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물고기 황옥공주를 아세요

   
신영미 글, 권진혁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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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엘미디어
   
11000
2023�� 08��



■ 책 소개


나는 물고기일까, 사람일까? 다시 인어로 돌아갈 수 없었던 여인의 운명!

제가 있는 곳에서 넓게 펼쳐진 해운대 백사장이 한 눈에 보입니다. 바닷가 바위 위에는 황옥공주가 앉아 있어요. 전설이 담긴 인어상이지요. 동백섬을 거닐 때마다 궁금했답니다. 황옥공주는 어떤 사람일까, 무슨 사연이 깃들어 있길래 인어의 모습일까. 그녀의 꿈이 이루어졌다면 어땠을까?

꿈과 희망, 사랑이 넘치는 부산 바다에 온 것을 환영해요. 그럼 함께 탐험을 떠나 볼까요?

■ 저자 신영미
배움을 즐기는 동화 작가. 자연과 함께 스스로 자라는 아이들의 신비한 매력에 푹 빠졌어요. 덕분에 아름다운 내일을 꿈꾸며 오늘도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삶이 다하는 날까지 귀담아듣고, 생각하고, 기록할 거예요. 쓴 책으로는 《미래 식량, 곤충 먹는 아이들》 《우리도 할 수 있어! 탄소 중립》《부산 물고기-황옥공주를 아세요?》등이 있습니다.

■ 그림 권진혁
추억을 그리는 웹툰 작가. 블로그 ‘HJ프로덕션’을 운영하며 에세이 《안남92》와 경제만화 《주린이》를 일주일에 한 편씩 연재하고 있습니다. 바닷속 세상을 그리워하는 황옥공주처럼 마음이 담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한답니다. 대표작으로는 《안녕 내 작은 사랑아》 《늘봄》이 있습니다.

■ 차례
1장 나로 말할 것 같으면
2장 운명적인 만남
3장 인어의 전설
4장 사랑에 빠지다
5장 달빛의 추억
6장 바다의 교향곡
7장 부산 물고기
8장 사랑을 노래하다

 




부산 물고기 황옥공주를 아세요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내 기억으로는 피아노를 배우게 된 다섯 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지요. 하지만 어른들은 현실이 더 중요하다고 했어요.

사실 나는 뛰어나게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은 아니랍니다. 나는 피아노뿐만 아니라 드럼과 기타를 연주할 수 있고, 노랫말을 지을 수도 있어요.

요즘 새로운 음악을 구성 중이에요. 사랑 노래를 만들고 있죠.

머릿속이 뒤죽박죽될 때에는 해변을 산책해요. 이곳은 동백나무가 많은 섬이에요. 추운 겨울날에도 여기저기서 동백이 도도하게 피어나요.

오늘따라 바다가 더 출렁입니다. 얼마 후 동백섬에 짙은 안개가 자욱하게 퍼집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어요. 으스스한 분위기예요. 가슴도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어요. 슬픈 노래 같은 짙은 울음소리가 들린 것은 바로 그때였습니다.
 

운명적인 만남
“왜 울고 있나요?”

나는 용기를 내어 물었어요. 그녀는 흐느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딱 봐도 내 또래인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소녀의 얼굴에서 환한 빛이 났어요.

“사실 나는 사람이 아니라 물고기예요. 막내 이모를 찾기 위해 힘들게 이곳까지 오게 됐어요.”

“네, 그럼… 당신은 동화 속에 나오는 인, 인어, 인어 공주?”
순간 나는 숨이 턱 막혔어요.

“그동안 비밀을 얘기할 사람이 없어서 참 외로웠는데, 괜찮다면 우리 친구 할 수 있을까요?”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그날부터 우리는 친하게 됐어요. 그것도 오랜 친구처럼 편안한 사이로 말이에요.

인어 공주도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정말 놀라웠죠. 지금부터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를 시작할까 합니다.


인어의 전설
나는 깊은 바닷속 수정궁에서 왔어. 그곳은 태평양의 아주 깊숙한 곳에 있고, 바다의 왕인 우리 할아버지가 오랫동안 다스렸지.

난 다른 인어들처럼 얌전하게 앉아서 머리를 빗거나 노래를 부르기는 싫어. 지겹고 재미없으니까.

어느 날, 어부들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는 명령을 어긴 것을 알게 된 할아버지가 크게 화를 내며 말했어.

“계속 그러면 네 막내 이모처럼 인간 세상으로 쫓겨날 줄 알아라.”

나에게는 이모가 다섯 명이 있는데, 그중에서 막내 이모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육지로 떠났대. 할아버지는 자기가 바다에서 영영 내쫓았다고 말했지만, 막내 이모가 육지의 여왕이 됐다는 것을 수정궁 물고기라면 모를 리가 없지.


