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던지는 위험

   
콘돌리자 라이스 외(역:김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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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북스
   
18000
2019�� 10��



■ 책 소개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이 말하는
포퓰리즘과 대중의 오해로 인한 여론의 역풍에서 살아남기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오늘날 경영자들은 현대사에서 가장 복잡한 국제 정치 환경에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단체, 환경보호단체들이 정치적 행동으로 불매운동을 일으키기도 하고 테러 단체들이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해킹하기도 한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몇 줄의 이야기가 대중의 감정을 건드리면 상상하지 못할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두 저자는 경영 환경의 새로운 위험 요소로 ‘정치적 위험’을 지목한다. 저자들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정치적 위험에 대해 어떻게 대비하고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매년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수업을 진행했고, MBA 수업을 정리해 이 책을 출간했다.


저자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정치 역학을 보다 잘 이해하고 정치적 위험을 미리 대비하고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10장으로 나누어 살피고 분석한다. 또한 레고 컴퍼니 그룹, 페덱스, 로열 캐리비안, 나이키 등을 비롯해 항공모함 작동이나 NASA 우주비행 및 그 밖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성공과 실패 사례 등을 들어 스타트업 기업에서 포춘지 500대 기업에 이르기까지 어떤 조직에나 적용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다.


■ 저자
콘돌리자 라이스

스탠퍼드 대학교 정치학 교수이자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정치경제학 교수이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흑인 여성 최초로 미국의 제66대 국무장관으로 재직했고,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조지 부시 행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근무했다. 베스트셀러 『최고의 영예:콘돌리자 라이스, 불꽃처럼 산 워싱턴 시절의 기록』 『민주주의:자유를 향한 긴 여정Democracy:Stories from the Long Road to Freedom』 『특출하고 평범한 사람들Ordinary People:A Memoir of Family』 등 다양한 저서와 공저를 집필했다.


에이미 제가트
후버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며 스탠퍼드 대학교 산하 국제안보협력센터(CISAS) 공동 책임자이자 정치학 교수이다. 전문 분야는 사이버 보안, 미국의 정보·외교 정책, 정치적 위험 등이다. 지은 책으로 미국의 정보 활동이 직면한 도전 과제에 관한 『Spying Blind:The CIA, the FBI, and the Origins of 9/11』 『Flawed by Design:The Evolution of the CIA, JCS, and NSC』 『Eyes on Spies:Congress and the United States Intelligence Community』 등이 있다.


역자 김용남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15년간 검찰에 재직했다. 제19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후 현재 법무법인 일호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현역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항상 정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감사의 힘』 『두려워도 앞으로 한 걸음』 등이 있다.


■ 차례
추천사
역사 서문


1장. ‘블랙피쉬’ 효과: 21세기의 정치적 위험
2장. 우고 차베스만 정치적 위험이 아니다
3장.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냉전 이후 경영, 기술, 정치 분야의 거대한 흐름
4장. 심리전과 집단사고: 정치적 위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
5장. 직관을 넘어서: 정치적 위험 관리의 구조
6장. 보트 식별의 기술: 정치적 위험 이해하기
7장. 물리학자처럼 위험 분석하기
8장. 3대 핵전력, 빈 항공기, 그리고 위험을 완화할 기타 방법들
9장. 표준시 사용하기: 위기 대응
10장. 정치적 위험 관리용 근육 강화하기


 




정치가 던지는 위험


‘블랙피쉬’ 효과: 21세기의 정치적 위험

2013년 4월, 씨월드 엔터테인먼트는 잘나가는 회사였다. 테마파크 기업 중 처음으로 증시에 상장되어 기업 가치를 25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증시 상장을 통해 무려 7억 달러가 넘는 현찰을 거머쥘 수 있었다.


쌍둥이 엄마가 간판 기업의 주가를 폭락시켰다

이 모든 것이 샌디에이고 씨월드의 범고래 쇼에 쌍둥이 아이들을 즐겨 데려가던 어떤 엄마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가브리엘라 코퍼스웨이트. 로스앤젤레스의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였다.


