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밖에 모르는 사람들

   
이리나 프레콥(역자 : 신홍민)
ǻ
큰나무
   
8500
2006�� 03��



>■ 책 소개
오늘날 우리는 저마다 자기 자신에만 몰두한나머지 상대방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일상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실종된 광경을 목격하는 빈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감정이입의 부재는 비단 어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가정교육을 통해서 터득하는 어린이들은 거의 없다.


저자 이리나 프레콥은 사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공적인 영역에서도 갈수록 걱정스러운 모습을드러내는 병든 시대정신을 분석하고, 우리 마음의 양식을 향해 이를 호소한다.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생존능력을 유지하려면, 원래 우리가가지고 있던 감정이입의 능력을 다시 습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제시되는 수많은 사례와 다양한 생활 영역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감정이입 능력의결핍 현상을 통해 상대방을 배려하기가 어려워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고, 따뜻한 상호관계를 다시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분석해보자.

■ 저자 이리나 프레콥 
1929년 생으로 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슈트트가르트 소재어린이 병원에서 다년간 근무한 바 있다. 현재는 보덴제 인근 린다우에 거주하면서 "강제포옹"에 대한 홍보, "강제포옹" 치료법에 대한 강연과세미나를 위해 왕성하게 활동 중이며, 그녀의 저서들은 16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 역자 신홍민
1956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독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서울시립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에서 독일문학을 강의했으며, 현재 덕성여자대학교, 대진대 겸임교수로 독일문학과 동화를 강의하는 한편, 전문번역가로도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부모와 아이 사이』 『부모와 십대 사이』 『교사와 학생 사이』 『평화는 어디에서 오나』 『사랑의 매는 없다』등이 있다.


■ 차례
서문 


제1장 감정이입의 결핍 
1. 지하철과 기차에서
2. 보행자 전용구역과 장보기 
3. 도로교통 
4. 한 심리학자의 일상 


제2장 감정이입의 그늘 
1. 자신의 목적을 위해어린이를 악용하는 부모 
2. 사랑을 볼모로 벌을 주는 부모 
3. 성추행 


제3장 감정이입의 과정 
1. 감정이입 능력의 발달
2. 감정이입을 저해하는 여러 가지 요인 
3. 감정이입을 촉진하기 위한 여러 가지제안





나밖에 모르는 사람들


제1장 감정이입의 결핍

1. 지하철과 기차에서

여긴 누구 자리죠?

두 젊은 여자가 열띤 표정으로 깊이 대화에 빠져 있다. 보아하니 유치한 주제가 아니다. 옷도 싸구려가 아니다. 화장 솜씨도 맵시가 있다. 그때 한 노인이 힘겹게 지하철에 오른다. 앉을 자리를 찾아 주위를 살피지만 빈 좌석이 없다. 노인의 몸이 좌우로 흔들린다. 파킨슨 질환이 그를 괴롭히는 것이다. 노인 바로 옆에 두 젊은 여자가 앉아있지만, 그들은 그가 그곳에 서 있는 줄도 모르고 있다. 비록 벌써 70 고개를 넘은 나지만, 그래도 난 여전히 정정하다. 하지만 노인은 나와 달리 건강이 아주 나쁘다. 내가 나서서 그를 돕기로 하고, 두 여자에게 말을 건다.


"실례지만 이 할아버지에게 자리 좀 양보해 주시겠어요?"

"하지만 우리가 먼저 앉았는데요!"


두 여자 가운데 한 여자의 대답이다. 두 사람은 마치 스키장 리프트 앞에 늘어선 장사진을 비집고 들어와 새치기를 하는 얌체족을 노려보듯 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재판관이라고는 해도 그렇게 매서운 눈길로 나를 나무라진 못할 것이다. 난 좀 더 큰 소리로 내 주장을 되풀이한다. 그 말에 두 여자가 대꾸한다.


"하지만 그건 저 할아버지의 문제예요. 할머니도 늙었지만 자리를 비켜달라고 부탁하지는 않잖아요!"