사랑에 빠지다
바다거북의 말에 의하면 우리 이모는 아주 용감했대.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밤, 두 동강이 난 배와 함께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사람을 구했다고 했어.

이모가 그 남자의 입술에 키스를 여러 번 했대. 또 살아날 수 있게 해달라고 바다의 신에게 기도도 했고. 대박! 눈물까지 흘렸다고 했어. 첫눈에 반하면 그렇게 되는 건가?


달빛의 추억
“동화책에 나오는 줄거리와 같은 듯 다른 부분이 많네. 도대체 어떻게 왕비가 되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어느 새 나는 인어 공주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어요.

“제 이름은 황옥이에요. 은혜 왕과 결혼하기 위해 멀리에서 왔답니다. 무궁은 예의가 바른 나라이니 왕이 직접 나를 맞이하는 것이 당연하겠죠.”

육지에 도착했을 때 이모는 입고 있던 비단 속바지를 벗어 하늘 높이 던졌는데, 신기하게도 다리가 있는 여인의 모습이더래. 그리고 벌써 짐작했겠지만, 청혼을 받은 사람은 이모가 목숨을 구해준 그 남자였고.

은혜 왕도 첫눈에 왕비가 될 이모를 알아봤대. 서로를 깊이 사랑하게 된 은혜 왕과 황옥왕비는 살면서 아들을 열 명이나 낳았고, 무궁은 날로 번창하게 되었단다.

“아름다운 러브스토리야.”

인어 공주의 표정이 곧 어두워졌답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무궁의 왕비가 되기 위해 이모는 가족도, 고향도 버려야만 했어. 무엇보다 왕실의 법도를 따르려면 보통 힘든 게 아니래. 그동안 물고기로 자유롭게 헤엄치고 살다가 갑자기 사람이 됐는데, 바닷속 세상이 그립지 않았겠어? 어느덧 아이들도 다 커서 하나둘 곁은 떠나니 더 외로웠을 텐데…,”

“맞아, 이모는 한번 인간의 몸이 되면 두 번 다시 인어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대. 그런 왕비를 걱정한 왕이 선물한 것이 바로 이 꽃이야.”

인어 공주의 손에는 붉은 동백꽃 한 송이가 놓여 있었어요.


부산 물고기
“혹시 네가 찾던 무궁은…”

“맞아. 바로 이곳이야.”

“정말? 진짜 대박!”

“무궁에 와서 직접 보니까 이모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 것도 같아. 황옥공주는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거야. 그래서 부산 물고기가 되었지.”

“멋진 왕비님!”

“나도 이제 선택할 때가 되었어.”

인어 공주가 바다에 앉아 노래를 불렀어요. 인어 공주의 목소리는 천상에서 울리는 음악 소리 같았습니다.


사랑을 노래하다
“우리 또 만날 수 있겠지?”

“이거 너 줄게.”

나는 동그란 수정구슬을 건네받았어요. 그녀의 눈동자처럼 푸른빛이 나고 있었지요.

“바다가 생각나면 귀에 대 봐. 그리고 보름달이 뜨면 이 구슬에 달을 비춰 보면 돼.”

수정구슬에 귀를 대면 시원한 파도 소리가 들립니다. 그럼 바닷가에서 인어공주와 얘기하던 기억이 자연스레 떠올라요.

구슬의 소리에 귀 기울여 봐
구슬에 보름달을 비춰 보면 돼

자전거를 타고 곧장 해변으로 갔습니다. 보름달은 길을 밝혀주었어요.

“무슨 소원을 빌까?”

수정구슬에 달빛을 비추면서 생각했어요. 바로 그때 구슬에서 섬광이 번쩍 빛나 눈이 부셨습니다. 감았던 눈을 떠보니 왕관을 쓴 한 여인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본능적으로 황옥왕비라는 것을 알았답니다. 나는 아무 망설임 없이 왕비에게 구슬을 주었어요.

황옥왕비가 수정구슬에 보름달을 비추자 왕비에 몸에서 강력한 마법같은 불길이 솟구쳤습니다. 불꽃이 사라졌을 때 그녀의 다리는 물고기 꼬리로 변해있었죠.

“천년을 기다렸어요. 바다 마녀의 저주를 풀어줄 사람, 바로 당신이었군요! 잊지 않겠습니다.”

황옥공주로 변신한 왕비가 말했어요. 그리고는 장난기 많은 아이처럼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며 행복한 미소를 띠었지요.

“진짜 모습을 찾게 되어 너무 기뻐요.”

범고래와 함께 고향으로 가는 황옥공주를 배웅하며 내가 말했어요. 그녀는 인어 공주에게 내 소식도 전해줄 거예요.

공주가 떠나자 붉은 동백꽃 한 송이가 바람에 날려 와 해수면 위에 떠 있었습니다. 바다 요정과 은혜 왕이 선물한 바로 그 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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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