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돌파력

   
김시래
ǻ
쌤앤파커스
   
15000
2016�� 04��



■ 책 소개
이 책은 머릿속에 부유하는 지식(인문학)들을 모으고 나누고 조합해 ‘생각’으로 만드는(크리에이티브) 비법을 자동차 드라이빙에 비유해 5단계로 설명한다. 자동차에 연료를 넣듯 생각에도 ‘열정(몰입)’이라는 연료를 넣는 것에 대해, 안전한 운전을 위해 좌우앞뒤를 살피듯 좋은 생각을 위해 상황과 현상을 예리하게 살피는 ‘관찰력’을 기르는 것에 대해, 자동차의 엔진이 강한 동력을 만들어내듯 머릿속에 흩어져 있는 지식과 정보를 ‘결합하고 상징’물로 만드는 것에 대해, 핸들과 엑셀 같은 조작장치로 운전하듯 생각에도 구성을 입히는 ‘스토리텔링’을 갖추는 것에 대해, 안전하고 매끄럽게 운전하는 자동차에 많은 사람이 믿고 타듯 주효한 생각으로 많은 사람을 ‘참여’시키는 것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보여준다.

 

비즈니스 현장에 합류하고 싶은 취업준비생부터 치열한 경쟁과 업무에 치여 사는 기업 실무자 그리고 아이디어에 권태를 느끼고 있는 기업 관리자들이 막막한 상황을 돌파하는 생각의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저자 김시래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광고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거쳐 호서대학교에서 정보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웅제약 홍보실 입사를 시작으로 ㈜제일기획 그룹장과 SK플래닛 본부장을 지내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수의 광고들을 만들었다. 해찬들 “맛있게 맵다”, S-OIL “좋은 기름이니까”, 삼성생명 “브라보 유어 라이프” 등의 광고로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동상, 특별상, 대상을 수상했다. 그런 역량을 인정받아 ㈜제일기획에서 신지식인, 최우수지식마스터, 최우수지식인으로 선정되었고 삼성전자, 삼성카드, 삼성생명, 제일모직의 기업교육 강사로 초빙되어 홍보마케팅 전문 강의를 맡았다. 한국방송광고공사 자문위원을 지냈고 지방자치발전위원회 홍보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경기대학교에서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로서 후학 양성과 동시에, ‘트랜드 인사이트 아이디어’,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전략’, ‘프리젠테이션 전략’, ‘홍보마케팅 전략’ 등에 대한 크리에이티브 전문가로 여러 대기업에 출강하고 있다.

 

■ 차례
Prologue 생각을 만드는 것이 막막한 이들에게

 

STEP 1 열정 생각의 에너지를 채워라
집념은 몹시 뜨겁다
열정이 위험할 때도 있다
생각의 발전소, 호기심
모든 경험은 지혜를 남긴다
99% 싱크 1% 잉크
덕후는 남다르다

 

STEP 2 관찰 생각의 가능성을 발견하라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세속적인 것의 진면목을 보는 법
창백한 푸른 점 하나
사실 속에 숨은 진실
보이는 것 너머를 볼 줄 아는 눈
관찰력은 경쟁에서 살아남게 하는 방패다
나부터 관찰하라
많이 봐야 새로운 것도 보인다
같은 것도 남다르게 보라
알랭 드 보통의 보통 아닌 통찰
인문의 숲에서 헤아려라
세계 최고의 관점은 이노베이션의 총합이다
철학 고전 100권이 노벨상을 배출하다
당신의 관찰력을 위하여

 

STEP 3 결합 & 상징 생각의 엔진을 작동시켜라
러버덕이 만든 시대의 상징
이미지와 공감이 만나면 어떤 상징이 되는가
상징 안의 드라마
묶는 대로 의미가 생긴다
상반된 결합도 가치를 만든다
패키지의 마법
쉽게 세상을 말하는 법
하나의 상징을 이해하려면 총체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비유가 흘러온 시간
색은 말한다
애플의 사과에 무엇이 담겼나
가장 축약된 그래픽 상징
공익적일수록 자극적이라는 역설
한 끗 차이의 절묘한 상징
직설적인 상징의 힘
즐거움의 왕국 코카콜라
클래식의 힘
확실한 상징에는 유효기간이 없다
매일 매일 오늘의 로고
상식의 정반대에도 정답은 있다
결국은 공감의 폭과 깊이다