난 입을 다문다. 다른 할 말에 대한 미련이 없어서가 아니다. 두 여자들이 내 말에 귀를 기울여줘야 한다. 하지만 이 두 여자는 다시 자기들끼리 이야기에 열을 올리며 나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런데 그동안 다른 승객들이 우리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난 괘념치 않는다. 단지 할아버지만 마음이 불편할 따름이다.


우린 늘 이런 식이다. 불쾌한 일을 당하고 싶지 않아 입을 다문 채, 세상이 삭막해지는 꼴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한다. 두 젊은 여자는 자기들이 옳다고 느낀다. 전혀 다른 논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특수하고 피상적인 논리에 매달리고 있다. 이번 일의 경우 그들은 누가 더 먼저 지하철을 탔는가를 논거로 내세운다. 감성 지능이 형성되지 못하게 방해한 사람은 누구인가? 젊은이들이 범인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범인은 바로 젊은이들에게 그것을 가르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다.


길 양보

나는 객실 통로를 통해 식당 칸으로 가는 중이다. 내 맞은편에서 스포티한 차림을 한 거대한 체구의 한 여자가 걸어오고 있다. 그녀의 출현으로 객실 통로가 꽉 막혀서 난 옆으로 비켜지나갈 수가 없다. 어떻게 해야 우리 모두 비켜지나갈 수 있을까? 각자 숨을 멈추고 한 객실의 열린 출입문들 안으로 한 걸음씩 조금만 비켜나면 서로 빠져나갈 수 있을 것도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며 그녀를 바라보지만, 그녀는 마치 프로그램이 입력된 로봇처럼 계속 앞으로 걸어오기만 한다. 나를 보지도, 나의 존재를 느끼지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는다. 나로서는 뒷걸음질쳐서 다음 객실로 물러나 그 여자가 지나갈 수 있게 해주는 수밖에 없다.


나는 그 여자가 어린 시절에 어떤 교육을 받으며 자랐을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내 마음의 눈에 작은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어머니 손에서 벗어난 소녀는 아무 거리낌 없이 인도 위를 사방으로 뛰어다닌다. 우연히 사람들과 부딪힐 경우에도, 누구 한 사람 소녀에게 말을 건네지 않는다. 아이를 따라다니다가, 손을 붙들고 조심하라고 말해주는 어머니도 없다.


"얘, 여기 좀 봐. 여긴 너 혼자만 있는 게 아니잖아. 네가 몸을 부딪치면 사람들이 싫어해. 나이가 많아서 걷기가 힘든 사람들도 있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가는 사람들도 있거든. 그런 사람들에게는 길을 비켜주어야 돼. 그러다가도 사람들과 몸이 부딪쳤을 때에는 미안하다고 말해야 돼."


이렇게 가르치는 어머니가 없다는 것이다. 이쯤 돼야 너그럽고 친절하고, 부모가 본보기를 보이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2. 보행자 전용구역과 장보기

마구 뛰어노는 아이들

한 시각장애인이 지팡이로 앞을 더듬으며 걸어가고 있다. 다섯 살 정도 된 여자아이 둘이 그 사람 주위를 돌며 숨바꼭질 놀이를 하고 있다. 아이들은 그 시각장애인을 숨바꼭질을 시작하기에 안성맞춤인 지형지물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 같은 놀이는 시각장애인을 고통스럽게 한다. 두 아이는 연신 그와 몸을 부딪히기까지 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지만, 아이들은 내 말도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도대체 아이들의 부모는 어디에 있는 걸까? 부모에겐 아이의 행동을 규제할 의무가 있다. 난 주위에 대고 큰 소리로 묻는다.


"이 아이들의 부모님 어디 계세요?"


모두 지나가는 사람들뿐이다. 다만 여자 셋이 열을 내며 정신 없이 수다를 떠는 광경만 보일 따름이다. 나는 두 여자아이 가운데 한 아이를 붙잡아 손을 어깨에 얹고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한다.


"얘, 네 숨바꼭질 때문에 이 아저씨가 힘들잖아. 아저씨는 앞을 볼 수도, 너하고 같이 놀 수도 없어. 네가 뛰어나와 길을 가로막으면, 아저씨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가지를 못해. 누가 앞에 있으면, 아저씨 대신 앞을 바라보는 이 지팡이가 걸음을 옮기지 말라고 하거든. 네가 조금 비켜나, 저기 가서 놀면 좋겠다. 괜찮지?"


