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석의 진짜인생(眞自人生)

   
서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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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비즈니스
   
12000
2010�� 09��



■ 책 소개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오로지 외화를 감식하면서 살아온 "세계 최고의 ‘위폐감별 전문가’, 신지식인 1호 ‘대한민국 명장’ 서태석 부장의 성공기와 진짜 인생에 대한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저자는 중학교 중퇴 학력이 전부지만 미 연방수사국(FBI) 등이 인정한 세계 최고 수준의 위폐감식 능력을지녔으며,&nbsp& 우리나라의 외화감식 수준을 해외에 알리는 것은 물론 청백 봉사상을 수상하며 조금씩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1999년제2건국 범국민 추진위원회가 추진한 금융 분야의 신지식인으로 선정되어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의 표창을 받았고, 미국 FBI 및 USSS(미국토방위청 산하 비밀수사국) 위조지폐 정보교환 요원으로 위촉되어 세계를 넘나들며 활동하였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내는 데 평생을 바쳐온 저자가 온종일 세균 덩어리인 돈을 만지면서느껴온 것은 과연 무엇일까? 책이 주목하는 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99% 비슷해도 비슷한 것은 결국 가짜이다. 그래서 아무도 나를 대신할 수없는 진짜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 책에는 인생에서의 중요점, 그리고 위폐감별 40여 년 동안 저자가 느낀 진짜와 가짜에 대한 인생철학이가득하다.

■ 저자 서태석
1943년 8월 22일 경상북도 영천 호당리에서 막내로 태어났다.1966년 제대를 하고 사회에 나온 그의 목표는 은행에 입사하는 것. 그러나 중학교 중퇴인 학력과 카투사 경리경력이 전부인 그에게 은행의 문은높기만 했다. 당시 은행은 대학 졸업장을 가진 이들과 명문 상고 출신이나 들어갈 수 있던 곳이었다. 하지만 그는 우여곡절 끝에 학력의 벽을 뚫고1969년 한국외환은행에 임시직으로 입사하였다. 처음에는 대졸 직원을 보조하는 역할이 전부였다. 주로 현금을 만지는 업무인 탓에 간혹 5달러나10달러짜리 위폐를 찾아내기도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훗날 위폐감별의 1인자가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게 한 장 두 장, 위폐를감별해낸 것을 인연으로 자연스럽게 위폐감식의 길에 들어선 그는 위폐의 사진을 마이크로렌즈로 찍어 환등기에 일일이 비춰보며 화폐 연구에몰두했다.

그의 존재감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81년에 발생한 ‘미화 200만 불 사건’에 의해서이다. 그는 미국 FRB에서수입한 200만 불이 모조리 위폐임을 밝혀내면서 매스컴에 크게 주목받았다. 그 사건으로 그는 우리나라의 외화감식 수준을 해외에 알리는 것은 물론청백 봉사상을 수상하며 조금씩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1999년 제2건국 범국민 추진위원회가 추진한 금융 분야의 신지식인으로 선정되어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의 표창을 받았고, 미국 FBI 및 USSS(미 국토방위청 산하 비밀수사국) 위조지폐 정보교환 요원으로 위촉되어 세계를넘나들며 활동하였다. 

위폐감식 분야의 1인자로 우뚝 선그가 외화 100달러를 감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25초, 물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서박사’, ‘서도사’에서 ‘위조지폐감별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얻기까지 40년 외길 인생을 걸어온 그의 성공 비결은 타고난 감각보다 부단한 노력이었다. 그는 정년을 넘긴 지금도일인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nbsp&
■ 차례
추천의 글 - 인생철학이 있는위폐감별사, ‘서태석’
머리말 -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는 ‘진짜 인생’을 살아라!

1장 진(眞), 이것이 진짜다
USSS에 홈런을치다
네 자신을 믿어라, 미화 200만 불 사건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다
우직한 도끼의 승리, 중학교 중퇴로 은행에입사하다!
자꾸 갈증이 나는가? 자족하라!
내 우물을 파자, 화폐 사진을 찍다
돈의 표정을 읽다, 진짜는 투박하다
처음으로, 첫 마음으로
두려움과의 한판승, 위조지폐 16만 불 사건
재미있는 쩐 이야기 - 우리나라 화폐에 관한비밀!

