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양

타임 패러독스

시간은 왜 중요한가

시간의 경제학

시간은 우리가 소유한 것 가운데 가장 귀한 것이다. 고전경제학파의 이론에 따르면, 자원은 희귀하고 사용처가 많을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이를테면 황금과 같은 자원도 처음에는 그저 누런색을 띤 금속일 뿐 별다른 가치가 없었다. 금광의 수에 반비례해 금의 사용처가 계속 늘어가면서 값이 터무니없이 치솟았다. 희소성과 가치의 관계를 잘 알고 있는 우리에게 이는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다이아몬드, 금, 지폐 등 사람이 소유하는 모든 것은 다시 보충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의 경우는 다르다. 이생의 시간을 단 1초라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잘못 사용한 시간을 돌려받을 길 역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한번 흘러가버린 시간은 영원히 되돌려 받지 못한다. 그러니 벤저민 프랭클린이 한 말 가운데 다른 것에 관한 건 전부 맞을지 몰라도 시간이 돈이라는 말은 틀렸다. 이 세상을 통틀어 가장 희귀한 자원인 시간은 사실 돈보다 훨씬 가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의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시간의 가치를 은연중에 인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시간당 비용에는 시간의 가치가 내포되어 있다고 믿는다. 다른 사람의 시간을 사용하는 대가로 돈을 내며, 가치 있는 시간일수록 더 비싼 비용을 부담한다. 시간을 들여 만든 수제품은 기계로 찍어낸 공산품보다 당연히 비싸며, 세심하게 공을 들여 차려내고 먹는 음식은 패스트푸드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일에는 순순히 더 많은 돈을 내놓는다. 우편물의 익일 배달, 드라이클리닝, 직행 항공편, 편의점의 물건 등은 모두 우리가 시간에 부여하는 고유한 가치 때문에 추가 금액이 붙는다.

하지만 이처럼 소중한 시간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면서도 자신이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에 관해 숙고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점은 정말 놀랍다. 왜 돈은 현명하게 쓰면서 시간은 그러지 못할까? 시간은 저축할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쓰기로 마음먹든 그렇지 않든 흘러가 버리는 게 시간이니까 말이다. 아니면 시간을 쓴다는 행위의 의미가 모호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반면 돈이 관련된 거래에는 유형의 물건을 주고받는 의식적인 행위가 일어난다. 시간은 돈처럼 주고 뭔가를 받을 수도, 병에 담아 물건과 바꿀 수도 없으니 유형의 자산보다 가치가 덜한 것처럼 느껴진다. 시간에 관해 생각하는 법을 배울 기회가 전혀 없었던 까닭도 시간을 쉽게 쓰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우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물질적 재산을 벌어들이는 일에 시간을 쓰는 것보다 휴가나 의미 있는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데 쓸 때 더욱 만족한다. 또한 시간에 대해 조금만 더 주의 깊게 생각해도 상당한 이득을 얻는다. 다시 말해, 시간이란 무엇이며,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삶을 향상시키려면 시간을 어떤 식으로 보고 사용해야 하는지를 따져보면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무슨 일이든 하려고 결정하면 다른 일을 할 기회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기회비용의 개념에는 당신이 투자하는 자원이 고귀하며, 다른 대상을 젖혀두고 그 대상을 선택하면 비용이 따른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도처에서 시간이나 돈을 투자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이 발생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어떠한 일에 시간을 투자하면 다른 일을 할 무수한 기회를 비용으로 내놓아야 한다. 돈의 경우 은행에 예금해두면 사라지지 않지만, 시간은 그렇지 않다. 좋든 싫든 인생의 매순간에 써야 하며, 주머니에서 끊임없이 새 나가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시간 투자에도 기회비용이 따른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고 나면 시간을 사용하는 데 좀 더 신중해지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시간 사용법을 배우게 된다.