 

STEP 4 스토리텔링 생각의 가속도를 높여라
이야기로 만들면 팩트에 발이 달린다
정우성 짬뽕집의 전설
디지털의 시대, 이야기의 탄생에 주목하라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
아이디어를 편집하라
구슬이 서 말이라도 잘 꿰는 게 중요하다
이야기의 힘, 기억으로 침투한다
이야기의 힘, 감정으로 각인된다
어떻게 이야기를 탄생시킬 것인가
70%의 익숙함 30%의 새로움
이야기를 이야기처럼 만들라
짧은 것이 기술이다
브랜드의 생명력 브랜드의 스토리
긍정적으로 그리고 사실적으로
짜릿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식상한 것도 스토리가 더해지면 강렬해진다
여전히 전설에 목마르다
스토리텔링이 아직도 어렵다면

 

STEP 5 참여 생각의 동승자를 모아라
텅 빈 교회는 영혼을 구원할 수 없다
문화를 바꾸는 참여의 기술
행동을 유발하는 확산의 기술
입을 탓하지 말고 단맛을 입혀라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만드는 세상
한 번의 터치로 가능하게 하라
좋은 캠페인은 입이 열리고 발이 달린다
참여의 열쇠 공유가치
온라인 5일장의 박리다매
게임과 운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Epilogue 생각을 만드는 것이 즐거움이 되길 바라며




생각의 돌파력


열정 생각의 에너지를 채워라

집념은 몹시 뜨겁다

폴 고갱의 작품 『언제 결혼하니?』가 3억 달러에 낙찰되면서, 최고가였던 폴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을 뛰어넘고 새로운 기록을 갱신했다. 이런 대단한 인상파 작품들이 화제가 될 때마다 거론되는 이름이 하나 있다. 일본의 목판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다. 호쿠사이는 일본 근세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유럽 인상파 탄생의 계기가 되었던 우키요에의 대가로서, 이른바 그림에 미친 노인으로 유명하다. 그는 3만점이 넘는 작품을 그렸지만, 일흔이 넘어서야 대표작들을 줄이어 세상에 내놓았으니 노인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기도 할 것이다. 그는 타계하기 직전까지도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의 뜨거운 집념은 한 일화에서 더욱 잘 알 수 있다.


어느 날, 그는 친구에게서 수탉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수탉을 그려본 적 없는 호쿠사이는 친구에게 일주일 후에 찾아와달라고 한다. 일주일 후 친구가 왔지만 호쿠사이는 다시 한 달 후에 찾아와달라고 한다. 그 후 그는 반 년, 1년 계속 약속을 미루며 친구에게 3년이 되도록 수탉 그림을 주지 않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던 친구가 호쿠사이에게 크게 화를 내자, 호쿠사이는 종이를 가지고 오더니 그 자리에서 그리기 시작한다. 강한 생명력은 물론이고 기백마자 느껴지는 호쿠사이의 수탉 그림을 본 친구는 이렇게 그려주면 될 것을 왜 그동안 이상하게 굴었느냐고 묻는다.


호쿠사이는 조용히 친구를 자신의 작업실로 데리고 간다. 그의 친구는 문턱에서 그만 할 말을 잃는다. 호쿠사이가 지난 3년 간 밤낮으로 수탉을 그려낸 종이만이 작업실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쿠사이는 한 번도 그려본 적 없던 수탉이었지만, 그 본연의 생명력을 표현해낼 때까지 그리기를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그림을 향한 호쿠사이의 놀라운 집중과 열정은 그가 남긴 말에 더욱 깊이 배어 있다. 그는 대표 작품 중 하나인 『후가쿠 100경』을 내놓으면서 이런 바람을 했다고 한다.


