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결과는 잘못됐을지 몰라도 그 과정의 논리는 완벽하다!
인간의 선택과 결정에 관한 놀라운 사실!
인간의 선택과 결정에 숨겨진 진실. 고전경제학에서 인간은 대단히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선택을 하고 결정을 내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인간의 선택은 대단히 비이성적이고 편향에 지배되어 잘못된 선택을 할 때도 무수히 많다. 과연 인간은 이성적일까, 아니면 자신도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해괴한 선택을 내리는 난폭한 동물일까? 이 책은 바로 그 동물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인간의 심리에 해답을 준다.
심리학교수 더글러스 T. 켄릭과 경영학교수 블라다스 그리스케비시우스는 우리의 정신세계 내부를 구석구석 여행하면서 정신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해 기존 이론과는 완전히 다른 모델을 제시한다. 두 저자는 우리가 돈을 투자할 때, 직장을 알아볼 때, 차를 살 때, 데이트 상태를 선택할 때, 서로 대치되는 진화적 욕구에 이끌린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 머릿속에 하나의 ‘자아’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안에는 여러 개의 부분자아가 존재하고, 어떤 부분자아가 그 순간 운전대를 잡는지에 따라 우리가 나아가게 되는 방향도 달라진다. 어떤 상황일 때 어느 부분자아가 주도권을 잡는지 설명하면서 두 저자는 어리석어 보이는 우리 판단의 이면에는 실제로 대단히 현명하고 정교한 의사결정 시스템이 작용하고 있음을 밝혀낸다.
■ 저자
더글러스 T. 켄릭
애리조나주립대학의 심리학과 교수로 진화심리학 분야의 선구적인 학자이자 전문가이다. ‘인간 행동과 진화연구학회(THE HUMAN BEHAVIOR AND EVOLUTION SOCIETY)’의 집행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연구는 「뉴스위크」「뉴욕타임스」「사이콜로지투데이」같은 저명한 언론 매체의 찬사를 받았고, 행동과 진화심리학을 다루는 여러 학술지에 연구 성과가 실렸다. 뛰어난 통찰력과 재치가 넘치는 작가이기도 하여 약 180편이 넘는 논문과 저술을 출판했다. 저서로는 『인간은 야하다』, 스티븐 뉴버그와 로버트 치알디니와 함께 쓴 『사회심리학』이 있다.
블라다스 그리스케비시우스
미네소타대학 칼슨경영대학원의 마케팅 겸 심리학 교수. 광범위한 심리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자연환경과 생태계 균형을 중시하는 그린마케팅(Green Marketing)과 소비자 행동의 진화론적 근원 연구의 전문가다. 유수의 비즈니스, 심리학 저널에 50편이 넘는 논문을 기고하였다. 그의 방대한 연구 실적과 학생들을 가르치는 뛰어난 교수법으로 포이츠앤퀀츠(Poets & Quants) 선정 ‘40세 이하 최고의 교수 4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블라다스 교수의 칼럼은 디스커버리 채널을 비롯해「이코노미스트」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타임매거진」 등에 정기적으로 연재되었다.
■ 역자 조정숙
덕성여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스튜피드』『어떻게 극복할 것인가』『퍼펙트 피치』『모닝스타 성공투자 5원칙』『버핏, 신화를 벗다』『좋은 기업을 찾기 위한 12가지 투자 분석』『위대한 투자자들의 12가지 투자 전략』『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주식투자 절대법칙』『까다로운 인간 다루기』 등이 있다.
■ 차례
서문 _ 우리의 선택에 숨어 있는 진화의 비밀
chapter 1·비이성적 선택과 케네디가의 저주 : 스케이트보더와 월가의 은행가는 왜 스스로 위험에 빠지는가?
합리적 인간 : ‘이콘’│비합리적 인간 : 어리석은 인간│심층 합리성 : 동물로서의 인간│손실 회피 행동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행동의 근접인과 궁극인│여성이 배란기에 섹시한 옷에 끌리는 이유│케네디가의 저주와 위험 감수의 생물학│우리의 뇌는 진화적 목표에 맞춰져 있다
chapter 2·내 안에 있는 일곱 명의 ‘나’ : 인권운동의 아이콘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다중인격장애였다?
우리는 모두 다중인격장애를 앓고 있다│군중심리에 빠지는 이유, 튀고 싶어 하는 이유│우리의 머릿속에는 얼마나 많은 부분자아가 살고 있는가│일곱 개의 부분자아│부분자아의 발달 피라미드│비합리적 행동과 부분자아│손실 회피 뒤집기│마틴 루터 킹은 정말 위선자였을까?
chapter 3·가족 경제학과 월가 경제학 : 왜 디즈니 형제는 서로 다투면서도 서로를 위해 양보했는가?
