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바이러스 쇼크

   
최강석
ǻ
에듀넷
   
18000
2021�� 04��



■ 책 소개


모든 생활 영역의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를 가져온 신종 바이러스!

백신, 항체, 치료제 등을 통해 면역력 강화를 이루어 예전의 평범했던 일상으로의 복귀를 원하지만, 우리는 바이러스와 싸우며 앞으로 변화될 세계에 대해 예측하고 준비하며 살아가야 한다. 

2020년부터 대한민국에 침투한 신종 바이러스, 어느덧 1년이 지나가고 있다. 코로나 블루, 코로노미 쇼크 등 다양한 신조어가 등장하기 시작한 이 시대, 우리는 바이러스와 공존하며, 바이러스로부터 살아남아야 한다!

기존 『바이러스 쇼크』의 2021년 업그레이드 최신판! 신종 바이러스 발생으로 1년이 지나간 이 순간, 무엇이 달라졌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세계적인 감염 전문가가 알려주는 신종 바이러스 대응법! 지금껏 알지 못했던 바이러스의 실체를 낱낱히 밝힌다.

■ 저자 최강석
저자 최강석은 동물전염병 국제전문가이자 수의바이러스 학자. 현재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연구직 공무원으로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다양한 동물바이러스 연구를, 프랑스 국제농업개발협력센터 등에서 아프리카 바이러스 감염병 연구를, 한국국제협력단 수의전문가로서 몽골 정부의 구제역 방역 기술지원 활동을 수행한 바 있다. 2010년부터 세계동물보건기구 동물 전염병 전문가로서 아시아 지역에서의 동물바이러스 전염병의 국제적인 확산 방지를 위하여 다양한 국제협력 기술지원 활동을 해왔다. 동물과 사람의 감염병 관련 100여 편의 연구논문과 특허를 발표하는 등 연구 활동을 하면서, 생소한 신종바이러스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지식을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한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저서로는 『바이러스의 습격』, 『Newcastle Disease(영어, 스페인어, 터키어 동시출간)』, 『전염병의 위협, 두려워만 할 일인가(역서)』 등이 있다. 

■ 차례
추천의 글 
프롤로그 

제1장. 21세기 생존 패러다임, 인류와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쟁 
01. 코로나19, 인류 생존의 새로운 길을 묻다 
02. 아직도 꺼지지 않은 중동 지역의 불씨, 메르스 
03. 코로나바이러스가 인류에게 던진 최초의 경고, 중국 사스 
[쉬어가는 페이지] 인류를 공포로 몰아간 바이러스 감염병 유행의 역사 

제2장. 바이러스의 정체 그리고 존재 이유의 실체를 파헤쳐라 
01. 지구의 지배자, 바이러스의 신비한 세계 
02. 지구 생명의 진화와 함께한 바이러스의 역사 
03. 생활 도처에 함께 숨 쉬고 있는 바이러스 
[쉬어가는 페이지] 영화 〈감기〉에 등장한 치사율 100퍼센트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의 공포 

제3장. 바이러스 X, 어떻게 인류를 위협하는가 
01. 꿈틀거리는 야생 바이러스 판도라 상자 
02. 잊을만하면 깨어나는 신종 바이러스의 불씨 
03. 도처에 놓여있는 위험한 바이러스 화약고 
[쉬어가는 페이지] 영화 소재로 애용되는 ‘좀비 바이러스’의 실체는? 

제4장.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 팬데믹,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다 
01. 바이러스 팬데믹의 어두운 그림자 
02. 꺼질 듯 되살아나는 바이러스 유행의 불씨 
03. 급속하게 꺼지고 있는 바이러스 폭풍 

제5장. 팬데믹의 종말을 위하여 
01. 먼저 할 일,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것 
02. 생명을 지키는 강력한 힘, 면역체계 
03. 하루 만에 진범 찾기, 분자 진단 혁명 
04. 인류 비장의 무기, 백신과 치료제 

에필로그 
바이러스 쇼크 Q&A
참고문헌

 




NEW 바이러스 쇼크


21세기 생존 패러다임, 인류와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쟁

코로나19, 인류 생존의 새로운 길을 묻다

중국 우한 비극의 씨앗

“글로벌 위험이라는 것은 운명처럼 우리에게 닥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손과 머리의 합작품이며, 기술 지식과 경제적 이익 계산의 결합에서 나온다.”