"나는 여섯 살 때부터 자연을 그리기 시작했다. 화가가 되어 쉰 살에 명성을 얻었지만 일흔 살 전에 했던 모든 것을 쓸모없는 짓이었다. 일흔세 살에야 날짐승과 들짐승, 벌레와 물고기의 구조를 파악했고 식물이 자라는 이치를 이해했다. 계속 노력하면 여든여섯 살에는 그런 것들을 더 완벽하게 파악하고, 아흔 살에는 자연의 핵심을 꿰뚫고, 백 살에는 신묘하게 통찰하고, 백서른 살 백마흔 살에는 내가 그린 점 하나, 획 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경지에 이를 것이다. 하늘이 내게 장수를 주셔서 이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증명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인생이 저물어가는 노년에도 오직 그림에만 몰두하고 경지에 이르는 순간을 염원했던 호쿠사이의 뜨거운 집념이야말로 과업을 이룬 연료가 된 것이다. 어쩌면 호쿠사이가 집념을 갖게 된 배경에는 젊은 시절 화가로서의 명성을 얻지 못했던 일종의 열등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에게 있어 열등감만큼 뜨거운 것도 없으니 말이다.


나는 첫 직장생활 시절, 열등감에서 비롯된 열렬하고 강렬한 집념을 경험한 적이 있다. 열등감이 열정의 촉매제가 된 경우다. 내가 처음으로 몸 담았던 곳은 대웅제약 홍보실이었다. 나와 같이 광고학을 전공한 대학 동기들은 오리콤이나 동방기획 같은 대형 대행사에 취직해 광고를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대행사에 다니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활기차게 일하며 사는 모습이 부러웠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종종 스스로 과소평가하기도 했다.


홍보실 일이 나빠서라거나 싫어서는 아니었다. 좀 더 분투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여러 생각이 교차하던 가운데,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알 수 없는 뜨끈한 무언가 힘껏 치솟는 것을 느꼈다. 지금 내가 주어진 것에서 최선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라는 의지가 강하게 일었다. 친구들과의 비교에서 시작된 결핍이 열정이 된 것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광고 공모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뜻이 맞는 같은 회사 디자이너와 함께 꼬박 2년을 투자했다. 선배 직원들이 퇴근하면 둘이 마주 앉아 밤새 공모에 맞는 기획을 하고 사비로 촬영비, 소품비, 진행비도 충당했다. 때문에 비록 몸은 축나고 주머니는 가벼웠지만 정신만큼은 건강하고 가슴속만큼은 부자였다. 결국 2년째 되던 해 한국일보 공모전 우수상과 조선일보 공모전 장려상을 연속으로 수상하는 짜릿한 영예를 얻었다.


그 후, 까다롭고 어려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면 그 시절의 뜨거운 집념을 복기하듯 떠올렸다. 당시의 뜨겁고 간절했던 집념은 내 이름 석 자를 걸고 일하는 것에 자부심을 갖게 했고 나아가 보람 있는 성과를 이룬 원동력이 된 것이다. 경지를 향한 염원의 집념이든 열등감 극복의 집념이든 나를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만드는 자발적인 열정이 어떤 일이든 돌파할 수 있는 생각과 행동의 에너지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나를 자극하자. 열정을 에너지로 삼아 끊임없이 생각하고 부딪히며 자극하자. 더 뜨겁게 불태우도록 자극하자. 그것이 바로 생각의 연금술이다.



관찰 생각의 가능성을 발견하라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불교 공부의 핵심은 관찰입니다."


해인사 홈스테이 프로그램에 주지스님께서 처음 일갈하시는 말씀이다. 선을 행하는 것도, 울력을 행하는 것도 모두 마음의 흐름을 정확히 찾아내고 하나하나 짚어 내는 과정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사태의 흐름과 경과를 면밀히 바라보고 파악하는 과정이야말로 새로운 생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장석주 시인이 쓴 『대추 한 알』이라는 시에서 면밀한 관찰력의 힘을 알 수 있다. 한 알의 익은 대추로부터 태풍과 천둥과 벼락이 들이치던 지난한 시간과 경과까지 이야기하는데,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볼 수 있는 시인의 고유한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세상에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없듯, 한 알의 대추도 "저절로 붉어질 리가 없다."라는 시인의 문장에서 그의 통찰을 느낄 수 있다. 시인의 예사롭지 않은 관찰력이 한 알의 대추를 인간 세상의 진리를 대변하는 상징으로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이 시에서 돋보이는 시인이 가진 통찰의 출발은 하나의 사물과 사건의 인과를 추론해 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모든 생명의 탄생에는 시간의 흐름과 사건의 경과가 존재하듯, 대추 한 알이 붉어지고 둥글어지는 것도 태풍과 천둥과 벼락, 무서리와 땡볕이 인고의 인과로 얽혀 결실을 이룬다고 이야기한다. 길에 툭 하고 내던져진 대추 한 알에서 우주의 탄생과 삶의 섭리를 발견해낸 것이다.


