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말하고, 세상을 읽다

   
서우사오펑(역자: 홍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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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크
   
15000
2011�� 02��



■ 책 소개
돈이 지배하는 세계를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책으로, 일찍이 돈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 나름의 삶을 개척해나간 성인들의 삶을 낱낱이 파헤친다. 인간은 화폐에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제도의 형태로 만들어 운용하였다. 이른바 화폐제도는 정권의 교체와 더불어 수시로 개혁의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 및퇴보하였다. 즉 인간의 삶과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맺어져 있다. 책의 내용에서처럼 돈은 일찍이 성현들도 마음을 다해 추구한 바이다.이는 돈에 집착하라는 말이 아니다. 수백 년 전 과거에서처럼 인간의 생활은 근본적으로 이 ‘돈’이라는 글자를 떠날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현인들이 그랬듯 우리도 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맹목적으로 추구하거나 지나치게 경시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

이 책은 돈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세상을 정확하게읽을 수 있도록 정도를 제시하고, 그 속에서 지혜를 얻어 다가오는 자본전쟁에서 승리하도록 한다. 성현들의 금전 관념을 시작으로, 조폐권 분쟁,돈벌이 기회를 틀어쥔 여불위, 손권의 화폐정책 등을 살펴본다.

■ 저자 서우사오펑(壽韶峰)
저장(浙江)성 퉁샹(桐鄕)에서 태어나 베이징의중앙차이징(中央財經)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베이징대학 대학원 역사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중궈(中國)은행 저장성 분행에서 신탁및 증권 업무를 담당하였으며, 스다이차이푸(時代財富) 잡지사의 금융 및 증권 코너의 책임 편집자를 역임한 바 있다. 최근에는 금융 기관들을대상으로 하는 투자 및 주식 트레이딩에 종사하고 있다. 경제학과 역사학을 잘 버무려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엮어내는 탁월한 재주를 지닌 작가로 잘알려져 있으며, 국내에서 번역 및 출간된 책은 없으나 중국에서는 여러 권의 저서를 발간한 베스트셀러 제조기로유명하다.

■ 역자 홍순도
경남 진양에서 출생, 경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보쿰대학에서 중국정치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매일경제신문 국제부, 문화일보국제부에서 기자로 근무했으며 1997년부터 베이징 특파원으로 9년간 중국에서 활동했다. 1998년 관훈클럽 국제보도부문상을 비롯해 2004년한국기자협회 올해의 기자상과 제8회 한국언론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중국 전문 작가 및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소설 『따꺼』『황혼의상하이탄』, 칼럼집 『99색 99인의 중국, 중국인』, 여행 에세이 『베이징』, 자기 계발서 『명가의 탄생』, 중국 짝퉁 산업 르포집 『짝퉁전쟁』, 유학안내서 『세계 명문 대학 돈 안들이고 가기』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중국의 혁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수다쟁이 장따민의행복한 생활』『삼국지 강의2』『화폐전쟁2』『국부책』『중미전쟁』 등이 있다. 

■ 차례
머리말 

제1장 성현들의 금전 관념 
중국 최초의 화폐 전문가, 강태공 | 관중의 물가억제정책| 벗과 재물을 다투지 않은 포숙아 | 손숙오(孫叔敖)의 경제 전략 | 대전을 반대한 선목공(單穆公) | 안영(晏嬰), 3대를 이어 부를 누린권신 | 부족한 것과 남는 것, 노자와 공자의 재물 관념 | 자공의 장사 수단 | 치부의 비결을 보여준 거상 범려 | 중국 비즈니스맨의 비조,백규 | 장자의 금전관 

