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탐

   
김경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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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 ■ 책 소개
EBS 라디오<대한민국 성공시대&& "성공 책세상"에서 동서고금의 양서를 소개하며 사람들과 책 탐하는 즐거움을 나누는 북 멘토 김경집의 독서일기.문학, 역사, 철학, 예술, 과학 등의 분야에서 베스트셀러보다는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책들을 다수 포함하여 우리의 삶이 더 자유롭고 농밀해질 수있는 52권의 책들을 소개하고, 책을 통한 사유의 과정을 담아낸다. 또한 "같은 듯 다른, 다른 듯 같은" 두 권 이상의 책을 하나의 주제로묶어 소개함으로써 독서의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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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단순히 지식의 축적으로써의 형식적인 책읽기가 아니라, 우리가 애써 외면해왔던 양심을 발견하는 책읽기, 치열하게사유하고 감응하는 책읽기, 끊임없이 묻고 또 물으며 자기성찰과 참 자아의 발견을 게을리하지 않는 실천적 책읽기를권한다.

시사성 있고 정체성을 탐색하는 책들뿐만 아니라,삶의 의미를 반추해볼 수 있는 따뜻한 책들, 소소한 일상의 아름다움과 관계의 소중함을 돌이켜볼 수 있는 넉넉함이 담긴 책들을 함께 아우르며,독자들이 책을 통해 "인생"이라는 질문에 자신만의 답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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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김경집

삶을 세 등분으로 나눠 25년은 배우고,25년은 가르치고, 25년은 글 쓰며 살기를 꿈꾸는 인문학자. 가톨릭대학교 인간학교육원에서 "인간학"과 "영성"을 가르치며, 지성과 인성과영성의 합일로 앎과 삶이 일치하고, 일과 삶이 조화되는 희망을 키우고 있다. 거대담론보다는 소소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좋아하고, 또한 그런 삶을가장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조지프 캠벨이 젊은 날 그랬던 것처럼, 한 5년쯤 시골에 파묻혀 실컷 책만 읽으며 지낼 수 있는 삶에 한 뼘씩다가서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 영혼의 속도가 삶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삶은 그만큼 피폐해진다고 생각하는 그는 책이야말로 우리의 영혼의 속도를처지지 않게 하는 보석이라고 말한다. 더 많은 사람들과 "책 탐하는"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EBS 라디오 <대한민국성공시대&& "성공 책세상"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북 멘토로 활동하면서 숨은 보석 같은 책을 찾아내 소개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나이듦의즐거움』『생각의 프레임』『생각의 인프라에 투자하라』『지금은 길을 잃었을지라도』 등이 있다. 다양한 글쓰기로 세상과 만나려고 작업중이다.

■차례

프롤로그 - 영혼의 속도를 늦추지 않는 법, 책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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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책, 희망을 탐하다
언제나 길은 있다 『기꺼이 길을 잃어라』 & 『잠수복과나비』
나무처럼 살고 싶다 『나무의 철학』 & 『나무를 심는 사람』 & 『나무가 말하였네』
내 인생은 왜 이리도심심하냐고? 『사막의 꽃』 & 『솔로이스트』
늑대와 함께 춤을, 개와 함께 행복을 『특별수업』 & 『개가 되고 싶지 않은개』
수필이라는 이름의 좋은 벗 『친구』 &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511』
인문학에게 길을 묻다 『희망의인문학』

02 책, 정의를 탐하다
그 발칙함이 그립다 『조선의 발칙한 지식인을 만나다』& 『조선 아고라』
두 의사의 길, 세상을 향한 사랑과 열정 『닥터 노먼 베쑨』 & 『체 게바라 평전』
착한 경제, 안되겠니? 『모두에게 공정한 무역』 & 『세계화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잠든 역사를 깨워라 『유럽중심주의 세계사를 넘어 세계사들로』& 『잠들지 못하는 역사, 조선왕릉 1,2』
천사의 탈출 『히말라야를 넘는 아이들』 & 『하늘을 흔드는 사람』
시는삶이다 『우린 식구다』 & 『그 저녁은 두 번 오지 않는다』
조국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광인』

