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은 비단 학업에 열중하는 중고생들만의 것이 아니다. 최근한 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97.4%가 자신의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길 바라고 있으며, 직장생활에 있어서 글쓰기의 중요성을 절감하고있다고 한다. 더욱이 개개인의 목소리가 여론 주체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인터넷 환경을 가진 시대에, 내 생각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글쓰기능력은 누구에게나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저자는 꾸준히 연습하면 바이엘에서 체르니 단계로 피아노 실력이 향상되듯이 글쓰기 역시 연습과 훈련을통해서 "달필"의 실력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포인트 글쓰기는 "P(포인트 파악하기)-O(아웃라인짜기)=I(배경 정보 넣기)=N(뉴스 넣기)-T(생각, 느낌, 의견 넣기)"의 과정을 거친다. 더불어 대표적인 실용 글쓰기인 서평, TV 리뷰,비즈니스 라이팅(보고서, 기획서)에 응용할 수 있도록 예시도 소개하고 있다. 다년간 인터넷 시민 기자 양성에 힘쓴 저자만의 노하우가 담긴책.
■ 저자 임정섭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졸업하고 서강대 디지털미디어 석사, 연세대 언론대학원 최고위과정을 수료했다. 대학 졸업 후 「세계일보」「경향신문」「서울신문」 등에서 오랫동안기자로 지내왔다. 그는 현재
& 기획력과 글쓰기 필살기가 돋보이는 그의 이력은 참으로 다양하다. 1998년천리안, 유니텔을 비롯한 PC통신에 국내 최초로 시민 기자들의 신문고 역할인 이색 뉴스 사이트를 개설했다. 당시 그가 기획했던 ‘특종 비하인드스토리, 온라인 핫뉴스, 책 속의 특종, 아이디어 특종’은 오늘날 <노컷뉴스>, <도깨비뉴스>, <북데일리>,<아이디어홀릭>과 같은 사이트로 진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2004년 선보인 국내 첫 스토리텔링 기법의
& 이제 그만의 글쓰기 방식은 놀라운 직관력과 기획력이 더해져 ‘스타이론’으로탄생되었다. 마치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 중 유난히 빛을 발하는 초신성을 찾아낸 것처럼, 그의 이론은 자칫 묻힐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기는 최적의기획 툴이다. 여기에 글쓰기 프로그램이 더해져 ‘스타이론’은 기획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법칙으로 쓰일 것이다.
■ 차례
머리말
PART 01 글쓰기에 대한 생각 바꾸기
멋진 글 대신 쉬운 글을 쓰자 | 감상 대신 줄거리를 쓰자| 거창한 것 대신 일상을 쓰자 | 장문 대신 단문을 쓰자 | 글쓰기는 재능이 아니라 기술이다
PART 02 글쓰기 새 방법 ‘포인트라이팅’
1장 ‘포인트 라이팅’이란?
포인트를 알면 글쓰기 절반이 끝 | 주제 대신 포인트를 잡아라 | 글의 기본구조는 3단계다 | 감동 포인트를 정확하게 맞춰라
2장 포인트 라이팅 기법
작가+기자적 글쓰기를 하라 | 스토리텔링 글을쓰라 | 쉽고 빠르고 재미있게 쓰자 | 화제•정보•감동•논란, 네 범주로 쓰자
3장 실전 포인트 라이팅
‘글의 구조’를 기억하라 | P - 포인트를파악하라 | O - 아웃라인을 짜라 | I - 배경 정보를 넣어라 | N - 뉴스를 넣어라 | T - 생각, 느낌, 의견을 넣어라 | 재료를갈무리한 뒤 서평을 요리하자
PART 03 글쓰기 연습과 기술
1장글쓰기 연습
요약하기로 기본기 닦아라 | 줄거리를 잘 쓰면 글도 잘 쓴다 | 묘사는 단계별로 연습하자 | 의미부여로 글을 업그레이드하라
2장 글쓰기 기술
Intro 쓰기 - 첫 문장에 올인하라 | ①호기심을 자극하라 | ② 직선처럼 곧장 들어가라 | ③ 따옴표로 시작하기 | ④ 질문을 던지며 들어가라 | ⑤ 줄거리를 요약해서 보여주기 | ⑥영화, 책 이야기나 개인적인 경험 털어놓기 | Ending 쓰기 - 마음을 움직이게 하라 | ① 반전을 통해 독자의 허를 찔러라 | ② 포장의기술 - 내용을 멋지게 규정하라 | ③ 핵심 키워드를 결말에 넣어라 | ④ 화룡점정, 감동을 극대화하라