시간이 중요한 또 한 가지 이유는 시간의 상대성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무한한 에너지와 완전 소멸의 가능성을 모두 제시해 세상과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관점을 바꿔놓았다. 하지만 시간은 아인슈타인이 방정식으로 훌륭하게 표현한 것보다는 조금 더 개인적인 이유에서 상대적이다. 시간은 아인슈타인이 밝혀낸 객관적인 물리법칙과 뉴턴이 밝힌 운동 법칙의 지배를 받지만, 또한 주관적인 심리 과정의 영향도 받는다. 감정적인 상태, 개인의 시간관, 속해 있는 사회의 삶의 속도 등 다양한 요인이 시간을 경험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물리법칙을 바꾸거나 제어하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시간을 보는 관점을 조절하는 일은 가능하다. 각각의 관점이 이로운 때와 그 이유를 알게 되면 삶에서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시간관이 언제 어떤 식으로 방해가 되는지 깨닫는 데도 도움이 된다. 때로는 사회가 구성원들에게 특정한 관점을 심어주기도 한다. 종교나 교육, 사회적 계급이나 문화적 배경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각 개인에게는 분명히 스스로 선택할 기회가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독자들이 자신의 시간관을 인식하고 그것이 생각과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깨닫는 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 또한 정신적인 융통성과 사고의 민첩성을 개발해 삶의 수수께끼들을 유리한 방향으로 풀어가는 시간관을 선택하도록 도울 것이다.

시간 : 시간관에 관한 회고

지난 20년간 우리는 어린아이부터 아흔네 살 노인에 이르기까지 수천 명을 인터뷰하고 조사하고 분석하고 관찰했다. 그러면서 발견하게 된 놀라운 사실 하나는 시간에 대한 태도가 동일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20년 전 우리는 시간에 대한 태도를 측정할 수 있는 척도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고, 짐바르도 시간관 검사(Zimbardo Time Perspective Inventory, ZTPI)와 초월적인 미래지향적 시간관 검사(Transcendental-future Time Perspective Inventory, TFTPI)를 발표하게 되었다.

시간관은 시간과 관련된 태도, 믿음, 가치를 반영한다. 과거, 현재, 미래 중 언제의 일을 생각하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가? 과거나 현재, 미래를 생각할 때 어떤 느낌이 드는가? 긍정적인 느낌인가, 부정적인 느낌인가? 행복한가, 슬픈가? 희망을 갖게 되는가, 두려움을 갖게 되는가? 어떠한 시간관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 달라진다. 시간관은 개인의 생각과 감정과 행동, 즉 개인의 삶의 모든 면을 반영한다. 우리가 연구해온 결과에 따르면 시간관은 다음의 여섯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ZTPI와 TFTPI 검사를 통해 자신의 시간관을 알아볼 수 있다. 책에 있는 표를 작성하거나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timeperspective.com/)에서 확인해 봐도 된다.

■과거부정적(Past-negative) 시간관

■과거긍정적(Past-positive) 시간관

■현재숙명론적(Present-fatalistic) 시간관

■현재쾌락적(Present-hedonistic) 시간관

■미래지향적(Future) 시간관

■초월적인 미래지향적(Transcendental-future) 시간관

과거 : 오늘의 렌즈를 통해 어제를 보다

객관적인 과거가 중요한가

인간의 기억은 부정확하다. 실제로 일어난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는가 하면 일어나지 않은 일을 기억하기도 한다. 기억의 이 같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객관적인 사건은 여전히 우리가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우리 삶은 근본적으로 과거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과거의 부정적인 사건과 현재의 부정적인 결과, 혹은 과거의 긍정적인 사건과 현재의 긍정적인 결과 사이에 분명한 연결 관계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일까? 과거는 우리 삶을 결정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저 과대평가된 것에 불과한가? 우리는 과거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프로이트나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이 주장한 것만큼은 아니다. 객관적인 과거에 영향을 받지만, 그 과거가 우리 삶을 전적으로 결정하지는 못한다.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다. 과거 사건에 대한 태도가 사건 자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이처럼 과거와 과거에 대한 현재의 해석이 별개라는 생각은 매우 중요하다.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과거에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지만 그 일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일은 가능하다. 때로는 틀을 바꾸면 그림이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과거에 대한 태도 바꾸기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과거에 대한 태도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과거를 재구성하는 과정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나는 누구였나? 테스트의 질문에 답변해 보자. 테스트는 연속해서 20회 같은 질문 - 나는 누구였나? - 에 답하게 되어 있다. 20개 모두 채우지 못한다 해도 걱정하지 말자. 시간을 들여 최대한 많이 채우고자 노력하면 된다. 과거의 당신의 모습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말들을 찾아보자. 당신 외에 목록을 볼 사람이 아무도 없으므로 실제 자신보다 더 낫거나 못나게 묘사할 필요는 없다. 몇 주 후에 다시 답안의 내용을 참고할 것이므로 꼭 작성하도록 하자.

