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으로 나온 심리학

   
강현식(그림 : 임익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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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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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08��



>■ 책 소개
자칫 딱딱하고 어려운 것으로 느껴질 수있는 심리학이 어떤 학문인지 알려주고, 많은 사람들이 심리학에 대하여 갖고 있는 오해와 편견을 풀어주고자 한 책. 그동안 저자가 싸이월드 페이퍼"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재미난 심리학"에 연재했던 글을 수정, 보완하였다. 우리의 삶 속에서 겪는 많은 일들을 심리학적으로 풀어내면서,심리학이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런 일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총 3부 구성으로 1부는 전체 내용을 심리학에 대한 오해를 푸는 장으로 할애했다. 특히심리학을 마술같이 상대의 마음을 알아맞히는 독심술이나 혈액형 성격분석 정도로만 알고 있는 이들이 읽으면 유용할 내용이다. 2부와 3부에서는 생활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소재나 사건들을 심리학적으로 풀어낸다. 같은 영화를 보고서도 서로 다르게 평하는 사람들, 진부한 삼각관계 공식을 답습하는드라마와 이에 열광하는 사람들, 시험기간만 되면 붐비는 화장실 등의 현상들을 해석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두 걸음 더" 꼭지에서인지심리학, 사회심리학 등 심리학의 보다 깊은 세계를 소개한다.


■ 저자 강현식
2002년 가톨릭대학교에 학사편입하여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2004년 고려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여 사람과 삶, 그리고 사랑에 대하여 알려고 노력했다.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심리학을 꿈꾸며 현재 심리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 그림 이익종
1980년 출생. 2006년 대학을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건설 역군이 되어 열심히 일하려다 안전모를 집어던지고 회사에서 뛰쳐나왔다. 인터넷에서 일상을 만화로 그리고 있다. 홈페이지주소는 http://www.ickjong.com이다.


■ 차례
추천의 글
시작하는글


Part 01 심리학, 제대로 알기!
1. 도대체심리학이 뭐길래
2. 너무나, 너무나 다양한
한 걸음 더 - 한국과 미국의 심리학회 싸이트와 분과
3. 피만 알면 마음을 다안다?
4. 심리학에서도 최면을?
5. 심리학, 독심술 아닌가?
6. 꿈에 대해서도 배워요?

Part02 생활 속의 심리학 이야기
1. 세상에 빨간 사화는 없다
한 걸음 더 - 감각심리학과 지각심리학이란?
2.모터쇼? 미녀쇼!
한 걸음 더 - 학습심리학이란?
3. 번호에 숨겨진 비밀
한 걸음 더 - 인지심리학이란?
4. 영화<우주전쟁&&에 대한 엇갈린 평
한 걸음 더 - 동기심리학이란?
5. 공포를 어떻게 느끼나?
한 걸음 더 -정서심리학이란?
6. 잠은 왜 자는 걸까?
한 걸음 더 - 생리심리학이란?
두 걸음 더 - 수면 연구와 REM 수면
7.연고전 vs. 고연전
한 걸음 더 - 사회심리학이란?
8. 도서관도 만원, 화장실도 만원


Part 03 심리학으로 세상 들여다보기
1. 영원한숙제, 삼각관계
2. 학교와 군대, 그리고 모의감옥
한 걸음 더 - 모의감옥 실험과 영화 <엑스페리먼트&&
3.해리포터를 꿈꾸는 사람들
4. 열광하는 관중
한 걸음 더 - 자기심리학과 코헛
5. 왜 복수인가?
한 걸음 더 - 현상학적입장과 세 가지 조건
6. 도청(盜晴) 공포, 도시(盜視) 공포
한 걸음 더 -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심리학자들
두 걸음더 - 상담심리학자와 임상심리학자


마치는 그림
부록 - 심리치료, 심리평가 등 심리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곳
(한국임상심리학회 소속 심리학자들이 운영하는 기관들)




세상 밖으로 나온 심리학


Part 01 심리학, 제대로 알기!

