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본심

The Man Who Lied to His Laptop

   
클리포드 나스·코리나 옌(역자: 방영호)
ǻ
푸른숲
   
13000
2011�� 08��



■ 책 소개
우리는 누구에게 끌리고, 누구를 거부하는가?

27가지 실험을 통해 우리가 관계에서 겪는 어려운 상황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행동심리학·인지과학적 지식을 동원해 인간관계에 담긴 의미를 해석해 우리에게 행동 지침을 제시하는 책. 
‘겸손의 미덕’이나 ‘긍정의 힘’ 등 우리가 막연하게만 알고 있는 통념들을 검증하여인간관계가 어떤 원초적인 감정들로 움직이는가를 밝히고, 인간관계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방법을 알려준다.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는 방법, 나와성격이 다른 사람들, 또는 나와 다른 감정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효과적인 방법, ‘드림팀’을 꾸려나가는 방법, 그리고 효과적인 설득의방법은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스탠퍼드 대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인 저자는 컴퓨터는 인간처럼 상황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실험의 파트너로서 더 적합하며, 컴퓨터로 실험을진행하면 더 ‘객관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 우리가 실제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들을 컴퓨터를 이용해 하나하나검증했다. 『디퍼런트』의 저자인 하버드 경영대학원 문영미 교수, 성균관대 인터렉션사이언스학과 이관민 교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은주 교수 등저명한 학자들이 실험에 참여한 점도 이채롭다. 

■ 저자 
클리포드 나스(Clifford Nass)
 - 현재 스탠퍼드 대학교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CHIMe(Humans and interactive Media) 연구소 소장. 프린스턴 대학교 수학과를 우등으로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IBM에서 컴퓨터 그래픽, 데이터 구조, 데이터 디자인 관련 분야를 연구했다.CASA(Computers Are Social Actors) 패러다임 연구의 권위자이며 산업 컨설턴트로서 마이크로소프트, 토요타, 필립스,BMW, 휴렛팩커드, AOL, 소니, 델 등의 기업에 자문 활동을 해왔다. 저서로는 『The Media Equation』『Wired forSpeech』가 있다.

코리나 옌(Corina Yen) -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으며,학내 디자인 저널 「Ambidextrous」의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현재 베이 에어리어에 거주하며 디자인 연구원으로 활동하고있다.

■ 역자방영호
아주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불문학을, 동 대학 국제학부에서 유럽지역학을 전공했다. 학업을 마친 후 KT&G휴럼, 한미약품 한미FT, 벤트리 등 국내 여러 기업에서 마케팅 기획 및 상품개발, 판매인력 관리교육, 해외영업 관련 업무를 했다. 독자들에게텍스트 속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돌연히 전문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번역가의 고통은 독자의 행복, 글 한 줄이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는 나름의번역관을 가지고 고통스런 퇴고의 과정을 흥미롭고 즐거운 여정으로 즐기고 있다. 트위터 번역가 모임 ‘#번역한당_’을 운영하고 있다.(http://twitter.com/05latent) 옮긴 책으로는 『왜 똑똑한 사람이 멍청한 짓을 할까』『한 줄의 힘』『필립 코틀러 카오틱스』『엔론 스캔들』『절망 너머희망으로』『직관이 답이다』 등이 있다.

■차례
들어가는 글 - 세상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1장 칭찬과 비판에 대한 오해와 편견 
‘객관적’ 평가는 가능한가? 
변화에는시간이 필요하다 
열정을 죽이는 격려도 있다 
자기 평가의 딜레마 

2장 성격이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는 법 
수십억의 사람들, 네 가지 성격으로 나눠보자

3장 한 팀이 된다는 것
팀워크 강화 훈련은 왜 효과가 없을까? 
함께 실패한 경험은 오히려 유대감을 떨어뜨린다 
KKK단의 비밀 악수
팀을 팀으로 굴러가게 하는 세 가지 비밀 
콜럼비아호 폭발을 막지 못한 나사의 집단 사고 
팀과 나 사이에는 거리가 필요하다

4장 타인의 감정에 대처하는 일곱 가지방법 
모든 감정은 두 가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감정을 다루는 법 

5장 설득력의 네 가지 기둥 
누가 지혜로운지어떻게 판단할까? 
뇌는 믿고 싶다 
미국과 일본의 인간관계 규칙은 어떻게 다른가 
그는 이성적인가, 정서적인가?