03 책, 정체성을탐하다
위대한 삶, 백 년 『스콧 니어링 자서전』 & 『아듀(Adieu)』
가장 풍성한 고독 『월든』&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영원한 화두, 정체성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 『호밀밭의파수꾼』
영혼의 푸른 멍, 그리고 쌀쌀맞은 달콤함 『머리 속의 악마』 & 『차가운 벽』
이제는 다시 동양이다 『동양철학에세이』 & 『논어금독(論語今讀)』
그 섬에 가고 싶다 『섬』 &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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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책, 창의적 생각을 탐하다
생각의 다양성, 삶의 다양성『생각의 지도』 & 『생각의 탄생』
영혼의 양식, 예술 『천년의 그림 여행』 & 『천년의 음악 여행』
자유롭게,창조적으로!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 & 『창의성에 관한 11가지 생각』
익명의 "공간"에서 의미 있는 "장소"로『감응의 건축』& 『공간의 상형문자』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과학 『과학혁명의 구조』 & 『인터넷은 휴머니즘이다』
못 다해서 완성된이야기 『신화의 시대』 &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신화, 그 오래된 미래 『신화와 인생』 & 『이미지와상징』





책탐

 

프롤로그 - 영혼의 속도를 늦추지 않는 법, 책탐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다. 그래서 종교에서는 탐욕을 모든 죄악의 뿌리로 여긴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린 경제공황도 월가를 주무르던 사람들의 무분별한 탐욕에서 빚어진 결과다. 탐욕에 휘둘리다가 결국 자신을 잃고 다른 이들까지 파멸하게 하는 줄 알면서도 그 탐욕의 성취가 주는 마력을 포기하지 못한다.


하지만 결코 과하지 않는 탐욕이 있으니 다행이다. 흔히 자선은 중독이라고 한다. 그런 중독에 풍덩 빠지는 건 행복하다. 그리고 또 하나 용납되는 탐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책탐(冊貪)이 아닐까? 물론 지식의 욕구 또한 하나의 집착이며 지적 허욕이고 인간의 교만의 뿌리라고 하는 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자신의 영혼을 살찌우고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할 수 있다면, 그 탐욕은 마음껏 부려도 무탈한 일이다.


사실 책에 관한 책들이 많다. 나까지 거기에 한 발 얹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단지 책을 소개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 책은 아니라는 것은 이야기하고 싶다. 이 책을 굳이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을 꼽으라면 두 가지라고 하겠다. 하나는 지식이나 정보에 관한 책과 그에 대한 비평적 접근보다는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자기 성찰을 통해 우리의 삶을 더 따뜻하고 넉넉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책들을 모았다는 점이다.


이런 책들을 함께 찾아서 들춰보고 누군가와 나눔으로써 미약하나마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기꺼이 고맙고 행복한 일이다.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막상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결국은 베스트셀러나 마케팅의 힘을 입은 책들을 고르게 되는 일반적 선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감춰두기에는 아까운 책들을 소개하는 데 비중을 두었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모자란 게 현대인의 삶이다. 자투리 시간 그냥 버리지 않고 오면가면 또는 잠시 쉬거나 누구를 기다릴 때마다 책을 가까이 한다면 우리의 삶은 훨씬 더 살갑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더 행복해질 것이다. 영혼의 속도가 삶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우리의 삶은 피폐해진다. 책은 삶의 속도를 늦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속도를 처지지 않게 하는 보석이다. 속도와 풍경을 함께 누리는 그런 삶을 가져다주는 책탐은 그래서 행복하다.



책, 희망을 탐하다

내 인생은 왜 이리도 심심하냐고?

