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

   
마크 피셔(역자: 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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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1��



■ 책 소개
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전하는 마크 피셔의행복편지!&nbsp& 

인생의 의미를잃어버리고 절망하는 친구에게 인생의 아름다움을 일깨우기 위한 삶의 철학과 혜안이 담긴 이야기를 들려준 저자의 긴 편지를 담은 책이다. 지나고나서 돌아보면 수많은 장애물이 결국 더 위대한 성공을 위한 비밀스러운 발판이었다는 깨달음을 전하는 메시지를 만나볼 수 있다.

책을 통해 우리는 직업적인 회의에서 벗어나 잃어버린꿈을 찾기 위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희망과 해법을 찾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과의 갈등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부러진날개로 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인생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과 균형을 잡고 바로 서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에게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을 찾고 삶에 대한 용기를 되찾을 수 있는 힘을 전해준다.

■ 저자 마크 피셔(Mark Fisher)
전 세계 수많은 기업과 독자들의 삶을성공으로 이끈 동기부여와 자기계발 전문가. 그의 명저 『게으른 백만장자』는 ‘부’와 ‘행복’에 관한 지혜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하며 25개언어로 번역돼 2백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그 외에도 『백만장자처럼 생각하라』『스피릿』『인생의 고난에 고개 숙이지 마라』 등 30여 권의 저서가미국, 프랑스 등 20여 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는 실제로 자신의 철학을 실천함으로써 세계적인 백만장자 대열에 진입했다. 캐나다의몬트리올에 있는 대저택에서 살며 저술과 강의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 역자 서희정
1981년 서울 태생. 고등학교 때부터 불어를 공부하기 시작해서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를 졸업했다. 현재 다수의 토목ㆍ건축 번역 프로젝트 및 주요 전시도록 번역을 진행하고있으며 월간지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번역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차례
01 모든 걸 다 갖춘 녀석이 불행하다니 
02 인생이라는 이름의 위대한세공사 
03 지혜라는 꽃삽을 든 세심한 정원사 
04 모든 절망은 위안을 동반한다 
05 당신이 가진 경이롭고 귀중한 특권
06 한 여자를 변함없이 사랑하는 행운 
07 당신은 돈과 어떤 관계인가 
08 만족하고 감탄할 줄 아는 마음 
09내일부터 불행해도 돼! 
10 자기 생각과 감정에 귀 기울이기 
11 인간이라는 명사는 복수형이다 
12 불행한 친구가 보내 온편지 
13 긴장을 풀면 어깨는 마법처럼 가벼워진다 
14 우리 삶을 지배하는 내면의 괴물 
15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걱정 
16 현재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다면 
17 바로 지금 행복해야 해 
18 나는 내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19죽음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들 
20 세상의 불공정에 대한 탁월한 해석 
21 영혼의 행복을 위한 수련 
22 친구,마녀반지를 돌려보게 
23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는 법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


모든 걸 다 갖춘 녀석이 불행하다니

어느 7월의 오후, 나는 오랜 친구인 시몬과 함께 몬트리올 생드니 가에 있는 한적한 레스토랑 테라스에 앉아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시몬과 나는 삼총사의 세 번째 멤버인 폴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날은 폴의 생일이었다.


마침내 폴이 도착했다. 그런데 폴이 진짜 여기에 오기는 온 걸까? 그냥 봐도 다른 생각에 사로잡혀 정신이 엉뚱한 곳에 가 있었다. 나는 폴이 또 교사라는 자기 직업에 대해 또 장광설을 늘어놓으리라 짐작했다. 폴은 교사 생활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은퇴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헤아린 지도 벌써 꽤 됐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폴에게는 아득하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잠자코 있던 폴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우리가 곧 쉰 살이 된다는 거 알아?"

나이, 그것은 폴의 우울증에 대한 실마리 중 하나였다.

그리고는 더할 수 없이 진지하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행복하지 않아."


