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무의식에 비친 나를 찾아서

   
김서영
ǻ
사계절
   
13800
2014�� 12��



책 소개


꿈과 인간 마음의 비밀을 푼 고전 꿈의 해석

 

꿈의 해석은 정신분석학의 중심 도서로, 인간의 삶과 문화 전반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관점과 방법을 제시했다. 정신 의학과 심리학은 물론이고 철학, 사회학, 교육학, 종교학, 문화 이론 등에 영향을 끼쳤고, 20세기 지식의 패러다임을 흔들어 놓았다.

 

이 책은 꿈의 해석을 읽을 때 어려움이나 방해가 되는 요인을 제거해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우선, 이 책의 1부에서는 프로이트와 정신분석에 대한 개괄적인 이야기를 한다. 독자는 이 지도를 따라 헤매지 않고 꿈의 해석의 핵심으로 다가갈 수 있다. 이어 꿈의 해석의 내용을 한눈에 들어오도록 재구성해서 보여 준다. 이 책의 2부와 3부가 그렇다. 2부에서는 꿈의 해석의 이론 부분을 모아 친절하게 설명했고, 3부에서는 꿈의 해석에 소개된 꿈 분석 사례를 모아 살펴봤다. 2부에서 정신분석의 이론을 익혀서 3부에서 본격적으로 꿈 분석을 익힐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배치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문학 작품과 미술 작품 분석 방식까지 보여 줘 꿈 분석과 정신분석의 다양한 활용을 알 수 있게 했다.

 

저자 김서영

정신분석은 무의식에 비친 자신을 만나는 과정입니다. 정신분석을 창시한 프로이트는 꿈 분석이 내면의 진실을 찾아가는 지름길이라고 말합니다. 꿈의 해석은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함께해 줄 훌륭한 안내서입니다. 프로이트는 이 책에서 우리에게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라고 말해 줍니다. 정신분석을 통해 우리는 홀로서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독자와 나누고자 이 책을 썼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과학교육과를 나와, 영국 셰필드대학교 정신과 심리치료연구센터에서 정신분석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광운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 프로이트의 환자들, 내 무의식의 방을 썼고, 라캉 읽기, 에크리 읽기, 시차적 관점을 번역했습니다.

 

차례

프롤로그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왜 꿈을 분석할까?

1, 꿈속에 나온 똥은 돈일까?

2, 프로이트는 어떤 사람일까?

3, 꿈의 해석의 지도

4, 꿈의 해석을 둘러싼 오해, 소원을 말해 봐!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읽기

5, 꿈에는 숨겨진 생각이 있다

6, 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7, 꿈의 조각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

8, 꿈은 언어유희를 한다

9, 꿈 이론 개괄

 

프로이트의 꿈 분석 사례

10, 이르마의 주사

11, 파네트 세포와 프로이트의 질투

12, 우리에게 아름다운 기억이 필요한 이유

13, 소변이 급해요

14, 식물학 논문

15, 불멸의 작품

16, 불쌍한 늑대 작곡가

 

생활 속의 정신분석학

17, 문학과 정신분석

18, 미술과 정신분석

19, 일상생활 속 자기 분석

 

에필로그

무의식으로의 복귀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무의식에 비친 나를 찾아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프로이트는 환자를 분석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우리의 꿈을 해석합니다. 꿈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다양한 일들도 분석하죠. 그는 우리 모두가 어떤 면에서는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정도가 심해질 때 마음의 괴로움이 겉으로 드러나는 거고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경우, 마음속 슬픔을 ‘정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분노나 슬픔 같은 감정을 정상적인 방식으로 드러낼 수는 없겠죠! 우리는 가끔 “내가 정상인가?”, “내가 미쳤나?” 하는 질문을 해요. 프로이트는 오히려 ‘정상’이라는 게 대체 뭐냐고 묻습니다.

