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덴마크식 창의력에 관한 책이다. 피카소는 샤워를 하면서 영감을 떠올렸고, 아인슈타인은 면도를 하면서 영감을 떠올렸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행동이 창의적 사고에 대한 직접적인 동기를 제공하느냐는 데에 대하여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나, 이들은 이 시간을 개인의 기분전환이나, 재충전의 시간으로 활용함으로써 창의적 영감을 얻는 모티브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북유럽 국가들의 교육방식이나 삶의 방식이 우리나라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그들의 창의적 사고의 원동력을 함께 살펴 본다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중 한 사람은 유럽의 유명한 스포츠 용품 회사 hummel의 경영자이기도 하다.
■ 저자
레네 탕고르드
레네 탕고르드는 덴마크, 알보그 대학의 심리학교수이다
크리스티안 스타딜
크리스티안 스타딜은 글로벌 스포츠웨어 험멜의 수장이며, 유럽의 가장 카리스마 있는 비즈니스 리더 중의 한 명이다.
■ 번역 조윤경
조윤경은 한림대학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다년간 동물병원에서 근무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피카소와 샤워를』『테니스 이너게임』『스키 이너게임』『포커스 존: 집중력을 위한 뇌의 재발견』『마음은 몸으로 말을 한다: 과학과 종교를 유혹한 심신 의학의 문화사』『마케팅의 미래는 마이크로: 매스 마케팅의 종말』등 다수가 있다.
■ 차례
제 1장 누구나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
제 2장 상자의 가장자리를 따라 춤을 추자
제 3장 스네이브에서 폴레까지 - 창의적 과정을 추진하는 힘의 또 다른 이름, 열정
제 4장 인어공주와 데이트하는 덴마크 건축 신동
제 5장 프랜시스 베이컨의 어깨 위에서
제 6장 아쿠아, 서머발레, 그리고 위대한 의심
제 7장 아인슈타인, 피카소와 함께 목욕하기: 창의적 돌파구를 이루어내자
제 8장 압생트, 코카인, 불태워진 이젤: 우리는 다양한 보조물로 창의성을 억지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리고 광기는 천재성과 동의어일까?
제 9장 LETT 법률회사: 창의적인 문화 육성 및 저항 극복
제10장 페르닐레 올룬의 ‘귀여운’ 유리 파티션에 대한 혐오감: 황홀한 돌파구와 창의적 작업장의 발견
제11장 ‘킬링’의 사라 룬, 푸른 코끼리, 그리고 레고: 가장자리에서 작용하느냐의 문제로서의 창의성
제12장 발가벗고 에미상을 타자: 비즈니스라는 맥락에서의 열정
제13장 보일러가 계속 돌게 하라
제14장 노마,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아이디어의 구현과 탐험
제15장 노마의 토요일 세션, 그리고 옷장 안에 감춰둔 이상한 놈: 직원들 사이에서 창의적 과정이 일어날 수 있게 하라
제16장 헤를루프숄름과 창의성의 개선
제17장 글로벌 도전과제와 덴마크 창의성 모델.
>피카소와 샤워를 - 창의성과 상상력을 일으켜라
상자의 가장자리를 따라 춤을 추자
창의력의 가장 중요한 재료는 창의적인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이다. 창의적인 사람은 모순과 의심을 견뎌내는 능력이 있다. 그들은 경계를 극복하고 위험을 무릅쓴다. 또한 물 속 깊은 곳까지 헤엄쳐 들어가되 방향을 잃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 사람은 창의적이야라는 말은 정확히 무슨 뜻일까? 그리고 창의적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의미로 창의성이 발휘되는 것을 경험한다. 창의성이 누군가의 환상을 사용하는 것이고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일이라는 주장과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이라는 주장은 공존할 수 없다. 이는 창의성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사실이다. 지나치게 단순화한 감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소개하는 창의성 모델은 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의미를 포함한다. 창의성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1. 최대한 자유분방하고 남들과 다르게 생각한다.
