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바꾼 14가지 약 이야기

저   자
송은호
출판사
카시오페아
가   격
16,000원(268쪽)
출판일
2020년 08월






일상을 바꾼 14가지 약 이야기


피곤하고 몸이 무거울 땐─비타민제

어떤 비타민을 먹는 것이 몸에 더 좋을까?

“어떤 비타민이 제일 좋나요?” 약국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사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참 난감하다. 시중에는 엄청나게 많은 조합과 종류의 비타민제가 있고, 비타민 성분만 따져도 여러 가지에다 기능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개개인마다 어떤 비타민이 필요한지, 각 비타민이 권장 섭취량에 미달하진 않는지 또한 상한 섭취량을 초과하지 않는지 등 일일이 따져봐야 하는 부분도 많다. 요즘같이 불량 식, 의약품이 문제가 되는 시대일수록 원료와 공정 과정 또한 잘 살펴봐야 한다.


여러 가지 알아볼 것이 많아 머리가 아픈 당신을 위해 딱 한마디로 정리해 주겠다. “약 포장에 ‘일반의약품’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사세요.”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비타민은 크게 ‘일반의약품’으로 나온 제품과 ‘건강기능식품’이란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약국에 비타민을 먹고 싶지만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오면 나는 일단 일반의약품으로 나온 비타민을 선택하라고 권한다. 그러면 여기서 또 궁금한 점이 생길 것이다. ‘왜 하필 일반의약품을 사야 하는 걸까? 일반의약품이든 건강기능식품이든 이름만 다를 뿐, 효능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


고작 이름 하나를 얻기 위해

의약품은 사람의 질병을 진단·치료·처리·경감·예방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약을 말한다. 그래서 일반의약품의 뒷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효능·효과가 자세히 적혀 있고, ‘OO의 예방 및 치료’라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일반의약품이 이 문구를 기재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예방·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반면 건강기능식품은 약이 아닌 식품으로서 ‘인체에 유효한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제조한 식품’을 말한다. 약이 아니라 식품이기 때문에 일반의약품처럼 효능·효과나 예방·치료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 실제로 건강기능식품 뒷면을 보면 영양·기능 정보가 적혀 있으며 ‘OO에 필요’, ‘OO 발생 위험 감소에 도움을 줌’, ‘OO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실제 예방·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고, 이 성분이 단지 이런 기능을 한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제품을 신고하고 허락받는 과정에도 차이가 있다. 일반의약품의 경우 건강기능식품보다 훨씬 더 많은 실험을 거쳐야 하고 훨씬 더 많은 안전검사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우리가 찾고 있는 ‘좋은 비타민제’가 갖춰야 할 조건인 유효성, 안전성, 품질 등 모든 면에서 건강기능식품보다는 일반의약품이 훨씬 뛰어나고, 효과 면에서도 확실하다. 약사들과 제약업계 종사자들이야 일반의약과 건강기능식품의 차이, 그리고 한 제품이 일반의약품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 예산을 들였는지 잘 알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이나 일반의약품이나, 캡슐로 먹으나 정제로 먹으나 그저 다 똑같은 ‘약’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일 수밖에 없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위생 수준을 높인─소독제

공포를 없애는 방법

우리 손에는 얼마나 많은 균이 살고 있을까? 한쪽 손만 해도 150종류의 세균이 6만에서 최대 500만 마리까지 있다. 이 균들이 모두 해로운 균일까? 우리는 ‘균’이라고 하면 무조건 나쁜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 세계 박테리아 중 95퍼센트 이상이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손 소독제는 공생균과 유해균을 가리지 않고 모든 균을 제거한다는 것이 문제다. 손에 있는 균이 모조리 죽으면 공생균이 있던 자리에 유해균이나 진균이 더 들어오게 된다. 알코올 성분이 기화되면서 피부 건조를 일으키면 피부의 방어막인 유분층도 함께 사라지게 되는데, 이 또한 피부 장벽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지적할 점은 또 있다. 손 소독제로 인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위생 환경과 습관이 너무 과해졌다는 점이다. 대개 손 소독제에는 ‘세균 제거 99.9퍼센트’라는 광고 문안이 붙어 있다. 물론 바이러스와 세균은 서로 다른 것이기 때문에 99.9퍼센트 살균이라는 말은 바이러스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말을 ‘손을 99퍼센트 무균 상태로 만들어야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는 말로 잘못 이해해 항균성 물질을 강박적이고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럴수록 항생제 내성균,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의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