『사막의 꽃』 와리스 디리/캐틀린 밀러, 이다희 옮김, 섬앤섬, 2005

『솔로이스트』 스티븐 로페즈, 박산호 옮김, 랜덤하우스, 2009


물리학에 벡터와 스칼라라는 게 있다. 스칼라는 방향을 가지고 있지 않고 크기만 가지고 있는 물리량이다. 질량이나 온도, 크기 등 물체의 속성과 관련 있는 것들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에 벡터는 크기와 방향을 가지고 있는 양으로서 두 가지 정보를 모두 표현할 수 있는 화살표로 나타낸다. 속도, 가속도, 힘, 전기장, 자기장 등 대부분의 중요한 물리량은 바로 벡터다. 화살표를 갖고 있다는 것. 그것은 곧 삶의 방향성이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지 않는다던가? 포기하는 삶은 의외로 평화로울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박제된 삶일 뿐이다. 내가 좌절하고 슬퍼하며 노여워하는 건 바로 그만큼 힘이 있다는 것이다. 방향을 품고 있어야 벡터가 되어 현실적인 힘으로 나타난다. 그 벡터의 방향성이 바로 사랑이며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다.


세상을 바꾼 검은 신데렐라

와리스 디리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인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유목민 소녀였다. 와리스 디리는 할례 후 자신을 늙은 남자에게 시집 보내려는 아버지의 계획을 알고 무작정 집을 뛰쳐나온다.


와리스의 앞날은 순탄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우연히 주영대사인 이모부가 가정부를 구한다는 말을 듣고 다짜고짜 지원했다. 운명은 이모와 이모부가 소말리아로 귀환할 때 와리스가 귀국을 거부하고 혼자 남는 데서 시작된다. 이제 그녀는 완전히 버려진, 철저히 홀로된 존재다. 여권 기한이 지나서 어쩔 수 없이 계약결혼으로 여권을 얻지만 결국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날려 또 한 번의 고비가 찾아온다. 그래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레블론 최초의 흑인모델로 당당하게 이름을 날리게 되었고, BBC에서 그녀의 감동적인 삶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여기까지는 고생 제법 한 파란만장한 신데렐라 스토리일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유명해진 뒤 자신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이 겪은 야만적 여성 할례를 고발하고 아프리카 여성의 인권을 위해 용감히 맞섰다. 가난한 아프리카 유목민의 딸로 사막을 떠돌다 스스로 관습의 사슬을 끊고 마침내 세계적 모델이 된 와리스 디리. 수많은 질곡을 겪으며 인간 승리로 우뚝 선 그녀의 삶은 우리에게 당신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당신의 삶이 정말 그리도 힘든가?라고 묻는다.


상처 받은, 그러나 고결한 검은 영혼

『솔로이스트』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스티브 로페즈가 우연히 지하차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는 흑인 노숙자를 발견하면서 시작되는 실화다. 그의 이름은 나다니엘. 그는 당시 줄리어드의 유일한 흑인 학생이었다. 지금도 흑인 클래식 연주자들이 흔치 않으니 당시에는 말할 것도 없었을 게다. 자칭 타칭 백인 천재들이 득시글대는 줄리어드에서 유일한 흑인 학생으로서의 삶은 고달프고 외로웠을 것이다. 겉으로 말은 하지 않아도 속으로는 깜둥이 주제에!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읽었을 그에게 유일한 출구는 오로지 음악뿐이었다. 그러나 이미 그의 영혼을 갉아먹기 시작한 정신병은 그 출구조차 봉쇄했다. 결국 그는 자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엉뚱한 세상으로 흘러갔다. 어쩌면 거기에서는 그동안 그를 옥죄던 굴레들이 없어서 행복했을 것이다. 로페즈는 나다니엘을 알게 될수록 그의 영혼을 다시 건져내고 싶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진실한 우정을 통해 서로의 삶을 이끌었다.


내 삶은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두 사람의 삶은 스칼라가 아닌 벡터로서의 삶을 현실로 드러내 보인 사람의 삶이다. 그렇게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삶이 진정 행복한 삶일 것이다.