프로이트의 업적 가운데 하나는 정상을 정의하는 단 하나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 주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마음이 아픈 사람과 이른바 정상인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며,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꿈을 분석하고 정신분석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정상이라는 기준에 집착하기보다는 저마다의 개성을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하죠.(15쪽)

마음속 이야기에 귀 기울이세요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요? 프로이트는 무엇보다 먼저,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안 되는지 이야기해 줍니다. 그는 “억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네요. 프로이트에게 분석을 받으러 찾아갔던 사람들은 대부분 무엇인가를 ‘억지로’ 해 온 사람들이었어요. 최악의 경우는 자기가 무엇인가를 억지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거예요.

하고 싶을 걸 하는 사람은 별 문제가 없어요. 그렇게 결정하고, 그 결정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성숙한 사람이고 또 행복한 사람입니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거나 의무 때문에 하는 경우, 남이 시킨 것을 내가 하고 싶은 것이라고 우기며 하는 경우 모두 문제가 됩니다.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경우, 누군가를 누르고 내가 이기기 위해 기어이 어떤 일을 하고야 마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되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이 휘둘리고 있다는 것 자체를 몰라요. 프로이트는 그걸 ‘무의식적 사고’라고 부릅니다. 의식적인 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너 지금 너희 언니 이기려고 그러는 거지?” 이렇게 물어보면 극구 부인하죠. 의식적으로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 무의식의 차원으로 내려가서 분석해 보면 다른 이야기가 들리는 경우가 많답니다. 꿈의 해석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다른 소리가 표현되도록 도와줍니다. 그 소리를 들어야 해요. 내가 누구에게 휘둘리고 있는지, 내가 누구를 모방하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왜 억지로 하고 있는지 분석해야 해요. 그 뒤에야 비로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꿈의 해석』은 우리에게 꿈을 분석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에요. 어젯밤 꿈을 분석함으로써 우리는 미래의 꿈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꿈 분석은 나를 이해하기 위한 정신분석의 첫걸음이랍니다. 자, 그럼 꿈 이야기를 한번 시작해 볼까요?(19쪽)

왜 꿈을 분석할까?

꿈속에 나온 똥은 돈일까?

우리는 꿈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꿈의 해석』의 주제입니다. 프로이트는 꿈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당시 사람들은 꿈을 미래의 일을 알 수 있는 예지목이나 신탁 같은 신비한 영역의 일로 여겼습니다. 사실 그런 경향은 우리에게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태몽과 예지몽을 믿잖아요. 또한 우리는 많은 꿈들을 전형적인 방식으로 해석하죠. 꿈에 똥을 보면 돈을 벌게 된다고, 윗니가 빠지면 웃어른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고들 말하네요. 나아가 꿈은 창조적인 능력이나 예술적인 영감이 가득한 장소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이와 같은 해몽이 꿈을 분석하는 보편적인 틀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똥 꿈이 다 돈과 관련된다고요? 그러면 제대로 변을 보지 못하는 꿈, 설사하는 꿈, 더러운 화장실에 갇히는 꿈, 옷 속에 똥 한 덩어리가 들어 있는 꿈은 어떻게 다를까요? 변의 양에 따라 돈을 벌 확률이 달라지나요?

프로이트에 따르면 ‘똥은 돈이다.’와 같은 전형적인 해석이 아니라 꿈꾼 사람의 기억과 지식을 바탕으로 분석한 개별적인 해석이 더욱 중요합니다. 만약 꿈꾼 사람의 부모님이 똥이 등장하는 꿈을 늘 돈과 관련지어 해석했다면, 그에게는 똥과 돈이 같은 것으로 인식되었겠죠. 그렇다면 그의 꿈속 똥은 돈과 관련되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이건 복권을 사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며칠 전 어머니께서 만기가 된 정기 예금을 다시 맡기려고 은행에 가셨다가 옆집 아주머니를 만나셨다고 해 볼까요. 그 아주머니는 얼마 전 어머니께 돈을 좀 빌려 달라고 부탁했어요. 어머니께서는 우리 집도 형편이 어렵다며 힘들게 거절하셨고요. 그런데 며칠 뒤 은행에서 돈을 맡기다가 그 아주머니를 만난 겁니다. 난처한 상황이죠? 그날 밤에 어머니께서는 이런 꿈을 꾸십니다. 똥을 아무도 모르게 땅에 잘 묻어 두려고 삽으로 흙을 푸는데, 어떤 사람이 삽자루에 매달려 삽이 너무 무거워지는 거예요.