PART 04 글쓰기의 법칙
1장 중복불가의 법칙
‘것’ 자를 남용하지 말라 | ‘도’, ‘등’을 자주 쓰지 말라 | 주어를 반복해서 쓰지 말라 | 단어와 문장의 중복을 피하라| 똑같은 어미는 변화를 주라
2장 금지의 법칙
과잉 수식과 수사를 금지한다 | 한 문장에 이중 주어사용을 금한다 | 자신 없는 표현을 줄여라 | 생뚱한 단어나 문장을 사용하지 말라
3장 축약의 법칙
불필요한 말을 없애라 | ① 한자투의 표현 | ②필요 없는 비교 | ③ 과잉 감정 | 빼도 좋을 조사는 과감히 빼라
4장 단문쓰기의 법칙
문장의 허리를 끊어라 | 접속사를 활용하라 |※실전 첨삭지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열 가지 오류
PART 05 실전 글쓰기
1장 서평 잘쓰는 8가지 방법
문체부터 등장인물까지 모두 소재다 | 콘셉트나 용어부터 파악하라 | 공감할 수 있는 내용 위주로 써라 | 책 표지나띠지, 서문도 서평의 소재다 | 독자의 궁금증을 자연스럽게 풀어주자 | 흥미로운 단어로 핵심을 엮어라 | 뉴스, 정보 혹은 특종을 찾아라 |책과 책, 책 속의 책을 주목하라
2장 생생한 TV 리뷰 5가지 노하우
드라마 기사는 드라마틱하게 써라| 오락형 기사에는 스타의 비밀을 밝혀라 | 개그 기사는 웃기게 써라 | 시사형 기사는 정확하게 써라 | 비평 기사는 근거를 들이대라
3장 비즈니스 라이팅의 법칙
핵심을 던진 다음 이유를 설명해라 |눈높이를 맞추고 감동시켜라 | 눈길을 확 끌 포인트를 찾아라 | 문서를 작성한 뒤 말로 해보라 | ‘기획형 보고서’엔 분석과 전략을 넣어라 |기획서는 다섯 가지 재료가 필수다 | ‘스타이론’을 활용하라
글쓰기 훈련소
PART 01 글쓰기에 대한 생각 바꾸기
멋진 글 대신 쉬운 글을 쓰자
글 초보자는 글 자체가 두렵다. 백지를 앞에 놓고 한없이 배회한다. 쓸 거리가 생각나지 않고 뭘 써야 할지 모른다. 주어진 ‘과제’만 다를 뿐, 고민의 강도와 깊이는 창작을 하는 작가들과 마찬가지다. 때론 쓸 말이 머릿속에 잔뜩 있는데 쉬이 글로 나오지 않는다. 소재나 주제를 알고 있지만 못 쓰는 경우다. 이것은 마치 말을 하기 위해 애쓰는 말더듬이와 다를 바 없다. 미시마 유키오가 쓴 『금각사』의 주인공 ‘미조구치’의 비애감이 딱 그 상황이다.
말을 더듬는 건 나와 바깥세계 사이에 높인 장벽이었다. 언제나 처음으로 내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와주지를 않았다. 그 처음 소리가 나의 내부세계와 외부세계 사이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라고 할 때, 그 열쇠로는 쉽게 문이 열린 적이 없었다. …(중략)… 말더듬이가 말문을 열려고 조바심하는 마음속은 마치 찰진 찰떡에서 몸을 떼어내려고 파닥거리고 있는 참새와 다를 바 없다.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글을 잘 쓰려 하고, 멋진 표현이나 아름다운 문장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글이 아름답고 고상하며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글을 쓴다는 행위를 대단한 일로 여긴다. ‘좋은 글’에 대한 이러한 강박관념은 글쓰기를 소외시킨다. 글은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다.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상대가 소통하는 도구다. 은유나 비유와 같은 수사법은 그 다음 이야기다. ‘글에 꼭 들어가야 할 요인은 무엇인가’, ‘어떤 점을 두드러지게 할 것인가’, ‘어떻게 써야 상대를 설득할 수 있을까’ 따위의 고민이 ‘어떻게 멋진 표현을 쓸까’보다 앞서야 한다. 바로 실용적 글쓰기의 고민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렵고 멋진 글이 아니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다. 고급스런 글이기 이전에 명료한 글이다. 뛰어난 글에 앞서 자연스런 글이다. 이 바쁜 세상에 글 한 편을 쓰는 데 논문이나 작품 쓰듯 몇 날 며칠 진땀을 흘려야 되겠는가?
