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배신

   
앤드류 스마트(역: 윤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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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윌
   
13000
2014�� 07��



■ 책 소개 


게으른 삶에 대한 어느 뇌 과학자의 근거 있는 찬양! 


결국 마지막에 웃게 될 세상의 모든 ‘한량’들의 논리적·과학적 반격!! 






『생각을 멈추면 깨어나는 뇌의 배신』은 무조건 열심히, 바쁘게 사는 것이 곧 성공의 지름길이라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아무 생각 없이 빈둥거리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과학적으로 흥미롭게 설명하는 책이다. 우리는 고도로 발전된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노동환경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생산 시스템은 자동화되었고, 업무를 돕는 최첨단 기술들의 발달은 눈이 부실 지경이다. 하지만 인간을 해방시킬 것이라 믿었던 기술의 발전은 오히려 더 많은 업무를 하도록 만드는 굴레가 되었다.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이어갈 수 있게 된 우리의 삶은 아무 생각도 없이, 걱정 없이 멍하니 앉아 있는 소중한 습관도 빼앗기게 되었다. 






스웨덴의 신예 뇌 과학자인 앤드류 스마트가 일중독자들로 가득 찬 세상을 비판하며, 일하지 않는 무위(無爲)의 행동이 왜 나태하고 게으른 자의 시간 낭비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는지에 대해 역사적 사실을 통해 추적한다. 그가 게으름을 찬양하는 이유 또한 무척이나 과학적이다. 저자는 뇌 과학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활성화되는 독특한 개념인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를 내세워 휴식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불필요한 정보가 제거되고 기억이 축적되는 이 상태(DMN)가 집중력과 창의력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일을 수행할 때에나 성과를 내고 싶다면 꼭 이런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실제로, 독일의 천재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 세기의 철학자 데카르트도 DMN상태에서 모두 영감을 얻었다고 언급하며, 온갖 기기를 손에서 내려놓고 뇌를 쉴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한다. 






■ 저자 앤드류 스마트 


인간의 신체나 지각, 기억과 스트레스 등 여러 특성이 산업 장면에 어떻게 관련되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인간 요인’ 과학자다. 스웨덴 룬드 대학교에서 ADHD를 앓고 있는 아동들의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하면서 학부를 마치고 석사학위를 받았다. 뉴욕대학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언어를 관장하는 신경 기저 실험을 바탕으로 뇌 영상화 자료를 분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암이나 뇌졸중 환자들의 인지 능력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뇌의 배신』은 그의 첫 책이다. 






■ 역자 윤태경 


중앙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번역가 모임인 바른번역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경제경영 전문번역가로서 독자들이 쉽게 경제를 배우도록 간결하고 명확한 번역 스타일을 선호한다. 대학 시절부터 경제학 원서와 번역서를 읽으면서 경제경영 전문번역가로서의 자질을 키워왔다. 최근에는 주식 투자서와 자기계발 분야로 관심사를 확대하는 한편, 미래 트렌드와 사회학 등에 대한 지평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공부를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메이커스』 『폴 크루그먼: 기대감소의 시대』 『무엇이 가격을 결정하는가?』 『중국 없는 세계』 『미각의 지배』등이 있다. 






■ 차례 


서문_ 아무것도 하지 않는 뇌의 비밀, 오토파일럿 






CHAPTER 1. 한가함이라는 혐오스러운 괴물 


게으른 자 먹지도 말라, 서구 자본주의의 가치|나태함에 대한 은밀한 예찬들|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무엇이든 얻게 된다|창의력의 폭발, 빈둥거리는 크로마뇽인 






CHAPTER 2. 당신의 뇌 


탐욕스러운 인간의 뇌|런던 택시기사들의 해마가 큰 이유|나를 되돌아보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CHAPTER 3. 뉴턴은 어떻게 떨어지는 사과를 보았나? 


명상에 빠진 뉴턴의 뇌 






CHAPTER 4. 천재 시인 릴케의 창의력은 어디에서 왔나? 