제2장 돈과인심 
왜 가난은 축복일까? | 오자서의 목숨값 | 천금을 가진 부잣집 자식은 저잣거리에서 죽지 않는다 | 인심은주머니에서 나온다 | 공명(功名)의 대가 | 가족도 실리를 따진다 | 백조가 된 미운 오리새끼 | 조괄의 탁상공론 | 재물을 구걸해 목숨을부지한 왕전 | 뒷간의 쥐와 곳간의 쥐 | 협객의 가산 | 금옥장교와 조강지처 | 부의 과시 
제3장 황금의 위력 
제나라 환공의 경제전 |살인을 부른 금 술잔 | 금이 살면 곡식이 죽는다 | 천 금으로 말 뼈다귀를 사다 | 황금 열 근이 부른 화 | 사람은 재물을 위해 죽는다

제4장 조폐권 분쟁
진시황의 반량전 | 경솔한 화폐제도의 개혁 | 문제, 민간에 조폐권을 이양하다 | 공유할 수 없는 조폐권 | 등씨전의 흥망성쇠 | 7국의난 | 오수전 제도 | 시기적절하게 등장한 새로운 화폐, 백은 | 가죽 화폐의 출범 | 혹리 장탕 
제5장 통화 배후의 검은손 
중국 최초의 위조화폐| 무거워도 가벼워도 문제 | 사라지지 않는 사주전 | 근절되지 않는 전착(&#3274&鑿), 돈 속에서 돈을 얻는 범죄 | 통화 배후의 검은손을 제거하기위한 노력 

제6장 부귀한 자가살아남는다 
돈에 연연하지 않았던 유방 | 과감하게 포기할 줄 아는 장량 | 노련하고 유능한 승상 소하(蕭何) | 흉금이넓고 사리에 밝은 진평 | 불법적인 강제 철거 | 자기 자신을 한없이 낮춰라 | 공손홍과 베 이불 | 제후왕의 비즈니스 능력 | 자손에게는물려주지 않는 금과 옥 | 때를 기다려 벼슬길에 나가다 | 큰일을 하는 사람의 흉금 | 유의의 벼슬길 | 1천만 냥으로 이웃을 사다

제7장 권신(權臣)의 말로
한신은 왜 패배했을까? | 자신의 명을 재촉한 경포 | 권력이 가는 곳에 부도 따라간다 | 지나친 모정이 불러온 비극 |오만방자함의 종말 | 재정 대신의 비극 | 나라를 망친 명사 | 두 부자의 상반된 운명 

제8장 관리와 상인의 대립 
돈벌이 기회를 틀어쥔 여불위 | 돈만 남은상인들 | 큰 정치를 지향한 소상인 | 명성을 관리하는 사람들 | 제후 부럽지 않은 상인들 | 황제에게 바가지를 씌운 보석상

제9장 부자가 되는지름길 
장의의 혀 | 한나라 무제마저 속아 넘어간 거짓말 | 용기 있는 자가 성공한다 | 문학도의 치부 비결 | 철면피동방삭 | 가난을 위장한 부자 | 낙양의 부자 동네 

제10장 화폐의 변천 
무자비한 복고 정책 | 왕망의 관직 개혁 | 길을 막은‘백수진인’ | 동탁의 악랄한 음모 | 화폐의 존폐 여부에 대한 논쟁 | 조 씨 부자의 화폐제도 | 유황숙의 고민 | 손권의 화폐정책 | 주화와실물화폐의 전쟁 |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 없는 화폐 | 전신론(錢神論) 




돈이 말하고, 세상을 읽다


성현들의 금전 관념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롭다고 할 수 있으나 스스로를 아는 사람은 명철하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으나 스스로를 이기는 사람은 강하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부유하고 힘써 행하는 자는 뜻이 있다고 하겠다. 자신의 자리를 잃지 않는 사람이라야 오래가는 것이고, 죽어도 없어지지 않는 사람은 장수한다고 하겠다. -『노자』제33장


부족한 것과 남는 것, 노자와 공자의 재물 관념

『논어』「옹야」편에는 아주 재미있는 고사가 수록되어 있다. 공자의 제자 중 한 사람인 공서화는 어느 날 제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었다. 그때 공자의 또 다른 제자인 염유가 홀로 남게 된 공서화의 모친을 걱정하여 곡식을 어느 정도 드리면 좋을지 공자에게 의논을 하였다. 그러자 공자가 즉각 대답했다. "여섯 말 넉 되를 보내 주거라." 이에 염유가 더 많은 양을 요구하자 공자가 말했다. "두 말 넉 되를 더 보내 주거라."