독일 사회학자 올리히 백이 그의 저서 『글로벌 위험 사회』에서 했던 말이다. 글로벌 위험이란 일상의 영역이 아닌 극단의 영역에서 미처 대비하지 않은 돌발적 상황에서 나오는 인간의 합작품임을 명시하였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우한의 괴질 폐렴에 관한 뉴스는 점점 그 크기를 키우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한 재래시장을 폐쇄시킨 장본인이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라는 뉴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인류가 경험해본 적 없는 미지의 바이러스, 일명 ‘바이러스 X’였다. 2002년 출현한 사스바이러스(SARS-CoV)와 유사하지만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라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괴질 폐렴을 발생시킨 범인이라는 언론 기사를 접하면서 그때 필자의 뇌리를 스친 생각이다. 사스바이러스가 박쥐 바이러스였기에, 사스바이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들이 중국 동굴 박쥐에서 수많이 보고되어 왔기에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예측은 적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이러스 유전자 지도가 공개되면서, 바이러스 국제분류위원회 전문가들은 그 바이러스를 사스바이러스 사촌 격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형(SARS-CoV-2)으로 분류했다. 지금부터는 편의상 코로나19 바이러스라 부르겠다. 세계보건기구는 신종 감염병을 코로나19(COIVD19)라 명명했다.


우한의 비극, 그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중요하고 불행한 사실은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중국, 그것도 하필 사통팔달 교통요지인 대도시 우한의 한 가운데 위치한 재래시장에서 최초로 집단 발생했고, 또 하필 그 시기가 중국인들의 이동이 가장 많은 춘절을 앞두고 있는 절묘한 시점이었다는 것이다(사스도 춘절을 앞두고 발생하여 춘절을 전후로 크게 유행했으며, H7N9 인플루엔자도 매년 춘절 전후로 유행이 반복됨).


코로나19 바이러스 출현! 이 사태가 단지 박쥐가 퍼트린 운명 같은 재앙일까? 아니면 올리히 백이 말한 것처럼 인간이 자초한 것일까? 그리고 왜 하필 중국 재래시장에서 시작되었을까? 안타깝게도 이 사태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 불씨를 안고 있었다.


바이러스 탄생의 비밀

“도대체 이 끔찍한 바이러스는 어디서 나타났을까?”


코로나19 팬데믹이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탄생의 비밀에 대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럴듯한 논리로 무장한 학자들의 주장에, 다양한 음모설과 조작설이 더해져 퍼지기 시작했다. 2020년 1월 말 인도의 한 과학자가 <bioRxiv>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조작된 바이러스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한때 소동이 있었다. 요지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돌기 유전자의 네 군데에 인도, 태국, 케냐 등 여러 나라에서 유행하는 에이즈바이러스 유전자 조각을 삽입해서 표시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마치 『바이러스 쇼크』라는 방대한 원고의 몇 단어가 다른 책의 단어와 동일하다고 해서 표절이라고 보는 수준이다. 사실 이 정도의 변이는 자연계 동물 코로나바이러스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그 논문은 과학적 근거 부족으로 곧바로 철회됨).


