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피치

Perfect Pitch

   
존 스틸(역자: 조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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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01��



■ 책 소개
말과 언어로 사람들의 마음을건드리고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으로, 어떻게 하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저자 존 스틸은 21년동안 광고계에서 일하면서 90%가 넘는 비즈니스 피치 성공률을 자랑하면서 나이키, 소니, 펩시, 삼성, 포르셰 등과 수백만 달러짜리 계약을성사시켰다. 이 과정에서 생겼던 에피소드들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의 조건을 알려준다. 
청중의 심리를 파악하여 방대한 정보를 동기 부여가 가능한 아이디어로 바꾸고, 사람들의감정을 흔들어 뇌리에 박힐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프레젠테이션 팀을 만들고 리허설을 하고 매력적인 후속자료를 준비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피치 프로세스의 전 과정을 보여주면서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프레젠테이션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비즈니스 세계에서매일같이 자행되는 ‘프레젠테이션 범죄’의 종류 및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기본 사항들을 여러 풍부한 사례를 통해 자연스레 익힐 수 있다.

■ 저자 존 스틸(Jon Steel)
광고 전문가. 유명한 광고 캠페인 ‘Got Milk?’의 공동제작자이며, 베스트셀러 『진실, 거짓 & 광고』의저자이다. 미국마케팅협회(AMA)가 주관하는 에피(EFFIE) 광고상 금상을 11차례나 수상한 바 있다. 현재 세계 최대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WPP의 뉴비즈니스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으며, 아내 린다, 두 자녀 캐머런과 한나, 당뇨병에 걸린 고양이, 털 깎기를싫어하는 조랑말, 노이로제에 걸린 잉꼬 한 마리와 함께 영국의 서머싯에 살고 있다.

■ 역자 조성숙
덕성여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옮긴 책으로는 『성장의 모든 것』『모닝스타 성공투자 5원칙』『CEO 워런 버핏』『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주식투자 절대법칙』『까다로운 인간다루기』『마음의 해부학』『두뇌는 평등하다』『영혼의 해부』『돌연변이』『핫스팟』『창조적 괴짜가 세상을 움직인다』등이있다.

■차례
들어가며 - 스티브 잡스를 만나다 

제1장 프레젠테이션 범죄 - 왜 대부분의 프레젠테이션이 실패하는가 
제2장 불완전한 피치 - 캘리포니아 주 검찰 vsO. J. 심슨 
제3장 빌 클린턴, 조니 코크런, 런던의 매춘부 - 세계 최고의 프레젠터들에게서 배우는 교훈 
제4장 연결 관계만들기 - 완벽한 피치 계획하기 
제5장 칼럼 : 트레버의 망치 - 생각을 위한 공간 마련하기 
제6장 우리는 이사회실에서 그들과맞서 싸울 것입니다 - 잘못된 프레젠테이션으로 위대한 아이디어를 망치는 방법 
제7장 온화한 독재 - 완벽한 피치 팀 이끌기 
제8장피치 그 너머 - 고객이 더 자세한 내용을 원하게 만드는 방법 
제9장 사례 : 퍼펙트 피치 - 런던의 2012년 올림픽 유치 성공

감사의 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옮긴이의 말




퍼펙트 피치


들어가며 - 스티브 잡스를 만나다

스티브 잡스를 만났다. 1997년, 애플컴퓨터의 CEO로, 혹은 그가 즐겨 부르듯 iCEO(임시 CEO)로 돌아온 직후였다. 회사를 구해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을 부여받은 그는 이를 위한 방법의 하나로 애플의 광고대행사를 교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광고대행사 두 곳에 미팅을 요청했다. 한 곳은 내가 파트너 겸 플래닝 디렉터로 일하는 굿비 실버스타인 앤드 파트너스였고, 다른 한 곳은 잡스가 전에 같이 일한 경험이 있으며, 광고상을 수상한 전설적 광고인 애플의 <1984>를 기획한 TBWA였다.