2. 일종의 추진력, 그리고 사회적 엔진 역할을 하는 혁신이다.
3. 적절하게 발휘될 경우 혁신으로 이끌 수 있는 신비로운 에너지이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보자면 창의성은 틈을 관통하는 빛, 또는 합리적 생산성으로 전환될 수 있는 성적 에너지이다.
창의성은 유의미한 방식으로 세상에 등장하는 새로운 것이다. 단순히 자유분방하게 생각하거나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또한 창의성은 익명의 사회적 엔진도 아니다. 특정한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행한 결과이다. 연구를 바탕으로 한 창의성 모델 대부분은 네 가지 P를 구분하다. 사람(Person), 과정(Process), 제품(Product), 비평(Press)이다. 사람과 과정, 제품은 각각 창의적인 것이지만 서로 창의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분명 이러한 요소에서 창의성이 발휘될지의 여부는 각각 처한 환경에 달려 있다. 즉, 창의적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과정도 창의적이어야 한다.
경계선상에서!
창의성 연구가 대부분은 확산적 사고가 창의성의 핵심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문제를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고 부조화적인 상황을 돌파하며 정반대된 시각에서 바라보는 능력을 말한다.
창의성을 상자 밖에서 생각하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는 동의할 수 없다. 대신 우리는 창의성이 상자의 가장자리, 즉 경계를 따라 이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의성은 상자의 경계선 위에 존재하고 그 경계선을 탐험, 확장하는 재개발이다. 상자의 경계는 다른 사람의 어깨 위에 올라설 때 새로운 제품과 기존의 제품 사이에서, 각기 다른 지식과 기술을 교환하는 영역 사이에서 생긴다. 우리는 상자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지고 상자 밖에서 만든 제품은 팔 수 없는 것일 위험이 있다.
고전적인 코펠-칸덴을 재디자인한 토마스 뤼케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인간은 알아볼 수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디자인이 너무 급격하게 달라지면 종종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블루 플루티드, 경계선을 따라 걷다
상자 가장자리에서 균형을 잘 잡아낸 대표적인 제품이 2001년, 카렌 키엘드가르드-라르센이 디자인한 로열 코펜하겐의 블루 플루티드 메가디너 서비스이다.
블루 플루티드가 생산된 역사는 1775년, 코펜하겐의 자기 공장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은 블루 플루티드 자기를 대량 생산하고 있었고, 그 영향은 독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덴마크 왕족은 그러한 프로젝트를 재정적으로 지원했고, 이는 당시 덴마크 왕국의 일부였던 노르웨이에서 코발트가 대량 매장된 곳을 발견한 시기와 일치한다. 2001년 블루 플루티드 메가 디자인은 실제로 오리지널 디자인이 확장된 것이었으므로 고귀함과 친밀함이 모두 어우러져 있다. 블루 플루티드인 것 같았지만 시대에 맞게 바뀌었고, 이는 현재 로열 코펜하겐 기본 고객층에게 어필하는 동시에 가치 있는 덴마크 역사의 편린을 구입하고 그러한 역사의 한 부분이 된다는 감상까지 제공한다.
그렇지만 그저 달라진다고 창의성이 발휘되는 건 아니다. 즉 다른 사람에게 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창조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단순히 상자 밖에서 생각하지 말고 상자의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또한 상자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상상하면 창의성을 발휘할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가장자리를 따라 걷고 가장자리 위에 올라서며 추락하지 않은 채 아래를 내려다 볼 용기 말이다.
수평적 사고를 연관시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다른 사람들도 움직일 수 있다. 그러한 아이디어는 우리가 자신들을 갖고 싶어지게 만든다. 그러므로 창의성은 사고 이상을 포함할뿐더러 무언가를 새로운 방식으로 지능적으로 연결시키는 능력으로 이해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므로 감정적인 요소를 연관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창의성에는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핵심 규칙을 반드시 명심하라. 전통적인 것을 새롭게 만들려면 우선 그것에 대해 알아야 한다. 창의성이 저절로 꽃피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생각해야 할 무언가나 시작점이 될 무언가, 또는 다른 것들로부터 스스로를 차별화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때만 확산적 사고, 또는 가장자리로 가고자 하는 용기가 중요하다. 어찌되었든,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은 물론 의미 있는 것을 만들기 위해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다른 말로 설명하자면, 주어진 대본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을 때만 즉흥성을 발휘할 수 있다.