2장 자(自), 진짜 인생은 자기안에 있다 
불행 없이는 행운도 없다
달인이 되다, 위조지폐 감별 기네스
스트레스도 힘이 된다 
숨어 있는시간이 미래를 만든다 
모든 관계의 우선은 자신과의 관계이다 
어제의 나를 버려라 
소신껏 일하는 남자 
고슴도치의 가시를없애는 방법, 정성
재미있는 쩐 이야기 - 세계 여러 나라 화폐의 비밀!

3장 인(人), 사람을 얻는 것이 진짜 인생이다
대한민국 신지식인 1호가되다
누군가를 이끌어야 하는 당신에게
인간관계의 두 가지 핵심, 진실과 인내
인간관계의 힘, 싱가포르 ‘꾸려’ 헨리장
나를 위하여 종은 울린다, 멘토와의 만남 
함께 걷는 길, 보이지 않는 전쟁 ‘88올림픽’
진심으로 상대와 통하라
관계의 달인이 되는 방법, 상대의 호감을 사라!
화를 버리고 찬 가슴에 온기를 품어라
재미있는 쩐 이야기 - 화폐 속의‘0’의 개수와 화폐 속의 여성

4장생(生), 살아있는 것은 모두 진짜다
두 손을 모두 담가라 
내 인생의 스캔들, 위조감별 세미나를 하다
걸음아날 살려라 
즐거운 삶을 만들 일상의 양념을 찾아라
온몸으로 산다는 건 
지금 당신의 인생은 봄날입니까?
짝퉁이 아닌진품이 되라
진짜 인생은 진짜 사랑에서 비롯된다
재미있는 쩐 이야기 - 화폐 속의 건축물





폭등 시대

서태석의 진짜인생(眞自人生)


1장 진(眞), 이것이 진짜다

네 자신을 믿어라, 미화 200만 불 사건

1981년 겨울, 나는 이른 아침에 세관원과 함께 공항에 도착했다. 그날 나에게 주어진 업무는 미국 FRB에서 수입한 200만 달러가 든 돈 자루를 인수하는 일이었다. 여느 날처럼 나는 면장번호 등을 확인하고 어깨에 돈 자루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 40만 달러가 들어 있는 한 포대는 4kg인데 들어 올린 자루는 그보다 가벼웠다.


나는 일단 세관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세관에서는 서류상 하자가 없으니 인수인계 절차나 빨리 마무리 지으라며 타박했다. 별 수 없이 돈 자루는 은행까지 운반되었고, 나는 은행에 도착하자마자 자루 하나를 뜯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것은 모조리 위폐였다. 크기와 규격은 진폐와 똑같았지만 철 성분이 들어 있는 달러화보다 가벼웠다.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 40만 달러면 얼마야. 2, 2억?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로서 2억 원은 무척이나 큰돈이었다. 나는 다른 자루는 열어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 순간 머릿속에 마치 흑백영화처럼 여러 상황이 스쳐갔다.


이 돈이 모두 가짜라고 말하면 내겐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혹시 내가 책임져야 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숨겨야 하나, 아니면 진실을 말해야 하나?

그런데 혹시라도 위폐가 아닌 진짜라면 어떡하지?

정식 행원도 아닌데, 이러다 해고되는 거 아닐까?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진실의 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 누가 뭐래도 나는 자신을 믿어야 했다. "이건 가짜요! 모두 가짜 돈이요!" 그것은 오로지 나 자신에 대한 믿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결국 나는 시경 간부 2명과 달러를 외환은행 측에 매도한 미 R&B은행 이사, 미연방수사국(FBI) 관계자의 입회하에 나머지 자루를 뜯었다. 잠시 후 나머지 자루에서도 종잇조각 뭉치가 나왔다. 미연방수사국 관계자가 대뜸 한국 내부자 소행이라며 억지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말도 안 되는 그의 억측에 자신 있게 반박했다. "지질(紙質)을 볼 때 이 종이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종이가 아닙니다!" 그러나 돌아온 대가는 참으로 혹독했다. 나는 여러 날에 걸쳐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았다. 종이 성분 검사나 현장검증 등을 거쳐 내 주장이 옳다는 판명이 나올 때까지 나는 한 달 이상 은행의 따가운 눈초리와 수사기관의 의심을 받아야 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오롯이 혼자였다. 그럼에도 내가 모든 것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궁극적으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실은 밝혀졌다. 마약 밀매단이 운송 과정에서 외국 용역회사의 직원을 통해 돈 자루를 바꿔치기한 뒤에 마피아에게 넘겼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실은 한국과 미국의 합동 수사반이 조사 끝에 밝혀낸 진실이었다. 다행히 그들이 아직 매입한 돈을 입금하지 않은 상태였고, 보험까지 들어놓았기에 외환은행은 단 한 푼도 손해를 입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 일로 은행의 신뢰도와 국가 이미지가 높아지는 결과까지 덤으로 얻었다.