이 꿈은 은행에서 만난 아주머니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우선, 똥을 땅에 잘 묻어 두려고 하는 것은 돈(똥)을 은행(땅)에 맡기는 거죠. 즉 다시 정기 예금에 가입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때 어떤 사람이 삽자루에 매달려 삽이 무거위지는 것은 돈을 빌려 달라고 한 아주머니의 부탁과 관련되는 부분이죠. 그 아주머니가 실제로 어머니의 다리를 붙잡고 매달린 건 아니지만, 어머니께서는 그렇게 느끼셨던 겁니다. 돈을 빌려 달라고 매달리는 느낌과 평소 돈과 똥이 연관된다는 생각이 이어져 꿈에 반영되었네요. 바로 이런 게 프로이트의 꿈 분석이에요. ‘해석’과 ‘분석’이라는 말이 헷갈리죠? 분석은 해석의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프로이트 자신이 이 두 단어를 구분 없이 사용하기도 해요.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위와 같이 분석하면 꿈의 신비한 면이 사라져 버리는 것 같죠? 프로이트는 과학적인 꿈 분석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는 이와 함께 꿈의 신비로운 측면과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남겨 둡니다. 그는 꿈을 아무리 오래 정밀하게 분석해도 해석되지 않는 부분이 꼭 남는다고 말해요. 프로이트는 그것을 ‘꿈의 중심(navel)’이라고 불러요. navel은 배꼽을 뜻하는 단어인데, 중심이라고 번역하는 게 더 자연스럽죠.(23쪽)

『꿈의 해석』의 지도

별들에게 물어봐?

『꿈의 해석』은 꿈풀이 해설서가 아니랍니다. 실망하는 분도 있나요? 우린 항상 얼른 답을 알고 싶어 하잖아요. 프로이트는 이 책에서 그런 단정적인 해석들을 비판한답니다. 그는 ‘꿈 사전’을 싫어해요. 물론 프로이트도 사람들에게 공통으로 해당되는 상징이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건 어릴 때부터 그렇게 들어 왔기 때문에 머릿속에 공통으로 남아 있는 이야기죠. 전설, 신화, 민담이 모두 그런 이야기에 속합니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상징의 의미를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요. 개인의 연상을 가장 중요한 곳에 놓고, 관련된 상징은 보완하는 측면에서만 고려하라고 말하네요. 그런 상징들을 이야기할 때도 유연성을 잃지 말아야 하며, 결코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무엇보다 개인의 경험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프로이트는 그 사람의 사연을 들어 보지도 않고 보편적인 답을 제시할 수 있냐고 반문합니다.(54쪽)

꿈을 해석하는 이유

『꿈의 해석』은 개별적인 꿈을 어떻게 분석하는지 알려 주는 책입니다. 즉 꿈꾼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책이에요. 그 사람의 개별성과 고유성을 이해하고, 뭐가 문제인지, 뭐가 그 사람을 괴롭게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살피는 방법을 알려 주죠.

중요한 것은 꿈을 분석하는 방법이랍니다. 제가 가상의 사례를 하나 제시해 볼게요. 주인공은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중학교 2학년 남학생 A입니다. 그에게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반에서는 따돌림을 받고 있으며, 어머니께 자신의 문제를 상의할 수도 없어요. 어머니께서 자신을 사랑하시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제 아이들은 이 학생의 급식에 모래를 뿌렸고, 가방 속에 쓰레기를 넣어 괴롭혔어요. 그날 밤 A는 다음과 같은 꿈을 꿉니다.

아이들이 A를 둘러싸고 소리를 지르는데, A는 그걸 듣지 않으려고 귀를 막고 있어요. 그러다 한마디가 들레는데, “너 때문이야.”라고 말하는 듯해요. 그래서 “왜 나 때문이야?”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죠. 죽을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는데, 아이들이 알아듣지 못해요. 소리를 지르다 꿈에서 깬 A는 자기가 한국어가 아니라 어머니의 모국어로 소리 질렀다는 걸 깨닫습니다.