창의적인 돌파구 만들어내기
대단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를 무작정 기다리거나 일 중독자가 되어 억지로 컴퓨터 스크린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창의성이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덴마크 시인 외르겐 레트는 끊임없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찾는다. 겨울이면 그는 외국에 나가서 산다. 글을 쓰는 기간 동안 그는 아침마다 아이티 북쪽 해안의 가파른 절벽을 따라 산책을 하고 저녁에는 좋은 문장을 단 한 줄이라도 쓸 때까지 작업을 계속한다. 그 한 줄이 있으면 다음날 일을 시작하기 쉬워진다. 아인슈타인은 면도를 하던 중 그의 가장 위대한 이론을 떠올렸다고 알려졌다. 즉, 매일의 일상적인 업무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휴식이나 이탈이 창의적인 과정 자체에 중요한 재료인 것이다.
또한 피카소는 완벽주의자이며 노트에 수많은 메모를 하고 스케치를 그린 뒤, 이를 최고의 작품을 위해 사용했다고 알려졌다. 다시 말해 그는 창의적인 돌파구를 만드는 데 능했을 뿐 아니라 그러한 창의적인 돌파구를 효과적인 것으로 만들 준비를 하는 데에도 능했다는 의미이다. 레트 역시 노트가 중요한 창의성 도구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효과적인 창의적 돌파구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을까? 그 한 가지 대답은 현재 존재하는 것에서 파생된 일,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게 해주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일상을 보낸다면 당신은 산책 등 뭔가 다른 것을 해야 한다. 조직의 차원에서 보자면 기업과 지자체는 구성원이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업무를 구성해야 한다. 크리스티안이 자신의 기업에서 그렇게 결정했듯 이달의 최고 아이디어를 선정하여 상을 줄 수도 있고 올해의 최고 아이디어 상을 줄 수도 있다. 이 책에 담긴 경험이 주는 교훈은 다른 분야와 직업에 종사하는, 그리고 수평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비아르케 잉엘스는 자신이 진심을 다해 새로운 영감을 구한다고 말한다. 페테르 스텐벡과 외르겐 레트는 모든 종류의 소스로 부터 경험한 것에서 샘플링을 하고 이를 자신들의 제품과 업무에 적용한다.
우리는 다변성을 키우고 경계를 넘나들며 표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렇게 하면 우리는 새로운 풍경과 기회를 탐험하기 위해 현재 알고 있는 것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합리적으로 일하라
창의적인 돌파구, 지속적인 업무, 그리고 위험을 감수할 의지는 창의성에 필요한 기본 요소이다. 창의성이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합리성을 무시한 채 무작정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그 반대이다.
재능에서 저자 클라우스 불은 스웨덴 출신의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정신학과 교수 안데르스 에릭손이 베를린 음악 아카데미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를 소개했다. 에릭손은 최고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다른 연주가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는지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그 결과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들은 지도자, 조언가, 멘토의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그들과 주고받은 피드백을 토대로 피나는 연습을 한 결과, 지금의 연주 실력을 갖추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한 단계 더 올라서고 학습 영역으로 접어들었다.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연습해야 할 뿐 아니라 적절한 일, 즉 어렵고 도전적인 일을 해야 한다.
에릭손은 이들에게 일기를 쓰게 했고,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은 한결같이 낮잠을 잔다는 것이다. 왜냐고? 쉬지 않고 몇 시간 동안 연습하다 보면 완전히 기진맥진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잠시 일을 멈추면 다시 집중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여분의 에너지와 평온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창의적이고 싶은가? 그렇다면 줄기차게 달리지 말고 조금씩 쉬어가면서 합리적으로 일하라. 솔직히 말해서 그야말로 희소식이 아닌가.