시에서처럼 결국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인간과 사물, 자연 모두가 작든 크든 인과의 끈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모든 상황과 사태의 변화에는 원인과 그에 따른 결말이 있다. 이를 인과라고도 한다. 스티브 잡스가 "모든 것은 하나의 점들로 연결되어 있다."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관찰은 특별한 목적과 임무를 가지고 조직적으로 의도적으로 대상을 파악하는 과정이다. 새로운 생각의 발견이 가능하려면 이런 관찰의 과정이 결정적이다. 익은 대추에서 천둥이란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상상력이 작동되기 어렵다. 그렇듯 시작부터 근원을 어떻게 바라보고 파악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생각의 운명은 관찰력에 달려 있다.



결합 & 상징 생각의 엔진을 작동시켜라

러버덕이 만든 시대의 상징

이야기는 1992년 홍콩에서 시작된다. 홍콩에서 미국으로 가던 화물선이 북태평양 해상에서 폭풍우를 만나 자칫 침몰할 뻔 한다. 이때 러버덕이란 장난감이 잔뜩 실린 컨테이너가 바다에 떨어지고, 이 사고로 장난감 2만 8천여 개가 바다에 섬을 이루듯 유출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 사고가 뜻밖의 결과를 불렀다. 바다에 흩어진 수많은 러버덕이 20년 동안 해류를 따라 이동하면서 해양학자들의 조류 연구에 도움을 준 것이다. 장난감들은 호주 북부 해안가를 시작으로 알래스카, 캐나다, 미국을 거쳐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의 해안까지 도달했다. 이를 발견한 사람들은 그 귀여운 모습에 즐거워했다. 이들의 세계일주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후 러버덕은 사랑과 평화, 행운의 상징으로 우리나라에까지 오게 되었다.


이처럼 추상적인 개념이 상징화되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구체적인 의미를 가진 약속된 기호로 자리를 잡는다. 이런 사례들은 역사적 사건들 속에서 어떤 맥락과 의미로 이어지다가, 후세에 유사한 경우가 나왔을 때 그를 대변하는 강력한 기호가 된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보면, 그리스가 트로이를 무너뜨릴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 트로이 목마가 등장한다. 그리스는 트로이를 둘러싸고 10여 년간 전투를 벌였으나 성을 함락시키지 못해, 결국 커다란 목마를 만들어 30여 명의 군인을 그 안에 매복시킨다. 그리스가 이 목마를 버리고 거짓으로 퇴각한 척하자, 트로이 사람들은 목마를 승리의 상징으로 여기고 기뻐하며 성 안으로 들여놓는다. 그날 밤 목마 속의 군인들이 나와 성문을 열어 그리스 군대를 성 안으로 들어오도록 했고, 이로써 긴 전쟁은 그리스의 승리로 막을 내릴 수 있었다.


반면 오늘날 트로이 목마는 컴퓨터 악성 코드의 대명사로 더 유명하다. 이는 악성 루틴이 숨어 있는 프로그램으로, 겉보기에는 정상적인 프로그램으로 보이지만 악성 코드를 실행한다. 이 형태가 마치 평범한 목마 안에 위험한 무엇이 숨어 있는듯 하다고 해서 『일리아스』의 일화에 비유된 의미로 불리게 된 것이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말이 탄생했는데 바로 아킬레스건이다. 이는 고대 그리스의 전설적인 영웅 아킬레스의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 발뒤꿈치 위에 있는 힘줄을 가리킨다. 아킬레스가 트로이 전쟁 중에 적장 파리스의 화살을 발뒤꿈치에 맞고 죽음을 맞이했다고 하여 그곳을 아킬레스건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오늘날 아킬레스건은 발뒤꿈치 힘줄이 아니라, 사람마다 가진 치명적인 약점을 가리키는 말로 더 자주 쓰이고 있다.