남자들은 속이야기를 잘 터놓지 않는 만큼 시몬과 나는 더 당황했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시몬과 나는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무거운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나는 머릿속에 처음으로 떠오른 말을 꺼냈다. 그런데 그 말은 사람들이 우울한 친구를 격려하겠다고 건네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그런 말이었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위대한 세공사

사람은 누구나 일정한 나이가 되면, 많은 곡절을 겪은 경우에는 좀 더 일찍 찾아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50줄에 가까워질 때쯤, 한 번 정도는 꼭 삶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자신이 인정하지 않든, 그 탐색의 과정이자 절망의 시기에 어떤 이름을 붙이든지 말이다.


그때 문득 폴에게 내가 했어야 하는 이야기, 위로가 될 만한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제대로 쓰기만 한다면, 내가 분명하고 설득력 있게 말을 잘 한다면 폴이 생각을 바꿔 다른 관점으로 인생을 바라보고 백사장의 바늘만큼이나 작은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지혜라는 꽃삽을 든 세심한 정원사

인생은 정원이고 우리는 자신의 행복이나 불행을 가꾸는 정원사야. 독창적인 비유는 아니지만 사실이야, 폴! 그리고 소중한 희망을 갖게 하는 말이지. 돌려보면 인생은 우리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거니까 결국 우리는 자기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 되잖아? 우리가 단순히 운명과 우연의 희생양은 아니라고!


정원을 버려두면 잡초가 무성해져.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잡초는 얼마나 잘 자라는지……. 어두운 생각도 마찬가지야. 조금만 여지를 주면 정원 전체를 다 차지하고는 아름답고 유용한 것들을 다 시들게 만들지. 그렇게 되면 이젠 정원이 아니라 버려진 땅이 되는 거지!


인생도 마찬가지야.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자신의 행복에 책임이 있어. 우리가 적합한 방식으로, 다시 말해 사유, 그래 사유, 논리적으로 볼 때 사유라는 방식으로만 우리는 언젠가 멋진 정원을 갖게 될 거야. 단지 약간의 참을성만 있으면 돼. 초반에는 많이 힘들겠지만, 우리가 행복을 향해 가는 위대한 여정을 방해하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실망감을 이겨내기만 한다면 시간은 언제나 우리 편이야.


볼테르는 『캉디드』를 통해 말했지. "우리는 우리의 정원을 가꿔야 한다."


하지만 그러려면, 예를 들어 네가 나처럼 장미원을 갖고 있다면 장미를 진심으로 사랑해야 해. 그래, 단순히 말이나 순수한 의도만으로 표출되는 사랑이 아니야.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며 시간을 들여 관련된 지식을 섭렵하고 무엇보다 노력을 해야지. 그래 많은 노력이 필요해!


그런데 성공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조건이 하나 있어. 장미를 말이지…… 양질의 땅에 심어야 해. 그러지 않으면 시간만 버리게 될 거야. 모두가 미쳤다고 손가락질하며 네 선택을 비난할지라도 너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활기를 주고 살아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일이 있잖아? 바로 그런 일을 포기하고 꿈을 접는다면 그야말로 시간낭비인 거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으면서도 엄청나게 쉬운 일이야. 행복을 가꾸는 정원사로서 지혜라는 꽃삽을 들기만 한다면, 또 자신을 가다듬을 준비만 됐다면 말이지.


폴! 네가 이 편지를 읽으면서 기분이 나아지고, 조금이나마 삶의 기쁨을 되찾고,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이유로 행복해지길 바란다. 그건 중요한 일이야. 정말 중대한 일이라고. 난 행복하지 않은 날은 잃어버린 날이라고 생각해!


폴, 너는 이 편지를 잃고 싶지 않을지도 몰라. 아니면 네가 하고 싶은 마지막 일일지도 모르지. 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으니까 그저 술을 마시고 눕고 싶겠지. 누워서 자고 싶겠지. 자다가 죽고 싶겠지. 하지만 여자가 이별을 통보하면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하며 매달릴 때도 있잖아. 네 자신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보는 건 어떨까? 그럴 만한 가치는 있잖아, 안 그래?


우선 어릴 때 재밌게 읽은 모험기에 나오는 로빈슨 크루소처럼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 로빈슨 크루소가 보여준 훌륭한 삶에 대한 철학을 따르다 보면 어느 순간 문득 네 운명에 감탄하고 삶이 네게 가져다 준 것들에 대해 깊이 감사하게 될지도 모르잖아!