과거에도 글쓰기의 미덕은 간략하고 쉽게 쓰는 것이었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은 ‘어렵고 교묘한 말로 글을 꾸미는 건 문장의 재앙’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글이란 자신의 마음과 뜻을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전할 수 있도록 쉽고 간략하게 짓는 것’이라고 했다. 정조는 ‘글은 복잡하고 번거롭기보다 간략해야 한다’며 ‘엄청나게 많은 분량의 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고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한 점도 제대로 맛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면 쓸모가 없는 것’이라고 꿰뚫었다.
글쓰기를 달리기하듯, 축구하듯, 노래 부르듯 쉽게 생각하자. 워밍업을 조금 한 후에 곧바로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무엇을 쓸까 생각하다 아이디어가 떠오른 순간, 죽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에 앞서 할 일은 글에 대한 무게감을 털어버리는 일이다. 우리는 그 지점에서 출발할 것이다.
PART 02 글쓰기 새 방법 포인트 라이팅
포인트 라이팅이란?
- 포인트를 알면 글쓰기 절반이 끝
‘포인트 라이팅’은 포인트를 통해서 글쓰기를 정복하는 기법이다. 쓰려는 대상에서 포인트를 찾고, 포인트(P-O-I-N-T)란 순서에 따라 글을 쓰고, 상대의 마음을 파고들 수 있는 포인트를 주며 글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먼저 ‘포인트 찾기’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는 눈을 통해 세상을 본다. 세상을 판단하는 것은 시신경으로 연결된 우리의 뇌이며, 뇌의 판단을 이끄는 것은 이제까지 쌓아온 우리의 지식과 경험이다. 글쓰기는 세상 속에서 쓸 만한 글감을 찾는 일과 같다. 글감을 잘 찾으려면 글감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글쓰기는 어딘가에서 글감을 길러와야 하는 상황과 같다. 뛰어난 작가는 어떤 호수에 ‘펄떡이는’ 글감이 많은지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싱싱한 글감을 낚는다.
작가는 뛰어난 관찰자다. 평범한 대상에서 비범한 그 무엇을 찾아낸다. 대상을 보는 예리하고 독특한 시각이 있다. 때때로 작가는 솜씨 좋은 요리사다. 흔해 빠진 재료 몇 개로 훌륭한 요리를 하고, 마법처럼 뚝딱 맛깔스런 음식을 식탁 위해 내놓는다. 작가에게 요리는 손맛이 아니라 ‘눈맛’이다. 이 경우 작가와 가장 비슷한 이는 기자다. 그는 남이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보며, 세계를 독특하게 해석한다. 좋은 글감을 찾기 위해선 이처럼 사물을 보는 날카로운 눈과 집요한 탐구력, 예민한 감각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찾아내는 것이 바로 포인트이며, 글쓰기의 재료다. 글감을 찾는 것은 포인트를 찾는 것이다.
포인트란 첫째, 보이는 사물의 특징이다. 예를 들어 여기 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우리는 그를 아주 빠른 시간에 인식하고, 의식 혹은 무의식 속에서 모종의 판단을 내린다. ‘얼굴이 참 곱상하네, 눈이 참 예쁘군, 콧날이 오똑하군’과 같은 생각이다. 여기서 포인트란 얼굴, 눈, 이마이다. 그런데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른 탓에 포인트를 달리 잡을 수도 있다. 같은 대상을 보고 ‘얼굴이 기생오라비 같이 생겼네, 눈이 예쁘긴 한데 좀 날카롭군, 코가 높아서 고집이 세게 생겼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감 = 포인트
포인트 = 사물의 특징
사물의 특징 = 포인트 = 보는 눈에 따라 다르다
만약 관상학자라면 얼굴에 대해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릴 것이다. 다시 말해 ‘미용 전문가’는 얼굴의 포인트를 보통 사람보다 더 잘 찾을 게 분명하다.