릴케가 시에 쏟은 시간 10년|더 이상 뛰어놀지 않는 아이들|바쁜 하버드생들이 놓치고 있는 것 






CHAPTER 5. 인간의 자아를 출현시킨 자기조직화 시스템 


모이면 복잡해진다, 개미집단의 창발성|인간의 두뇌를 닮은 개미집단 






CHAPTER 6. 우리는 모두 살인적 노동자다 


서구적 탐욕의 끝, 폭스콘의 직원 통제|한계를 넘어서면 시스템은 붕괴한다|왜, 누구를 위해 이토록 열심히 일하는가 






CHAPTER 7. 바람 소리가 릴케에게 선사한 영감, 신호와 노이즈 


노이즈는 성가신 소음일 뿐인가?|ADHD 아동을 위한 새로운 치료제, 노이즈|적절한 노이즈가 창의력을 높인다 






CHAPTER 8. 기업의 종교와도 같았던 신기루, 식스시그마 


식스 시그마라는 전염병|기업의 발작을 초래하는 식스 시그마 






CHAPTER 9. 돈벌이 경제의 파멸적인 귀결 


필경사 바틀비의 변, 하고 싶지 않습니다|노동 없는 세계 






후주 


참고문헌 








뇌의 배신


한가함이라는 혐오스러운 괴물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무엇이든 얻게 된다

17세기 프랑스 철학자이자 수학자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s)는 평소 늦게 일어나는 습관 때문에 침대에 누워 천장에 붙은 파리를 보다가 X축과 Y축으로 구성된 좌표 시스템을 구상했다는 전설이 있다. 이는 가장 위대한 과학 진보의 순간과 가장 위대한 예술작품들이 학자와 예술가들의 끈질기고 고된 노동의 결과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01년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마커스 라이클(Marcus Raichle)은 아주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휴지 상태 네트워크(RSN, Resting-State Network) 또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라 부르는 신경망을 발견한 것이다. 이 두뇌 부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된다. 마커스 라이클은 피험자들이 인지과제(cognitive task)를 수행하지 않을 때의 두뇌를 관찰했다. 그 결과 피험자들이 멍하게 있는 것처럼 보일 때 특정 두뇌 부위가 평소보다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부위를 휴지 상태 네트워크(RSN)라 부른다.


두뇌는 그저 외부 자극에 반응하기만 하는 수동적 기관이라기보다는 계속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능동적 기관이다. 두뇌는 계속 유지하고, 해석하고, 반응하고 예측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점은 지각, 기억, 연상, 사고가 두뇌에서 형성되고 새롭게 연결되려면, 휴지 상태 네트워크의 두뇌가 관여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동양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명상을 통해 휴지 상태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반면 서구 사회는 매일 매 순간을 활동으로 채워야 한다는 믿음을 사람들에게 주입했다.


분명, 당면 과제에 대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인간의 생존은 이러한 도전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두뇌가 매일 매 순간 이러한 당면 과제만 처리해야 한다면, 서로 무관해 보이는 것들을 새롭게 연결하고, 패턴을 찾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일을 할 시간이 남지 않게 된다. 다시 말해,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창의력의 폭발, 빈둥거리는 크로마뇽인

한가롭게 지내는 것이 두뇌에 좋다는 개념의 이면에는 두뇌의 정보처리 능력 한계가 있다. 인간의 두뇌는 현대 사무실과 매우 다른 환경에서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했다. 인간이 읽고 쓰기 시작한 때는 불과 5천 년 전이다. 그래서 독서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반면 말하기 능력은 훨씬 전에 진화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보통 말하는 법을 배우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현대인의 생활방식과 노동윤리는 읽기 능력보다도 훨씬 최근에 문화에 포함됐다. 따라서 현대인의 생활방식과 노동윤리는 사실 우리의 두뇌 구조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스웨덴 신경과학자 토르켈 클링베르그(Torkel Klingberg)는 정보화 시대를 사는 석기시대 두뇌란 표현을 썼다. 현대인은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한계 속에서 살기로 선택할 수도 있다. 이처럼 스트레스 요인을 제거하면 삶이 더 즐거워지고 스트레스가 감소한다.


스웨덴 신경과학자 토르켈 클링베르그가 설명한다. "우리가 한계를 결정하고 인지적 요구와 능력 사이에서 최적 균형을 찾을 때 깊은 만족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두뇌 역량을 최대로 개발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포지티브 피드백 루프(positive feedback loop, 양성 순환 고리)라 부른다. 실제로 크로마뇽인(Cro-Magnon man)들은 노동시간보다 여가시간이 많았다. 문화인류학계에서는 크로마뇽인들이 한가롭게 빈둥거리는 능력을 가진 덕분에 창의력 폭발 시기를 보냈다는 점에 대체로 동의한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현대인의 두뇌는 크로마뇽인의 두뇌와 거의 같다. 식량, 보금자리, 외부 위협에 대한 자위력 같은 기초적 필요가 충족되면 더 이상 일할 필요가 없다.



