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김승호
ǻ
다산북스
   
15000
2015�� 10��



■ 책 소개


주역 전문가 김승호의 50년 내공이 담긴 주역 공부!


공자는 ‘가죽 끈이 세 번 끊어지도록’ 주역을 읽었으며, 다산 정약용은 힘든 유배 생활 중에도 수년에 걸쳐 주역에 대한 저서를 남겼다. 서양의 아인슈타인부터 융까지 최고의 지성들 역시 하나같이 주역에 심취했다. 그만큼 주역은 오랫동안 최고의 경전으로 칭송되며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다. 왜 그들은 수많은 고전들 중 주역에 심취한 것일까?


지난 50년간 주역 연구에 매진하며 ‘주역과학’이라는 새로운 체계를 정립한, 명실상부 최고의 주역학자 김승호에 따르면 주역은 세상의 변화와 세상이 움직이는 이치를 알려주는 지혜의 보고다. 따라서 불안으로 가득 찬 미래를 예측하고 나아갈 길을 결정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주역 공부인 셈이다. 하지만 한자와 괘상으로 가득한 주역을 공부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보통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주역을 풀어낸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을 펴냈다. 저자는 괘상을 한문으로 설명하지 않고 하나씩 풀어 이야기한다. 괘상은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괘상만 알면 바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주역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주역을 공부하면 변화를 주도하고, 만물의 뜻을 인생에 적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저자 김승호
초운(草雲) 김승호는 한국 최고의 주역학자이자 작가로 1949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지난 50년 동안 ‘과학으로서의 주역’을 연구해 ‘주역과학’, ‘주역풍수’라는 새로운 개념과 체계를 정립했다. 동양의 유불선(儒彿仙)과 수학, 물리학, 생물학, 화학, 심리학 등 인문, 자연, 사회과학이 거둔 최신 이론을 주역과 융합시켜 집대성한 결과가 바로 주역과학이다.


1985년에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물리학자와 의사에게 주역을 강의하기도 했으며, 맨해튼 응용지성연구원의 상임연구원과 명륜당(미국 유교 본부) 수석강사를 역임했다. 사단법인 동양과학아카데미를 운영하며 한의사를 비롯해, 물리학자, 심리학자, 수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에게 주역과학을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돈보다 운을 벌어라』 『사는 곳이 운명이다』 『사람이 운명이다』를 비롯해 『팔괘』 『주역 원론』(전 6권) 외 다수가 있다. 1991년부터 「문화일보」에 『소설 주역』을 연재, 10권의 책으로 펴냈으며, 2003년에는 일본 쇼가쿠칸(小學館) 출판사에서 『소설 가이아』가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일간스포츠」에 ‘알기 쉬운 주역과학’을 연재했으며, 「그린경제신문」에 ‘주역과 인생의 신비’를 연재했다.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은 초운 김승호 선생의 50년 공부 내공이 담긴 책으로, 주역과학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풀어냈다. “나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주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밝히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통해 인생의 넓은 섭리와 만물의 변화 원리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초운주역과학학회 카페(http://cafe.naver.com/ichingscience)에서 저자에 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차례
들어가며_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한 첫걸음


1장_만물의 원리는 존재하는가?
최고의 지혜에 도달하는 길을 찾다 |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 | 완벽한 범주를 찾아서 | 세상은 음과 양으로 나뉜다 | 주역을 공부하는 과학자들 | 주역, 유럽에 전해지다 | 만물의 뜻을 규명하는 학문 | 인생의 뜻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2장_주역의 실체
사물의 핵심에 다가서는 길 | 비행기와 참새 | 바람과 연못 | 관우의 마음 | 산의 움직임 | 물은 그릇에 담겨야 한다 | 빛과 질서


3장_주역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
하늘의 도 | 자연에서 배우다 | 꿈의 세계 | 팔괘의 구조 | 3의 의미 | 왜 오행이 아닌 팔괘인가?


4장_세상을 보는 지혜
주역의 표현 방식 | 시간의 추적 | 대성괘란 무엇인가? | 주역으로 본 전쟁 | 여자는 사랑으로 감싸야 한다 | 작은 것을 보고 큰 것을 깨닫는다 | 점은 미신인가? | 학문은 이해가 먼저다


5장_64괘로 세상의 의미를 찾다
반대의 의미 | 우리를 불러들이는 미래 | 이름의 뜻부터 알아야 한다 | 괘상의 질서 | 순환으로 가득 찬 세상 | 64괘의 뜻 | 괘상 속의 숨은 뜻


나가며_각자에게 걸맞은 삶을 위해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들어가며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한 첫걸음

공자(孔子)는 죽음을 앞두고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하늘이 내게 몇 년 더 수명을 빌려준다면 주역을 다 배워 큰 허물을 면할 텐데(加我數年 來以學易 可以無大過矣)."