결국 염유는 공자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이에 공자가 염유를 엄하게 꾸짖었다. "공서화는 제나라로 갈 때 살찐 말이 끄는 호화로운 수레를 탔다고 들었다. 또 가볍고 따뜻한 털옷을 입었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데도 너는 공서화의 어머니가 굶을까 봐 걱정이 된다는 말이냐? 군자는 곤궁한 사람은 도와줘도 부유한 사람에게는 쓸데없이 보태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일찍이 공자는 노자에게 예에 대하여 배운 적이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 헤어지게 될 때였다. 노자는 공자에게 예로 작별 인사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듣기로 부귀한 자는 사람을 전송할 때 재물로 하고 어진 사람은 말로 한다고 했소. 나는 부귀하지는 못하나 인자로 자처하기를 좋아하니 그대를 이와 같은 말로 전송하겠소."


노자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총명하고 깊이 있게 관찰하는 사람에게는 항상 죽음의 위험이 따릅니다. 이는 남을 곧잘 비판하기 때문입니다. 또 많은 지식을 지니고 있으며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몸이 위태롭습니다. 이는 남의 결점을 잘 지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식은 아버지 앞에서는 자신을 낮추는 법입니다. 신하된 자 역시 임금 앞에서는 자신을 치켜세우지 않는 법입니다."


노자의 말은 불공평한 세상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공자에게 덕과 학업을 쌓아 자연의 법을 본받을 것을 권한 것이었다. 자신의 몸을 보존하라는 충고이기도 했다.


공자는 그의 나이 56세 때 대사구에 올랐다. 이는 재상에 버금가는 자리였다. 권력을 장악한 공자는 가장 먼저 정치를 어지럽힌 죄를 물어 노나라의 대부인 소정묘를 사형에 처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그가 국정을 이끈 지 세 달 만에 양이나 돼지를 파는 상인들이 감히 물가를 높이지 못하게 된 것이다. 또 길에서는 남녀가 따로 걸었다. 떨어진 물건이 있어도 누구 하나 주워 가는 사람이 없었다. 노나라 도성에 도착한 사방의 사람들은 관리에게 뇌물을 주지 않고도 필요한 물건을 구해서 돌아갈 수 있었다. 공자는 불공평한 세상에서 모두가 부유하고 대동단결할 수 있는 유토피아를 구축하고자 노력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인의 뜻이 아닐까 싶다.


장자의 금전관

장자의 이름은 주였다. 오늘날 허난성 상추현인 몽이라는 지방의 사람으로 박학다식하고 현명한 인재였다. 일찍이 고향인 칠원에서 관리를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 명성이 자연스럽게 주변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그를 처음으로 높이 평가한 사람은 초나라 위왕이었다. 그의 명성을 전해 듣고는 후한 예물과 함께 사자를 보냈다. 재상의 예로 모셔 가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장자는 사양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천금은 많은 돈이오. 재상이라는 벼슬 역시 높은 자리임에 틀림없소. 그러나 제사 때마다 제물로 바쳐지는 소를 보시오. 여러 해 동안 좋은 먹이를 먹고 비단으로 몸을 가리지만 결국에는 태묘로 끌려가 제물이 되고 마오. 차라리 외로운 돼지가 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지 않았겠소? 나를 방해하지 말고 돌아가시오. 차라리 시궁창에서 마음껏 놀지언정 임금에 의해 자유를 속박당하지는 않겠소. 한평생 관직을 얻지 못해도 좋으니 내 멋대로 사는 게 마음이 편하오."


