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쉬운 글쓰기

   
김지노
ǻ
지상사
   
13000
2009�� 04��



■ 책 소개
어떻게 해야 쉽게 글을 잘쓸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쉬운 글쓰기』에서 제안하는 글 잘 쓰는 방법은 ‘맨땅에 헤딩하기’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글쓰기는 어렵다는고정관념과 처음부터 잘 써야한다는 욕심과 부담을 버리고 자신의 생각을 담담히 풀어나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렇게 그냥 글을쓰다보면, 수도승이 면벽수도를 통해 깨달음을 얻듯이 ‘정신적 돌연변이’를 일으켜 자연히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된다고주장한다.


글 읽기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단이라면, 글쓰기는 그렇게받아들인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밝히는 수단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얻고 모든 일을 자신의 의도대로 하기 위해서는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글쓰기가 필수적이다. 하얀 백지에 자신의 생각을 채워나가는 일부터 시작하라.막연하지만 그냥 쓰다보면 그 와중에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될 것이다. 


■ 저자 김지노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교에입학했고, 10여 년에 걸쳐 세계를 여행하면서 세계 유수의 대학교들을 탐방했다. 28살 때부터 대학 강단에 서기 시작하여 지금도 대학생들에게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그는 왜 공기를 팔았는가?』『남자의 인생전략 55』『세계사 시간여행』『서비스에 미쳐라』 등이 있다. 월간「행복한 동행」에 2년간 칼럼을 실은 바 있다. 글쓰기는 곧 손가락 노동이라는 저자의 생각이 ‘지노(指勞)’라는 필명에 들어있다.


■ 차례
[프롤로그] 글쓰기는현실이다


0교시 물고기 낚는 법
스승으로섬긴다


1교시 맨땅에 헤딩하라!
평범한 놈,튀는 놈, 훌륭한 놈
깨달음 : 새로운 생명체로 거듭나기
천재는 모두 글을 잘 쓴다(?)
날마다 행하면 향상된다
글쓰기는삶의 질을 좌우한다


2교시 글쓰기는 삶의 질을 바꾼다
실확보하기
글을 쓰면 머리가 좋아진다
글쓰기 : 포기할 수 없는 과목
패배는 있어도 포기는 없다

3교시글은 비유다
비유 = 이름
비유의 달인
요령을 허락하지 않는다


4교시 관찰하라 : 글쓰기는 분석에서시작한다
인간의 치명적 특징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전개


[특강] 논술시험 점프하기
쟁점을 중심으로 싸우기
논술시험 논제의한계
서울대 제시문
분석이 창조를 부른다
입체적인 이해력 기르기


5교시 재미없는 글은 쓰지 마라
새로움과짜임새
재미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재미있는 논술문
재미있는 글로 변신하기


6교시 글쓰기 낙서와 3분간글쓰기
낙서는 아이디어를 부른다
위대한 발견은 알고 나면 쉽다
기발한 발상
10분간글쓰기


7교시 글쓰기 6칙
제1칙 뚜렷한 주제와요점
제2칙 흥미로운 서론
제3칙 일관성 있는 본론
제4칙 적절한 비유
제5칙 치밀한 추리
제6칙 적합한결론


8교시 글쓰기 5계
제1계 보지않기
제2계 되게 하기
제3계 리듬 타기
제4계 단정내리기
제5계 섬세하게 쓰기

9교시"아이디어 파일"과 "읽은 책 파일"
배경지식이 글쓰기를 돕는다
독파하기


[수업을 마치며] 글쓰기는 끝이 없다
[에필로그] 글쓰기 교육의성과
[부록 1] 논제들의 족보
[부록 2] 맨땅 헤딩의 산물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글쓰기


맨땅에 헤딩하라!

은유적인 의미에서 사람들은 백미(白眉)가 되고 싶어 합니다. 훌륭한 것들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무엇이 되어야 역사에 이름이라도 한 줄 남길 수 있기 때문이죠. 뛰어난 것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백미(白眉)는 돌연변이를 필요로 합니다. 이때 돌연변이는 눈에 보이는 돌연변이가 아닙니다. 정신적 돌연변이입니다. 정신적 돌연변이야말로 인간을 다른 생물과 다르게 만드는 핵심입니다.