게임과 협상의 법칙│왜 피는 물보다 진한가│가족 경제학 vs. 기업 경제학│부분자아의 새로운 게임 규칙│팀 보상 : 친애 게임│피라미드 게임 : 지위 게임│참호 경제학 : 자기보호 게임│시장경제학은 회사를 위한 최상의 규칙인가│가족 경제학, 월가에 진출하다│대기업에서 가족회사로
chapter 4·오작동하는 뇌 : 왜 잠비아 국민들은 식량 비상사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원조를 거부했는가?
우리의 뇌는 정말로 결함투성이인가│그것이 ‘오류’라는 착각│모든 오류는 평등하지 않다│큰 실수보다는 작은 오류가 낫다│부분자아와 편향│재채기와 행동면역계의 역학│미국, 맥도날드에 분노하다│성적 망상에 빠진 남자들의 착각│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들의 심리│근거 없는 자신감도 때론 현명한 행동이다│편향은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것이다
chapter 5·현대의 혈거인 : 아마존의 밀림 부족은 어떻게 하버드 대학생들도 어려워하는 시험을 통과했는가?
문제는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말하기는 쉽고 쓰기는 어려운 이유│왜 나는 수학만 나오면 바보가 되는가│빈도로 소통하기│부분자아와 문제 해결│사기꾼 찾기 게임│큰 수의 역설│내 안의 팀 플레이어를 이용해 문제 해결하기│자살 거북을 구하라
chapter 6·짧고 굵게 사는 사람들 : 왜 벼락부자들은 결국 파산법정에 서고야 마는가?
생활사 이론│생의 세 가지 단계│테스토스테론 수치와 성공의 법칙│삶의 속도와 진화적 전략│최상의 전략은 무엇인가│빠르게 살기 혹은 느리게 살기│어릴 적 환경이 삶의 속도를 바꾼다│스트레스와 생활사 전략│복권 투자에 숨은 승리 전략
chapter 7·골드 포르쉐와 공작새 : 사람들이 친환경 하이브리드카를 구입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왜 쓸데없는 물건에 돈을 쓰는가│‘친환경’에 가려진 과시 욕구│이타적 동기인가, 이기적 동기인가│과시적 소비의 원인│푸른 정원사 새와 과시 행동│남자는 짝을 유혹하기 위해 돈을 쓴다│공작과 포르쉐, 그리고 남자들│소비를 부추기는 진화적 목표
chapter 8·그의 경제학, 그녀의 경제학 : 다이아몬드 반지와 신부의 지참금은 왜 다른가?
결혼의 조건│“사랑해”는 언제 말해야 하는가│미녀만 좋아하는 남자들의 심리│그의 이상형, 그녀의 이상형│결혼 지참금에 숨은 의미│남자와 여자의 짝짓기 부분자아│자유로운 독신 : 짝 획득 게임│친절함으로 승부하는 여자들│결혼과 구속 : 짝 유지 게임│남편의 외도보다 연애가 더 무섭다?│성비와 신용카드 빛의 상관관계│남자와 여자, 그리고 돈
chapter 9·심층 합리성의 사기꾼 : 왜 우리는 가짜 약장수에게 쉽게 속아 넘어가는 것일까?
이용하는 자, 이용당하는 자│진화적 욕구와 산업│충동구매를 참지 못하는 이유│심층 합리성의 사기꾼들│‘다이아몬드는 영원히’가 조장한 환상│부분자아를 유혹하는 악마의 반지│제약회사의 탈을 쓴 가짜 약장수들│‘그들’이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것│사기꾼에게 속지 않기 위한 세 가지 계명
결론 _ 인간의 선택에는 어떤 동기가 숨어 있는가
감사의 글
주석
참고 문헌
이성의 동물
내 안에 있는 일곱 명의 나
인권운동의 아이콘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다중인격장애였다?
1962년 9월 28일 마틴 루터 킹 2세는 앨라배마 주 버밍엄에 있는 한 대강당 연단에 평온하게 앉아 있었다. 갑자기 청중 속에서 한 남자가 무대로 올라가더니 킹 목사 쪽으로 다가가 킹의 얼굴을 때리기 시작했다. 킹 목사는 첫 방을 맞고 자리에 쓰러졌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주 담담한 표정으로 자신을 폭행한 남자의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허겁지겁 뛰어온 사람들에게 킹은 부탁했다. "그를 건들지 마십시오. 우리는 그를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이 사건은 킹이 도덕 원칙을 얼마나 헌신적으로 지키는지 보여준 여러 사건들 중 하나다. 침례교 목사로 부임한 후 킹은 예의와 진정성, 미덕의 이상을 실현하고 알리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섰다. 하지만 킹의 흔들림 없는 도덕 원칙 고수도 혼외정사 문제에서만은 예외였다. 킹은 아이가 넷이나 있는 유부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여성과 오랫동안 혼외정사 관계를 유지했으며, 출장을 다니는 틈틈이 다른 여성들과 짧은 외도를 즐겼다.