장자처럼 외로운 돼지가 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마음속의 행복, 마음속의 편안함보다는 금전적인 이익과 높은 지위를 추구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장자는 분명 엄청난 거금과 높은 관직을 사양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세상을 등진 선인은 아니었다. 그 역시 가끔은 세속적인 일면을 드러낸 일반적인 사회인에 지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그 방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장자는 세상만사를 환히 꿰뚫은 사람이었다. 부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도 그랬다. 『장자』「山木」편에는 장자의 부에 대한 금전관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 옛날 임회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에게 갑자기 도망을 쳐야 할 일이 생겼다. 그는 천금의 가치가 나가는 옥을 버린 채 어린 자식을 업고 달아났다. 누군가 그 모습을 보고 "아이는 값어치로 따지면 천금짜리 옥보다 훨씬 못합니다. 짐이 되기로 말하면 옥보다 부담이 됩니다. 그런데 천금짜리 옥을 버리고 아이를 업고 도망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임회가 대답했다. "나와 옥은 이익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나와 아이는 하늘이 맺어 준 사이입니다. 이익으로 맺어진 관계는 빈궁과 재난이나 어려움을 만나면 서로를 버리게 됩니다. 그러나 하늘이 맺어 준 사람들은 큰 재난 앞에서도 서로 단결하고 보살피게 됩니다. 버리는 것과 단결하는 것은 실제로 그 차이가 매우 큽니다."


장자의 말은 무릇 "까닭 없이 맺어진 것은 까닭 없이 헤어지기 마련이다."는 것이었다. 가족을 홀대하거나 무시하고, 심지어 그들을 버리고 그 대가로 재물을 모아 부자가 된 사람들은 결국 언젠가는 재물의 버림을 받게 된다. 그런 사람들은 경제적 이익과 가족의 사랑이라는 인간의 본성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모르기 때문이다. 재물은 나 자신과 주위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거나 내가 사는 사회를 조화롭게 하는 데 사용될 때 비로소 본래의 진가를 발휘한다.



돈과 인심

한번 죽고 한 번 삶에 바로 사귐의 정을 안다. 한 번 가난하고 한 번 부유함에 곧 사귐의 태도를 안다. 한 번 귀하고 한 번 천함에 바로 사귐이 정이 나타난다. - 사마천 『사기』「급정열전」


금옥장교와 조강지처

『한무고사』에는 금옥장교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한나라 경제의 누나 장공주는 당시 황실의 대단한 실력자였다. 어느 날 그녀가 조카인 어린 교동왕 유철을 무릎에 앉혀 놓고 물었다. "얘야, 너는 아내를 맞아들이고 싶지 않느냐?" 고모의 말에 어린 유철이 야무지게 대답했다. "맞아들이고 싶어요." 그러자 장공주가 좌우에 늘어선 1백여 명의 궁녀들을 가리켰다. 그러나 유철은 모두 싫다고 했다. 장공주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딸을 가리키면서 조카에게 물었다. "저기 있는 아교는 어떠니?" 그제야 교동왕은 활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좋아요. 아교가 내 아내가 된다면 금으로 만든 집에 그녀를 감춰둘 생각입니다."


유철은 금으로 만든 집에 아내를 감춰 두겠다고 했다. 어린 아이로서 매우 당돌한 발상이었다. 금옥장교라는 유명한 고사는 바로 이렇게 해서 탄생하였다. 금으로 만든 집은 화려하고 아름답다. 아내를 감춰 두겠다는 말은 비밀리에 결혼하겠다는 인상을 풍긴다. 그런데 문제는 아내를 감추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두 금으로 만든 집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금으로 만든 집을 가지고 있었을까? 우선 일대의 군왕으로서 자신감만큼이나 파워가 강대했던 한나라의 무제를 꼽을 수 있다. 무제를 제외하고도 많은 부자들이 아름다운 집에 아리따운 아내나 소실들을 남모르게 감춰 둘 수 있었다는 얘기다.


