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만 하던 옆집 언니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을까?

   
정경숙
ǻ
바이북스
   
13000
2021�� 01��



■ 책 소개


가슴 설레는 꿈을 현실로 마주하라 

“삶이 허전해지는 중년의 시기. 그동안 잊고 있었던 꿈이 다시 떠오르지는 않는가?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솟아오르지는 않는가? 마음은 굴뚝같아도 냉혹한 현실에 되살아나는 꿈을 다시 잠재우지는 않았는가? ‘주위에 날고 기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내가 어떻게 감히’ 하며 지레 겁먹고 포기해버렸는가? 이런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저자 정경숙은 스스로를 저지르기는 잘하는데 싫증도 잘 내고 포기도 잘하는 사람이었지만 진짜 꿈을 만나자 그 어떤 일보다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고 고백한다.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4년간 천 권의 독서, 하루 10페이지 글쓰기를 매일한 결과, 드디어 《살림만 하던 옆집 언니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을까?》라는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꿈꾸기에 아주 좋은 시기인 중년에 가슴 설레는 꿈을 현실로 마주할 필요가 있다. 재능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자신이 없어서, 나이 때문에, 남의 이목 때문에 작가라는 꿈을 내려놓았는가? 재능도 부족하고 나이도 많은 옆집 언니의 생생 체험기를 지금 만나라! 

■ 저자 정경숙
21년 차 가정주부. 한때 부동산 큰 손을 꿈꾸며 경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경매과정 수료 후 아파트 경매 1건, 토지경매 2건을 낙찰 받았지만 10년 넘게 재산세만 내고 팔지 못해서 골치 썩힐 뿐 큰 소득 없이 끝났다.
 
더군다나 2012년 23회 공인중개사에 합격하여 곧바로 사무실을 개설했는데 사무실을 차려놓고 고객 응대는 뒷전이고 독서와 글쓰기를 더 열심히 한 결과 2년 만에 폐업했다. 그래도 좌절하기보다는 오히려 마음속에 간직한 꿈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남편의 권유로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4년간 천 권의 독서, 하루 10페이지 글쓰기를 매일 했다. 저지르기는 잘하는데 싫증도 잘 내고 포기도 잘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진짜 꿈을 만나자 그 어떤 일보다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 남편에게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5백만 원을 받아 책 쓰기 수업을 들으며 노력한 결과로 결국 작가가 되었다. 그 결실인 이 책을 독자들에게 자신있게 권한다.

■ 차례
프롤로그_ 꿈꾸기에 좋은 시기 

1. 그날이 그날 같았던 하루를 넘어 
평범한 행복은 평범하게 찾아오지 않는다 | 당신은 누구십니까? | 나는 중독자가 되려 한다 | 나에게 맞는 일을 찾지 못했을 뿐 | 우주가 내린 계시 

2. 시시하지만 가슴 뛰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은 어릴 때나 꾸는 걸까? | 조금 헤맬지라도 꿈을 찾는 여정은 설렘이다 |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한마디 | 도서관에서 살다가 찾은 사람 | 작가는 오늘 글을 쓴 사람이다 | 조금 후를 기다리며 꿈을 꾸다 

3. 냉수마찰로 정신 차린 여자 
새벽에 차가워지면 하루가 뜨거워진다 | 나는 멋진 애였다 | 나는 어부의 삶을 지지한다 | 최선을 다했기에 다음이 궁금하다 | 중년의 사치로 만드는 명품 인생 

4. 가정의 평화를 위해 엄마의 행복을 보장하라 
하고 싶은 일이 많으니까 밥은 알아서 | 남편의 돈은 내 인생의 마중물 | 아들에게 ‘중2병’이 없었던 이유 | 내가 예뻐지고 있는 이유 | 교육을 위해 진짜 엄마를 보여주려 해 | 불량주부 양성 계획 

5.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조금씩은 다른 모습이기를 
지금 나의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 |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일 | 이제라도 꿈꾸기를 | 도서관에서 부자가 되었다 

6. 작가에 도전할 때 고민할 질문들 
나를 성장시키는 글쓰기에 대하여 | 책 쓰기에 유리한 독서에 대하여 | 평범한 사람들의 책 쓰기에 대하여 

에필로그_아주 작은 꿈이 이뤄낸 커다란 삶의 기적 

 




살림만 하던 옆집 언니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을까?