작성을 마친 후에는 긍정적 과거 재구성하기 워크시트를 작성해야 한다. ① 과거에 일어난 사건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부정적인 사건 세 가지를 적어보자. ② 위 사건들에서 끌어낼 수 있는 긍정적인 메시지는 무엇인가?(예 : 과거에 힘들 일들을 잘 이겨냈으므로 미래에도 그러한 일들이 닥치면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③ 이러한 교훈들이 미래에 어떤 도움이 될까?(예 : 미래에는 이와 비슷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혹은 미래에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기록해야 할 세 가지 사건은 어떤 것이라도 괜찮지만 죄의식이나 수치심, 굴욕감, 슬픔, 두려움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계속 불러일으키는 사건들 가운데서 선택하면 좋다. 그 사건들이 과거의 일이며, 그 사건들로 오늘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 결정되는 것은 아님을 명심하면서 작성하자.

그보다는 그 사건들에 대한 나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또한 과거를 재해석하는 일이 과거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에게 실례가 되는 일이 아님도 잘 새겨두자. 오히려 그들을 존중하는 일이다. 과거를 재해석하면, 과거가 나를 지배하는 대신 내가 과거를 지배하게 된다. 하지만 과거를 놓아주고 앞으로 나아간다고 해서 과거가 완전히 잊히는 건 아니다. 그저 조금 더 마음에 드는 모습으로 기억될 뿐이다.

워크시트를 완성한 후에는 2주간 매일 감사 목록을 작성해 보자.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그날 있었던 감사할 일들의 목록을 적어나간다. 길이는 상관없다. 펜이나 노트를 침대 옆 탁자에 놓아두면 깜빡 잊을 염려도 없고 자기 전에 간단하게 작성할 수 있어서 좋다.

2주간 매일 감사 목록을 작성하고 난 후에는 다시 나는 누구였나? 질문지에 답해 보자. 답안 작성을 마치면 지난번에 작성한 질문지를 꺼낸다. 양쪽 질문지에 과거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반영한 답변에는 +를, 중립적인 태도에는 0을, 부정적인 태도에는 -를 표시한다. 그런 다음 각 질문지의 +와 -의 개수를 센 뒤 +의 개수에서 -의 개수를 뺀다. 2주 만에 점수가 높아져 있을 것이다. 이는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점수가 높아지지 않았다고 해도 절망할 이유는 없다. 과거가 하룻밤 만에 생긴 것이 아닌 것처럼 변화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변화는 반드시 찾아올 것이므로 안심하자. 변화의 순간에 당신은 행복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준비를 더욱 완벽하게 갖추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바꾸려는 것이 인생이라는 큰 강의 경로임을 기억하자. 시간을 투자하고 작은 노력을 계속하면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점 또한 잊지 말자. 점수와 상관없이 매일 감사 목록을 작성하면 기분이 가벼워지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 모든 것이 현실인 순간

