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해방

   
피터 싱어(역:김성한)
ǻ
연암서가
   
20000
2012�� 09��



■ 책 소개


동물 해방 운동의 바이블, 혁명의 도화선이 된 책

이 책은 공리주의를 바탕으로 동물의 해방을 주장하는 책으로, 1975년 처음 출간된 이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동물 해방 운동의 바이블로 꼽힌다. 이 책은 동물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 놓았고, 동물들에 대한 잔혹 행위를 금하는 범세계적인 운동을 촉발시켰다. 이번 개정판(제4판)에서는 출간 이후 이 책이 가져온 학계 및 관련 산업에 미친 변화와 연구 성과를 충실히 반영하였으며, 부록으로 ‘피터 싱어가 말하는 피터 싱어’와 ‘동물 해방 30년’을 수록하였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동물을 보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하며,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꾸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저자 피터 싱어
저자 피터 싱어는 실천윤리학 분야의 거장이자 동물해방론자이다. 1946년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서 태어나 멜버른 대학, 옥스퍼드 대학에서 수학했다. 옥스퍼드 대학, 뉴욕 대학, 콜로라도 대학, 캘리포니아 대학, 그리고 라 트로브 대학에서 강의하였고, 현재 프린스턴 대학 ‘인간가치센터’에서 생명윤리를 가르치고 있다. 2005년 『타임』 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오른 바 있으며, 동물권익옹호단체인 ‘동물해방(Animal Liberation)’의 초대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단연 『동물 해방』을 통해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전 세계적인 동물 해방 운동을 촉발했으며, 그 영향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는 공리주의를 다양한 현실 문제에 적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원리를 동물의 문제뿐만 아니라 빈곤 및 기아의 문제에 적용함으로써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낙태의 합법화, 유전병을 갖고 태어난 아이와 불치병 환자의 안락사 지지 등으로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저서로는 『동물 해방』 『사회생물학과 윤리』 『실천윤리학』 『민주주의와 불복종』 『마르크스』 『다윈의 대답』 『동물 공장』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가?』 『세계화의 윤리』 『죽음의 밥상』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다윈주의 좌파』 등이 있다. 

■ 역자 김성한
역자 김성한은 고려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숙명여대 의사소통센터 조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생명윤리』 『인간 본성에 관한 철학 이야기』(공저), 논문으로는 「도덕에 대한 발달사적인 접근과 메타 윤리」 「오늘날의 진화론적 논의에서 도덕이 생래적이라는 의미」, 역서로는 『사회생물학과 윤리』 『프로메테우스의 불』 『동물에서 유래된 인간』 『섹슈얼리티의 진화』등이 있다.
  
■ 차례
2009년판 서문
1975년판 서문

제1장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인간 평등의 토대가 되는 윤리 원리가 배려의 범위를 확장하여 동물도 동등하게 배려하라고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성차별과 인종차별, 그리고 동물의 도덕적 지위 l 동물이 느끼는 고통 l 종차별 거부

제2장 연구를 위한 도구
당신의 세금이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동물 실험 실태 l 심리학 분야에서의 동물 실험 l 실험자들의 의인주의 회피 l 독극물을 이용한 동물 실험 l 동물 실험을 재고해 보려는 징조 l 의학 분야에서의 동물 실험 l 다양한 실험 l 어떻게 잔혹한 실험이 가능할 수 있는가? l 과학자들의 반응 l 규제의 결여 l 동물 실험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는 언제인가? l 동물 실험 대체

제3장 지금 공장식 농장에선…
저녁 식탁 위에 올라와 있는 고기가 살아 있는 동물이었을 때 어떤 일을 겪었을까
육계들의 운명 l 과밀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산란 닭 l 영리한 돼지 사육방법 l 식용 송아지가 살아가는 환경 l 젖소의 운명 l 육우가 살아가는 환경 l 다섯 가지 기본적인 자유 l 가축들의 고통과 자행되고 있는 관행들 l 도축의 현장 l 동물의 복리를 향한 발걸음

제4장 채식주의자가 된다는 것
환경 손실을 줄이면서 고통을 적게 산출하고 더 많은 음식을 생산하는 방법
고기 생산의 비효율성과 환경 파괴 l 무엇까지 먹을 수 있는가 l 채식주의자가 되려는 사람들의 의문에 대한 대답