그날이 그날 같았던 하루를 넘어

나에게 맞는 일을 찾지 못했을 뿐

꿈이 없었을 때는 나 자신에게 맞는 일보다 남들이 해서 성공한 일이나 돈이 잘 벌리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선택의 기준이 내가 아닌 남이었다.


결혼한 후 뭐라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집 근처 도서관 교육 과정에 있던 영어 회화반에 들어갔다. 목표 의식 없이 그저 영어라도 잘하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로 시작했다. 자연히 그 배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다만 그곳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바로 내 인생의 첫 번째 롤 모델 유경희 언니였다. 집 방향이 같던 언니와 나는 수업이 끝나면 함께 걸어가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 교육, 남편에 대한 내조, 재테크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완벽해 보였던 언니의 인생 스토리는 내게 금과옥조 같았다.


언니를 보며 재테크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던 중 당시 유행하던 경매에 관심이 갔다. 관심을 실천으로 옮겨 경매 관련 책을 수십 권 읽고, 평생교육원 경매과정까지 이수했다. 또 당시 경매로 성공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수업도 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 서울에서 하는 수업이었는데, 피곤함도 잊은 채 열심히 다녔다. 그 수업을 듣고 난 뒤 바로 실전 경매에 도전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했던가? 처음 도전한 아파트 경매에 낙찰되어 1,0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남겼다. 하지만 집주인의 뻔뻔한 거짓말에 속아 이사비로 200만 원이나 줬다(내가 미쳤지!). 그때 이후로는 아파트 경매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낙찰가가 실제 매매가를 상회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까지 갔다. 아파트에는 답이 없었다.


땅 부자를 꿈꾸며 토지 경매에도 도전했다.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김밥과 컵라면을 싸가지고 소풍 삼아 땅을 보러 다녔다. 그렇게 몇 개월을 다니다가 2필지의 토지를 낙찰 받았다.


한 필지는 맹지(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전혀 없는 토지)였고, 다른 한 필지는 옆 땅과 경계선이 없는 논이었다. 한마디로 하자 있는 땅이었다. 남편은 우리 땅이 생겨 좋아했지만, 나는 10년 넘게 팔지도 못하고 재산세만 내는 애물단지 땅 때문에 지금도 속 썩고 있다.


경매는 3년 정도 하다가 그만두었다. 계속 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겉으로는 합법적인 재테크이고, 경매가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좋은 역할도 한다는 합리화를 스스로에게 심었지만, 사실 이 일을 하며 떳떳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의 눈물을 보며 돈을 번다는 죄책감이 들면서 점점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생각보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해서 그만둔 것도 이유다.


그러다가 공인중개사에 도전했다. 부동산업을 하면 관련 업종의 사람들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재테크할 때 더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자격증을 따고 얼마 안 돼 사무실을 오픈했다.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보다 직접 부딪치는 게 더 빨리 배울 수 있다는 남편의 말을 따른 것이다. 어쨌든 처음에는 좋았다. 크고 멋진 사무실에 내 이름이 박힌 명패를 놓으니 폼이 났다. 누가 봐도 멋진 커리어우먼 같았다. 폼나게 살고 싶은 내 소원을 이룬 것 같아 뿌듯했다. 만세!


일을 배우고 그 문화에 적응한다는 이유로 여러 사람들과 어울렸다. 처음에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계약을 통해 들어오는 적지 않은 수수료를 보며 나름 재미를 느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 일은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아파트 매매 전문 부동산이다 보니 사소한 분쟁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일을 하면 할수록 내가 아닌 내가 되어가는 현실이었다. 그것도 내가 싫어하는 모습으로 내가 변해가고 있었다. 일에 회의감이 찾아왔을 때 스티브 잡스가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물었다는 질문을 내게 던져봤다.


“만일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할 것인가?”