우리는 마틴 루터 킹 2세가 흔한 형태의 다중인격장애였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의 전기에서 증거를 찾거나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받을 필요도 없다. 우리는 킹에게 적어도 7개의 인격이 존재했다고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다중인격장애는 단순히 흔하기만 한 증상이 아니라 보편적인 증상이다. 당신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당신의 삶이 어떤지 세세한 부분은 알지 못하지만 당신에게 적어도 7개의 인격이 존재한다고 단언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다중인격장애를 앓고 있다
다중인격장애에 대한 유명한 임상 사례 연구를 영화화한 <이브의 세 얼굴(The Three Face of Eve)>에서 주인공은 소심하고 내성적인 이브 화이트와 지적이고 성숙한 제인, 자유분방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이브 블랙이라는 세 가지 인격을 오간다. 영화는 크리스 시즈모어(Chris Sizemore)라는 실존 인물을 다룬 것으로, 담당 정신과 의사들은 그녀가 세 개가 아니라 20개의 인격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이렇듯 정신과 상담이 필요한 수준의 다중인격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대부분 여러 개의 자아가 존재한다.
머릿속에서 명령을 내리는 당신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 존재한다는 주장은 얼핏 들으면 너무 충격적이라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다중자아의 존재를 입증하는 과학적 증거는 차고 넘칠 정도로 많다. 결국 마틴 루터 킹 2세만이 위선자인 게 아니라 우리와 우리의 이웃 모두 위선자다. 다중자아를 입증하는 증거는 산더미처럼 많다. 그러나 한 사람 안에 하나의 통일된 자아가 존재한다는 개념이 더 매력적이기 때문에 더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 개개인은 하나의 자아로 이뤄진 존재가 아닌 여러 자아들의 총합이다. 다시 말해 부분자아들(subselves)의 집단이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부분자아들도 각각의 특징과 선호가 다르다. 그리고 각 부분자아가 겉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은 특정한 상황에 처했을 때다. 하나의 상황에서는 하나의 부분자아만 주도권을 잡는다. 우리 안에 다양한 부분자아가 존재한다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매번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실제로는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누구와 함께 있는지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일곱 개의 부분자아
자기보호(Self-Protection) 부분자아 : 야경꾼
우리는 동료들과 함께 자기보호 자아와 관련해 여러 가지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피해망상 기질이 있는 이 부분자아는 정말로 신체적 위해를 입거나 그런 위해를 인지할 때만 가동되는 것이 아니었다. 야경꾼이라는 측면에서 말하자면 캄캄한 방에 혼자 있기만 해도 자기보호 부분자아가 활성화될 수 있다. 결국 자기보호 부분자아가 가장 원하는 것은 신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모든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안전해지는 것이다.
지위(Status) 부분자아 : 수완가
지위 부분자아는 계층 서열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자신의 위아래에 누가 있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 수완가가 우리 안에서 주도권을 쥐게 되면 우리는 성공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과 타인의 무시를 굉장히 안 좋은 일로 여기는 것에 특별한 가치를 둔다. 지위 부분자아를 활성화한 연구에서 피험자들은 아주 사소한 모욕만 받아도 굉장히 공격적인 분노를 드러냈다. 지위 부분자아는 타인의 존경을 받는 것을 가장 원하며, 타인을 존중할 때는 왜 존중해야 하는지 타당한 근거를 필요로 한다.
질병 회피(Disease-Avoidance) 부분자아 : 강박적 건강염려증
질병 회피 부분자아는 다른 사람의 재채기나 기침 소리, 피부 병변, 악취 등에 반응해 활성화된다. 내부의 강박적 건강염려증이 주도권을 잡은 순간 우리는 병원균 감염을 물리치기 위해 설계된 행동 방식을 취한다. 질병 회피 부분자아는 타인을 질병 전달자로 인식하고 접촉을 피한다. 질병 회피 부분자아는 무엇보다도 병원균과 관련된 모든 것에서 안전하기를 원한다.