아인슈타인, 피카소와 함께 목욕하기 : 창의적 돌파구를 이루어내자
이번 장에서는 집에서, 그리고 직장에서 소위 창의적 돌파구를 촉진하는 방법을 다룰 것이다. 이 장에서 내릴 한 가지 결론을 말하자면, 지나친 자의식은 창의성을 속박할 수 있다이다. 때로 우리는 자신을 잊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창의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초조함을 정복하고 머리가 아닌 신체, 그리고 신체의 느린 사고 과정이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핀란드 건축가 유하니 팔라스모는 생각하는 손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건축의 세계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거나 사람들로부터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해도 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냈다는 의미가 아니다. 뭔가 창조되었다 해도 이는 임무를 수행하고 기술을 사용한 결과이다. 그럴 때 사용되는 것이 바로 신체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지식인데, 이 지식은 무의식적이고 상황에 따라 변화하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날 수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겉으로만 이성적이며 오만한 자의식을 가진 사람은 그러한 지식을 사용할 수 없다.
아인슈타인과 피카소처럼 우리는 욕실이든 우연히 도착한 장소든, 우리는 좋은 아이디어가 저저로 떠오르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예를 들어 욕실에 있을 때, 우리는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상태에서 수동적인 상태로 바뀐다. 즉, 억지로 뭔가를 생각해내려는 상태에서 벗어남으로써 오히려 뭔가 떠오를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이다. 자신의 저서 드 보노의 창의력 사전>에서 에드워드 드 보노는 최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생각을 멈춘다는 의미로 이를 창의적 정지라 불렀다. 일을 하는 도중에 의식의 작용을 방해하면 창의성을 북돋울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할 최고의 장소는 바로 욕조이며, 이곳에서는 사회적 상호 작용이나 다른 요소가 끼어들 여지가 최소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홀로 욕조에 몸을 담가라! 몸을 씻는 일 자체는 매우 평범한 일상이므로 생각할 수 있는 여유는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습관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면 사무실을 박차고 나가거나 목욕을 함으로써 환경을 바꿀 기회를 제공하며, 그것만으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아를 잊자
창의적 돌파구는 특정한 기술을 의미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돌파구가 필요할 때 욕조에 몸을 담그는 일이 있다. 하지만 케네트는 돌파구로 삼겠다고 작정하고 목욕을 하는 것이 아니다. "목욕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냥 하는 거다. 욕조 안에 있다 보면 저절로 창의력이 흘러나온다. 그러니 따지지 말고 그냥 해라." 흥미로운 의문이 한 가지 생겼다. 창의적 돌파구를 통해 의식적으로 창의성을 증진할 수 있을까? 단 한 명, 진정한 사랑을 찾는 데에만 열중하는 한 그런 사랑을 결코 찾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마도 해답은 그 중간쯤에 있을 듯싶다.
케네트는 욕조 안에 있는 동안 어떻게 완전히 고립된 상태에서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잊는지 꽤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는 분명 이 장의 시작 부분에서 팔라스모가 강조한 내용이다. 지나친 자의식은 느린 사고를 속박할 수 있고, 때로 자아를 잊는 것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케네트 바게르의 경우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가끔 목욕을 하는 것뿐이다.
창의적 과정에는 공간을 차단하고 고요함을 만드는 휴식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케네트는 자신만의 현재에 존재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확신한다. 예를 들어 히트할 거라는 확신이 드는 곡이 있을 때 자신을 둘러싼 실제 환경과 다른 현재에 있을 때도 있고, 그 음악을 틀어주면 좋을 법한 라디오 진행자가 자신과 달리 그 음악의 잠재력을 보지 못할 때도 있다. 이에 대해 케네트는 이렇게 말한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을 때는 다른 사람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하지만 타인의 저항은 중요한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저항이 클수록 나는 내가 대박을 건졌다고 확신하다."