즉각 대답이 튀어나왔다. “아니요.”


부동산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어떻게 영업을 할까 고민하는 게 아니라 독서와 글쓰기를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고객이 찾아오면 귀찮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2년을 버텼다. 사무실은 그럭저럭 유지해 나갔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는 자꾸 곁눈질을 하게 되었다.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었다.


그렇게 마음을 잡지 못하자 남편은 사무실을 정리하는 게 어떠냐며 제안했다. 나의 한숨을 이해해준 남편이 정말 고마웠고, 너무 미안했다. 나는 새로운 출발을 위해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오픈한 지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한때는 인내력 없고 끈기도 없어 보이던 내가 지금 글 쓰는 일을 5년간 꾸준히 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즐겁고 성실하게. 나는 끈기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일을 못 만났을 뿐이었다. 5년간 매일 글을 쓰고 독서를 하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에 나 자신이 좋아지고 대견해진다. 비로소 자존감이 생긴 것이다.


주변에서 나를 보며 말했다. “힘들게 공부해서 딴 자격증을 포기하냐? 조금만 버티면 될 텐데.”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몇 년을 버틴다고 해도 여전히 그 일을 좋아하지 않고 자꾸 곁눈질을 하고 있으리라는 것을. 무조건 남이 볼 때 좋아 보이고 화려해 보이는 일일지라도 나와 맞지 않으면 결국 끝까지 할 수 없게 되리라는 것을. 이게 바로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정경숙이라는 사람의 실체다.


누군가는 말한다. 다들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사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이왕 사는 인생 ‘내’게 즐거움을 주는 일을 찾아 사는 게 그렇게 어려울까? 조금만 욕심을 버리면 되지 않을까? 아무리 어려운 자격증을 따고 멋진 성공을 이루었다고 해서 자존감이 올라가는 건 아니다.


자존감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성취해가며 기쁨을 느끼고, 그런 ‘나’를 진정 좋아하면서 생기는 게 아닐까? 물론 공인중개사로 있을 때보다 지금의 정경숙은 덜 빛나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순간이라 생각한다.



냉수마찰로 정신 차린 여자

중년의 사치로 만드는 명품 인생

나는 명품을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보석도 싫어한다. 몸에 치렁치렁 달고 다니는 걸 굉장히 귀찮아한다. 오죽했으면 귀걸이는 20년이 넘도록 똑같은 것, 그것도 원터치다. 내 귀에 있는지조차 잊은 채 아예 내 피부려니 하고 내버려 둔다. 혹시나 해서 뚫어놓은 귀가 막힐까봐 아예 끼고 산다.


중년 여성과 꿈이라고 하면 그다지 잘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다. 꿈이라는 말은 십대 청소년이나 이삼십대 젊은이들에게 많이 쓰이는 단어이기 때문인 듯하다. 중년 주부는 자신의 꿈보다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그것을 숙명이라 생각하며 살아간다.


중년의 나이가 되어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그들은 어떤 즐거움을 누리게 될까?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생활 또는 남편과 자식들의 성공이 그 즐거움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중년 부부는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에도 자식이나 남편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이의 성공을 말하기보다는 자신의 꿈을 이야기할 때다.


신혼 때의 일이다. TV에서 중형차 광고가 나왔는데, 그 내용이 “당신이 타는 차가 당신의 인격을 말해준다”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남편은 ‘타우너’라고 하는 아담한 봉고를 몰고 다녔는데 그런 남편이 광고를 보자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내 인격은 타우너냐?”


