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과 함께 나이 들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에바 예기(역 : 고맹임)
ǻ
와이즈북
   
13800
2014�� 08��



■ 책 소개


갈등과 다툼에서 벗어나 부부 인생을 바꿔줄 12가지 소중한 이야기들

 

의견 차이와 충돌, 질병, 성적 갈등, 외도, 예기치 않은 불행 등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관계의 기초를 만드는 법! 사랑을 지속하게 만드는 관계의 비밀! 사랑에 빠지지 않고도 사랑을 유지해온 커플의 비결! 살며 사랑하고 용서하며 인생 고비를 극복한 55쌍 부부들의 육성 고백!

 

“옛날엔 그 모습이 좋았는데 이젠 지겨워!”

 

부부 사이를 연결시켰던 사랑과 열정은 이내 곧 갈등과 미움으로 바뀌어간다. 왜 이리 같이 사는 게 힘들까? 저자는 부부관계의 변질은 대개 사랑에 대한 허상과 관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저자에게 상담을 받는 많은 부부와 연인들이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둘만의 아름다운 시간들, 그리고 별로 아름답지 않은 시간들, 무수한 다툼과 갈등을 겪으며 이들은 관계의 지혜와 사랑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이런 깨달음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나와 타인에 대한 냉정한 이해와 관계에 대한 뼈아픈 성찰이다.

 

이러한 ‘내면 이해 작업’은 쉽지 않다. 타인을 거울삼아 자신을 바라보고 갈등을 통해 배우면서 관계를 일구려는 개인의 노력과 자각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내면 이해 작업은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이 과정을 앞당길 수 있는 열쇠는 열린 마음과 개인의 품격. 이 책에 등장하는 부부들은 자신들만의 힘든 과정을 통과하며 둘 사이의 ‘관계의 기초’를 단단하게 만들고, 비로소 ‘이해의 공동체’를 완성해나간다.

 

인생의 수많은 문제들처럼 ‘관계’를 푸는 정확한 레시피는 없다. 하지만 저자는 평생을 연구해온 심리 및 행동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부부와 연인들에게 매우 현실적이고도 핵심적인 조언을 해주고 있다.

 

지금 부부들에게 필요한 것은 갈등을 다루는 관계의 기술과 사랑에 대한 올바른 이해

 

우리는 흔히 짜릿한 감정에 사로잡혀 ‘완전한’ 사랑이라거나 ‘영원한’ 사랑, ‘소울 메이트’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완전한 사랑, 영원한 커플 같은 건 없다. 단지 좀더 완전해지기 위해 노력할 뿐.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이 책은 사랑에 빠지지 않고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요컨대, 사랑을 지속하게 만드는 방법, 그런 관계를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관계에는 수많은 갈등이 내재되어 있다. 파트너에게 첫눈에 반한 순간, 결혼을 하는 순간, 우리는 사실상 갈등을 안고 시작하는 것이다. 갈등은 둘이 만들어낸 관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독소이다. 절대적으로 한 사람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는 복잡성이 여기에 존재한다. 따라서 관계를 제대로 아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중요해졌다. 관계의 문제, 사랑의 본질에 직면하지 않으면 힘든 인생을 살게 되기 때문이다.

 

결혼생활은 가치관과 경험, 행동과 취향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살아가는 일이다. 직업, 주택 문제, 아이 양육, 소소한 집안일과 여가생활, 취향 문제 등 많은 선택 앞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다. 더욱이 시어머니, 외도 같은 이질적인 관계가 둘 사이에 끼어들 때 문제는 복잡해진다.

 

우리는 관계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우리의 파트너 선택 기준은 자신의 ‘필요’ 혹은 ‘이득’이다. 이런 사실을 부정하기 힘들다. 멋진 애인에게 사랑받으면 자신이 더 빛날 거라는 생각, 우리의 사랑은 영원할 거라는 환상, 나만이 그의(그녀의) 유일한 여자(또는 남자)라는 착각, 파트너가 자신의 기대와 욕구를 충족시켜 줄 거라는 바람 등. 이런 일들은 허영이 만들어낸 헛된 욕망들이다. 외적인 것에서, 타인에게서 나의 행복을 찾으려는 욕망은 결국 행복을 더 멀리 쫓아낼 뿐이다.