가난한 사람은 이처럼 금옥장교하지는 못했으나 조강지처를 얻어 평온하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는 있었다. 운이 좋아 현명한 아내의 내조로 출세 가도를 달릴지 누가 알랴. 역사적으로 보면 초가집이나 오막살이에 아리따운 아내를 감춰 둔 사람도 적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금으로 만든 집은 소수 사람들의 사치품일 뿐이었다. 대부분의 그곳에 모셔 둔 것은 남편과의 동고동락을 원하는 현숙한 아내가 아니었다. 집안을 말아먹는 제3자 혹은 화근일 수도 있었다. 금으로 만든 집이 없을 때에는 누구나 열심히 분투해서 권력과 재물을 얻으려 한다. 반면 금으로 집을 지을 능력이 되어 그곳에 아리따운 미녀를 숨겨 둔 사람들은 앞길을 망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황금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눈 오는 날의 석탄처럼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 그런데 만약 당신에게 황금과 재물을 멀리하고 오로지 덕행을 중시하는 현숙한 아내 중에서 한 가지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분명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황금의 위력

금, 귀중하고 반짝거리는 순금! 이 물건이 넘치면 검은 것을 희게, 추한 것을 아름답게, 나쁜 것을 좋게, 비천한 것을 고귀하게, 늙은이를 젊은이로, 비겁한 자를 용사로 만든다. - 셰익스피어『아테네의 타이몬』제4막


사람은 재물을 위해 죽는다

천하의 책사들이 모두 조나라의 수도 한단에 모였다. 진나라를 제외한 6국이 갈수록 강력해지는 진나라에 대항하기 위한 정치, 군사적 동맹인 합종의 맹약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진나라의 소왕은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깊은 수심에 잠겨 있었다. 그때 승상 범저가 소왕에게 간언을 올렸다.


"폐하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그들의 동맹을 깨뜨릴 수 있습니다. 진나라는 천하의 책사들과 원수를 맺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이 진나라에 대항하는 것은 오로지 부귀영화를 위해서입니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행동합니다. 만약 그들에게 뼈다귀 하나를 던져 준다면 개떼처럼 달려들어 서로 물고 뜯으며 싸우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그들이 서로 재물에 욕심을 내고 싸우기 때문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6국의 동맹을 깨뜨리려면 무엇보다 이익을 미끼로 그들을 유혹해야 합니다."


소왕은 범저의 제안에 따라 신하 당저에게 명령을 내렸다. "가희들과 황금 5천 냥을 수레에 싣고 한단 서쪽의 무안이란 곳으로 가도록 하라. 거기에서 연일 크게 잔치를 벌이면서 사람들에게 내 말을 선포하라." 책사들은 황금과 미녀를 얻을 수 있다는 말에 앞을 다퉈 무안으로 달려갔다. 그리하여 황금과 미녀를 얻은 책사들은 진나라와 친형제처럼 가까워졌고, 그렇지 못한 자들은 가진 자들을 시기하게 되었다.


범저는 책사들의 화합을 깨뜨린 데 만족하지 않고 다시 당저에게 명령했다. "황금 5천 냥을 더 줄 테니 수하를 시켜서 나눠 주게 하시오. 누가 얼마를 가지든지 상관하지 말고 있는 것을 모조리 주시오." 이번에는 황금 3천 냥도 채 나눠 주지 못한 상황에서 책사들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은 드디어 창과 화살을 빼드는 무력 다툼으로 격화되었다.


사람은 재물을 위해 죽고 새는 먹이를 위해 죽는다고 했던가. 당시의 전경은 인간의 추악한 일면을 남김없이 보여 주었다. 이익 앞에서는 욕망을 억누르지 못하고 본성을 드러내는 것이 인간이 아니던가. 담합을 꾀하던 무리는 황금의 유혹 앞에서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황금의 위력은 가히 대단했다.



