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동화 새롭게 읽기

   
김영주
ǻ
대교출판
   
15000
2010�� 07��



■ 책 소개
이 책은 전래동화를다원적이며 현대적인 가치로 재해석하고 이것을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감수성ㆍ사고와 비판력ㆍ독창성을 계발할 수있다. 창의성의 관점에서 새롭게 읽는 전래동화는 아이들의 사고를 확장시키고 잠재능력을 일깨울 것이다. 


■ 저자 김영주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소비자아동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에 미국 터프츠대학 (Tufts University) 아동발달학과 방문교수를 지냈으며,현재는 울산대학교 아동가정복지학과 교수로 있다. 저서로 『부모와 교사를 위한 유아 창의성 교육』『유아의 다문화 감수성 키우기』 등이 있고, 아동보육 및 상담 분야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2010년에는 불교아동문학신인상을 수상하며 동화작가로 등단했다. 

■ 차례
1장 왜창의성인가&nbsp&
01 창의성이란 무엇인가?&nbsp& 
02 왜 창의성인가&nbsp& 
03 창의적 사고란무엇인가 &nbsp& 
04 창의적 문제해결의 보고 : 전래동화&nbsp& 

2장 내 아이 전래동화와 만나다&nbsp&
01 전래동화의 힘 &nbsp&
02 전래동화의 재발견 &nbsp& 
03 전래동화의 세계 &nbsp& 
04 전래동화 : 창의성의 세계로 들어가는문&nbsp&&nbsp&&nbsp&

3장 전래동화 낯설게 읽기&nbsp&
01 베짱이는 정말게으른 걸까?&nbsp& 
02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공평한 걸까?&nbsp& 
03 비 오는 날 청개구리가 우는 진짜이유는?&nbsp& 
04 현대에도 해님은 나그네의 옷을 벗길 수 있을까?&nbsp& 
05 전래동화 : 낯설게 들여다보기&nbsp&

4장 전래동화 속에 숨은 창의성 코드찾기&nbsp&
01 왜 전래동화의 주인공은 가난할까&nbsp& 
02 전래동화에 날개를 달자&nbsp& 
03무의식과 의식의 문턱&nbsp&&nbsp& 
04 빈둥거리는 게으름뱅이들&nbsp& 
05 나는 내 복에 살아요&nbsp&
06 딸을 죽일 것인가, 아들을 죽일 것인가&nbsp& 

5장 아이와 함께하는 창의적인 전래동화 읽기&nbsp&
01 창의적 사고기법
02전래동화로 창의성 넓히기 &nbsp& 
03 전래동화로 창의성 다지기




전래동화 새롭게 읽기


1장 왜 창의성인가

왜 창의성인가       

창의성 = 행복한 삶

왜 창의성에 관심을 두는가? 창의적인 삶은 행복한 삶이기 때문이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창의성의 즐거움 : 창의적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창의성은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존재 방식이라고 했다. 그는 창의성은 천재나 신동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가지는 잠재력 중 하나라고 보았다. 그에 의하면 창의적인 사람은 주변의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관찰하며, 그것에 매혹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창의적인 경험을 한다. 창의적인 경험이란 꺼지지 않는 호기심, 무엇인가에 매혹되었던 경험, 뭔가 알아냈을 때의 기쁨 등을 말한다. 이들에게는 창의적인 경험 과정에서 얻는 기쁨과 매혹이 행복한 삶을 이루는 요소들이다. 행복하게 살려면 창의적이어야 한다.


필자에겐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가 있는데 평소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그애가 하루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엄마! 나 아이스케이크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아요." "어떻게 탄생했는데?" "오늘 실수로 만들어진 것들에 관한 책을 보았는데 거기에……." 그러면서 필자뿐만 아니라 오빠와 아빠를 쫓아다니면서 아이스케이크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설명하느라고 바빴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스케이크가 자기 또래 소년의 실수로 만들어진 것을 알고 더 좋아했다. 그러고는 자신도 한번 만들어보겠다면서 필요한 재료들을 사달라고 며칠이나 졸라댔다. 여름이라서 바깥에서 아이스케이크를 얼릴 수 없으니 냉동실에 넣어야 한다느니, 그 소년이 썼던 재료를 구할 수 없자 비슷한 재료로 어떤 것을 써야겠다느니 하면서 모든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내며 딸아이는 행복해 했고, 마침내 완성한 아이스케이크를 먹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이렇게 맛있는 아이스케이크는 생전 처음 먹어." 이러한 소소한 경험이 창의적인 경험이고, 그 경험들이 모여서 창의적이고 행복한 삶을 이루어간다. 창의적인 삶은 행복한 삶이다.