공자가 평생 동안 주역을 옆에 두고 가죽 끈이 3번 끊어지도록 읽었다(韋編三絶)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공자가 그토록 주역에 매달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주역에 우주 대자연의 섭리가 모두 망라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주역을 살펴보면 천문, 지리, 사회, 문화 등 수많은 것을 아우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자가 주역을 만난 것은 50세에 이르러서였다. 그동안 공자는 세상의 수많은 것을 이미 터득했지만 천지의 이치를 찾으며 그 근원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알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삶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


삶의 목적이 오로지 깨달음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주역은 만물의 근원을 밝힘으로써 깨달음에 이르게 하고, 또한 깨달음을 응용해 인생에 적용함으로써 깨달음 이후에 살아가는 방법까지 밝히고 있다. 공자가 그토록 주역을 좋아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만물의 원리는 존재하는가?

최고의 지혜에 도달하는 길을 찾다

먼 옛날부터 인류는 최고의 지혜를 탐색하면서, 최우선적으로 만물의 구성에 주목했다. 만물이 만들어진 방식에서 지혜의 원리를 발견하고자 했던 것이다. 온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 즉 만물의 구성보다 더 근본적인 원리가 있을 수 있겠는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Democritos)는 "만물은 원자(原字, atom)로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만물이 비록 잡다하지만 그 근원은 단순하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3000년이 더 지난 지금, 만물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냈다. 실제로 만물은 92가지 재료(원소)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원소를 배합함으로써 만들어내지 못할 물질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


이러한 근본적 원리는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이 만들어진다는 원리와 같다. 이 원리는 만물의 경제성이라고도 하는데, 우주는 너무 복잡할 수 없다는 통찰을 품고 있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대단히 복잡해 보이는 사회도 그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원리가 지배하고 있다. 우리가 찾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단순한 원리다.


원리란 단순해야만 그 구실을 제대로 한다. 복잡한 것은 원리가 없거나 그 원리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세상에는 항상 원리가 있다. 그것을 찾는 것이 바로 학문이다. 하지만 원리라는 것도 근원이 있으며,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원리도 원리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리가 나오는 최종 원리가 바로 최고의 지혜다.


최고의 지혜는 발명품이 아니라 그저 순수하게 자연에 깃들어 있는 기본 원리를 발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에 깃들어 있는 원리를 발견하려면 관찰과 그것을 해석하는 혜안이 있어야 하는데, 인간에게는 이미 그것이 갖추어져 있었다. 따라서 인간이 자신을 통해 만물의 뜻을 밝히는 것은 우리의 기본적인 사명이다. 온 세상이 무엇인지는 인간이 아니면 그 누가 밝힐 수 있겠는가! 인간은 만물의 뜻을 규명함으로써 우리 스스로를 유익케 하고 나아가 자연의 진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만물의 원리를 아는 것이 최고의 지혜에 도달하는 길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이제 문제는 훨씬 간단해졌다.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

범주(範疇, category)란 틀을 말하는 것으로, 만물을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데 있어서 아주 편리한 개념이다. 세상에 매우 다양한 범주들이 있다. 예를 들어 식물성, 동물성, 광물성 3가지로 본다고 할 때 이 범주 밖의 것이 무엇이겠는가? 이렇듯 범주는 모든 것을 망라하는 체계를 말한다. 그것이 물질이든 사상이든 세상을 설명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체계를 이루어 만물을 뜻하는 것이 된다.


날짜에는 요일이 정해져 있다. 모든 날은 일곱 요일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날 직장인에게 필수적인 요일은 옛날 종교 예식에 필요해 만들어졌다. 요일 범주로 보면 세상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온 세상에 무수히 많은 날이 있어도 그것은 결국 일곱 요일 중 하나일 뿐이다."


범주는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을 단순하게 설명하는 방식인데, 이로써 우리는 모든 존재의 체계를 알 수 있다. 가정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부모와 자식이다. 국가는? 영토, 국민, 주권(정부)으로 되어 있다. 물질은 기체, 액체, 고체의 3가지 상태로 되어 있다.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분 지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세상을 망라하는 틀을 구성할 수 있다면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한결 쉬워진다. 문제는 어떤 범주가 모든 것을 설명하는 데 가장 근본적인가 하는 것이다. 정해진 범주가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해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미 범주라고 말할 수 없다. 만물의 각 분야를 설명해주는 이론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모든 것을 통합하는 범주가 필요하다.