현재를 살면 좋은 점과 나쁜 점

다른 시간관과 마찬가지로 현재지향적 시간관에도 장점과 단점이 있다. 보통은 장점이 단점을 상쇄한다. 일반적으로 쾌락주의자들은 활기차고 적극적인 생활을 하며, 뭔가 했다 하면 전념하는 편이고, 흥분과 새로움, 즉흥적인 행위로 가득한 삶을 산다. 다양한 활동과 스포츠, 취미 생활도 즐긴다. 친구와 연인을 쉽게 사귀는 법을 일찍이 터득하고, 활발하고 재밌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남들에게 뽐낼 수 있는 물건들을 사들인다. 돈만 충분하면 생활이 늘 즐겁고 주변의 자연, 동물,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잃지 않는다.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많은데 어린아이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언제든 어울릴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고, 온전히 현재에 머물므로 열정적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순간이 가장 중요한 이들에게는 해야 할 일 목록 같은 것은 끼어들 틈이 없다. 보통은 그러한 목록을 만들지도 않으며, 만들었다 해도 잊어버리고 확인하지 않는다. 이들의 심리 구조 가운데 핵심을 이루는 것은 감각성(sensuality)이다. 언제든 감각적인 자극을 환영하는 이들은 장미 향기를 음미하고 꽃잎을 손으로 만져보느라 오랜 시간을 보낸다. 감각성이 성적 관심과 합쳐지면서 온갖 종류의 성행위를 즐긴다. 따라서 현재지향적인 사람이 미리 짜인 활동을 하거나 추억에 젖기보다는 즉흥적인 일을 더 즐긴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한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묘비명인 "빠르게 살고 일찍 죽어 아름다운 시체를 남긴다"라는 글귀는 젊은 쾌락주의자의 좌우명으로도 그만인 문구다. 충동적이고 즉흥적이며 공격적인 성향이 조금 있기로서니 뭐 그리 크게 잘못될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고,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고,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행동하기 전에 손익계산 따위는 해보지 않고, 만족을 뒤로 미룰 줄 모른다고 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성향을 지녔다면 잘못될 일이 무수히 많다.

쾌락주의자들은 정기적인 건강검진, 치과 검진, 유방암 검사 등을 받지 않아 건강을 위태롭게 한다. 몸에는 좋아도 맛이 없으면 먹지 않을 확률이 다른 성향의 사람들보다 높다. 에너지가 넘쳐 지치는 줄 모르고 활동하지만 종종 수면 부족 상태에 이르러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다른 시간관을 가진 사람들보다 담배를 피거나 술을 마실 확률, 만취할 확률이 높으며 자동차나 자전거,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위험한 행동도 더 많이 한다. 그뿐이 아니다. 현재지향성과 자동차 경주, 음주 운동, 운전 중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행동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로 채널 맞추기

현재지향성을 높이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그 가운데 명상, 요가, 자기 최면 같은 기술은 수천 년은 아닐지라도 수백 년 동안은 이용되어 왔다. 이 가운데 하나를 하고 있다면, 아주 좋은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든 한번 배워볼 것을 권한다. 우리 저자들은 현재에 몰두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 하나를 제안하려고 한다. 과거 편의 나는 누구였나? 테스트에서 약간 수정된 테스트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우선 나는 누구인가 라는 원래의 질문에 최대한 많은 답변을 생각해 보는 것으로 시작하자. 그 답변들을 종이 위에 나열한다. 어제의 모습이나 내일의 모습이 아닌 자신의 현재 모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이것은 속도를 측정하는 테스트가 아니라는 점 또한 명심하자. 충분히 기간을 갖고 생각과 감정이 저절로 떠오를 때까지 기다린다. 더 이상 답변이 떠오르지 않으면 다음 질문인 나는 어느 시점에 있는가?로 넘어가자. 날짜나 시간, 요일 등의 뻔한 답변도 괜찮지만, 조금 더 독창적인 답변을 생각해 보자. 경력이나 관계, 삶에서 어느 시점쯤에 있는가? 더는 떠오르는 답변이 없으면 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넘어간다. 역시 흔한 답변도 상관없지만 조금만 더 생각의 범위를 넓혀보자. 주변에서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을 찾아보고, 광경과 소리, 냄새에도 주목해 보자. 어떤 것이 놀랍고 어떤 것이 익숙한가? 주변 환경 가운데 좋은 점과 싫은 점은 무엇인가?

더는 답할 내용이 없거나 지루하게 느껴지는가. 그러면 마지막이자 가장 어려운 질문인 나는 기분이 어떤가?로 넘어간다. 틀림없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진부한 답변들을 두루 살펴보고 난 후에 마음을 열고 또 다른 가능성들을 생각해 보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가? 슬픈가? 행복한가? 성적 흥분을 느끼는가? 배가 고픈가? 자신감에 차 있는가? 불안정한가? 충만감을 느끼는가? 자랑스러운가? 아니면 이러한 모든 감정들을 모두 느끼고 있는가? 충분히 시간을 갖고 답변들이 스스로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자. 때로는 뭔가를 느끼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고, 느낀다 해도 그 느낌의 정체가 무엇인지 즉시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느끼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이 간단한 방법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요가나 명상, 자기 최면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원하면 언제 어디서든 반복해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종이가 꼭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간단하게 자신에게 묻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누구인가? 어느 순간에 있는가? 어디에 있고 어떤 느낌인가?