나는 공로를 인정받아 1983년 한국은행으로부터 청백 봉사상을 받았다. 이로써 나는 대통령 표창보다 더 받기 힘들다는 이 상을 금융계에서 유일무이하게 받은 사람으로 기록되었고, 이 훈장 수승으로 그렇게 소망하던 정식 행원이 될 수 있었다.


돈을 만지는 일은 항상 위험을 수반한다. 하지만 내 자신을 믿는 것, 그리고 지금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주저 없이 하는 용기는 진짜 인생을 살아가는 데 무척이나 중요한 지침이 된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말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믿어라. 지금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인생을 살아가는 최고의 덕목이다.


자꾸 갈증이 나는가? 자족하라!

1969년 은행에 입사했을 때 내게 부여된 임무는 출납에서 동전을 바꿔주는 일이었다. 당시 나는 밤낮으로 돈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러나 돈 자체에는 별 다른 욕심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내 것이 아니면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던 성격 탓인지도 모른다. 돈이란 참 묘한 것이어서 부족한 경우는 있어도 남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진짜 인생을 살려면 현재의 내 상황에 만족하고 사사로운 욕심을 버려야 한다. 


은행 안에서 일을 하면 사방에 널린 것이 돈이다. 그래서 돈을 그냥 종이라고 생각하며 일했다. 이건 돈이 아니라 내 사업이다라고 생각하고 돈을 그저 물건이라고 생각하니 돈이 돈으로 보이지 않고 하나의 상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돈을 돈으로 보고 실수하는 사람을 여럿 봐 왔다. 은행에서 수백억의 돈을 만지니까 1~2천 원쯤은 표시가 안 나겠지 하고 실수하는 사람 때문에 그 1천 원을 찾느라 밤을 새운 적도 있다. 그들을 보며 돈이란 게 사람의 욕심을 불러일으키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 중국에 신발이 없어서 슬퍼하던 한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신발은커녕 아예 발 자체가 없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 순간 이 사나이는 비로소 신발이 없는 자신의 운명에 만족할 줄 알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불행은 만족할 줄 모르는 데서 온다. 아무리 많은 것을 가졌어도 만족할 줄 모른다면 언제나 갈증에 허덕이게 된다. 그것만큼 비극적이고 불행한 일이 또 있을까?


나는 이미 정년을 넘겼다. 그리고 지금은 계약직이나마 은행에서 내가 좋아하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언제까지나 계속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모든 것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때가 되면 자리를 비워줘야 또 다른 물길이 트인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나는 후회 없이 일했기에 지금 이 일을 그만둔다 해도 불만이 전혀 없다. 거기에다 나는 아직 배짱이 있다. 은행 일을 그만둔다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때로는 집에서 설거지를 할 수도 있고 어쩌면 아내와 함께 멸치를 다듬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기꺼이 그릇을 씻고 음식을 만들 것이다. 많은 사람이 물질에서 안정을 추구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질로 살 수 없다.


지혜로운 사람은 풍요로운 인생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의 영역에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물론 세상은 풍족한 삶을 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은 풍요로운 삶이다. 그 두 가지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아무리 가져도 자꾸만 속이 허해지는가? 그렇다면 지족(知足)하라. 만족할 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행복을 맛볼 수 있다.



