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단어

   
박웅현
ǻ
북하우스
   
15000
2013�� 05��



■ 책 소개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 삶을 위한 8가지 질문을 던지다 





『책은 도끼다』의 저자이자 광고인 박웅현이 인생을 위해 생각해봐야 할 여덟 가지 단어를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번쯤 마주쳤을 여덟 가지 가치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만난 사람들, 그리고 책과 그림, 음악 등을 예로 들며 함께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왜 삶의 기준을 내 안에 두어야 하는지, 고전 작품을 왜 궁금해 해야 하는지, 동의되지 않는 권위에 굴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현재의 행복을 유보시키지 않고 지금의 순간을 충실히 살아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관한 글이다. 





■ 저자 박웅현 


제일 기획에서 광고 일을 시작해 현재 TBWA KOREA의 ECD로 일하고 있으며 칸국제광고제, 아시아퍼시픽광고제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새로운 생각, 좋은 생각을 찾아 그것을 사람들과 나누기를 좋아한다. 그의 대표적인 카피 또는 캠페인으로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사람을 향합니다&& <생각이 에너지다&& <진심이 짓는다&&, SK 텔레콤 <생활의 중심&& 캠페인, 네이버 <세상의 모든 지식&& 캠페인 들이 있다. 쓴 책으로 『책은 도끼다』『인문학으로 광고하다』(공저) 『시선』(공저)『디자인 강국의 꿈』(공저) 『아트와 카피의 행복한 결혼』(공저) 들이 있다. 





■ 차례 


1강 당신 안의 별을 찾으셨나요? 


2강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3강 Classic, 그 견고한 영혼의 성(城) 


4강 이 단어의 대단함에 대하여 


5강 개처럼 살자 


6강 동의되지 않는 권위에 굴복하지 말고 불합리한 권위에 복종하지 말자 


7강 마음을 움직이는 말의 힘 


8강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 닿은 곳에 싹 틔우는 땅버들 씨앗처럼 




여덟 단어


자존_당신 안의 별을 찾으셨나요?

"팀장님,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어느 날 다섯 살 아들을 둔 여자 후배가 술 한잔하는 자리에서 제법 진지한 얼굴로 묻더군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서 "글쎄"라고 답을 해놓고 술잔을 앞에 두고 고민을 해봤죠. 어떤 것을 가르쳐야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다행히 그 술자리가 끝나기 전에 제 자신도 납득할 만한 답이 떠올랐습니다. 행복한 삶의 기초가 되는 것은 바로 자존(自尊)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후배에게 이야기해줬습니다.


"아까 네가 질문한 것 말인데, 딱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자존을 선택하겠어. 이 세상에 중요한 가치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자존이 제일 기본이라고 생각해.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 이게 있으면 어떤 상황에 처해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자존(自尊), 스스로 자(自)에 중할 존(尊)이죠. 나를 중히 여기는 것. 이게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어마어마합니다. 지금부터 그 차이를 입증해보겠습니다.


지금처럼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전에 살던 집 근처에 있는 황가네 호떡집의 사장님이 생각납니다. 한 개에 5백 원, 2천 원에 다섯 개 주는데 아주 맛있어요. 이곳 사장님의 표정은 언제나 예외 없이 정말 좋았습니다. 자기 일을 정말 좋아서 열심히 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서오세요!"라는 이 첫마디부터 활기가 넘쳤죠. 손님이 많든 적든 늘 한결같이 말입니다. 저는 그 얼굴이 좋았습니다. 추운 겨울에 호떡을 구우면서 그런 표정 짓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그 사장님은 자기 일에 만족하는 게 보였습니다. 나, 지금 나의 위치, 내가 하고 있는 일, 여기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표정이 다른데 그 사장님 표정이 딱 그랬습니다. 그래서 호떡을 살 때마다 이 집 사장님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자존을 이야기하면서 갑자기 웬 호떡집 사장님 이야기냐고요? 그 이유는 자존이 있는 사람은 풀빵을 구워도 행복하고, 자존이 없는 사람은 백 억을 벌어도 자살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매우 극단적인 비교지만 사실입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의미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결말은 정반대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의 기준점은 어디에 있는가