미래 : 오늘의 렌즈를 통해 내일을 보다

미래지향적 시간관의 장점과 단점

미래지향적인 사람은 정기적으로 건강을 신경 쓰기 때문에 장수할 확률이 높으며, 다른 시간관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행복감을 더 느낀다. 적절한 계획을 세워 시간을 현명하게 활용하고, 성공에 이르는 길에서 맞닥뜨릴 장애와 유혹에 대비하므로 미래지향적인 사람의 사전에는 끝내지 못한 일이란 없다. 미래지향적인 사람은 죽음이라는 인간의 운명을 늘 기억한다. 또한 미래지향적인 사람은 문제가 닥치면 역추적 알고리즘과 미래 확인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대안 전략들을 예견하고 평가해보는, 문제 해결의 하위 절차다. 따라서 미래지향적인 사람은 문제 해결사인 셈이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미래지향적인 사람은 다른 시간관을 가진 사람보다 더 많은 돈을 모은다. 그들은 오랜 시간 열심히 일하고 휴가는 짧게 가지며, 일에 투자하는 것이 결국은 돈 버는 길임을 잘 알고 있다. 미래지향적인 사람은 꾸준히 인내하고 실패를 극복하는 성향을 지녔으며, 이들에게는 현실적인 희망이 영원히 샘솟는다. 미래지향적인 사람은 경쟁심이 강한 수완가이기 때문에 사회적 덫을 피하거나 걸렸다 해도 재빨리 벗어난다.

그러나 미래에 초점을 두는 비중을 너무 높이면 지금까지 언급한 장점들이 모두 없어질 수도 있다. 이것 역시 시간의 패러독스다. 자신의 일로 너무 바쁜 나머지 아이들이 학교에 지각하는 불상사가 생길까 봐 전날 밤에 모두 옷을 입혀 재우는가? 샤워를 하는 도중에 이를 닦거나, 헬스 사이클 페달을 밟으면서 신문을 보고 동시에 전화통화도 하는가? 만일 그렇다고 답했다면 당신은 시간 압박 세대의 일원이다. 성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사업가들은 가족, 친구, 성생활 이 세 가지를 전부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지키지 못한다. 결국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나 장미향에 취하거나 흐드러지게 핀 꽃을 감상하는 시간을 성공의 대가로 내놓는 것이다.

성공적인 미래 연습하기

나는 누구인가? 테스트를 다시 한 번 해보자. 이번에는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해보라. 잠깐 동안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무엇을 성취해야 그 목표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는지도 생각해보자. 깊이 생각해본 뒤 가능한 한 여러 개의 답변을 적어보자. 작성을 마치면 답변을 훑어보고 미래에 이루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표를 다섯 가지 정도로 요약한다. 더 나은 직장을 얻는 일, 퇴직, 아이를 갖는 일, 빚 청산, 여행, 졸업 같은 일들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다섯 가지 구체적인 목표를 뽑고 나면 먼저 이루고 싶은 순서대로 목표를 나열하고, 그 목표들을 이루기까지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지 예측해 본다.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마음속으로 목표를 이루는 과정을 그려보는 것이다. 어떤 일이건 마음속으로 성공을 연습하면 실제로 수행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은 증명된 사실이다. 또한 성공을 연습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목록에 있는 첫 번째 목표부터 시작해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취해야 할 행동들을 하나하나 마음속에 그려보자. 첫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 일 다음에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목표에 이르는 과정에서 경험하게 될 생각과 감정에도 주의를 기울여보자. 멘탈 리허설은 마술이 아니다. 목적지로 이어지는 길과 다다르는 방법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뿐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다. 첫 번째 목표로 향하는 길에 대한 리허설을 마치면 두 번째 목표로 옮겨간다. 두 번째 목표도 마쳤으면 세 번째로, 이어 네 번째, 다섯 번째로 이동한다.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여러분은 다섯 가지 목표에 이르는 과정을 모두 리허설하고, 새로운 목표와 새로운 리허설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심리 시계 다시 맞추기 : 이상적인 시간관 개발하기