제5장 인간의 지배
종차별주의의 간략한 역사
기독교 이전의 사유 방식 l 기독교의 사유 방식 l 르네상스 시대 l 계몽 시대와 그 이후

제6장 오늘날의 종차별주의
동물 해방에 대한 옹호, 합리화, 그리고 그에 대한 반론과 이를 극복하는 데서 이루어진 발전
인간이 우선이라는 가정 l 종차별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 l 식물도 고통을 느끼는가 l 종차별주의와 철학 l 결론

더 읽을거리 / 주석 / 감사의 말 / 역자 후기

부록
ㆍ피터 싱어가 말하는 피터 싱어
ㆍ동물 해방 30년
ㆍ찾아보기

 




동물 해방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종차별 거부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물에게는 아무 거리낌 없이 고통을 가하면서, 동일한 이유로 사람에게는 유사한 고통을 가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측면에서 그들은 종차별주의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람들을 죽이려 하지 않는 반면, 동물들은 기꺼이 죽인다는 점에서 종차별주의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조심스레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이유는 낙태와 안락사 판정에 관한 줄기찬 논쟁이 적절히 보여 주고 있듯이 사람들은 어떤 경우에 인간 살해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매우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도덕 철학자들 또한 정확히 인간 살해를 잘못으로 판정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에 도달할 수 없었고, 어떤 상황에서 인간을 살해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일치에 이를 수 없었다.


우선 “무고한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언제나 그르다”는 입장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자. 이를 ‘생명의 존엄성’을 옹호하는 입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은 낙태와 안락사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다. 하지만 대개 그들은 인간 아닌 동물들을 살해하는 데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러한 견해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옹호하는 입장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욱 정확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의 생명, 그리고 오로지 인간의 생명만이 존엄하다는 믿음은 일종의 종차별주의적 태도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다음의 사례를 고찰해 보도록 하라.


한 아이가 치료가 불가능한 중증의 뇌 장애를 입은 채 태어났다고 가정해 보자. 이와 같은 경우는 실제로 간혹 일어난다. 그 아이는 장애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식물인간’이 될 수밖에 없으며, 말하거나 사람들을 알아볼 수도 없고, 타인의 도움 없이 행동할 수도 없다. 또한 자기 인식의 감각을 발달시키지도 못한다. 이 아이의 부모는 아이의 상태가 개선될 일말의 여지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아이의 부모가 아이를 돌보기 위해 해마다 거금을 쓰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어서, 또는 나라에 돈을 요구하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아서 의사에게 아이를 고통 없이 죽여달라고 요구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의사가 부모의 요구에 따라야 하는 것일까? 법률적으로 따져 볼 때 의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며, 바로 이러한 점에서 법률은 생명의 존엄성을 옹호하는 견해를 반영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의 생명은 존엄하다. 그런데 아이의 생명에 대해 이렇게 말을 하는 사람들마저도 막상 인간 아닌 동물을 살해하는 데 대해선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인간과 동물의 경우에 내리는 서로 다른 판단을 어떻게 정당화 할 수 있을까? 어른 침팬지, 개, 돼지, 그리고 수많은 다른 종의 구성원들은 다른 성원들과의 관계, 독립적인 행동, 자기의식, 그리고 생명에 가치를 부여한다고 합당하게 말할 수 있는 여타 능력들에서 뇌 장애를 가진 아이를 크게 앞선다.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도 매우 심각한 정신 지체 장애 아동은 개 수준의 지능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여기에서는 아이 부모들의 관심에 호소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지금 검토하고 있는 가상의 사례(그리고 어떤 실제 상황에서)에서는 부모들 자체가 아이가 살아남길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가 ‘생명권’을 갖는다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아이와 동물 간에 차이를 두는 유일한 기준은 생물학적으로 그 아이가 호모 사피엔스 종의 구성원임에 반해, 침팬지, 개, 그리고 돼지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단지 호모 사피엔스인지의 여부를 아이의 생명권을 승인하고, 다른 동물의 경우는 승인하지 않는다는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철저하게 종차별주의적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극히 생경하고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인종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과 같은 유형의 논변이다.