자존감을 가지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요인은 아마 우리 교육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아이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것에 기준을 두고 그것을 끄집어내기보다 기준점을 바깥에 찍죠. 명문 중학교, 특목고,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엄친아, 엄친딸을 따라가는 게 우리 교육입니다. 다시 말해 판단의 기준점이 나가 아니라 엄마 친구의 아들과 딸이란 말입니다. 이건 마치 고소영에게 너는 왜 김태희처럼 생기지 않았냐고 하는 것과 같아요. 고소영은 김태희가 아니죠. 고소영의 매력은 고소영일 때 있는 겁니다. 박웅현의 매력도 박웅현일 때 있는 것이지, 제 어머니 친구분의 아들을 따라 한다고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무턱대고 친구의 아들, 딸처럼 되라고 하니 우리 각자 개인의 아모르 파티는 어쩌라는 겁니까?


이렇게 교육받는 우리는 다름을 두려워해요. 기준점이 되는 누군가와 다른 내 모습을 상상하지 못합니다. 다 같이 몰려가는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면 불안해 합니다. 저마다 생김새도 다르고 위치도 다르고 삶의 지향점도 다른데 똑같이 살아야 마음이 편해요.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 나도 저 사람과 발맞추고 있는지 끊임없이 눈치를 보고 뒤돌아 봅니다. 말 그대로 각자의 인생인데, 뚜벅뚜벅 내 길을 걸어가야 하는데 그게 용납되지 않아요. 그렇게 교육을 받아온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나의 자존을 찾는 것보다는 바깥의 눈치를 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지 않은지.


한 재미교포 후배의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이 친구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고국에 온 감상을 물었더니 무섭다고 하더군요. 이유를 궁금해하니 사람들이 다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서 그렇대요. 사람들이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대부분의 여자들은 당시에 한창 유행하던 부츠를 신고 가는 걸 보고 있자니 마치 어떤 세트에서 나온 사람들 같아서 겁이 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기에 그 친구가 느낀 두려움이 지나친 생각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자존을 찾을 수 있을까요? 남과 다르면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드는 환경에서 자존감을 가지고 살려면 스스로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자존감이 없으면 서울대를 다닌다고 해도 행복할 수 없어요. 백 억을 번다고 다 행복하기만 하지 않을 겁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좋은 학벌을 가지고 있느냐,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느냐가 아닙니다. 기준점을 바깥에 두고 남을 따라가느냐, 아니면 안에 두고 나를 존중하느냐일 겁니다.



>본질_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에르메스(HERMES)라는 브랜드의 지면광고입니다. 이 기업이 던진 카피입니다. 매우 철학적이죠.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그렇습니다. 모든 것은 변합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모든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에 70억의,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완전히 달라요. 쌍둥이조차 다릅니다. 그런데 본질적으로 사람은 다 똑같아요. 본질적으로 똑같은 부분들이 분명히 있어요. 한번 살펴볼까요? 간혹 예외는 있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은 쇼핑을 좋아하고 남자들은 술을 좋아합니다. 어느 나라든 모든 아이들은 차를 타고 두 시간만 지나면 "아빠 다 왔어?"라고 묻습니다. 사람은 똑같아요.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이 있어요. 저는 그것이 본질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야말로 Everything Changes, 다 변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변하지 않는 진짜 본질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죠. 돌아보면 인류는 요즘같이 급변하는 시대를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어볼까요? 만약에 1350년대에 살던 사람이 그때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1850년에 환생했어요. 그렇다면 사는 게 많이 힘들까요? 그 시절에는 한 인간이 태어나서 물리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거리는 비슷했어요. 신분이 낮으면 걸어 다녔을 것이고, 높으면 말을 탔을 거예요. 움직일 수 있는 그 거리가 5백 년 동안 얼마나 변했을까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1백 리 이내에서 살다 죽었을 거예요. 이게 그 시대죠. 5백 년이 흐르면서 왕조는 바뀌었지만 사회를 지배하는 도덕적 규범이나 과학의 발전 속도는 그렇게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얼마 전에 SBS 서울 디지털포럼에서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에 대한 스피치를 했습니다. 그곳에서도 지금과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기존 미디어의 기득권은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10년 전 조선일보 기사가 갖던 힘이 지금은 없습니다. 옛날 MBC PD의 힘을 지금은 못 가집니다. 소수의 기득권을 대신해 이제 개인의 시대가 됐기 때문입니다. 요즘 가수 싸이가 열풍입니다. 싸이가 뜬 것이 방송의 힘인가요? 조선일보의 영향력 덕분인가요? 그것도 아니면 기적이 일어난 걸까요? 유투브(Youtube)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그렇다면 유투브는 강력한 미디어일까요? 하루 24시간 동안 올라오는 수많은 유투브 동영상은 왜 싸이처럼 뜨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하나입니다. 바로 콘텐츠의 힘입니다."


