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를 위한 변명

   
권영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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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티어
   
13000
2011�� 01��



■ 책 소개
직장인이여, “당신은경영자로 성공할 준비가 되었습니까?” 

이 책을 읽는당신은 세 사람 중의 하나일 것이다. 경영자, 경영자가 될 사람, 그리고 경영자가 되고 싶은 사람. 이제 경영자가 할 일은 도장 찍는 일이아니다. 경영자라는 자리는 도전의식과 동시에 무게감을 주는 자리다. 생존을 넘어서 성공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큰 비전을 갖는 일,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닦는 일 같은 큰 일이 경영자 몫이 됐다. 종업원은 물론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을 만한 회사로 키워내는 일도 이제 경영자의과제다. 스스로 고수가 돼야 하고, 그만큼 노력해야 하는 막중한 짐이 우리 시대 경영자의 어깨 위에 놓여 있다.

이 책은 직장인에서 경영자로, 또는 초보 경영자에서고수 경영자, 나라 안만 바라보던 경영자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경영자로 성장통을 겪었거나 곧 겪을 모든 이들을 위한 책이다. 오랫동안 직장인을대변하는 칼럼니스트로, 그리고 이제는 열정과 공감을 함께 찾는 경영자의 벗으로 활동하는 한경아카데미 권영설 원장이, 고수의 실력과 군자의윤리관, 그리고 글로벌 감각 등 세 가지 미덕을 갖춘 새로운 경영자 상을 제시한다. 

 저자 권영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영 칼럼니스트이자혁신 전문가. 2002년부터 한국경제신문에 기명칼럼 ‘경영 업그레이드’를 연재하고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미국 워튼스쿨MBA과정을 마친 뒤 2004~2005년 ‘블루오션 전략’을 국내에 처음 소개, 전파하여 ‘블루오션’ 열풍을 일으키는 등 경영의 화두를 선도하고있다. 

수많은 강연장에서 경영 혁신에 관해 탁월한입담을 발휘해 왔으며,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공공조직과 민간기업에서 경영자문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즐겨하며, 경영자와 리더십, 일과 직업의 세계, 혁신 조직의 비결, 미래의 시장 등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한국경제신문에서 한경아카데미 원장, 글로벌포럼사무국장, 한경가치혁신연구소장 등 여러 직책을 맡고 있다. 『직장인을 위한 변명』『심플의 시대』를 비롯하여 4권의 저서와 『경영의 미래』 『피터드러커 리더스 윈도우』 등 8권의 역서를 냈다. 

■ 차례
프롤로그 - 글로벌 CEO를 기다리며
당신의 길을 걸어라
고수의 실력,군자의 풍모, 글로벌 감각

제1장 우리시대의 경영자 
갑자기 임원이 되고 보니
성공하려면 살아남아라
고독은 리더의 숙명
당신이 문제일지모른다
그래도 신념을 잃지 마라
어깨의 짐, 두려워 마라

제2장 바뀌는 세상, 달라진 성공법칙 
100년 묵은 경영방식이 통할까?
부의 재편,기회의 시대가 왔다
혁신압박을 피부로 느껴라
당신은 21세기형인가?

제3장 성공 CEO의 조건
습관부터 바꿔라
마음을 잡아야리더다
경영자의 말은 다르다
거대수요를 찾아내라
CEO는 문제해결사
회사를 실리콘밸리처럼 
‘아름다운 실패’를장려하라
고객, 시장 그리고 네트워크

제4장 경영은 인간이다
두려워도 도전하라
멀리 보고, 발은 갑판을 굳게 딛고
목숨걸고 글로벌 포부를
당신만의 일의 철학을 만들라
리더는 가도 리더십은 남는다
당신이 꿈꾸는 회사
그래도 힘들 때는 다시초심으로

에필로그 - 당신의 경영으로 세상을바꿔라

 





경영자를 위한 변명

제1장 우리 시대의 경영자
갑자기 임원이 되고 보니

당신이 기업에 다니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당신이 창업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제법 철학적으로 보이는 이 질문이 당신의 행복지수를 결정한다. 쉽게 또는 위악적으로 “먹고살기 위해서”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진실이 아님을 당신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매일매일 고민하고 또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지금 이 정도의 질문은 당신에게는 그냥 스쳐 지나갈 의미 없는 물음일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전문경영인으로 일하고 있건 당신 회사를 운영하고 있건 경영자로서 당신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귀한 시간을 쪼개 책을 읽고 조찬모임에 나가며 직원들을 붙잡고 토론하고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별 의미 없는 이 질문도 자주 물어야 한다. 나는 왜 회사에 다니는가, 나는 왜 창업을 했나.