우리 모두는 브리핑을 받는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스티브 잡스와의 전화 통화도 있었기에 우리는 비교적 가벼운 대화만을 예상하고 참석했었다. 하지만 그런 가벼운 대화는 스티브 본인이 나타나야 가능한 일일 듯싶었다. 브리핑을 이끄는 중역은 "스티브는 지금 아주 바쁩니다"라고만 말했다.


그동안 우리는 지루한 파워포인트에 의해 아주 천천히 사살당하고 있었다. 커피가 제공된 덕에 목숨이 아직 붙어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지만, 그나마도 단 한 잔뿐, 더 이상은 없었다. 프레젠터는 우리의 고통쯤은 염두에도 없는 듯했다. 어슴푸레한 빛을 받으며 그는 끊임없이 슬라이드와 그래프와 표를 선보였는데 그 각각에는 엄청난 숫자와 설명이 달려 있었고, 그는 친절하게도 그것들을 하나하나 읽어주었다. 회의실에서 두 중역의 끔찍한 강의를 들으며 저 둘을 확 묻어버릴까 아니면 그냥 내 목을 조를까 고민할 무렵, 마침내 문이 열렸다. 청바지에 목까지 올라오는 검은 폴로 스웨터를 입은 남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잡스는 프로젝터 전원을 끈 뒤 회의실 벽에 고정된 화이트보드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는 마커로 화이트보드에 열세 개 정도 되는 상자를 그린 다음, 각각의 상자는 애플이 수백만 달러에서 심지어는 수억 달러를 투자한 사업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잡스는 상자 위에 차례대로 빗금을 그었다. "지난 며칠 동안 저는 이걸 없애고, 이걸 죽이고, 이걸 치워버렸습니다…." 그가 말을 마쳤을 때 남은 상자는 단 두 개였다.


다시 우리 쪽으로 얼굴을 돌리며 그가 말했다. "우리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가 잠시 말을 멈췄을 때, 나는 신에게 감사했다. 지금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앉은 마케팅 중역들이 그 무수한 설명과 도표를 덧붙이며 전하려던 핵심 역량에 대한 설명을 그는 지극히 평범한 말로 설명하고 있었다. 더 이상 커피 생각이 간절하지 않았다. 잡스가 커피였다. 방안에 떠도는 에너지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는 5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회사의 전략을 설명했으며, 불과 60여 초 동안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에 대해 말했다. 그가 이용한 비주얼 장치라고는 즉석에서 마련한 화이트보드와 마커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들은 지금껏 보아온 그 어떤 값비싼 슬라이드나 근사한 사진과 비디오보다도 훨씬 생생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었다.


잡스는 마음이 따뜻하거나 사려 깊은 인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현명하고 인상 깊은 사람이라는 것에는 우리 모두 동의했다. 그는 우리가 준비한 비디오보다 더 많은 것을 자신의 머리에 담고 있었고, 먼저 초대의 손길을 내밀 만큼 우리를 많이 배려했다는 것도 분명했다. 게다가 두 마케팅 중역의 프레젠테이션에 대해서는 그의 생각이 전적으로 옳았다. 그가 와서 브리핑이 어때야 하는지 몸소 보여주지 않더라도, 그 프레젠테이션이 쓸데없는 짓이라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두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고리타분한 방법으로 사실을 제시했을 뿐이었고, 스티브 잡스는 열정적인 태도로 매우 특별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았다. 같은 날 오후, 같은 회의실, 같은 회사에 대한 내용이었다. 나는 내 생애 최악의 프레젠테이션과 최고의 프레젠테이션을 한날한시에 맛보았다.


 

