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어떻게 성공하는가

   
에바 반 덴 브룩, 팀 덴 하이어 (지은이), 최기원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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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신문사
   
21000
2025�� 02��



■ 책 소개


“행동의 이유는 뇌 안에 있다”
뇌의 인지 편향을 깨닫고, 선택의 주인이 되는 방법

‘집파리 효과’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작은 환경 변화가 행동을 크게 좌우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 소변기에 그려진 파리 그림처럼, 미세한 유도가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행동경제학에서 자주 인용된다. 이 책은 이러한 집파리 효과를 중심으로 우리의 선택이 어떻게 형성되고, 그 결과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이고 흥미롭게 조명한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독자들은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보다 주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도구와 통찰을 얻게 된다.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한 이론적 깨달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독자들이 자신의 행동과 선택을 더욱 주체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내리는 모든 선택의 이면에는 특정한 심리적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이를 이해할 때, 비로소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고 진정한 자유를 되찾을 수 있다.

■ 저자 
에바 반 덴 브룩
저자 에바 반 덴 브룩은 네덜란드의 행동경제학자이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며 암스테르담 대학에서 행동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위트레흐트대학교(Utrecht University)에서 강의하고 있다. 재단법인 행동 인사이트 네덜란드(Behavioural Insights Nederland)의 설립자로, 기업가, 학생, 미취학 아동, 소비자, 재소자와 관련된 정부 정책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정기적으로 워크숍과 강의, 특별 강연을 진행하며 칼럼과 블로그를 통해서 연구와 통찰을 공유하고 있다.

팀 덴 하이어
저자 팀 덴 하이어는 크리에이티브 기획자이다. 행동 디자이너이자 카피라이터이기도 하다. 광고 컨설팅 회사 브레인 크리에이티브(B.R.A.I.N.Creatives)를 설립했다. 하이네켄과 이케아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의 광고에 20년간 참여했다. 뉴욕과 칸 등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경력이 있다. 라이덴대학교(Leiden University)에서 네덜란드어 언어학 석사, 위트레흐트대학교(Utrecht University)에서 매스커뮤니케이션을 부전공했으며, 행동 디자인 아카데미에서 행동 디자인, 토론토대학교에서 행동경제학, 코펜하겐 비즈니스 스쿨에서 신경 마케팅과 소비자 신경과학에 관한 자격을 각각 획득하였다. 주로 광고 캠페인, 브랜드 전략, 넛지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에 관해 활발하게 강연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 역자 최기원
역자 최기원은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국제관계학,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통역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각종 국제회의에서 동시통역사로 활약하고 있으며,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전문번역가로도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삶의 방식으로서의 철학’,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루이스 헤이의 치유 워크북’, ‘롱:텀씽킹’, ‘실전 협상의 기술’, ‘디자이닝 브랜드 아이덴티티(공역)’ 등이 있으며, ‘그래서 쉬운 영어’를 집필했다.

■ 차례
들어가며

1장 뇌에 쉽게 속아 넘어가는 우리들
2장 왜 뇌는 본능적으로 나태해지는가
3장 뇌는 상상의 고통에서 도망치고 싶다
4장 다른 사람과 같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뇌
5장 지금 당장 원하지만 아직 하고 싶지 않다
6장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뇌가 주목하고 있다
7장 보상은 어떻게 주어져야 하는가

나가며
부록
주석
참고문헌

 




뇌는 어떻게 성공하는가


들어가며

우리 행동은 누군가에 의해 유도되고 있다

쇼핑을 할 때 항상 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손에 잡는다. 여행지로는 날씨가 좋은 곳을 선택한다. 식당을 고를 때는 붐비는 가게에 들어가려고 한다. 마트에서는 먼저 채소나 토마토를 장바구니에 담다가 계산대 직전에 달콤한 초콜릿을 넣는 경우가 많다. 좋아하는 브랜드의 티셔츠는 조금 비싼 것 같아도 쉽게 돈을 지불한다. 하루 1만 보라는 목표를 세우고 나면 조금 더 먼 길을 돌아서 집으로 돌아가 보려는 마음이 생긴다.