회사의 덕목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가장 높은 단계는 그 회사가 나라나 세계, 인류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공장에서 가까운 지역사회라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뜻에서 회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덕목은 세상을 변혁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높은 단계라면 바로 아래 단계가 회사가 여러 가지 면에서 성공하는 것이다. 같은 업종 내에서 부러움을 받고 고객이나 파트너로부터 존경을 받을 정도가 되는 것이다. 업계 1,2위라면 더할 나위도 없다. 보통의 경우 경영자들은 이 단계를 목표로 노력한다. 세 단계 중에 가장 낮은 것이 바로 생존(survival)이다. 살아남아야 한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조건이지만 많은 회사나 조직들이 이 단계에서 사라져간다. 경영자인 당신이 언제나 그리고 최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다. 생존해야 성공할 수 있고, 성공해야 세상을 변화시킬 꿈을 가질 수 있다. 성장, 그것도 지속 가능한 성장 같은 것은 생존 조건을 완벽히 만족시킨 뒤에야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생존 자체를 자신하기 어려울 정도로 글로벌 차원의 초(超) 경쟁이 벌어지는 시대에는 생존을 최우선시하는 경영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내며 기존 거래선을 유지하는 노력을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절대 충분하지 않다. 생존 이후를 생각하는 것이 경영자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경영자인 당신은 그와 동시에 한 단계 앞선 생각을 해야 한다. 자칫 직원들의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되지 않도록 늘 전략적인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루하루 일상에서 부하들이 자칫 놓칠지 모르는 중요한 사람들을 담당하는 것은 여전히 경영자인 당신의 몫이다.


제2장 바뀌는 세상, 달라진 성공법칙
당신은 21세기형인가?

경영자가 되는 길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20세기에는 제너럴 리스트(generalist)로 길러진 간부들이 경영자가 됐다. 여러 부서를 돌며 생산부터 관리, 영업까지 두루 경험한 사람 가운데서 사장이 나왔다.


업종이 세분화되고 경쟁이 심해진 1980년대부터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에게도 기회가 생겼다. 히트 아이템을 개발한 사람 자신이 회사를 맡게 되면서 기술 전문가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20세기 들어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T자형 인재에 대한 논의가 더해졌다. T자 모양 그대로 깊이 파온 전문분야가 있으면서 동시에 경영과 사회 전반에 대해서도 박학다식한 인재가 등장했다. 국내 기업들도 이런 경로를 따라 경영자를 키워왔다. 문제는 이런 와중에 선진기업들의 CEO 모델이 또다시 진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글로벌기업에는 회장이나 CEO가 직접 준비하고 주재하는 회의가 많다. 대외행사도 예외가 아니다. 혼자 발표하고 토론도 이끌고 커피브레이크도 알아서 갖고 마지막에 종합 정리까지 한다. 스스로가 회사 내 모든 업무를 컨버전스(융·복합)할 정도로 꿰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장들이 풍부한 교양을 쌓으며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키우던 시대는 지났다. 신기술과 트렌드를 용광로처럼 흡수할 수 있는 컨버전스 역량을 가진 사람이 리더가 되는 시대가 이미 열렸다.


시대는 이렇게 바뀌고 있는데 과연 경영자들도 21세기형일까. 생각해 보자. 임원 이상 고위간부들에겐 여간해서 통하지 않는 마케팅이 있다.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마케팅이다. 팩스를 보내야 겨우 반응이 온다. 50대쯤 되는 임원들이 이메일을 직접 읽는 경우는 별로 없다. 사실은 읽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 1년 전쯤 나이가 50~60대인 제조업체 사장 15명과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다. 인터넷 얘기를 하다 궁금해서 직접 이메일을 쓰는지 물어봤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3명만이 이메일을 사용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비서들이 대신 체크해 준다고 했다. 그 중 2명은 아예 이메일 주소조차 없었다.