세가지 교훈
케네트의 이야기는 페테르 스텐백의 이야기와 평행을 이루는 점도 있다. 페테르가 퓐 섬에서 탈출한 반면 케네트는 코펜하겐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유틀란의 호브로를 떠났다. 그는 어릴 적부터 음악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어 했다. 어느 날, 삼촌이 운영하던 딸기밭을 가로질러 걷는 중 DJ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삼촌 잉에르는 케네트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물었고 그는 지체 없이 대답했다. "엘비스 프레슬리!" 그 순간 대형 휴대용 카세트에서 흘러나온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이 딸기밭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어릴 적 케네트는 LP와 카세트테이프로 온갖 종류의 음악을 들었고 연극과 무용 수업에 참여했다. 실제로 그는 10대 시절, 오르후스에서 열린 프리스타일 디스코 경연대회에서 3위에 입상한 경력이 있다. 당시 심사위원은 뮤지션 안데르스 비르코우, 배우 쇠렌 필마르크 였다. 그들은 케네트가 우승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옌스 오킹과 함께 연기 수업을 받을 것을 권했다. 그러나 진지하게 연기를 시작할 무렵 케네트는 음악에 빠져버렸다. "언제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르게 조금씩 내 마음을 차지해갔다. 나는 밤에 활동하고 낮에는 학교에서 잤다."
17세가 되던 해, 케네트는 고참 DJ들의 비법을 찾아내기 위해 덴마크 전역의 다양한 디스코클럽을 방문했다. 그는 세 가지를 배웠다.
1. 그 지역의 여성과 잠자리를 하지 말라. 다음에 방문했을 때 그들은 당신 때문에 상처받은 상태일 것이다. 당신은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 여자 손님은 곧 수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 술을 마시거나 마약을 하지 말라. 정신이 빠릿빠릿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훌륭한 DJ는 앞으로 어떤 음악을 틀지 다섯 곡 정도는 미리 정해 놓아야 한다.
3. 가장 중요한 건 음악이다. 곡을 잘 배합해야 당신이 어떤 음악을 들려주든 사람들이 춤을 출 것이다. 처음 틀어주는 레코드부터 관객을 완전히 사로잡아야 한다.
모든 창의적 과정 이면에는 어느 정도 분석 작업이 존재한다. 케네트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렇게 전국을 순회하는 DJ들은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작은 공책을 들고 다니며 배워야하겠다 싶은 건 모두 적었다."
아이티의 노스코스트에서
인터뷰 대상자 다수가 목욕을 언급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우리가 어떤 것을 돌파구라고 하는지 알아들었다. 그중에는 음악가이자 작가, 언론인, 영화 제작자로 활동하는 다양한 재능의 소유자 외르겐 레트도 있다. 우리가 오르후스에서 그를 만난 것은 그가 최근 제작한 영화 에로틱 인간>을 주제로 4백명이 넘는 참석자를 대상으로 강연을 한 다음 날이었다. 외르겐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받아 기쁘지만 실제로 타깃마켓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4월의 어느날 아침, 우리는 오르후스에 위치한 호텔 프로방스의 아늑하면서도 근사한 정원에 놓인 파라솔 아래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집필 중이거나 정말로 창의적이어야 할 때 언제나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르후스로 오기 직전 아이티 북부 지역에 위치한 어느 호텔에서 친한 친구 몇 명과 함께 머물고 있었는데, 해안의 절벽을 따라 산책을 하기 위해서는 아침마다 맹렬하게 걸어야 했다.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내 나이에는 차고 넘칠 만큼 힘든 일이었다."
육체적으로 힘든 만큼 절벽 산책은 휴식인 동시에 곧 이어질 까다롭고, 때로 초조함까지 불러일으키는 집필 과정의 서막에 해당한다. 외르겐은 창의적 과정을 촉진하는 조건과 상황을 매우 적극적으로 찾는다.