평범한 일상 같아 보이지만, 이 모든 경우에서 행동은 생각지도 못했던 무언가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 ‘언뜻 보기에 사소한 것이 사람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 이를 집파리 효과(housefly effect)라고 이름 붙였다. 그렇다. 소변기의 파리에서 영감을 얻은 이름이다. 하지만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에서 유래한 이름이기도 하다. 나비 효과는 나비 한 마리가 피렌체에서 날갯짓을 하자, 그것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킨다는 데서 유래했다. 다행히도 집파리 효과는 나비 효과보다 훨씬 더 예측하기 쉽다. 따라서 집파리 효과를 인식하면, 필요에 따라 피하거나 공략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뇌에 쉽게 속아 넘어가는 우리들

내 얘기인 것 같다고 누구나 생각한다

이 책 표지 디자인은 두 가지 컬러 버전으로 만들었다. 퍼머넌트 화이트와 코발트 옐로우. 당신은 어떤 컬러의 책을 구입했는가? 이 책을 보고 있는 당신은 서점에서 코발트 옐로우 버전의 책을 골랐다. 코발트 옐로우 버전을 선택한 사람은 일종의 내향인이다. 하지만 동시에 사교적인 성향도 강하며 다른 사람과의 흥미로운 대화에도 관심이 많은 사교적-내향성(S-I타입)의 사람이다. 바로 이 두 가지 상반된 차원이 합쳐져 이 성향만의 특별한 개성이 있는 사람이다. 이러한 성향의 사람들은 아주 흥미로운 투자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뭔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을까? ‘이상한데?’라고 느꼈다면, 제대로 느낀 것이다. 결국, 코발트 옐로우 표지 한 종류의 책만 진열대에 올라와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이거 내 얘기잖아’라고 느낀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집파리 효과의 고전, 포러 효과(Forer effect)가 작용한 것이다. 혹은 바넘 효과라고도 한다. ‘내 얘기 같은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의미다. 여태껏 점쟁이와 손금 보는 사람들은 이 효과로 생계를 유지해 왔다. 오늘날에도 소셜 미디어에는 ‘내향인이면서 사교적인 사람이라면 이렇게 하라’는 게시물이 범람하고 있다.


당신을 착각하게 만드는 뇌의 메커니즘

뇌는 종종 속임수를 쓰기도 하지만,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니 걱정하지 말라. 뇌는 가장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현실을 가장 실용적이고 유익하게 이해하도록 발달해왔다. 뇌는 결정을 내릴 때 작용하는데, 그 과정에서 대변인 즉 의식적 부분을 지정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이러한 결정을 설명하고 정당화하는 역할을 한다.


어느 사회에서든 소속감을 느끼려면 몇 가지 자질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건전하게 자신감 있는 마음 상태도 필요하지만, 수그릴 줄 아는 겸손함도 중요한 덕목이다. 신뢰와 공감 능력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인성적 자질은 짧은 기간에는 없어도 있는 듯 행동할 수 있지만, 오랫동안 보는 관계에서는 속이기 어렵다. 아무리 숙련되고 경험이 많은 배우라도 의도치 않게 자신이 연기하는 역할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항상 특정 인물이나 행동을 완벽하게 유지할 수는 없으며 때때로 자신의 진짜 모습이 드러날 수 있다는 의미다. 자기 자신이 이미 특정한 성격이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내적 ‘대변인’ 즉, 스스로가 믿도록 설득시키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그 사실을 쉽게 받아들인다. 이것이 바로 자기기만의 힘이다. 위험천만한 선동가와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은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지어낸 이야기를 굳게 믿고 이를 토대로 추종자들을 현혹하는 듯하다.