외국의 유명 교수나 강연자를 초청해 보면 인터넷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60대, 심지어 70대까지도 호텔에서 밤에 이메일을 체크하고 업무를 본다. 블랙베리 폰까지 쓰면서 이동 중 이메일을 체크하는 것을 보면 인터넷 시대를 맞아 오히려 첨단장비로 무장을 강화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 경영자들의 온라인 경쟁력은 놀라울 정도로 낮다. 인터넷이 더 쉬워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당장 오늘부터 인터넷의 바다에 빠져보시라. 아이폰 같은 새 제품이 나오면 손주나 애들에게만 사줄 생각 말고 일단 스스로를 위해 저질러보라.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다. 어쩌면 신사업 기회가 그 안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이제 21세기 들어 전개되는 기회의 시대를 주도할 21세기형 경영자가 돼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기 전에 당신의 자세부터 점검해야 할 일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험요인이 아니라 기회요인에 눈을 돌려야 한다.


실감을 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점검해 보자.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한다고 하면 당신은 어떤 방향을 택할 것인가. 실제 구조조정 과정에서 명예퇴직이나 감원, 해고 등이 수반되긴 하지만 구조조정이 꼭 인력감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글자 그대로 보면 회사나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업구조를 재정비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새로운 성장동력에 인력과 자원을 집중하고 비교적 저성장 분야에는 반대로 투입을 줄여 발전 가능성을 높이는 데 방향을 맞추는 것이다.


구조조정이 감원을 포함한 축소지향 활동으로 여겨지게 된 것은 경영파탄으로 위기에 몰린 기업이 정부나 금융권으로부터 할 수 없이 구조조정을 받은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는 채권단이 부채탕감이나 이자유예 등을 전제조건으로 요구해 축소지향으로 구조조정 방향이 잡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특수한’ 구조조정이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데 있다. 그 정도의 위기에 몰리지 않는 기업들까지 마치 구조조정이라면 당연히 직원을 줄이고 신규사업을 포기하고 연구개발 자금을 삭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믿는다. 특히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흐름 같아 보인다.


회사사회에서 이런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관리나 재무부서가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탓이 가장 크다. 피터 드러커의 통찰력을 빌려 말하면, 이런 부서들이 자기들이 하는 일을 ‘선(善)한 활동’이라고 믿고 있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 부채비용을 줄이고, 투자수익이 적은 부분에서 철수하고, 신규채용을 억제하고, 이왕이면 고액 연봉자를 내보낼 가능성이 높다. 이 모든 것이 당장의 수지개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구조조정은 곧 한계를 드러내게 돼 있다. 시장을 상대로 한 기업은 시장의 역동성보다 앞서가지는 못하더라도 한참 뒤져서는 안 된다. 자원배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오판을 생각해 보자. 앞으로 2,3년은 수익을 못 내지만 4,5년 뒤에는 급격히 커질 가능성이 높은 비즈니스에 5억 원의 신규 투자자금이 필요하고, 서서히 죽어가지만 해마다 이익을 내고 있는 부문에 통상예산 100억 원이 필요하다고 해보자. 결론은? 당연히 5억 원의 신규 투자자금이 중지된다. 또 하나 인력문제를 보자. 능력 있는 억대 연봉자를 내보낼 것인가, 3천만 원짜리 젊은 사원을 내보낼 것인가. 당연히 억대 연봉자를 밀어낸다. 나이도 많으니 명분도 좋다.


두 가지 조치의 공통점은 기업들이 모두 현재에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한다는 점이다. 구조조정은 급한 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미래 청사진을 짜는 거창한 활동이 돼야 한다. 이왕이면 잘될 것을 찾아 모험투자하는 것이 훨씬 나은 판단이다. 구조조정은 미래를 위한 활동이어야 하지, 현재에 살아남기 위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최고운영책임자(COO, Chief Operation Officer)는 어쩌면 현재에 집중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CEO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특히 지난 세기와는 비교되지 않는 변화속도를 보이는 21세기에 걸맞은 경영자가 되려면 더욱 그러해야 한다.


제3장 성공 CEO의 조건
습관부터 바꿔라

최고경영자 자리도 조금 과장을 보태면 하늘이 내리는 자리다. 재주나 운으로만 오를 수 없는 자리요, 올랐다고 해도 그 자리를 오래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기자로 일선에서 오래 지켜본 바에 따르면 잘나가는 경영자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성공을 부르는 습관이 몸에 붙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신은 이들과는 무엇이 같고 또 다른가.