통화 배후의 검은손

주조의 폐단은 중폐와 경폐가 계속 바뀌어 주조된다는 데에 있다. 중폐는 사용하기에는 분명 불편하다. 반면 경폐는 민간에서 쉽게 만들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위조지폐가 범람하면 국가에 심각한 재난을 가져올 수 있다. - 공기 『상주전균화의』


통화 배후의 검은손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

화폐의 경중과 크기의 통일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줄곧 논쟁거리가 되어왔다. 어느 누구의 이익에도 저촉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통치자들이 화폐 크기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경폐를 주조해 중폐를 보충하는 거시적 방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정부가 만든 경폐와 이익을 얻기 위해 원료를 줄여 주조한 경폐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졌다. 전자는 화폐 체계의 균형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후자는 기존의 균형을 파괴하고 그 대가로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한나라 이후부터 화폐는 상당히 오랜 시기 동안 크기와 무게가 줄어드는 이른바 다이어트 과정을 겪었다. 조정에서는 이러한 방안이 화폐 통일을 이뤄 낼 수 있기를 막연하게나마 희망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조정은 사주전을 만드는 사람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였다. 또한 금속화폐 자체만으로도 취할 이익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수량만 중요하게 생각한 나머지 화폐의 실제 무게와 위조 방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또한 잘못이었다.


이렇게 주조된 경폐는 범법자들에게 쉽게 노출되었다. 민간의 사주전 범죄 역시 갈수록 성행하였다. 결국 화폐의 다이어트 방안도 예상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통치자들에게도 더 이상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화폐의 크기가 통일되고 그것이 모든 지역에서 유통 가능하거나, 다양한 화폐 사이에 일정한 교환 기준이 있을 시에만 백성들은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시장 거래가 원활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통화 배후의 검은손 또한 제거할 수 있게 된다.



부귀한 자가 살아남는다

재산은 권력이다. 재산은 그것을 소유한 사람에게 구매력을 부여한다. 이는 그 당시 시장에 있는 모든 노동 또는 생산물에 대한 일정한 지배력을 의미한다. - 애덤 스미스 『국부론』


제후왕의 비즈니스 능력

한고조 유방이 황제로 재위했을 때 제후들은 그들이 통치하는 봉국의 모든 세금을 자신의 재산으로 보유할 수 있었다. 또한 내사 이하의 관리를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 한마디로 제후왕들의 위치는 황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7국의 난 이후부터는 상황이 바뀌었다. 2천 석 이상의 봉록을 받는 관리들은 모두 조정에서 파견하였다. 또 승상의 지위는 상으로 바뀌었고 그들 모두 은으로 만든 인장을 지니게 했다. 게다가 제후왕들은 중앙정부에 세금도 내야 했다. 가장 뼈아픈 사실은 관리를 임명할 권리를 박탈당했다는 것이다. 권력을 잃은 사람은 부마저 잃기 쉽다. 이후 가난에 빠진 일부 제후왕들은 마차를 마련할 돈이 없어 수레를 타고 다닐 정도였다. 제후왕 중에는 큰 부자도 있었다. 조왕 유팽조는 자신의 권력을 믿고 모든 것을 제멋대로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각 현에 사신을 파견하여 그 고장에서 벌이가 가장 좋은 장사를 하도록 시켰다. 그렇게 얻은 수입이 조나라의 세금보다 훨씬 더 많았다. 사실 조왕에게 탁월한 능력이나 덕이 있어서 큰돈을 모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아주 음흉한 사람이었다. 조정에서 파견한 관리들도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할 정도였다. 또한 사람됨이 간특하고 아첨을 잘했다. 겉으로는 공손한 척 했지만 속마음은 모질고 악랄했다. 한 마디로 면종복배하는 소인배였다. 그는 또 법률을 좌지우지하는 데 능했으며 궤변으로 중상모략을 일삼았다.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중앙정부에서 파견한 관리들에게 누명을 씌우는 악행을 서슴지 않았다.


당연히 조정의 관리들은 조왕을 눈엣가시처럼 미워했다. 그러나 조왕에게 약점을 잡힌 그들은 조정의 법으로도 감히 그를 처벌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조왕은 부당한 방법으로 계속해서 재산을 불릴 수 있었다. 그렇게 모은 재산은 모일 때만큼이나 빨리 사라졌다. 조왕에게는 첩이 많았다. 그는 첩과 그의 자손들에게 모든 재산을 나눠 줄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그가 죽음을 목전에 두었을 때에는 거의 모든 재산을 탕진한 상태였다. 결국에는 부와 권력 모두 모래성처럼 허물어졌으니 그것이 까닭 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만은 아닌 듯하다.