그녀는 2010년 씨월드 올랜도 파크에서 틸리컴(Tilikum)이라 불리는 범고래가 공연 중에 조련사 던 브랜쇼를 공격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기사를 읽고 영화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그 후 2년간에 걸쳐 씨월드가 범고래를 어떻게 대했으며, 이런 방식이 동물은 물론 인간(조련사)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카메라에 담아냈다. 「블랙피쉬(Blackfish)」라는 탐사보도 형식의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제작비는 7만 6천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저예산 영화가 2013년 씨월드의 증시 상장 직후 개봉하자 유명 인사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입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할리우드 여배우 올리비아 와일드도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동물 보호 단체들이 여론의 주도권을 잡았다. 온라인 청원이 이어졌고 연예인들까지 나섰다. 윌리 넬슨, 베어네이키드 레이디스, 허트, 칩 트릭 등의 뮤지션들이 씨월드 공연을 취소했다. 씨월드와 협력했던 기업들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현대, 파나마잭, STA 여행사, 타코벨, 버진아메리카 항공, 사우스웨스트 항공 같은 기업들이 후원 계약을 철회했다. 특히 사우스웨스트는 씨월드의 동물을 항공기에 그려 넣는 등 26년간 협력 관계를 이어온 곳이었다.


그러는 사이 관객 수는 감소했고 주가는 급락했다. 2013년 7월, 영화가 개봉하기 전의 씨월드 주가는 38.92달러였는데 2014년 말에는 15.77달러 수준까지 내려갔다.


이 같은 몰락의 시작은 두 아이의 엄마가 ‘범고래 사고’를 다룬 신문 기사를 읽은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러한 연쇄 효과에 블랙피쉬 효과(the blackfish effect)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세상

베트남에서 발생한 반중국 시위가 엉뚱하게도 미국의 의류 품절 사태로 이어진다. 시리아 내전이 유럽의 난민 증가와 테러 공격을 촉발해 해당 국가들을 휘청거리게 만든다. 그 바람에 관광 산업 종사자들이 타격을 받는다. 시카고 공항에서 비행기 밖으로 끌려 나간 동양인 승객을 찍은 동영상이 중국에 퍼지면서 일부 기업이 경영에 위협을 받는다. 북한의 독재자가 난데없이 할리우드 영화제작사에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다.


이 모든 것이 우리 부모 세대가 예전에 보았던 정치적 위험과 차이가 있다. 21세기의 정치적 위험은 예전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각국의 수도, 군대, 정당처럼 통상적인 곳이 아닌 곳에서 위험이 늘어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우리는 정부의 행위대신 정치적 행위라는 용어를 선택했다. 비즈니스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행위가 가정과 길거리,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 채팅방, 기숙사, 회의실, 동네 술집 등 모든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더 이상 ‘특정 장소’의 제한이 없다.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우고 차베스만 정치적 위험이 아니다

포퓰리즘 독재자만큼 위협적인 가능성들

21세기의 정치적 위험을 고려한다면, 탄산음료를 금지하거나 석유 굴착 장비를 빼앗는 독재자가 아니라 이제는 다른 유형의 누군가를 떠올려야 한다. 여기에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평번한 사람들이나, 새로운 규제를 발표하는 지방정부 책임자, 차량 폭탄 공격을 준비하는 테러리스트, 기업과 국가에 대한 제재를 결정하는 유엔의 전문가 등이 포함된다. 여러 행위가 겹치고 교차하며 각국, 혹은 여러 국가에 걸쳐 위험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상황이 복잡할 수 있다.


우리는 위험의 주체를 5가지로 분류했다. 즉, 개인, 지역 조직, 중앙정부와 정부기관, 다국적 집단, 초국가 및 국제 기구로 나눠보았다.


개인

오늘날의 사회활동가는 새롭고 강력한 기술 수단들을 갖게 되어 전보다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자신의 뜻을 관철해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제는 기업의 방침을 바꾸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 설득하거나, 조직을 만들거나, 시위를 벌이거나, 의회에서 증언을 할 필요가 없다. 통신기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널리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사람들은 특정 대상을 위험에 빠뜨리기 위해 사회활동 집단에 소속될 필요가 없다. 심지어 자신을 사회활동가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구경꾼도 스마트폰과 알파벳 기준으로 280자를 가지고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지역조직

미국의 해운 화물 가운데 절반이 서해안의 항구, 특히 롱비치항과 로스앤젤레스 항을 통해 이동한다. 그런데 2014년 6월, 노동조합과 사용자협회 간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로 인해 업무 처리가 더뎌졌고, 야간 및 주말 작업이 중단됐다.