현재까지도 명확한 과학적 증거는 없지만 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탄생의 과정은 박쥐 바이러스가 알 수 없는 생물학적 경로를 통해 사람에게 노출되었고, 사람에 적응하는 단계로 갔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필자도 그런 주장을 지지하는 그룹에 속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떻게 출연했는지 그 단서를 발견하기 위해 중국 과학자들은 2019년 12월 중국에서 출현했던 바이러스 전장 유전체를 신속하게 분석했다. 그 바이러스는 전체적으로 동굴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를 매우 닮았으나, 유전자 일부가 일치하지 않았다. 특히 바이러스 표면 돌기 부분에서 차이가 발견되었는데, 그 부분은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달라붙는 중요한 부위였다. 이것은 박쥐 바이러스가 바로 사람에게로 넘어온 것이 아니라, 매우 우연한 극단적 상황에서 제3의 코로나바이러스와 서로 뒤섞임(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감염이 용이한 구조로 바뀌어 사람에게로 넘어왔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두더지 게임, To be or Not to be

인류와 바이러스 간에 두더지 게임이 시작되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기 이전 세계 각국은 바이러스 확산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느라 다양한 전략을 가지고 모든 역량을 총동원했다. 이에 바이러스는 인류의 대항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변이를 가속화한다. 세계 어디에선가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전 세계가 긴장하며 주목한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는 이전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얼마나 강해졌는지가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바이러스 변이는 럭비공과 같다. 인류는 코로나19 백신을 한시라도 빨리 접종해서 집단면역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잠재우려 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집단면역만이 유일한 방책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인류도 절대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 비록 초기에는 속수무책으로 바이러스에 당하기만 했지만, 이를 무력화시킬 최종 병기인 백신 개발에 전 세계가 역량을 총동원했다. 경이롭게도, 일 년도 지나지 않는 2020년 12월, 인류는 드디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으며,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서서히 바이러스를 제압하기 시작했다.


집단면역을 이루는 장벽이 낮고 약하면 바이러스가 변이를 통해 트로이 목마처럼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조용히 감염시킬 수 있게 되고, 그것이 누적되면 백신을 무력화할 수준까지 강력해질 수 있다. 그러한 틈새를 허용하지 않으려면 바이러스가 사람들 사이에 퍼져나갈 수 없도록 강력한 집단면역을 가져야 하며, 집단면역의 강도도 강해야 한다. 신속하고도 강력하게 백신 면역을 형성하는 게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백신 접종 시대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등 물리적 통제는 지속되어야 한다. 또한, 바이러스 변이에 대응하는 무기를 곧바로 만들 수 있도록 바이러스 감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결국 해결할 것이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바이러스 X, 어떻게 인류를 위협하는가

꿈틀거리는 야생 바이러스 판도라 상자

지구촌의 불편한 진실, 푸시 앤드 풀

바이러스 X란 무엇일까? 인간의 시각에서 볼 때 듣지도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이겠지만, 자연계 전체의 시각에서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계에는 득실거리는 바이러스 중에 극히 일부가 돌발 변수의 기회를 잡고 인간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지구 어딘가에 잠자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자연계에서 깨어난 바이러스’라고 보는 게 정확한 표현이지 않을까? 여기서 우리는 세상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홍역, 독감, 에이즈, 감기 등등 이름만 들어도 무엇인지 금세 알 수 있는 많은 바이러스들이 모두 동물에서 넘어왔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신종 바이러스는 그냥 서서히 날아서, 기어서, 툭 하고 떨어져서 인간 세계로 넘어오지는 않는다. 현실적으로는 바이러스가 기존의 숙주 영역 범위를 벗어나 새로운 동물종으로 넘어오는 것은 거의 일어나기 어려운 사건이다. 동물종과 동물종 사이에 형성된 생물학적 장벽(종간 장벽)이라는 커다란 장애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키우고 있는 반려견이 혹시 개홍역에 걸리더라도 주인이 그 병에 걸리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특정 바이러스가 종간 장벽을 뛰어넘어 스필오버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사건 발생의 개연성이 증가하고, 전염이 나타날 수 있는 효율성 간 절묘한 접점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스필오버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자연 숙주와 새로운 숙주 간의 빈번한 접촉이 존재해야 그 개연성이 높아질 수 있다. 우연히 접촉했다고 해서 쉽게 바이러스가 넘어오지 않은 게 일반적이다. 접촉할 기회가 많을수록, 보다 긴밀하게 직접적으로 접촉할수록 스필오버의 티켓을 쥘 확률이 올라간다. 그러한 접촉의 빈도를 증가시키는 환경적 유발요인으로 푸시 앤드 풀(Push&Pull) 배경이 작동한다.