누구나 창의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창의성이 교육이나 훈련을 통하여 계발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의견은 창의성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며, 환경이나 교육을 통해서 얼마든지 계발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주로 칼 로저스나 J.P.길포드, 에이브러햄 매슬로와 같은 인본주의 심리학자들의 입장이나. 이들은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지능지수처럼 창의성도 인간이 지니는 기본적인 능력 중의 하나이므로 교육을 통해 얼마든지 발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입장은 창의성이란 몇몇 특정한 인물에게만 존재하는 능력이며, 무의식적인 영감과 우연에 의해 작용한다고 본다. 따라서 이들에게 창의적 능력이란 교육이나 환경에 의해서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천부적인 능력이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창의적인 인물이 극소수에 불과하며, 그들은 인류의 과학과 문화를 확장시키고 발전시키는 탁월한 업적을 남긴다.


이 책에서는 창의성을 모든 사람에게 잠재된 능력으로, 환경과 교육, 그리고 본인의 흥미와 노력으로 계발될 수 있다고 본다. 모든 사람은 나름대로 계발된 수준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며 살 수 있다. 미하일 칙센트미하이도 창의성을 계발하는 과정에서 몰입을 경험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몰입을 창조적 경험이라고 보았다. 몇 시간이 단지 몇 분처럼 느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무언가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활동이 목적이 되었던 적이 있는가? 바로 그런 경험이 몰입이다. 몰입은 창조적 경험이며, 몰입 상태가 끝났을 때 우리는 행복하다고 느낀다. 몰입 상태를 자주 경험할수록 더 많은 행복을 누릴 수 있다.


필자 또한 청소년 시기에 밤늦게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어보면 어느새 창밖이 환해오던 기억이 있다. 잠깐이라고 느꼈던 그동안 필자는 몰입 상태를 경험했고, 그 경험이 지금까지 책을 읽으면서 살도록 한 것 같다. 필자는 많은 아이들이 몰입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부모라면 자신의 자녀가 무엇이 자신의 생각과 판단인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타인이 정한 기준과 규칙에 얽매여 살길 바라지 않을 것이다. 창의성이란 기존의 문화와 지식 체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보고, 문제의식을 느끼며,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잠재적 본질을 알고 그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고, 그 결과 스스로 자기됨(자아실현)을 이루어나가며,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그리고 꼭 누려야 하는 창의적인 삶이다.



2장 내 아이 전래동화와 만나다         

전래동화 : 창의성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        

전래동화는 정형화된 서두와 결말, 배경, 인물,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전래동화의 요소들은 아이의 창의성을 일깨워주는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서두와 결말

대부분의 전래동화는 옛날 옛적에 혹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로 시작한다. 이 서두는 환상과 실제를 결합한다. 이 구절과 함께 마법이 시작된다. 호박이 마차로 변하고 수백 년간 사람들이 잠을 자고, 돼지와 늑대가 말을 한다. 이 구절은 특정 시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단지 현재의 복잡함과 구속을 떠나 과거의 소박함과 자유로움으로 가게 하는 장치이다. 아이들은 이 구절을 들으며 이때에는 공주와 왕자가 살았고, 사람들은 말을 타고 다니거나 걸어 다녔으며, 여성들은 전통 복장을 하고 다녔다고 상상한다. 아이는 이야기를 들으며 서두를 통해서 독립적인 상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창의성은 상상에서 비롯된다. 인간이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하지 않았다면 비행기는 발명되지 않았을 것이다. 옛날 옛적에로 전래동화가 시작될 때 아이의 창의성의 세계도 열린다.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한 서두의 장치가 전래동화를 통해 창의성으로 들어가는 첫 번째 문이다.


전래동화가 끝날 때는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혹은 아직도 산속에서(혹은 바다 속에서) 살고 있대요 등으로 끝난다. 최운식과 김기창은 『전래동화 교육론』에서 결말의 종류를 끝났음을 나타내는 말(이게 끝이야), 행복한 결말을 나타내는 말(그래 잘 살다가 죽었다), 이야기의 출처를 밝히는 말(이건 어렸을 때 조부님께 직접 들은 말이야), 이야기 자체의 신빙성에 대한 부정적 태도(모두 거짓말이야), 해학적으로 이끄는 말(바로 엊그제가 잔칫날이었는데, 내가 가서 잘 먹고 방금 오는 길이란다)로 나누었다. 이러한 결말은 이야기가 끝났을 때, 다시 현실의 세계로 돌아오게 하는 기능을 한다.