 

상대가 자신의 기대나 욕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순간, 자신의 필요에 부합하지 못하는 순간, 상대는 사랑의 대상에서 미움의 대상으로 바뀌며, 이내 갈등과 다툼으로 이어진다. 이는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이기심이 만들어내는 사랑의 어두운 그림자이다. 그러므로 파트너의 실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고 만족할 수 있어야 진정한 사랑이다. 또한 그것이 오래 유지될 수 있는 관계의 비결이기도 하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사랑’을 제대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사랑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너무 높게 평가하지 말고, 자신의 허영심과 거리를 둬야 한다. 상대방을 지나치게 높이거나 관계에 대한 허상을 덧씌우지만 않는다면 상대방은 환히 드러나는 법이다.

 

우리 시대 부부들이 직면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와 그 해법을 담은 생생한 이야기!

 

이 책은 부부관계에서 비롯되는 수많은 문제들, 즉 용서와 화해, 갈등과 다툼, 외도, 편견, 일상생활, 성생활, 나이 듦과 질병, 사별, 병든 부모 모시기, 노후 등 부부 인생 전반을 다룬다. 여기에 등장하는 많은 커플들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거나 앞으로 직면할 문제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부부나 연인들을 상담하면서 저자가 흥미롭게 지켜본 점은 커플들의 일상이나 관계가 나이 들면서 계속 변한다는 것이다. 360도 달라지는 부부도 있다. 매우 터프하고 내게만 올인하는 남자에 끌려 결혼했지만 나이 들면서 이런 기질에 진저리 치는 아내도 있다. 너무도 싫었던 아내의 거친 생활력이 자신을 단단하게 만든 동력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남자도 있다. 아주 건강했던 남편이나 아내가 휠체어 신세를 진다면? 이런 두려운 변화 앞에서 부부의 행복을 지켜낼 수 있을까? 부부에게 닥치는 삶의 변화들은 관계를 역전시키고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꾸어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관계를 단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불행한 상황, 예기치 않은 사고, 배우자의 외도와 질병 등 갈등과 변화된 상황을 삶의 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부부의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55쌍 부부들의 노력은 오늘날 우리들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일 것이다.

 

■ 저자 에바 예기
독일의 심리학 교수이자 심리치료사. 빈 대학에서 심리학, 철학, 역사학을 공부한 후 보쿰 대학 심리상담소장으로 재직했다. 이후 베를린 자유 대학과 베를린 공과대학에서 임상심리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베를린 심리치료 아카데미’의 심리치료분과 책임자이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사립대학’의 객원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많은 부부와 연인, 학생들을 상담하면서 정신적 문제와 행동 치료를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타인 이해하기Andere verstehen》, 《결혼생활이 나이가 들면Wenn Ehen alter werden》, 《찢어진 가슴 치유하기Zu heilen die zerstoßnen Herzen》, 《친애하는 못된 시어머니Liebe bose Schwiegermutter》, 《정신과 의사는 누가 치료하나요?Und wer therapiert die Therapeuten?》(《심리치료의 탁월한 서적 100권》에 선정: 알프레드 프리츠의 저서, 뉴욕, 2008) 등 30여 권이 있다.

 

■ 역자 고맹임

이화여대 독어독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베를린 자유대학과 훔볼트 대학, 뒤셀도르프 대학, 도르트문트 대학에서 수학하며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화여대, 동덕여대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현재 독일 함부르크의 한인학교 교장으로 일하면서 한국어와 한국문화 보급에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안데르센 동화전집》,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탐욕》, 어린이 그림책 《똑바로 보기 거꾸로 보기》 등이 있다.