"나는 북쪽 해안에 가면 정말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정말 이상한 것이 언제나 자리 잡고 앉아 글을 쓸 수 있다. 꼭 마법 같다. 아이티에 지진이 일어나서 내 기록 보관소와 작업실이 파괴되었고, 그 뒤로 작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도미니카 공화국에 거주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언제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아이티에 거주한 주요 목적도 그것이었다. 하지만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정착할 수 없었다. 노력은 해봤지만 아이티가 너무 그리웠다. 라디오 프로그램 때문에 친구인 프랭크 프랑크 에스만과 아이티에 머물렀는데, 그때 그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2011년 2월 1일, 외르겐은 산토도밍고에서 버스를 타고 북쪽 해안으로 갔다. 그리고 1주일 뒤, 작업은 착착 진행되었고, 책 두 권의 윤곽을 잡았다. 그는 실제 창의적 과정은 자신에게 수수께끼지만 오랜 경험을 통해 창의적 과정을 뒷받침하는 조건에 대한 경험을 축적했다.
"때로 자신이 무능력하고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느껴지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경험자의 말을 믿어라. 그렇게 많은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나는 한 가지 원칙에 집착하지 않고 여러 가지 원칙을 적용한다. 내게 중요한 건 글쓰기이다. 그리고 어떻게든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다. 치밀하게 글이 써지는 상태를 만들면 글을 쓸 것이다.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들이 있다. 일단 뇌에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몸을 움직여야 한다.
바로 산책이다. 그것도 아침식사를 하기 전, 매우 이른 시간에 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을 극복하는 일이고, 내가 글을 쓸 때 극복해야 하는 것이 바로 나 자신이다. 아침의 승리는 나를 일깨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일종의 요령이다. 늦잠을 자면 오히려 오후에 피곤해질 수 있다. 정말 걷기 힘든 길이지만 그런 만큼 진정한 의미의 승리다. 뭔가 생각나면 나는 그걸 생각하지 않으려 애쓴다. 한 가지 요령이 더 있는데, 이건 헤밍웨이에게서 배운 것이다. 8시간 동안 연속해서 글을 쓰지 말라이다. 오전에 몇시간 쓰고 나면 한동안 휴식을 취하고, 점심을 먹은 다음 오후에 작업을 더 한다. 하지만 저녁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건 아주 드문 일이다."
창의성이 발휘되는 과정 자체가 손에 잡히지 않고 정의하기 어려우며 통제하기 까다로운 데다 일종의 최면 작용이라고 할 정도로 자의식이 사라지지만, 그 과정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은 분명 존재한다. 산책, 목욕, 휴식 등 창의성을 북돋울 수 있는 것이다. 산책을 하는 것은 그중에서도 카타르시스 효과가 가장 뛰어난 방법이다. 세대를 막론하고 예술가와 철학가는 영감을 얻기 위해서든 아이디어 고찰하기 위해서든 산책을 이용했다.
덴마크 철학가 쇠렌 키르케고르는 영감을 얻기 위해 코펜하겐 전역을 진지하게 돌아다녔다. 그는 생각이 분산되어야 더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는데 실제로 도시의 모든 사람들과 소음이 그러한 역할을 한다고 여겼다. 또한 키르케고르는 자신이 어떻게 둘 중 하나/도는>를 두 번이나 샅샅이 퇴고했는지를 묘사했고, 그렇듯 퇴고하는 것 외에도 산책을 하며 책에 대해 고찰한 그 모든 시간을 소중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밖에 산책을 중요한 도구로 삼은 철학자로는 헤겔, 칸트, 비트겐슈타인, 니체, 루소 등이 있다.
루소는 자신은 산책할 때만 명상을 할 수 있다고 서술했다. 명상이란 그에게 철학하기와 생각하기의 또 다른 이름이다. 더 나아가 그는 걸음을 멈추는 순간 생각도 멈춘다고 했다. 그는 주로 저녁식사 후, 파리의 볼로뉴 숲을 주로 걸었고, 저녁 산책을 숙고의 시간으로 삼은 뒤 집필과 작업으로 돌아오는 체계적인 습관을 들였다. 그에게 효과가 있었던 것은 정해진 일상이었다.