모든 절망은 위안을 동반한다

『로빈슨 크루소』에서 다니엘 디포는 주인공이 무인도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여준 그의 심리상태를 담았지. 1695년 9월 30일에 쓴 일기 첫 문단을 봐봐!


나, 로빈슨 크루소는 끔찍한 태풍 속에 난파당했다. 내 스스로가 딱하고 절망적이다. 다른 선원들은 모두 익사했고 나도 거의 죽다 살아나서 이 무인도에 도착했다. 나는 이 섬을 절망의 섬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절망의 섬……. 폴, 네가 요즘 내게 하는 넋두리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절망의 섬,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이 있을까? 그리고 이 시대를 사는 다른 많은 사람들의 삶도 바로 이 단어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다음 날, 그러니까 10월 1일에 쓴 일기에는 한줄기 희망의 빛이 보여. 인생에서 엄청난 절망을 겪고 나면 경이로운 반전이 찾아오는 일이 종종 있잖아. 우리가 폭풍을 잘 견디기만 한다면 말이야.


다음 날 아침 눈을 떠보니 놀라운 일이 있었다. 밤새 배가 밀물에 뭍으로 가까이 떠밀려 온 것이다. 내겐 큰 위로가 됐다.


다른 문단에는 운명이 그에 만들어 준 이 독특한 상황에 대해 뜻밖의 비교표를 만드는 내용이 있어.


지금 상황을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문득 비교표를 작성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록을 통해 내 후손에게 무인도에서 살 때 당면하는 과제를 알려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를 괴롭히고 무너지게 만들지도 모르는 잡념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적어 내려가면서 내 운명이 최악은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내게 닥친 축복과 고통을 마이너스와 플러스로 솔직하게 평가했다.


그리고 이렇게 아름답게 마무리를 하지.


10여 개의 씨앗이 온전히 남아 있었던 것도, 내가 뙤약볕이 들지 않는 바위 그늘 아래 씨앗을 던진 것도 다 기적이 아니었을까?


폴, 네 인생에도 이런 기적들이 많지 않을까? 잠깐 멈춰서 생각해봐. 그러면 로빈슨 크루소에게 일어난 일처럼 네 무인도에도 유럽에서 보던, 아니 영국에서 보던 보리와 완벽하게 동일한 품질의 푸른 보리 이삭 10여 개가 자라나고 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이 예상치 못한 수확물을 네 비교표에 넣어 보길 바란다.



내일부터 불행해도 돼!

폴, 잘 생각해 봐. 너도 내일부터 불행해도 돼. 하루만 기다려 봐. 그리고 내일이 되면 또 하루를 기다려.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다가 보면 걱정스러웠던 소식이나 상황이 덜 심각하게 보일 거야. 아니면 네 스스로 더 좋은 일이 생기려고 그랬다는 걸 깨닫게 될 거야.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 겸 감독인 노라 에프론은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란 책에서 교훈적인 일화를 들려주지. 그녀는 「뉴욕포스트」기자에 「뉴욕타임스」편집장을 지냈고,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 <줄리 앤 줄리아> 등의 영화를 쓰고 연출하거나 제작한 기념비적인 인물이야.


그녀도 현명하게 내일부터 불행하기로 마음먹고 힘든 시기를 잘 이겨냈어. 그리고 다 지나고 돌아보니 수많은 장애물이 결국에는 더 위대한 성공을 위한 비밀스러운 발판이 되어줬다는 점을 깨달았지. 미국인들은 불행의 탈을 쓴 행복을 변장한 축복이라고 한다더라.


그녀는 처음 시나리오를 쓰면서 아무 확신도 없이 고생하고 있을 때 아버지 전화 한 통을 받았어. 임종을 앞둔 작은아버지가 그녀와 세 자매에게 유산을 남겨주기로 하셨다는 내용이었지. 신이 난 노라는 작은아버지 재산이 한 300만 달러는 되겠지 싶었대. 그러면서 자기한테 75만 달러는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지. 그때가 80년대 중반이었으니까 꽤 많은 돈이었지.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가 받은 유산은 75만 달러가 아니라 4만 달러였대. 노다지도 아니었고 일에서 손을 떼고 편안하게 살기에 충분한 돈도 아니었지. 노라는 실망했지만 다른 선택권도 없었어.