푸시(Push)여건은 미지의 바이러스를 가진 집단(야생동물)이 그들의 서식처로부터 밀려나가는 환경적 상황을 말한다. 이러한 푸시 여건은 주로 특정 지역에 인구 집단이 이전에 비해 과도하게 커지면서 작동한다. 인구가 급증하게 되면 그로 인해 새로운 생활 주거 공간의 확보와 함께, 급증하는 식량 수요를 감당하기 위하여 주거 단지, 경작지, 대량축산 농장 등의 공급이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기존의 인간 생활 영역 이외의 공간 확보를 위해 야생 지역의 개발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한 야생 지역 침범 과정에서 사람과 야생동물 간의 접촉의 빈도는 증가하게 된다.


풀(Pull)여건은 미지의 바이러스를 가진 집단(야생동물)을 인간의 생활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환경적 상황을 말한다. 풀 여건은 주로 풍부한 먹이 공급이 가능한 농업이나 축산 환경에서 작동한다. 대량의 농축산물이 생산되는 농경지나 과수원은 특히 자연재해나 벌목 등으로 인하여 먹이 부족으로 허덕이는 야생동물을 끌어들인다. 즉, 사람들의 생활터전을 침범하고 곡식과 과일을 침탈하게 만든다. 1998년 말레이시아 양돈장 축사 사이에 심어놓은 망고나무가, 2000년대 중반 방글라데시 마을 주변에 심어놓은 대추야자가 인근 숲속에 사는 과일박쥐를 끌어들임으로써 니피바이러스 출현 사태를 맞았다.


하나의 보건 체계, 원헬스(One Health)

바이러스 출현 예측에 실패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인류에게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야 그 정체를 처음 알게 되었다는 데 있다. 버트란트 러셀이 주창한 ‘칠면조의 경고’처럼, 우리는 신종 바이러스가 잉태되고 있는 그 순간까지도 그 기미조차 알아차리지 못해 ‘증거의 부재’를 ‘부재의 증거’로 치부했던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출현하기 전에, 사스바이러스가 출현하기 전에, 메르스 바이러스가 출현하기 전에 한 번도 그 정체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갖지 못한 채,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바이러스와 직면해서야 비로소 그 존재를 알게 되었다.


사실 미지의 바이러스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차치하고라도, 이미 우리 앞에 놓여진 많은 바이러스들을 원헬스 협력을 통하여 해결해야 한다. 현재 원헬스 협력 체계가 강하게 작동되고 있는 대표적인 바이러스는 조류 인플루엔자이다. 알다시피 조류 인플루엔자는 오리류 철새가 자연 숙주이다. 이들이 스쳐 지나간 지역의 가금 산업은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으로 혹독한 피해를 입는다. 그래서 야생 철새의 바이러스 동향은 가금 산업의 질병 피해를 대비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정보가 된다.


또한, 조류 인플루엔자는 닭이나 오리를 키우는 농장 입장에서는 최악의 위험한 불청객이다.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만약 조류 인플루엔자가 농장에서 크게 유행하게 된다면 바이러스는 폭발적으로 증폭될 것이다. 그러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인체 감염의 위험 또한 증가하게 된다. 그러므로 환경(철새)→동물보건(농장)→공중보건(인체 감염)섹터 간 긴밀한 협력은 필수적이다.