내용의 특성

전래동화는 아이들이 발달해가는 과정에서 성취해야 하는 발달 과업과 관련된다. 생애 초기에 어머니와 분리하여 자신만의 정체감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독립하고자 하는 욕구와 함께 그 반대로 작용하는 심리적인 분리 불안, 배변 훈련 및 사회화를 시작하면서 시작되는 훈육 과정에서 어머니를 향해 발생하는 부정적 감정, 반대 성의 부모에게 끌리면서 생기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형제 사이의 갈등, 성인이 되기 위한 성적 성숙 등은 아이가 성취해야 할 발달 과업이다. 아이들은 전래동화를 읽음으로써 소아적 의타심을 버리고, 긍정적인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며, 윤리적 감각을 익히고,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심리적 힘을 얻을 수 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어머니와의 분리 불안을 다루었다. 「청개구리 이야기」는 "싫어", "안 해"를 연발하며 부모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자율성 획득 시기에 관한 전래동화이다. 이 이야기에서 청개구리의 어머니가 죽었듯이 이 시기의 아이는 심리적으로 어머니를 죽여야 자율감과 독립심을 획득할 수 있다. 아이가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부모로부터의 심리적 독립을 돕는 전래동화는 창의성의 세계로 들어가는 두 번째 문이다.


어머니가 배변 훈련 및 사회적으로 습득해야 하는 규범과 도덕을 가르치기 위한 훈육을 시작할 때, 아이는 이전에 알던 어머니가 지금 나한테 화를 내는 이 사람인지 의심스럽다. 따라서 어머니의 존재를 계모와 친모로 분리시킴으로써 그 의심과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다. 계모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 「백설공주」「신데렐라」「콩쥐 팥쥐」 등이 이것과 관계있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아이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계모에 대해서 마음껏 분노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부모에게 화를 내거나 심지어는 경멸하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의식을 어린이로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좀 더 자라서 이 모순된 정서와 어머니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을 통합할 수 있을 때 아이는 더는 계모 이야기를 즐기지 않을 것이다.


브루노 베델하임은 서양의 전래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분석하면서 헨젤과 그레텔이 과자로 만든 집을 허겁지겁 먹어대는 것으로 상징되는 구순 욕구를 아이가 초월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스스로 세상과 대면해야 하는 시기가 왔는데도 끝까지 부모에게 집착하고 있음을 다루고 있다고 하였다. 그는 「라푼젤」을 질투심 많은 어머니가 사춘기인 딸의 독립을 방해하는 이야기라고 해석하면서 사춘기의 자립을 다루고 있다고 보았다. 또한 「빨간 모자」에서 빨간색은 난폭한 감정을 상징하는 색깔이며, 성적인 감정을 내포하고 있다고 하면서 사춘기의 심리적 문제를 다루는 동화라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전래동화의 내용은 아동의 심리적 발달 단계와 관련되어 있다.  


구조의 특성

전래동화는 여러 문화권에서 비슷비슷한 이야기로 변형되어 나타난다. 같은 문화권이라 할지라도 여러 세대를 거쳐 전달되면서 여러 유사한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전래동화의 구조적 특성은 비슷한 이야기가 여러 문화권에, 그리고 다양한 세대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성경에 나타나는 홍수 이야기는 유대 민족 외에 다른 민족에서도 나타난다. 또 같은 문화권 안에서도 홍수에 관한 여러 버전이 존재한다. 몽족의 홍수 이야기는 아홉 개의 버전으로 존재한다고 한다. 하나의 줄거리를 가지고 등장인물이나 배경, 모티브에 따라 다양하게 변용되는 전래동화를 통해서 아이들은 창의성의 한 측면인 유창성과 융통성을 획득할 수 있다. 이것 또한 전래동화를 통해 창의성의 세계로 들어가는 중요한 문이다.