프레젠테이션 범죄 - 왜 대부분의 프레젠테이션이 실패하는가

새로운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고객에게 한 회사만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경우는 없다. 거의 대부분이 그렇다. 동종 업계의 회사들이 같은 거래를 두고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며, 이러한 구혼자들이 같은 종류의 산업에 종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광고회사들은 고객의 산업 범주와 경쟁 환경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하고 적절한 광고 전략을 제시해야 하며, 이 광고 전략에 맞는 광고 캠페인을 만들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는 광고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프레젠테이션을 처음 준비할 때부터 가장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곰에게 쫓길 때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그들은 잔뜩 성이 난 배고픈 곰보다 빨리 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적절한 답을 알아내는 것이며, 정답을 알아내는 것이라고 착각한다. 미래의 고객과 새로운 거래를 맺기 위해 다른 회사들과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다면 완벽해야 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는 더 적절한 답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만 해도, 아니면 더 적절한 답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모든 것에는 적절한 시기와 장소가 있는 법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은 고객이 틀렸음을 지적할 만한 적절한 도구가 아니다. 또, 학습 속도가 아무리 빠르다 할지라도 새로운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대부분은 프레젠터보다 프레젠테이션을 받는 고객 쪽이 문제를 더 많이 알고 있기 마련이다. 요행이든 실력 때문이든 완벽한 피치(pitch, 광고계에서는 프레젠테이션을 피치라고 한다)를 한 뒤에 회의실 이곳저곳에서 당신을 칭찬하는 소리가 하늘까지 울려 퍼질지라도, 그 사람들이 당신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프레젠터들이 흔히 저지르는 두 번째 실수는 정답을 추구하려는 나머지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려 한다는 점이다. 사람들 앞에서 능수능란하게 말하는 능력은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 결코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물론 말을 잘하는 능력이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프레젠테이션에 알맹이가 없거나 요점을 명확하고 단순하게 전달하지 못한다면, 말쑥하게 발표하는 것만으로는 흡족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


고객 회사의 핵심 의사결정자를 결정권을 쥔 상태에서 당신이 원하는 위치로 옮겨가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모든 프레젠테이션의 목적이다. 그들로 하여금, 당신을 모르고 이해하지 못하며 신뢰하지 않았던 A지점에서 당신을 알고 이해하고 신뢰하며 당신의 생각을 행동에 옮길 준비가 돼 있는 B지점으로 옮겨가게 하는 것이 목적이며, 당신과 거래하지 않았던 A지점에서 당신과 거래하는 B지점으로 옮겨가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B지점이 당신의 목표이자 승리를 거두는 장소이다.


고객을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비행기 파일럿처럼 두 지점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고객 회사의 의사결정자가 당신의 프레젠테이션을 요청한 이유가 무엇인지, 당신이 선택 받으려면 그들에게 어떤 내용을 보여주고 들려줘야 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두 지점 간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한 다음에는 고객을 목적지까지 데려가는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정보를 알려주기만 해서도 안 된다. 승리를 원한다면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


프레젠터는 자신의 말과 행동을 청중 한 사람 한 사람의 입장에서 듣고 관찰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목적지인 B지점까지 청중을 성공적으로 인도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현저히 줄어든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는 처음 브리핑이 시작될 때부터 최종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그 너머의 과정 모두에까지 적용되는 진리이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당신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며, 그들이 그것을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중요하다.


많은 프레젠테이션이 마침표의 형태로 이뤄진다. 마침표는 완전한 끝을, 생각의 끝을 의미한다. 이러한 프레젠테이션은 듣는 사람이 수동적으로 메시지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훌륭한 프레젠테이션은 물음표의 형태를 띤다.


물음표는 새로운 생각의 시작을 의미하는 초대장이다. 물음표는 문제를 제시함으로써 청중의 참여를 유도하며 능동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벌이도록 자극한다. 어떤 식으로든 청중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면 가능하면 당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프레젠테이션의 시작은 A지점이고 끝은 B지점이며, 프레젠터는 목적지로 가는 방법을 한 번에 하나씩 알려주며 사람들을 이끌어야 한다. 훌륭한 프레젠테이션은 좋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기승전결이 분명하다. 프레젠터가 방향을 잃고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두서없이 말하기 시작하는 순간, 청중은 혼란에 빠지고 만다.