이 불똥이 다른 곳으로 튀었다. 선박들이 롱비치와 로스앤젤레스 항을 피하려다 보니 서부 지역 다른 주요 항만의 혼잡도가 극에 달한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캐나다, 멕시코, 미국 동부로 우회 항로를 잡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해지자 노동부 장관이 나서서 양측이 타협에 이르지 못할 경우 연방정부가 개입할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지만 협상이 타결된 것은 2015년 2월이 되어서였다.


우회로 늘어난 운송 경로는 기간과 비용을 증가시켰다. 아시아에서 LA로 물품을 운송하는 데 통상 2주 걸리던 것이 2배로 늘었다. 소규모 기업과 농업 분야가 특히 타격을 받았다. 많은 농산물 컨테이너가 항만 운송을 염두에 두고 LA 외곽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알다시피 LA는 온화한 기후로 식품이 부패하기 쉬운 곳이다. 농업운송연합은 “농산물 손실이 월평균 17억 5천만 달러 규모에 이르렀다”고 추정했다.


중앙정부와 정부기관

중앙정부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과세, 규제, 몰수, 수용은 물론 커다란 사업을 추진 또는 중단하기도 한다. 자본시장을 쥐락펴락해서 위험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정부 내 부처들이 특정 산업에 위험을 초래하기도 한다. 독재국가든 전체주의, 혹은 민주주의든 간에, 모든 정부는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각각의 부처에 역할을 나누고, 각 부처는 제각각의 동기와 전통, 관심에 따라 업무 방식에서 다른 부처와 마찰을 빚게 마련이다. 이들 기관 사이의 관할권은 이따금 모호하고 경쟁적이어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상황에 따라서는 특정한 산업에서 부패를 조장할 때도 있다.


대부분의 국가는 특정 산업이 자국의 이해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문을 전략적 산업이라 부른다. 예를 들면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를 전략적 산업이라 여겨 거대 국영기업인 가스프롬을 보호하고, 유럽 국가들에 맞서 정치적인 이익을 챙기는 데 이 회사의 힘을 활용한다. 유럽은 에너지 공급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스프롬은 2006년과 2009년에 유럽으로의 공급을 차단한 적이 있는데 정치적 긴장이 정점에 달했던 시기였다. 러시아의 파이프라인 정치는 이런 전략적 산업에서 나온다.


다국적 집단

기술 발전은 수많은 다국적 집단들-비정부 조직, 사회활동가, 국제적 노동단체, 사이버 자경단, 국제 범죄조직, 테러리스트, 용병, 무장집단, 종교 및 인종 집단-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대했다.


사이버 집단은 이 중에서 가장 새로운 형태다. 지난 10년 동안 어나니머스(Anonymous)나 룰즈섹(LulzSec) 같은 해커 집단이 급부상했다. 흔히 인터넷 자경단으로 표현되는, 리더 없는 이들 집단은 느슨하게 조직된 국제 커뮤니티로, 인터넷의 자유를 제한하는 활동 또는 기관에 대해 분노한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단체, 금융사부터 미국 군 사업체, 바티칸, 아랍 독재정권, 음란 사이트, 샌프란시스코 대중교통 당국, CIA, FBI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목표물의 정보를 파괴하고 훔치고 장난치는 등의 사이버 공격을 벌인다.