습관1. 고수가 되기 위한 노력
금융인 A씨와 기업인 B씨는 직업이 사장이다. 40대 초반부터 출세가도를 달렸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큰 회사의 최고 자리에만 몇 번을 앉았다. 학벌도 좋고 인물도 훤하고 돈도 많고……. 장관 출신 정치인 C도 결코 이에 뒤지지 않는다. 차관급 이상의 고위공직에서만 10년 가까이 활동했고,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지금도 개각이나 공기업 기관장 교체 때면 하마평에서 빠지지 않는다.


대기업에서 임원은 별이라고 불린다. 하늘의 별처럼 따기 어려운 자리라는 뜻에서다. 그런데도 별 중의 별만 골라 따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잘나가는 진짜 비결은 무엇일까.


수백 명의 세계적인 인사를 인터뷰하고 책을 낸 성공학 저자 마크 톰슨은 그들의 공통점을 3P로 꼽았다. 이루고자 하는 목적(purpose)이 있고, 그 일에 매진하는 열정(passion)이 있으며, 이를 반드시 실행에 옮겨 성과(performance)를 내기 때문에 성공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회사나 사회에서 잘나가는 사람들의 비결은 너무 단순하다. 남들보다 더 노력하는 것이다.


전문경영인 D회장의 예를 보자. 그는 말단 신입사원에서 시작해 최고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최고경영자가 된 지도 벌써 10년, 그는 여전히 현직에 있다. 남들은 모두 궁금해 하지만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근무시간이 길다. 새벽같이 출근하고 저녁에도 10시 전에 집에 가는 일이 없다. 조찬모임이 주 2~3회, 저녁엔 날마다 비즈니스 약속이다. 저녁약속을 마치면 반드시 회사로 들어와 못 본 신문을 다 갖고 간다. 잠도 없는 모양이다. 그가 새벽 3시에 보낸 이메일을 받아본 임원이 한두 명이 아니다. 인터넷으로 읽은 해외업계 소식을 한 명 한 명에게 업무지시와 함께 보낸다.


그렇게 하루 종일 일하고, 읽고, 사람을 만나니 전문분야 지식은 물론이고 최근의 업계 이슈, 해외 동종업계 소식까지 모르는 게 없다. 세월이 갈수록 내공이 쌓이고, ‘고수’가 되는 것이다. 일찍 나오고 늦게 들어가서 신문 다 읽고 해외뉴스 다 보고 하는 이 단순한 것이 성공을 부르는 습관이다. 그것을 경영학자들은 열정이니 목적이니 하고 멋지게 부르는 것이다. A, B, C, D씨는 지금도 자리를 옮겨가며 경제수명을 늘려가고 있다.


습관 2. 이곳저곳에서 뒹굴다
임원이 되면 ‘너무’ 바빠지는 사람이 있다. 회사인생의 정점에 서 있는 만큼 이해는 간다. 그러나 명심할 것이 있다. ‘자기 일’로만 바빠서는 절대 사장감이 될 수 없다.


임원이란 원래 제너럴리스트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이 부서 저 부서를 돌아 회사 전반을 두루 알 때 간부가 되고 그중에서 유능한 사람이 임원으로 뽑히는 것이다. 차세대 사장 후보로서의 임원은 원래 제너럴리스트로 기르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장이 되고 싶다면 자기 분야만 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경영진이 되고 나면 회사 안만 두루 알아서는 안 된다. 시대의 코드는 이(異) 업종, 더 나아가 잡종 간 융합을 창조의 원천으로 보고 있다. ‘메디치(Medici) 효과’란 여러 분야가 융합된 아이디어를 창출, 기존 방식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LG와 프라다, 루이비통과 인피니티의 만남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결합이다. 상품시장에서 기존 카테고리를 부순 히트상품이 이렇게 메디치 효과로 나타나고 있으니 이제 비즈니스 리더도 융합, 퓨전, 뒤섞임의 가치를 충분히 알아야 한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업종의 벽을 넘어선 협업(collaboration)이 중시되고, ‘적과의 동침’ ‘변두리에서 배운다’ ‘T자형 인재’ 등이 유행어가 되고 있는 이유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업종의 벽을 깨고, 그 깨지는 영역 속에서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새로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니까 사장, 그것도 글로벌 초우량기업의 CEO를 꿈꾸는 임원이라면 바쁜 이유가 달라야 한다. 업종별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이제까지 만나보지 못했던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 좀 심하게 말하면, 이곳저곳에서 뒹굴어야 한다. 오늘날은 당신이 속한 네트워크의 크기가 당신을 평가하는 시대다.  