정신적 돌연변이가 무엇일까요? 1 더하기 1은 2다라는 생각은 정신적 돌연변이가 아닙니다. 인과 관계에 상관없이 나타나는 우연하고도 갑작스러운 생각이 정신적 돌연변이입니다. 갑자기 머리에서 떠오르는 어떤 생각은 예측을 불허하고 놀라움을 불러일으킵니다. 흔히 영감이 떠오른다라고 하지요? 창조적인 일의 계기가 되는 착상이나 자극을 영감이라 합니다. 이런 영감은 정신에서 우연히 번쩍 떠오르는 정신적 돌연변이입니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도 정신적 돌연변이입니다. 깨달음도 정신적 돌연변이입니다. 깨닫는 행위는 아무리 인과적/논리적으로 설명해 줘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무엇이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작가들 중에는 "글을 쓰고 있어야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때, 그냥 글을 쓴다는 것은 흔히 하는 말로 맨땅에 헤딩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그냥 글을 쓰는 행동은 달마가 벽 앞에 앉아 면벽 수도를 했던 행동과 닮아 있습니다. 말하자면 면컴 수도입니다. 벽이나 컴퓨터는 앞이 가로막혀 있다는 면에서 비슷합니다. 벽이 가로막혀 있다는 인식은 정신적 돌연변이를 거치기 위한 첫 번째 단계입니다. 부단하게 벽을 뚫으려고 시도하는 과정은 정신적 돌연변이를 거치기 위한 두 번째 단계입니다. 결국 맨땅에 헤딩하기야말로 깨달음으로 통하는 왕도입니다.


하얀 종이 위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 나가는 일은 그야말로 맨땅 헤딩입니다. 맨땅 헤딩이야말로 깨달음을 위한 최고의 공부 방법이라는 인식을 먼저 해야 합니다. 그런 인식이 선행돼야 맨땅 헤딩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고, 드디어 벽이 뚫렸을 때 희열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맨땅 헤딩을 수없이 하다보면 어느 순간 벽이 뚫립니다. 그 순간이 깨달음의 순간입니다. 그 순간이 정신적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순간입니다. 그 순간들이 모일 때 흑미는 비로소 백미로 변화합니다. 쉬지 않고 맨땅 헤딩을 반복하는 작은 물방울이 마침내 커다란 바위에 구멍을 뚫는 법이거든요.



재미없는 글은 쓰지 마라

재미의 본질은 첫째 새로움입니다. 상투적이고 진부한 이야기는 분명히 재미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예측을 불허하는 소설이나 영화에 재미를 느낍니다. 영화나 소설에 현실 세계에서는 볼 수 없거나 쉽게 보기 힘든 것들이 등장하는 이유도 새로움 때문입니다. 주제도 새로워야 하지만 문체도 새로워야 하고, 전개도 뻔하지 않게 해야 됩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글의 제목도 새로워야 합니다. 아무리 새로운 내용이라도 글의 제목이 진부하면 흥미를 유발시킬 수 없습니다.


재미의 두 번째 본질은 치밀한 짜임새입니다. 사람들은 영화를 볼 때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와 리얼한 스토리를 원합니다. 사람들이 리얼한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치밀한 짜임새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많은 우연의 일치는 치밀한 짜임새가 주는 재미를 반감시킵니다.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더욱 짜임새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는 자칫 치밀한 구성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개그맨은 사람들로 하여금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일은 피를 말리는 일이라고 하더군요. 새로워야 하지만 치밀한 짜임새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독창성이 상위에 속하고 치밀함이 하위에 속합니다.


재미있는 사람, 즉 새로움과 치밀한 짜임새가 조화된 뭔가를 내놓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새로움과 치밀한 짜임새가 조화된 것을 보면 재미를 느낄 줄 아는 능력을 발전시켜야 하겠지요.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하는 사람도 공부를 즐기면서 하는 사람을 따라가지는 못한다는 말이 있지요? 순수한, 혹은 일차적인 재미의 근원에서 재미를 느낄 줄 알아야 합니다. 항상 순수한 본질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재미있는 창조물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재미를 선사합니다. 적극적인 재미 추구자는 정말로 재미있는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글쓰기 낙서와 3분간 글쓰기