코로나19의 경우도 공중보건의 문제만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감염자와 밀접 접촉한 반려동물(개와 고양이)의 감염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확진자와 접촉한 동물원 맹수(호랑이와 사자)에서 발생하기도 했으며, 확진자인 농장 종업원으로 인해 농장 밍크들이 감염되는 사태가 유럽과 미국에서 발생하였다. 특히 밍크에서 바이러스 변이가 생긴 후 사람에 역감염을 일으키는 의심 사례까지 나오면서 원헬스 공동 협력에 대한 요구가 더욱 강해졌다. 그래서 환경(박쥐)→공중보건(사람)→동물보건(밍크, 반려동물)으로 이어지는 세 가지 영역 섹터 간 협력 또한 필수적이다.


중요한 것은 수집된 야생 바이러스들이 실제 인체 감염 위험이 얼마나 되는지를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 남부 지역 윈난성 동물 박쥐에서 분리된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바이러스의 조상으로 추정)를 분리해서 조사했음에도 그 바이러스가 미래에 인간에게 엄청난 위험을 줄 잠재적인 바이러스라고 평가하지 않았다.


사람에게 직접 감염 실험을 할 수 없을뿐더러, 다양한 종류의 미지 바이러스들을 대상으로 일일이 인체 감염 위험을 평가할 수 있는 실험동물 모델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한번 생각해보라. 지금껏 우리가 목격해온 신종 바이러스들 중 야생에서 직접 넘어온 것이 얼마나 되는지를. 수많은 신종 바이러스가 중간 매개 동물을 거치면서 비로소 사람 간 전염이 가능한 구조를 획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매개 동물 연결 고리를 뺀 야생 상태 바이러스를 가지고 어떻게 인체 위험을 평가하겠는가? 그래서 중국 과학자들이 코로나19 출현 일 년 전, 사스바이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들이 많으니 미래에 박쥐 바이러스로 인해 제2의 사스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를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 전부였다. 따라서 야생 바이러스를 가지고 생태계 위험 지도를 만들더라도 미래의 팬데믹을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팬데믹의 종말을 위하여

생명을 지키는 강력한 힘, 면역체계

숙주 경비대

바이러스는 어떻게 몸속으로 침투할까? 우리 몸은 피부를 통해 각종 병원균의 공격으로부터 안전을 보호받고 있다. 피부는 도성의 성곽과 같아서, 여간해서는 바이러스 병원균이 피부를 뚫고 통과하지 못한다. 만약 피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생활하는 공간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각종 병원균의 위협에 시달릴 것이고, 아마도 생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피부가 없는 무방비 상태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균 인큐베이터 안에서 각종 멸균 음식만 섭취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흔한 방법은 주사기를 통해서다. 오염된 주사기를 사용하거나, 감염자 수술 또는 치료 과정에서 주사기에 찔리는 사고 등을 통해 감염이 이루어질 수 있다. 2015년 가을, 서울의 한 개인병원에서 주사기 재사용으로 그 병원에서 치료받던 수십 명의 환자가 졸지에 C형 간염에 걸리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에이즈 유행 초창기 상당히 문제가 되었던, 마약 중독자들 사이에서 같은 주사기를 사용함으로써 HIV에 걸리는 사례도 이에 해당한다. 이밖에 광견병에 걸린 개에 물려서 걸리는 공수병도 피부 상처를 통해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사례 중 하나다.


대부분 바이러스는 피부가 아닌, 외부 환경과 내부를 연결하는 부위(눈, 코, 입 등)을 통해 기관지나 식도를 통과하여 신체 내부로 침입한다. 바이러스가 아무런 장애도 받지 않고 몸속으로 무혈 입성하는 것은 아니다. 마치 옛 도성의 성곽 출입문에서처럼, 숙주는 몸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경비대를 내보내 외부 침입자(비자기, Non-Self)가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한다.