당신의 뇌

나를 되돌아보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정확히 무엇이고 어디에 있을까?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각 두뇌 부위는 다음과 같은 의학용어로 불린다. 내측 전전두엽피질(medial prefrontal cortex), 전방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 쐐기앞소엽(precuneous), 해마, 측면 두정엽피질(lateral parietal cortex). 이러한 각 두뇌 부위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라는 전체 네트워크에서 노드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노드들은 두뇌의 허브 역할을 담당한다.


두뇌 뒷면에는 쐐기앞소엽이 자리 잡고 있다. 흥미롭게도 쐐기앞소엽은 자아성찰, 1인칭 시점 유지 같은 자아의식 관련 두뇌 활동에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실험실에서 피험자가 인지과제를 수행할 때나 실생활에서 파워포인트를 사용해 발표할 때 쐐기앞소엽은 별로 활성화되지 않는다. 하지만 쐐기앞소엽은 가장 대사율이 높은 두뇌 부위 중 한 곳이다. 즉 인간이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쐐기앞소엽은 미친 듯이 포도당을 먹어 치우기 시작한다.


두정엽(parietal cortex)은 쐐기앞소엽과 마찬가지로, 상위 인지라 불리는 자아성찰과 관련이 있는 두뇌 부위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의 일부는 측면 두정엽피질에서 나온다. 공상에 빠질 때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작동하고, 측면 두정엽피질이 활성화돼 자아를 성찰하게 된다. 전방대상피질은 전전두엽피질과 연결된다. 전방대상피질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주변 환경에서 받는 피드백과 더불어 본인 행동을 관찰하고, 본인의 실수를 지각하는 것이다. 전방대상피질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일부로, 한가하게 지낼 때와 긍정적인 기분으로 지낼 때 활성화되는 두뇌 부위다.


두뇌 앞부분을 보면, 전전두엽피질이 있다. 인류가 진화한 역사를 볼 때, 전전두엽피질은 최근에 진화한 두뇌 부위다. 인지 능력 측면에서 전전두엽피질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정보를 조작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전전두엽피질 전체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전전두엽피질에서 디폴트모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부위는 내측 전전두엽피질이다. 내측 전전두엽피질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에 속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생활할 때는 활동이 미미하다. 한가하게 지낼 때에만 내측 전전두엽피질에 불이 켜지고,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다른 모드 - 쐐기앞소엽, 전방대상피질, 측면 두정엽피질 - 들과 연계해 자아를 성찰할 수 있게 된다.


신경쇠약 환자들의 두뇌가 비정상적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활동을 보인다는 사실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얼마나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지 보여준다. 다행스럽게도 최적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활동 수준을 달성하는 유일한 길은 과제 수행 활동에서 벗어나 베개를 베고 누워서 푹 쉬는 것이다. 한가롭게 지내는 것이 좋은 삶의 조건이라는 점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활동이 왕성할 때 두뇌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통찰이 일부 사람에게서만 이례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천재 시인 릴케의 창의력은 어디에서 왔나?

1875년에 태어나 1926년에 사망한 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당시 시대에는 맞지 않는 섬세한 인간이었다. 이 시기에는 시간의 정확한 측정과 노동 효율의 극대화에 대해 자본가들이 집착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시간 관리 사업이 태동할 기반이 만들어졌다. 민감하고 성찰적인 감수성을 지닌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 맞서 자신의 예술을 추구하기 위해 사랑도, 가족도, 물질적 안락도 포기했다. 릴케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자신의 창작에 극히 중요한 활동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릴케는 즐겁게 빈둥거릴 수 있길 갈망했다.


빈둥거리는 시간을 즐긴다는 것은, 끊임없이 활동하지 않으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회에서 낙오된다는 믿음을 유아기부터 주입받으며 살아온 현대 미국인들에게 끔찍한 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뇌 과학 분야에서 어떤 형태의 자기이해는 한가하게 시간을 보낼 때에만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쉬고 있을 때만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 주의를 돌리고 내면을 성찰할 때도 활성화된다. 이때 정신이 자유롭게 방황하기 시작하고, 무의식에 있던 내용이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릴케가 시에 쏟은 시간 10년

릴케는 성인이 된 다음 여러 해 동안, 물리적으로나 영적으로나 시를 쓰기에 이상적인 장소를 찾아 유럽을 떠돌았다. 릴케는 1907년 『신시(New poems)』라는 시집을 내놓고, 1922년이 돼서야 평론가들이 릴케의 최고 걸작이라고 평가하는 『두이노의 비가(The Duino Elegies)』,『오르페우스 소네트(Sonnete to Orpheus)』를 출간했다. 물론 릴케는 그사이에 시집을 출간하지 않았을 뿐 시를 계속 쓰긴 했다. 하지만 릴케는 이러한 작품들을 가끔 여흥으로 쓰는 시로 여겼다.