나가는 글 - 컴퓨터가 할 수 있는데 나라고 못 할 리없다! 
참고문헌





관계의 본심


칭찬과 비판에 대한 오해와 편견

객관적 평가는 가능한가?

사람의 뇌는 타인을 끊임없이 평가하는 동시에 평가받는 모든 정보의 조각들을 해석하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그래서 평가를 안 할 수 없고, 비편향적이고 중립적인 반응을 전달하려고 애써도 소용이 없다. 납득할 수 있는 평가를 내리는 방법을 아는 것, 이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평가를 어떻게 해석하며 그에 반응하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실험 - 입바른 소리를 하는 자동차

트럭 기사와 택시 기사 같은 운전자들이 운전 미숙으로 위험에 처하는 일을 줄이기 위해 독창적인 센서와 인공지능을 통해 운전자의 운전 미숙을 감지하여 알려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 회사는 이 시스템을 먼저 모의실험 장치에서 시험한 다음 자사의 차량에 장착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들의 요청에 따라 나는 모의실험을 감독하고 평가했다. 시뮬레이션은 운전자가 도로에서 다양한 상황을 맞닥뜨릴 때 운전자의 운전과 자동차의 상태를 초 단위로 측정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비판의 본심 - 비판에는 몸이 반응한다

첫 번째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운전 중에 방해물을 만난 운전자가 위험천만하게 운전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운전자는 줄곧 속력을 과하게 냈고, 방해물이 나타나자 방향을 급히 틀었다. "운전이 불안합니다. 주의 운전하세요." 자동차에서 경고가 흘러나왔다.


이처럼 매우 정확하고 공정한 근거에서 나온 중요한 정보를 운전자는 흔쾌히 받아들였을까? 아니다. 그보다 운전자는 신경이 다소 곤두섰다. 운전자는 핸들을 급히 돌렸고 속도를 잘 조절하지 못했다. 시스템에서는 속도가 올라가고 차간 거리가 감소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운전이 아주 미숙합니다." 자동차가 말했다. "운전 실력을 더 늘려야 합니다."


이쯤에서 운전자는 안전운전을 하려고 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운전자는 부정적 평가에 화가 나서 더욱 난폭하게 운전하는 바람에 더 나쁜 평가를 받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운전자가 극도로 분노하는 모습은 비판하는 방법에 관한 깊은 통찰을 일깨운다. 자동차의 비판하는 방식은 분명히 잘못되었다. 인간의 신체가 부정적 자극에 반응하는 측면을 무시했기 때문에 효과적인 비판을 하지 못했다. 우리 뇌는 사전에 좋고 나쁨을 판단해서, 나쁜 경험에 직면하는 경우 공격하거나 달아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싸움 또는 도주(Fight-Flight, 심각한 위험을 감지하면 신체가 본능적으로 준비 상태에 들어가는 것-옮긴이)의 반응은 뇌의 감정적 영역에서 통제된다. 뇌의 감정적 영역은 상황의 사실을 인식하는 고차원의 이성적 영역에서 정보를 구하지 않은 채 행동하도록 자극한다. 그래서 비판을 받은 사람은 감정에 치우쳐 논점에서 벗어난 얘기를 하고 인신공격을 하거나 책임을 전가하고, 과도하게 유감을 표하거나 쓸모없는 얘기를 내뱉기도 한다.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처럼 부정적 평가가 불안정한 반응을 유발한다면 비판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 우선 부정적 평가를 내릴 때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평가받는 사람의 행동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가장 좋다. 잘못을 지적하되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비판에 반응하는 분명하고 건설적인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부하 직원이 분기 보고서를 늦게 제출하면 부하 직원에게 사전에 계획을 세워보라고 요구하는 한편, 시간을 잡아먹는 부분을 생략하고 핵심만 짚어서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하거나 시간을 더 들여보라고 제안하는 것이 좋다.


한편 비판하자마자 즉각적인 대답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비판을 받자마자 내뱉는 말은 우리 뇌의 감정을 다루는 부분에서 즉각적으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온전한 피드백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비판 받은 사람이 간단한 답변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추후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함으로써 그가 비판을 충분히 숙고할 여유를 주는 것이다.



