 다시 풀어 보라고 할까?

5장 공부몸 코칭 3단계: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
수능은 사고력을 평가하는 시험
사고력이 바로 ‘생각하는 힘’이다
우리가 사고력, 독해력, 논리력을 외치는 이유

별을 따려면 하늘을 보자: 마주하는 힘
공부 대상과 맞닿아 있기
교실 밖을 떠도는 영혼들
한 걸음만 앞으로 가게 도와주기

맞닿음을 넘어 주고받음으로!: 연결하는 힘
조건, 개념, 의도를 연결하라
연결이 실패하는 이유

진짜 공부는 채점이 끝나고 시작된다: 성찰하는 힘
성찰은 우리를 진화시킨다
돌아봐야 내 것이 된다
상자 밖으로 나가야 상자 안이 보인다
거리를 두는 습관

공부몸 Q&A
아이 공부에 적절한 피드백은 어떤 게 있을까?

에필로그 부모의 3구 전략

 




초등생을 위한 수학 공부몸 만들기


초등, 공부몸에 집중할 시기

공부를 잘하는 이유, 못하는 이유

초기효과의 유효기간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노정태 역, 최인철 감수/김영사/2019년)에서 캐나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출생 월을 예로 들며 ‘초기 효과(출발점 효과)’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같은 해에 태어났더라도 더 빨리 태어난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발육이 좋아서 더 많은 출전 기회와 칭찬을 받을 수 있고, 이런 선순환을 바탕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다는 것이지요. 초반 단기전에서는 그들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차이의 효과는 초등 과정까지입니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공부몸을 단련하지 않고서는 ‘장기 레이스’에서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머리가 좋은 아이들은 수업을 통해 학습의 전 과정이 한 번에 해결되는 패턴에 익숙한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말해, 수업만 집중해서 들어도 훌륭한 퍼포먼스를 냅니다. 하지만 늦어도 중등 과정 이후에는 배움과 익힘이 함께 굴러가야 합니다. 절대적인 시간을 확보해서 치열한 시도로 가득 채워야 합니다.


이 거대한 사이클을 굴러가게 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고 그중 하나가 ‘좋은 머리’일 수는 있겠죠. 하지만 인간사 참 공평한 것이 그 좋은 머리로만 공부 사이클을 돌렸던 아이들은 오히려 머리만으로 공부가 되지 않는 시기에 직면하면 당황하는 경우가 많더라는 겁니다. 이때 다른 공부 방식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이른바 ‘공부 사춘기’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 있습니다.


뇌는 변할 수 있다

과학이 밝혀낸 사실 중 새삼스럽지만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뇌의 발달은 평생에 걸쳐 이루어진다,’ 라는 사실입니다. 이는 ‘머리는 타고난다.’ ‘공부머리는 정해져 있다,’라는 거짓 통념에 대한 통쾌한 반격입니다.


타고난 인지 능력의 차이는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적절한 자극을 통해 뇌가 일생에 걸쳐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출발점이 다르다고 해서 그 차이가 도착점까지 이어질 거라 단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훈련을 통해 뇌의 활용도가 올라갈 수 있다는 증거는 많습니다.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부모가 우선 그렇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믿어야 합니다.


사람은 변할 수 있고, 그 변화의 가능성을 마지막까지 놓지 않아야 할 사람이 바로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이 아이는 공부로 성공할 가능성이 없어요. 미리 결단을 내리세요.”라고 해도 “나는 이 아이의 가능성을 믿어요. 하는 데까지 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부모뿐이지 않을까요?


공부는 공부몸이 한다

건강한 공부몸은 공부하는 과정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공부를 하기 위해서 공부몸의 구성 요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에 맞춰 공부를 합니다.


공부몸은 구성 요소들의 유기적인 결합으로 짜인 하나의 체계입니다. 그래서 한다/안 한다 또는 있다/없다의 관점이 아니라 ‘어떠한 상태인가’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몸이 아예 없는 사람은 없듯이 공부몸이 없는 학생은 없습니다. 다만 각 요소의 활동이 왕성한지, 요소들끼리 조화롭게 어울리는지에 따라 공부몸의 상태가 달라집니다.


공부몸을 구성하는 요소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기관만큼이나 다양합니다. 그중에서 제가 주목하는 핵심 구성 요소는 다섯 가지입니다. ‘공부 마인드셋’ ‘공부 자존감’ ‘개념의 정교성’ ‘생각하는 힘’ 그리고 ‘주도성’입니다.