짝 획득(Mate-Acquisition) 부분자아 : 자유로운 독신
짝 획득 부분자아는 진짜 혹은 가상의 잠재적 짝을 보는 순간에 활성화된다. 이 부분자아는 상대가 좋은 연애 상대가 될 만한지 파악하게 해주는 정보, 본인이 상대방에게 어필하는 성적 매력,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로 보일 수 있는가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남자와 여자의 짝 획득 부분자아는 다소 다르게 움직이다. 그러나 남자든 여자든 짝 획득 부분자아는 잠재적 연애 상대에게 훌륭한 짝으로 보일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것을 최우선에 둔다.
마틴 루터 킹은 정말 위선자였을까?
마틴 루터 킹 2세는 이 상황, 저 상황마다 다른 행동과 태도를 보였다. 그가 위선자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의 진짜 이성적인 자아가 고장 나 있었기 때문일까? 여러 개의 부분자아가 존재한다는 개념은 우리가 위선이라고 부르는 것에 눈에 보이는 이상으로 많은 의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우리 안에 정말로 여러 사람이 들어 있다면 위선이라는 말에 놀랄 필요가 없다. 부분자아의 개념은 진짜 당신이 하나가 아닌 여럿임을 의미한다.
어떤 부분자아들은 목표가 일치한다. 그러나 어떤 부분자아들은 목표가 대립되기 때문에 당신을 상반된 방향으로 이끌려고 한다. 또한 주도권을 잡은 부분자아는 현재 휴면 중인 다른 부분자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물론 복수의 부분자아는 비도덕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구실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 인간이 왜 자주 위선자처럼 행동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우리는 몸은 하나지만 뇌는 태어날 때부터 분열되어 있다. 자유분방한 짝 획득 부분자아가 저지른 행동 때문에 훗날 다른 부분자아들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경우도 많다.
가족 경제학과 월가 경제학
왜 디즈니 형제는 서로 다투면서도 서로를 위해 양보했는가?
1923년 10월 16일 월트 디즈니와 로이 O. 디즈니는 디즈니 브러더스 카툰스튜디오라는 이름의 작은 사업체를 시작했다. 월트는 작화를 담당했고 로이는 재무를 담당했다. 디즈니 형제는 오랫동안 같이 사업을 하면서 몇 번이나 심각한 의견 차이로 다투곤 했다. 대부분은 이상을 중시하는 월트의 완벽주의와 부족한 금전 감각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잦은 의견 대립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평생 동안 온갖 우여곡절을 함께 나눴고 영화 산업 너머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테이프를 빨리 돌려 1984년으로 넘어가보자. 이 해에 마이클 아이스너(Michael Eisner)가 디즈니의 새로운 최고경영자로 임명되었다. 월트와 로이는 이미 10여 년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디즈니는 여전히 가족회사 같은 분위기였다. 디즈니에서 일하는 것은 기업의 일원이 아니라 가족이 되는 것과 비슷했다. 2003년으로 다시 빨리 감기를 해보자. 아이스너가 CEO가 된 지 20년이 흘렀다. 미키마우스와 슬리피, 스니지, 도피를 탄생시켰으며 한때 따뜻하고 친밀했던 가족회사는 오간 데 없이 사라졌고, 법적 분쟁과 경영권 싸움으로 황폐해진 전쟁터만 남았다.
은둔자가 아닌 한, 영광스런 성취든 고통스런 실패든 대부분 성패는 어떻게든 타인과 관련이 있기 마련이다. 여기서 어떤 이는 성공적인 협상가가 되는 반면 어떤 이는 동료와 힘을 합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합리성을 전제하는 경제학의 협상 규정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놀라운 결과가 드러난다. 가장 성공적인 팀과 CEO는 이성을 강조하며 이익 최대화와 손실 최소화만을 부르짖지 않는다. 실제로 이들은 전혀 다른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 그 규칙이란 바로 우리의 부분자아들이 이용하는 것과 같은 규칙이다.
팀 보상 : 친애 게임
재무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언제나 결정적 순간에 도움을 주었던 친구들이 몇 명씩은 나온다. 『세계 기네스북』에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성공한 뮤지션 겸 작곡가로 이름이 오른 한 사람을 예로 들어보자. 폴 매카트니는 <예스터데이> 한 곡으로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하나가 되었다. 매카트니가 쿼리맨(Quarrymen)이라는 스키플(Skiffle, 원시적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 스타일) 밴드의 연주를 들으러 지역 클럽에 간 순간부터 밴드의 젊은 사내들과 매카트니는 강력한 동지애를 형성했다(이런 동지애가 없었으면 매카트니의 성공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쿼리맨의 리드 싱어는 으스대기 좋아하는 17세 소년 존 레논이었다. 레논은 매카트니에게 밴드 가입을 권했고, 이후 두 사람은 그들이 쓰는 모든 곡의 권리를 똑같이 나누기로 하는 작사 작곡 파트너십을 형성했다. 그들의 우정은 10여 년 정도 이어졌다. 그동안 두 사람은 약 180곡의 노래를 썼고 직접 녹음을 했다. 나중에 이 밴드는 쿼리맨에서 비틀즈로 이름을 바꾸었다. 모든 권리는 반반씩 나누기로 한 레논과 매카트니의 약속은 친구들 사이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거의 20년 후인 1976년 스티브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도 공동으로 애플컴퓨터를 설립하면서 회사 주식을 50대 50으로 나눠 가지기로 약속했다.
