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철학 알레르기가 있는 당신을 위한 기상천외한 철학책!
철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책은 많다. 초심자들이 철학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책도 많다. 그러나 철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수십 가지 있어도 도저히 철학에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서부터 데카르트, 칸트, 니체, 사르트르…….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아파오며 하품이 나온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 철학자들의 생각을 담은 책들을 읽다 보면 어째서 이런 문제를 이렇게나 골똘히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될 때도 많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유명한 철학자들의 독특한 삶과 사고방식을 패러디 소설 작가 시미즈 요시노리가 유머러스한 소설로 재현했다.
■ 저자 시미즈 요시노리
1947년 아이치현 나고야시 출생. 아이치 교육대학교 국어과 졸업. 1981년에 『쇼와 어전시합』으로 문단에 데뷔하고 1986년에 발표한 『메밀과 기시멘』으로 독자적인 모방 문학을 확립한다. 1988년 『국어 입시문제 필승법』으로 제9회 요시카와 에이지(吉川英治) 문학신인상을 수상. 2009년, 주니치(中日) 문화상 수상. 현재 NHK방송용어 위원. 『세계 문학 필승법』『미궁』『부부가 가는 이슬람의 나라들』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 역자 함인순
1997년에 메이지대학교 문학부 일본문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에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일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일본 업체 (주)리브레 및 (주)월드피스시스템즈에서 근무하였고, 현재 통역과 번역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레몬 - 가지이 모토지로 전집(상)』『나와 그 녀석의 개그대결』『세야마 이야기』『실물크기 동물』『영어로 즐겁게 트위터』『행복한 골판지 소품 만들기』 등 다수가 있다.
■ 차례
1. 소크라테스의 돌머리
2. 플라톤과 이상한 대화
3. 아리스토텔레스의 고통스러운 이론
4. 데카르트의 어이없는 방법
5. 루소의 이상한 계약
6. 칸트의 꼼꼼한 비판
7. 헤겔의 변증법적 사랑싸움
8. 마르크스의 의미와 가치
9. 콧수염을 기른 초인, 니체
10.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11. 비트겐슈타인의 기묘한 표현 방법
12. 사르트르의 비상식적인 애정
이런 철학책 봤어?
소크라테스의 돌머리
세계에서 가장 머리가 강한 남자라는 신탁을 받은 소크라테스. 그는 이 신탁이 진짜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강해보이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박치기 대결을 벌인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친구인 델포이가 소크라테스의 머리가 강하다는 신탁을 받자 신탁의 의미와 그 신탁이 진실인지 알고 싶어졌다. 비록 자신이 좀 돌머리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의 돌머리는 세상 사람 전체로 보면 딱히 특이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요컨대 자신보다 더 심한 돌머리는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니까 그것을 증명해보자. 그러면 신탁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증명되어 델포이의 신탁도 때로는 올바르지 않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게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신의 뜻을 저버리겠다는 불손한 생각이 아니라, 자신은 아무래도 그 신탁을 믿을 수 없다는 소박한 의문 때문이었다.
이후 소크라테스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그리스 전체에서, 아니 여기 아테네에서만이라도 제일가는 돌머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마가 단단해 보이는 사람을 닥치는 대로 찾아다니며 박치기 대결을 벌였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와 박치기를 해서 이기는 것은 고사하고 기절하지 않고 버티는 사람조차 없었다.
이후에 소크라테스가 고소를 당했다. 아테네의 젊은이에게 벽에 박치기하는 놀이를 퍼뜨려 그들을 바보로 만들었다는 것과 머리가 단단한 것이 신보다 더 위대하다는 사이비 종교를 퍼뜨렸다는 죄목에 대해 그는 스스로 변호하였다.