 

■ 차례
여는 글
그들은 어떻게
용서하고 화해하며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법을 깨달았을까?

 

1
“당신, 아직도 나 사랑해?”
부부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

함께 사는 부부에게 사랑이란?
젊은 날의 사랑은 빛바랜 추억일 뿐일까?
우리의 파트너 선택 기준은 필요 또는 이득
파트너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야 진정한 사랑이 가능하다

 

2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라고?”
함께 산다는 것에 관하여

사랑은 둘만의 세계를 만드는 것
관계란 깨지기 쉬운 유리 같은 것
대화는 공통의 세계를 만든다
남편의 병으로 역전된 관계
아내의 뇌졸중, 소중한 추억은 사라지고
나이 차이가 만드는 경험의 차이
같이 살지만 따로인 커플
극복하기엔 너무 엄청난 비극
함께 산다는 건 공통점으로 묶였다는 것

 

3
“옛날엔 그 모습이 좋았는데 이젠 지겨워!”
편견이 지배하는 관계의 불행

우리는 서로 다르게 보고 다르게 해석한다
이상적인 커플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파트너십은 무엇인가?
편견은 파트너의 본래 모습을 왜곡한다
남편의 변화가 가져온 변화들
편견은 관계의 불행을 초래한다
“서로 다르지만 함께 살 수는 있는 거지요”

 

4
“좋은 부부, 좋은 커플이란 무엇인가?”
행복한 부부의 조건

좋은 부부란 무엇인가?
습관적으로 바람피우는 남편, 순진한 아내
남편의 삶을 사는 아내
상대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좋은 부부다
커플마다 관계 맺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남편의 외도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나?
관계에 대한 냉정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5
“아직도 내게 화나 있는 거야?”
용서와 화해에 관하여

용서한 것인가, 덮어둔 것인가?
분노가 남아 있다면 용서한 것이 아니다
더는 아프지 않을 때 비로소 용서한 것이다
상대로부터 완전히 이해받는 일은 불가능하다
쉽게 용서하는 여자, 용서를 이용하는 남자
분노를 내버려두면 체념이 된다
상대의 내면을 이해하면 용서가 쉬워진다
용서란 세상의 결함과 인간의 약함을 받아들이는 것

 

6
“사는 건 재미없고 그이는 따분해”
지루한 관계와 반복되는 일상에 관하여

마음이 공허하면 자극을 갈망하게 된다
반복되는 생활과 새로운 경험 간의 균형이 필요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가능하다
아내의 치매로 무너진 일상
빤한 말로 속을 뒤집어놓는 남편
“반복되는 생활은 지루함이 아니라 행복이죠”

 

7
“사람이 왜 그렇게 이기적이야?”
가사 분담과 일상의 배려에 관하여

이 남자랑 앞으로 뭘 하며 살아야 하지?
남자들한테 집안일을 맡기는 문제
가사 분담의 갈등 밑에는 관계의 갈등이 숨어 있다
나이 듦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나이 듦은 새로운 삶의 기회
외도와 용서


8
“혼자 살아도 괜찮을까?”
홀로 산다는 것과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방법에 관하여

둘이 살다가 홀로 남겨진다는 것
다시 새로운 사랑을 찾아야 할까?
두 번째 사랑을 만난 안네의 이야기
싱글, 새로운 삶이 가능하다
이상적인 싱글이란 건 없다

 

9
“얼마나 우리 삶을 희생해야 할까?”
병든 부모 모시기의 어려움에 관하여

병든 부모 앞에서 인간의 품위를 지킬 수 있을까?
사랑과 화해로 끝맺은 고부 갈등
병든 부모를 간병할 때 알아두어야 할 것들
사랑한다면 상대를 바꾸려 하지 말라

 

10
“아직도 내게 욕정을 느낄까?”
나이 드는 몸과 성생활에 관하여

나이 듦과 성생활
섹스보다 중요한 건 육체적 친밀감

 