UCLA의 인류학자 앨런 피스크(Alan Fiske)는 타인과 얼마나 나눠 가질지를 계산할 때 인간의 정신은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계산 시스템을 다르게 적용한다고 생각한다. 피스크는 친구 사이의 교환 시스템을 전통경제학의 시장가격 교환 시스템과 대조한다. 시장가격 교환 모델에서 사람들은 주의 깊게 시장가격을 계산한 뒤 자신이 받는 것에 비례해 상품의 대가를 지불한다. 이처럼 이리저리 따지는 전통경제학 모델은 공개 시장에서 재화를 교환하려 할 때는 적절한 방식일지 몰라도, 친구 사이에서는 굉장히 부적절하고 심지어는 아주 모욕적인 행동이다.
마찬가지로 친구 사이에서 금전적 균형을 강조하면 부정적 결과가 발생한다. 레논과 매카트니의 불화로 비틀즈에 분열이 생기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 몹탑(Moptop)이라는 특유의 헤어스타일까지 유행시켰던 비틀즈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하모니가 뒤떨어지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노래 가사를 통해 누가 얼마만큼의 돈을 가져갈 권리가 있는지 다퉜고 공개적으로 서로를 모욕하기 시작했다. 애플의 창업자들은 이런 험악한 결별은 피했지만, 워즈니악은 잡스가 비디오게임 회사인 아타리(Atari)에서 프로그래밍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받은 5,000달러의 보너스를 공평하게 나누지 않고 거의 다 차지했다는 사실을 몇 년이나 마음에 담고 있었다.
가족 경제학, 월가에 진출하다
흥정을 하듯 하나하나 따지는 시장가격 교환 모델과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가족 교환 모델의 한 가지 중요한 차이는 바로 신뢰다. 맥마스터대학교의 진화심리학자 리사 드브륀(Lisa DeBruine)은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완전한 타인들을 친족 관계로 바꾸기 위해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녀는 실험에 참가할 사람들을 모집해 죄수의 딜레마를 변형시킨 신뢰 게임(Trust Game)을 진행시켰다.
신뢰 게임에서 1번 참가자는 10달러의 돈을 받은 후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첫 번째 방법에서 1번 참가자는 자신과 2번 참가자가 돈을 얼마씩 나눠 가질지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에서 1번은 자신이 결정권을 가지는 대신에 2번에게 돈을 나누는 비율을 전적으로 일임할 수 있다. 2번에게 배분 조건을 일임하면 나눌 수 있는 돈의 총액이 훨씬 높아진다(30달러). 이 게임에서 1번의 선택은 2번을 신뢰하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1번은 2번이 심보가 나쁜 욕심쟁이인지, 아니면 관대한 사람인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드브륀은 참가자들이 시장경제학의 불신 심리에 지배를 받는지, 아니면 가족 경제학의 신뢰 심리에 지배를 받는지에 따라 다른 선택을 내릴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래서 실험을 시작하기에 앞서 모든 참가자의 사진을 찍었다. 1번 참가자는 선택의 순간에 자신과 짝이 되는 2번 참가자의 사진을 보면서 결정을 해야 했다. 물론 2번 참가자는 일면식도 없는 완전한 타인이었다. 참가자들은 2번 참가자를 쉽사리 신뢰하려들지 않았다.
드브륀은 이번에는 실험 조건을 약간 바꿔서, 1번 참가자의 얼굴을 컴퓨터로 합성한 사진을 2번 참가자의 사진이라며 1번 참가자들에게 보여주었다. 그 결과 1번의 눈에 2번은 마치 오랫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척처럼 보였다. 일가친척처럼 보이는 사람과 펼치는 게임은 친족 보살핌 부분자아를 활성화했다. 갑자기 참가자들은 상대를 신뢰하면서 돈을 나눌 권리를 완전히 넘겨주었고, 그 결과 보상금도 더 많이 탔다. 1번 참가자들은 2번 참가자가 본인의 얼굴을 합성해서 유사한 생김새로 만든 가상의 존재임을 전혀 몰랐다. 하지만 그들은 마치 가족에게 돈을 주듯이 상대에게 흔쾌히 결정권을 넘겨주었다. 말 그대로,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었다.