전래동화의 구조는 단순하다. 서두에는 하나의 문젯거리가 소개되고 등장인물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행동을 한다. 그러한 행동의 결과로 문제가 해결되면 이야기는 끝이 난다. 단순한 시간적/공간적 배경에서 전개되는 사건의 전개와 결말은 아이들로 하여금 이야기의 원인과 결과를 쉽게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사건의 원인과 결말에 대해서 분명하게 이해하고 아는 것은 창의성의 인지적 요소 중 하나이다.



3장 전래동화 낯설게 읽기       

베짱이는 정말 게으른 걸까?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솝 우화 「개미와 베짱이」는 개미는 부지런하고 베짱이는 노래는 잘 부르는데 일을 안 한다는 특유의 속성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구성도 아주 단순하다. 개미는 여름에 부지런히 일하는데, 베짱이는 개미가 일하는 동안 노래만 부르다가 겨울이 되자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을 지경이 된다. 그래서 개미에게 먹을 것을 구하러 가니 개미는 우리가 여름에 열심히 일하는 동안 너희는 그늘에서 노래만 불렀으니 굶어 죽는 게 당연하다고 하면서 문을 닫아버린다.


어렸을 때 필자는 먹을 것을 얻으러 온 베짱이에게 일장 훈계를 하고는 먹을 것을 주지도 않고 문을 닫아버리는 개미가 미웠다. 그래서 베짱이가 주린 배를 안고 돌아가다 길에 쓰러져서 굶어 죽었는지, 혹은 얼어 죽었는지가 궁금했고 동시에 마음이 아팠다. 엄마나 선생님은 부지런하게 살아야지 게으르면 안 된다고만 할 뿐, 아무도 배고픈 베짱이를 외면한 개미의 몰인정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필자는 개미가 나쁘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웬일인지 그 말을 내놓고 하기에는 너무 교훈적인 분위기였다.


요즘 자녀를 키우면서 새로 출판된 개미와 베짱이를 보니 내용이 좀 다르다. 개미가 그동안 마음이 착해졌는지 베짱이에게 부지런하게 일할 것을 훈계하는 건 예전과 똑같지만 그래도 식량은 나누어준다. 다행이다.


우화는 많은 속담이나 격언과 연관되어 있다. 「시골 쥐와 서울 쥐」「여우와 신포도」「토끼와 거북이」는 짧고 간결하며 교훈을 지니고 있다. 우화의 기본적인 목적은 교훈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화의 주제는 도덕적이고, 교훈적이고, 설교적이다. 우화는 단일 플롯으로 되어 있고 짧고 간결한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어서 아동에게는 단조롭고 고리타분하게 느껴져 큰 흥밋거리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화의 교훈적이고 단순한 특성 때문에 아동이 창의적으로 생각할 거리가 많아질 수도 있다.


「개미와 베짱이」를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첫 번째 질문은 베짱이는 정말 게으른 걸까?이다. 다양한 문화산업이 발달하면서 일의 개념이 달라졌다. 각각의 일에 대한 보상도 달라져서 노래 부르는 가수가 열심히 농사를 짓는 농부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가치의 변화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 시대에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과학적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개미와 베짱이」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가 늘어났다. 이솝 우화에서는 개미가 열심히 일한다고 하지만 개미 중에 실제로 뼈빠지게 일하는 일개미는 20퍼센트 안팎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 80퍼센트의 개미는 병정개미, 여왕개미, 수개미로 이것들은 평소에는 일하지 않고 빈둥거리다가 전쟁할 때나 교미할 때만 일을 한다. 또 베짱이는 어차피 겨울에는 살지 못한다. 한 철만 사는 곤충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한철 동안 밤낮없이 날개를 비벼서 소리를 내는 일을 하므로 개미보다 더 부지런하다. 게다가 지구 온난화 때문에 겨울이 점점 짧아지고 있고, 예전처럼 춥지도 않게 되었다. 아예 겨울이 없는 나라도 있다. 그러면 그런 나라에서는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아이들과 함께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이에게 던지는 뾰족한 질문

1. 베짱이는 정말 게으른 걸까?

2. 노래 부르는 베짱이는 요즘으로 치자면 어떤 직업에 해당할까?

3. 개미는 정말 부지런할까? 모든 개미는 다 부지런할까?

4. 올여름에 울어댄 그 베짱이는 내년 여름에도 나타날까?

5. 열대지방에서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는 어떻게 달라질까?