초국가 및 국제 기구

초국가 및 국제 기구는 여러 국가들 및 수억 명의 사람들을 한데 결속한 공식 조직이다. 이들은 관료 체계와 특수한 규정 및 절차, 회원국에 대한 집단적 권한과 처벌권을 가진다. 회원국이 많은 데다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므로 행동을 취하기 어려운 때도 있다. 하지만 국제 기구는 이따금 자신의 의지를 회원국의 경제와 사회에 깊이 관철시킬 수 있는데, 이것이 국제 기구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국제기구와 개별 국가 간의 ‘새는 틈’

오늘날 정치적 위험 유형

지정학적 사건: 국가 간 전쟁, 중대한 권력 이동, 다자간 경제적 제재 및 개입

내부 갈등: 사회 불안, 인종 갈등, 이민, 민족주의, 분리주의, 연방주의, 내전, 쿠데타, 혁명

법, 규제, 정책: 외국인 소유권 규정의 변화, 세금, 환경 관련 규제, 국내법

계약 위반: 몰수 및 정치적 이유로 인한 신용 부도를 포함한 정부의 계약 취소

부패: 차별적 과세, 구조적인 뇌물

법률의 영토 외 적용: 일방적 제재, 범죄 수사 및 기소

천연자원의 조작: 정치적인 목적에 의한 에너지 및 희귀 광물의 공급 변화

사회운동: 집단행동을 촉진하는 ‘전염성’ 사건 또는 의견

테러: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람과 재산에 대한 위협 또는 폭력 사용

사이버 공격: 지적재산의 절도 및 파괴, 스파이 행위, 강탈, 기업‧산업 및 정부‧사회에 대한 파괴



심리전과 집단사고: 정치적 위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

잭 웰치의 GE가 유럽연합에 발목을 잡힌 까닭

설문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신흥시장에 투자할 때 정치적 위험이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는 것을 알지만, 실제로는 상당수가 여전히 정치적 위험 분석을 위기관리에 통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5년 1400명의 경영인을 대상으로 한 에이온(Aon)의 글로벌 위기관리 설문 조사에서, 이들은 가장 걱정하는 분야로 사이버 위험을 지목했으나, 그중 58%에 달하는 기업이 관리를 위한 위험 평가조차 제대로 마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사이버 위협에 대해서는 각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2017년 유엔 보고서는 전 세계 국가 중 절반만이 사이버 보안 전략을 갖추고 있거나 수립 과정에 있다고 보고했다.)


설문 조사에 응했던 대부분의 기업이 정치적 위험을 충분히 관리하지 못한다고 인정한 반면, 일부 선도적인 기업들은 혁신을 거듭해가며 위험을 적절히 관리하고 있었다.


이 장에서 우리는 이 능력의 차이를 세밀히 살펴보고, 차이가 어디 비롯되는지 분석해본다. 심리학 이론은 물론 우리의 연구와 경험, 비즈니스 및 국제 안보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사례들을 활용하려 한다. 효과적인 위험관리 체계를 만드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이 무엇인지 밝혀보겠다. 우리는 이러한 장애물들을 ‘5가지 어려움’이라고 부른다.


1. 보상의 어려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문제들을 해결했다고 보상받을 수 없다”

정치적 위험 관리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경영상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아니요. 아마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라든지 “잠깐만요. 이 일의 잠재적 측면을 생각해보셨습니까?”


경제적 이익이 확실해 보이고 정치적 위험은 장기적이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경영진 또는 이사회의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말이 될 수 있다.


훌륭한 분석에 대해 보상하지 않는 조직은 좋은 분석을 얻을 가능성이 적다. 초기 실리콘밸리의 경영인 출신이자, 19번째 국방부 장관을 역임하고, 지금은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인 빌 페리는 일부 국방부 장관이 역대 장관들보다 빛나는 성공을 거둔 요인을 연구해왔다. 그 과정에서 명석한 일부 장관들이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실패한다는 사실을 도출해냈다. 바로 반대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고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을 심하게 꾸짖었다는 점이다.