보이지 않는 적은 보이는 것 이상의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치료제마저 없고, 보이지 않는 부분이 많을수록 우리의 공포는 함께 커진다. 그러다 보면 자기 스스로가 만든 과도한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혀 정작 지키거나 해야 할 것은 내팽개친 채 다른 이상한 방법을 찾고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그럴 바에는 조금 번거롭고 귀찮더라도 묵묵히 정론을 지키고 따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정론은 생각보다 간단하고 의외로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다. 바로 ‘거리 두기’, ‘기침 예절’, ‘마스크 착용’, ‘손 씻기’다. 진실은 언제나 단순한 법이다.



기생충을 없애는─구충제

펜벤다졸이 암을 완치시켰다?

2016년, 말기소세포폐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조 티펜스가 개 구충제를 먹고 3개월 만에 암이 완치됐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담은 10분 분량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이 영상은 우리나라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자연스레 구충제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 동물용으로만 사용되던 펜벤다졸이 한순간에 동이 났다. 동시에 펜벤다졸과 구조가 유사하면서 사람용으로 쓰이던 알벤다졸, 메벨다졸 역시 관심의 대상이 됐다.


개 구충제의 암 치료제 가능성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나와 있는 연구자료들로는 “펜벤다졸은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라고 명확히 말하기 어렵다. 약 7건 정도의 관련 연구 자료가 있는데, 모두 사람이 아닌 동물 실험이었고 오히려 약물 부작용으로 간암이 심해진 결과도 있었다. 우리나라 정보와 보건당국 역시 현재 개 구충제의 항암 효과는 임상적으로 충분한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과량 복용할 경우, 간, 신장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니 먹지 말라고 단호하게 발표했다. 국립암센터에서는 위 사태를 고려해 펜벤다졸 관련 항암 임상실험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임상실험을 할 가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목숨을 담보로 희망을 걸다

여전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또는 현대의학에 대한 불신으로 개 구충제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사람이 먹는 구충제, 즉 알벤다졸과 플루벤다졸도 항암 효과가 있다”, “구충제를 꾸준히 먹으면 건강해진다”와 같은 잘못된 정보들도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몇몇 의사들과 환자들은 유튜브와 인터넷 카페를 통해 구충제를 이용한 암 치료법을 공유하고 치료 후기를 올리기까지 한다.


개그맨 김철민은 2019년 8월 폐암말기 판정을 받았다. 항암치료를 병행하면서 조 티펜스의 영상을 보고 개 구충제 복용을 결심했다. 그는 SNS를 통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알렸다. 그의 검진 결과는 꽤 긍정적이었다. 먼저 암 수치가 400대에서 200대로 크게 감소했다. 5까지 정상인 것을 고려하면 아직 높은 수치지만 분명 감소한 것은 사실이었다.


김철민뿐만 아니라 많은 말기 암 환자들이 “나는 이제 선택지가 없어요. 어차피 죽을 거면 여기에 희망을 걸어보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작은 희망이라도 걸어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기존의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구충제를 복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구충제를 복용하더라도 반드시 전문가와의 상담 후에 결정해야 한다.