책, 정의를 탐하다

잠든 역사를 깨워라

『유럽중심주의 세계사를 넘어 세계사들로』 한국서양사학회 엮음, 푸른역사, 2009

『잠들지 못하는 역사, 조선왕릉 1,2』 이우상 글, 최진연 사진, 다할미디어, 2009


사실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세계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열심히 세계화를 외친다.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가장 기본적인 세계의 역사에 무지하면서 어떻게 세계화를 추구하고 실현할 수 있다고 보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세계사 교과서라는 게 또 문제다. 문명의 발상지에서부터 출발한다지만, 교과서를 들춰보면 이는 곧 유럽의 고대사와도 같다. 물론 교과목은 세계사니까 인도의 고대사도 적당히 끼워 넣고 중국의 역사도 대충 언급하지만, 중심은 유럽이다. 아프리카나 남미(라틴 아메리카라는 명칭도 그렇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라틴 민족이 점령해서 그렇게 부른다는 게 얼마나 어불성설인가. 사실 아메리카라는 대륙의 이름도 유럽인들이 제멋대로 지은 것에 불과하지만)는 거의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그런데 교과목은 엄연히 세계사다. 서양문명의 영향권에 살고 있고, 역사라는 걸 체계적 학문의 틀로 마련한 게 서양에서 비롯되었으니 조금 이해할 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결코 세계사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유럽중심의 세계사 또는 유럽인들의 시각에서 본 부분적 세계사일 뿐이다.


사실 동양 특히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만큼 역사를 늘 중시한 곳은 드물다. 제왕도 귀족들도 늘 역사를 공부하면서 세상과 인간을 읽었다. 다만 그걸 역사학이라는 체계적 학문의 틀로 굳이 만들지 않았을 뿐이다. 역사가 서양인들의 전유물일 수는 결코 없다. 그러니 유럽중심주의의 세계사를 벗어나야 한다. 이 책의 주제가 바로 그것이다.


어떻게 역사를 볼 것인가?

2006년 한국서양사학회 학술대회의 성과를 발전, 보완시킨 책 『유럽중심주의 세계사를 넘어 세계사들로』의 장점이자 미덕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간적으로 그리고 전 지구적 공간으로 확장시켜 펼쳐 보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책 한 권을 보는 것으로 시대적/지역적 역사의 흐름과 당시 세계 역사의 중심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한다. 특히 제4부의 「유럽중심주의를 보는 시선 :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까지」는 많은 점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탈냉전과 대서양 공동체의 분열」부분은 현대성의 흐름을 비서구중심적 분석 틀에서 벗어나 냉정하게 현실을 인식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무엇보다 기존의 정치/경제 중심의 역사관을 탈피해서 다양한 문화적 접근도 망라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위대한 세계문화유산, 조선의 왕릉

서울 근교에 왕릉이 많이 흩어져 있어서 어렵잖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건 행복한 일이다. 지금은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능역에 올라갈 수 없어서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지만 곡장(曲墻)이며, 능침, 병풍석과 난간석, 지대석 그리고 망주석과 문인석, 무인석 등 많은 장식물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조금씩 다르다. 이것은 당대의 상황이나 안목 또는 예법 등의 차이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작은 것들을 통해서 우리는 잠자는 역사를 깨워 만날 수 있다.


능의 주인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가 살았던 시대의 역사는 면면이 이어져 지금 우리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그 무덤의 주인을 깨워 당시의 역사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면, 왕릉을 방문하는 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역사의 체험이 될 것이다.

그런 바람에 딱 맞을 뿐 아니라 시기적으로 아주 적절하게 나온 책이 바로 『잠들지 못하는 역사, 조선왕릉 1,2』다. 전문적인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역사와 유적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 그 시대 사람 사는 모습을 글로 그려내는 솜씨를 가진 이가 직접 여러 차례 발품을 팔아 얻은 결실이다.


- 무덤의 주인을 깨워라

"왕릉순례는 죽음과 역사라는 두 가지 화두와의 만남이다. 조선 왕릉은 왕조 500년 역사의 타임캡슐이다. 역사는 살아 있는 교훈이자 화해의 축제이다. 500년 조선의 역사를 폐기된 역사책이 아닌 생생한 역사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 왕릉이다. 그곳에는 해마다 봄이면 파란 잔디가 새롭게 돋고, 가을에는 단풍 치장이 현란하다. 눈보라 치는 날엔 절해고도의 면백 수행자처럼 의연하다."