이러한 의문들은 줄거리 전체를 가로지르는 독창적인 질문이다. 창의적 사고능력은 독창성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독창적인 질문을 하려면 먼저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일의 개념과 그에 따르는 보상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며, 심지어는 수요와 공급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또 개미의 생태와 베짱이의 생태도 알아야 한다. 즉 독창적인 질문을 하려면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개미의 생태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면 질문할 거리도 없다. 즉 창의적으로 사고하려면 기존의 지식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흔히 창의성을 전광석화처럼 두뇌를 관통하는 어떤 것 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연구에서는 창의성이 발현되려면 폭넓은 일반적인 지식, 특정 영역에 대한 심오한 지식, 특별한 도구 사용 능력, 기술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노력과 결과물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이런 질문을 할 정도로 아는 게 많기는 쉽지 않다. 그러면 아이들에게 먼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답을 같이 찾아가면서 아이들의 지식을 확장해나가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질문을 해보도록 이끌어주자. 하나의 질문을 생각해낸 다음 그와 유사한 질문들을 계속 생각해보도록 부모나 교사가 도와줄 필요가 있다.



4장 전래동화 속에 숨은 창의성 코드 찾기   

빈둥거리는 게으름뱅이들   

아이들은 빈둥거릴 시간이 필요하다. 많은 전래동화에서 게으름뱅이 이야기가 나온다. 「줄줄이 꿴 호랑이」나 「보리밥 장군」 같은 이야기에는 아무 것도 안 하고 밥만 축내면서 뒹굴거리는 주인공이 나온다. 「줄줄이 꿴 호랑이」에는 어찌나 게으른지 아랫목에서 밥 먹고 윗목에서 똥 싸고, 아랫목에서 밥 먹고 윗목에서 똥 싸고,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으름뱅이가 나온다. 이런 게으름뱅이를 견디다 못한 어머니가 "다른 집 애들은 땅도 파고 나무도 해 오는데, 너는 아랫목에서 밥 먹고 윗목에서 똥 싸고 아랫목에서 밥 먹고 윗목에서 똥만 싸고 있느냐?"고 다그치자 게으름뱅이의 창의적인 작업이 시작된다. 이처럼 창의적인 일을 하려면 빈둥거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혁신 기업 중의 하나인 3M에는 15% 룰이 있다고 한다. 업무 시간의 15퍼센트를 딴짓을 하며 보내는 룰이다. 이 시간에는 책을 읽어도 좋고, 쇼핑을 해도 좋고, 심지어는 잠을 자도 된다고 한다. 바로 창의력을 위해서 빈둥거림을 허용하는 것이다.


유명 그림책 작가 존 버닝햄도 유년기에 많은 시간을 미술실에서 빈둥거리며 보냈다. 자유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것은 그림책을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바탕이다라고 했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가 세워놓은 계획표에 따라 시간을 쪼개어 다니다 보니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시간도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없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하지 않는다.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려면 아이 스스로 현재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하게 하고, 그다음에 부모와 함께 상의하여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도록 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자녀 혼자서 빈둥거리고, 쓸데없어 보이는 공상을 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뭔가를 늘 계획하고 약속과 해야 할 일로 꽉 찬 수첩이나 계획표를 선호하는 부모들이 자녀의 빈둥거림을 참는 것은 자신의 타고난 기질을 거스르는 일이므로 절대 쉽지 않다. 필자는 아들 둘과 엄마 아빠의 시간표가 30분 단위로 계획되어 형광펜으로 관리되는 표가 냉장고에 붙어 있는 집을 알고 있다. 그렇게 사는 삶도 장점이 분명히 있겠지만, 꽉 짜인 시간표는 창의성과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아이가 부모와 반대의 성향이라면 부모와 아이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꽉 짜인 시간표를 선호하는 부모들은 아이의 시간표를 관리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계획표를 변경해야 한다. 아이에게 "시간이 없는데 왜 숙제를 안 하고 있니?"라고 말하기보다 "숙제는 언제 하려고 하니?"라고 물어보는 게 더 좋다. 자녀가 설사 그 시간에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지 않고 있더라도 내버려두는 인내가 필요하다. 설사 아이가 숙제를 못해 가서 선생님한테 혼나거나 불이익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아이의 일이므로 혼자서 감당하도록 내버려둘 필요도 있다.