소녀는 금방 내 말을 알아듣는다. 숨바꼭질을 멈춘 아이는 앞을 볼 수 있다는 신기한 지팡이를 보고 싶어한다. 바로 그 순간 잘 차려입은 한 여자가 내게 소리를 지른다.


"여기서 내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당신 내 아이 몸에 손까지 대더군요. 썩 꺼져요. 그렇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어요." "그러니까 당신이 어머니군요. 아, 내가 소리쳐 찾았던 사람, 아이를 책임져야 할 어머니가 바로 당신이군요!"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 다행히 아이들이 내 말을 듣고 있다는 생각이 퍼뜩 떠오른다. 아이의 마음을 고려한다면 아이가 보는 앞에서 어머니를 깎아 내려서는 안 된다. 아이 어머니의 흥분도 가라앉혀야 한다. 난 호의적으로 말을 건넨다.


"그동안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느라 아주머니는 자세히 보지 못했을 거예요. 아이들이 이 시각장애인 아저씨에게 바싹 붙어 주위를 마구 뛰어다녔어요. 그래서 내가 아이를 불렀어요. 아이가 어쩌면 그렇게도 남의 사정을 잘 헤아리는지, 시각장애인 아저씨를 보살펴드려야 한다고 자세히 설명을 해주니까 금방 내 말을 알아듣는 거예요. 아이가 이렇게 감정이입을 잘할 수 있는 것은 틀림없이 아주머니가 잘 키운 덕분일 거예요. 안녕히 계세요."


여자의 표정이 점차 부드러워진다. "고마워요."


보석 상점에서

나는 보석 상점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보통 나를 소개한다. 하지만 내가 심리학 박사, 체코 심리학회와 사회소아학회 명예회원이자 GFH회장, 베스트셀러 저자라는 등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난 외국인 억양으로 독일어를 발음하는 늙고 통통한 여자에 지나지 않는다. 인사를 건네는 순간부터 나의 외국인 억양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내가 누구인지 알겠다는 눈치이다.


"와, 정말 멋있는 목걸이군요."

"아! 손님, 저 목걸이는 비싼데요."


내게 돌아오는 대답이다. 보석상을 보자마자 나를 동유럽 출신의 청소부쯤으로 여기는 듯 하다. 나는 이 청소부 여자를 대신하여 모욕감을 느낀다. 보석상은 그 말 때문에 내 감정이 얼마나 상할지 조금도 생각하지 못한다. 손님이라는 말에서 뭔가 비꼬는 듯한 불쾌한 여운이 풍긴다. 이는 상점들이나, 물건들이 진열된 곳에서 내가 늘 겪곤 하는 일이다. 그런 일을 겪고 나면, 나는 곧잘 다음과 같이 대답하여 점원을 당황하게 만들곤 한다.


"값은 상관없어요. 여기 제 명함 받으세요."


그러면 점원은 말을 더듬거리며 내게 용서를 구한다. 동유럽에서는 이와 정반대되는 일이 벌어진다. 나는 동유럽에서 점원이 사치품을 놓고 손님을 무시하는 일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물론 이곳에서도 점원은 내게 블라우스 가격이 비싸다는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좀더 부드럽게 세심한 태도로 가격을 이야기한다.


"저도 저 블라우스가 마음에 들어요. 내가 사서 입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아요. 하지만 가격을 보세요. 무척 비싼 블라우스예요."