"최상의 법문은 죽음이다"라는 화두를 품고 긴 시간 왕릉을 순례한 길라잡이의 넉넉한 인심과 친절한 안내를 따라 길을 나서보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우리가 읽어내지 못한 가치를 유네스코가 제대로 알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걸 한편으로 부끄러워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워하면서. 죽은 역사가 아닌 살아 있는 역사를 꺼내보기 위해…….



책, 정체성을 탐하다

위대한 삶, 백 년

『스콧 니어링 자서전』 스콧 니어링, 김라합 옮김, 실천문학사, 2000

『아듀(Adieu)』 엠마뉘엘 수녀, 김주경 옮김, 오래된 미래, 2009


정직한 근본주의자, 스콧 니어링

한 탄광도시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진보적 경제학자, 생태주의자, 채식주의자로 검약이 몸에 밴 채 꼭 백 년의 삶을 살다 스스로 곡기를 끊고 세상과 작별한 사람이 있다. 스콧 니어링(1883~1983). 은둔과 노동, 절제와 겸손, 자연과의 조화를 실천한 삶만으로도 존경의 몫은 넘친다. 그러나 그의 삶이 진정 위대하고 아름다운 건 1세기를 채워온 삶에서 단 한 번도 자신의 원칙을 포기하거나 거짓과 권력에 굴복하거나 타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의 두 번째 아내 헬렌 니어링과 함께 쓴 『조화로운 삶』(2000, 보리)을 먼저 읽은 사람들은 어쩌면 그들이 단순히 생태적 실천가라고만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그 책에서 이미 왜 자신들이 시골로 가니 희망이 있었다고 했는지, 개인으로서는 만족할 삶이었지만 버몬트 마을 사람들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고백했는지, 그들의 삶의 철학은 무엇인지 알아챌 수 있다.


돈과 거리가 먼 경제학자

그는 우선 경제학자였다. 경제학을 전공했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친 학자였다. 그의 경제학은 부자의 경제학이 아니라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에게 인간과 경제의 진정한 가치를 가르치고 깨우치는 경제학이었다. 남의 불행을 담보로 한 행복은 어떠한 경우에도 진정한 행복일 수 없다. 나중에 그는 이 남의 불행을 생태의 문제로까지 확산한다(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환경과 생태는 미묘한 의미의 차이가 있다. 환경(環境, environment)은 말 그대로 인간을 둘러싼 자연, 즉 인간의 중심이라면 생태(生態, ecology)는 더불어 함께 사는 형태를 뜻한다. 니어링은 생태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니어링은 되묻는다. 살아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인정한다면,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으로,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를 끝없이 물어야 한다고.


백 살입니다. 이제야 여러분에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 말은 엠마뉘엘 수녀가 쓴 『아듀(Adieu)』라는 책의 부제다. 카이로의 넝마주의라고 불리는 엠마뉘엘 수녀는 1908년에 태어나서 여든한 살에 이 책을 쓰기 시작했고, 세상을 떠나기 두 해 전, 그러니까 아흔여덟 살에 원고를 수정, 보완, 증보해서 펴냈으며 처음이자 마지막인 그녀의 책이 되었다.


이스탄불, 튀니지 그리고 이집트와 수단으로

그녀는 예순을 훌쩍 넘을 때까지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끊임없이 가난과 무지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찾아갔다. 그녀는 마침내 그토록 그리던 이집트 빈민가로 가게 된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의 삶은 엠마뉘엘 수녀의 삶의 대전환점이자 대단원이었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넝마주이들이 모여 사는, 그야말로 이집트에서도 가장 가난하고 힘겨운 삶의 현장이었다. 그녀는 가난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그곳의 환경을 깨뜨리기 위해 교육과 위생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그녀가 넝마주이들을 위해 마련한 가장 멋진 쾌거는 이들을 위한 바닷가 별장이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휴식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았다. 사랑의 눈으로 보지 못하면 결코 알 수 없는 섬세한 배려였다.