맨땅 헤딩으로 재미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하얀 백지가 필요합니다. 종이 위에 기록하는 것은 신속하고 자유롭습니다. 사실 기록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지요. 낙서라는 표현도 정확하지는 않지만 기록이라는 표현보다는 오히려 낙서가 적절하겠군요. 글쓰기를 위한 낙서는 브레인스토밍, 마인드 맵 등과 연결됩니다.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은 창조적 사고를 자극하기 위하여 알렉스 오스본(Alex Osborne)이 제창한 집단 자유 발상법입니다. 브레인스토밍이란 말 그대로 뇌(brain) 속에 폭풍을 일으키는(storming) 일입니다. 즉, 자신의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모든 아이디어를 일깨워 중요한 사고로 일구어 내는 방법이지요. 브레인스토밍은 여러 명이 할 수도 있고 혼자서도 할 수 있습니다. 여러 명이 할 때는 가능한 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서로 다른 시각들이 만나 우연하게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때 참석자 모두가 자유스럽게 사고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떠오르는 대로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말하는 것이 중요하고, 절대 남의 의견에 대해서 평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인드맵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시다. 마인드 매핑(Mind Mapping)은 토니 부잔(Tony Buzan)과 부잔 협회(Buzan Organization, Ltd.)가 1960년대에 창안한 방법입니다. 단어를 조합하여 아이디어 및 개념의 초안을 잡은 후 그 아이디어를 넓혀 가는 것이 마인드 매핑입니다. 한 마디로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간단한 지도(그림)를 그려 나가는 것이지요. 우선 종이 중앙에 원을 하나 그리고 그 안에 주제어를 적습니다. 그런 다음 주제어와 연관되어 떠오르는 키워드들을 적어 나갑니다. 나무가 가지를 뻗듯 여러 개의 생각의 가지가 뻗어 나가게 합니다. 원에서 가지들이 다양하게 많이 퍼져 나갈수록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아이디어들을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글쓰기 낙서라는 말을 만들었습니다. 글쓰기 낙서란 글감을 찾기 위해 낙서를 하며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입니다. 이때 낙서를 한다는 생각으로 자유롭게 해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됩니다. 나는 학생들로 하여금 낙서를 하듯 노트 필기를 하게 합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의문점, 깨달은 점 등을 자유롭게 낙서하라고 주문하지요. 단, 무의미한 낙서가 아니라 글쓰기를 위한 낙서를 하게 합니다. 잘 썼다고 느껴지는 글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요소들을 잘 연결한 글입니다. 글쓰기 낙서는 머릿속의 희미한 것들을 수면 위로 약간 떠오르게 합니다. 그리고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요소들을 어느 정도 연결할 수 있게 합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키워드들을 떠올리는 일입니다. 키워드들을 잘 떠올리느냐의 여부가 창조적인가의 여부를 결정합니다. 키워드들을 잘 떠올리려면 일단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많은 독서를 하라고 권하는 것입니다. 텔레비전을 볼 때도 시사/다큐 프로그램 같은 것을 즐겨 보면서 많은 지식을 흡수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브레인스토밍 게임을 하다보면 오기가 생겨 자연히 많은 지식을 흡수하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키워드들을 잘 떠올리려면 무한정한 키워드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글쓰기를 처음 배울 때는 질보다 양에 치중해야 합니다.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나는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글의 양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방법을 추천하고자 합니다. 그 이유는 원고지 10장을 쓰는 훈련을 하다보면 문장의 질은 반드시 향상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양을 조절하는 방법이 결국은 문장의 질을 향상시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글쓰기 6칙

제1칙 뚜렷한 주제와 요점

주제는 등뼈에 해당하고 요점들은 그 등뼈와 연결된 팔 다리 뼈들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등뼈가 하나인 것처럼 글의 주제도 오직 하나여야 합니다. 주제가 무엇이건 간에 그것은 글 전체에 침투되어 있어야 합니다. 주제가 글쓰기의 핵심입니다. 튼튼한 등뼈를 위해서 너무 넓은 주제는 피해야 합니다. 관련성 없는 것을 주제에 포함시키면 안 됩니다. 주제를 압축시켜야 합니다. 주제가 확실하고 간단한 것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생각해야 압축이 가능합니다. 어려운 낱말이 있을 때 그 어려운 낱말을 쉽게 풀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어떤 주제를 생각할 때 그것이 아주 간단해질 때까지 깊이 생각하라는 것은 바로 분석을 끝까지 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주제를 잡을 때 분석을 하여 최소 단위에 도달하려고 해야 합니다. 글쓰기를 하는 과정에서 주제의 주요 단어를 반복하는 것은 주제를 더욱 확고해지게 만듭니다. 주제가 확고히 정해진 다음에 요점들, 즉 팔 다리 뼈들이 선택되어야 합니다. 팔 다리 뼈를 한 손의 손가락들로 셀 수 있듯이 요점들도 한 손의 손가락들로 셀 수 있을 정도로 한정되는 것이 좋습니다. 이 필수적인 요점들을 등뼈인 주제와 결합시켜야 합니다.