하지만 외르겐 레트는 산책 말고도 창의성을 일으키는 도구를 담은 공구 상자에 더 많은 습관을 담고 있다. 최고의 문장을 썼다고 느꼈을 때 작업을 멈추는 것이다.
외르겐은 작업을 시작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래야 예술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며 에로틱 인간>과 같은 영화는 그 자체가 과정을 다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주제는 이것이다. "에로틱한 영화를 어떻게 만드는가?" 외르겐은 완성된 것보다 초안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고, 전체적인 윤곽을 더 중요한 형태라고 생각하여 최대한 오래 손에서 놓지 않는다.
독특한 요령이자 창의적 돌파구 한 가지는 글을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내버려두는 것이다. 안드레아스 골더가 대로 캔버스를 가로지르는 붓질로 작업을 시작하듯 외르겐도 단어 한 개, 도는 문장 몇 줄로 시작한다. 그렇게 하면 출발점이 생긴다. 조금 추상적인 다른 요령 한 가지는 그가 초안에 흥미가 있다는 사실과 연관된다. 바로 특정한 방식으로 노트를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가 말하는 시적 흐름을 타고 있을 때 외르겐은 그럴 때 쓰기로 정해 놓은 공책을 꺼낸다.
그가 인류의 문화유산에서 어떤 영감을 얻었는지는 분명하다. "현장 노동자들은 언제나 공책을 지니고 다닌다." 외르겐에게 중요한 것은 존재론, 전체, 현실에 대한 특정한 이해, 그리고 예술의 역할이다. 그는 모드니스트나 덴마크 작가 클라우스 리프비예르그의 방식대로 앞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정의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초안을 만들고 그 초안이 결과물로서 탄생하기를 바란다.
실체적 사고
핀란드 건축가 후아니 팔라스모는 앞서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아를 잊는 것이 더욱 위대한 창의성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자아와 작품이 혼합되는 것일지도 모르며, 이는 우리가 몰입 상태에 있을 때 일어나는 일일 수도 있다.
팔라스모는 창의적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대상 자체를 철저하게 규명하며, 그 결과 사람들이 자신을 그 안에 대인하거나 직접 그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서술한다. 그는 철학적 작업을 자아를 위한, 그리고 자아에 대한 작업으로 여긴 비트겐슈타인의 개념에서 영감을 받았다. 즉, 사고는 무형의 것이 아니라 실체적인 것이고 그러한 사고를 하는 것은 신체이며 그 일부분을 담당하는 것이 뇌라는 것이 요지이다. 또한 자아에 집착하는 문화 속에서 우리는 표현의 주체가 아닌 대상이 되고 자아를 잊는 일에 상대적으로 서툴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어쩌면 그토록 많은 사람이 목욕이나 장시간의 산책은 물론 명상 기술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아를 망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이성적 통찰력이라는 지식을 증가시키기 위해 자아를 잊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간과해왔을지도 모른다.
신체는 의식적 사고 밖에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어쩌면 우리는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인지하지 않을 때, 그럼에도 주어진 재료로 작업에 몰두할 때 가장 뛰어난 창의력을 발휘할지도 모른다. 팔라스모는 서구 문화는 자아에 집착하고 업무를 제한하는 의식적 사고에 지나치게 관심이 있다고 여긴다.
사이클 선수가 페달을 돌리는 행동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시작하면 자전거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수 있듯이, 시를 쓰는 동안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면 시인은 옴짝달싹 하지 못할 수 있다. 우리는 주어진 재료에 몰두할 때, 그리고 특정한 장소에서 현재라는 순간과 전통, 자아, 재료를 결합할 때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둔다. 이것이 우리가 행동은 앞을 향해, 이해는 뒤를 향해야 하는 이유이다. 비아르케 잉엘스가 앞서 말했듯이 전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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