돌하르방이라는 단어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원래는 우석목, 무석목, 벅수머리라는 단어가 있었고, 우리가 흔히 부르는 돌하르방은 돌 할아버지란 뜻을 가진 제주도 방언이다. 1971년 문화재로 채택되면서 돌하르방은 급속도로 유명한 이름이 되었다.


돌하르방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김석익 교수의 『탐라기년』이다. 영조 30년 당시 제주목사 김몽규가 성문 밖에 옹중석을 세웠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남아 있는 돌하르방 52기가 그때 제주목, 대정진, 정의진 등 3개 읍성의 성문 앞에 세워졌다는 것이다. 옹중석의 옹중은 중국 진시황제 때 사랑므로 완옹중을 지칭하는데, 그는 남해거인으로 통하며 힘이 장사였다. 그래서 진시황제가 완옹중을 시켜 흉노족 등 북방 침략자를 토벌하도록 했다는 설이 전해오고 있다. 결국 제주목사 김몽규가 중국의 구전을 활용해 옹중석을 제주에 세운 것은 전염병이나 원귀 등 흉한 것들이 도내에 드나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상징이었으니, 결과적으로 돌하르방은 제주의 수호신인 셈이다.


러버덕이나 트로이 목마, 아킬레스, 돌하루방의 배경처럼 모든 상징의 유래에는 사회 문화적 성향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것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사고방식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 생각의 가속도를 높여라

이야기로 만들면 팩트에 발이 달린다

"우리는 모든 것을 과도하게 가졌다. 우리는 엄청난 소비자들이다. 차를 사려 할 때, 고를 수 있는 차종이 100대가 넘는다. 재킷을 하나 사려 해도 100개 넘는 종류에서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우리가 선호하는 목적에 부합한, 이 상품이 다른 상품과 왜 차별화되는지 이야기해주는 회사의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물론 현실과 이야기를 비교해보면 항상 현실이 훨씬 강하다. 그러나 적절한 방식으로 현실에 이야기를 더하면 그 힘은 더욱 강력해진다. 진실한 이야기가 있으면 사람들은 보다 쉽게 당신을 믿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이야기를 사용하는 이유이다."


덴마크의 스토리텔링 전문 기업 시그마의 클라우스 포그가 한 말이다. 이 말 자체로 기업이, 개인이, 우리가 스토리텔링에 주목하는 충분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편집하라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저서 『에디톨로지-창조는 편집이다』에서 "모든 창조적 행위는 유희이자 놀이다. 이 가은 즐거운 창조의 구체적 방법론이 에디톨로지다. 세상의 모든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의 또 다른 편집이다."라고 말했다. 창조는 콘텐츠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이 변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내용이 아니라 형식의 변화라는 뜻이다.


편집은 구성이자 스토레텔링이다. 새로운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다. 기존의 것을 새롭게 결합하고 포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브로드캐스트의 시대가 가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소통하는 디지로그 시대에, 콘텐츠 제공자는 퍼블리터인 동시에 에디터여야 한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TV 예능 프로그램의 흥망을 결정하는 것은 진행자였다.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 같은 국민MC라는 타이틀을 가진 방송인이 가운데에 등장하면 시청률이 올랐다는 이야기다. 그들이 방송 콘텐츠 그 자체였고 그들의 연기와 말솜씨와 섭외 능력이 대본이나 연출 능력보다 우선이었다. 그러나 요즘 방송 트렌드를 보면 일부 스타에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다. 누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느냐보다 누가 연출하고 누가 대본을 쓰느냐의 시대가 왔다.