이 꿈의 주제는 소통입니다. 이 학생은 한국말도 어머니의 모국어도 모두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꿈에서는 한국말을 해야 할 때 외국어를 하고 있어요. 분노하지만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전달하지 못하네요. “너 때문이야.”라는 말은 언젠가 삶을 힘겨워 하시던 어머니께서 A에게 한 말입니다. 그때 들었던 그 말과 철없는 반 아이들의 행동이 겹쳐서 꿈에 나타났습니다. 꿈은 A가 무엇을 가장 힘들어하는지 알려 주고 있어요.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A가 죽을힘을 다해 소리치는 말은 “아니야, 나 때문이 아니야.”입니다. 어머니와 반 아이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예요.

A는 할 일이 많습니다. 꿈은 많은 숙제를 내고 있죠. 일단 어머니와 소통해야 하고, 반 아이들과도 소통해야 합니다. 꿈에서 A는 평소 일부러 한마디도 하지 않던 어머니의 모국어를 쓰고 있습니다. 마음은 항상 어머니를 향하고 있었던 겁니다. A를 따돌리던 아이들도 A가 당당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소통하기 시작하면 예전과 같이 행동하지 못할 겁니다. 나아가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이 겪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A는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를 도와줄 사람들과 손을 잡고 연대할 수도 있습니다. 꿈 한 자락으로 시작했는데 앞날의 이야기가 함께 펼쳐지네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디쯤 있고 어디로 가면 좋을지 알려 주는 지도가 바로 꿈이라는 거예요. 우리가 꿈을 해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56쪽)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읽기

꿈에는 숨겨진 생각이 있다

마음속 이야기 대 말하는 이야기

생각과 말이 같은 사람은 정말 성숙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보통 마음속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지 못하죠. 마음이 부대낄 때 폭식을 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어떤 행동들은 생각이 말로 표현될 수 없을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슬퍼해야 하는 상황에서 웃고 떠든다면, 그건 그 사람이 애도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슬픔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겠죠. 죽음을 제대로 애도하지 못하는 집에서 자란 아이는 애도의 과정을 다른 사람들처럼 수행할 수 없게 될 확률이 높아요.

프로이트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분석이 이와 비슷한 사례입니다. 다빈치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강박적으로 가계부를 기록합니다. 사람들은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그렇게 태연할 수 있냐고 욕하겠죠. 그러나 프로이트는 이 강박적 기록에서 통곡하는 아들의 모습을 읽어 냅니다. 너무 슬플 때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니라 부들부들 떨면서 온 집 안을 기어 다니며 걸레로 바닥을 닦을 수도 있습니다.

꿈 분석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꿈이 진짜로 우리에게 말하는 것이 ‘꿈 사고’라면, 잠에서 깨어났을 때 기억이 나는 이야기는 ‘꿈 내용’이라고 할 수 있어요.(89쪽)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에서 진짜 이야기 속으로

꿈 사고에서는 누군가를 향한 질투 때문에 그 사람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다면, 꿈 내용은 그 사람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겨 내가 슬퍼하는 이야기로 구성될 수도 있습니다. 슬픔으로 위장하는 거죠. 드러난 생각과 내면의 생각 사이의 괴리는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볼 수 있어요.

환자의 증상을 분석하는 방식과 꿈을 분석하는 방식은 동일합니다. 그래서 꿈 분석을 연습하면 일상생활의 행동이나 말도 분석할 수 있게 되죠.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우리가 어떻게 꿈 내용에서 시작하여 꿈 사고로 분석을 이어 갈 수 있는지 설명해요. 꿈 내용에 언급된 여러 단어와 표현에서 시작해 자유연상으로 그물을 짜다 보면 하나의 그림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우리는 마치 퀴즈나 퍼즐을 푸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그림의 수수께끼를 풀어야 합니다.(91쪽)

과거를 알려주는 꿈, 미래를 예견하는 꿈

『꿈의 해석』 마지막 장인 ‘꿈 과정의 심리학’의 마지막 소제목은 ‘무의식과 의식 – 현실’입니다. 늘 그렇듯이 프로이트는 아주 멋진 말로 책을 마무리합니다.