3. 도로교통

인격의 여러 부분을 점검하는 데 자동차보다 더 적절한 대상은 없다. 자동차 운전은 진지하고 섬세한 감정보다는 공격적이고 외부로 향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 도로는 운동경기장과 비슷하다. 이곳은 사람들이 정상적인 가족생활이나 직장생활에서 충족할 수 없는 자기 과시욕에 대한 보상을 추구하는 곳이다. 또 이곳은 경쟁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나는 자동차 운전 문제에 대해서 심층심리학적으로 깊이 파고들 생각은 없다. 나로서는 다만 우리가 일정한 규정들을 지키기만 한다면, 함께 살아가기가 훨씬 수월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언급하고 싶을 따름이다. 운전자에게 필요한 섬세한 감정과 법적 규제 이외에, 각 개인의 논리적인 사고도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다. 거기서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내 행동에 대한 반응을 상상해보고, 그 점을 고려하여 자신의 행동에 변화를 주려는 마음가짐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앞에서 길 좀 안내해줘요!"(파트너를 선택하는 한 가지 방법)

도로교통을 이용해서 간단한 시험을 해보는 것은, 미래의 결혼상대자나 사업 파트너의 감정이입 능력을 측정하는 이상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경우에 첫 번째 차량에 앉아서 길을 안내하는 사람은, 반드시 두 번째 차량을 타고 자기 차를 따라오는 사람의 관점에서 교통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해야 한다. 따라오는 사람이 자기 차를 놓치지 않도록 끊임없이 배려해야 한다. 이때 길을 안내하는 사람은 전체적인 교통상황을 파악해야 하고, 또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의 개성과 그의 운전 능력도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는 기술적인 능력도 문제가 되지만, 감성지능도 문제가 된다. 내 권유를 받고 이런 방법을 사용해본 한 젊은 여성은 나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우리가 교차로에 도착했을 때, 도로에는 차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어요. 신호등은 노란 색이었고요. 그런데 내 남자친구는 그 순간을 틈타, 신호등이 빨간 색으로 바뀌기 전에 쏜살같이 교차로를 지나갔어요. 하지만 난 멈췄어요. 운전면허를 취소 당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물론 그를 놓치고 말았지요. 결국 난 낯선 대도시에서 혼자 길을 찾아가야 했어요. 내가 방향감각이 둔해서 무척 애를 먹을지 알면서도, 남자친구는 나 혼자서 길을 찾도록 내버려두었던 거예요."


"그 사람은 날렵하게 생긴 아우디를 몰았고, 난 낡은 중고차를 운전했어요. 그는 내 차로는 멋들어지게 운전 묘기를 부릴 수가 없으며, 또 내가 변속기를 다루는 데 그다지 능숙하지 못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 번은 우리 앞에서 천천히 달리고 있는 승용차를 추월했어요. 맞은 편에서 화물차가 오고 있었는데, 그는 용케 앞차를 앞질러 나갔어요. 순간적으로 나도 앞차를 추월하기로 결심했어요. 물론 내 차로는 무리였어요. 끔찍한 순간이었어요. 다행히 나는 서둘러 추월을 포기하고, 다시 그 승용차 뒤로 왔어요. 나는 그를 비난했지만, 그는 결코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았어요."


교대로 진입하는 병목구간에서 끼어들기

병목구간에서 교대로 진입하는 방법이야말로 확실하고, 훌륭한 질서 유지 비법이다. 두 개 차선이 갑자기 하나로 줄어들면, 운전자들은 바로 그 앞에서 교대로 진입해야 한다. 그때 다른 차량의 방향지시등에서 눈길을 떼지만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렇지 못했을 경우에는, 눈길을 마주쳐 의사를 교환한다. 그런데 오른쪽 운전자에게 방향지시등으로 신호를 보내도 소용이 없고, 아무리 눈길을 마주치려고 해도 안될 때가 종종 있다. 그런 사람을 보면, 다른 운전자에게 아무런 반응도 보내지 않는다. 편협한 판단에 사로잡혀, 시야를 잃고, 주변을 살피지 못하며, 다른 운전자를 고려하지 못한다.


상대방을 고려하는 태도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잘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통계를 보면 여성운전자가 남성운전자보다 교통사고를 덜 일으킨다고 한다. 생각하고 느낄 때, 여성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특징이 바로 이 점에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직선적으로 정확하게 사고하는 남성들과 달리, 여성은 정확성은 부족하지만 그 대신 전체적인 시야를 가지고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한다. 여성 운전자는 상황의 개별적인 요인에 주의를 기울여, 유연하게 행동하며, 가슴의 논리로 또 뱃속에서부터 자신의 생명과 다른 사람의 생명을 보호한다.