시간관 혼합의 적절한 예

개인은 각자가 가진 시간관 때문에 다양한 편견을 품는다. 시간관은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마음에 장벽을 쳐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없게 한다. 단 하나의 렌즈를 통해 모든 것을 바라보게 하므로, 과거로부터 배우고 현재를 즐기고 미래를 계획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반면 균형 잡히고 유연한 시간관은 각각의 상황에 가장 알맞은 태도를 선택하고 마음을 열어 다양하나 경험을 접하게 한다. 특정 상황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하나의 시간관이 주도권을 잡으면 나머지 시간관은 잠시 뒤로 물러난다. 끝마쳐야 할 일이 있을 때는 미래지향적 시간관이 선두에 나서야 한다. 일을 모두 마치고 즐길 시간이 되면 현재쾌락적 시간관이 앞으로 나선다. 휴가 동안 가족의 관습을 즐길 준비를 하기에 가장 적합한 것은 과거긍정적 시간관이다. 그동안의 연구 조사에 근거해 최적의 시간관 구성을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강한 과거긍정적 시간관

■비교적 강한 미래지향적 시간관

■비교적 강한 현재쾌락적 시간관

■약한 과거부정적 시간관

■약한 현재숙명론적 시간관

이러한 혼합에는 세 가지 결정적인 이점이 있다. 과거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으로 우리는 뿌리를 가질 수 있다. 자기 긍정의 중심이 되는 과거는 세월이 흐르고 장소가 바뀌어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인지할 수 있도록 한다. 긍정적인 과거는 우리에게 든든한 근원이 되어주고, 삶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 우리를 가족과 전통, 문화유산과 이어준다.

미래지향적 시간관을 통해서는 희망과 낙관과 능력으로 가득한 미래를 그릴 수 있다. 미래는 우리에게 날개를 달아주어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날아오르게 한다. 도중에 맞닥뜨리는 예상치 못한 난관도 잘 처리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준다. 또한 목적지로 향하는 잘 알려진 길,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길에서 벗어나더라도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돕는다.

현재쾌락적 시간관은 에너지를 주고, 살아있음에 기쁨을 느끼게 한다. 그 에너지로 우리는 사람과 장소, 자기 자신을 탐구한다. 지나치지 않으면 현재 쾌락주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성적인 쾌락을 느끼는 감각들을 일깨워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한다.

과거부정적 시간관과 현재숙명론적 시간관은 약한 것이 좋다. 우리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그러한 시간관으로부터는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최근의 연구는 과거부정적 성향과 현재숙명론적 성향이 정신적, 육체적 질병을 유발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시간관이 편견을 심는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시간관 시계 다시 맞추기

■극단적 미래지향성 완화하기

첫째, 뭔가를 더 하는 게 아니라 덜 해야 한다. 누군가 물으면 "지난해보다 덜 바쁘다"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연습해야 할 말이 있다. 바로 "죄송하지만 그 일은 맡을 수가 없네요"다. 또한 해야 할 일 목록을 만들 때 아래쪽에 있는 항목들을 지워버리고, 이미 적혀 있는 일을 하나 이상 해내기 전에는 새로운 항목을 추가하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신중하게 선택하고, 뒤로 미루면 안 되는 정말로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당신의 목표는 약속과 의무를 줄이는 것이다. 편안하게 느낄 때까지 최대한 많이 줄인다. 이러한 가지치기는 어쩌면 초등학교 시절 확립된 것이 분명한, 높은 성과를 거두는 인재라는 당신의 자아감에 영향을 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술과 재능을 너무나 많은 활동에 나누어 쓰다 보면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가짓수를 줄이면 더욱 큰 것을 얻는다. 쓸데없는 것들은 전부 버려라. 옷장 속에 들어 있는 낡아빠진 작업복들을 모두 없애 버려라. 좋아하지 않는 행사에는 그만 참석하라.