연구를 위한 도구

미국의 동물 실험 실태

1973년 7월, 위스콘신의 레스 애스핀(Les Aspin) 하원의원은 한 이름 없는 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미 공군이 200마리의 비글(beagle) 강아지를 구입하여 정상적으로 짖지 못하도록 성대를 묶고, 그러한 상태에서 강아지들을 독가스 실험에 사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육군 또한 비글-이번에는 400마리-을 유사한 실험에 쓰고자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애스핀은 생체 해부 반대 단체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강력하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전국 주요 일간지에 비난 광고가 게재되었으며, 분개한 대중들의 편지가 쇄도했다. 하원 군사위원회(House of Representatives Armed Services Committee)의 한 보좌관은 트루먼이 맥아더를 해고시킨 이래, 다른 어떤 문제에 관한 경우보다도 많은 우편물이 비글 실험과 관련해 접수되었다고 발표했다. 애스핀 의원이 폭로한 국방성의 내부 문서에는 국방성이 접수한 단일 사건에 대한 우편물 중 가장 많은 양이 접수되었다고 쓰여 있으며, 심지어 북베트남과 캄보디아를 폭격했을 때의 편지 양을 넘어섰다고 기록되어 있다. 국방성은 우선 실험의 불가피성을 역설한 뒤, 자신들이 비글 실험을 연기하겠으며, 비글을 다른 실험용 동물로 대체할 수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사건이다. 여기서 호기심을 자아낸다고 말하는 이유는 이러한 특정 실험에 대한 소동이 군, 연구 기관, 대학, 그리고 여러 종류의 회사가 수행하는 실험 기준의 특성을 대중들이 너무 모르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공군과 육군이 계획한 실험은 동물의 고통이나 죽음으로 인해 단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구하게 될지, 인간에게 도움이 될지에 대한 어떤 확신도 없이 많은 동물이 고통을 받으며 죽어 가도록 고안된 것이었다. 그런데 해마다 미국에서 시행되는 다른 수많은 실험 또한 상황은 다를 바가 없다. 대중들의 관심이 촉발된 것은 그러한 실험을 다른 동물이 아닌 비글을 대상으로 행하려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더욱 최근에 행해진 다음과 같은 실험에 대해서 반대가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메릴랜드 주 프레더릭에 있는 포트 데트릭(Fort Detrick) 미군생체의학연구개발실험실(U. S. Army Medical Bioengineering Research and Development Laboratory)의 지시에 따라 연구원들은 60마리의 비글에게 다양한 함량의 폭약 TNT를 먹였다. 개들은 6개월 동안 매일 캡슐에 든 TNT를 먹었다. 그들에게서는 탈수증, 쇠약증, 빈혈, 황달, 저체온, 변색된 소변과 대변, 설사, 식욕 감퇴와 체중 감소, 간, 콩팥, 비장의 확장 등의 증상이 관찰되었으며, 비글은 동작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게 되었다. 열네 번째 주에는 암컷 한 마리가 “죽어 가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으며”, 그리하여 살처분되었다. 열여섯 번째 주에는 또 한 마리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보고서는 이러한 실험이 포트 데트릭 실험실이 밝혀내고자 하는 포유류에 대한 TNT 효과를 모아놓은 자료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심지어 최소량을 먹였을 때에도 부작용이 관찰되었는데, 이 때문에 TNT의 무작용 용량의 기준을 확립하는 데 실패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보고서는 “TNT가 비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라는 말로 끝을 맺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오직 개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 것은 잘못이다. 사람들이 개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그들과 친하게 지낼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동물들 또한 개와 유사한 고통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쥐에 대해 연민을 느끼는 사람들은 거의 없지만 쥐는 지능을 갖춘 동물로 고통을 느낄 수 있으며, 그들에게 행해지는 무수한 괴로운 실험들로 인해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군이 개에 대한 실험을 중지하고, 그 대신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다고 해서 관심을 덜 가져선 안 된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인간 아닌 동물들에 대한 실험은 종차별주의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인간 혹은 다른 동물들의 중요한 이익을 증진시킬 가망이 조금도 없는 수많은 실험으로 인해 가혹한 고통이 야기되고 있다. 이와 같은 실험은 다른 상황과 동떨어져서 행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즉 실험은 주요 산업의 일부로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실험자들이 동물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과학 실험’의 횟수를 보고해야 하는 영국 정부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1988년 한 해 동안 동물에게 시행된 과학 실험이 350만 번이나 되었다. 미국에서는 영국과 비교할 만큼 정확성을 지닌 통계 자료가 없다. 동물 복리법이 시행되고 있는 미국에서는 농무부 장관이 등록된 시설의 수와 더불어 그 시설이 사용하는 동물의 숫자가 기재된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지만 이는 여러 가지로 미흡한 점이 많다. 이 보고서에는 실험에 사용되는 쥐(rats), 생쥐(mice), 새, 파충류, 개구리 또는 가축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한 보고서에는 중등학교에서 사용되는 동물도 제외되고 있다. 또한 여기에는 동물을 주(州) 경계 너머로 수송하지 않는 연구 시설이 수행하는 실험이 포함되지 않으며, 연방 정부의 승인을 얻은 연구 시설 혹은 연방 정부와 계약을 맺은 연구 시설이 행한 실험도 포함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동물 실험에 항의를 해왔다. 하지만 그 성과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 이유는 실험용 동물과 장비 공급으로 이익을 얻는 회사를 등에 업은 실험자들이 입법자와 대중들을 설득하여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인간의 이익보다도 동물의 이익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무지한 광신자다”라고 믿게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에 반대하기 위해 모든 동물 실험이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직접적이면서 긴급한 목적에 필요하지 않은 실험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여타 연구 분야에서는 가능한 한 언제이건 동물 실험을 대체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