시나리오를 끝내고 영화로 만들었다. 내 경험에서 교훈을 얻었다. 그 교훈은 내가 어마어마한 유산을 물려받지 않은 엄청나게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런 유산을 받았더라면 나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나리오를 마무리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재밌지 않니? 사랑하는 폴, 교사라는 직업이 너를 다른 무엇인가로 이끌어 주지 않을까? 네가 다른 직업을 가졌더라면 도달할 수 없었을 곳으로 말이야. 한 발 뒤로 물러나서 시간을 갖고 지혜롭게 바라보면 불만스럽고 실망스러운 일들이 결국 우리가 발전하는 데 필요한 일이었고 모두 더 잘되려고 일어난 일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매번 모든 일을 걱정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심란해하며 근심과 책임의 무게에 짓눌려 지낸다면 그 대가를 치르고 매일 매일을 전투에 임하는 자세로 살아야 할 거야.



자기 생각과 감정에 귀 기울이기

사람들은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처럼 자기 내면의 이야기도 듣지 않아. 너는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도 많다고 하겠지. 내면의 글을 듣는 사람들도 있어. 정말이야. 하지만 그건 다른 의미잖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매일 말하는 문장과 흥얼거리는 노랫가락과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들이 많다는 거지. 우리가 주의 깊게 들여다보지 않는 것들이지만 이것들은 얼마든지 우리를 병들게 만들 수 있어. 말 그대로야. 우리를 아프게 할 수 있다고. 네가 지난 몇 달 동안, 아니 몇 년 동안 되풀이했던 말 중에 여기 속하는 말을 몇 구절 정리해 줄게.


"선생 노릇 때문에 미치겠어!"

"학생이라면 넌더리가 나."

"학교 정책을 못 받아들이겠어!"


확실한 건 우리의 감정이 건강 상태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야.


사람들은 해고를 당하거나 이혼, 파산을 하고 나서 경색을 일으키기도 해. 은퇴하고 1년 안에 죽는 남자가 많은데! 그 이유가 뭔지 알아? 자기 자신이 쓸모없어졌다고 느껴서 그렇다더라. 실제로는 훨씬 전부터 그랬더라도 은퇴가 계기가 되는 거지.


그러니 늘 자기 생각과 감정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해. 그러다가 또 다른 병을 만들지는 말고. 특히 아픈 게 모두 자기 탓이라고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어. 왜냐하면 그러다가 악순환이 되어버리니까.


프로이트는 『일상생활의 정신병리학』에서 낙마사고나 사냥하다가 난 사고, 작게는 베거나 데이고 어디 부딪히거나 물건이 떨어져 소리를 지르는 일들이 사고를 가장한 자기 체벌이며 가장 최악은 자살시도라고 했지. 그나마 다행인 건 진짜 자살을 하려는 게 아니라 자살을 가장해 도움을 요청한다는 점이지. 그렇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던 그조차 구조신호이자 절망의 외침, 마지막 전략으로 병을 이용했어.


프로이트는 비록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자신의 병을 효과적으로 이용했어. 그러면서 하나의 사실을 증명했지. 삶에 있어서 무의식의 역할을 규명하는 실력 좋은 정신분석학 박사가 정신과 심리의 영향을 이렇게 받았다면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얼마나 더 그렇게 되기 쉽겠느냐는 점이지!


어떤 때는 자기 생각이나 감정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나도 알아. 안 좋은 소식을 들을 수도,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를 떠날 수도, 우리 아이들이 아프거나 사고를 당할 수도, 직업을 잃을 수도 있지. 하지만 우리는 언제든지 냉정함을 유지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적절하게 대처해야 해.


자신을 잊어버릴 줄도 알아야 해. 그것도 좋은 연습이 될 거야. 우리에게 걱정거리와 실망과 좌절만을 안기는 작은 자기 자신을 잊는 거야. 아무것에도 만족할 줄 모르는 작은 자아를……. 그리고 편안하게 있는 거지. 도움을 주는 거야. 그 자체로 고행인 거 나도 알아. 금방 되지도 않을뿐더러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완벽해지지 않을 거야.