미래지향적인 사람은 시간의 선물을 주고받는 연습을 해야 한다. 시간은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이므로,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들에게 가장 필요로 할 때 주자. 그리고 그 소중한 시간 가운데 일부를 자신에게도 내어주어 휴식, 오락, 운동, 탐닉 등을 즐기자. 적어도 주말의 하루는 일하지 않는 날로 남겨두자. 가끔 일에서 멀리 떨어져 나와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간단한 일부터 시작해보자. 운전할 때 차선을 추월하지 않는다거나 시간을 내 이웃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 잘 가요, 잘 지내요, 좋은 아침이네요, 날씨 참 좋아요, 휴가 잘 보내세요 같은 인사를 건네 보자. 사람들의 대답을 잘 들어보자.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이 지닌 미래지향적 관점에 과거긍정적 관점과 현재쾌락적 관점의 장점들을 더해 균형을 이루겠다고 맹세해보자. 일을 할 때는 하고,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하고, 내적 동기를 부여해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은 일로 바꾸도록 노력해보자.

■극단적인 현재지향성 완화하기

현재지향적인 사람이 지닌 활기찬 에너지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사람들은 이들 주변에 머물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초점이 없는 에너지는 규율과 조직을 어지럽히고, 때로는 낭비된다. 현재지향적인 삶은 모험을 좋아하는 성격 때문에 모든 곳을 기웃거리며, 다른 이들이 피하는 위험도 기꺼이 무릅쓴다.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비듯 무작정 뛰어든다. 그러다 결국 죽거나 파산한다.

절제가 미덕이라는 말은 쾌락주의자들에게 가장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볼륨을 낮춰야 가사가 들린다. 유혹을 뿌리치는 데 필요한 대뇌의 힘을 기르면 분별없는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카지노가 늘 이기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도박에 매력을 덜 느낄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빨리 살고 젊어서 죽는다고 시체가 아름다울 리는 없다.

쾌락주의에 전체적론인 현재의 개념이 조금만 더해진다면 감각뿐 아니라 내면의 지혜와도 맞닿게 된다. 지금과 이곳에 맞춰진 초점을 넓혀 그때와 그곳까지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 권태로움이 느껴지는 시기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환상을 창조하고나 미래의 드라마에서 자신이 연기할 역할을 상상해보는 시간으로 이용해보자. 주연 배우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감독이나 대본 작가가 되어보는 것이 더 좋다. 그러면 드라마 전체를 총괄하게 되므로 해피엔딩을 이끌어낼 수 있으니까.

■부정적인 과거 재구성하기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을 재구성하고 이를 중화하거나 그 안에 숨어 있는 긍정적인 요소들을 발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을 담은 슬라이드를 또다시 틀어놓는 자신을 발견하면 오래된 슬라이드 필름을 빼버리고 새로운 필름을 넣어보자. 이 새로운 필름에는 최근에 경험한 긍정적인 일이나 감정에 대한 기억이 담겨 있다. 오로지 긍정적인 장면들로만 구성된 새로운 슬라이드 필름을 돌려 음울한 과거에 낙관의 빛을 비추는 연습을 해보자. 그러면 현재의 경험을 더욱 호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결과적으로 더 나은 미래를 이끌어낸다.

시간관 재구성 요법은 좋은 경험을 기억해내 나쁜 경험을 상쇄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현재라는 역동적인 옷감으로 과거를 다시 지어야 한다. 이는 일어났다면 좋았을 일, 혹은 있어야 하거나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을 넣어 과거의 모습을 변형시키는 것이다.

더욱 긍정적인 현재와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부정적인 기억들에 승리를 거두려는 노력을 계속하자. 좋은 성과와 건강한 생활방식을 이끌어내는 과거긍정적 시간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보자. 살아오며 다른 사람들보다 덜 사랑받았든 덜 성공했든 운이 덜 좋았든 모두 잊어라. 다 끝난 일이고 이미 일어난 일이다. 과거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로 결심하고 새롭게 시작해보자.

조금 더 미래지향적인 사람 되기

더욱 현재지향적인 사람 되기

더욱 과거긍정적인 사람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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