범주란 결국 만물을 다루는 이론을 의미한다. 만약 우리가 세상 모든 것을 설명(규명)할 수 있는 이론을 알 수 있다면, 이로써 최상의 지혜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바로 우리가 찾고자 하는 목표다. 이미 우리의 선현들은 많은 연구를 거듭하여 그 윤곽을 밝혀놓았다. 이제 우리는 그러한 이론들을 점검해볼 때가 온 것이다.


완벽한 범주를 찾아서

옛날 중국에 살았던 사람들은 오행을 알고 이를 적용함으로써 최고의 지혜를 이용할 수 있었다. 오행의 원리는 영원히 살아남을 테지만 중요한 것은 범주가 제대로 잘 최고로 정해져 있다면 세상에 모를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오행은 상당히 훌륭한 범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주 최고의 범주는 아니다.


물론 범주는 완벽해야 한다. 세상은 우주가 먼저 있고 그 후에 범주가 개발된 것이 아니다. 범주는 우주가 탄생하기 전에 이미 우주 탄생을 예고하는 개념이다. 우리가 완벽한 범주를 갖고 있다면 이 개념을 확장하면 무엇이든 이해하지 못할 것이 없다.


지혜란 온 세상의 구조를 파악하는 데서 비롯되는데, 온 세상의 구조가 이미 범주 속에 포함되어 있다면 멀리에서 찾지 않아도 천지의 운행을 알 수 있다. 대자연은 우연히 마구잡이로 운행하는 것이 아니다. 일정한 섭리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범주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인류의 선각자들은 최고의 범주를 발견하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완벽한 범주가 있다면 그것은 지혜의 황금을 만드는 연금술이 아닐 수 없다.


범주는 인간이 발견한 것으로, 관찰이 아닌 순수논리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되어야 한다. 잘못된 범주는 또 다른 범주가 나오면 변한다. 하지만 이렇게 변해서는 완벽한 지혜는 찾을 수 없다. 완벽한 지혜를 구성하는 논리가 존재할 수 없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범주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러한 범주를 알고 있다면 그다음부터는 어려울 게 전혀 없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최고의 범주, 완벽한 범주를 발견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만물의 뜻을 규명하는 학문

이제 우리는 비로소 질문다운 질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주역이란 과연 무엇인가? 주역은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만물의 뜻을 규명하는 학문이다. 그리고 만물이 시공간 속에서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밝히는 학문이다.


사람은 모름지기 알아야 한다. 자기 자신부터 시작하여 이웃, 나아가 세상사람, 더 나아가 우주가 뭔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세상에 가득 찬 것이 뜻이니 이것을 알아야 진정한 의미로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호랑이는 남의 몸을 먹고 살면서 늘 행복해한다. 호랑이는 힘세고 재빠르고 날카롭게 무늬가 아름답다. 그래서 호랑이 값은 아주 비싸다. 우리 인간의 가치는 얼마인가? 호랑이보다는 값이 더 나가야 하지 않을까? 이것은 만물의 뜻을 알아야 가능할 것이다. 뜻을 모르는 자는 목표를 내세워봐야 객관적으로 큰 뜻을 이룰 수 없는 법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묻자. 그렇다면 우리는 왜 주역을 공부해야 하는가? 만물의 뜻을 알고자 함이다. 인생의 뜻을 알아야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주역이란 무엇인가? 만물의 뜻을 규명하는 학문이다. 그런데 만물의 뜻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만물은 때와 장소에 따라 변해간다. 주역은 바로 이 변화를 알려주는 것이다.


공자는 만물의 뜻을 알고자 오랜 세월을 노력했다. 그러다가 주역을 발견하여 크게 기뻐했다. 주역에 바로 만물의 뜻을 규명하는 원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하여 공자는 평생을 주역에 매달리며 수명이 짧음을 한탄했던 것이다.