제2장 감정이입의 그늘

"감정이입은 본질적으로 역설적인 것이다. 이 선천적인 능력이 진심으로 남을 돕고자 하는 목적에도 사용될 수 있지만, 남의 마음에 상처를 주려는 의도로 악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양의 조류처럼, 감정이입은 어느 순간에는 마음을 가라앉혀 주기도 하지만, 또 어느 순간에는 마음을 송두리째 뒤집어놓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아서 치아라미콜리가 감정이입을 다룬 책에서 한 말이다. 나는 악용된 감정이입이 가족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 나는 감정이입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믿는다. 가족 규모가 작을수록, 외동아이나 두 아이 중 한 아이가 희생자의 길로 추락할 가능성은 더 커진다. 기본적인 방법은 항상 같다. 파렴치하게 희생자의 감정이입에 호소하여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다.


1. 자신의 목적을 위해 어린이를 악용하는 부모

갓 스무 살의 나이에 마르티나는 날 찾아왔다. 그녀는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담배와 과자, 감자 칩을 위안거리로 삼아 살고 있었다. 그런 동안 마르티나는 심한 폭식증으로 몸이 비만해졌다.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자신감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도 자살 위험은 없었다. 마르티나는 부모에게 그런 고통을 안겨줄 수는 없다고 했다. 아버지 어머니 모두 그녀에게 매달렸다. 남동생은 제 멋대로 사는 이기적인 아이였다. 마르티나는 의학 공부를 하기 위해 집을 떠나, 200킬로미터 떨어진 대학 도시로 갔다. 그런데 부모에게 마르티나의 부재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커다란 고통이었다. 마르티나는 부모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죄책감까지 느끼기도 했다. 부모를 보살펴주지 못한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수련의 과정과 박사학위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


"모든 가능성이 다 열려 있다고 가정할 때, 당신은 이 지구상의 어디에 가면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디서도 느끼지 못할 거예요."

"당신에게 삶의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어디에서 가장 먼저 느끼게 되나요?"

"부모님이 계시는 집에 있을 때요."


더도 덜도 없는 도우미 증상이다. 마르티나가 살아온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사건들이 서로 얽혀있는 것이 드러난다. 마르티나의 부모는 처음부터 불행하게 맺어진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결혼을 하게 된 것은 어머니가 마르티나를 임신했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소녀에게 부모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짐을 지우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녀는 자기에게 생명을 누리게 해준 엄마와 아빠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부모를 돕고, 돕고, 또 도왔고, 부모가 살아있는 한 이를 멈출 수가 없었다.


평소에 그토록 이지적이었던 아버지는 자기가 예민하고 착한 딸에게 얼마나 큰 부담을 지웠는지 깨달았어야 했다. 자기가 아이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안겨주었다는 것을 눈치 챘어야 옳았다. 아버지는 딸에게 자기 아내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았고, 어머니는 원하지 않는 아이라도 유산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딸의 마음에 쓰디쓴 상처를 안겨주었다. 마르티나 부모의 행동은, 전형적으로 감정이입이 결핍된 행동으로 분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부모의 행동은 몰염치한 것으로 판명되었고, 딸에게는 정신적인 상처만 주었다. 그뿐 아니라, 그녀의 부모는 교활한 방법으로 훨씬 더 나쁜 짓을 저질렀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마르티나를 조종할 목적으로, 감정이입의 어두운 측면을 이용했다.


나는 부모로부터 심리상담을 시작했다. 마르티나의 정신적 부담을 덜어주어야 할 사람이 바로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자기들이 딸에게 과도한 짐을 지웠다는 사실을 깨닫고 깊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마르티나를 중재자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들 위에 드리운 그림자가 너무 커서, 그것을 극복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앞으로 마르티나에게 마음의 고통을 털어놓지 않는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부모가 입을 다물고 있어도, 마르티나는 그들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여전히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학업을 중단하고, 거식증에 빠진 상태로, 부모가 살고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나로서는 모든 심리상담 능력을 동원했지만, 이번 일에는 무소득이었다.