11
“질병 앞에서 사랑을 지킬 수 있을까?”
예고 없이 닥친 질병 앞에서 사랑과 믿음을 지키는 방법

약해지는 몸, 무너지는 정신
예고 없이 찾아온 남편의 질병
암 선고 후 부드러워진 남편
시험대에 오른 사랑
질병은 관계의 틀을 바꾼다
새로운 삶의 방식이 필요하다
허약함과 질병을 받아들이는 것이 나이 듦의 지혜

 

12
“노후의 삶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까?”
웬수 같은 자식들과 손주 돌보기의 문제

웬수 같은 자식들
부모 자식 관계가 약하면 노년이 힘들다
손주 돌보기와 교육
조부모는 미래 세대의 부부상




나는 당신과 함께 나이 들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여는 글

그들은 어떻게 용서하고 화해하며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법을 깨달았을까?

한때 우리는 열정적으로 사랑했다. 파트너에 대한 동경, 저항할 수 없는 욕망, 달콤한 말들… 이런 감정에 충만해 인생을 약속했다. 하지만 열정이 사라진 후에 남는 것은? 그것은 오롯이 둘만의 관계다.


결혼생활은 가치관과 행동, 경험과 취향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살아가는 일이다. 직업, 주택 문제, 아이 양육, 소소한 집안일과 여가 생활, 취향 문제 등 많은 선택 앞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다. 더욱이 시어머니, 외도 같은 이질적인 관계가 둘 사이에 끼어들 때 문제는 복잡해진다.


우리는 관계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우리의 파트너 선택 기준은 자신의 ‘필요’ 혹은 ‘이득’이다. 이런 사실을 부정하기 힘들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의 기대나 욕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순간, 자신의 필요에 부합하는 못하는 순간, 상대는 사랑의 대상에서 미움의 대상으로 바뀌며, 이내 갈등과 다툼으로 이어진다. 이는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이기심이 만들어내는 사랑의 어두운 그림자이다. 그러므로 파트너의 실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고 만족할 수 있어야 진정한 사랑이다. 또한 그것이 오래 유지될 수 있는 관계의 비결이다.


“남편이 바뀌어야 돼”, “아내가 바뀌어야 제대로 살 수 있어”. 이런 생각도 관계를 위태롭게 한다. 바뀔 것이란 기대를 포기하고 사는 게 더 유익하다. 그리고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를(그녀를) 사랑해”라는 생각은 관계에 빛을 비춘다.


부부 및 연인 관계는 함께 일궈내는 세계가 얼마나 흠 없이 유지되는가에 달려 있다. 이 세계가 계속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의견 차이와 충돌, 질병, 성적 갈등, 외도, 예기치 않은 사건 등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은 둘이 일궈낸 ‘내면 이해 작업’, 즉 ‘관계의 기초’에서 나온다.


“함께 행복하게 늙어가자.” 젊은 날에 했던 이런 약속은 정말 지켜지기 힘들다. 하지만 불행한 상황, 예기치 않은 사고, 배우자의 외도와 질병 등 갈등과 변화된 상황을 삶의 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부부의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노력은 오늘날 부부들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이다.


“당신, 아직도 나 사랑해?” _ 부부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

파트너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야 진정한 사랑이 가능하다<
/P>“미숙한 사랑은 ‘당신이 필요해서 당신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성숙한 사랑은 ‘사랑하니까 당신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 웬스턴 처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올바른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너무 높게 평가하지 말고, 자신의 허영심과 거리를 둬야 한다. 상대방을 지나치게 높이거나 광채를 씌우지만 않는다면 상대방은 환히 드러나는 법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를 사랑해’라는 믿음은 우리에게 충만한 사랑의 느낌을 준다.