짧고 굵게 사는 사람들
왜 벼락부자들은 결국 파산법정에 서고야 마는가?
생활사 이론
돈이 많다고 문제가 더 많이 생기지는 않지만,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는 딜레마가 될 수 있다. 지출의 딜레마가 생기는 이유는 돈이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이다. 자원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정할 때는 맞교환효과를 생각해야 한다. 합리성을 전제하는 경제학자들은 개인과 기업이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할당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미시경제학이라는 독립된 학문 분야를 만들어 냈다. 미시경제학은 인간의 의사결정에 관심을 갖지만 한정된 자원의 배분은 비단 인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물학자들은 모든 생명체가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생활사 이론(Life History Theory)이라는 강력한 이론 모델을 만들어 냈다. 이 이론은 미시경제학과 비슷하지만 생물학적 맞교환효과를 다룬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생활사 이론에 따르면 모든 생명체가 처하는 기본적인 생활 과제는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뉜다. 하나는 체세포적 노력(Somatic Effort)이고 다른 하나는 생식 노력(Reproductive Effort)이다. 체세포적 노력은 건강한 몸으로 성장하고 이를 유지하는 데 들이는 노력이다. 생식 노력은 생명체가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는 데 쏟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생활사 이론은 모든 동물이 기본적으로 똑같은 맞교환을 행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생의 한 지점에서는 우리 인간도, 고양이도, 그리고 나무 위 다람쥐도 체세포적 노력이든 생식 노력이든 둘 중 하나에만 한정된 자원을 투입할 수 있다. 맞교환은 동물들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행해지는데, 이를 생활사 전략(Life History Strategies)이라고 한다. 우리는 체세포 발달에 아주 많은 투자를 하고 성성숙에 이르기 전까지 알맞은 때를 기다린다. 몸이 다 성숙한 후에도 몇 년 또는 몇 십 년을 기다렸다가 아이를 가지기도 한다.
최상의 전략은 무엇인가
레이 오테로는 뉴욕 이스트 88번가 106번지의 건물에서 관리인으로 일한다. 그는 매주 복권에 500~700달러를 투자한다. 그는 즉석복권이나 번호 맞추기 복권에 한 번에 10~20달러를 걸며 보통은 주차 차량이나 지나가는 자동차 번호판을 보고 숫자를 정한다. 매년 복권에만 무려 3만 달러를 쓸 정도로 아주 열심히 투자한다. 그러나 오테로는 아직까지 투자한 돈의 본전도 못 건지고 있다. 오테로가 돈을 저축하지 못하고 도박으로 다 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의 핵심은 최상의 투자 전략이 무엇인지로 귀결된다. 레이 오테로의 투자 방식은 고위험 고수익 전략이다. 잘만 되면 하루아침에라도 엄청난 돈을 손에 쥘지 모른다. 이것이 고위험 고수익 전략의 핵심이다. 하지만 인생은 한 방이라는 식의 이런 투자 전략이 고위험 전략이라고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부분은 투자수익을 올리기는커녕 돈을 몽땅 잃을 공산이 크다. 레이 오테로가 대박 수익률을 기대하며 매년 투자한 3만 달러는 한 푼도 수익을 내지 못했다.
저축이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내키지 않으면 안전하고 따분한 다른 투자 전략도 있다. 저축에 돈을 고이 묶어두거나 채권을 사는 전략이다. 짜릿한 수익률은 없지만 매년 약간씩, 이를테면 4퍼센트 정도의 이자를 꼬박꼬박 챙길 수 있다. 4퍼센트는 높은 수익률은 아니지만 복권을 구입할 때마다 기대수익률이 마이너스 80퍼센트인 것에 비하면 훨씬 나은 수익률이다.
당장 대박 수익을 기대하며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전략과, 느리지만 안전하게 훗날의 높은 보상을 추구하는 전략, 어느 것이 더 좋을까? 사실 어떤 전략이 더 좋은지는 앞에서 말한 생활사 전략과 직접 관련이 있다. 어떤 투자 방법이 가장 좋은지에 대한 질문은 느린 생활사 전략을 추구하는지, 빠른 생활사 전략을 추구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매우 흡사하다. 뒤에서도 논하겠지만 답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이다. 그리고 진화적 관점에서 인간의 생활사를 논한다면 어떤 사람에게는 전속력 질주가 꾸준하고 느리게 걷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다.
빠르게 살기 혹은 느리게 살기
텐렉처럼 빠른 생활사 전략을 좇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체세포적 노력은 거의 하지 않고 짝짓기에 전념한다), 코끼리처럼 느린 전략을 좇는 동물도 있다(체세포적 노력에 아주 많은 투자를 하고 생식 노력은 뒤로 미룬다). 생활사 이론은 어떤 전략이 본질적으로 좋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대신에 각 전략이 다양한 환경에 진화적으로 맞춰진 것임을 강조한다.