이제는 유명 예능 프로그램의 프로듀서나 방송작가에게 대중의 관심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야외 리얼 예능의 원조인 『1박2일』을 기획하고 연출한 나영석 프로듀서는 『꽃보다』시리즈와 『삼시세끼』 등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스토리텔러로 호평을 받고 있다. 다른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도 같은 야외 리얼 버라이어티에, 같은 여행 콘셉트인데도 나영석 프로듀서가 만든 프로그램만큼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그의 남다른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구성에 해답이 있다.


그가 만든 친구 같은 동료들의 좌충우돌 해외여행 스토리나 한적한 시골집에서 건강한 노동과 정성 어린 식사가 함께하는 순박한 풍경을 담은 스토리는 구성력에서 뚜렷한 차별점을 보여준다. 그의 방식은 시청자에게 보이기 좋은 프레임만 작위적으로 연결한 것이 아니라, 별다른 대본 없이 출연자들이 직접 겪는 것들을 밀착해서 보여주며 자유로운 흐름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에 시청자들은 화면 속 출연자들과 함께 있다는 공감을 느끼고 간접적인 참여감도 갖게 됨으로써 프로그램을 향한 애정과 관심을 보내는 것이다.


구성력은 상징화된 구체적 결과, 즉 새로운 아이디어를 어떻게 형식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그리고 최근의 스토리텔링은 그 물음에 가장 적절한 대답이다. 수년 전부터 많은 사람이 그 중요성을 주장해온 것처럼 기업 경영, 정치, 관광, 심지어 농업에도 스토리텔링은 필요하다. 어느 유명한 광고인이 수십 년 전 이야기한 내재된 드라마의 개념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아이디어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다. 아이디어는 머릿속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간추려서 쉽게 정리하는 것이 아이디어다. 아이디어는 복잡해지는 것이 아니다. 심플해지는 것이 아이디어다. 결국 아이디어의 마지막 단계에서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을 더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뺄 것인가다. 좋은 아이디어는 부피가 작고 농도가 짙다. 핵심 아이디어일수록 밀도가 높아진다. 연필로 아이디어를 그렸다면, 지우개로 지워가며 극대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분해해서 정리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이 제일 중요하다.


엄밀히 보면 새로운 음악은 없다. 리듬과 음표의 재구성만이 있을 뿐이다. 재구성된 리듬과 음표가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킨다.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글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재구성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음악을 많이 듣는 사람일수록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글을 많이 읽는 사람일수록 새로운 글을 쓸 확률이 높다. 가지고 있는 재료가 많을수록 구성과 조합이 다양하고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맨땅에 헤딩하기가 아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에서 먼저 벗어나자. 기존의 것을 해체하고 재구성해보자. 자신의 것이어도 좋고 남의 것이라도 좋다. 그러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새로움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백지의 공포에 시달리지 말자. 시계 만들기의 시작이 다른 시계를 분해해보는 것부터가 아니던가.



참여 생각의 동승자를 모아라

문화를 바꾸는 참여의 기술

예술도 시대에 맞게 변화한다.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옮겨오며 예술이 인간의 참모습에 눈을 떴듯, 예술은 변화하는 시대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현대 예술도 마찬가지여서 참여라는 요소가 예술에 속속 반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트릭아트다. 기존 전시회의 주인공이 완성된 작품들이었다면 트릭아트는 관람객이 참여했을 때 그 작품이 비로소 완성된다.


이 새로운 전시 형식은 SNS의 탄생과 연관이 깊다. SNS 공간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공유를 즐기는 세태를 트릭아트 전시는 잘 반영하여 성공했다. 기존의 2차원적인 유명 작품 속에 관람객이 3차원적으로 참여하여 작품의 주인공이 돼보는 것. 이런 신기한 경험은 SNS를 통해 급속하게 퍼져나갔고 다른 많은 관객을 불러 모았다. 재미를 추구하는 시대적 욕구와 SNS의 사진 업로드 문화를 잘 활용한 것이다.