제3자가 둘의 사랑에 끼어들 경우, 내가 파트너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믿음은 깨진다. 고통의 정도는 자신이 내면에 갖고 있던 자의식에 따라 달라지며, 기본적인 마음 상태와도 관계가 있다. 파트너의 외도와 부정이 어느 정도였는지에 따라, 파트너가 ‘아주 멀리’ 갔는지, 아니면 ‘살짝’ 일탈한 것인지에 따라, ‘사랑’에 대한 확신 정도는 달라진다. 파트너가 아주 멀리 갔다면 그 굴욕감은 잊기 힘들다. ‘누구도 그의 인생에서 나를 대신할 수 없어. 그의 인생에서 난 제일 중요’라는 환상이 영원히 파괴될 것이므로.


파트너가 제자리로 돌아온다면 상처받았다고 해서 사랑을 죽일 필요까지는 없다. 그러나 사랑을 조심하게 될 것이다. 흔히 부정을 저지른 ‘범인들(남자든 여자든)’은 조심해야 되는 상황을 명확히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탈을 하고 돌아와서는 그 사이에 벌어진 틈을 알아채지 못한다. 따라서 관계에 생긴 이런 틈새를 알아차리고 또한 극복해야 한다.


오랫동안 행복한 가정을 꾸려온 부부들은 파트너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렇게 같이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오직 ‘이 사람만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도 물론 환상이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하지는 말아야 한다.


자서전을 쓸 때는 안 좋은 일은 덮어두고, 어떤 일은 남과 다르게 해석해보기도 하며, 남과 다르게 써보기도 한다. ‘사랑의 자서전’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부부관계에서 안 좋았던 일들도 다양한 관점에서 고찰이 가능하다. 망각이 결코 용서와 같지는 않지만, 망각이 저절로 용서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과거와 다른 해석, 과거와는 다른 깨달음에 이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용서가 되는 것이다. 용서와 망각과 다른 해석 사이에 존재하는 이런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부부는 아마도 사랑으로 연결된 부부일 것이다. 그러나 서로 여전히 즐거워할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가장 중요한 사랑의 요소들 중의 하나일 것이다.


“난 그이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알아.” 여자들이 종종 하는 말이다. 이 말이 내게는 사랑의 반대말처럼 들린다. 이 말 속에는 자기의 틀로 상대를 바라보고 자기만이 옳다고 믿는 독선이 들어 있다. 또한 자신의 방식대로 관계의 해법을 찾게 만든다. 사실, 상대를 제대로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신의 파트너를 ‘완전히 알 수 없다는 것. 사랑의 관계에서는 언제나 알 수 없는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사랑의 기초 지식‘이다. 그리고 그것이 또한 결코 그 깊이까지 들어가기 힘든 ’사랑의 비밀‘이기도 하다.


“옛날엔 그 모습이 좋았는데 이젠 지겨워!” _ 편견이 지배하는 관계의 불행

“행복한 결혼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얼마나 잘 맞는가보다 다른 점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는가이다.” - 톨스토이


우리는 서로 다르게 보고 다르게 해석한다

사람들은 자기 경험에 이름을 붙이거나 평가하기를 즐긴다. 그리고 많은 걸 서로 연결시키다. 반복되는 자기 경험들을 해석하고, 종종 여러 방식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해석’이란 한 사람이 겪은 경험들의 요약이다. 이 해석에는 실제로 일어나는 일보다 더 복잡한 내력이 숨어 있다.


정신분석학의 근거를 따져 묻지 않아도 우리는 친구가 갑자기 모든 만남을 끊고 골방에 틀어박힌다면 그를 ‘인간 혐오증’이라고 해석한다. 아니면 ‘우울증’과 연관시켜 그의 모친이 아주 별난 기질을 가졌고, 그의 애인은 폭식증이었다는 등의 일을 떠올리면서 해석을 해댄다. 이렇게 해석을 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훨씬 쉬워진다.