2장 자(自), 진짜 인생은 자기 안에 있다

불행 없이는 행운도 없다

난파한 선원이 있었다.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건만 수평선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선원이 사냥을 나갔다가 돌아와 보니 움막이 완전히 불에 타서 앙상하게 재만 남아 있었다. 또 한 번의 불운이 그를 덮쳤던 것이다. 이제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사냥 나갈 때 입고 갔던 옷과 연장뿐이었다. 그야말로 생애 최악의 날이었다.


그런데 몇 시간 후, 배 한 척이 그를 구하기 위해 섬으로 다가왔다. 구조선 선장이 뛸 듯이 기뻐하는 선원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정말 운이 좋군요. 만약 당신이 피운 연기를 보지 못했다면 우리는 섬을 그냥 지나쳤을 것입니다." 그제야 선원은 그날 일어났던 최악의 사태가 최고의 축복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갑자기 찾아온 불행으로 고통스러운가? 그렇다면 한 걸음만 물러서 지켜보라. 차분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가는 행운과 불행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관계의 우선은 자신과의 관계이다

나는 지금까지 자기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한 사람이 다른 이를 제대로 사랑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단 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며 모든 관계의 우선은 자신과의 관계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일에 쫓기고 상황에 쫓기느라 자기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소리에 좀처럼 귀를 기울이지 못한다. 그러면서 분주히 타인의 시선을 살핀다.


"이러다 내 가정이 깨지지는 않을까?"

"도대체 저 사람은 왜 나를 인정하지 않을까?"

"나도 남들처럼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타인은 의식하고 배려하면서 도무지 자기에겐 배려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자기 자신을 잘 돌볼 수 있을까? 우선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한 가지씩 가져보자. 쉽게 말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일, 온전히 자기만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나는 주말마다 관악산, 청계산, 북한산을 오가며 홀로 산행을 즐겼다. 혼자 산에 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산과 나, 오로지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는 동안 스스로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며 나에게 말을 건다. 말하자면 나와의 관계를 다지는 것인데 스스로 묻고 또 스스로 대답하다 보면 미처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다.


처음 산행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나는 가끔 이런 말을 한다. 산을 정복한다는 생각으로 오르지 말고 자기 자신과 대화한다는 마음으로 첫 발을 디디라고 말이다. 그렇게 오르고 또 오르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산행의 목적은 바로 그것이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 자신에게 끊임없이 격려하는 것, 그렇지 않으면 산은 금세 지치고 힘겨운 상대가 된다.


고된 산행과 비슷한 우리네 인생길, 남의 손에 자신의 인생을 맡긴 채로 쏠려 다니기엔 인생도 자기 자신도 너무나 소중하다. 인생에 끌려가지 않고 주도권을 쥐는 비결은 오로지 자신과의 관계에 있다.



3장 인(人), 사람을 얻는 것이 진짜 인생이다

인간관계의 두 가지 핵심, 진실과 인내

각종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에너지를 뺏는 가장 큰 원인이 인간관계라고 한다. 업무의 어려움이나 잦은 야근, 적은 월급보다도 직장인들을 지치게 하는 것은 인간관계, 즉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이다.


인간관계의 핵심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진실이고 다른 하나는 인내다. 좋은 인간관계란 기술이 아닌 신뢰에 의해 형성된다. 이 신뢰의 바탕이 바로 진실이다. 만약 사람을 대할 때 말과 행동이 진실이 아닌 기술에서 나온다면 언젠가는 상대방이 그 이중성을 감지하게 된다. 이처럼 진실은 사람에게 신뢰를 주고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시키는 힘이 된다.


또 다른 하나는 인내다. 인내란 말 그대로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것이다. 처음부터 내 마음에 쏙 들게 완벽한 사람은 없다. 상대의 장점을 발견하고 그것이 발휘될 수 있도록 가만히 지켜봐주면 언젠가는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즉, 진실한 마음에 인내를 더한다면 인간관계는 한층 풍요로워진다.


1996년 봄, 나는 윗선에 위변조감식 전문가의 필요성을 강력히 피력했다. 그리고 후계자를 양성하기로 결정되었다. 며칠 후 인사과의 최종 확인을 거쳐 외환은행 전 지점으로 공문이 떨어졌다. "위변조감별에 관한 교육을 본사에서 실시할 예정이니 희망자는 모두 신청하기 바랍니다." 모두 12명이 지원했고 사내 공채 테스트를 거쳐 최종적으로 K와 P 두 명을 뽑았다.