하지만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하잖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잘 살피다가 우울해지거나 실망을 하거나 충격을 받으면 더 주의를 기울이며 내 감정과 나 자신 중에 누가 맞는 거야? 누가 내 주인인 거야?하며 이렇게 말하는 거야.


"누가 내 인생의 주인이야? 나야 아니면 좀 있으면 웃어넘기게 될 이 일이야?"



죽음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들
모든 가족이 다 모여 있었어. 분위기는 초상집 같지 않고 오히려 파티를 여는 것 같았지. 다들 샴페인을 마시며 웃고 즐기고 있었어.


아내와 줄리아, 나는 테라스로 나갔어. 어머니는 극도로 피곤하신데다가 조금씩 삶의 불꽃이 꺼져가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슬픔까지 겹치셨는데도 불구하고 어릴 적 우리 파티의 흥을 돋워주던 유머감각과 시적 감수성을 잃지 않으셨더라고.


그리고 웃자고 하신 일인지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싶으셨는지 추억상자를 열어 결혼식 사진도 꺼내 보여주시며 자랑스럽게 "봐라, 우리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라고 하셨어.


결혼하실 때 두 분은 스물다섯 살이셨어. 잘생기고 예쁘셨지. 지금은 85세가 되셨어. 모든 사람이 웃으며 한마디씩 했지. 그렇지만 다들 마음 한구석이 찡했을 거야. 눈물도 꾹 참았을 테고.


아버지 곁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아버지의 일에 대한 화제를 꺼냈어. 아버지는 일 이야기는 언제라도 흥미로워 하시거든. 그래서 한참 전부터 무척 궁금했던 질문을 하기로 했지.


"일을 하시면서 언제 가장 전성기라고 느끼셨어요?"

"여든다섯 살 때!"

자조의 달인다운 농담이었어.

나도 따라 웃었어. 그리고는 다시 여쭤봤지.

"아니요. 진짜로요, 아버지."

"쉰다섯 살 때였다. 경력도 쌓였고 에너지도 넘쳤지."


그 말을 들으니 기운이 났어. 마친 운명의 계시 같았지. 2년 반 전부터 난 시나리오 작가로 할리우드에 진출하려고 미친 듯이 노력하고 있었거든. 쉬운 일이 아니었어. 물론 내가 태생적인 낙관론자이긴 하지만 가끔은 여러 가지 이유로 회의에 빠졌는데 그중 하나가 나이였거든. 잠깐이나마 좌절했던 시간 동안 난 시도를 해볼 수는 있지만 성공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다가 건강도 좋지 않은 레이 크록이 55세에 맥도날드 사업을 시작했고, 빅토르 위고는 60세에 『레미제라블』을 탈고했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최고의 걸작인 모나리자를 60대에 그렸다는 사실을 떠올렸지. 누구나 인정하다시피 그 사람들은 엄청난 천재들이었는데도 말이야.


폴, 너는 어때? 너에게도 힘이 되는 소식 아니니? 넌 마흔아홉 살이나 먹었다고 불평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네 지적 능력의 정점에 다가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러니 불평하는 대신 오히려 기뻐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아버지처럼 더 나이가 들어 기억력도 떨어지고 정신도 혼미해지고 팔다리도 거의 마비되기 전에 이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넌 아직 그 정도는 아니잖아. 한참 멀었지. 흔히 하는 말로 넌 아직 앞길이 창창하잖아. 그렇지만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가. 나이가 들수록 더 빠르게 가는 것 같아. 너도 눈치 챘지?


폴, 나이든 우리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한 이유는 우리에게 소중한 누군가가 죽는다는 것은, 아니, 그 사람에게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바라보는 건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기 때문이야.


망설이지 말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꿈꾸는 삶을 살고, 다투고 멀어진 사람과 화해하고, 오랜 시간 동안 계획했지만 몇 번이나 미루어 왔던 여행을 떠나야 해. 정리하자면 절박하게 살아야 한다고. 폴, 여기에 대해 생각을 해봐. 곰곰이 생각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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