인간의 의식은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악할 수 없다

‘내면의 목소리’, 즉 내면의 독백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대화에 대비하기 위해 내면의 목소리가 작동한다는 이론도 있다. 예를 들어, 함께 나눠 먹기로 한 바구니에서 사과를 너무 많이 가져왔다. 뇌는 앞으로 곧 누군가에게 하게 될 변명에 대비해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지 배가 고프네’라고 생각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내면의 목소리는 자신의 강점을 강조하고, 약점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자기만의 목소리(narrative)로 발전한다. 그런데 이러한 진화론적 설명은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검증하기는 어렵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의 ‘의식’이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머릿속에서 ‘상사, 동료, 어머니, 형제에게는 분명히 이 단점이 보이는데 나한테는 딱히 없는 것 같아’라는 목소리가 들리더라도 일단 제동을 걸고 ‘꼭 그런 건 아닐 텐데’라며 객관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마음가짐이나 각오보다 환경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

처한 상황에 따라 우리 행동은 달라진다. 하지만, 성격이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영국에서 제작한 행동 관찰 예능을 보자. 예능 방송 ‘템테이션 아일랜드’에서 커플들을 성적 유혹에 노출해 새로운 이성에 한눈을 파는지를 테스트한다. 참가자들은 섬에 도착하기 전에는 자신이 정절을 지키고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별장에 들어서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더위, 태양, 술, 그리고 호화로운 환경이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게 만들고, 결국 주어진 환경이 마음가짐이나 성격을 압도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반복된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 교회에서와 헬스장에서, 상사 앞에서와 파트너 앞에서, 학교 운동장에서와 나이트클럽에서 다르게 행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모두가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는 상황의 영향을 계속 과소평가하고 있다.



왜 뇌는 본능적으로 나태해지는가

많은 정보보다 알기 쉬운 정보가 더 효과적이다

웹 디자인의 명저로 알려진 ‘사용자를 생각하게 하지 마’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인간의 뇌는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 이를 인지적 유창성(cognitive fluency)이라고 한다. 책의 제목처럼 무언가가 즉시 명확하게 보이면 뇌에 긍정적인 느낌을 주게 된다. 이해하기 쉬우면 단순해 보일 뿐만 아니라 기분도 좋아진다. 이미 바쁜 전전두엽 피질에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위험한 집파리 효과다. 그 내용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발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생각하지 않으면 비판적 정신도 잃게 된다.


요컨대 도미노 피자의 ‘배고파, 딩동, 피자다(Man hungry, ding-dong, pizza)’라는 슬로건은 피자 배달 서비스가 어떤 것인지 최소한의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광고 카피라이터인 팀은 이 매력적인 슬로건을 아직도 부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도미노 피자 입장에서는 아쉬움을 느꼈을 것이다. 신선한 재료, 바삭한 도우, 그리고 다양한 채식 옵션과 같은 중요한 요소들이 이 단순한 메시지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의 마케팅 방식은 환경 문제, 경제 정책, 과학 연구와 같은 주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들 분야의 사람들은 메시지를 단순화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메시지가 길고 복잡해져 단순한 캐치프레이즈를 사용하는 경쟁자에게 크게 뒤처지게 된다.


선택지를 없애는 것이 성공적인 판매의 핵심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과 좁히는 것이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잘 보여주는 것이 스탠포드 대학과 컬럼비아 대학의 유명한 실험이다. 이 실험은 사람들에게 광범위한 선택지와 제한된 선택지를 제시할 때의 차이를 보여준다. 대형 매장에 잼 진열대를 설치하고 맛이 다른 24종을 진열했을 때와, 6종을 진열했을 때의 판매량을 추적했다. 6가지 맛만 제공했을 때는 쇼핑객의 12%가 상품을 구매했지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했을 때는 구매율이 2%에 불과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이는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고객은 선택에 대한 불안감이 생겨 선택 자체를 포기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현상은 ‘포보 증후군(FOBO, Fear of Better Options)’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더 좋은 물건이 있으면 어떡하지?’라는 심리다. 그 대표적인 예가 LA의 대형 레코드 매장인 아메바 뮤직(Amoeba Music)이다. 전 세계의 레코드 수집가들이 이 가게를 찾아온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실제로 매장을 돌아다니며 불만족스럽게 느끼는 손님도 적지 않다.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서 제대로 쇼핑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브랜드 리뉴얼의 실패는 습관과 연관되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이 제한되자 사람들은 자신이 습관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항상 이웃과 함께 생일을 축하했는데 이제는 불가능하다. 정부는 사퇴하라”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게시물이 자주 보였다.