성격이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는 법

수십억의 사람들, 네 가지 성격으로 나눠보자

사회과학자들은 단 두 가지 핵심 표현으로 사람들의 특성을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하나는 외향적인 사람인가, 내향적인 사람인가 하는 물음이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기를 좋아한다. 직장에서도 외향적인 사람들은 개별 업무보다 팀 프로젝트를 좋아하고 자료를 분석하는 일보다 의뢰인들과 직접 소통하기를 좋아한다. 이들은 다른 팀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팀의 분위기를 살리려고 애쓸 뿐 아니라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관리자로서 카리스마 있는 말과 행동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내향적인 사람들은 사람들을 사귀기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데, 대화를 끌어가기보다 상대방의 얘기를 경청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충분히 생각한 다음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직장에서 내향적인 사람들은 팀을 관리하기보다 단독으로 업무를 책임지고 문제를 다각도에서 검토해서 끝까지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하지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 특히 정보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을 피하려고 한다.


외향성과 내향성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다. 비판형과 수용형 또한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비판형 직원들은 일대일 소통을 하기보다 다른 직원들 위에 군림하려 하고, 특히 부하 직원들의 실수를 그냥 넘기지 않는다. 비판형에 반대되는 성격 유형은 수용형이다. 수용형 사람은 매사에 낙천적으로 생각하고 사람들의 장점을 먼저 보며, 양방향 소통을 추구하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압박을 느끼기도 한다.


누구나 이 네 가지 성격 유형(외향형, 내향형, 비판형, 수용형) 중 하나에 해당한다는 전제를 둔다면, 특정한 성격 유형을 가진 사람과 함께하기 위한 유용한 사회적 전략을 도출할 수 있다.


* 실험 - 있는 그대로의 당신이 좋아 vs. 나에게 맞춰주는 당신이 좋아

성격이 확연히 다르지만 어느 시점에 성격이 비슷해지는 파트너와 피실험자가 상호작용하는 상황을 설정했다. 이 실험에서는 지배형 성격과 순응형 성격의 측면에 집중했다. 실험 첫 단계에서 피실험자들의 절반은 성격 유형이 유사한 컴퓨터와, 나머지 절반은 성격 유형이 다른 컴퓨터에서 실험 과제를 수행하게 했다. 그 다음 사막 생존 상황을 변형한 게임을 제시했다. 피실험자들은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사막에 추락했다고 상상했다. 비행기에는 커다란 칼, 압박붕대, 건전지 네 개가 꽂힌 손전등, 성냥 한 상자가 포함된 구호 물품 열 개가 있었다. 피실험자들은 열 가지 구호 물품을 두고 생존에 중요한 순서대로 1번부터 10번까지 순위를 매겼다. 우리는 피실험자들에게 최종 선택을 내리기 전에 파트너인 컴퓨터와 의견을 교환하라고 지시했다.


컴퓨터와 의견을 주고받는 동안 성격의 차이를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 지배형이나 순응형 성격의 어투로 컴퓨터의 의견이 출력되게 했다. 지배형 성격을 보여주는 컴퓨터는 수시로 주장하고 명령하는 과격한 어투를 사용했고, 반대로 순응형 성격을 보여주는 컴퓨터는 동의를 구하고 제안하는 부드러운 어투를 사용했다. 상대의 성격에 맞췄을 때와 성격을 일관되게 유지할 때, 이 두 상황에서 나타나는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두 번째 단계의 실험을 실시했다. 두 번째 단계는 기존의 컴퓨터에서 시도하되 새로운 구호 물품들을 대상으로 했다.


자존감의 본심2 - 닮아간다는 것은 가장 강력한 아부다

결과는 놀랍고도 분명했다. 유사성-매력 효과는 상보성 원리를 뛰어넘었다. 컴퓨터가 제시하는 내용이 동일했음에도 피실험자들은 자신과 다른 성격 유형의 컴퓨터보다 자신과 비슷한 성격 유형의 컴퓨터가 정보 처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이어서 우리는 성격이 다른 동료와 함께 일하는 경우, 그 동료에게 성격을 맞춰야 하는지 자신의 성격대로 행동해야 하는지 하는 문제로 초점을 돌렸다. 성격이 달랐다가 비슷해지는 것이 처음부터 성격이 비슷한 것보다 낫지 않을까? 실험 결과는 내 추측이 적중했음을 보여주었다. 피실험자들은 자신과 비슷한 성격 유형으로 바뀐 컴퓨터가 처음부터 성격 유형이 비슷했던 컴퓨터보다 성능이 뛰어나고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환심을 사는 태도에 이끌린 것이다.


비슷한 성격의 사람과 함께 있는 것보다 상대방이 나의 성격에 맞춰주는 것이 더 기분 좋다. 사람들은 그런 태도를 무언의 칭찬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자존감을 지키기 어려운 이 세상에서 사람들이 나를 닮으려고 하는 것보다 기분 좋은 일이 또 있을까? 닮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가장 진심 어린 아부다.