그중에서도 『두이노의 비가』는 릴케가 10년에 걸쳐 쓴 시집이다. 릴케의 가장 위대한 시들은 갑자기 머릿속에 영감이 떠오른 작품이다. 릴케의 시를 가장 훌륭히 번역한 미국 시인 로버트 블라이(Robert Bly)는 릴케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시를 황급히 종이에 옮겨 적느라 시의 운율을 지키지 못한 경우가 가끔 있다고 평했다.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설명하면, 릴케는 내측 전전두엽피질이 본인이 절대 자각하지 못하는 내용이 잠재된 두뇌 부위인 해마와, 신피질이 보내는 이미지와 연상을 받아 자아에게 보고하도록 허용하는 법을 배웠다고 할 수 있다. 릴케는 철저하게 자아를 성찰했기 때문에 우울한 감정에 휩싸일 때가 많았고, 릴케는 내면의 모든 추악한 측면을 의식의 수면 위로 끄집어내 세심히 성찰했다. 이 대목에서 천재와 정신질환자를 구분하는, 면도날처럼 미세한 선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살인적 노동자다

서구 탐욕의 끝, 폭스콘의 직원 통제

애플을 보라. 세계에서 가장 쿨한 디지털 기기를 만들어, 세계에서 가장 주식 가치가 높은 기업인 애플은 기업의 이미지만큼 노동환경도 쿨하고 선진적일까? 애플의 제품들은 폭스콘이라는 대만 기업이 중국에서 운영 중인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폭스콘의 경영기법은 단순하다. 각 노동자가 고도로 분업화된, 그래서 아무 기술이 없는 사람도 할 수 있는 단순 작업을 아무 생각 없이 반복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폭스콘은 24시간 생산 체제를 유지하고 노동자들에게 자주 잔업을 부과하고 있다. 폭스콘의 노동자들은 경비원들이 출입구를 지키고 있는 기숙사에서 산다. 좁은 기숙사에서 여러 명이 함께 사는 탓에 사생활을 보장 받지 못한다. 폭스콘 노동자들은 서구인들이 소비할 값싼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데 모든 삶을 바친다. 폭스콘 공장은 시간 관리의 극단을 보여주는 사례다. 폭스콘 경영진은 교대 근무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직원들의 생산 시간표에 맞춰 이들이 씻고, 먹고, 자는 시간까지 정하고 통제한다.


펀 그게이 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폭스콘 노동자들은 이처럼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에 항의하는 작은 행동에 나섰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동자의 두뇌 시스템은 그 시스템과 환경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안정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절도나 태업 같은 방식의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본인 삶에 통제력을 행사하는 마지막 수단으로써 자살을 선택하는 노동자들이 속출했다.


한계를 넘어서면 시스템은 붕괴한다

복잡계는 질서와 무질서의 가장자리에 존재한다. 이러한 복잡계의 특징을 자기조직화 임계성(SOC, Self-Organized Criticality)이라 부른다. 자기조직화 임계성이란 자연이 항상 균형 상태에서 벗어나 임계 상태에 있다고 보고 자연현상 속 패턴을 분석하는 이론이다. 자기조직화 임계성을 통해 시스템은 신속하게 내부 구조를 바꾸어 안정 상태를 찾는다. 하지만 이러한 복잡계의 적응성(adaptability)에는 비선형적 한계가 있다. 복잡계가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면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해 재앙을 맞는다.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 디지털 시대의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명예 훈장처럼 돼버렸다. 기업이 노동자의 시간을 애플리케이션과 캘린더로 조직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인간 두뇌가 작동하는 원리에 대한 심각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대인은 본인 두뇌가 복잡계의 기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길 거부한다.


1949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쓴 논설 「왜 사회주의인가」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우리는 인간의 삶을 최대한 만족스럽게 개선하기 위해 사회구조와 인간의 문화적 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자문할 때, 인간이 결코 수정할 수 없는 조건이 있다는 사실을 항상 의식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인간의 생물적 특성은 어떠한 목적으로도 바꿀 수 없다."