당신의 습관은 이들과 비교하면 어떤가. 어떤 종류의 회사건 경영자라면 이 가운데 하나쯤은 비슷한 면이 있을 것이다. 사실 CEO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스스로 그 직함에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은 늘었지만 ‘임원 중에서 최고 임원’이라는 글자 그대로의 뜻에 충실하게 새로운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지는 않았다. 특히 글로벌 경영환경에 펼쳐지면서 외국의 경영자들이 자주 한국을 방문하고 외국계 언론들이 한국의 사장들을 인터뷰하는 일도 많아졌다.


이제 한 기업의 CEO는 내부적인 사람이 아니라 외부적인 인물이다. 자신의 경쟁력이 회사 그 자체, 아니 회사의 경쟁력 이상이 되는 시대를 살아가자면 정말로 실력 있는 경영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언제 어디서든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여러 가지 경영능력을 갖춰야 한다. 회사 내부의 자원을 잘 활용해 그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외부적으로도 유명한 인물이 돼야 한다.


제4장 경영은 인간이다
두려워도 도전하라

대기업의 문제는 아이디어의 결핍이 아니다. 다르고 새로운 아이디어보다 기존 아이디어를 더 좋아하는 것이 진짜 문제다.
-게리 해멀


자산도 많고 영업도 잘하고 수익도 높은 대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이유는 뭘까.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미국발 경제위기가 진정되는가 싶더니 유럽발 경제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세계 경기상황이 불안한 것도 한 이유다. 환율도 문제다. 작은 기업이면 적은 손해에 그칠 것을 거대수주 산업에서는 잘못된 예측 한 번으로 회사 전체가 흔들리는 일도 허다하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투자를 꺼리는 본질적인 이유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기업으로 갈수록 새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실현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사실이다. 언제 이익을 낼지 기약할 수 없는 새 사업에 돈을 넣느니, 수익성은 낮아도 실패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기존 사업에 돈을 대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신규 업체들은 완전히 다르다. 기존 사업이랄 게 없으니 새로운 사업에 ‘올인’하게 돼 있다. 따라서 미래 승부에 관한 한 기존 대기업이라고 해서 별로 유리할 것이 없다. 특히 경제 침체기에는 이런 경향이 더욱 커진다.


문제는 불황기에 기존 사업의 점진적인 성장에만 매달리다가는 결국 미래에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1970년대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만든 전략구도인 ‘BCG 매트릭스’를 보자. BCG 매트릭스에 따르면 모든 사업은 사이클을 타는데, 처음에 ‘물음표(?)’ 사업으로 시작한 성장형 비즈니스가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스타(star)’ 사업이 되고, 이 스타 사업의 성장률이 점점 낮아지면서 ‘현금 젖소(cash cow)’로 내려앉고 마침내 점유율까지 떨어지면서 ‘개(dog)’ 사업이 된다는 것이 골자다. 아무리 지금 잘되는 스타 사업이 있다고 해도 결국 성장률과 점유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영자들은 반드시 ‘물음표’ 사업에 투자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이 매트릭스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두려워한다는 것은 점유율과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기존 사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뜻일 뿐이다. 기존 비즈니스에서 번 돈을 과감하게 재투자해야 하는데 ‘가지 않은 길’은 그만큼 두려운 것이다. 굳이 따지면 이런 경영은 미래를 대비한 것이 아니라 과거 지향적인 경영이다.


구글이 왜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전망이 밝은지는 이 회사가 견지하고 있는 투자원칙인 ‘70대 20대 10의 법칙’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구글은 핵심 비즈니스에 70%를 투자하고 20%는 그 핵심사업을 돕는 비즈니스에, 그리고 나머지 10%는 핵심사업과 전혀 상관이 없는 분야에 투자한다. 히트상품인 구글와이파이, 오프라인 광고 등이 이 10%에서 나왔다.