이 다섯 가지 요소가 어우러지며 그 학생만의 움직임을 만듭니다. 공부 마인드셋이 바른 방향을 잡고 주도성을 동력 삼아 앞으로 달려 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발휘되는 생각하는 힘이 개념을 다듬고 넓힙니다. 개념이 정교해지면 생각하는 힘 역시 강해집니다. 이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 되어 공부 자존감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주도성이 더욱 강해집니다. ‘배움이란 이런 거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으며 스스로 미세하게 공부의 방향을 수정해 나갑니다.


이 사이클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각 요소들은 탄탄해지고 호흡도 척척 맞아갑니다.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전체를 위해 기여한다는 점에서 공부몸은 하나의 유기체와 같습니다.


진짜 공부, 가짜 공부

공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분별은 공부와 공부행위의 구별에서 시작합니다. 공부행위는 외형적으로 공부처럼 보이는 행동을 말합니다. 공부와 관련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습, 즉 공부와 관련된 액션입니다.


공부행위가 단순한 행위에 머무르지 않고 그 학생의 진짜 공부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학습이 일어나야 합니다. 즉, 공부행위가 아니라 학습이 일어났는지의 여부가 중요합니다. 학습이 일어나지 않는 공부행위는 가짜 공부, 죽은 공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애는 한다고 하는데 성적이 왜 이 모양일까요?”라는 이야기는 이미 답이 정해진 질문입니다. 공부행위는 하지만 진짜 공부는 하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공부몸 점검을 위한 다섯 가지 질문

어떤 공부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는가?

우선순위가 바뀌지 않는 이유

“복습은 왜 안 했니?” 숙제를 검사할 때 제가 자주 하는 말입니다. 숙제는 반드시 해야 하지만 복습은 권장 사항입니다. 그래서 숙제는 하고 복습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학생들은 “시간이 없어서요.”라는 이유를 가장 많이 댑니다.


아이들이 바쁜 건 압니다. 없는 시간을 억지로 쥐어짜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선순위를 지적하고 싶은 겁니다. 훨씬 더 재미있는 일이 널려 있고 가만히 쉴 수도 있는데 굳이 그걸 해야 할 이유가 없죠(해야 할 이유가 없다기 보다는 하기 싫은 거 아닐까요?). 이런 식으로 우리는 매 순간 무엇을 할 것인지, 하지 않을 것인지를 선택합니다. 그런 선택들이 모여 오늘 하루와 우리의 인생을 만듭니다.


선택의 기준은 각자의 우선순위이고 이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배후가 바로 ‘마인드셋’입니다. 마인드셋은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 또는 사고방식입니다. 어떤 마인드셋을 갖느냐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하게 되고 그 해석은 그에 걸맞은 현실을 낳습니다. 공부몸은 공부 마인드셋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각자의 공부 마인드셋에 따라 실제로 하게 되는 공부는 다를 것이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어떤 공부를 하냐에 따라 공부의 질은 달라집니다.


공부할 때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마다 마인드셋은 고집을 부립니다. 우선순위가 쉽게 바뀌지 않는 이유는 마인드셋의 고집 때문입니다. 스스로 마인드셋을 점검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 행동이 마인드셋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조차 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복습을 하지 않고 시간이 없었다는 핑계를 댑니다.


공부 자존감은 어떤 상태인가?

‘공부하는 나’를 바라보기

공부몸이 건강한 학생은 공부는 물론 스스로의 학습 능력에 대한 감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어떻게 활용해서 실력을 키워야 하는지 압니다. 주도적으로 공부 과정 전반을 확인하고 통제합니다. 공부 과정에 대한 자기만의 확신이 있어서 당장의 결과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공부하는 주체로서의 자기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공부 과정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합니다.


제가 공부를 잘한다고 인정하는 아이들은 ‘독특한 아우라’를 풍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간 다듬어지지 않고 길들지 않은 느낌입니다. 자기 색깔이 분명하달까요? 어디선가 예습해 온 답을 매끄럽게 뱉어 내는 아이들과 분명히 결이 다릅니다. 이들의 색깔을 만드는 건 스스로에 대한 확신입니다. 이들은 공백이 생겼을 때 그 공백을 처리하는 자신만의 ‘리듬’과 ‘방식’이 있습니다. 위기가 왔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해낼거라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공부 대상을 물리적, 화학적으로 변화시켜 가는 과정에 대한 현실적인 감각, 여기에 더해 결국 이렇게 해서 나는 이 내용을 자유자재로 다룰 것이라는 믿음, 이런 것들이 공부 자존감을 이룹니다. 즉, 공부와 그 공부를 다루는 나에 대한 실증적인 감각이 바로 공부 자존감입니다.