2. 사랑을 볼모로 벌을 주는 부모

내가 잘 알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두 자매가 있다. 큰 딸 도리스는 처음에는 어머니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2년 후에 동생 테레사가 태어나자, 사람들의 관심이 온통 그녀에게 쏠렸다. 눈부시게 예쁜 얼굴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이 평생 지속되었다. 게다가 도리스는 모든 면에서 테레사에 미치지 못했다. 감정이입 능력에서도 빠지지 않았던 테레사는 언니 도리스를 어떤 식으로든 도와주려 했다. 좋은 의도에서 도움을 준 것인데, 그것이 오히려 도리스에게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일이 되었다.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은, 어머니가 테레사가 하는 일이라면 칭찬을 아끼지 않고, 사랑도 온통 동생에게만 쏟는다는 사실이었다.


테레사는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활동요법 치료사가 되었고, 도리스는 백화점 점원이 되었다. 도리스는 평범한 우체국 직원과, 테레사는 고위공무원과 결혼을 했다. 그런데 도리스에게는, 성공한 동생 테레사가 이루지 못한 것이 딱 한 가지 있었다. 도리스에게는 아주 잘 자란 아들이 셋이나 있었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테레사에게는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 두 마을 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으며, 친정 부모는 그들과 가까운 도시에 살고 있다. 테레사 이모는 세 조카에게 인기가 만점이다. 세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가는 것도 무척 좋아한다.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손자들이고, 게다가 사내아이들이어서 조부모는 아이들을 보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첫 눈에 보고, 사람들은 그들을 행복한 가족으로 여긴다. 하지만 바닥에서는 갈등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도리스는 세 아이를 미끼로 삼아 가족 모두를 꼼짝 못하게 만든다. 한 아들이 버릇없이 굴면 도리스는 그 벌로 테레사 이모 집에 가지 못하게 한다. 그 때문에 아이들뿐 아니라 이모도 고통을 받는다. 그뿐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도 못 가게 한다. 아이들은 엄마에게 잘 보이려고 기를 쓴다. 그러나 앙갚음도 한다. 어느 때는 크리스마스트리에 불을 붙이기도 하고, 엄마 침대 이불 밑에 커다란 거미 세 마리를 넣어두기도 한다. 도리스는 마음 깊은 곳에서, 세 아들이 가슴속에 엄마인 자기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품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3. 성추행

이번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은, 경증장애아인 큰아들 파비안 덕분이었다. 어려서부터 파비안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남편은 자신의 자리를 큰아들에게 빼앗겼다. 심지어 그는 손님방에서 잠을 잤다. 하지만 아버지가 누이동생 미라의 방에 들어가면, 항상 쥐죽은 듯 아무 소리가 없었다. 파비안은 누이동생이 걱정되어 여러 번 방문에 대고 귀를 기울였다. 대부분 나지막하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 번은 아버지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미라, 우리끼리 서로 몸을 껴안는다는 얘기를 엄마한테 하면 안 돼. 생각해 봐. 엄마가 나에게 얼마나 화를 내겠니?"


파비안은 엄마에게 말했지만, 엄마는 파비안이 꿈을 꾸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편과의 이혼 문제가 코앞에 닥치자, 그때서야 엄마는 그 일을 알고 싶어했다. 아버지는 성추행으로 고소당했고, 미라는 처음엔 모든 사실을 부정했다. 하지만 오빠가 사실대로 다 이야기하자, 마침내 미라는 아버지와 여러 번 오래 애무를 했으며, 절대로 그 일을 입 밖에 내지 않겠다고 아버지와 약속했다고 털어놓았다. 9살 소녀는 어린아이답게 순진하게 몇 가지 사실을 시인했고, 아버지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현재 미라는 좋은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다니고는 있지만, 정신적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나는 미라에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냐고 물었다.