K는 윗선에서 추천한 인물로 조직에 대한 감각이 장점이었고, P는 신참 행원임에도 불구하고 성실함과 배려가 돋보이는 친구였다. 그해 여름 두 사람은 본점으로 발령이 났다. 그들에 대한 감식 교육과 고과 역시 내게 주어졌다.


나는 이들을 교육하는 데 상당 기간 정성을 쏟았다. 매일 8시간 이상 눈과 손으로 감각을 익히는 훈련을 시켰다. 두 사람은 실물을 손에 들고 가짜와 진짜를 가려내느라 땀을 뻘뻘 흘렸다. 가끔은 프린트물을 준비해서 시험을 보기도 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나니 두 사람의 장단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P는 화폐에 대한 감을 익히는 속도가 빨랐던 반면 K는 숙지하는 속도가 더뎠다.


"서 과장, 두 사람 평가해보니 어때?"

몇 달 지나지 않아 윗선에서는 곧 두 사람에 대한 평가서를 요구했다.

"글쎄요, K보다는 P가 업무 적응력이 빠르긴 한데……."

"그래? 그렇다면 P만 본사에 남기고 K는 지점으로 보내야겠군."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적잖이 당황했다.

"3개월만으로 어떻게 사람을 평가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제 솔직한 바람은 두 사람 모두 본사에 남았으면 하는 겁니다."

"뭐, 두 사람 모두를 말인가?"

"두 사람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전혀 다른 그 둘이 콤비를 이룬다면, 최강의 외환 업무팀이 될 것입니다."


결국 요구는 받아들여졌고 조금 더 오래 그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 기다림 끝에 찾아온 열매는 달았다. P에 비해 업무 숙지 속도가 느렸던 K가 전혀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화폐 이미지에 밝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모두 정식 발령을 받아 본사에 남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까지 나와 더불어 은행 내에서 든든한 삼총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 부에서 직접 손으로 확인하는 외화만 지폐매수로 하루 평균 약 13,000장. 1차로 감별기를 거친 뒤 손으로 일일이 세듯 만져 위폐를 감별한다. 위폐감별이란 현찰을 만져야 하는 만큼 스트레스가 크다. 그러나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 나는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이 일을 따라주는 그들이 무척이나 고맙고 대견하다.


인간관계란 그런 것이다. 주고받는 것, 냉혹하지만 어찌 보면 이것은 당연한 이치다. 주면 받아야 하고 받으면 줘야 하는 것,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오고가는 게 있어야 관계가 가능하고, 그 관계를 잘 유지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관계를 맺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과 변함없이 좋기란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서로에게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야 하지 않을까? 



4장 생(生), 살아있는 것은 모두 진짜다

두 손을 모두 담가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커다란 업적을 이룬 사람이나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일찌감치 목표를 정했다. 둘째, 대충이란 없다. 물이 차가운지 뜨거운지 살짝 담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두 발을 다 담가 매진했다. 마지막으로 기회가 왔을 때 재능을 확실하게 펼쳐 보였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대충이란 없다를 택하겠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부지런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고 모든 걸 쏟아 붓는 사람을 따를 재간은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성공을 위해 예비된 인생은 없다. 그것을 확보하고 이루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


나 또한 그랬다. 당시 명문대 출신이나 유명 상고 출신만 지원 가능했던 은행에 입사한 것도 흔치 않은 일이지만, 요즘 말로 하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다시 위폐감별 분야의 일인자로 발전한 나의 이력의 8할은 쉼 없는 노력이었다. 기회란 그런 과정 속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홀연히 나타난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는 온몸으로 붙잡아야 한다. 삶의 기회란 잡는 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제대 직후 한국은행에서 분리돼 출범한 한국외환은행의 문을 두드렸지만 중학교를 중도에 그만둔 학력은 입사 과정에서 발목을 거세게 붙잡았다. 게다가 객관적으로도 나는 별다른 재능이 없는 사람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일용직으로 은행에 입사했지만 임시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동전을 교환해주는 일이 전부였다.