나는 이 정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과 크게 차이가 나는 일을 겪게 되었을 때 그 간극을 채우려는 힘이 작동합니다. 일종의 평형 작용이라 볼 수 있습니다. 공부 자존감도 평형 작용을 일으킵니다. 공부 자존감이 만들어 내는 평형력은 흐트러진 균형을 바로잡는 힘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깨진 균형을 회복하는 과정의 반복이 공부가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균형을 잡는 힘이 약한 상태라면 이때 쉽게 무너집니다. 그래서 공부 자존감이 필요합니다. 공부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쉽게 균형을 잃지도 않고 잠시 놓친 균형을 금세 회복합니다.


개념을 정교하게 다듬는 공부를 하고 있는가?

개념은 정교해진다

“결국은 개념이에요.” 수학 공부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꼭 나오는 말입니다. 유명한 강사의 개념 수업을 들으면 “우와~”소리가 절로 나기는 합니다. 그래서 수업을 받고 나면 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개념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누군가의 머리에서 다른 누구의 머리로 개념을 옮겨 가는 방식이 불가능하다는 건 분명합니다. 없던 개념이 ‘짜잔~’하고 어디선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 학습자의 머릿속에서 조금씩 만들어져 간다는 인식은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누구나 하나의 덩어리에서 출발합니다. 다양한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점차 그럴듯한 작품이 되어 가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머릿속에 있던 해당 개념은 변하기 시작합니다. 한번 달라진 개념은 예전의 모습으로 쉽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배웠다면 막연하게나마 그 분야에 해당하는 개념이 생깁니다. 다만 수업 후에 별다른 조치가 없으면 오개념을 많이 포함한 반죽 덩어리 상태로 남아 있을 뿐입니다. 오개념을 바로잡고 여러 맥락에서 개념을 다루는 과정에서, 즉 물레를 돌리며 반죽을 매만지는 과정에서 개념은 점점 정교해집니다. 그렇습니다. 개념은 정교해집니다.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공부를 하고 있는가?

구슬을 보배로 만드는 비법

인강은 구슬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예뻐도 구슬 자체가 보배는 아닙니다. 구슬을 보배로 만들기 위해서는 꿰야 합니다. 이 훌륭한 도구를 어떻게 하면 학습의 일어남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공부에 대한 시름이 한층 깊어졌습니다.


그러다 한 강사를 알게 됐습니다. 대부분의 인강 강사들은 자기 커리큘럼을 잘 따라오면 성적이 오를 거라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자신의 인강도 굳이 다 들을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강사가 있었습니다. 이분이 하는 이야기들은 좀 낯설고 과격합니다. 일단 배웠으면 실제 상황에 뛰어들어 보라고 합니다. 부딪치는 과정에서 개념이 정교해지는데 왜 강의만 듣고 있냐는 것이죠.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강의력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대신 교과서에 있는 내용으로만 수업하고 교과서에 있는 정의, 개념, 성질을 이용하여 문제를 푸는 연습을 강조합니다. 이분이 강조하는 게 바로 ‘행동 영역’입니다. 행동 영역은 인강으로 수능 중비를 하면서 처음 들어 본 말이었습니다.


수능과 생각하는 힘의 상관관계

수능이 처음 도입됐을 때 참 다양한 반응이 있었습니다. 학력고사 때와 다르게 점수가 확 떨어진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엄청 오른 경우도 있었습니다. “머리가 좋은 애들이 수능을 잘 본다.”라는 속설이 돈 적도 있었지만 지금 돌이켜 보니 둘을 가른 건 다름 아닌 생각하는 힘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생각하는 힘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상대적으로 명확한 실체로 다가오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학력고사와 수능이 다른 것처럼 내신과 수능도 다릅니다. 내신도 수능 느낌을 내려고 노력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학교나 선생님마다 강조하는 포인트나 난이도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수능은 다릅니다. 생각하는 힘을 갖추지 않고 수능과 맞설 수는 없습니다. 어설픈 암기나 유형별 접근으로는 ‘킬러 문제’는 고사하고 3점짜리 문제에서 막힙니다. 정교한 개념도 필요하지만 그러한 개념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능력, 즉 생각하는 힘 역시 공부몸의 필수 구성 요소입니다.