강력한 콘텐츠는 미디어가 무엇이 됐든 퍼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의 내부 슬로건 중 하나가 Idea First Media Follow입니다. 아이디어가 먼저입니다. 매체는 그 다음입니다. 광고업계의 많은 사람들은 뉴미디어, 이머징미디어(emerging media), 요즘 뜬다는 SNS에 촉각을 기울입니다. 이건 Media First죠. 그래서는 이 무서운 속도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이 무서운 속도의 변화를 따라가야만 하는 광고계에 오래 몸담고 있던 친구와 막걸리를 한잔 하면서 나눈 대화 좀 들어보시겠습니까?


"웅현아, 너 요즘 새로 나온 SNS 트위터 아냐?"

"몰라, 그게 뭔데?"

"그것도 모르냐, 140자로 메시지를 써서 올리고 공유하는 거야."

"문자메시지랑 같은 거네?"

"그거랑은 다르지. 너 이거 모르면 광고 제대로 못 만들어."


"웅현아, 너 페이스북 써봤어?"

"아니, 그게 뭔데?"

"자기 계정에 사진이나 글을 올리고 그걸 전 세계 사람들과 친구를 맺어서 그걸 공유할 수도 있어."

"그거 싸이월드 아니야?"

"그거랑은 다르지. 너 이거 모르면 광고 제대로 못 만들어."


도무지 현재의 디지털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나 같은 지진아에게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된 겁니다. 친구는 막걸리를 마시면서 우리 나이에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뉴미디어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야 한다며 공부하라고 충고했습니다. 그때 막걸리 한 사발을 깨끗이 비우고 잔을 내려놓으면서 제가 말했습니다. "난 그거 못 따라가겠다."


저는 게으른 사람입니다. 그럼 제가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변하지 않는 것, 본질을 보겠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본질일까요? 바로 콘텐츠입니다. 콘텐츠는 사람을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메커니즘입니다.


저는 사람을 봅니다. 모든 것은 변하지만 Everything Changes,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그것입니다. 사람들의 웃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본질의 시대고 변하지 않는 그것을 잡아야 해요. 제가 예전에 썼던 영상통화 전화기 카피입니다.


여보세요는 여기를 보라는 말입니다.

사람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전화를 만들었습니다.


전화기의 본질은 궁금하고,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의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 마음입니다. 전화기가 발전해 개인 휴대전화가 생기고 그 휴대전화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통화할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전화기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변화하는 것 속에 변하지 않는 것, Everything changes에서 Nothing Changes를 보는 것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게 콘텐츠가 되는 겁니다.



현재_개처럼 살자

답은 내 앞에 있다

박경철 씨와는 TV프로그램 진행자와 게스트로 처음 만났습니다. 그분이 인터뷰어고 제가 인터뷰이였죠. 독서량이 워낙 많은 분이라 진행도 매끄럽게 잘 하시고, 이야기도 잘 통해서 아주 즐겁게 촬영을 했습니다. 그때 마지막 질문이 "박 CD님은 계획이 뭡니까?"였습니다. 저는 "없습니다. 개처럼 삽니다."라고 대답했어요. 부연 설명을 부탁해서 "개는 밥을 먹으면서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자면서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죠.