 

이 10%가 중요한 이유는 ‘지금의 핵심사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라는 사실 때문이다. 지금 잘나가는 사업이 있어도 시장의 변화속도에 언제든 뒤처질 수 있기 때문에 전망 있는 다른 분야의 사업을 해가면서 안전장치를 해두는 것이다. 자신들이 보지 못하는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가능성이 보이면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방식과 반대로, 간부가 아니라 아래 직원으로부터, 내부 전문가가 아니라 외부 고객으로부터 새 아이디어를 얻는 것 등 과거와는 다른 방식이 크게 유행하고 있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핵심부문은 익숙하고 비핵심부문은 낯설다. 낯선 미래에 도전할 수 있어야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그러므로 리스크에 도전하는 것이야말로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할 수 있다.


‘리스크에 도전하라’는 말에 부담을 느끼는 경영자들이 많지만 이는 리스크를 오로지 ‘위험’이라고만 번역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리스크의 원래 뜻은 오히려 불확실성에 더 가깝다. 불확실성이라고 번역하는 것과 위험이라고 번역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불확실성은 어쩌면 좋은 사업기회다. 그 가능성을 높이 보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크게 망하든 크게 흥하든 결과는 도전하는 자의 몫이다. 그러나 ‘위험’이라고 하면 도전하는 것 자체가 무모한 일이요, 나쁜 일로 여겨지는 문제점이 있다.


지난 2008년 하반기부터 전 세계가 겪었던 미국발 금융위기를 리스크와 관련해서 생각해 보자. 자, 이런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보통의 경우 투자를 포함한 경영활동을 위험회피 방향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위험감수 방향으로 할 것인가. 당연히 위험회피적인 분위기가 번지게 돼 있다. 은행, 기업은 물론 나라 차원에서 큰 낭패를 본 뒤라 극도의 위험회피 경향이 오랫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전망이 바닥을 치고 급하게 솟구치는 V자형이나 완만하게라도 고개를 드는 U자형이 아니라 불황이 지리하게 계속되는 L자형이 되거나 회복하다가 또다시 추락하는 더블딥이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적으로 보더라도 위험회피적인 풍토가 지배적이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다그쳐도 은행이 꿈쩍도 않는 것이나, 어쩌다 대출을 해줘도 기술신보 같은 곳이 전액보증을 서도록 하는 금융기관들이 많은 것은 극심한 위험회피에 다름 아니다. 기업들이 투자하지 않는 것, 신규채용을 줄이는 것,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이 모두 위험회피의 결과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는 일은 절대 벌이지 않으려는 것이다.


위험회피는 그 본질상 손실을 피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그 밑바탕에 있다. 그러나 예상되는 손실보다 훨씬 많은 이득이 보이면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경향이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리스크』의 저자 피터 번스타인은 “위험감수야말로 현대 서구사회를 이끌어가는 기폭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각종 제한이 풀리고 선택할 수 있는 폭이 훨씬 넓어지는 경제위기 시대야말로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말했다.


남들이 못하고 있으니 투자하면 앞설 것이요, 남들이 채용을 줄이고 있으니 인재 뽑기에는 최고의 타이밍이며, 다른 은행들이 안 빌려주고 있으니 지금이 평생단골을 잡을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해야 한다. 망하는 회사가 많으니 오히려 창업하기에 좋은 시절이라고 기뻐해야 옳다. 이런 것은 역발상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상식적인 생각이다. 원래 리스크란 말 자체가 ‘뱃심 좋게 도전하다’의 뜻을 가진 초기 이탈리아어에서 나온 단어라고 한다.


리스크에 도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주위에서 말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그럴 때마다 스스로 자신감도 잃을 것이다. 그러나 눈을 뻔히 뜨고도 기회를 놓치는 현실에서 우리는 작은 기회라도 있으면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에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스스로 기회에 도전하는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 바로 경영자다.


물론 떨릴 것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과거에 해오던 방식 그대로 하면서 변화 빠른 시대에 성장을 계속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 자체가 순진한 것이다. 도전적인 기업문화로 회사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는 일은 오직 경영자만이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리스크에 도전하는 모험을 보여야 한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