"프레콥 선생님은 제게 특이한 질문을 하셨어요. 지금까지 그걸 물어본 심리치료사는 한 사람도 없었어요. 처음부터 모든 심리치료사들이 내가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겼어요. 사실 완전한 근친상간은 아니었어요. 단지 아버지와 딸 사이에 있어서는 안 될 애무였던 것이 문제였어요. 어머니는 나를 다정하게 대해준 적이 없었어요. 아버지도 그랬구요. 본래는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주어야 할 사랑을 내가 주었던 거예요. 아버지도 본래는 아내에게 주어야 할 사랑을 내게 주었구요. 난 어렴풋이 느꼈어요. 아빠에게 낯선 여자가 생길 경우, 우리 가족은 완전히 끝장이므로 나라도 사랑하는 아버지에게 가정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에요. 결국 그것은 어머니와 오빠를 위한 일이기도 했어요.


내가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아버지를 배반했기 때문이에요. 내가 우리의 애무에 대해 세세하게 털어놓았거든요. 난 아버지의 명예를 영원히 짓밟았고, 아버지의 사랑을 잃었어요. 선고가 내려진 뒤, 난 더 이상 아버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어요. 심리치료는 내겐 효과가 없었어요. 심리치료사들은 나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으며, 아버지가 사악한 늑대였다는 것을 설득하는 데 역점을 두었어요. 그들은 어머니도 공범자로 여겨야 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도 난 그렇게 할 수가 없었어요. 나는 아버지에게서 떨어질 수가 없어요. 난 여전히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어요."


"넌 사랑에 사로잡혀 있는 거란다."


이것이 내 대답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존경할 때에만 사람은 올바로 살아갈 수가 있다. 부모를 존중하고 사랑할 때에만, 사람은 자존심과 자기 사랑을 지닐 수 있다. 이와 같은 단순한 진리를 모르는 심리학자와 심리요법 전문가들이 너무나 많다. 왜 그들은 가슴으로 부모를 알고 싶어하는 아이의 본능적 욕구에 대해서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는 걸까? 미라로서는 헛된 치료를 받은 셈이었다. 스스로 섬세하고 깊은 감정을 인식하여 자기 부모와 화해에 도달하기 전에, 홍수처럼 밀려드는 합리적인 지식의 물결에 휩쓸렸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머리를 무겁게 하는 논리의 지배를 받다보니, 가슴의 논리가 설자리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제3장 감정이입의 과정

1. 감정이입 능력의 발달

우선 사랑을 할 때는 행복한 공감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갈등을 겪기도 하며, 나와 너 사이에서 벌어지는 충돌은 항상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의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또 내가 그 사람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으려면, 양측의 감정들이 솔직하고 분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감정이입은 감정이 충돌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말하자면 감정이입은 송신자와 수신자를 연결해주는 전선이다. 갈등은 싸움이라는 뜻이 아니라, 화해와 그 뒤 다시 새롭게 흐르는 사랑이라는 뜻이다.


어린이의 성향에 대해 고려하는 어린이 친화적인 환경에서는, 정해진 성장법칙에 맞추어 갓난아기와 어머니 사이에 사랑이 넘치는 교류가 이어질 수 있다. 다른 보호자들과 갓난아기 사이에서도 그런 교류가 확대될 수 있다. 아직 어린이가 되기 전부터도, 마음은 지고지순한 사랑의 원칙을 자양분으로 삼는다. 마음은 사랑하고 사랑 받고 싶어한다. 이에 대한 욕구는 이미 심어져 있다. 그것은 당연히 충족되기를 희망한다. 아기는 어머니의 감정이입을 통해서 이 기쁜 소식을 접한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게는, 어머니가 의식적인 행동을 통해 어떤 방법으로 감정이입을 해주는지도 중요하다. 어머니는 부푼 배를 더 애정 어린 손길로, 더 자주 쓰다듬어주면서 아이에게 사랑을 보낸다.