이후 과학계가 인간의 생물적 특성을 꾸준히 연구한 결과를 보면, 인간 두뇌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인슈타인이 옳았음을 알 수 있다. 값싼 제품을 소비하는 미국인들의 대척점에는 열악한 조건으로 일하는 중국 노동자들이 있다. 미국인들이 풍요를 누리는 만큼 중국인들은 고통을 받는다. IT 기업들은 점점 더 조직을 수평화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조직의 위계질서가 덜 명시적으로 바뀔수록, 각 노동자는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 기업이 모든 직원에게 끝없이 과제를 부여함에 따라 일과 생활의 구분선이 모호해지고 있다.



바람 소리가 릴케에게 선사한 영감, 신호와 노이즈

1912년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이탈리아 아드리아 해안에 있는 탁시스 후작 부인 소유의 두이노 성에서 체류 중이었다. 릴케는 거친 아드리아 해가 내려다보이는 200피트 높이의 절벽 근처를 매일 몇 시간씩 산책했다. 길옆에는 바다로 떨어지는 절벽이 있고, 아드리아 해 특유의 거센 바닷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때 릴케가 들은 말은 그의 가장 유명한 시 두이노의 비가의 첫 구절이 됐다. "내가 이렇게 소리친들, 천사의 계열 중 대체 그 누가 내 목소리를 들어줄까?"


과연 릴케가 이날 해안가에서 바람이 말하는 소리를 들었을까? 나는 이런 시적인 표현보다는 과학적으로 접근해 확률공명의 메커니즘으로 그의 당시 상황을 설명하려고 한다. 릴케가 갑자기 정신적 고양 상태에 들어선 것은 아마도 이 메커니즘이 유도했다고 추측한다. 확률공명이란 내적 노이즈든 외적 노이즈든 노이즈의 존재로 인해, 노이즈가 없을 때보다 시스템이 더 잘 반응하는 현상을 말한다. 노이즈의 확률공명은 의식에 꼭 필요한 현상이다. 릴케가 길을 걸을 때, 어쩌면 노이즈가 "내가 이렇게 소리친들, 천사의 계열 중 대체 그 누가 내 목소리를 들어줄까?"라는 내면이 보낸 약한 신호를 증폭했을 수 있다.


적절한 노이즈가 창의력을 높인다

창의적으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상태와 집중하는 상태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데 노이즈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래비 메타(Ravi Mehta), 루이 줄리엣 주(Rui Juliet Zhu), 에이마 치마(Amar Cheema)가 최근 「소비자 연구 저널(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 기고한 노이즈가 항상 나쁜가? 배경 소음이 창의적 인지에 미치는 영향 탐구하기란 글에서, 적절한 배경 소음이 피험자의 RAT(Remote Associates Test) 점수를 높인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RAT는 비교적 간단한 테스트다. RAT는 서너 개의 단어를 보고, 이 단어들과 공통점이 있는 단어를 찾는 테스트다. RAT 실험에서, 70데시벨 정도의 적절한 배경소음을 들은 피험자들은 낮은 소음이나 높은 소음을 들을 때보다 더 정확한 단어들을 더 빠르게 제시했다. 다시 말해, 적절한 노이즈(RAT로 측정된)는 창의성을 증진하고, 부적절한 노이즈는 창의성을 해친다.


이러한 노이즈와 창의성의 상관관계는 주로 전전두엽 같은 두뇌 부위의 도파민 조절 기능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외부 노이즈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한가한 휴식이 두뇌 내부의 노이즈 레벨(internal noise level)을 증가시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결맞음 공명(CR, Coherence Resonance)을 가능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신경계 안에서 발생하는 노이즈는 확률공명과 같은 기전을 통해 질서를 유도하고, 두뇌 기능을 증진한다.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하는 사람은 두뇌 내부의 노이즈가 적정 수준 이하로 감소한다.


릴케의 이야기로 되돌아가보자. 릴케는 수년간 한가하게 지내면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계속 작동시킴으로써, 무의식이 보내는 메시지를 의식이 인식할 준비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릴케는 산책 중에 거센 바람 소리라는 적절한 외부 노이즈를 제공받고, 마침내 생애 최고의 작품을 쓰기 위한 영감을 얻었다. 시인 릴케의 두뇌는 외부 노이즈를 듣고 확률공명이 일어나 창의성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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