포인트는 보이는 사물에서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경험에서도 얻을 수 있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에서 소재를 찾아야 할 때, 가만히 그 속에서 떠오르는 ‘특별한 무엇’이 바로 포인트다. 종합하면 글감 찾기는 사물이나 현상 혹은 기억, 그리고 경험에서 포인트를 찾는 일이며, 작가는 포인트를 제대로 찾아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PART 03 글쓰기 연습과 기술
글쓰기 연습
- 요약하기로 기본기 닦아라
글쓰기는 생각을 표현하기에 앞서 현상을 서술하거나 묘사하는 법부터 연습해야 한다. 자유자재로 ‘서술’과 ‘묘사’를 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르기 위해 우리가 연습할 방법은 ‘요약하기’와 ‘줄거리 쓰기’다. 소설가 박상우는 『작가』를 통해 소설을 읽고 난 다음 독서노트에 간략한 내용과 특징, 좋은 문장을 채록해왔다고 밝혔다. 그것이 글을 쓰거나 작가적 소양을 쌓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간략한 내용 요약, 이것은 누구나 평소 할 수 있는 요약의 기초다. 이 요약하기는 미국의 글쓰기 교육에서도 강조하는 사항이다. 미국 고등학교 교사 출신인 김문희 씨는 작문교과목이 아닌 일반 교과에서의 글쓰기 교육에 대해 ‘요약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면 문학작품에 대한 요약을 하고, 그 작품에 대해 학생들의 감상을 써오게 한다. 또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고 작가와는 다른 결말을 지어오도록 한다.
- <오마이뉴스>, 2008년 1월 31일자
요약을 잘하기 위해선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원본과 차이 없이 서술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요약은 글을 단순히 압축하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창조라고 볼 수 있다.
글을 요약하는 방법은 두 가지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요약에 꼭 넣은 정보를 골라내는 일이며, 다음은 정보를 배열하는 일, 즉 쓰는 일이다. 정보를 추출하는 일은 사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글쓰기 실력과 상관없다. 따라서 대부분 사람들이 잘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막상 해보면 녹록하지 않다. 실제로 요약하기 숙제를 내주면 많은 허점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글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쓰기 때문이다. 뭐가 중요한 정보인지 숙고하지 않고 글을 쓰면 반드시 누락되는 게 생긴다. 다른 하나는 읽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은 채 본인 위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요리와 비교해보면 좀 더 이해가 빠를 것이다. 본인이 먹을 밥상은 대충 차린다. 하지만 어르신께 대접할 때 계획을 세우고, 이것저것 많이 차린다. 빠진 것이 없나 체크하면서 말이다. 글도 똑같다. 꼭 필요한 정보는 밑줄을 그어 ‘저장’해놓은 뒤 요약해야 한다.
요약하기를 줄거리 쓰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둘은 명백하게 다르다. 요약하기는 원문 자체를 분량만 줄이는 것이다. 반면 줄거리 쓰기는 그 내용을 나름대로 가공해서 이해하기 쉽게 서술하는 것이다.
요약을 잘하는 방법은 첫째, ‘말로 해보기’다. 이것은 정보를 추출하는 법에 관한 팁인데, 머릿속으로 요약을 한 뒤 독백 을 해보면 좋다. 다른 사람, 이를테면 아이나 친구한테 들려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요약을 잘하는 둘째는 원문을 계속 줄여나가는 것이다. 글을 A4용지 한 장 정도로 압축한 뒤 그 분량을 절반씩 줄인다. 즉 A4반 장, 세 단락, 한 단락, 한 줄, 이런 식으로 말이다. 처음엔 어렵지만 숙달되면 잘할 수 있다. 글을 잘 쓰는 이들은 요약을 능숙하게 한다. 요약의 대상은 짧은 동화나 이야기, 혹은 신문 기사로 하면 무난하다.
- 마구쓰기
글문이 터지지 않은 땐 ‘마구쓰기’를 해보자. 말 그대로 백지 위에 마구 써보는 행위다. 하다 보면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전혀 몰랐던 정보와 아이디어가 튀어나온다. 마구쓰기는 전문 작가가 되기 위한 글쓰기 연습 과정 중 하나다. 마구쓰기는 글문을 틔우는 일이며, 내 안에 잠재된 글쓰기 능력을 계발하는 과정이다.