우리의 소원이 성취되는 이야기를 만듦으로써 꿈은 우리를 미래로 이끌죠. 그러나 꿈꾼 이가 현재에 빚어내는 미래는, 가공할 위력을 가진 그의 소원에 의해 과거와 완벽하게 닮은꼴로 주조됩니다.(621/626)

멋지지 않아요? 우리는 보통 예지몽에 관심이 많습니다. 꿈이 내 미래를 알려 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프로이트는 사실에 근거한 예측만이 과학이라고 생각했어요. 근거도 없이 추측하거나 예언하는 건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죠. 정신분석은 과학이니까요. 그렇지만 그는 꿈이 미래와 관련된다고 생각했어요. 꿈은 우리에게 과거를 알려 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과거의 소원이 드러나고 그것을 토대로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되니까요.(96쪽)

의식, 전의식, 무의식

『꿈의 해석』은 프로이트가 ‘의식’, ‘전의식’, ‘무의식’이라는 정신의 구조를 처음으로 이론화한 책입니다. 의식은 내가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편안하게 알고 있는 영역을 뜻합니다. 의식의 영역에서 나는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그것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어요.

전의식은 조금만 노력하면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는 영역입니다. ‘2004년에 이사를 왔고 올해가 2014년이니까 이사 온 지 10년이 됐네.’, ‘지난주에 진영이랑 떡볶이 먹으러 갔는데, 그날 비가 왔어.’와 같은 기억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서 생각하면 떠오릅니다.

무의식의 영역은 그보다 깊은 층위를 말해요. 거기에는 우리가 경험한 모든 것이 새겨져 있답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영역을 ‘마술 글쓰기 판’이라고 불러요. 어릴 때 가지고 놀던 글쓰기 판을 떠올려 보세요.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쓴 다음, 그 판을 한 번 떼었다가 다시 붙이면 모든 게 깨끗이 사라집니다. 그런데 옆으로 비스듬히 보면 자국은 남아 있어요.

그렇게 우리가 경험한 모든 것이 자국으로 남아 있는 곳, 그게 바로 무의식입니다. 한 번 새겨지면 절대 지워지지 않죠. 그런데 그 자국들의 너무 복잡해서 우리는 의식에서처럼 쉽게 기억의 조각들을 떠올릴 수가 없어요. 기억의 덩어리들이 있긴 있지만, 어디에 있는지,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 양이 너무 많으니까요. 확실한 기억인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의 기억과 비교해 보면 내 기억과 다른 경우도 있고, 어떤 기억은 아무리 노력해도 떠오르지 않죠.

우리는 결코 무의식에 기록된 것들을 모두 다 알 수는 없어요. 무의식에 관한 한, 나는 나를 잘 알지 못한답니다. 분석하지 않으면 무의식에서 어떤 조각이 의식의 수면 위로 올라왔는지도 잘 모릅니다. 그러니까 무의식은 우리의 통제를 넘어서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의 의지로써 기억하고 싶은 걸 기억하는 게 아니라, 무의식과 의식의 상호 작용 속에서 의식에 받아들여진 것을 우리가 감지하는 거죠.

내가 나의 주인인데 그럴 수 있냐고요? 우리는 우리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릅니다. 심장에게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줄 수도 없어요. 무의식도 마찬가지예요. 그것은 어마어마한 기억의 데이터를 담은 우리 내부의 공간인데, 무의식 속 기억들이 조합되는 경우의 수는 무한합니다. 우리는 결코 특정 기억이 특정 방식으로 연결되어 나오도록 의식적으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없어요. 자신의 연상이라 해도 의식은 무의식이 어떤 방식으로 연상을 진행할지 결코 알지 못합니다.(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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