암은 정말 무섭고 극복하기 힘든 질병이다. 그럴수록 암 환자가 병을 이겨내는 데 필요한 것은 ‘타인과 의학계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방법에 대한 맹목적 의존’이 아니라 ‘의사와 약사, 전문가들과의 상호 커뮤니케이션과 올바르고 효과적인 치료의 꾸준함’이다. 지금까지 인체를 대상으로 한 암 연구 논문은 자그마치 300만 개가 넘는다. 이런 수많은 연구와 치료법 중에서 선별하고 또 선별해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로 선택된 것이 현재의 암 치료법이다. 수많은 성공과 실패, 생존과 죽음을 딛고 얻어낸 치료법이 단순히 한 사람의 경험담, 그것도 확실치 않은 이유로 흔들려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현대의학은 더 많은 환자를 살리고 안전하게 치료하기 위해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고 있다. 아울러 느리지만 새로운 약들에 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REDO 프로젝트에 있는 항암치료제 약물 후보군은 300개가 넘는다. 하지만 지금 말기 암환자에게는 선택지가 부족할뿐더러 시간도 충분치 않다. 인류가 언젠가 암을 정복한다 하더라도 그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재 많은 환자들이 본인이 구충제를 먹으면서 암 수치는 얼마나 줄었는지, 통증은 얼마나 경감됐는지와 같은 사례들을 공유하고 있는데,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이 자료들이 언제가 의학적 가치가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낮은 단계의 근거라도 이런 사례들이 모이면 새로운 암 연구의 초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류에게 암 치료는 정복해야 하는 과제 중 하나다. 아직도 효율성이나 안전성에서 넘어야 하는 산이 많다. 우리나라만 해도 174만 명의 암 환자가 있으며, 연간 치료비로 7조 원이 쓰이고 있다.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전 인류적 차원에서도 고통이자 부담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빨리 더 효과적이면서 저렴한 약들을 개발해 암 환자들을 치료해야 한다. 만약 개 구충제가 정말로 항암 효과가 있다고 판명된다면 이 기적같은 이야기가 미래 세대에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한동안 외면받았던 구충제가 어쩌면 항암치료의 새로운 희망이 되지 않을까하는 작은 희망을 걸어본다.



바이러스를 막는 최고의 방법─마스크

자유와 안전 그 중간에서

우리나라는 현재 바이러스 전파의 장기화와 일련의 큰 사건들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엄격한 방역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자연스레 누군가와도 만나지 못하고 집에만 있게 되면서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방역 정책이 장기화될수록 격리 공간을 탈출하는 일탈도 벌어지는 중이다. 확진자 동선 공개 때문에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 영역까지 드러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또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노래방, 헬스장은 집합 제한 명령이 떨어졌고 이를 어길 시에는 벌금을 부과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우리 일상은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것만큼이나 답답해졌다.


중학생인 조카가 학교에 가기 시작했다. 개학을 했다가 확진자가 나와서 폐쇄된 후 3주 만에 다시 학교에 나간다고 한다. 지금 같은 시기에 아이들의 등교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정규 교육을 받고 친구들을 만나고 사회성을 기르는 학교생활이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의견과, 코로나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선 개학을 더 늦춰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과연 무조건적인 격리와 장기적인 폐쇄만이 정답일까? 사회적 동물이라고 불리는 우리 인간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는 본능을 거스르는 불편하고 힘든 일이라 할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 나가야 하고, 가게 문을 열어 생계를 유지하고 사람을 만나 외로움을 잊거나 종교 활동을 하고, 취미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 것은 개인의 생존 차원에서 건강만큼이나 중요한 영역이 아닐까?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세상을 위해

초창기에는 각 나라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빠르게 시행시켜 공공기관이나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하게 했다.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이러스의 가장 큰 전파원인 침, 콧물 등의 비말을 차단시켜주기 때문이다. 비말의 크기는 대략 5마이크로미터인데, 기침 한 번에 약 3,000개의 비말이 전방 2미터까지 날아간다. 공기 중에 비말이 다른 사람의 코나 입으로 들어갈 경우 바이러스 전파를 일으키는데, 마스크를 쓰게 되면 비말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고 타인에게 옮거나 감염자 본인이 누군가에게 전염시킬 위험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선 마스크 착용이 특히 중요하다. 증상이 없는 사람도 언제든지 전파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해 위험을 원천봉쇄해야 한다. 마스크를 착용함으로써 바이러스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연구 결과를 보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실시하기 전화 후에 코로나바이러스 증가율 차이가 0.9퍼센트에서 많게는 2퍼센트까지 나타났다. 198개국을 대상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률을 조사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거나 착용하는 문화가 정착된 나라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률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제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다며 장사를 시작한 가게도 있는 반면, 여전히 마스크 없이는 입장을 금하는 가게도 있다. 마찬가지로 마스크는 이제 필요 없다는 사람과 집 한구석에 마스크를 박스째 구비해놓은 사람도 있으며, 코로나바이러스 종식 선언을 한 나라와 아직도 국경을 폐쇄한 나라들도 있다. 유연하게 대처하고 변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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