저도 개를 길러봐서 아주 잘 압니다. 오랫동안 데리고 있다가 묻어준, 이제는 딸아이가 그린 초상화 한 장으로 기억하는 개가 있는데요. 그 개를 키울 때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가방을 내려놓고, 안경과 모자를 벗고 침대에 눕는 거였습니다. 제가 집에 돌아오면 그 개는 반갑다고 5분 동안은 제 얼굴을 핥고 나서야 짖기를 멈췄기 때문이었는데요, 그때 보면 핥는 일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요. 그리고 밥을 주면, 이 세상에서 밥을 처음 먹어보는 것처럼 먹죠. 잠 잘 때도 보면, 아, 아까 주인이 왔을 때 꼬리쳤던 게 좀 아쉬운데 어쩌지? 그런 고민은 추호도 없어요. 그냥 잡니다. 공놀이 할 때는 그 공이 우주예요. 하나하나를 온전하게 즐기면서 집중하죠.


밀란 쿤데라도 똑같은 걸 느꼈는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카레닌이라는 개를 이야기하면서 개들은 원형의 시간을 살고 있다. 행복은 원형의 시간 속에 있다라는 말을 합니다. 여러분, 직선의 시간 속에서는 행복을 알 수 없습니다. 길을 지나가다 평생 동안 찾던 그 사람을 만날지 모르는 일입니다. 어떻게 알겠습니까? 안다면 행복을 준비하겠죠. 이렇듯 직선의 시간은 행복을 정확히 알 수 없어요.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개들은 원형의 시간을 살아요. 그래서 늘 행복합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이런 문장이 나와요.


카레닌은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은 순수한 행복이었다. 그는 천진난만하게도 아직도 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진심으로 이에 즐거워했다.


개들은 잘 때 죽은 듯 잡니다. 눈을 뜨면 해가 떠 있는 사실에 놀라요. 밥을 먹을 때에는 세상에나! 나에게 밥이 있다니! 하고 먹습니다. 산책을 나가면 온 세상을 가진 듯 뛰어다녀요.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다시 자요. 그리고 다시 눈을 뜨죠. 우와, 해가 떠 있어! 다시 놀라는 겁니다. 그 원형의 시간 속에서 행복을 보는 겁니다. 순간에 집중하면서 사는 개. 개처럼 살자. Seize the Moment, Carpe diem(순간을 잡아라, 현재를 즐겨라)의 박웅현 식 표현이자, 제 삶의 목표입니다.


Seize the Moment, Carpe diem. 이 말은 현재를 살아라. 순간의 쾌락을 즐겨라가 아니라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뜻입니다. 아마도 클럽의 젊은이들 대부분은 순간의 쾌락을 즐기라고 해석하고 싶을 겁니다. 인생 뭐 있어? 오늘도 클럽, 내일도 클럽, 오늘도 섹스, 내일도 섹스, 그랬으면 좋겠죠. 하지만 그게 아니라 지금 네가 있는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서 살라는 이야기죠. 이 순간의 보배로움을 알아라. Seize the Moment, Carpe diem. 개처럼 살자입니다.


다른 책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한형조의 『붓다의 치명적 농담』을 보면 어느 선사에게 누가 묻습니다.


"스님도 도를 닦고 있습니까?"

"닦고 있지."

"어떻게 하시는데요?"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에이, 그거야 아무나 하는 것 아닙니까? 도 닦는 게 그런 거라면, 아무나 도를 닦고 있다고 하겠군요."

"그렇지 않아, 그들은 밥 먹을 때 밥은 안 먹고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고 있고, 잠 잘 때 잠은 안 자고 이런 걱정에 시달리고 있지."


현재에 집중하라는 말입니다. 밥 먹을 때 걱정하지 말고 밥만 먹고, 잠 잘 때 계획 세우지 말고 잠만 자라는 거죠. 이 삶의 지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마찬가지입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그레이의 초상』에서도 헨리 경이 도리언그레이에게 포도알을 입 안에 넣고 으깨어 그 즙을 다 마신 거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카르페 디엠을 가르친 겁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순간을 포도알로 본 겁니다. 이 순간을, 이 포도알을 먹으면서 어제 일을 걱정하고 있다면 단물만 빨아먹고 버리는 거예요. 그런데 개처럼 집중을 하면 단물 빨아먹고, 껍질의 신맛을 보고, 씨앗의 씹히는 맛을 보면서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거죠. 마치 개들처럼요. 순간을 산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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