"델포이의 신탁을 믿는다면 그 어떤 사람보다도 머리가 강하지만, 머리가 강하다는 것은 사람의 특성일 뿐 장점도 신성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내 머리가 누구보다 강하다는 것 때문에 많은 사람이 나를 역겹다고 생각한다면 머리가 강한 나는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머리가 강하다는 사실을 포함해서 나는 이런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머리가 강하기 때문에 많은 젊은이가 나를 동경하고 잇따라 친구가 되었다는 사실이 어떤 사람들의 미움을 샀다면, 나는 그 미움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나는 내 머리가 이렇게 강하다는 사실을 긍정하기에 사람들의 미움을 받아 독배를 마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죽음으로써 그리스 전체에서 가장 머리가 강한 남자였다고 기록될 것입니다. 나는 이런 부당한 죄목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배를 마시는 것입니다. 그것이 나, 소크라테스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이런 변명은 제자인 플라톤이 기록으로 남겼으며 이렇게 소크라테스는 이 세상에서 머리가 가장 강한 남자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플라톤과의 이상한 대화
어느 날 플라톤을 찾아온 한 남자와 플라톤이 대화를 통해 풀어낸 이데아론 이야기. 닭을 요리하는 데도 이데아가 필요하다?
플라톤:잘 듣고 스스로 생각해 보게. 자네는 손님에게 최고의 대접을 하고 싶어 하지. 그렇다면 그건 선(善)의 이데아를 목표로 하는 것일세. 그러니까 암탉 요리를 한다면 선의 이데아에 꼭 들어맞는 암탉, 즉 암탉의 이데아를 생각하고 그것을 구해야 한다네.
델레마코스:말씀하시는 암탉의 이데아는 어디서 파나요? 가르쳐주신다면 바로 사러 가겠습니다.
플라톤:이데아가 어딘가에서 팔고 있는 구체적인 형상을 가진 물건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돼. 그러니까 그건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를 말한다네. 암탉 몇 마리 가운데 가장 좋은 닭을 고르는 게 아니지. 암탉의 맛을 구성하는 육질, 고기의 부드러움, 고기의 맛, 적당한 지방, 껍질의 향, 씹히는 맛 등 모든 면에서 가장 뛰어난 암탉을 떠올리는 거야. 그렇게 생각해낸 암탉이 암탉의 이데아라네.
델레마코스 : 가장 훌륭하고 현실에는 없는 이상적인 가치를 생각하면서 가능하면 그와 비슷한 조미료, 향신료를 현실에서 찾으면 되는 거지요?
플라톤 : 잠깐만. 만일 자네가 암탉의 이데아, 조미료의 이데아, 향신료의 이데아와 비슷한 걸 손에 넣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최고의 암탉요리를 얻을 수 없어, 요리법의 문제가 남아 있네. 그런 조리법에 관해서도 암탉 요리의 이데아를 생각해야 한다네.
델레마코스 : 알겠습니다. 되도록 맛있게 요리해 보겠습니다.
플라톤 : 자네가 그렇게 갑작스럽게 결론을 내리는 걸 보니 이데아를 올바르게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네만.
칸트의 꼼꼼한 비판
칸트를 너무나 좋아하는 남자가 미팅에 나간다면?
구로다 슈헤이와 미즈노 사키는 4:4 미팅을 주선한다. 그 자리에 대학에서 서양철학사를 가르치는 간토도 참석하게 된다. 또 다른 참석자인 도다는 무심코 그 질문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철학밖에 모르는 괴짜에게 꼼꼼한 생활을 한다는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렇게 칸트에 대한 대화가 시작되었고, 참석자들은 칸트의 삶과 그의 철학에 대해 억지로 들어야만 하게 되었다.
이에 참다못한 구로다는 그를 화장실로 데려가 지루한 칸트 얘기는 그만 좀 하라며 "도대체 칸트 철학에 대해 제대로 알기나 하는 거야?"라고 간토에게 핀잔을 주었다. 이 말에 충격을 받은 듯 간토는 화장실에서 한참 만에 자리로 돌아왔다.
"고백할게. 나는 인간 칸트를 그의 성품 때문에 존경했어. 규칙적으로 살았고 예의도 바르며 사교적인 데다가 유머감각까지 갖추었었거든.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칸트의 철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 『순수 이성비판』을 몇 번이나 읽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어. 나한테도 칸트는 너무 어려워."
대학에서 서양철학사를 가르치는 사람이 칸트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다니 모두들 그만 침묵하고 말았다.
"이해하고 있는 척하는 것이 지겨워져서."라며 간토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가야마가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여자들도 오히려 호의적으로 간토를 쳐다보았다.
"칸트를 이해하지 못하는 철학 선생님이란 어떤 의미에서는 비현실적이면서도 아주 인간적인걸."