너무 많은 점들을 설명하려는 마음은 일종의 함정입니다. 독자는 한 번에 한정된 사상만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글이 길면 길수록 요점은 더 간결해야 하고, 강렬하면 강렬할수록 요점은 더 명료하게 규정되어야 합니다. 어떻게든 글이 간결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간결하다는 인상을 주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요점들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에 더해 요점들을 확실하게 위치시켜야 합니다.


제2칙 흥미로운 서론

서론의 첫 문장은 글 전체의 인상을 결정합니다. 생선회를 먹을 때 초장을 찍어 먹지요. 초장 맛은 생선회 요리 전체의 첫인상을 결정합니다. 그래서 맛있는 초장을 만드는 비법이나 맛있는 양념장을 만드는 비법은 함부로 가르쳐 주지 않지요. 서론은 초장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서론은 독자의 주의를 확실하게 잡아끕니다. 그리고 독자를 준비시킵니다. 훌륭한 서론으로써 일단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흥미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주제가 독자와 관련이 있고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합니다. 주제가 가치 있다는 것을 설득시킬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해서 서론에서 비유를 들 수도 있습니다. 혹은 문제제기를 할 수 있습니다. 일련의 질문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서론은 너무 길어서는 안 됩니다. 언제 본론으로 들어갔는지 모르게 서론에서 본론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서론이 너무 산만하거나 세밀하면 좋지 않지요. 서론은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을 희생하는 일 없이 본론을 향해서 일정하고 질서 있게, 그리고 연쇄적으로 신속히 나아가야 합니다. 즉 공백 없이 완벽해야 합니다.


제3칙 일관성 있는 본론

본론은 일관성 있게 전개해 나가야 합니다.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글의 완성도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 심각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하나의 논리적인 전체를 이루기 위해 여러 부분을 내부적으로 단단히 결속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관성 있는 전개는 대개 여러 부분들을 논리적인 순서로 배열하기만 해도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각 단락들이 순차적으로, 점진적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중요도 순이나 연대순이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순서대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결론을 먼저 제시하고 난 다음에 실증해 나가는 식으로 전개를 할 수도 있고, 잘못된 입장을 지적하고 나서 밟혀 나가는 식으로 전개를 할 수도 있습니다. 앞 단락의 핵심어나 특정한 단어, 혹은 사실을 그 다음 단락에서 언급하면서 전개해 나가는 것도 본론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결국 훌륭한 글쓰기의 관건은 얼마나 논리적으로 각 단락이 흘러갔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유기적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순서적인 배열만으로는 부족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공고한 이음이 필요합니다. 한 부분에서 다음 부분으로 넘어가기 위한 다리가 필요합니다. 특정한 낱말과 구에 의해 때나 관점의 변화로 생기는 공백을 채우기 위해 다리 역할 하는 도구가 바로 연결사입니다. 연결사들이 기단과 기단을 잘 이어줍니다. 이런 연결사와 함께 완전한 문장으로 된 변환 표현도 적절히 구사해야 합니다. 단순한 연결사 이상이 필요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독자를 다른 쪽으로 완전히 인도해야 할 때 변환 표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연결사들이 남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일관성 있는 본론을 위해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생략입니다. 관련이 없는 것은 과감하게 생략할 필요가 있습니다. 양이 있으면 음이 있는 법이지요. 양을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서는 음이 확실해야 합니다. 생략은 음입니다. 완성으로 나아가는 마지막 부분에 있는 것이 생략입니다. 생략은 글을 다듬고 고칠 때 필요합니다.