우리는 대개 실제 체험과 체험에 대한 해석을 구분하지 않는다. 즉, 자기의 해석이 실제 그런 것처럼 단정한다. 한 남자가 딸을 학교에서 데려오는 일을 까먹었다고 해보자. 그의 아내는 “남편이 잠깐 졸았나봐”라고 해석한다. 이 해석은 따뜻하게 들린다. 그런데 그의 아들은 다르게 해석한다. “아빠는 남 돕는 일에는 신경을 안 써. 이기적이야.” 아들의 해석은 비판적인 느낌을 준다. 이렇게 해석이 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해석은 자신과 타인, 인간관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해석한다. 해석의 차이는 행동의 차이를 낳는다. 예컨대, 어떤 사람은 일간지에서 사람들 사이의 충돌과 이해관계를 보면서 ‘점점 추락하는 도덕성’을 읽어내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은 그런 이해관계의 충돌이 있다는 사실만을 기계적으로 읽어낸다. 전자는 해석에 통찰력이 개입되어 있고 해석이 행동의 동기가 된다. 하지만 후자는 단지 ‘아는 것’에서 끝난다.


편견은 파트너의 본래 모습을 왜곡한다

해석이 중요하고 다양한 사건들을 아우르는 것들만 있는 건 아니다. 결혼 생활에서 일상의 작은 사건들에도 우리는 해석을 해댄다. “왜 또 그 모양 그 꼴이야?” “당신은 매사에 그런 식이지!”라며 비난할 때 우리는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부부생활에서 ‘여자’는 당연히 가정을 잘 돌봐야 하는 사람이고, ‘남자’는 가정문제에 있어 젬병이라는 편견이 그것이다. 이런 편견들이 쌓이면 부부생활은 단 몇 줄의 문구로 단순화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고정된 해석 없이 살 수 있을까? 사실 고정된 해석 없이 살기는 힘들다. 해석으로 인해 어떤 일들이 설명되고 선명해지고, 방향을 잡게 되고, 계획이 가능해진다. 고정된 해석이 주는 커다란 장점들이다. 정해진 해석의 모델이 없다면 그 자체로 혼란스러운 삶은 훨씬 더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단점은? 그것은 빤히 보인다는 것이다. 사람은 언제나 이미 본 것만을 보고 새로운 것에는 거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남편이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보는 것 말고 제대로 하는 거라곤 없다는 말이 정말일까? 남편이 평생을 쪼잔하게 살아서 정년퇴직을 한다 해도 기분 좋은 일이란 아예 없을 거라는 말이 정말일까? 남편이 본래 멋대가리가 없어서 생활이 무미건조하다는 말이 사실일까? 힘들게 돈 버느라 노는 감각을 잃어버린 가장의 멋대가리라면 좀 이해해줄 수 있지 않을까? 명퇴 당한 사람의 답답함이라면 좀 너그럽게 봐줄 수는 없을까? 노후 걱정 때문에 남편의 씀씀이가 쪼잔해질 수도 있다. 이렇듯 상대에 대한 고정된 해석들은 상대를 제대로 보는 눈을 방해한다. 좀 다른 면으로 바라봐줄 수는 없을까?


눈치를 채든 못 채든,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평생 어떤 해석의 틀에 갇혀 있다. 특히 주변 사람을 보는 해석은 자신의 삶을 형성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어느 정도 부부생활을 해온 사람들은 스스로 위험에 빠진다. 즉, 타인에 대한 경직된 해석을 자기 스스로 강요하고, 해석을 더 이상 변화시키려 들지 않는다. 이럴 때는 관계를 전혀 다르게 보았던 연애 시점을 되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의 모습이 진짜였나? 아니면 지금에야 진짜를 보는 건가?