이 말에 빵 터져 웃긴 했지만 뒷맛은 씁쓸했다. 차뿐만 아니라 명품을 걸치고 다니면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 그 사람은 품위 있고 멋진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던가. 왜 사람들이 명품에 목숨을 거는가? ‘나’를 표현할 방법이 그것 말고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남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왜 비싼 옷을 오래 입는 줄 알아? 비싸게 샀기 때문에 더 신경 쓰니까 그래. 싸구려 옷은 싸게 샀으니까 세탁할 때에도 세탁기에 마구 돌리거나 얼룩이 생기면 싸게 산거니까 하고 내던져버리지. 근데 비싼 옷은 세탁소에 맡겨 세탁하고, 얼룩 한 점 묻지 않게 얼마나 신경을 써? 그렇게 신경 쓰고 관리하니까 당연히 오래 입지.”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남편의 말에 어떤 이들은 원단 자체가 달라서라고 반론을 펼지 모르지만 요즘 세상에 원단 때문에 오래 입고 덜 입고의 차이가 얼마나 있을까? 사실 비싸게 산 옷에게는 특별 대접을 한다. 옷걸이에 걸어 구김 가지 않게 하고, 틈틈이 얼룩이 졌나 먼지가 묻었나 신경 쓴다. 반면 싸게 산 옷은 대충 옷장 안에 구겨 넣는다.


사람도 그렇다. 자신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내’가 명품이 되느냐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되느냐 결정될 것이다. 물건은 이미 사는 순간 그 값어치가 정해져 있지만 사람은 얼마든지 자신의 값어치를 높일 수 있다.


자신이 이제까지 별 볼일 없어 보였고 또 그렇게 살아왔다면, 이제부터 ‘내’가 나를 어떻게 대우하고 투자하느냐에 따라 변신할 수 있다. 물론 그 변신은 외적인 부분에 그쳐서는 안 된다. 내적인 변신을 이루어야 변신이 완성된다.


명품 인생은 꿈이 있는 삶이다. 꿈이 있으면 아무리 초라한 차를 타고 오래된 물건을 지녀도 사람이 명품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빛난다. 꿈이 없고 명품만 걸치고 다닌다면 그 명품만 빛날 것이다. 그리고 명품은 인격과 아무 관련 없다.


나는 느지막이 꿈을 꾸고 실천해가고 있다. 시간이 가고 오래될수록 더 가치가 생기는 진짜 명품이 되어가는 중이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조금씩은 다른 모습이기를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2020년 초엽 엄마가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그 일로 내 삶은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생겼다. 2019년 12월까지는 책 쓰는 일에 온 힘을 쏟아 부었는데, 올해엔 대부분의 신경을 엄마에게 보내야 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지만, 항암치료를 위해 2주일에 한 번 대학병원에 오가야 했다.


지금, 일상의 대부분을 엄마의 치료에 맞춘 채 그렇게 9개월을 보내는 중이다. 엄마의 몸 상태가 일정치 않아 나는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느 순간 책을 쓰는 일이 먼 옛날에 하던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올 3월까지는 최고조로 예민해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도무지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기획사에서는 샘플 원고를 보내라고 종용했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집에 있으면 도무지 의욕이 생기지 않아 멍하니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넋이 빠졌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마음은 뭐라도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차 있으면서도 그냥 쉬는 게 낫겠다 싶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방황하며 나는 매순간 쉼 없이 달려왔다.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꿈을 찾기 위해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나이가 들어가며 내 성공의 기준이나 모습은 달라졌다. 주변에 보이기 위한 그런 성공의 모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일들로 내 삶을 채워가고 있다.


일을 하다가 가끔 쉼표가 필요할 때엔 쉬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시간은 휴식을 주고 충전을 준다. 나는 몸과 마음이 지치면 그냥 멍하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드러누워 있다. TV를 보거나 뒹굴뒹굴 놀며 맛있는 것을 먹을 때도 있다. 그렇게 며칠간 놀다 보면 충전이 되어 뭔가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한다.


매일 성취가 있어야 하고 특별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오늘을 잘 버티는 것도, 잘 보내는 것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매일 똑같은 하루 같아도 조금씩은 다른 법이다.


사실 행복이란 상대적인 것이고 남들이 가진 것을 모두 가질 필요도 없는데, 우리는 왜 그리도 욕심을 부리며 살고 있었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왜 이리도 불안했을까? 하루 동안 특별한 일이 없으면 왜 낭비한 기분이 들었던 걸까?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나오는 주인공 박새로이와 조이서의 대화 중 이런 내용이 나온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살아서 뭐 하나. 인생이란 게 그렇잖아요. 뻔하고.”