제4칙 적절한 비유

비유는 서론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본론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유는 독자의 머리에 뜻 깊은 인상을 줍니다. 흥미를 자극하고 중요한 사상을 강조합니다. 사람의 사고 과정을 자극하고 새로운 사상을 쉽게 파악하게 하지요. 어떤 예를 드는 것이나 사례를 드는 것 또한 비유를 드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적인 예를 통해서 보편적인 전체적인 것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수한 것을 통해 보편적인 것을 이해한다는 의미에서, 비유를 드는 것이나 예를 드는 것은 같습니다. 결국 비유를 드는 것이나 예를 드는 것은 한 번에 볼 수 없고, 이해하기 힘든 거대한 대상을 정확히 보고 이해하기 위해 본질상 동일한 작은 것을 동원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유를 드는 것은 기교의 차원이 아니라 글쓰기에 있어 핵심 중의 핵심입니다. 결국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이라는 주관적인 것, 특수한 것을 객관적인 것, 보편적인 것이 되게 하는 일입니다. 논술은 타당한 논거들, 쉽게 풀이해서 타당한 논술 증거들을 제시하여 독자를 설득하는 일입니다. 독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면 자신의 생각을 보편적인 것이 되게 한 것이죠. 작은 것에서 시작해서 큰 것으로 나아가는 것, 하위적인 것에서 시작하여 상위적인 것으로 나아가는 것이 논술입니다. 작은 것에서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야 합니다. 작은 것을 이야기하다보면 어느새 큰 것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작은 것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자기가 확실히 아는 것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제5칙 치밀한 추리

독자를 확신시키기 위해서는 추리를 해 나가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논술을 하는 이유는 논술자의 주장이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지게 하기 위함입니다. 논술자가 말하는 바를 독자들이 믿어버리면 논술의 목표는 100% 성취된 것입니다. 그러나 논술은 맹신을 유도하지 않습니다. 논술은 독자의 믿음이 아니라 의심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독자는 당연히 의심해야 합니다. 논술은 종교적인 글이 아니라 과학적인 글입니다. 독자의 의심은 왜?라는 질문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어떻게?, 누가?, 어디에서?, 언제?, 무엇을? 등의 질문은 단지 사실과 정보만을 묻지만 왜?라는 질문은 이유를 묻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왜?는 독특합니다. 단순한 사실 이상을 설명하길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사고능력을 요구하는 것이죠.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맨땅 헤딩을 해야 합니다. 추리 역시 맨땅 헤딩과 통합니다. 추리라는 것이 무엇일까? 쉽게 풀이하면 추측 이해 정도가 되겠지요.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알지 못하는 것을 미루어서 생각함이 추리입니다. 미루어서 생각하는 것, 추측하는 것은 곧 맨땅 헤딩 하는 것입니다.


추리를 치밀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못들을 자석으로 끌어당길 때 너무 빨리 끌어당기면 자석의 자기력의 범위를 벗어나게 됩니다. 천천히 추리를 해 나가면서 독자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어야 합니다. 여유를 가지고 철저하게 증명해야 하고, 예상되는 반론을 논파하면서 증명해야 하고, 수사적인 질문들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증명해야 합니다. 때때로 권위자의 말을 인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직하게 문맥을 살피면서 뜻이 부합하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통계수치 같은 것을 인용할 때는 구체적이어야 하며 정확해야 합니다.


제6칙 적합한 결론

적합한 결론이란 독자로 하여금 진리를 깨닫게 하는 결론입니다. 그렇게 해서 감동을 느끼게 하고 뭔가를 결심하게 하는 결론입니다. 굳건한 기초를 놓고 기단을 쌓아 올려서 멋진 탑의 모양을 완성시킨 다음 탑의 꼭대기에 깃발이나 상징적인 모양을 다는 것이 결론을 내리는 것에 해당합니다. 잘 설치된 탑 꼭대기의 깃발이나 상징물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얻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적합한 결론을 보고 독자는 감동을 얻습니다.


결론을 내릴 때는 한 두 문장으로 주제와 요점들을 시원하게, 날카롭게 집중시켜야 합니다. 결론에서 주제와 요점들을 날카롭게 집중시켜 독자의 머리에 넣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흔히 마지막에 했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결론이 약하면 그 앞의 내용들도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 부분에서 말을 잘못 쓰게 되면 글의 일관성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쨌거나, 어차피, 좌우지간 등은 자신의 논리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는 말입니다. 따라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런 말들을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마지막 몇 문장은 강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질질 끌어서는 안 되며, 결론에서 흥미에 집착해서도 안 됩니다. 결론에서는 독자가 결심하도록 자극해야 합니다.