2. 파악의 어려움

확률에 관해서라면 인간의 판단력은 형편없다. 사람들은 치명적인 자동차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6만 배나 높은데도, 자동차 사고보다 상어에게 물려 죽는 것을 훨씬 두려워한다. 현실에서는 상어의 공격을 받는 것보다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에서 밟혀 죽거나 사다리에서 떨어져 죽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가능성을 잘못 계산하는 이런 경향은 대개 휴리스틱(heuristics)이라 불리는 인지 오류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오류로 인해 의사 결정이 쉽고 효율적일 때도 있지만 이따금 심각한 실수로 이어질 때도 있다. 심리학자 에이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커너먼은 나중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이 이 분야의 선구자다. 이들의 연구 결과 중에 가용성 추단법(availability heuristics)이 있다. 이 개념은 사람들이 비슷한 많은 사례들을 통해 사건의 빈도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마음속에 깊이 각인된 끔찍한 사건이 평범한 일들보다 기억하기 쉽다. 사람들은 이런 경향 때문에 자동차 사고보다 비행기 사고를, 독감보다 에볼라를 더욱 무서워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비행기가 자동차보다 70배나 안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세계적으로 1만 1천여 명이 사망한 반면, 같은 기간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50만~100만 명에 이른다. 가용성 추단법은 왜 우리가 심장마비나 자동차 사고처럼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건보다, 상어의 공격처럼 뉴스에 나온 사건에 신경을 집중하는지 설명해준다.


3. 측정의 어려움

브렉시트 여론조사처럼 수치로 측정 가능한 경우에도, 정치적 위험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앞에서 논의했다. 브렉시트는 그나마 좋은 케이스다. 많은 정치적 위험들은 수치로 측정할 수 없다. 경제적 위험의 경우 1인당 국내총생산, 고용, 인구통계, 이자율, 환율 등의 지표로 간단하게 평가할 수 있는 반면, 정치적 위험은 질적 개념이다. 또한 비정형화되어 있다.


정치적 위험을 고려할 때는 부정부패, 체제 및 정책 안정성, 사회 분열, 국민 정서, 문화 규범, 지정학, 국내 정치뿐만 아니라 정치 지도자부터 주민 모임과 비정부기구에 이르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적과 영향력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물론 이런 핵심 요소들에 대한 양적 기준과 추이를 알려주는 취약국가 지수 등의 판단 지표가 있다. 그러나 나중에 다시 쓰겠지만, 많은 정치적 위험이 지역적으로 발생하는데, 이러한 판단 지표는 국가 차원의 조사 결과를 보여주는 경향이 있고, 정말로 중요한 추이보다는 해당 시점의 단편적 상황만을 보여주므로 신중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4. 업데이트의 어려움

기업이 외국 시장으로 옮겨 가기로 처음 결정한 시점에서 정치적 위험을 평가하는 것과 효율적 관리 차원에서 위험 평가를 업데이트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이다. 정치적 위험 자문기관인 유라시아 그룹의 설립자 이안 브레머는 새로운 투자를 위한 정치적 위험을 분석한 기업은 69%인데, 그중 27%만이 투자가 진행된 이후에도 정치적 위험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했다고 밝혔다. 기업은 때때로 무엇이 변했는가?를 너무 늦게 묻는다.


사람들은 어떤 일이 변함없이 지속될 거라고 가정하지만 그런 생각은 자주 틀리죠. 성공한 헤지펀드 블랙스톤 대체자산운용의 CEO 토밀슨 힐이 말한다. 블랙스톤은 현재의 상황에 의문을 제기하는 관점으로 정치적 위험에 대한 분석을 업데이트한다. 토밀슨 힐은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지 항상 확인하면서 최신 시나리오에 대한 반대 의견까지 포함한다고 말했다.


5. 소통의 어려움

정치적 위험 관리에 대한 보상이 잘 이루어지고, 잘 파악되고 있으며, 제대로 측정되고 업데이트 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위험을 전달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정치적 위험은 소통이 어렵다.


우리는 이 핵심을 전달하기 위해 매년 수업에서 다음과 같은 작은 실험을 한다.


우리가 여러분에게 평생에 걸쳐 최고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약을 주었다고 상상해보자. 이상적인 몸무게, 살고 싶은 나이, 멋진 머리 스타일을 상상해보자. 당신이 이 약을 한 번 먹으면, 평생 멋진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약은 99.9% 안전하고 어떠한 부작용도 없다. 여러분 중 몇 명이나 이 약을 선택할 것인가?


통계적으로 99.9%는 안전하다는 말과 1천 분의 1의 사망 가능성은 같다. 하지만 99.9%는 안전하다는 말이 1천 분의 1의 사망 가능성보다 좋게 들린다.