호흡기 기도는 머리카락 같이 생긴 섬모로 덮여있는데, 이들 섬모가 기도 바깥을 향하여 빗자루로 마당을 쓸듯이 병원균을 기도 바깥으로 지속적으로 밀어낸다. 노인층이 폐렴에 취약한 이유는 이러한 섬모 활동이 왕성하지 못해 구강 미생물(예: 포도상구균)이 기도로 들어올 때 밀어내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물리적 방어 장벽이 있기는 하지만, 신체의 물리적 성벽이 손상된다든가, 아니면 침투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양이 많은 경우에는 입구를 지키는 경비대도 별수 없이 무너진다. 속수무책이다.


면역의 일선에서

신체의 물리적 장벽이 침투하는 병원균을 제대로 막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그다음으로 작동하는 방어 장벽은 숙주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활성 면역세포의 방어 작용, 즉 선천 면역이다. 호중구, 탐식세포, 자연살상세포가 면역 장벽을 구축하는 대표적인 일차 면역세포들이다. 대부분의 면역 증강 제품들이 바로 이들 세포를 활성화하여 면역 기능을 높여주는 물질이라고 보면 된다.


일차 면역세포들은 일단 몸속으로 침투한 외부 침입자(비자기, Non-Self)의 정체 감별 작업을 해서, 자기 몸에 해를 끼치는 적이라고 판정하는 순간 이들을 체포해서 잡아먹는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가 신체 내부로 침투했을 때 가장 먼저 달려오는 면역세포는 탐식세포이다. 탐식세포는 신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그 수가 무려 1조 개에 이른다. 외부환경에 직접 연결되어 방어선이 취약한 곳(허파, 창자, 생식기 등)에는 특히 많이 배치된다. 병원균이 쉽게 침투해 들어올 수 있는 허파에만 최대 350억 개의 탐식세포가 철통 수비를 하고 있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급성 감염성 질환에 걸리게 되면 감염 초기에 심한 고열에 시달리고, 근육통으로 삭신이 쑤시기 시작한다. 몸에서 갑자기 고열이 발생한다는 것은 두 번째 방어 장벽인 선천 면역세포들이 외부 침입자인 병원균과 장렬하게 싸우는 과정을 알리는 신호이다. 그래서 고열이 나면 ‘외부 침입자가 몸에 침투한 지 얼마 되지 않았구나!’, ‘내 몸을 수호하는 전사인 탐식세포가 열심히 나를 위해 전쟁을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 된다.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감염이 일어나는 경우, 간혹 엄청나게 쏟아지는 바이러스를 감당하려고 탐식세포들이 무리하게 몰려들 때가 있다. 이때 세포가 내뿜는 활성산소는 숙주 조직을 손상시키고, 사이토카인을 엄청나게 분비한다. 그 신호를 받고 달려온 이차 면역세포, 특히 T 세포가 감염세포를 마구 죽이는 사태가 벌어져 숙주 조직에 과도한 염증을 유발하게 되고 심할 경우 숙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일명 ‘사이토카인 폭풍’ 효과다. 이 사이토카인 폭풍 효과는 면역 기능이 왕성할 때 상대적으로 나타날 확률이 있다.


인류 비장의 무기, 백신과 치료제

유행의 종말, 집단면역

현재로서는 집단면역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예방 효과가 좋은 백신을 접종받아 면역 장벽을 만드는 것이다. 전 세계가 혹독하게 코로나19를 겪고 난 이후라 백신 접종에 의한 집단면역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과거 역사에서 집단면역을 통하여 질병을 종식시킨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천연두 박멸 사업이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에는 지구상에서 천연두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전 국민이 단기간에 동시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아 한꺼번에 면역이 형성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이 경우 바이러스가 돌아다닐 틈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쓰기를 하지 않아도 바로 코로나19 종식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그러나 전 국민 100퍼센트 동시 면역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그럴 만큼 충분한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백신 접종을 하는 데는 수개월이 족히 걸릴 것이기에 동시 면역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 또한 백신 접종을 받아도 면역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면역력이 매우 낮은) 사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면 우리 국민의 몇 퍼센트가 면역을 형성해야 코로나19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 여기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다시 감염 재생산지수를 불러내야 한다. 산출공식 R=R0(1-C)다. 여기서 C는 방역 조치로 인한 2차 감염자 감소율, 즉 면역 형성률을 의미한다. 면역 보유자는 감염되지 않는다는 전제로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종식(R=0)은 C(면역 형성률)=100퍼센트에 도달할 때 가능하다. 위에서 불가능하다고 이미 언급했으니, 차선으로 코로나19 유행이 억제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면역 형성률은 얼마나 필요할까?