어떤 중학생 엄마는 아들이 자고 있는데 숙제가 있다는 반장의 문자 메시지를 발견했다. 아들이 숙제를 꼭 해가야 수행평가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엄마는 숙제를 해놓고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아들을 깨웠다. 아들은 숙제를 엄마가 미리 해놓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 해가도 된다고 짜증을 부렸다. 엄마는 아들을 달래고 달래서 엄마가 써놓은 것을 옮겨 적어 학교에 가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얻는 것은 몇 점 안 되는 수행평가 점수이고 잃는 것은 아이의 독립심과 창의성이다.


아이가 숙제를 안 해가거나 시험공부를 안 해서 불이익을 받더라도 아이는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아이가 명백하게 나쁜 길로 간다고 판단될 때에는 강력하게 제재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때에는 아이 스스로 행동을 계획하고 문제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빈둥거릴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5장 아이와 함께하는 창의적인 전래동화 읽기       

전래동화로 창의성 넓히기  

브레인스토밍: 부자는 며느리를 어떻게 고를까?

브레인스토밍은 미국의 광고 회사 사장 알렉스 오스본이 고안해낸 방법이다. 집단적 사고기법이지만 개인이 사용할 수도 있다. 가정에서 아이를 대상으로 쉽게 할 만한 방법이기도 하다. 창의적 사고 중에서 유창성을 계발하기 위한 훈련이다. 브레인스토밍의 목적은 가능한 한 많은 아이디어를 말하도록 해서 그중에서 차의적이고 유용한 아이디어를 말하도록 하려면, 허용적인 분위기여야 하며 아이가 낸 아이디어에 대해서 고정관념을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브레인스토밍은 어떤 아이디어라도 비판해서는 안 되며, 모든 아이디어에 대해서 허용적이어야 한다. 또한 질보다 양을 우선하는 것으로 일정 시간 동안 가능한 한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도록 해야 한다. 브레인스토밍을 통해서 창의적 사고 중에서 유연성, 융통성, 독창성을 키울 수 있다. 브레인스토밍을 하려면 먼저 집단을 구성해야 하는데,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하면 충분하다. 한 가지 주제를 놓고 그에 관한 아이디어를 가족 구성원이 돌아가면서 내놓고, 이것을 기록한다. 엄마나 아빠가 기록하기보다는 아이들에게 기록하게 하여 보다 책임 의식을 갖고 브레인스토밍에 참여하도록 한다.


본격적인 브레인스토밍에 앞서 간단한 연습 문제를 가지고 시험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연습을 마친 후, 전래동화에서 추출한 주제를 가지고 다음의 과정과 같이 브레인스토밍을 해본다. 가능한 한 많은 아이디어를 내야 하며, 앞서 나온 아이디어를 수정하거나 결합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이가 처음에는 장난삼아 아이디어를 내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아이의 의견을 판단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처음부터 이야기를 전부 들려주지 말고 문제가 제시되는 부분까지만 읽어 준다.


옛날 어느 부자가 살았어요. 이 부자에게는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어요. 우리 집안의 살림을 잘 지켜줄 며느리가 들어와야 할 텐데, 어떻게 하면 좋은 며느리를 고를 수 있을까? 이게 바로 부자의 고민이었어요.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하고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해 취학전 아이에게는 그림을 그려보게 하거나 역할 놀이를 하게 할 수 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에게는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이해하기 위한 퀴즈 대회를 여는 것도 좋다.


가정에서 자녀와 엄마가 전래동화를 읽을 때라면 자유롭게 그냥 물어봐도 된다. 같은 질문에 대해서 엄마와 자녀가 번갈아가며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것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서라면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방법이 가장 보편적이다. 이 경우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지킨다면 더욱 효과적인 브레인스토밍을 할 수 있다.


첫 번째 주의 사항은 모든 아동이 참여하는 게 좋다. 따라서 돌아가면서 이야기하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손을 들고 이야기하면 모든 아동이 다 참여하기는 어렵다. 두 번째 주의 사항은 시간을 정해놓고 하라는 것이다. 시간을 정해놓지 않으면 비슷비슷한 의견이 계속 반복될 수도 있고 활동 자체가 늘어지지 쉽다. 10분 정도만 시간을 제한하면 집중적으로 브레인스토밍을 할 수 있다. 세 번째 주의 사항은 허황된 의견이라고 생각해도 비판하지 말고 수용하라는 것이다. 이상의 주의 사항만 지키면 브레인스토밍은 취학전 아이나 초등학생, 중학생, 어른을 막론하고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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