SNS 유저들이 퍼뜨리는 문화 정보들을 우리는 매순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다. 일반인들의 일상 문화가 온갖 SNS에 넘쳐나고 있다. 영화를 보고 공연을 즐기고 전시회를 다녀온 이들이 그 장면을 어김없이 SNS에 보고하듯 써서 올린다. 그 덕분에 다양한 예술이 소통되고 공감된다. 참여를 문화로 승화시키는 기술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참여가 결국은 대중문화라는 큰 산맥의 흐름을 변화시킬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장수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 같이 대중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드물다. 『전국노래자랑』은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독보적인 아성을 쌓아온 국민프로그램으로, 타 방송사에서 수많은 유사 프로그램을 내세웠지만 그에 대적할 수 없었다. 동네사람 다 모이는 흥겨운 잔치라는 우리 정서에 맞는 형식, 오랜 연륜의 정겨운 사회자, 내 이웃과 같은 출연자, 꾸밈없는 내용 등의 틀은 변하지 않아도 범국민적인 대중문화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때가 되면 재외동포 노래자랑, 외국인노동자 노래자랑, 연말 왕중왕전 등을 기획하면서 다양한 노력을 통해 최고의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일곱 번째 시즌을 마친 『슈퍼스타K』는 혁명적인 프로그램이다. 십수 년 전 케이블 TV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절도 있었고 기업 간 합병과 프로그램의 질적으로 지상파에도 견줄만한 함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지금까지 방송이나 광고 업계 사람들에게 케이블은 여전히 케이블일 뿐이다. 하지만 『슈퍼스타K』는 다르다. 동시간대 지상파 방송의 시청률과 접전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매번 KO승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매주 금요일 밤은 Mnet에게는 축제의 밤이지만 지상파에게는 치욕의 밤이다.


『슈퍼스타K』의 힘은 온 국민들과 함께 만드는 프로그램이라는 특징이다. 다시 말해 시청자들의 참여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오디션을 치르는 후보인 동시에 누구를 올해 최고의 스타로 만들지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심사위원이 된다. 『슈퍼스타K』 본선 심사배점은 사전온라인투표 10%, 심사위원 3인 30%, 대국민문자투표 60%, 심사위원들의 점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본선에서 매 단계 생존과 탈락을 결정하는 유일한 심사위원이 바로 시청자들인 셈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때로는 외모나 개인의 과거 등 노래 실력과 무관한 요소에 의해 당락이 결정된다는 우려와 비난 섞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한 대중음악 전문가는 노래를 가장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중들을 즐겁게 해줄 연예인, 즉 스타를 뽑는 자리이므로 대중의 선택이 옳지 못하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 하기도 했다.


『전국노래자랑』에서 단 3명의 심사위원이 권위의 상징인 실로폰으로 인기상부터 대상까지 결정한다면, 『슈퍼스타K』는 매주 70만 명 이상의 시청자가 휴대폰 비용까지 지불하고 보낸 문제메시지로 우승자를 결정한다. 이처럼 전 국민에 의해 만들어진 슈퍼스타는 대중의 인기를 장착하고 연예계에 데뷔하여 대중문화 전반을 이끌고 있다.


전국노래자랑의 시청자들이 중장년층 이상인 데 비해 『슈퍼스타K』의 주 시청자는 활달하고 자기표현에 적극적인 10대부터 40대까지다. 『슈퍼스타K』는 이 계층을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게 함으로써 방송에 대한 몰입도와 방송 끝난 후의 지속적인 관심까지 유도해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자민 플랭클린이 "내게 말해보라. 잊을 것이다. 나를 가르쳐라. 기억할 것이다. 나를 참여시켜라. 배울 것이다."라고 남긴 말처럼 단순히 말로 전하는 것보다는 가르쳐주는 것이 더 기억에 잘 남고, 가르쳐주는 것보다는 참여시킬 때 더 깊이 뇌리에 남기 마련이다. 사람은 자기 자신이 참여할 때 더 큰 에너지를 쓰고 더 큰 에너지를 쓴 만큼 더 큰 관심을 갖고 기대하게 된다.


이처럼 내가 낸 아이디어에 사람들을 참여시키면 그들은 더 크게 신경을 쓰고 더 큰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주위사람에게 나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할 것이다. 『슈퍼스타K』의 흥행 여부가 문자 투표에 참여하는 국민들의 숫자에 달려 있듯, 아이디어가 이상적인 것으로 빛나려면 사람들의 참여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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