동물 실험을 재고해 보려는 징조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무분별한 동물 실험이 시행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동물 실험을 재고하는 제2단계로 접어들 조짐이 보이고 있다. 과학자인 동시에 ‘미국 과학과 건강협의회(American Council on Science and Health)’의 사무국장인 엘리자베스 휄런(Elizabeth Whelan) 박사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하루에 1,800병의 소다수에 해당하는 사카린에 설치류가 노출됨으로써 받게 되는 영향은 우리가 하루에 소다수를 몇 잔 마심으로써 받게 되는 영향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사실을 알기 위해 굳이 과학 박사 학위가 있을 필요는 없다.” 휄런은 동물 실험을 통해 추론해낸 암에 걸릴 위험에 대한 평가가 “신뢰성이 의심스러운 단순화된” 가정에 기초하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면서 헬런은 최근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관계자들이 농약과 다른 환경 관련 화학제품의 위험성에 대한 이전의 평가에 불신을 표명한 것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녀는 이러한 사실이 “규제 기관이 연구실에서의 동물 실험이 절대적으로 확실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과학 서적에 주목”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 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 또한 동물 모델의 정확성에 의문의 여지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AMA의 한 대표는 의약품 실험에 대한 의회 공청회에서 “동물 실험이 증명하고 있는 바는 거의 또는 전혀 없으며, 이를 인간과 상호관련 시키는 것도 매우 어렵다”고 증언했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의 초판이 출간된 이래, 그와 같은 동물 실험을 없애는 데 많은 발전이 있었다. 초판이 출간될 당시만 해도 동물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독성을 측정할 수 있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본 과학자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제 과학자들은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나는 노력 덕분에 대안을 모색해 보게 되었다. 동물 실험에 반대한 유명한 사람으로는 드레이즈와 LD50 실험에 반대하는 연합을 조직한 전(前) 시민권 활동가 헨리 스피라(Henri Spira)를 들 수 있다. 드레이즈 실험폐지연합(Coalition to Abolish the Draize Test)은 미국에서 가장 큰 화장품 회사인 레블론(Revlon)사를 상대로 “드레이즈 실험을 대체하기 위해 이익의 1퍼센트 중 10분의 1을 사용하라”고 요구하면서 항의를 시작했다. 레블론사가 이를 거절하자 드레이즈 실험폐지연합은 『뉴욕 타임스』에 “레블론은 아름다움이라는 허울 하에 얼마나 많은 토끼의 눈을 멀게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의 전면 광고를 게재했다. 토끼 복장을 한 사람들이 레블론사의 연차 총회에 나타났다. 결국 레블론사는 그들의 뜻을 받아들여 동물 실험을 대체할 연구에 자금을 할당했다. 에이본(Avon)과 브리스틀 마이어스(Bristol-Myers)와 같은 다른 회사들도 선례를 따랐다. 그 결과 영국에서 ‘의학 실험에서의 동물실험 대체자금(Fund for the Replacement of Animals in Medical Experiments)’이 일구어 놓은 이 분야에서의 선구적인 연구가 미국, 특히 볼티모어에 있는 ‘동물 실험대체 존스 홉킨스센터(Johns Hopkins Center for Alternatives to Animal Testing)’에서 대규모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처럼 관심이 증가됨으로써 『시험관 속의 독물학(In-Vitro Toxicology)』 『세포생물학과 독물학(Cell Biology and Toxicology)』, 그리고 『유리관 속에서의 독물학(Toxicology in Vitro)』과 같은 몇몇 새로운 주요 잡지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동물 실험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는 언제인가?