도대체 심리학이 뭐길래

심리학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있어도, 실제로 어떤 주제를 어떤 것을 배우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너무 어렵다. 이것은 바로 심리학이 가지고 있는 학문적 특성 때문이다. 나도 예전에 그랬지만 많은 사람들은 심리학이라고 하면 정신분석의 프로이트나 분석심리의 융, 그리고 온갖 종류의 정신병에 대해서 다루는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심리학 개론책을 보면 프로이트나 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신경세포나 뇌, 동물실험, 유아의 성장 등 심리학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심리학과 어울리지 않을 듯한 내용들이 심리학이라는 학문 속에 모두 포함된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내용이 너무나 다양해서 서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너무나, 너무나 다양한 분야들이 하나의 학문으로 수렴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심리학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심리학은 이런 학문이 되었을까? 인간의 마음에 대한 학문이 바로 심리학이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는 사람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할 수는 있어도, 그것을 사용하고 움직이고 조작하는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에 한 다리만 건너면 바로 사람의 마음과 연관되는 것이고, 더 나아가 심리학이라는 넓은 분야로 들어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심리학이란 학문의 관심은 사람의 마음 혹은 이와 관련된 것으로 아주 광범위하기 때문에 심리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광범위한 학문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심리학은 우리에게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가르쳐 주는 학문인 것이다. 심리학이란 학문은 체계가 잘 잡혀진 단일 학문이라기보다 사람의 마음과 행동에 관심을 갖는 여러 학문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심리학도 포기하지 말고 꾸준하게 공부하다 보면, 전체적인 큰 틀 안에서 여러 심리학 분야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 알게 된다.    


피만 알면 마음을 다 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과 다른 사람의 심리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 대한 몇 가지 정보(성씨, 출생지, 외모, 생일 등)에 근거하여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하거나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하여 적절한 설명을 하고자 한다.


이런 현상들은 사람들이 그만큼 사람의 마음과 행동에 대하여 관심이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 이외에 더 자주 심리학과 연결되는 것이 바로 혈액형이다. 혈액형이 심리학과 많이 연관이 된다는 것은, 혈액형에 따른 성격에 대한 묘사가 매우 자세하여 마치 이론적으로 입증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우리 몸 안에 흐르는 피와 성격이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엮이게 되었을까? 이는 1901년 란트슈타이너와 동료들이 혈액형을 찾아낸 이후, 둥게른이 「혈액형의 인류학」이라는 논문에서 혈액형에 따른 인종우열 이론을 주장한 때부터였다. 또한 1927년 일본의 한 철학 강사가 「혈액형을 통한 기질 연구」라는 논문에서 처음으로 혈액형과 인간의 성격을 구분한 이후로 일본에서는 혈액형 열풍이 불었고, 혈액형과 성격은 정설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심리학에는 바넘 효과라는 개념이 있다. 이 말은 19세기 말 서커스 단원으로 사람들의 성격과 특징을 알아내는 일을 하던 바넘이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바넘 효과는 다른 말로 포러 효과라고도 하는데, 이는 1948년 심리학자인 포러가 한 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증명해 냈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성격검사를 실시한 후에 그 결과를 알려주었다. 그런데 이 결과가 학생들이 실시한 성격검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아주 일반적인 성격을 묘사한 것이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각자에게 주어진 성격검사 결과가 자신의 성격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0점부터 5점까지 점수를 매겨보라고 하였다. 그 결과 학생들이 매긴 점수는 평균 4.26으로 나왔고, 학생들은 그 결과가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 실험은 여러 번 반복되었는데, 평균은 언제나 4.2 근처였다.


포러는 사람들이 모호하고 일반적인 성격의 묘사가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성격을 잘 묘사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러한 경향성은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좋은 것일수록 강해지고 정당화하게 된다. 이렇게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한다. 이런 면에서 보았을 때 성격에 대한 혈액형별 묘사도 결국 바넘 효과 이상은 아닌 것이다.