프레젠터가 흔히 저지르는 마지막 중범죄는 지나치게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다. 그들이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는, 자신이 아는 지식을 반드시 다 전달해야 하며 청중이 듣고 싶어 하고 알고 싶어 하는 지식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설명해야 한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의 대부분은 목표 달성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쩌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빌 클린턴, 조니 코크런, 런던의 매춘부 - 세계 최고의 프레젠터들에게서 배우는 교훈

가장 성공적인 프레젠터는 대단히 단순하면서도 직설적인 방법으로 성공을 거둔다. 먼저, 그들은 청중의 직접적인 참여(involve)를 유도하는 방법을 이해한다. 훌륭한 프레젠터는 청중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인다. 프레젠터 개인의 경험을 마치 청중의 경험인양 느끼게 만들면서 청중 스스로가 감정적이고 논리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도록 돕는다. 둘째, 성공적인 프레젠터는 단순함(simplicity)을 유지한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은 채 300단어도 되지 않으며 연설 시간도 2∼3분에 불과했다. 셋째, 우리는 아름다움의 바탕에는 놀라움(surprise)이 깔려 있고, 그 놀라움 속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고 확신과 열감과 활력을 주고 설득하는 에너지가 깔려 있음을 잘 안다. 위대한 프레젠터는 청중이 이미 아는 사실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다 강력한 의미를 담아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프레젠터가 말하는 친숙한 내용은 편안히 들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독특한 화법은 행동을 위한 촉매가 되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설득력 있는 프레젠테이션의 바탕에는 믿음(belief)이 깔려 있다. 20세기 초 미국 하원의원 버크 코크런은 처칠에게 "웅변의 비법은 연설자 스스로가 자신이 말하는 내용을 열정적으로 믿는 데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가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한다면, 어느 누가 그것을 믿겠는가?


청중의 참여를 유도하라

1992년, 아칸소 주 주지사인 빌 클린턴은 현직 대통령 조지 H. W. 부시와 대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 두 번째 전국 방송 TV 토론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 빌 클린턴은 스튜디오에 모인 청중으로부터 즉석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바로 이 TV 토론이 대선 레이스의 향방을 결정지었다.


한 여성이 후보들에게 다소 곤란한 질문을 했다. "국가 채무가 후보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쳤나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국가 채무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민들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마련할 생각이신가요?"


불쌍하게도 부시 대통령이 먼저 답변을 제시해야 했다. 그는 무대 중앙에 마련된 의자에 앉은 채 대답했다. 그는 한참 동안 이 말 저 말을 둘러댔지만, 정작 질문의 핵심을 찌르는 답은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빌 클린턴 차례가 왔다. 그는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질문을 한 여성에게로 걸어가서 말했다. "본인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그 여성은 답을 했고, 이후 그녀가 질문을 제기할 때마다 클린턴은 자신이 마련한 경제 계획을 토대로 답변을 했다. 거창하고 어려운 말이 아니라 질문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매일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미국의 평범한 수백만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쉬운 말로 답해주었던 것이다.


많은 정치 논평가들은 바로 그 순간 빌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으로 결정되었다고 믿는다. 그것은 클린턴이 유권자 개인의 마음에 직접 호소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과 달리 클린턴은 그녀에게 설명을 하는 대신 그녀와 함께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고 그로써 그녀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그 결과, 클린턴은 수백만 유권자들의 가슴에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심어주었고, 그들은 클린턴에게 표를 던져야만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청중은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프레젠터는 청중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직접 연결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방법들이 있겠지만 가장 확실하게 도움이 되는 방법은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로 문장을 끝내는 것이다. 마침표는 생각의 끝을 의미하지만 물음표는 청중의 참여를 유도한다. 물론 모든 문장을 물음표로 끝내라는 뜻은 아니다. 만약 그렇게 하면 정말 우스꽝스러울 것이다. 용의주도하게 선택한 몇몇 질문이 대단히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우리의 진짜 경쟁 상대는 누구인가?