“뭔 소리야?”


“언젠가 늙어 죽는, 100년도 안 되는 짧은 인생. 어떻게든 잘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 차라리 안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귀찮아.”

“그렇게 귀찮으면 죽어.”


“네?”

“헛 똑똑이네. 자기가 무슨 신이라도 되는 마냥. 반복적인 일상 같지만 사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몰라. 대뜸 시비를 걸던 승권이는 지금 지금 ‘단밤’에서 홀을 봐주고 있고, 가게 영업정지 시킨 니가 지금 우리 가게 매니저야.


뻔한 날은 단 하루도 없었어. 지금껏 힘든 날도 슬픈 날도 많았지만, 살다 보면 가끔 그렇게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곤 해. 니가 온 이후로 더 그러네. 가슴 뛰는 하루하루야. 혹시 알아? 살다 보면 니 그 지겨운 일상에도 가슴 뛰는 일들이 생길지…….”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저 아무 의미 없이 흘러가는 것 같아도 우리는 조금씩 변하고 성장하며 나아간다. 한때 나는 사는 의미도 몰랐고, 사는 게 재미없었고, 나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별한 업적을 쌓지 않아도 나름대로 내 인생은 누군가에게 작은 의미가 되어주기도 한다. 아무것도 안 하면 또 안 하는 대로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뭔가를 이루어내야 하고 특별한 오늘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 부담감에서 벗어나 이제 잠시 쉼을 갖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 쉼이 내일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이제라도 꿈꾸기를

나는 꿈을 이루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드라마나 영화, 소설에서 주인공이 고난을 극복하다가 결국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쇼생크 탈출>이다. 이 영화는 꿈을 이루는 이야기는 아니다. 촉망받던 은행 부지점장이었던 주인공 앤디가 억울한 살인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갇혀 있다가 탈출하는 이야기다.


처음 앤디가 교도소에 들어왔을 때 동성애자들의 공격을 받았고 친구도 없이 혼자 지내게 되었다. 교도소 밖에서도 안에서도 그는 불행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우연히 듣게 된 간수장의 유산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그의 인생은 달라진다. 친구도 생기고, 교도소장의 뒷돈 관리를 해주는 특별한 죄수로 거듭난다.


암담한 현실에서 순응하며 살아가는 다른 죄수들과는 달리 앤디는 스스로 희망의 실마리를 찾았다. 수동적으로 환경에 길들여지기보다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능동적으로 방법을 찾아 나선 것이다.


희망은 위험한 것이라 말하는 그의 친구 레드에게 앤디는 말한다. “희망은 좋은 거예요. 좋은 것은 사라지지 않아요.”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항상 우리 곁에 있다. 다만 거저 주어지지는 않는다. 자신의 의지로 찾아야 한다.


열 번도 넘게 본 <쇼생크 탈출>. 이 영화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도 자신이 가진 지식이 그 상황을 헤쳐 나갈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이 갖고 있던 지식이나 경험으로 하나하나 문제를 풀어나가다 보면 희망이 보인다는 게 나를 이 영화에 빠져들게 한 이유다.


세상을 살다 보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십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하찮은 지식이나 기술이라고 해도 언제 어느 때 유용하게 쓰일지 알 수 없다. 그러므로 부지런히 지식과 경험을 쌓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재능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어 막막해 보이던 삶. 그 삶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지로 희망의 끈을 잡았다. 어릴 때부터 써왔던 글쓰기가 평생의 직업이 될지 그 누가 알았으랴.


누구나 ‘나’에게 있는 아주 작은 경험이나 지식을 다시 돌아볼 일이다. 꿈이 없다고 망연자실 앉아만 있지 말고 무엇이라도 삶의 힌트를 찾아야 한다. 자신을 돌아보며, 아주 조그마한 일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해야 한다. 그 작은 실마리가 나중에 엄청난 인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삶이 흘러가는 대로 수동적으로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내’가 능동적으로 내 인생을 끌고 갈 것인가? 이제는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볼 때이다. 꿈을 꾸기에 늦은 때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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