이 영원한 아름다움을 약속하는 실험은, 뛰어난 수학 실력을 가진 스탠퍼드 대학교 경영대학원 학생들 사이에서도 위험을 전달하는 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위험이 어떻게 표현되는지에 따라 같은 사람도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보트 식별의 기술: 정치적 위험 이해하기

기업은 어떻게 정치적 위기를 더욱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을까? 성공을 담보하는 유일한 과정이나 도구는 없다. 하지만 레이쓰에가 보트 식별(boat spotting)이라 부르는 활동을 통해 많은 위험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그는 멀리서 나타나는 보트를 찾아내듯이 다가오는 위협 속에서 커다란 도전의 기회를 식별해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을 파악하는 일이 곳곳에 도사린 위협을 찾아내는 일임을 깨닫는 것이다. 이는 조직 내부를 보는 것, 즉 보트를 발견하기 위해 핵심 능력과 문화를 개발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기업문화가 매우 중요하다. 위험을 이해하는 기업에는 체계적으로 위험을 확인하고 그것을 주제로 논의하는 공통의 언어가 발달되어 있다. 위험 수용 범위를 함께 정하고 위험의 세부 사항을 회사 전체에 잘 전달한다. 또한 맹점을 줄이기 위해 창의성을 발휘하고 진실 말하기를 활용한다. 하지만 그 위험을 내부화하고 우선순위로 만들지 않으면, 회사는 그 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일관된 행동을 취하는 데 실패할 것이다.


1. 우리 조직의 정치적 위험 수용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정치적 위험을 잘 관리하는 기업은 어떤 위험을 기꺼이 수용하고 어떤 위험은 수용하지 않을지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들의 위험 수용 범위는 명백하고, 수시로 업데이트되며, 널리 공유되어, 기업 전략과 긴밀히 연결된다.


크루즈 선박회사, 레스토랑, 놀이공원처럼 소비자를 직접 대면하는 회사는, 자원 채취 또는 기업 간 거래를 하는 업종과는 달리 대중의 평판 리스크에 직면한다. 제조업체는 노동력 부족, 파업, 쟁의를 포함하는 정치적 위험과 마주하는 경향이 있다. 의류 회사는 해외 공장의 노동 조건과 인권 등 사회적 책임 위험에 자주 노출된다. 석유와 가스 기업은 현지의 정치 붕괴, 부패, 불안정, 재산 몰수, 폭력 같은 가혹한 환경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데 익숙하다. 다만 그들의 투자는 지상의 요소보다는 지하에 묻혀있는 요소에 의해 주로 결정된다.


2. 위험 수용 범위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모든 경영자가 질문해야 하는 두 번째는 첫 번째와 긴밀히 연관된다. 즉, 우리는 위험 수용 범위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는가?


CEO, 이사회 의장, 고위 임원진이 위험 수용 범위를 정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모든 직원이 공유해야 한다. 최고의 기업은 정치적 위험이 이사회 회의실에서 영업 및 매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원의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를 토론하기 위한 공통의 언어, 위험을 식별하는 일관되고 반복적인 과정, 위험에 대한 주인의식을 형성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디즈니에는 미키마우스가 다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회사 전체에 공유된다. 위험관리 담당 임원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가진 것이 가치 있다고 모두가 인정하죠. 그래서 동료에게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더라도, 그를 괴롭히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서로 알고 있습니다. 반갑지 않지만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으니까요.


3. 어떻게 사각지대를 줄일 것인가?

모든 사람과 조직에는 사각지대가 있게 마련이다. 해결책은 다가오는 위험을 너무 늦기 전에 볼 수 있도록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페이첵스의 피오레유는 시장의 흐름이든, 변화하는 정치 환경이든, 매우 가까이 있는 위험에 특히 관심을 쏟는다. 모르는 사이에 가까이 온 버스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다가오는 위험이 중요하죠.


인도의 대형 소비재 기업 마리코의 CFO(최고재무책임자) 비벡 카브는 점진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에 특히 유의한다. 그는 운영 방식의 어떤 측면이 일을 서서히 망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인도의 소비자 운동이 그런 위험에 속한다. 또 다른 정치적 위험은 환경보호주의다. 환경을 외면하는 기업은 그로 인해 더욱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카브는 말한다. 회사는 이처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PVC를 사용하지 않은 포장재를 도입하고 필요 에너지의 9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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