한 팀이 된다는 것

팀워크 강화 훈련은 왜 효과가 없을까?

기업들은 팀워크 강화 훈련을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특별한 장소를 섭외하는 등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회과학자들은 임의로 선발한 사람들로 팀을 꾸려서 아주 단기간에 팀의 결속을 강화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사회과학자들의 특별한 비법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바로 동질감과 상호의존감이다. 팀의 동질감을 조성하는 데는 얼마나 비슷한 구성원들로 팀을 구성했는지가 핵심이다. 우리는 유사성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를 가지고 이 물음을 생각했다. 자기 자신과의 상호작용이었다!


* 실험 - 누구로 한 팀을 꾸려야 할까?

나는 가상의 쌍둥이(자기 자신)와의 사이에서 나타나는 상호작용과 다른 사람과의 사이에서 나타나는 상호작용을 비교해보고자 했다. 피실험자들이 단지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는 게 아니라 정말로 자기 자신과 상호작용한다고 느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어나는 강한 반응을 관찰하고 비교하기 위해 피실험자들이 실험 과제인 스무고개 게임을 수행하고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서 평가를 받게 하고자 했다. 그런데 스스로에게 거짓말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평가가 정확하다고 느껴져야 했다. 또한 평가 내용에 따라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모든 피실험자들이 동일한 평가를 받도록 해야 했다. 이런 제약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피실험자들이 "정말 잘해냈어", "아주 잘 짚었어", "형편없었어", "아무 도움이 안 돼" 같은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를 읽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녹화했다. 3주 후 피실험자들을 다시 불러서 스무고개 게임을 몇 차례 하게 했다.


몇 가지 질문을 마칠 때마다 컴퓨터에서 피실험자의 질문에 대한 평가가 동영상으로 재생되었다. 피실험자들의 절반은 자신이 나오는 영상을 보았고, 나머지 절반은 성별, 인종, 연령이 같은 다른 사람이 나오는 영상을 보았다. 평가를 받은 피실험자들은 다시 스무고개 질문을 시작했다. 열 번에 걸쳐 평가를 한 후에 피실험자들이 평가자인 컴퓨터를 어떻게 생각하고, 실험 과제를 수행하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소감을 밝히게 했다.


결속력의 본심 - 비슷할수록 뭉친다

피실험자들은 자기 자신과 똑같은 평가자에게 특별한 유대감을 느꼈을까? 물론이다. 피실험자들은 모두 다른 사람에게서 평가를 받을 때보다 자기 자신에게서 평가를 받을 때 평가가 더 타당하고 객관적이라고 생각했으며 평가 내용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사실, 모든 피실험자들이 과제 수행 성과와 상관없이 동일한 평가를 받았는데도 말이다.


집단 안에 동일한 특성들이 많을수록 동질감과 그로 인한 구성원들 사이의 결속이 강화된다. 동질감에 더해 팀의 유대감을 일으키는 핵심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상호의존감이다. 동질감과 상호의존감은 팀워크에 필요한 개별적인 요소이지만, 이를 활용한 전략은 서로 맞물려 있고 서로를 뒷받침한다. 동질감이 상호의존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는 옥스퍼드 대학교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밝힌 원초적인 인간의 충동에서 찾을 수 있다.


도킨스는 동물 집단이 보이는 이타적인 행동을 연구하여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이 자기 보존 본능을 가지고 있으며, 미래 세대에게 자신의 유전자가 전해지도록 유전자를 공유한 대상들을 도우려고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유전자 검사를 해보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의 DNA가 자신의 것과 얼마나 유사한지 바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유사점을 찾기 위해 무엇보다도 생김새나 목소리 등의 특성들을 살핀다. 즉, 우리의 뇌는 "나와 육체적 특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도와야 한다"는 의식적인 생각을 "나와 어떠한 특성을 공유한 사람은 내 도움을 받아야 마땅하고 또한 그가 나를 도울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확장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인간이 자신과 성격이 비슷한 사람을 선호하고 신뢰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타인의 감정에 대처하는 일곱 가지 방법

감정은 우리 뇌의 가장 원초적인 부분에서 고차원의 사고 프로세스에 이르는 모든 것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만, 유의성과 각성(arousal)의 두 가지 기본 개념에서 거의 모든 궁금증을 풀어나갈 수 있다.