어머니에게서 감정이입과 무조건적인 사랑과 보호를 받는다고 느끼는 가운데, 아이는 다른 관계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간다. 어머니는 아이와 직접 몸을 맞대고, 가능하면 어머니의 팔에 안긴 상태에서, 사랑을 받으면서도 어머니에게 저항하며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도록 격려해야 한다. 이렇게 어려서 배운 것은 평생의 자산이 된다. 아직도 어린아이들을 안거나 업고 다니는 문화권에서 사람들이 감정이입과 사랑에 넘치는 유대관계를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2. 감정이입을 저해하는 여러 가지 요인

전문가들은 어린이의 감수성과 상처받기 쉬운 감성을 무시했다. 아마도 마음의 상처라는 것을 측정하기도, 과학적으로 이해하기도 불가능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과학적 오류 때문에, 사람들은 신생아를 곧바로 어머니에게서 격리하여 갓난아기 방으로 보냈다. 버릇 나쁜 아이로 키우지 않으려면, 아이가 울더라도 달래선 안 된다고 진지하게 충고했다. 반항과 슬픔과 같이 바람직하지 못한 감정을 드러내거든, 매를 들고 격리시켜 벌을 주라고 권유했다. 이런 해로운 충고들이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실천에 옮겨지고 있으며, 대학에서 교육학 교수들도 그렇게 가르친다. 이른바 현대적이라는 이 모든 충고들의 공통점은 감정이입을 억누르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어머니들은 그 유대관계를 다시 복원하여, 잃어버린 안락함과 신뢰를 아이에게 되돌려줄 수 있었지만, 다른 어머니들은 그렇지 못했다. 어머니와 맺은 유대관계를 배반당한 경험에서 도무지 헤어나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온 몸을 갑옷으로 두르고, 사람보다는 자동차, TV, 컴퓨터와 같은 기술적인 물건들과 유대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한다. 시간이 갈수록 그들은 이웃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이는 현실과 가상현실의 구분을 어렵게 하며, 타인과의 유대관계를 상실하여 불확실하고 불안정해진 자아를 수많은 자아로 해체할 수가 있다. 여기서 악순환이 시작된다. 이웃사람들로 이루어진 현실을 기피할수록, 인간은 더욱 더 가상현실에 탐닉하게 된다. 사랑의 능력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는, 사랑의 핵심인 감정이입에 대해 깊이 생각하여, 그 정신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어 있다.


3. 감정이입을 촉진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안

먼저 회의론자들과 염세주의자들이 자주 제기하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대답할까 한다. 그들은 "어린 시절에 감정이입을 거의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 과연 그것을 배울 수 있겠는가?" 하고 묻는다. 나는 배울 수 있다고 단호하게 대답한다. 한 여성은 원치 않는 아이로 태어나, 어머니에게서 감정이입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했으나, 자기 아이들에게는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기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아이에게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아이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부분적으로는 아이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동안, 그녀는 마치 자신이 아이인 듯, 감정이입이라는 선물을 돌려 받았다.


- 감정이입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당신의 감정을 실제로 지각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에게, 당신에게 감정이입을 할 기회가 생긴다.


- 당신의 이웃들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노려라. 당신이 감정이입한 것을 당신 자신에게 알려주라. 당신의 해석이 옳았는지, 아니면 착각이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 상대방의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는 것은, 감정이입이라는 예술에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 상대가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지켜보면서 특정한 특징에 속아 다른 특징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웃는다고 해서, 그 사람의 마음이 반드시 즐거운 것은 아니다.


- 감정이입의 어두운 면을 인식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진정한 감정이입과 사심 있는 감정이입을 구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감정이입 방법은 외교적인 행동으로 볼 수도 있는 만큼, 반드시 상대를 이용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의심이 갈 경우에는, 솔직한 대화를 통해 그 점을 지적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에는 어린이 교육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 임신 중에는 아기에게, 엄마가 자기를 반갑게 환영하고, 자기가 태어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 최소한 1년 동안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돌봐주어야 한다. 되도록 아이가 체험하는 모든 일에 동반자가 되어 감정을 표현해준다.


- 아이가 감정을 드러냈을 때, 벌을 주어서는 안 된다. 아이의 감정은 모두 존중해주어야 한다.


- 감정이입을 통해 아이가 예의범절을 갖출 수 있도록 신경 쓴다.


- 아이의 경험이 형성되는 주변 세계를 아이와 함께 관찰하면서, 아이가 인간과 사물들의 상호 관계들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아이에게 내세우는 모든 규칙을 부모 자신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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