불꽃이 살아 있는 공부를 하고 있는가?

불씨가 있어야 불꽃이 피어난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불꽃이지만 처음부터 불꽃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시작은 불씨일 수밖에 없습니다. 공부가 되려면 불씨가 아닌 불꽃이 필요합니다. 불꽃을 피우기 위해 불씨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즉, 공부를 위해서는 두 번의 도약이 필요한 셈입니다.


불씨만으로는 요리를 할 수도 없고 몸을 데울 수도 없습니다. 불씨는 불꽃이 되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습니다. 제대로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공부 불꽃이 일어나야 합니다. 같은 시간, 같은 노력을 들여 공부하더라도 아이의 가슴 속에 불씨가 있느냐 불꽃이 있느냐는 다른 결과를 만듭니다.


불꽃을 살리는 ‘코칭형 부모’가 되자

시키는 공부에 길들여진 아이는 불씨 상태에 머물러 있거나 그마저도 꺼지기 직전의 상태입니다. 꺼트리면 안 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기에 딱 혼나지 않을 만큼, 아직 살아 있다는 걸 보여 주는 정도의 불씨만 남겨 놓습니다.


어찌어찌 불씨를 만들 수는 있지만 불꽃으로 넘어가지 못하면 끊임없이 밀려오는 주문에 질려 공부 상처에 빠질 수 있습니다. 특히 부모 주도성이 강한 경우라면 주의해야 합니다. 한번 감정적으로 멀어지면 다시 공부로 되돌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든 부모가 불꽃을 원합니다. 어느 순간 아이가 공부에 맛을 들여서 알아서 잘하길 바랍니다. 일반적인 부모라면 불씨를 만들려는 노력 정도는 합니다. 방임형 부모라 하더라도 아이가 알아서 불씨를 거쳐 불꽃으로 만들어 주는, 구조를 제공하는 ‘코칭형 부모’가 되고자 주장합니다. 계속 공부를 시킨다고 불씨가 자연스럽게 불꽃이 되지는 않습니다. 불씨를 불꽃으로 연결하려는 코칭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불씨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부모와 교사가 돌아가며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일단 불씨가 만들어지고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면 한 사람이 들고 어르기 시작합니다. 이 사람이 바로 ‘학습자’입니다. 불씨 이후는 학습자의 몫입니다. 학습자는 불씨를 그 상태로 유지할 수도, 꺼트릴 수도, 불꽃으로 키울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의 불씨를 불꽃으로 만들기 위해, 즉 학습이 일어나게 하기 위해 어떤 환경을 조성해 줄 것인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모든 선택권을 아이에게 넘길 수는 없지만 세부적인 경계를 결정할 때 함께 상이하고 설명하면 학습자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시행착오를 겪을 때도 같은 편이 되어 머리를 맞대는 경험을 하면 성과보다 노력이 중요하다는 확신이 생깁니다. 이렇게 안전하게 지지받는 환경 속에서 학습자의 주도성이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

수능은 사고력을 평가하는 시험

사고력이 바로 ‘생각하는 힘’이다

수능의 속성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사고력을 평가하는 시험’입니다. 사고력은 결국 생각하는 힘입니다. 생각하는 힘이란 주어진 상황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그에 도움 될 만한 내용을 떠올려 보고 하나씩 적용해 가는 힘을 말합니다.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뜻대로 안 된다고 좌절하지 않는 꿋꿋함을 포함합니다.


당장은 잘 안되지만 결국은 풀리고 말 거라는 믿음, 설령 문제를 못 풀더라도 고민하는 이 과정이 나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마인드, 그래서 조금씩 내 공부몸이 더 강해질 거라는 확신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수능에서의 4점짜리 문제들은 탄탄한 개념은 물론 이러한 생각하는 힘이 뒷받침되어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별을 따려면 하늘을 보자: 마주하는 힘

공부 대상과 맞닿아 있기

생각하는 힘은 구체적으로 뭘까요? 생각하는 힘이 강한 학생들을 관찰하다 보면 이들에게는 적어도 세 가지의 서로 다른 힘을 발견하게 됩니다. ‘공부 대상을 직면하는 힘’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연결하는 힘’ 그리고 ‘이 과정에서 깨닫게 된 것들을 돌아보는 힘’ 이 그 셋입니다.