사회과학자들은 감정을 분류하는 간단한 방법을 고안했다. 나는 박사과정 대학원생들이 이 방법을 체험하도록 통과의례를 하나 만들었다. 학생 개개인에게 피실험자들이 느끼는 감정을 측정하기 위한 설문 내용을 만들라고 지시하면서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 수식어를 많이 활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수십 차례나 치르고 피실험자들의 설문 내용을 확인했을 때 얼핏 보기에는 피실험자들의 반응이 아주 다양하고 미묘하게 보였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분석해 보니 깜짝 놀랄 만한 패턴이 보였다. 학생들이 사용한 수식어들은 간단하게도 두 가지 개념으로 분류되었다!


모든 감정은 두 가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어떤 감정을 느끼든 유의성과 각성의 개념으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아래 그림과 같이 유의성을 수평축(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부정에서 긍정), 각성을 수직축으로 하여(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흥분에서 안정) 그래프를 그려보면 환희, 평정, 절망, 분노의 감정이 그래프의 네 모서리에 각각 위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 그래프 상에서 유의성과 각성의 수준을 따져서 복합적인 감정 상태를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예컨대, 명랑은 행복감을 꽤 많이 느끼고 각성 수준이 중간(그래프의 우측 가장자리를 향하면서 수평축 바로 위)에서 조금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 반대로 침울은 좌절감이 꽤 크고 각성 수준이 중간에서 조금 낮은 상태를 의미한다. 평안은 행복감이 그리 크지 않고 꽤 평온한 상태를 의미하며, 반면에 불안은 다소 불만을 느끼지만 아주 흥분한 상태를 뜻한다.


이렇게 유의성과 각성의 수준을 따지기만 해도 감정의 미묘한 차이까지 파악할 수 있다. 우리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온갖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 모든 유형을 간단하게 유의성과 각성의 수준에 따라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유의성과 각성의 수준이 정확히 같다면 본질적으로 같은 감정 상태에 있는 것이다.


* 실험 - 유쾌한 승객이 침울한 운전자에게 미치는 영향

실험은 피실험자들이 가상의 파트너와 짝을 이루고 과제를 수행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피실험자들의 절반에게 7분에 걸쳐 행복한 주제가 담긴 영상을 보여주었고, 나머지 피실험자들에게는 슬픈 주제가 담긴 영상을 보여주었다. 이어서 피실험자들이 운전 시뮬레이션 장치에 앉아서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밟고 핸들을 조작하면서 세 가지 경로를 운전하게 했다. 피실험자들이 운전을 하는 동안에 가상의 승객의 목소리가 한 여자 배우의 음성으로 흘러나왔다.


가상의 승객은 피실험자들에게 동일하게 다양한 어조로 서른여섯 마디 말을 했다. 유쾌한 기분에 젖은 피실험자들의 절반과 슬픈 기분에 젖은 피실험자들의 절반은 이 가상의 승객에게서 행복하고 즐거운 어조의 음성을 들었고, 나머지 피실험자들은 침울하고 저조한 어조의 음성을 들었다. 또한 우리는 피실험자들의 반응 시간을 측정하면서 피실험자들이 운전에 얼마나 잘 집중하는지 평가했다. 경로를 돌면서 예고 없이 들리는 경적 소리에 맞춰 최대한 빨리 경적을 누르라고 피실험자들에게 지시했으며, 그에 대한 피실험자들의 반응 시간을 측정했다. 결국, 우리는 피실험자들이 대화를 나누는 행태를 기록하여 그들과 가상의 승객의 사회적 유대감을 측정했다. 피실험자들은 모두 운전을 마친 후 온라인 설문을 통해 자동차와 운전 체험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 소감을 밝혔다.


공감의 본심 - 우울할 때는 우울한 사람이 위로가 된다

행복감에 젖은 피실험자들은 운전에 더욱 주의를 기울였고 시뮬레이션 장치의 경적 소리에 아주 빨리 반응해 사고를 거의 내지 않았다. 슬픈 기분에 젖은 피실험자가 유쾌한 승객과 함께한 경우는 어땠을까?


슬픈 기분에 젖은 피실험자는 활기찬 목소리를 듣고 오히려 운전에 잘 집중하지 못했다. 정서적 전이를 통해 슬픔에 젖은 운전자를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시도는 분명히 기대에 어긋난 결과로 이어졌다. 결론을 말하자면, 피실험자들은 유의성의 긍정성, 부정성과는 관계없이 자신의 감정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가상의 승객과 함께할 때 운전을 안전하게 했을 뿐 아니라 좋은 기분을 느꼈다.