인간이 주역을 공부하면 크게 발전하게 된다. 만물의 뜻을 알아가는 것이 주역 공부이니 당연히 발전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만물의 뜻을 공부해 커다란 뜻을 갖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주역의 실체

사물의 핵심에 다가서는 길

여기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이 녀석은 호랑이를 닮은 동물이다. 고양이와 호랑이는 크기와 상관없이 같은 유형에 속하는 동물이다. 할퀴고, 나무를 잘 타고, 밤에 돌아다니고, 육식을 하고, 눈이 둥글고, 몸이 부드러우며, 동작이 빠르고, 무서움이 없고, 인정머리 없고, 높이 뛰어오르는 등등 고양이의 속성은 호랑이의 속성과 일치한다.


고양이는 개나 닭과는 매우 다르다. 사람과 원숭이는 어딘지 모르게 서로 닮아 있는데, 고양이와 호랑이가 바로 그렇게 닮았다. 이러한 닮은 성질을 동물학자들은 일찍이 간파했다. 자연계에 있는 모든 동물은 서로 닮은 것끼리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이 걸렸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모든 동물을 분류하고 그 특성을 조사함으로써 동물 전체에 대한 인간의 이해가 깊어지게 되었다.


다시 고양이를 보자. 고양이의 외형은 호랑이나 사자, 표범, 치타, 재규어, 살쾡이 등과 닮아 있어서 같은 종류로 확실히 분류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양이의 마음은 어떠한가? 아마도 호랑이와 많이 닮아 있을 것이다. 그럼 그 성질 또는 성격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여기에 주역이 등장한다. 고양이, 호랑이는 성질이 ☱이다. ☱는 주역의 암호로, 이것을 사용하면 사물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편리하다. ☱는 연못을 표현하는 데 쓰기도 한다. 연못? 다소 의아할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참고 계속 따라가 보자.


호랑이의 마음은 잠시 제쳐두고 연못과 닮은 것을 무엇이 있을까? 그릇. 바로 이것이 연못과 닮아 있다. 연못도 그 속에 무언가를 담는 데 쓰는 것이고 그릇도 마찬가지다. ☱의 뜻을 더 넓혀보자. 우리의 마음은 어떤 것인가? 그것은 바로 그릇과 같다. 여기서 좀 더 들어가 보자. 덤벙대는 사람과 침착한 사람이 있다면 어떤 사람이 연못과 닮아 있는가?


연못은 물을 담아놓고 밖으로 범람하지 않게 한다. 침착한 사람도 이와 같다. 비록 혼란 속에 있다 하더라도 정신이 무너지지 않고 평정을 유지할 수 있다. 평정은 바로 마음이 ☱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침착하고 평정한 사람은 좀처럼 내면을 드러내지 않는 자세를 유지한다. 우리가 물그릇을 옮긴다고 해보자. 침착하지 않으면 물을 출렁이게 하고 마침내 넘치게 만든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덜렁대는 사람은 침착하지 못하기에, 그 마음이 밖으로 노출되고 요동치게 된다. 요동을 감싸는 능력이 바로 ☱다.


담겨 있다는 것의 작용은 매우 놀랍다. 어린아이는 엄마의 품속에 담겨 있을 때 그 마음도 평안해진다. 무술의 달인이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능력은 기술이 아니라 바로 평정이다. 그들은 많은 기술을 연마하지만 가장 갖기 힘든 게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도인들이 벽을 바라보며 명상을 하는 이유도 바로 평정을 기르기 위해서인데, 평정이 없다면 생각도 얕아지는 법이다. 도인은 평정을 수련함으로써 세상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갖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은 들떠서 살고 있는데, 이것이 심하면 병을 초래하고 나쁜 운명을 끌어들이게 된다. 넘치지 않는 법,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고양이의 태평한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고양이는 유연하고 침착하다. 고양이는 당황하는 법이 없고, 언제나 태평하고 행동을 하는 데는 정밀하고 침착하다. 고양이는 한마디로 침착한 동물인 것이다. 호랑이도 마찬가지다. 옛 사람이 호랑이에 대해 ☱의 성질을 가졌다고 말한 것은 정밀하고 탁월한 분석이라 볼 수 있다.


우리 인간은 어떤가? 나 자신부터 침착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곤란한 일을 당했거나 위기에 처했을 때 침착한 자세를 유지하는가? 참 어려운 일이다. 뛰어난 싸움꾼이었던 김두한은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러한 싸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침착하지 못한 사람은 적을 마주했을 때 마음이 흔들려서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한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옛말이 있는데, 이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침착하라는 뜻이다.