마주하는 힘은 공부할 대상과 맞닿아 있을 수 있는 힘을 말합니다. 학교에 간다고, 학원에 간다고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아실 겁니다. 겉으로 보이는 공부행위는 아무것도 일어나고 있지 않은 상태를 가리는 위장막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공부하는 동안 완전히 딴 세상에 가 있는 학생이라면 공부 효율은 언급할 것도 없습니다. 문제를 풀긴 하지만 계속 겉돌기만 하는 학생은 어떨까요? 아예 딴생각하는 학생보다야 낫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 학생도 아직 공부가 시작되지 않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공부 대상을 진지하게 마주하고 공부하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힘은 공부 과정 전체를 지탱해 줍니다. 마주하는 힘은 내가 원하는 곳에 드릴 날을 고정하고 드릴이 격하게 움직일 때도 그 점에서 벗어나지 않게 드릴을 잡고 있는 힘을 의미합니다. 내가 원하는 곳에 구멍을 뚫기 위해서는 우선 벽에 드릴 날을 대야 합니다. 실제로 벽에 구멍을 뚫을 때는 의도가 명확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은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부과정에서는 가장 어려운 단계로 봐야 합니다. 나의 모든 주의력을 공부 대상에 집중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한 걸음만 앞으로 가게 도와주기

드릴 날을 힘겹게 원하는 지점에 맞추고 나서도 할 일은 남아 있습니다. 구멍을 뚫기 위해서는 드릴 날을 벽에 밀어 넣어야 합니다. 그런데 드릴은 돌아가는데도 구멍이 시원하게 뚫리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벽을 향해 충분한 힘으로 밀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부몸은 자신의 경계에 닿는다는 느낌이 들면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려고 합니다. 이때 돌아서지 않고 계속 대상에 시선을 고정한 채 온몸으로 조금씩이라도 밀고 들어가려고 해야 합니다. 마주하는 힘은 이처럼 공부할 때 만나게 되는 크고 작은 일들에 상관없이 계속 방향을 유지할 때도 필요합니다.


배우는 대상과 내가 단순히 함께 있는 상태를 넘어서 얽히기 시작할 때 학습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어떤 학생들은 얼버무리거나 뭉개고 넘어갑니다. 더 면밀하게 분석하고 더 치열하게 시도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이 정도면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고 멈춥니다. 이 경우 진짜 문제는 부족함이 아니라 충분히 다가서지 않음입니다.


바로 떠오르지 않아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도 일단 도망가지 않아야 학습이 일어날 가능성이 생깁니다. 이때 교사와 부모가 마주하는 과정을 도와야 합니다. 저의 방법은 ‘충분히 시간을 주고 기다려 주기’입니다.


문제와 마주하는 시간이 충분히 길고 외부의 도움이 없는 상황에 처하면 뭐라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문제와 나만 남은 상황 속에서 지리한 시간이 흘러가다 결국 하나로 꿰지는 경험을 하는 것이죠.


진짜 공부는 채점이 끝나고 시작된다: 성찰하는 힘

성찰은 우리를 진화시킨다

힘들게 어떤 일을 해내고 나면 기쁘죠. 하지만 한 번의 성취가 아닌 긴 안목에서의 성장을 원한다면 기쁨이 끝이어서는 안 됩니다. 들뜬 마음은 잠시 가라앉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복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잘되지 않았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쉽긴 하겠지만 방금 벌어진 일을 돌아보면서 어느 포인트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다음에 비슷한 상황을 만나면 어떤 시도를 하면 좋을지 구상해 봅니다.


연결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돌아보며 평가하는 작업이 성찰입니다. 성찰은 단순히 방금 시도한 연결의 결과를 확인하는 작업이 아니라 생각의 과정을 하나한 돌아보는 매우 능동적인 작업입니다. 잠깐이라도 이걸 하고 안 하고의 차이는 큽니다. 성찰을 통해 다음번에는 업그레이드된 직면을 할 수 있겠죠. 반면에 의식적으로 돌아보지 않으면 직면-연결-성찰의 선순환 고리가 끊깁니다. 계속 비슷한 수준에서 학습이 일어나니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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