O. J. 심슨 재판에서 마샤 클라크를 비롯한 검찰 팀은 24주 내내 계속 증거를 제시했다. 증거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확신하면서, 검찰은 배심원들에게 고통스러울 정도로 자세히 설명했다. 그들은 배심원들이 증거를 보면 심슨의 유죄를 확실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지나치게 복잡하고 자세한 프레젠테이션 방식은 오히려 배심원들의 마음을 잃거나 그들과의 거리를 더 넓혔을 가능성이 크며, 검찰 측 주장이 배심원들의 참여를 전혀 유도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조니 코크런이 이끄는 변호인단의 전력은 여러 차원에서 배심원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앞서 선 모의재판을 보면서 코크런과 그의 동료들은 마샤 클라크가 마치 IQ가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수학 이론을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처럼 일일이 설명하며 말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변호인단은 배심원들의 호의를 얻기로 결심했다. 또한 그들은 배심원들이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보다 간략하게 시적으로 변론을 펼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들은 심슨의 무죄 입증을 목표로 삼지 않았다. 대신, 대다수가 흑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에게 유죄 판결은 심슨뿐 아니라 모든 흑인들에게도 불공평한 처사라는 점을 납득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중요한 것은 배심원단이 심슨의 무죄를 믿게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유죄 판결의 부당함을 믿게 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이다.


어떤 프레젠테이션이든 청중이 호감을 가지고 당신의 말을 귀 기울여 듣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피치 팀이 고객 회사에 프레젠테이션을 할 경우, 대부분은 사장과 부서장들이 팀을 구성해서 연공서열이 높거나 가장 무난한 사람을 프레젠터로 결정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가장 훌륭한 프레젠터가, 그리고 다음의 질문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야 마땅하다. 모든 후보들 중에서 청중의 참여를 가장 잘 유도하고 아이디어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능력을 가진 사람은 누구인가?


단순함을 유지하라

여러 면에서 따질 때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선택의 문제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우선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적절한 선택을 내리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애플의 광고는 어떤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든, 어떤 제품을 광고하든 항상 창의성을 전달하는 데 주력한다. 또, 에이비스(Avis)는 우리는 더 열심히 노력합니다(We try harder)라는 광고문구 하나로 명성을 구축했고, 지금도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캘리포니아 유가공협회는 우유 판매 촉진을 위해 광고를 통해 냉장고에 우유가 없는 것은 큰 문제이고 우유를 더 사야 한다는 메시지를 일관적으로 전하고 있다. 이를 위해 got milk?라는 아주 간단한 문구만을 집어넣었다. 더 이상의 설명 따위는 필요치 않았다.


어떤 제품이든 항상 할 말이 더 있기 마련이다. 어떤 후보든, 어떤 용의자이든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를 묻고 싶다. 더 많이 말했을 때 정확히 무엇을 얻게 되는가?


놀라움의 가치는 숫자로 따질 수 없다

런던에 있는 사무실로 매일 아침 출근하다보면 공중전화가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현재 런던의 공중전화박스는 도시 매춘부들의 광고 매체로 전락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전히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이 광고지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문 프레젠터들이 수백만 달러나 많게는 수십억 달러짜리 비즈니스를 성사시키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보여주는 것과 똑같은 장단점이 이들 매춘부들의 피치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나는 작년 어느 날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한창 준비하던 중에 버클리 광장에 있는 한 공중전화박스를 찾았다. 같은 전화박스 안에 붙어 있는 여러 카드 중에서 유독 어떤 카드 하나가 눈에 띄었다. 색이나 사진 형태는 다른 것들과 다를 게 없었지만, 웃고 있는 젊은 금발 여성은 자신을 세 단어로만 소개하고 있었다. 첫째, 그녀의 이름은 헬렌이었다. 그냥 헬렌이었다. 둘째, 23세였다. 경쟁자들은 그 외 여러 정보를 열심히 덧붙였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아마도 잠재 고객들은 굳이 의심하지 않아도 그녀가 호텔로 출장을 나와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좋았다. 하지만 마지막 세 번째 소개야말로 그녀의 타트 카드(tart card, 매매춘 광고지)를 특별한 것으로 바꿔주고 있었다. 사진 바로 밑에 그녀는 이렇게 적었다. 실물 사진.


이러한 것이 바로 내가 말하는 놀라움이다. 사실 실물 사진이라는 두 단어를 붙인다고 해서 헬렌의 장점이 더욱 부각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타트 카드는 다른 매춘부들의 타트 카드에 붙은 사진이나 광고 내용이 정말 사실인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나조차도 직접 전화를 걸어서 물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헬렌의 광고지는 확실하게 고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었다. 그것은 아주 단순했다. 하지만 경쟁자들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놓을 만큼 강력했다.