바넘 효과가 일어나는 원인은 사람은 자고로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혈액형에 대해서 알고, 그 사람의 행동을 보게 되면 혈액형과 연관지을 수 있는 행동들은 확실하게 각인이 되고, 그렇지 않은 행동들은 제대로 각인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의 성격이 만들어지는 것은 우리가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원인들이 서로 작용을 한다. 물론 타고난 기질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환경 또한 중요하다. 이렇게 사람의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원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혈액형을 가지고서 그 사람의 성격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 못한 일이다. 분명히 이로 인해서 피해를 받거나 괜한 오해를 사는 사람도 있을 테니 말이다.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알아맞히는 것은 현대 심리학이 지향하고 있는 과학으로서의 심리학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기억하자. 혈액형 심리학은 심리학이 아니다.



Part 02 생활 속의 심리학 이야기

모터쇼? 미녀쇼!

2005년 4월 일산에 위치한 한국국제전시장에서 서울모터쇼가 성황리에 열렸다. 11일 동안에 행사장을 찾은 사람은 무려 102만 5천 명이었다고 하니, 정말로 어마어마한 숫자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회 기간 중 각종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들만 봐도 정말 멋진 자동차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은 사실이다. 온갖 미래형 자동차들뿐만 아니라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기종의 새로운 모델이 즐비했으니 두 말할 필요도 없겠다.


하지만 생각만큼 멋진 자동차들을 감상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보다 더 멋진 미녀들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멋진 차 옆에 어김없이 더욱 멋진 미녀들이 등장하는 것은 비단 이런 모터쇼뿐만이 아니다. 신차 발표회장, 자동차 경주에 미녀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 때문이다. 왜 모터쇼에서는 수많은 미녀들이 거의 반라(半裸)의 모습으로 자동차 옆에, 위에, 안에서 요염하게 있는 것일까?


모터쇼가 미녀쇼로 바뀌게 된 사연을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은 파블로프이다. 파블로프가 개에게 종소리를 들려주면서 먹이를 주었을 때 개는 침을 흘렸다. 이를 몇 번 반복한 뒤 먹이 없이 종소리만 들려주었을 때도 개는 침을 흘렸다. 결국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던 종소리가 침을 흘리는 반응을 유발하는 먹이와 함께 반복적으로 제시되었더니, 나중에는 종소리가 침을 흘리는 반응을 유발하게 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먹이 → 침"이 "종소리 → 침"을 만든 것이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처음에 종소리는 아무런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중성 자극이었다. 그리고 먹이는 언제나 침을 유발하는 무조건 자극이었다. 무조건 자극으로 유발되는 반응을 무조건 반응이라고 하는데, 먹이로 인한 침이 이에 해당한다. 아무런 반응을 유발하지 않았던 종소리를 먹이와 함께 제시하는 조건 이후 종소리는 침을 유발하는 조건 자극이 되었다. 조건 자극으로 유발되는 반응을 조건 반응이라고 하는데, 종소리로 인한 침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이런 일련의 과정을 가리켜 조건 형성이라고 한다.


이 원리는 우리의 삶에서 언제나 접하는 광고의 원리이다. 광고에서는 새로 나온 상품, 그러니까 아무런 반응(좋거나 나쁨)을 일으키지 않는 중성 자극을,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다른 자극(연예인, 운동선수 등)과 함께 반복적으로 제시한다. 그래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갖고 있는 좋은 이미지를 새로 나온 상품과 연합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살펴보고 있는 자동차와 미녀와의 관계도 역시 이런 원리이다. 아무리 내부 엔진이 좋고, 내장재가 좋다고 해도, 자동차란 직접 운전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물건이다. 따라서 자동차의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 결국 자동차 옆에 늘씬한 미녀들을 세워둠으로써 그녀들의 이미지를 자동차와 연합시키는 전략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미녀뿐이냐고? 아직까지 자동차에 관심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자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조건 형성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가 아주 좋다고 생각하는 것도 실제로는 어쩌면 조건 형성의 결과일 것이다. 본질은 중성 자극이지만 좋은 자극과 연합되어 좋은 것처럼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연고전 vs. 고연전