아니다. “진짜 진실은 있을 수 없다.” 이는 환자들의 과거를 속속들이 파헤쳤던 프로이트가 한 말이다. 진실은 언제나 달라질 수 있고, 심지어 정반대로 달라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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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내게 화나 있는 거야?” _ 용서와 화해에 관하여

“어리석은 사람은 용서하지도 잊지도 않는다. 순진한 사람은 용서하고 잊는다. 현명한 사람은 용서하지만 잊지 않는다.” - 토머스 사즈


상대로부터 완전히 이해받는 일은 불가능하다

완전히 이해받는 것에 대한 동경, 이건 전적으로 아이들의 희망이다. 생존을 위해, 그리고 삶으로의 순조로운 진입을 위해 자신들이 가진 욕구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의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깊은 이해는 신생아 초기에도 불가능하다. 엄마는 젖먹이의 욕구나 ‘언어’를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의 공동체’는 서서히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해의 공동체는 완전히 만족스러울 수가 없다. 각기 서로 다른 바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완전히 이해받는 것이 중요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인간 소통의 한계를 모르거나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파트너십을 갖기 어렵다. 처음부터 상대방이 자신의 욕구를 ‘알아줘야’ 하고, 적기에 자신이 뭘 필요로 하는지 ‘알아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확고하면 파트너십의 미래는 어둡다. 그리고 용서도 힘들다. 상대방이 배려해주지 않는 것을 ‘대역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용서란 세상의 결함과 인간의 약함을 받아들이는 것

‘용서’는 마음먹는 대로 되는 게 아니다. 용서는 내면 깊숙한 곳에서 이루어지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의식적인 용서는 대부분 가치 없고 그저 입으로만 내뱉는 얄팍한 빈말일 뿐이다. 상처받은 자존감, 오해받았다는 느낌, 중요한 일에서 인정받지 못했다는 느낌 같은 상처는 그냥 던져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말 깊이 자리 잡은 상처는 아이들이 아프다고 할 때 호호 불어주는 따뜻한 입김처럼 그냥 슬며시 사라지는 게 아니다.


용서는 하나의 과정이다. 종종 용서하는 사람도 그 과정을 전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녀가(그가) 더는 마음이 아프지 않다는 사실을, 혹은 그녀가(그가) 이젠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녀가(그가) 이제 더는 인정받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이처럼 서로 용서가 되는 순간이 오면 대부분 이런 사실들이 보인다.


원한에 찬 증오심을 가진 부부나 연인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무겁다. 끝날 줄 모르는 흠잡기, 똑같이 반복되는 철없는 짓들…. 이런 커플들은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도 눈에 뜨인다. 기분 상해서 궁시렁거리는 말들. “병 좀 따주면 어때.” “내가 그런 꼴을 당해야 돼?” 얼굴을 찡그리며 조롱하는 소리들. “남편이 그 영화를 보다가 자더라구, 완전 무뇌아….” 이는 상대를 감정적으로 비난하는 일이며, 상대방을 용서하지 않았음을 말한다.


부부생활에서 어떤 것들은 전혀 바뀌지 않는다는 것, 전체적으로 굳어진 생활방식을 바꾸는 건 어렵다는 것… 이를 깨닫는 것은 가장 어려운 삶의 과제다. 물론 변화를 바라며 기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기다림은 인생을 씁쓸하게 만든다. 상대를 어느 정도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 관계에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독선적인 용서는 안 된다. 그것은 파트너에게 주는 가장 심한 모욕 중 하나다.


진정 용서할 수 있을 때 인생은 수월해진다. 여기서 용서는 단지 ‘잊는다’가 아니다. 용서를 받은 사람도 상처받았던 일은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그 일과 관련된 아픔이 더는 없다. 어지러운 ‘세상의 결함’, 보편적 이치인 ‘인생의 약함’을 받아들이는 것은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자유롭게 해준다. 특히 변화가 힘들고 변화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부부에게 이런 깨달음은 내면의 자유를 준다.