고양이를 다시 보자. 언젠가 내가 TV에서 고양이의 침착함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다. 고양이의 바로 앞에 거대한 악어가 있다. 그 악어는 물 밖으로 막 나오는 중이었는데 고양이가 막아섰다. 고양이는 앞발로 악어의 콧등을 탁탁 쳤다. 악어는 약이 잔뜩 올라서 앞으로 확 달려 나왔다. 단번에 물어버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고양이는 가볍게 뒤로 물러나면서 피하고는 다시 악어의 콧등을 쳤다. 같은 동작이 여러 번 이어졌다. 마침내 악어는 물속으로 피해버렸다. 고양이는 도망가는 악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별 일 없다는 듯이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고양이의 침착성이다. 침착은 인간이야말로 갖추어야 할 덕목인데, 고양이에게 그런 능력이 천부적으로 주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부럽다. 물론 지금은 고양이의 능력을 칭찬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은 주역의 분류 기능이다.


☱는 주역의 팔괘 중 하나로, 이제 우리는 세상을 분류하는 1가지 방법을 배웠다. 주역의 팔괘는 온 세상을 8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중 ☱ 하나만 알아도 인간에 대해 평할 수 있는 1가지 조건을 확보한 것이다. 저 사람은 침착한가, 그렇지 않은가?


또한 ☱는 담겨 있다는 의미인데, 담겨 있고 담겨 있지 않은가를 통해 인간의 됨됨이도 논할 수 있다. 행동이 단정한 사람은 ☱로 분류되는데, 단정함의 정도에 따라 ☱이냐 아니냐를 평가할 수 있다. ☱의 덕성이 없는 사람은 범죄인이 되기 쉽다. 또한 침착하지 못한 것은 일종의 신경성 질환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이렇게 잠깐 사이에 세상을 구분하는 새로운 방법을 배웠다.


사람을 볼 때 ☱의 요소를 보면 그 사람의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마음의 노출이 심한 사람은 믿기 힘든데, 이런 사람은 쉽게 의리를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즉 담아놓는 능력이 약한 사람인 것이다.


주역은 세상을 이런 방식으로 바라봄으로써 우리가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사물의 핵심에 다가설 수 있도록 해준다. 이것이 주역의 가장 기본적인 힘이다.



주역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

하늘의 도

하늘은 주역의 괘상으로는 ☰으로 표시하는데, 여기에는 우리 인간에게 가장 큰 교훈이 함축되어 있다. 하늘은 불멸의 존재다. 즉, 하늘의 덕성은 영원히 살아 있는 힘이다. 우리는 이 덕성을 본받을 수 있을까? 죽지 않는 마음, 이것이 바로 괘상 ☰이다.


우리 인간은 어떤가? 어린 시절은 힘이 넘친다. 그것은 하늘로부터 받은 원초적인 힘인데, 나이가 들면서 그 기운이 점점 빠져나간다. 그래서 노인이 되면 의기소침해지고 생명력이 빠져 처져 있게 된다. 이 현상은 이상한 것이 아닌가? 우리 영혼은 늙었다고 변하는 존재가 아닌데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몸이 늙으니 영혼이 그것에 속아서 마음마저 늙게 된 결과다. 우리는 젊을 때조차 병이 나면 의욕이 떨어지는 등 생명력이 감소한다. 주변에서 나쁜 일이 생겨도 마찬가지다. 우리 인간은 태어나서 주변에 일어나는 현상에 따라 생명력의 부침(浮沈)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는 참으로 어리석고 부덕(不德)하다 아니할 수 없다. 어두움을 보면 어두워지고 밝음을 보면 밝아져야 하지 않겠는가. 본연의 마음은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으니 외부 일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이것을 깨우쳐주는 것이 바로 주역의 괘상 ☰이다. 우리는 인생의 모든 일에 연연하지 말고 항상 하늘의 무한한 생명력을 깊게 확인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나가며 각자에게 걸맞은 삶을 위해

우리 모두는 보편적이고 끝없는 저 하늘로부터 각자 태어났다. 그러고는 주어진 숙명대로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다. 인생이란 하늘이 만들어낸 세계에 참여하는 행위일 뿐이다. 우리는 여기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저 아무렇게나 본능을 따라 즐거운 대로 살면 이는 식물인간이나 다름없으므로 인생이 너무 아깝다. 우리는 만물의 영장으로 태어났으므로 그에 걸맞은 삶을 영위해야 하지 않겠는가.


인생에 갖추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우선 하늘의 섭리와 함께해야 할 것이다. 그다음은? 세상에 이로운 존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다음은? 열심히 행복하게 살면 된다. 큰 도리와 합치고, 세상에 참여하여 남을 돕고, 그러고 나서라면 마음껏 살아도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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