글쓰기 5계

제1계 보지 않기 : 썼던 문장을 보지 않으면서 계속 글을 써 나가야 합니다. 말하기를 걷기에 비유할 수 있다면 쓰기는 달리기와 비슷합니다. … 오랫동안 달리려면 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요. 처음에는 천천히 달리는 게 좋습니다. 빨리 달리다가 걷다가 또 달리다가 하는 것보다는 천천히 계속 달리는 것이 좋은 것처럼 글을 쓸 때도 계속 쉬지 않고 쓰는 것이 좋습니다. 자기 쓴 문장을 보지 않으면서 계속 앞으로 나가야 합니다. 하루에 쓸 목표량을 정해놓고 일정 기간 동안 꾸준히 그 분량만큼 글을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제2계 되게 하기 : 글은 스스로 형성되어진다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어떤 정형화된 틀에 맞춰서 대입하듯이 글을 쓰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일단 그런 식의 글쓰기는 재미가 없습니다. 랩퍼 자신도 어떤 가사가 나올지 확실히 모릅니다. 대강 어떤 식의 가사를 읊조릴 것인지는 생각하겠지만 정확히 어떻게 운을 맞춰가면서 어떤 단어를 구사할 것인지를 미리 정확하게 생각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자신도 예상치 못했는데 랩이 멋지게 나왔을 때 랩퍼는 희열을 느끼게 되지요. 글쓰기도 그렇습니다. 자신도 확실히 예상치 못했는데 글이 되어가는 것을 느낄 때, 그리고 마침내 글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글쓴이는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글쓰기의 희열은 그런 것입니다. 이런 희열을 정형화된, 혹은 타이트한 구성이나 개요를 위해 희생시켜서는 안 됩니다. 구성이나 개요는 필요합니다. 요는 너무 구성이나 개요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제3계 리듬 타기 : 박진감 넘치는 글은 여러 번 읽어도 또 읽고 싶어집니다. 박진감 넘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리듬감을 살려서 글을 써야 합니다. 리듬감을 살리면서 글을 쓰기 위한 첫째 방법은 한 문장의 양적인 부분과 음적인 부분의 조화를 꾀하는 것입니다. 문장은 크게 주부와 술부로 나눌 수 있지요. 주부를 주어부라고 하기도 하며, 술부를 서술부라고 하기도 합니다. 주부는 주어 단독으로나 주어와 그에 딸린 부속 성분으로 이루어진 부분을 뜻하며, 술부는 서술어 단독으로나 목적어, 보어 또는 그에 딸린 부속 성분으로 이루어진 부분을 뜻합니다. 주부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술부는 그렇지 않습니다. 주부가 양이며 술부가 음입니다. 리듬은 양과 음이 지속적으로 반복할 때 발생합니다. 남자인 주부와 여자인 술부의 완벽한 궁합이 리드미컬한 글, 박진감 넘치는 글을 만드는 것이지요. 결국 한 문장의 양적인 부분과 음적인 부분의 하모니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제4계 단정내리기 : 글을 쓸 때는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한없이 겸손하려면 아예 글을 쓰지 않으면 됩니다. 글이란 본질적으로 오만과 관련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논술은 자신의 주장이 들어가야 합니다. 본질적으로 오만한 것이 글, 특히 논술문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자신 있게 글을 써야 합니다. 오만하게 단정을 내려야 할 때 단정을 내려야 합니다. 이른바 최고의 석학이라 불리는 학자들은 수동태나 추상명사를 잔뜩 사용해서 애매모호하게 비비 꼬는 진술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자기의 주장이 초래할 수 있는 파장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지겠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과감하게 진술을 하는 것입니다. 단정적으로 말해서 단정은 내려야 합니다.


제5계 섬세하게 쓰기 : 글은 섬세하게 써야 합니다. 문장이 매끄러워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자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글은 본질적으로 오만한 것이면서 동시에 멋진 것입니다. 멋진 세계를 추구하는 사람은 한없이 예민해져야 합니다. 말보다 글은 멋집니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속어보다 표준어가 더 멋집니다. 평가를 받는 처지가 아니라 할지라도 글은 멋지게 써야 합니다. 바느질이 확실하게 되어 있지 않은 명품이 있을까요? 명품 논술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세한 부분에까지 신경을 써야 합니다. 정확한 단어를 구사해야 하며 정확한 띄어쓰기를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못할 때 독자 앞에는 빨간 신호등이 켜지게 됩니다. 아무리 논술문의 내용이 좋다 하더라도 그 빨간 신호등 때문에 독자는 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글을 작성했으면 수정을 해야겠지요. 어떤 학생은 초고가 끝나면 글이 완성된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그것은 뜸을 들이지 않은 밥과 같습니다. 설익은 밥을 먹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퇴고는 뜸을 들여 밥을 완성하는 과정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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