동물 실험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는 언제인가? 시행되고 있는 수많은 실험들의 본질을 파악한 일부 사람들은 모든 동물 실험이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가 한 치도 물러남이 없이 요구할 경우 실험자들에겐 다음과 같은 준비된 대응 방식이 있다. “그렇다면 한 마리의 동물에게 단 한 번의 실험으로 구할 수 있는 수천만의 인간들을 죽게 내버려둘 용의가 있는가?”


물론 이는 철저하게 가설에 바탕을 둔 질문이다. 단 한 번의 실험으로 수천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경우는 이제껏 없었고, 또한 있을 수도 없다. 이러한 가설적인 질문에 답하는 방법은 또 다른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만약 수천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경우 실험자들은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고아를 실험용으로 사용할 용의가 있는가?


만약 실험자들이 고아를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인간 아닌 동물을 사용하고자 하는 그들의 입장은 종에 기초한, 정당화할 수 없는 형태의 차별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성장한 유인원, 원숭이, 개, 고양이, 쥐, 그리고 다른 동물들은 인간의 유아에 비해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고, 그들에 비해 더 자발적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최소한 인간의 유아 못지않게 고통을 민감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나는 인간의 아이에 고아라는 조건을 달았는데, 이는 부모의 감정을 개입시킴으로써 사태가 복잡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다. 이와 같은 조건을 다는 것은 인간 아닌 동물 실험을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많이 양보를 한 것이다. 왜냐하면 실험에 사용되는 포유류 또한 새끼가 매우 어린 시기에 이별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어미와 새끼 모두에게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실험자들이 사람들, 심지어 뇌 장애가 있는 사람마저도 실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되지만, 어떤 목적을 위해 인간 아닌 동물들은 실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것이 자기가 속한 종의 편에서는 편견임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원칙은 우리들에게 문제에 대한 답변을 제시하기 위한 지침을 제공한다. 즉 우리는 인종차별주의적 편견과 마찬가지로 종차별주의적 편견 또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자면 실험이 너무나도 중요하여 뇌 장애가 있는 인간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떤 실험은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공장식 농장에선…

과밀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산란 닭

이전에 새뮤얼 버틀러(Samuel Butler)는 “암탉은 계란이 또 다른 계란을 만드는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쓴 바 있다. 물론 버틀러는 자신이 우스갯소리를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2만 5,000마리의 산란 닭을 사육, 관리하는 조지아 양계회사의 사장인 프레드 C. 할리(Fred C. Haley)가 암탉을 “계란 생산 기계”라고 묘사했을 때는 그의 말에 더욱 심각한 내용이 담기게 된다. 할리는 사무적인 태도를 강조하기 위해 그 말에 덧붙여 “계란 생산의 목적은 돈벌이다. 우리가 이 목적을 잊는다면 무엇을 위해 계란이 생산되는지를 잊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산란 닭은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고통을 겪게 된다. 새롭게 부화된 병아리는 ‘병아리 감별사’에 의해 암수로 선별이 이루어진다. 수평아리는 상업적 가치가 없기 때문에 버려진다. 일부 회사는 이러한 병아리들을 가스로 죽이기도 하지만, 대개 살아 있는 병아리들은 플라스틱 부대에 버려지고, 그들 위에 버려진 다른 병아리들의 무게로 인해 질식사한다. 다른 병아리들은 살아 있는 상태에서 가루로 만들어져 남매들의 모이가 된다. 미국에서만 매년 최소 1억 6,000만 마리의 병아리들이 가스에 질식되거나 가루가 되어 숨져 간다. 기록이 없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나 많은 숫자가 이와 같이 죽음을 맞이하는지를 말하기란 불가능하다. 사육사들은 수평아리들을 마치 우리들이 쓰레기를 내다 버리듯이 처리한다.