어떤 피치를 하든 전부는 아닐지라도 당신과 경쟁자가 말하는 내용이 똑같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기에 남다른 내용을 말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똑같은 내용을 남다른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피치 그 너머 - 고객이 더 자세한 내용을 원하게 만드는 방법

아무리 프레젠테이션을 훌륭하게 해냈을지라도 고객이 곧바로 결정을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즈니스가 성사되었는지를 알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며, 때로는 아주 오랫동안 까다로운 협상 절차를 거쳐야 할 때도 있다. 또, 보수나 막후 협상과 같은 문제가 중요 관건이 될 수도 있다. 막후 협상 전략은 프로젝트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딱히 어떤 전략이 좋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힘들다. 다만 분명한 것은, 피치 팀은 고객의 핵심 문제를 확실히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해결책을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분명히 보여줘야 하며,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사람들의 동기나 편견, 욕구를 이해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프레젠테이션에서 제시한 아이디어와 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재무적으로 채산성이 맞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스태프나 보수에 대한 문제는 최종 피치를 하기 전, 막후 협상 과정에서 함께 논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양쪽의 기대치가 얼마나 다른지를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곤란하거나 힘든 상황에 처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발표장 관리하기

솔직히 말해 프레젠테이션 장소 내부를 디자인하거나 레이아웃할 때 대다수 사람들은 별다른 상상력을 발휘하려 하지 않는다. 애석하지만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광고계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광고회사의 피치 팀이 호텔이나 고객 회사의 회의실에 들어간다. 방은 여느 회의실과 다를 바 없다. 긴 테이블이 방 한가운데 있고 의자들이 양쪽에 놓여 있으며 앞쪽에는 연단이 있고 테이블 끝에는 프로젝터 콘센트가 붙어 있다. 피치 팀은 이러한 배치를 바꿀 생각조차도 하지 않는다. 자신들은 테이블 한 편에 앉고 고객들은 맞은편에 앉는다. 프레젠터는 당연히 앞에 있는 연단에 서서 발표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서 그들은 회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도 같이 놓치게 된다.


물론 발표 장소의 가구 배치를 바꾸는 것이 전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설사 그런 경우일지라도 의자 배치를 바꾸거나 프레젠터가 테이블 끝이 아니라 옆쪽에서 발표는 하는 등 최소한의 변화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변화를 꾀하는 것은 프레젠터와 청중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이다. 수평적인 상황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청중의 참여와 토론을 더 많이 유도할 수 있다. 또한 필요하다 싶을 때에는 프레젠터가 청중과 팀 동료들과 함께 테이블에 앉아서 발표를 진행하는 것도 비슷한 효과를 줄 수 있다. 이런 방식은 마치 평범한 회의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우리의 목적이 청중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질문을 적극 유도하고 다루기

프레젠테이션 계획을 짤 때에는 추가적인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다음 스크립트로 넘어가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사람들이 힘들어할 때는 속도를 늦춰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를 대비해서 예정보다 더 짧은 시간 안에 요점만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놓아야 한다.


타이밍이 중요한 이유는 어떤 프레젠테이션이든 중간에 또는 다 끝난 뒤에 청중의 질문을 받기 위한 시간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명확하게 전달되었다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것과 관련된 질문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고객이 어떤 점을 궁금해 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면, 피치 며칠 후에 고객에게 후속자료를 나눠줄 명분이 생긴다. 또한 어떤 식으로 후속자료를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질문을 받고 답을 할 때에는 경제성과 체계성이 필요하다. 고객은 질의응답을 통해 피치 팀이 자신들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얼마나 믿고 있는지, 그리고 다른 의견이 나왔을 때 팀이 얼마나 귀 기울여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고객의 뜻을 그대로 따르기에는 반대 증거가 너무 뚜렷해서 절대로 의견을 굽히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지라도 거래를 맺고 함께 일할 수 있다면 서로의 의견 차를 이겨내고 훌륭한 결과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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