사실 우리의 뇌에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엄청난 정보가 보관되어 있다. 필요할 때마다 그 정보는 엄청난 속도의 정보처리 과정을 거쳐 뇌수면 위로 떠오른다. 일본 최고 저술가 중 한 명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지식의 단련법』을 통해 ‘무의식의 능력을 믿으라’며 다음과 같은 사례를 들었다.
“무인도에 표류했다고 하자. 기억에만 의지해 국어사전을 만든다고 한다면 어떨까? 아마 볼 만한 사전이 나오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국어사전을 당장 펴보라. 아마도 대부분의 내용은 이해할 것이다.”
마구쓰기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단문으로 쓸 것, 한번 시작하면 일정 시간 멈추지 말고 쓸 것, 맞춤법을 의식하지 말 것이다. 이 과정은 일종의 ‘나 홀로 브레인스토밍’이며, 주제를 정하고 쓰면 더 좋다.
PART 04 글쓰기의 법칙
중복 불가의 법칙
- ‘것’ 자를 남용하지 말라
좋은 신문 기사를 물 흐르듯 유려하다. 독자들은 읽으면서 걸림돌을 느끼지 못한다. 이것은 기자가 기사를 쓰면서 ‘기사 작성의 법칙’을 지켜낸 덕에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기사엔 온통 법칙 투성이라고 해야 옳다.
마찬가지로 좋은 글은 ‘글쓰기의 법칙’으로 완성된다. 글쓰기 법칙, 정확히 말하면 ‘첨삭지도의 법칙’엔 중복 불가의 법칙, 금지의 법칙, 축약의 법칙, 단문쓰기의 법칙 등 네 가지가 있다. 글쓰기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법칙이 ‘중복 피하기’다. 글은 어두에서 어미, 명사에서 조사, 단어부터 문장에 이르기까지 중복이 있으면 세련된 글이 될 수 없다. 단, 작가들은 의도적으로 혹은 문장의 리듬상 중복을 허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초보자는 ‘중복 불가의 법칙’을 지켜야 한다.
중복을 피하려는 노력이 글쓰기 실력이 된다. 즉 중복하지 않기 위해 다른 단어를 찾고 문장을 바꾸는 과정에서 글쓰기가 향상되는 것이다. 보통 글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중복은 ‘것’ 자이다. ‘것’자를 없애다 보면 글쓰기가 향상된다. 때론 ‘것’을 대체할 단어가 마땅치 않을 수도 있지만 반드시 찾을 수 있으며, 찾아내야 한다. 왜냐하면 ‘것’으로 인해 ‘무대’에 나와야 할 숱한 단어들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것’ 자를 푹 쉬게 하고, 대신 예쁘고 고운 단어들을 써서 저마다 개성을 드러내도록 해야 한다.
- ‘도’, ‘등’을 자주 쓰지 말라
조사 ‘도’ 자의 중복 역시 초보자에게 빈번하게 나타나는 버릇이다.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사용하거나, 왠지 안 쓰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도’ 자의 남용을 부른다. 그런데 대부분 생략해도 말이 된다. 속담 ‘님도 보고 뽕도 따고’는 ‘님 보고 뽕도 따고’로 해도 전혀 문제없다. 비슷한 사례로 ‘꿩 먹고 알 먹고’가 있다. 유의할 점은 ‘도’를 사용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너무 많이 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의식하지 않고 쓰다 보면 남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의존명사 ‘등’ 자도 중복을 경계해야 한다. ‘등’ 자는 같은 대상이나 종류가 더 있음을 나타낸다. 따라서 글에서 꼭 필요한 단어이긴 하다. 그러나 한 단락에 둘 이상 <등> 자가 들어가는 것은 좋지 않다.
- 똑같은 어미는 변화를 주라
감상문을 쓰다 보면 느낌을 나타내는 동사가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똑같은 어미를 두 번 이상 쓰는 것도 중복이다.
우리들은 영화를 본 후 남녀 간의 성(性)과 사랑, 일과 삶에 대해 생각했다. 특히 갈등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우리들은 영화를 본 후 남녀 간의 성(性)과 사랑, 일과 삶에 대해 생각했다. 특히 갈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인터뷰처럼 누군가 한 말을 옮길 때는 ‘~라고 말했다’라는 어미를 많이 쓰게 되는데, 두 번 이상 나오면 중복에 해당된다. 이런 때는 보통 ‘밝혔다’, ‘전했다’, ‘덧붙였다’와 같은 동사로 바꿔서 변화를 준다. 글을 쓸 때 아래처럼 다양한 ‘어미 사전’을 알고 있으면 중복을 피할 수 있으며, 문장이 살아난다.