대부분의 계란 공장은 새장이 단으로 쌓여 있으며, 모이와 물은 새장 열 사이의 홈통을 통해 중앙 급식 장치로부터 자동으로 보급된다. 새장은 경사진 철사 바닥으로 이루어져 있다. 닭은 경사-흔히 20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로 인해 편안히 서 있기 힘들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로 인해 계란이 새장 앞쪽으로 굴러 내리기 때문에 이를 쉽게 수집할 수 있다. 더욱 현대식 공장에서는 계란이 컨베이어 벨트로 포장 공장까지 이송된다.


철망 바닥을 이용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유리하다. 배설물은 철망 사이로 떨어지며, 한꺼번에 수거가 가능하다. 이는 수개월 동안 쌓여 있어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일부 생산자는 좀 더 자주 제거해 주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생산자도 있다.) 불행히도 암탉의 발톱은 철망 위에서의 생활에 제대로 적응되지 않았으며, 조사해 보면 대개 닭의 다리에는 여지없이 상처가 나 있다. 닭의 발톱은 발톱을 마모시킬 단단한 바닥이 없는 이상 계속 길어지며, 영구적으로 철사에 엉켜 감기게 될 수가 있다. 국립가금기구(national poultry organization)의 전(前) 회장은 한 업계의 잡지에서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고하고 있다.

“저희는 문자 그대로 새장에 고정된 닭들을 발견했습니다. 아마도 그들의 발톱이 철사 그물코에 걸린 것 같았으며, 이것이 헐거워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얼마 있지 않아 발톱이 완전히 철사를 두르도록 자라났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닭은 새장 앞쪽에서 그런 일을 당하였으며, 그리하여 먹이와 물을 어렵지 않게 취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섯 가지 기본적인 자유

지금까지 우리는 전통적인 동물 사육 방식이 공장식 동물 생산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나타난 주요 경향을 살펴보았다. 유감스럽게도 1975년 이 책의 초판이 출간된 이래, 가축들의 복리와 관련해서는 아주 조그마한 개선이 있었을 따름이다. 그 당시에도 이미 현대적 생산 방식이 동물 복리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했다. 그 증거는 루스 해리슨(Ruth Harrison)이 1964년 발간한 획기적인 저서 『동물 기계(Animal Machines)』에서 최초로 집대성되었고, 영국의 농무 장관이 임명한 최고의 전문가로 구성된 브람벨(Brambell)위원회의 권위 있는 보고서를 통해 재차 입증되었다. 위원회에는 저명한 동물학자인 브람벨 자신 외에도 케임브리지 대학의 동물행태 담당 W. H. 톨프(W. H. Thorpe)와 수의학, 축산학, 그리고 농업 분야의 다른 전문가들이 포함되었다. 1965년 그들은 철저한 조사 끝에 85쪽의 공식 보고서를 발행하였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생산성이 높다는 사실은 동물들이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확실한 증거”라는 주장을 단호히 거부했다. 그들은 체중이 늘어나는 현상이 동물들이 ‘병리학적인 상태’에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또한 위원회는 가축들이 감금에 익숙하도록 자랐으며, 이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속박을 당해도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입장 또한 거부했다. 톨프는 중요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는 보고서 부록에서 우리가 가축의 행동을 관찰해 보면 설령 그들이 자연 상태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본래적인 행동 패턴과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그들이 “아직도 본질적으로는 선사시대의 야생에서의 삶”을 영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일관되게 위원회의 권고는 다음과 같은 신중하면서도 근본적인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우리는 한 동물의 자연스런 행동을 이루는 대부분의 주요 동작들을 방해할 정도로 심하게 감금하는 것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 않는다…… 최소한 동물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몸을 돌린다든가 털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들은 일어섰다 누웠다 하거나, 자신의 사지를 펼칠 수 있을 정도의 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소위 ‘다섯 가지 기본적인 자유’(위원회의 권고가 있은 후 사람들은 이와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다시 말해 몸을 돌릴 수 있고, 털을 고를 수 있으며, 섰다가 누웠다가를 할 수 있으며, 사지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자유는 여전히 새장 안에 갇혀 있는 모든 암탉, 축사에 밧줄로 매어져 있는 모든 암퇘지들, 그리고 나무 우리에 사는 모든 빌용 송아지들에게 주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브람벨위원회가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위원회 판단의 주요한 측면은 다수의 과학적 연구를 통해 그 정당성이 입증되었다. 예를 들어 우리는 가축이 선사시대의 자연적 행동 패턴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톨프의 평가가 에든버러 대학 연구팀이 수행한 반(半) 자연적(semi-natural) 상태에서의 돼지 연구를 통해 어떻게 충분히 입증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살펴본 바가 있다. 이제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출산만 할 수 있으면 동물들이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주장 또한 오류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메리칸 사이언티스트(American Scientist)』에 수록된 1986년의 한 연구는 관련 논의를 자세한 정보에 입각해서 적절히 보여 주고 있다.