매년 9월 마지막주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고연전 혹은 연고전이 열린다. 소위 두 명문사학의 자존심이 걸렸다고 하는 이 행사에 대해 학교 안팎에서 비판도 제기되고, 여기에 취업난 등을 이유로 고연전을 아예 외면하는 고학년들로 인해서 그 열기는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고연전은 난항을 겪고 있지만, 쉽사리 없어질 것 같지 않다. 이 행사 때문에 받는 비판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훨씬 큰 이점을 얻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이 행사의 명칭(고연전 VS 연고전)에서도 드러나듯이 자신의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다.


그렇다면 두 학교가 축구와 야구, 농구, 럭비, 아이스하키 대결을 펼치고 다른 학생들은 응원하고, 끝난 후에는 먹고 마시고 노는 이 행사가 어떻게 각 학교의 학생들에게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유명한 사회심리학자인 페스팅거는 사람들에게는 심리적 일관성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태도와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서 부조화가 발생하면 불편한 마음이 생기기 때문에 결국에는 태도와 행동을 조화시키려는 속성이 있다는 인지부조화 이론을 발표하였다.


그렇다면 만약 자신의 태도와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일관성을 추구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가? 태도와 행동을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가? 대부분의 경우에 행동은 대체로 취소나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로 태도를 바꾼다. 즉 태도를 행동과 일관되게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행동에 맞는 태도를 취함으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데, 결국 부조화를 감소시키는 과정은 행동의 합리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고려대학교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던 고대생 철수는 우연히 다른 학생들과 어우러져서 <젊은 그대>를 부르면서 신나게 응원을 했다. 철수는 자신의 태도와 행동의 부조화를 극복하고자, 행동과 태도 중에 하나를 바꾸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행동은 돌이킬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태도를 바꾸어서 고대에 다니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기억할 것은 이렇게 인지 부조화를 해결하는 과정이 의식의 수준에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대부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는 것일 수 있다.


인지부조화의 원리는 아주 많은 곳에서 작용하고 있다. 군대가 그렇다. 아주 힘든 군생활을 하는 곳일수록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지게 된다. 힘든 군생활 와중에 나라를 별로 사랑하지 않는 태도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서 훈련에 임하는 행동이 일치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부조화는 불편한 마음을 유발하고 결국 자연스럽게 태도를 바꾸어서 제대할 때에는 모두 애국자가 된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 제대 이후까지 해병전우회로 활동한다.


어떤 단체이든지 입회 절차가 까다로우면 그 단체는 회원들의 유지가 잘 된다. 처음에는 단체에 대한 애착이 별로 없지만, 까다로운 입회 절차를 거치면서 결국 행동에 맞게 자신의 태도를 바꾸어서 단체에 대한 애착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잘 해주다 보면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될 수도 있고, 월급을 많이 주지 않아서 불만인 회사도 계속 다니다 보면 나중에는 자신의 일에 대하여 대단한 자부심을 갖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매사에 일관성을 추구해야 할까? 때로는 부조화를 느끼는 것이 더 정직하고 정확한 것일 수 있다.



Part 03 심리학으로 세상 들여다보기

학교와 군대, 그리고 모의감옥

언제나 일어나지만 우리의 반짝 관심을 받고 사라지는 대표적인 일이 바로 학교폭력과 군대폭력이 아닐까 한다. 학교와 군대는 우리나라에서 아주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웬만해서는 피해갈 수 없는 두 관문이 학교와 군대이기 때문이다.