빠른 전략은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 대한 적응이다. 반대로 느린 전략은 더 안전하고 변수가 적은 환경에 대한 적응이다. 생활사 전략의 차이는 단순히 종 사이의 차이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같은 종에 속한 동물 개체들도 추구하는 생활사 전략이 다를 수 있다. 빨리 생식 활동을 하는 코끼리와 텐렉이 있을 수 있고, 늦게야 생식 노력을 하는 코끼리와 텐렉도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다른 종에 비해서는 비교적 느린 전략을 추구하지만 어떤 사람은 빨리 가족을 꾸리고 어떤 사람은 더 나중에 가족을 꾸린다.
느린 전략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대기만성형이다. 실제로도 남들보다 성장이 느리고 사춘기도 늦게 찾아오며 생물학적 노화도 더 느리게 진행된다. 그들과 반대로 빠른 궤도를 달리는 사람들은 성장이 빠르고 사춘기도 일찍 찾아오며 생물학적 노화 속도도 더 빠르다. 빠른 전략가들과 느린 전략가들은 인성적인 특징도 다르다. 느린 전략가들은 장기 계획을 세우고 미래의 더 큰 보상을 위해 눈앞의 만족을 뒤로 미루지만, 빠른 전략가들은 순간의 기회를 찾아 움직이며 장기적 결과보다는 즉시 얻을 수 있는 보상을 더 중시한다.
복권 투자에 숨은 승리 전략
빠른 생활사 전략과 관련이 있는 행동 특성은 대단히 비이성적이고 어리석어 보일 수 있다. 1년에 복권에 3만 달러를 쏟아 붓거나 200만 달러짜리 욕조를 사는 행동은 합리성의 경제학 관점에서 보면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설명한 여러 당혹스런 현상들과 마찬가지로,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보면 이런 충동적 행동 심층에는 더 깊은 논리가 숨어 있을 수 있다.
복권 투자자인 레이 오테로의 예를 다시 생각해보자. 오테로는 푸에르토리코의 가난한 집에서 자랐으며 이곳저곳 떠돌다가 마지막으로 뉴욕 브롱크스에 정착했다. 뉴욕에 도착했을 때 오테로의 심리는 이미 빠른 전략을 추구하도록 계기판이 고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진짜 심리 성향이 완전히 제 색깔을 드러낸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이 뉴욕에서 터진 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테로는 2001년 9월 11일에 일어난 대단히 비극적인 사건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했다.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한 세상에서 삶이란 것이 얼마나 나약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되는 결정적 사건이었다.
그러면 오테로 같은 사람들은 바보 같고 비이성적인 존재인가? 느린 전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당연히 그렇다. 하지만 오테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불확실하고 위험한 세상에서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성장한 사람들은 느리고 장기적인 전략으로는 결코 결실을 거두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빠른 전략가들에게는 실낱같은 대박의 가능성을 노리는 것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나은 전략이다. 생활사 전략은 인간이 특정한 발달 순서를 거치며 인생 단계마다 다른 부분자아가 주도권을 쥔다고 설명한다. 어떤 사람은 그 길을 느릿느릿 걷지만, 레이 오테로처럼 급하게 뛰는 사람도 있다.
그의 경제학, 그녀의 경제학
다이아몬드 반지와 신부의 지참금은 왜 다른가?
결혼의 조건
경제학자 시완 앤더슨(Siwan Anderson)은 신랑 가족이 장차 신부가 될 여자의 가족에게 치르는 신부대금(Bride Price)을 연구한다. 앤더슨은 신부 가족이 신랑에게 주는 돈인 지참금과 신부대금을 대조했다. 서구 사회는 지참금 개념이 더 친숙한 편이지만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는 신부대금을 치르는 관례가 훨씬 많다. 이렇듯 신부대금이 더 일반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 신부대금의 경제학은 최소부모투자(Minimum Parental Investment)라는 생물학 원칙과 관련이 있다. 인간을 포함해 어떤 포유류 종이든 암컷은 후손을 생산하려면 게걸스럽게 양분을 요구하는 태아를 여러 달 동안 뱃속에 품고 다녀야 하고 출산 후에도 새끼를 돌봐줘야 한다. 그것이 암컷에게 요구되는 최소 요건이다. 번식에서 수컷에게 요구되는 최소 요건은 정자 기부다.