권신(權臣)의 말로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면서 팔베개를 하고 누워 있어도 즐거움이라는 것은 그 속에 있다. 의롭지 않은 부귀영화는 나에게 뜬구름과 같다. -『논어』「술이」


지나친 모정이 불러온 비극

한나라 경제에게는 같은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양왕 유무라는 동생이 하나 있었다. 그의 봉지(封地)는 천하의 가장 부유한 지역이자 비옥한 땅에 있었다. 북쪽으로는 태산에 접하고, 서쪽으로는 고양에 이르렀을 뿐 아니라 40여 개의 성이 모두 큰 현이었다. 양왕의 재산은 억 단위로 계산해야 할 만큼 엄청났다. 양왕이 이토록 엄청난 부자가 된 것은 모두 그의 어머니 덕분이었다. 그는 경제의 어머니이기도 한 두태후의 막내아들이었다. 두태후는 유독 양왕을 총애했다. 심지어 그녀는 경제가 태자 유영을 폐위시키자 양왕을 황위 계승자로 추대하고자 했다.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한 양왕은 그야말로 돈이면 돈, 권력이면 권력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탐욕은 인간의 본성일까? 사람에게는 만족이라는 것이 없다. 부자는 더 많은 돈을, 권력자는 더 큰 권력을 필요로 한다. 양왕의 욕심 역시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다. 천하의 부를 독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욕망은 천하에 단 하나뿐인 황제의 자리에 앉아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인 두태후가 있었으므로 완전히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얼마 후 경제는 훗날 무제가 되는 교동왕을 태자로 세웠다. 이에 양왕은 태자가 되고자 했던 자신의 계획을 방해한 원앙 등에 앙심을 품게 되었다. 결국 그는 자객들을 보내 왕위 계승을 논의한 원앙 등의 신하 10여 명을 살해하도록 했다. 경제는 당연히 양왕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고, 자객을 체포하여 추궁한 결과 그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경제는 양왕을 강력하게 응징하려고 했으나 두태후의 간절한 청에 못 이겨 용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점점 양왕을 멀리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수도에서조차 내쫓고 말았다. 상황이 그쯤 되자 양왕은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그렇게 의기소침한 날들을 보내다가 얼마 후 열병에 걸려 세상을 하직하였다.


양왕은 두태후의 총애를 등에 업고 경제가 가장 발전한 지역에서 왕의 신분으로 최고의 권력을 누렸다. 당시 한나라는 태평성대를 이루었으며 백성들 역시 부유했다. 그러므로 양왕은 자연스럽게 대량의 재물을 모으고 그것으로 궁전을 확장할 수 있었다. 심지어 황제에 버금가는 행보를 걸었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한 점이 있었다. 황제처럼 행세하고자 하는 이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황제가 가장 꺼리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관리와 상인의 대립

법률에 의하면 상인은 천한 신분이나 부유합니다. 이에 반해 농부는 존귀하게 여겨지지만 가난합니다. 군주께서는 사회에서 귀하게 대접받는 자들을 천하게 대합니다. 또 관리들이 천하게 여기는 자들을 법률에서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상하의 견해가 상반되고, 호불호가 서로 다르니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법률을 세우려 해도 이룰 수 없게 됩니다. - 조착「논귀속소」


명성을 관리하는 사람들

계포는 본래 명성이 높은 사람이었다. 진나라 말과 한나라 초에 걸쳐 "황금 1백 근 보다 계포의 말 한마디가 낫다." 라는 속담이 생겼을 정도였다. 그 무렵 계포의 인기와 명망은 모두 그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것이었다.