왜 슬픈 기분에 젖은 운전자는 유쾌한 목소리를 들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까? 자신의 감정과 다른 감정에 집중하고 그것을 처리하려고 애쓰다 보면 상당한 인지적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마음이 불편해지고 수행 능력도 떨어진다. 더욱이 자신의 감정과 충돌하는 누군가를 만나면 서로 공감할 수 없다. 우리가 슬픔이나 고통에 대한 정서적 신호를 분명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유쾌하고 즐거운 태도를 보이면 그런 태도가 냉정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설득력의 네 가지 기둥

누가 지혜로운지 어떻게 판단할까?

자신의 분야에 능통하고 특히 우리보다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 이야기를 하면, 그 이야기가 구구절절 옳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누가 지혜로운지 어떻게 판단할까? 명확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소 불분명한 방법을 사용하여 자신들을 설득하는 사람을 평가한다. 우리는 공통적으로 설득하는 사람을 판단할 때 그에게 전문가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는지 살핀다.


* 실험 - 전문가 TV 실험

전문가란 해당 영역에서 상당한 훈련과 경험을 쌓고 해당 지식에 정통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전문가들의 전문지식이나 의견은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 내놓는 충고처럼 호소력과 설득력이 있다. 부수적인 훈련을 더 받아서 전문성을 드러낸다면,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설득력을 높이는 적절한 기반을 세우는 셈이다.


우리는 전문가 TV 실험을 기획했다. 우리는 피실험자를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 우선 절반의 피실험자들에게 전문가 TV로 뉴스와 시트콤을 보여주었다. 각 TV에는 뉴스 TV, 예능 TV라는 표식을 달아 피실험자들이 전문가 TV라고 인식하도록 했다. 나머지 절반의 피실험자들에게는 그냥 일반 TV로 같은 프로그램을 보여주었다. 피실험자들은 프로그램을 모두 시청한 후 설문을 통해 프로그램의 수준과 호감도를 전반적으로 평가했다.


신뢰의 본심 - 전문가라고 부르는 순간 전문성이 생겨난다

피실험자들은 모두 동일한 프로그램을 시청했으며, 실제로 TV가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전문가 TV에서 시청한 프로그램에 호감을 더 많이 보였다. 피실험자들은 일반 TV와 비교해서 뉴스 TV에서 본 뉴스가 모든 측면에서 뉴스 가치가 더 높다고 평가했으며, 이와 마찬가지로 예능 TV에서 본 시트콤이 훨씬 더 재미있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질문을 받은 피실험자들이 하나같이 일반 TV를 시청하든 두 대의 전문가 TV를 시청하든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전문가라는 명칭은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렇게 실질적인 근거나 관련성이 없더라도 전문가라는 호칭을 사용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이다.


뇌는 믿고 싶다

사람들은 왜 전문가라는 말에 그리 쉽게 넘어갈까? 하버드 대학교의 사회심리학자 다니엘 길버트가 논문에서 설명했듯이, 수많은 심리학 문헌에서 사람들이 상대방의 말을 무의식적으로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다루고 있다. 무언가가 거짓임을 판단하려면 상당한 시간을 들여 그게 맞는지 따져보고 고민해야 한다. 이런 개념에는 진화적 논리가 깔려 있는데, 사람들이 자신이 듣는 말이나 보는 모든 것을 아주 세심히 따져야 했다면, 사람들의 뇌는 그 부담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의가 산만해지거나 혼동할 때 특히 의견이나 제안을 잘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인다. 뇌가 너무 바빠서 의견이나 제안이 타당한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뭔가를 의심하는 일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이렇게 잘 믿는 경향을 타고났다.


사회에서 어떤 집단의 능력을 일반화하는 고정관념에 빠지면, 그들의 실제 지식과 능력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집단의 구성원 하나하나를 전문가나 비전문가로 간주한다. 예컨대, 우리는 대개 여성들이 장을 잘 보고 요리를 잘하는 반면 남성들이 스포츠를 잘 알고 못 박는 일 따위를 잘한다고 생각한다. 고정관념으로 굳어버린 사실과 성별이나 인종, 국적 등의 사회적 정체성을 관련지어 전문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고정관념은 극단적인 경우에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는데도 안타깝게도 계속 남아 있는 경향이 있다. 여성이 길 안내를 한다며 (내비게이션에) 불만을 내뱉은 독일인 운전자를 생각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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