코로나19의 기본 감염 재생산지수(R0)=3으로 가정하고 다시 계산해 보자. 유행 억제 여부를 가르는 기점이 R=1일 때, C=0.67, 즉 국민의 67퍼센트가 면역을 가져야 한다. 국민 67퍼센트는 코로나 유행 억제는 위한 집단면역의 마지노선 수치다.


이것은 백신 접종=면역 형성(감염병 예방)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완벽한 백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화이자 백신을 예로 들어보자. 백신 예방 효과가 95퍼센트로 알려져 있다. 이 수치를 반영하면 R=1이 되려면 정확하게 국민 70퍼센트가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한다. 그보다 예방 효과가 낮은 백신이면 백신 접종률이 더 높아져야 한다. 이것은 그냥 마지노선이다.


마법의 탄환

신종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마다 고정 레퍼토리처럼 나오는 뉴스 중 하나가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종류의 뉴스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을 확대 재생산하여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조장하는 자극적이고 나쁜 뉴스다. 신종 바이러스가 인류 앞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에, 물리칠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할 사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코로나19처럼 명약관화하게 팬데믹으로 진행되는 경우에는 당연히 백신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개발에 나서지만, 2003년 사스처럼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가 몇 달 만에 홀연히 사라져버리는 경우 엄청난 개발 비용을 투자한 백신 회사는 무용지물이 된 백신 후보 물질을 두고 난감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더라도 제약 회사는 백신 개발을 할 수 없고 안 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미래에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에 대비하여 언제든 즉각적으로 예방 백신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은 인류에게 주어진 과제가 되었다. 그러한 마법의 탄환은 언제 가능할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식겁한 나머지 그러한 플랫폼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매년 실시하는 유행 예측에 조바심을 가지지 않고 안심하고 백신을 생산하는 방법은 없을까? 어떤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유행하더라도 효과 있는 백신, 마법의 탄환은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


실제 바이러스 학자들이 인플루엔자 만능 백신(유니버설 백신)을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그 희망의 불씨가 보인다는 언론 뉴스를 접하기도 한다. 바이러스마다 변하지 않은 항원 구조를 가진 바이러스 단백질 부위(HA 줄기 부위)나 복제 과정에서 결정적인 과정을 차단하게 만든 전략(예: M2e)을 사용한 백신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떤 방법이든 간에, 백신 하나로 모든 인플루엔자를 통제할 수 있다면 매년 백신을 선정하여 개발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어떤 신종인플루엔자가 인류를 위협하더라도 유니버설 백신이 있으면 팬데믹으로 진행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유니버설 백신은 비단 인플루엔자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수시로 변하는 변덕쟁이 바이러스에게도 모두 해당된다. 대표적인 바이러스가 HIV다. HIV는 변화무쌍하기가 인플루엔자보다 훨씬 심하다. 그래서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백신 개발에 한계가 있다. HIV가 아무리 변화하더라도 예방할 수 있는 만능 백신이 필요하다.


만능 백신은 미래의 바이러스 X 출현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유니버설 백신이 있다면 미래에 어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출현해도 제2의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지 않을 것이다. 파라믹소바이러스 유니버설 백신이라면 니파 바이러스가 확신하든, 헨드라 바이러스가 확산하든 팬데믹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팬데믹의 종말을 앞당기는 방아쇠, 유니버설 백신은 개발될까? 그런 날이 언제쯤 올까? 당장은 어렵지만 미래는 만드는 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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