하지만 인간 남성은 생식 활동에서 완전한 무임승차가 가능하지 않다. 인간의 아기는 굉장히 무기력한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아빠가 곁에 머물면서 아기와 엄마에게 자원을 제공해야 아기가 생존과 성장 가능성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그렇기에 임신을 하고 여기에 수반되는 후손 생산이라는 생물학적 고비용 활동에 동의하기 전에 신부와 그녀의 가족은 잠재적 구애자에게 자원을 제공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입증할 증거를 요구한다. 따라서 신부대금이든, 다이아몬드 약혼반지든 신부와 신부 가족에게 수입의 상당 부분을 털어 넣는 것은 일종의 계약금 지불과 비슷하다.
결혼 지참금의 숨은 의미
여자는 진화적으로 더 귀중한 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회는 젊고 임신 능력이 높은 아내를 맞이하기 위해 신랑이 돈을 지불하는 신부대금 문화가 존재한다. 그렇데 반대로 신부 가족이 신랑에게 지참금을 지불하는 풍습이 여러 사회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부대금과 지참금의 사회학(Sociology of Bride Price and Dowry)』에서 살리니 란데리아(Shalini Randeria)와 릴라 비사리아(Leela Visaria)는 "지참금은 신부가 신랑 가족에게 가지고 갈 수 있도록 신부 가족이 신부에게 주는 재산이다"라고 설명한다. 핵심을 말하면 지참금은 신랑을 도와 신부가 새로운 가족을 꾸릴 수 있도록 친족으로부터 받는 자원 보조다.
지위와 계층의 편차가 심한 사회일수록 여자의 가족은 지참금 지불이라는 형태로 투자를 하고, 이렇게 함으로써 딸은 부유하고 지위가 높은 남편을 맞이할 확률이 높아진다. 지참금은 임신 능력이 높은 남자를 얻기 위해 치르는 대가가 아니다. 그보다는 딸과 딸의 자손에게 더 많은 자원을 제공하기 위해 일종의 동맹으로서 행하는 가족적 성격의 투자다.
성비와 신용카드 빚의 상관관계
메이컨 시와 콜럼버스 시는 같은 조지아 주에 있으며 거리는 100마일도 채 되지 않는다. 두 도시는 역사와 경제적 풍토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두 도시 시민들의 소비 습관은 첨예하게 갈린다. 콜럼버스 시의 일반 시민들은 신용카드 빚이 상당하다. 같은 조지아 주에 있는 메이컨 시의 시민들 보다 1인당 평균 3,479달러가 더 많다. 결정적 단서는 두 도시의 또 다른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돈 관리를 착실하게 하는 메이컨 시는 여성 1인당 미혼 남성 숫자가 0.78명에 불과하지만, 신용카드 빚에 허덕이는 콜럼버스 시는 여성 1인당 미혼 남성 수가 1.18명이나 된다.
고전이 된 『여성 과잉?(Too Many Woman?)』에서 저자인 마샤 구텐태그(Marcia Guttentag)와 폴 세코드(Paul Secord)는 성비(특정 지역의 성인 여성 대 성인 남성의 비율)의 변동이 성적 행동에 극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구텐태그와 세코드는 심지어 성비의 변동이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미국을 휩쓴 섹스 혁명과 자유연애 풍토와도 연관이 많다고 주장한다. 성적 실험정신이 확산되었던 이 기간 동안 미국에는 남자보다 여자가 많았다. 지역별로 성비가 크게 차이 나는 인도에서는 성비가 1퍼센트 달라지면 살인율이 5퍼센트나 달라진다! 여자가 귀하면 살인율은 급격히 늘어난다.
이 모든 주장이 조지아 주의 신용카드 사용액과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콜럼버스 시는 미혼 남자가 미혼 여자보다 많기 때문에 이 시의 남자들은 그나마 적은 여자들 중 한 사람이라도 차지하기 위해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블라다스의 연구팀이 미국 134개 도시의 성비를 계산했더니 성비와 보유한 신용카드 개수, 1인당 평균 카드 사용액 사이에 놀라운 관계가 존재했다. 여성 인구가 적은 도시일수록 신용카드 빚과 보유한 카드 개수가 더 많았다.
성비의 재무적 영향은 특히 라스베이거스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라스베이거스는 여자 1인당 남자가 1.16명으로 미국에서 남성 비중이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다. 라스베이거스는 많은 미녀를 만날 수 있다는 식으로 남자들을(그리고 그들의 지갑을) 유혹하지만 실제로 카지노 여기저기를 둘러봐도 여자보다는 남자가 훨씬 많다. 그리고 카지노에서 게임을 할 때 주위를 에워싼 사람들이 대부분 남자이고 여자는 몇 명밖에 없으면 남자는 큰돈을 배팅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고 카지노의 이윤도 그만큼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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