한편, 여행 업계에서는 믿을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났다. 많은 사람들이 ‘아무 데도 가지 않는 항공편’을 예약한 것이다. 다른 나라로 입국할 수는 없었지만, 공항이나 역을 떠나지 않고 그곳에 도착한 후 바로 돌아오는 방식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덕분에 매년 느꼈던 여행의 설렘을 다시 경험할 수 있었다. 이에 항공사들은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고, 단순히 경치를 감상하는 항공편’을 위한 특별 서비스를 도입했다. 콴타스항공의 호주 상공 비행편은 10분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싱가포르항공은 비행기를 타고 활주로에서 기내식만 먹는 색다른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렇다. 수백 명의 다른 승객과 나란히 앉아 먹는 그 기내식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인기를 끌었다. 항공사가 ‘목적지보다 그 여정 자체가 더 중요하다’라는 개념을 새롭게 해석하여 습관적인 집파리 효과를 현명하게 활용한 사례였다.


행동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캠페인에서는 일관성에 호소하는 메시지가 자주 사용된다. 예를 들어, “당신은 도둑질을 하지 않죠? 그럼 왜 불법으로 영화를 다운로드하는 거죠?”라고 묻는다.


원하는 행동이 이미 습관화된 행동이라면 가급적 바꾸지 않는 것이 좋다. 브랜드명 변경이나 지속적인 이용을 유도하는 이메일 등 급격한 변화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중간에 그만두는 게 아까워서 새로운 습관을 만든다

만약 아직 고객들이 회사가 원하는 행동으로 습관화되어 있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온종일 고객의 머릿속에서 집파리 효과가 발생하도록 고객에게 지속해서 메시지나 광고를 보낼 수 있다. 고객이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주 제품이나 서비스를 상기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그 아주 간단한 예가 바로 카페 포인트 카드다. 프라푸치노 11잔을 마시고 12잔째를 공짜로 받을 때쯤이면 커피를 즐기는 습관이 몸에 배어 무료 음료를 받는 것보다 더 큰 비용을 쓰게 된다. 포인트 카드가 새로 발급될 때 바리스타가 스탬프를 하나 더 찍어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때 부여된 진행 효과(endowed progress effect)가 작용한다. ‘여기까지 스탬프를 모았으니 중간에 그만두는 것은 아깝다’고 느끼는 것도 이 효과 때문이다. 뇌는 지금까지 투자한 에너지, 돈, 노력을 낭비하는 것을 싫어한다.


좋은 습관을 만드는 데 집파리 효과를 이용하는 방법

하지만 좋은 소식도 있다. 이러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잘 활용하면 좋은 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목표가 자주 실패하는 이유는 의도-행동 간극(intention-action gap)이라는 행동 경제적 개념을 통해 접근해 볼 수 있는데, 좋은 의도가 항상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처럼 의도와 실제 행동 사이에는 종종 간극이 생긴다. 목표를 너무 높게 설정해서, 동기 부여가 극대화될 때만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매일 2시간 이상 운동하기’와 같은 높은 목표는 동기부여가 높은 날이 아니면 달성하기 힘들다. 동기부여와 우선순위는 변하기 쉽다. 의욕이 없고 행동이 습관화되어 있지 않으면 금방 실패하고 의욕이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실리콘 밸리식 기법을 활용해 보면 어떨까? 우선 행동을 기록하고 시각화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집 벽에 걸어둔 작은 칠판에 일수를 적는 간단한 방법으로도 충분하다. 예를 들어 ‘7일 연속 설탕 안 먹기’로 정해 보자. 목표에 도달하면 최신 유행 신발을 스스로에게 선물하거나, 평소 비싸서 시도하지 못했던 고급 커피를 마시러 가는 등 자신을 행복하게 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형태로 ‘상’을 주라.