말문을 열었다. / 운을 뗐다. / 말했다. / 전했다. / 주장했다. / 설명했다. / 부연했다. / 더했다. / 곁들였다. / 덧붙였다.
웃음에 대한 표현 역시 여러 가지 어미를 동원, 표현을 다양하게 함으로써 글을 맛깔스럽게 만들 수 있다.
웃음을 자아냈다. / 웃음보를 자극했다. / 배꼽을 잡게 했다. / 폭소를 이끌어냈다. / 박장대소했다. / 폭소탄을 터뜨렸다.
비판적인 글에선 다음과 같은 어미들을 활용할 수 있다.
꼬집었다. / 쓴소리를 던졌다. / 힐난했다. / 비판했다. / 비난했다. / 일갈했다. / 공격했다. / 맹공을 퍼부었다. / 집중 포화를 날렸다.
요즘 방송에서 토크쇼나 버라이어티를 보면 여러 연예인이 나와서 말잔치를 벌인다. 방송 리뷰를 할 경우 곧잘 등장하는 단어는 다음과 같다.
추임새를 넣다. / 너스레를 떨었다. / 익살맞은 표정을 지었다. / 농담을 던졌다. / 말을 거들었다. / 약을 올렸다. / 시치미를 뚝 뗐다.
단문쓰기의 법칙
- 문장의 허리를 끊어라
글은 다이어트하듯 줄일 수 있는 데까지 줄여야 한다. 몽테뉴는 “싫증나는 문장보다 배고픈 문장을 쓰라”고 했다. 이는 간결하게 쓰라는 뜻이다. 보통 글쓰기를 끝내고 난 뒤 ‘잘 썼는지’ 보기 쉬운데, 그보다는 글을 ‘더 줄일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축약의 첫째 방법은 문장을 끊어 단문으로 만드는 일이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진주성 일원에서 독자 100여 명과 답사에 나선 작가 김별아 씨가 낭랑한 목소리로 소설을 낭독했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진주성 일원에서’, ‘답사에 나선’이란 수식어가 있다. 문장을 한 번 끊었을 뿐인데 훨씬 간결하고 긴장감이 든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진주성 일원. 독자 100여 명과 답사에 나선 작가 김별아 씨가 낭랑한 목소리로 소설을 낭독했다.
다음 문장을 보자. 글쓴이는 시간순으로 글을 썼다. 네 문장이 한 단락으로 되어 있다. 다음과 같이 손질을 하면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해진다.
성공회 성직자로 평생을 봉직한 그는 교회의 고위직에 오르고자 노력을 했건만 정치적인 이유로 실패했다. 그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의 불행한 현실에 분노했고, 불운한 현실 때문에 책을 썼다. 책은 18세기 초 유럽 전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읽히고 있다. 책의 주인공은 바로 조나단 스위프트이다.
성공회 성직자로 평생을 봉직한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교회의 고위직에 오르고자 노력했건만 정치적인 이유로 실패했다. 한편으로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의 불행한 현실에 분노했다. 이 때문에 책을 썼다. 책은 18세기 초 유럽 전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읽히고 있다. 조나단 스위프트 이야기다.
가끔 끊기 어려운 문장도 있다. 그러나 숙달되면 끊을 수 있다.
기자회견 중 커플링을 보여달라는 요청에 “제가 손이 못생겨서, 어렸을 때 쿵푸를 배워가지구요”라고 말하며 쑥스럽게 손에 낀 반지를 보여주던 황정민에게,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는 리포터가 즉석에서 쿵푸 동작을 제안, 황정민이 기억을 더듬어 어설픈 ‘학권’을 선보이게 된다.
-드라마 <그 바보> 기자회견
기자회견 중 커플링을 보여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황정민은 “손이 못생겨서, 어렸을 때 쿵푸를 배워가지구요”라고 말하며 쑥스럽게 반지 낀 손을 내밀었다. 이때 리포터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즉석에서 쿵푸 동작을 제안했다. 황정민은 기억을 더듬어 어설픈 ‘학권’을 선보였다.