나는 출근길에 만나는 사람마다 먼저 다가가 큰소리로 인사하고 10원짜리 동전 하나를 맡기더라도 고객에게 성심을 다했다. 그렇게 늘 웃는 얼굴로 사람을 대하다 보니 대인관계도 좋아졌다.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독학으로 화폐를 공부했다. 나는 행원이 아닌 고용원이었기에 아무리 화폐를 공부한다고 해도 잔심부름만 할 뿐 정식 업무를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화폐를 보고, 또 보고 날마다 쳐다보았다. 그러자 어느 날 신기하게도 화폐가 말을 걸었다. "이것은 가짜요, 이것은 진짜요."


하루는 미 8군부대에서 동전을 바꾸러 왔는데 뭔가 예감이 좋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위조지폐였다. 나는 위폐임을 알렸고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그러나 공로는 위폐를 발견한 내가 아닌 당시 출납 책임자에게로 돌아갔다. "이거 미안하게 됐습니다. 고용원은 잔심부름만 하게 되어 있어 상을 줄 명분이 없습니다." 그날 다른 동료들까지 내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가짜 화폐를 발견해낸 것이 스스로 대견했고 그간의 공부가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했다.


그날 밤 어머니께서 영천 장에서 사왔다며 황금색 붕어를 기분 좋게 들어 보이는 꿈을 꾸었다. "이렇게 예쁜 걸 어디서 사셨어요?" 나는 금붕어가 너무 예뻐서 가만히 손가락을 집어넣어 보았다. 아얏! 그 순간 금붕어가 내 뺨을 탁, 소리 나게 쏘았다. 어머니는 나를 보며 희미하게 웃으셨다. "아가, 두 손을 다 담가라. 그래서 어디 붕어가 잡히겠니?"


수적천석(水滴穿石)이라는 말이 있다. 어떠한 일도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쌀 한 톨, 잘 익은 과일 하나까지 모두 인고의 과정을 거쳐야 얻을 수 있다. 그러니 인생에서 우리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노력뿐이다. 삶이라는 강물에 두 손을 다 담가라. 그러면 당신 앞에 지금과는 분명 다른 삶이 펼쳐질 것이다.  


즐거운 삶을 만들 일상의 양념을 찾아라

아침마다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아내를 뒤로 하고 길을 나선다. 오랜 세월 수십 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연애라는 것을 했고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렵사리 결혼한 끝에 아이 둘을 낳았다. 그렇게 살아온 지도 벌써 수십 년, 나는 인생의 반 이상을 한 여자와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살았다.


우리에게 젊은 날의 뜨거운 열정이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나 팽팽한 긴장감이 사라진 그 자리에는 편안함과 익숙함이 슬며시 찾아왔다. 퇴근 후에는 마주 앉아 밥을 먹고 나란히 누워 TV를 보는 것이 아내와 나의 일상이다. 삶은 참 시시콜콜하고 별다를 게 없다. 굳이 먼 곳을 기웃거릴 필요가 있을까? 일상의 공간에 마음을 쏟고 가꾸는 것, 그것이 일상을 빛나게 하는 에너지이자 행복이다.


어떤 노래가사에 사랑이라는 말도 지겨울 때가 있지라는 구절이 있다. 사랑도 그럴진대 매일 반복되는 우리네 일상은 오죽하겠는가. 그야말로 밋밋하고 지겨울 것이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 재미를 발견한다면 어떨까? 매일 아침 만원버스로 힘들게 출근해야 한다면 그건 하루를 보낼 직장이 있다는 뜻이다. 할 일이 많아서 야근을 해야 한다면 그건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고, 그 때문에 몹시 피로하고 고달프다면 그건 당신이 열심히 일했다는 반증이다.


일상을 지겨워하지 말고 그 안에서 소소한 재미를 찾아보자. 그러다 보면 삶의 모든 상황은 양념이 된다. 맵고 시고 짜고 달거나 싱거운 양념들은 우리네 얼굴에 고스란히 스며든다. 그러니 즐겁게 사는 데는 대단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하루하루 일상에 충실하는 것이 정답일지도 모른다. 일상을 빛나게 할 에너지는 이미 그대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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