1987년 유럽의회는 동물 복리에 관한 보고서를 검토했는데, 이때 집약적 축산법을 반대해야 하는 증거들을 어느 정도 받아들였고,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정책을 채택하게 되었다.


• 빌용 송아지들을 개별 나무 우리에서 사육하지 말고, 그들에게 철분과 조질(粗質) 사료를 제공한다.

• 10년 안에 배터리 새장을 단계적으로 없애 나간다.

• 암퇘지들을 개별 축사에서 사육하거나 밧줄로 묶어놓지 않는다.

• 수퇘지의 꼬리 자르기와 거세 등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절단을 종식시킨다.


이러한 제안들은 찬성 150, 반대 0, 기권 2의 표수로 가결되었다. 하지만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유럽 공동체 소속 모든 국가에서 선출된 대표로 구성되어 있긴 해도, 유럽의회는 단지 자문을 구하는 기구에 불과하다. 농업 관련 산업을 옹호하는 강력한 로비 활동 단체는 이와 같은 정책의 시행을 막기 위해 매우 치열하게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결의안이 채택되었다는 사실은 유럽인들이 동물의 복리 문제에 대해 깨어 있음을 보여 주는 모습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말이 아닌 실천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 책의 초판이 출간된 이래 가축이 살아가는 환경의 진정한 개선으로 파악할 수 있는 사례는 불과 몇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스위스에서는 암탉을 수용하는 배터리 새장이 점차 사라지면서 이미 대체 양계 사육 방식을 통해 사육된 암탉들이 낳은 계란이 널리 시판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사육 방식이 도입됨으로써 닭은 이리저리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으며, 땅을 긁어대고, 흙목욕을 하며, 횃대에 앉아서 날개를 퍼덕이고, 적절한 재료를 사용한 보호 둥우리에서 알을 낳을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되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사육된 암탉의 달걀은 새장에서 사육되는 암탉의 것보다 아주 조금 비쌀 따름이다. 영국에서는 오직 빌용 송아지를 수용하는 개별 축사 사용을 금지하는 데서만 가축들을 위한 진정한 진보의 징후가 나타났다. 다른 사회 개혁에서도 흔히 그랬던 것처럼, 현재 동물 복리가 갈 길을 모범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나라는 스웨덴이다. 1988년 통과된 스웨덴 법률은 가축이 처한 제반 조건들을 전반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이 장을 통틀어 나는 미국과 영국에서의 가축들의 조건에 초점을 맞추었다. 다른 나라의 독자들은 자국의 동물들이 처해있는 상황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믿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산업 국가(스웨덴을 제외한) 중 어떤 나라에 살고 있다면 자기 만족감에 안주할 근거는 전혀 없다. 대부분의 국가가 처해 있는 상황은 위에서 권장한 조건보다는 미국의 조건과 훨씬 유사하다.


* * *


본 도서 정보는 우수 도서 홍보를 위해 저작권자로부터 정식인가를 얻어 도서의 내용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저작권자의 정식인가 없이 무단전재, 무단복제 및 전송을 할 수 없으며, 원본 도서의 모든 출판권과 전송권은 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