PART 05 실전 글쓰기
눈높이를 맞추고 감동시켜라
글쓰기는 상대에 따라 달라진다. 아이에게 쓴다면 쉽게 설명하듯 해야 한다. 웃어른에겐 예의바르게 써야 한다. 업무용 글쓰기는 더 엄격하다. 반드시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며 써야 한다. 이것은 곧 상대의 입장에 선다는 걸 의미한다. 상대의 마음을 읽고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점은 내용을 이해하도록 쓰는 일이다. 아무리 뛰어난 글이라 해도 상대가 이해할 수 없다면 빵점이다.
비즈니스 문서에서 있어선 안 될 한자어
중구난방: 생각을 하지 않고 마구 떠듦.
중언부언: 이미 한 말을 자꾸 되풀이함.
횡설수설: 조리가 없이 말을 지껄임
비즈니스 문서를 받을 상사나 거래처 직원의 ‘상황’은 보내는 쪽의 입장과 다르다. 늘 업무에 치여 바쁠 수 있다. 제목이나 서두만 보고 문서를 닫거나 한번 쓱 훑어보고 던져버릴 수도 있다. 보내는 입장에서야 최선을 다해 읽어주길 원하지만 희망사항이다. 이쪽에서 상대를 ‘혹하게’ 만들지 않으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비즈니스 문서는 상대를 기분 좋게 하는 글이다. 보고서 하나로 감동까지 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감동은 상대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때 나타난다. 예를 들면 상대에게 꼭 필요한 내용을 주는 일이다. 요즘엔 정부기관이건 대기업이건 뭔가 새로운 기획이 절실하다. 이때 ‘이거다’ 싶은 제안서나 기획서를 만들어주면 상대는 감동한다. 소소한 감동은 늘 주고받는 이메일에서도 나올 수 있다. 메일 뒤에 꼬리말을 다는 것이 한 방법이다. 받는 사람이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도록 말이다. 멋진 문구를 쓰는 이들은 꼭 성공한다. 좋은 글을 가슴에 담아두면 좋은 생각을 하게 되고, 좋은 생각이 좋은 행동을 낳기 때문이다.
눈길을 확 끌 포인트를 찾아라
글쓰기에서 포인트를 찾는 일은 비즈니스 문서에서도 중요하다. 보고서나 기획서 모두 무엇을 강조할 것인지가 분명해야 한다. 이를테면 세미나에 다녀와서 보고서를 써야 할 경우, 당연히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이것은 ‘이번 세미나에서 뭐가 특별했지’라고 자문해보는 경우와 같다.
실용적인 글의 3요소는 배경-내용-의견이다. 이 세 가지를 나열만 하면 밋밋한 ‘설명서’와 다름 없다. 따라서 무엇을 강조할 것인지 포인트를 잡아야 한다. 포인트는 배경-내용-의견 중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상황에 따라 강조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배경을 예로 들어보면 이렇다.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누가 참가했는지가 배경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때 대통령이나 장관과 같은 특별한 손님이 참가했다면, 그것이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보고서 첫 줄은 ‘제 몇 회 컨퍼런스를 대통령께서 자리하여 빛냈다’가 장식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용에 포인트가 있을 수 있다. 컨퍼런스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 발표됐다면 그것이 포인트다.
글쓰기는 다음처럼 진행된다. 배경과 내용, 의견을 따로 써둔다. 이어 부각시켜야 할 포인트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포인트가 속한 부분을 맨 앞에 넣고, 나머지 부분을 넣는다. 하지만 포인트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보는 일이 맨 앞일 수도 있다. 즉 순서는 별 상관이 없다.
비즈니스 글쓰기 과정
① 배경, 내용, 의견을 따로 쓴다.
② 포인트가 무엇인지 파악한다.
③ 포인트가 속한 부분을 맨 앞에 넣고, 나머지 요소를 배치한다.
포인트를 잡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선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고, 상상해보는 일이 필요하다. 남산에 올라가서 여의도 쪽을 바라보라. 그러면 서울 시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왼쪽엔 63빌딩이 있고 오른쪽엔 쌍둥이 빌딩이 있다. 그 앞에 유유히 한강이 흐르고 있다. 최근엔 고수부지를 리모델링해 새롭게 단장했다. 도한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되어 재건축이 본격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 여의도에 대해 ‘현황 보고서’를 쓴다면 무얼 포인트로 잡을 것인가. 너무 포괄적이긴 하지만, 어떤 것이라도 하나를 잡아서 두드러지게 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