일진회, 인분을 먹이는 군인, 그리고 전쟁포로를 학대하는 미군들. 아니 어떻게 사람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렇게 잔인할 수 있는 것일까? 이들이 특별히 악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은 원래 악한 것일까? 이런 물음에 대하여 고민하던 한 심리학자가 있었으니, 바로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짐바르도였다. 그는 1971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연구소에 설치한 모의 감옥에서 환경조작에 따른 심리변화라는 주제로 실험을 했다.


짐바르도는 범죄자들의 재범률이 높은 것은 그들이 원래부터 천성이 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상황이 그들을 악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감옥에서 일어나는 행동 중 얼마만큼을 내적 요인(성격)에 원인을 둘 수 있고, 얼마만큼을 감옥이라는 환경적인 외적 요인(감옥)에 원인을 둘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짐바르도는 과거 정신 병력이나 범죄 경험이 없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평범한 사람으로 24명을 선발하여 그들 가운데, 9명에게는 간수 역할, 9명에게는 죄수 역할, 그리고 6명에게는 대기자의 역할을 주었다. 이들 모두는 면접과 심리검사를 받았으며, 경제적 수준이나 지능, 건강 수준 등 일반인들을 가장 잘 대표할 수 있도록 선발했다. 이 사람들이 받은 지시는 죄수는 간수의 말에 순종해야 한다는 것과 간수는 물리적 폭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외에는 어떤 특별한 규정을 지시받지 않았다. 또한 죄수는 24시간 감옥 안에서 생활해야 하지만 간수는 3인 1조 8시간 근무를 하며 귀가 가능하였다.


실험기간은 총2주로 잡았다. 어차피 이 실험의 참가자들은 이것이 대학의 연구소에 임시로 설치된 가짜 감옥이고, 또 실험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모두 자신처럼 돈을 벌기 위해 실험에 참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2주 동안 얼마든지 재미있게 감옥놀이를 하면서도 지낼 수 있었다. 아무도 강압적으로 그들의 역할을 강요하지 않았다.


죄수들에게 지급된 유일한 복장은 아래가 뚫린 통옷(원피스)이었고, 죄수복의 앞․ 뒤쪽에 죄수번호를 부착하여 그들은 자신들의 죄수번호로만 불리게 되었고, 샌들을 신고, 오른발에는 체인을 감았다. 죄수의 복장뿐만 아니라 간수의 복장도 실제 간수처럼 지급하였다. 간수 역할을 한 사람들에게 지급된 것은 간수복과 호루라기, 경찰봉, 그리고 선글라스였다.


6일 만에 중단될 수밖에 없었던 이 실험에서 죄수들은 간수를 비웃고 모욕감을 주면서 폭동을 일으켰고, 간수들은 죄수들을 폭력적으로 대했다. 이에 따라 이 실험은 당시 미국사회에 엄청나게 큰 충격을 주었다. 과거에 범죄 경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정신적으로 문제를 가지고 있던 적도 없던 일반인들이 단 5일 만에 아주 끔찍하고 악랄한 사람들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 실험을 주도한 짐바르도는 사람의 행동을 설명함에 있어서 내적 요인(성격)보다는 외적 요인(환경)을 더 중요시하는 사회심리학 분야의 연구자이다.그는 이런 사회심리학의 입장에서 학교, 감옥이나 군대 같은 곳에서 일어나는 가혹행위가 사람의 악한 마음 때문이라기보다는 사람이 처한 환경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인간의 행동을 단순하게 내적 성격이나 외적 환경, 둘 중의 하나만으로 돌리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이 실험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학교라는 환경, 군대라는 환경, 감옥이라는 환경이 사람을 악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 반대도 가능하지 않을까? 환경이 달라지면 사람을 선하게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 실험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은 분명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또한 성격의 영향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비판만 하거나, 걱정만 하기보다는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만약 그들의 성격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면, 그들이 처한 환경을 바꾸어 주는 것은 그보다는 쉽지 않을까? 어떤 환경이 더 나은 환경인지는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일이다. 성격이 바뀌든, 환경이 바뀌든 어서 빨리 바뀌어서 더 이상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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