“질병 앞에서 사랑을 지킬 수 있을까?” _ 예고 없이 닥친 질병 앞에서 사랑과 믿음을 지키는 방법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 이는 모든 일 중 가장 어려운 일이고 궁극적인 최후의 시험이자 증명이며, 그 외 모든 일은 이를 위한 준비일 뿐이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약해지는 몸, 무너지는 정신

이것은 서서히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시작된다. 빠르게는 사십, 오십 먹으면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고, 생각했던 일이나 할 일을 금방 잊어버리는 것, 사람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것 등이다. 이럴 때 마음이 위축된다.


나이 들수록 새로운 일을 받아들이거나 해내는 게 쉽지 않다. 약해지는 몸을 생각하면 더욱 무력해진다. 몸뿐 아니라 마음도 서서히 약해진다. 누구나 몇 번은 실수하게 마련이며, 그러다 보면 실수가 아니라 진짜 그럴까봐 겁이 난다.


사람마다 위협으로 느껴지는 신호는 다르다. 생각이 다르고 육체의 취약함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수는 있다. 운동과 훈련으로 젊을 때부터 정신과 육체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말들이 언제나 위안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몸과 정신이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하면 오히려 자책감이 들기 때문이다. “꾸준히 운동했더라면!” “뇌를 단련시키는 일을 할 걸!”… 이 목록은 끝이 없으리라.


우리가 알아채기 어렵지만 이런 문제들은 서서히 쌓여간다. 그리고 점점 피곤해진다. 낮잠으로 피곤을 물리친다. 그런데 이래야만 하는 걸까? 예전에는 컨디션이 좋았는데.….


질병은 관계의 틀을 바꾼다

나이 들어가며 생기는 질병은 생활을 크게 변화시킨다. 이런 변화가 뭘 의미할까? 모든 문제들처럼 질병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인간의 운명일 뿐이다. 남편 또는 아내의 강한 면이 얼마나 쉽게 허물어질 수 있는지를 아는 것도 하나의 깨달음이다. 또 허물어지는 과정을 통해 부부에게 다른 가능성이 있음을 알게 되는 것도 깨달음일 수 있다. 혹은 병든 배우자의 다른 면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기도 한다.


자신이 약해졌다고 느끼는 것, 평범한 일상을 처리하는 게 힘들다고 느끼는 것, 이런 것들을 아무 원망없이 받아들이는 것, 그것도 하나의 깨달음이다.


건강문제가 심각해지면 관계의 ‘틀’이 바뀐다. 역할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환자에게나, 활동적인 상대방에게나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틀을 받아들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즐길 수도 있다. 여기에는 단단한 정신력이 요구된다.


새로운 삶의 방식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고 불행한 상황까지 겹치면 새로운 상황을 호기심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이다. 이를 통해 관계가 더 좋아질 수도 있지만, 상대방이 너무 힘들어하는 경우엔 실망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럴 때 다른 방법을 찾아서 균형을 찾는 것이 부부들의 해야 할 과제이다.


“같이 행복하게 늙어가자.” 젊은 날에 했던 이런 멋진 약속은 지켜지기 어렵다. ‘함께 늙어간다’는 말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파트너를 완전히 다르게 경험할 수도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는 수많은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런 혼란은 미미하고 사소한 일들에도 나타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밖에 나가기 싫어하며, 또 어떤 사람은 뭔가를 계속 잊어버리고 운전할 때 큰 실수를 저지르며, 어떤 사람은 자주 피곤해하고, 또 다른 사람은 긴 여행을 내켜하지 않는다. 이러한 모든 것이 삶을 변화시킨다. 이런 경우, 어디까지 파트너와 부딪쳐야 할까? 과거의 생활 방식을 가능한 한 계속 유지하는 것이 더 좋을까? 변화를 겪는 과정에서 우리 부부관계는 어떻게 바뀔까?


어떤 부부의 일상은 큰 무리 없이 바뀐다. 그러나 서로의 욕구가 백팔십도 다를 때 다툼이 일어난다. 따라서 어려움이 찾아올 수 있는 중년 이후에는 함께 합의를 통해 ‘계약 조건’을 바꿔야 하되, 단 그것이 응급처치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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