엠마뉘엘 수녀는 이미 이집트뿐 아니라 프랑스와 벨기에 등에서 유명 인사가 되었다. 그녀는 젊은이들을 찾아다니며 열정적인 연설을 통해 물질적 풍요 속에서 정신은 빈곤해지는 그들에게 삶의 의미와 사랑을 전했다.


사랑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녀가 불쌍한 이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다는 것보다 더 감동을 준 건 그녀의 열린 종교적 태도였다. 그녀는 자신이 수녀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종교적 선교도 내세우지 않았다. 그녀는 사랑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모든 것이 하나로 통합된다는 믿음을 끝까지 실천했고, 자신이 아무것도 손에 넣지 못했음을 겸손하게 신에게 감사했다.


스콧 니어링과 엠마뉘엘

두 사람의 삶은 어찌 보면 대조적이다. 한 사람은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키며 철저하게 자급자족적 삶을 꾸려나가며 시골에서 가난하게 살았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온 세상을 누비며 열정적으로 사랑을 베풀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반대의 길을 간 것이 아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일관된 삶을 살았다는 점에서 그들의 삶은 닮았다. 그들의 삶을 더 많은 사람들이 닮을 수 있기를, 그런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본다.



책, 창의적 생각을 탐하다

생각의 다양성, 삶의 다양성

『생각의 지도』 리처드 니스벳, 최인철 옮김, 김영사, 2004

『생각의 탄생』 로버트 루트번스타인/미셸 루트번스타인, 박종성 옮김, 에코의 서재, 2007


동양과 서양, 어떻게 그리고 왜 다른가?

『생각의 지도』를 읽다 보면 정말로 동양 사람들의 생각의 구조와 서양 사람들의 생각의 구조가 이렇게 다른 것일까? 하고 새삼 놀라게 된다. 우리가 그냥 일반적으로 그런 경향이 있다고만 여겼던 것들을 이론과 임상을 통해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동양과 서양의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을 다룬 책이다.


분명 머지않아 세계의 중심이 동양으로,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동아시아 쪽으로 옮겨가는 건 시간문제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저 경제력과 군사력만 커진다고 해서 세계의 중심이 되는 건 아니다. 균형 잡힌 사고와 문화적 통찰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동양과 서양의 사고의 차이와 특징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동서양은 이제 서로 다른 둘이 아니다. 언젠가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서로의 문화를 수용해서 중간쯤에서 수렴될 것이라는 저자의 견해에 동의한다면 이 책은 좋은 안내서일 뿐 아니라 지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지도일 뿐 내비게이션은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우리의 문화와 서양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자의 후손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후손들을 해부하는 새로운 비교문화 연구서로서 이 책은 흥미진진하고 도전적인 질문을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길, 통합의 길을 그려주고 있다.


창조적 사고와 지식의 대통합을 꿈꿔라

책에 따르면 모든 지식은 관찰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그것은 수동적인 보기가 아니라 적극적인 관찰이어야 한다. 그러면서 재스퍼 존스의 그림들을 예로 든다. 그의 대표작 <국기> 시리즈는 유령처럼 보이는 갖가지 환영과 치밀하게 짜여 있는 표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대상을 반복적으로 제시하고 변형시킨다. 처음에는 어, 저게 뭐야? 저것도 그림이야?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게 출발점이다. 우리가 그동안 보아온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다시 보도록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 우리의 생각이 수동적 활동이 아니라 매우 적극적이며 능동적인 창의적 활동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깨닫게 한다. 가르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만큼 훌륭한 배움은 없다.


전인을 길러내는 통합교육

우리가 이 책에 주목해야 하는 건 책 자체가 뛰어나서이기도 하지만, 특히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반성하고 구체적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은이 부부는 진지하게 통합교육의 중요성을 제시한다. 창조적인 인물은 일과 취미를 조화시킨다. 단순히 아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다양한 생각도구들이 다양한 주제와 변주로, 때로는 오케스트라로, 때로는 실내악이나 독주곡으로 연주되는 이 책은 항상 책상 위 한편에 놓아두고 아무 때나 아무 꼭지나 열어보면 생각이 굳어지는 걸 막아줄 것이다.


생각이 멈추면 삶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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