구로다의 말에 미팅 분위기는 갑자기 부드러워졌다. 그 뒤, 다들 간토에게 어느 부분이 이해가 안 되느냐고 물었고, 간토는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어딘지도 모르겠다고 대답해서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그날 밤부터 간토 이마루의 별명은 임마누엘이 되었다.
헤겔의 변증법적 사랑싸움
철학에는 고수, 연애는 하수인 철학자의 연애법.
헤겔은 친해지기 쉽고 신뢰할 수 있으며 무슨 일이든 포기하지 않고 차분하게 생각하며 꾸준히 발전해 가는 사람이었다. 또 번뜩이는 천재성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목표를 단계적으로 이룩해 나가는 사람이었다.
그럼 헤겔이 뉘른베르크에 있을 때, 드디어 그에게도 인생의 행복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순간이 찾아왔다. 1811년, 마흔한 살이 된 헤겔이 스무 살인 마리 폰 투허와 약혼한 것이다. 마리는 뉘른베르크 시의 귀족으로 시장과 참사회원을 역임한 투어 씨의 장녀였다.
헤겔은 마리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지나치게 신중한 나머지 둘의 나이차이나 생활수준의 차이 등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일에 대한 걱정들로 이 커플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대수롭지 않은 일로 티격태격하곤 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당장 결혼하지 말고 대학 교수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헤겔은 고민했다. 그러자 마리는 어느 날 헤겔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결혼하면 김나지움 교장 월급이 너무 적어서 생활이 힘들어질지도 모르겠네요."
"맞아. 나는 그걸 걱정하고 있어."
"하지만 결혼하게 되면 당신은 독신일 때와는 다르니까, 그런 상황을 발전시켜 대학 교수가 되는 길이 열릴지도 몰라요."
"발전이라고?"
"그래요. 당신 같은 사람이 김나지움 교장으로 만족하는 건 모순인걸요. 그 모순이 상황을 움직이게 할 거예요. 부정의 부정을 해야죠."
이렇게 마리는 헤겔을 변증법적으로 설득해서 그 해 9월 여름 휴가 중에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렸다.
마르크스의 의미와 가치
마르크스를 존경하는 대학교수와 요즘 세상에 마르크스는 시간 낭비라는 학생의 마르크스를 사이에 둔 토론 배틀!
마루아카 교수의 마르크스 강의를 1년간 대체로 열심히 수강한 요타야마군은 수업의 막바지에 공산주의 국가가 모두 실패한 상황에 마르크스를 배운다는 것이 무의미한 일이 아니냐고 질문하자 이에 발끈한 마루아카 교수와 설전을 벌이게 된다.
그 마르크스의 실패와 공산주의 실패는 누구 탓인지까지 이르던 치열한 설전은 요타야마군의 "마르크스 사상을 연구하다 보면 완벽하게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에는 아무 데도 흠이 없어요. 그런데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붕괴되고 그 뒤에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 공산주의 국가에 대해 마르크스의 상상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요?"
"그러니까 마르크스가 이상으로서는 정말 옳았고 그가 예언한 대로만 되었더라면 아주 기가 막힌 유토피아가 탄생했을 테지만, 인간은 그런 국가를 세우고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존재가 아니어서 제대로 이루어 내지 못했다. 마르크스가 잘못된 게 아니라 우리 인간이 마르크스가 생각했던 것만큼 뛰어난 존재가 아니었다는 말이군." 라고 마루아카 교수가 대답하면서 결국 끝나게 된다.
이 두 사람이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을 강의실 안에 있는 많은 학생은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듣고 있었습니다.
"마르크스는 사실 위대한 사람인데, 인류가 마르크스 사상을 때려 부숴 버렸으니 마르크스 선생님 미안 합니다란 이야기를 벌써 1년간 지겹게 듣고 있다고."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몰라. 인간이 좀 더 뛰어난 존재였다면 공산주의 국가에서 잘살았을지도."
"그런 게 잘될 리가 없잖아. 공산주의가 되려면 그 전에 자본주의가 있어야 한다고."
"그게 뭐?"
"자본주의가 공산주의가 된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일까?"
"그렇군."
그렇게 해서 마르크스는 결국 권위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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