이 밖에도 ‘알람시계’를 이용해 습관을 일깨울 수 있다. 알람시계는 우리 뇌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트리거’ 역할을 해줄 것이다. 또는 새로운 습관이 기존 습관에 업혀 가는 효과를 활용하라. 미국의 습관 전문가 BJ 포그(BJ Fogg)는 건강한 습관 형성을 위해 매번 화장실에 다녀온 후에 팔굽혀펴기를 한 번씩 할 것을 권장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뇌가 주목하고 있다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이 된다

똑같은 것을 반복하다 보면 같은 것이 점점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우리의 뇌는 생존을 위해 익숙하고 안전한 것을 선호하도록 작용한다. 어떤 대상을 여러 번 보고도 여전히 무사하다면, 뇌는 그것을 해롭지 않고 친근한 것으로 인식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뇌가 무언가를 반복적으로 제시받으면 뇌에서는 ‘처리 유창성(processing fluency)’이라는 현상이 일어난다. 뇌에 그 대상을 인식하는 경로가 생겨 그 대상을 쉽게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그것을 편안하고 긍정적인 것으로 느낀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는 어떤 사물이나 사람에게 그런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는지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유행하는 노래는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몇 번 듣다 보면 귀에 익숙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것도 반복이 가져오는 효과다. 동네 가게가 문을 닫으면 한 번도 쇼핑한 적이 없는데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같은 원리이다.


새로운 디자인을 받아들이게 하는 비결

사회 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스(Robert Zajonc)는 앞과 같은 현상을 광범위하게 연구하여 단순 노출 효과(mere-exposure effect)라고 명명했다. 단순히 무언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감정이 유발되는 효과를 뜻한다.


자이언스의 실험에서 의미 없는 한자를 포스터에 붙여 전시한 뒤, 학생들이 그 한자의 의미를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지 평가하도록 했다. 몇 주에 걸쳐 전시한 후, 결과는 어떠했을까? 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학생들의 평가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이 실험에 이어 한자에 그림을 포함한 버전을 진행했고, 이미지를 노출하는 기간이 길수록 그림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과연 해가 없을까?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며 뉴스의 헤드라인을 자주 장식하는 정치인에 대해 생각해 보자. 단순한 반복 노출이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저널리스트들은 때때로 논란이 되는 주장이나 자극적인 인물을 다루면서도 그것이 공익을 위한 일이라 믿는다. 하지만 매일 매일 같은 얼굴이 뉴스에 나오면 어떻게 될까? 시청자들은 이 정치인이 나쁜 사람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같은 얼굴을 여러 번 본 결과 감정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단순 접촉 효과를 경험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작은 행동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새로움과 익숙함의 조합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단순 접촉 효과와는 반대로, 반복하고 반복하다 보면 너무 익숙해져 버리는 경우는 없을까? 그럴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경우 전혀 다른 현상이 발생한다. 너무 익숙해진 결과, 대상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를 부주의맹(inattentional blindness)이라고 칭한다.


대인 관계가 삐걱거리는 것도, 반복되는 일상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교통사고도, 이 때문인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익숙함에서 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놀라움의 요소를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람은 낯선 것을 보면 경계심을 높이고, 긴장하고, 흥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익숙한 놀라움’의 콘셉트를 활용하는 전략은 효과적이다. 익숙하지만 약간의 신선한 충격을 준다는 통찰을 토대로 브레인스토밍한다면, 최상의 아이디어들을 추려내기 쉽다. 먼저 화이트보드에 세로선 3개를 그려 화면을 4등분하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는 4개의 영역에 각각 ‘지루함’, ‘익숙함’, ‘놀라움’, ‘혼란’이라고 적는다. 모든 아이디어를 이 축에 배치해 보라.


최근 방영한 TV 성공작이나 히트곡은 어디에 위치시킬까? 아마 익숙함과 놀라움의 중간일 것이다. 무언가가 지나치게 익숙하고 예측 가능해지면 지루해질 수 있고, 반대로 놀라움이 너무 크면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최고의 지점은 그 중간 지점이다. 그 곳에서 바로 최고의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새로운 통찰을 기대하지만 익숙한 아이디어가 보인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공감대를 통한 깊은 이해를 돕기 위한 전략임을 알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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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