계포가 더 큰 명성을 얻게 된 데에는 조구라는 사람의 도움이 매우 컸다. 그러나 계포가 처음부터 조구를 신뢰한 것은 아니었다. 변설가였던 조구는 다른 사람의 권세를 빌려 적지 않은 재물을 모은 사람이었다. 워낙 인맥이 넓어서 주로 권력있 는 자들과 어울렸다. 조구를 몹시 싫어했던 계포는 두장군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조구는 간사하고 충성심이 없는 자이니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좋겠소."


훗날 초나라로 돌아온 조구는 계포를 직접 방문하기 위하여 두장군에게 소개장을 써달라고 요청하였다. 두장군은 그런 조구를 말렸다. 조구의 끈질긴 청을 뿌리칠 수 없었던 두장군은 결국 소개장을 써줄 수밖에 없었다. 계포는 두장군과의 연줄을 이용하여 자신을 찾아온 조구가 몹시 못마땅했다. 인사를 마치고 조구가 입을 열었다. "초나라 속담에 황금 1백 근보다 계포의 말 한마디가 낫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초나라 사람입니다. 그대 역시 초나라 사람입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천하에 그대의 명성을 널리 알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나를 그토록 싫어하십니까?" 아첨하는 말은 누구에게나 듣기 좋은 법이다. 더구나 정치인이라면 명성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조구의 말은 구구절절 계포의 마음에 와 닿았다. 자신의 명성을 천하에 널리 알리겠다는 사람을 문전 박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 계포는 크게 기뻐하면서 조구를 후하게 대접하였다. 명성은 상품과 같아서 투자를 해야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훗날 조구의 혓바닥 하나로 계포의 이름은 천하에 알려지게 되었다.


명성을 확보하면 더불어 사회자원까지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명성 또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를 관리해 줄 사람이나 자원을 선택할 때에는 반드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잘못된 선택은 지금껏 힘들게 쌓은 명성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는 지름길

부유함과 귀함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면 결코 누리지 말아야 한다. 가난함과 천함은 누구나 싫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엉뚱하게 닥친 것이라 해도 억지로 피하지 말아야 한다. -『논어』「이인」


낙양의 부자 동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비슷한 지역에 모여 산다는 뜻이다. 부자 동네에는 당연히 부자들이 산다. 가난한 사람들은 궁벽한 시골이나 성의 변두리 쪽에 모여 산다. 세상의 이치가 그러했기 때문에 그 누구도 관례를 거스르지 못했다.


낙양의 서쪽에 연고와 치상이라는 동네가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양조업에 종사했는데, 그중에서 하동사람 유백타가 술을 제일 잘 빚었다. 6월의 더위가 극성을 부릴 즈음 도자기 항아리에 술을 담아 햇볕 아래에 열흘 이상을 놓아 두어도 술 맛이 변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가 만든 술은 향기로우면서 독했다. 한번 취하면 한 달이 지나도 깨지 못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때는 북위 효무제 영희 연간이었다. 남청주 자사 모홍빈이 유백타의 술을 가지고 부임지로 가던 중 그만 도적 떼를 만나고 말았다. 술 냄새를 맡은 도적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모조리 술에 취해 현장에서 사로잡히고 말았다. 유백타가 만든 술의 효능은 가히 대단했다. 오죽했으면 당시의 협객들이 "활을 당기고 칼을 뽑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유백타의 봄 술만은 두렵구나." 하면서 찬탄했을까.


부자가 되어 그들이 사는 동네로 들어가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별한 기술, 투철한 직업의식, 상인으로서의 독특한 안목만 있으면 실현 가능했다. 당시 낙양의 서쪽에만 부자 동네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동쪽에도 통상과 달화라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역에 종사하는 상인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정육점을 운영하는 백정부터 부동산 개발업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모두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떤 사업을 하든지 경영에 힘쓰고 생각한 바를 대담하게 행동으로 옮긴다면 돈은 저절로 굴러 들어온다. 정정당당한 방법을 취하든, 보다 빠른 지름길을 택하든, 그도 아니면 샛길도 관계없다. 분명한 것은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지혜와 노력, 그에 수반되는 고생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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