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CEO

   
김현예
ǻ
비즈니스북스
   
13000
2010�� 01��



>& ■ 책 소개
삶의 중요한 시기마다 선택의방향을 제시해준 것이 바로 책이었음을 그리고 독서가 오늘날 기업 경영 철학의 원천이었음을 고백하는 CEO들의 이야기. 저자는 신문기자 특유의날카로운 직관과 빠른 행동력으로 1년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한민국 대표 CEO 13인을 만나 취재하면서 그들의 귀중한 경험담을생생하게 풀어냈다. 경쟁력 있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어떻게 기업을 관리하고 사람을 관리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전략의 바탕에는 무엇이 있었는지를이야기하는 책이다. 

많은 CEO들이 이구동성으로말한다. ‘책을 읽으면 세계를 얻는다!’고. 옛날부터 전해오는 이 진실이 지금 이 시대에 다시금 회자되는 이유는 우리가 그 어떤 시대보다 빠르게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혁신의 시대에 자기경쟁력을 가지지 못하는 사람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 책 속의 많은CEO들이 젊은이들에게 자신을 발전시키고, 세상을 이해하며, 성공할 수 있는 비결로 독서를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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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김현예
1977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다. 한양대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통상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사에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을 거쳐 현재 산업부전자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사장님, 소주 한잔 하시죠』(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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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추천의 글 - 교보문고 송영숙독서경영연구소장

제1부 CEO, 별을바라보고 항해하다
01 글로벌 경영을 배우다 _ LS전선 구자열 회장
02 기업과 사람이 함께 발전한다 _ LG이노텍허영호 사장
03 하루하루 충실함으로 채운다 _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이석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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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책, 기업 경영의 내비게이션
04 우직하게 나의 길을간다 _ 한세예스24홀딩스 김동녕 회장
05 투철한 자기관리가 명장을 만든다 _ 타워스 왓슨 박광서 사장
06 항상 준비하는 자세가큰 힘이 된다 _ 파파존스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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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CEO들의 자기 계발 파트너
07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라 _ 삼천리 정순원사장
08 상대가 있기에 내가 존재한다 _ 교보문고 김성룡 사장
09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 _ CJ라이온 위규성 사장
10신뢰가 기회를 준비한다 _ 올림푸스한국 방일석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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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경영의 미래, 내일의 꿈
11 더불어 함께하는 삶을 꿈꾼다 _ SK에너지 신헌철부회장
12 정직하게 달려나간다 _ 밀레 코리아 안규문 사장
13 남들이 보지 않는 것을 찾는다 _ 루이까또즈 전용준사장

저자의 글
"책 읽는 CEO"가 선택한 책들





책 읽는 CEO

  

제1부 CEO, 별을 바라보고 항해하다

글로벌 경영을 배우다 - LS전선 구자열 회장

LS전선은 요즘처럼 치솟는 유가와 원자재 값, 전 세계적인 글로벌 위기까지 겹치며 기업들이 하나둘씩 허리를 졸라매는 시기에 거꾸로 해외 기업을 먹어치우며 위풍당당하게 외연을 넓혀나가고 있다. LS전선은 LG그룹에서 분가한 지 5년 만에 경기도 안양에 사옥을 지었다. 이후 한 달 만에 지주회사 체제로 바꿨다. 그리고 또 한 달, 이번엔 북미 최대의 전선회사를 인수합병하며 세계 3대 전선회사로 탈바꿈했다.


LS전선을 맡고 있는 구자열 회장은 다독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중에서도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 이어 『세계는 평평하다』 등 토머스 프리드먼의 저서는 빠짐없이 다 읽었다. 구 회장은 자신의 경영 화두인 글로벌을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배웠다고 한다. 해외 시장 개척에 대한 갈증이 심했던 그에게 이 책은 오아시스와 같았다.


1992년 5월, 토머스 프리드먼은 일본 아이치 현에서 시속 290킬로미터로 달리는 신칸센에 오른다. 도요타의 최고급 승용차인 렉서스를 만드는 공장을 취재하고 도쿄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프리드먼은 「헤럴드 트리뷴」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거기서 그는 팔레스타인 난민에 대해 1948년 국제연합이 내린 판단을 두고 당시 미 국무부 대변인이 했던 발언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프리드먼은 여기에서 냉전 이후의 세계가 세계화 시대로 움직이는 흐름의 단면을 읽어낸다. 그는 이를 보며 "세상의 반쪽은 더 좋은 렉서스를 만들고자 노력하며 냉전으로부터 새롭게 부상하고 있지만, 다른 반쪽은 아직도 누가 올리브나무의 주인인지를 놓고 싸우고 있었다. 한쪽은 세계화 체제에서 번영하고자 현대화에 전력하면서 경제 체제를 합리화하고 우선순위를 명확히 정하고 있는 데 반해, 다른 한쪽은 과거사를 매듭짓지 못하고 그에 얽매여 있다"고 짚어냈다.


구 회장이 눈여겨본 것은 렉서스로 대변되는 번영의 양태였다. 프리드먼의 말을 빌리면 이렇다. 스위스 항공의 경리부서에 전화를 걸면 인도에서 전화를 받는다. 디지털과 인터넷을 무기로 한 네트워크 덕택에 가능한 일이다. 이른바 세계화를 대표할 만한 변화의 단면이다. 


구 회장이 전선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던 2001년, 회사 매출은 1조 4,800억 원에 불과했다. 그가 중국 진출 이야기를 꺼내면 직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1990년대 초 국내 경쟁사가 중국 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고배를 마시고 공장을 철수한 과정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직원들의 마음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급선무였다. 구 회장은 그 돌파구로 50대 생산직 부장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열심히만 하면 누구든 임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인사 제도도 확 뜯어 고쳤다. 일만 잘하면 대리급 직원이라도 부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연구개발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년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했던 R&D 부문의 승진 임원을 세 명으로 늘렸다. 가장 혁신적인 것은 한국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군포 공장을 인수해 세운 기계사업부였다. 트랙터와 농기계를 만드는 기계사업은 잘만 하면 효자 종목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기계사업부 사람들을 대거 임원으로 발탁했다. 구 회장은 빠르게 변화를 이끌어갔다. 속도만이 글로벌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2005년 구 회장은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그해 9월 중국 우시 지역에 10만 평 규모의 산업단지를 만들었다. 중국은 전선사업을 하는 그에게 전략적 요충지나 다름없었다. 풍부한 노동과 넓은 대지, 풍부한 전력 수요 등 그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중국에 있었다. LS산업단지를 만들고 보니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해외에 사업장을 만든다고 해서 저절로 글로벌 기업이 되는 건 아니었다.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사람이 필요했다.


『세계는 평평하다』에 나온 글로벌은 사람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 책은 어떤 성장 전략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지 그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콜럼버스가 대서양 항해에 성공해 구세계와 신세계의 벽을 허문 것이 걸음마 단계의 세계화 1.0시대라면, 1800년대부터 2000년대 사이는 세계화 2.0시대다. 이 시기에는 코카콜라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국가의 벽을 넘으며 경쟁을 지속했다. 하지만 세계화 3.0시대로 불리는 지금은 개인들이 인터넷이라는 정보통신기술을 무기로 경쟁하게 된다. 구 회장은 『세계는 평평하다』에 나오는 변화의 주체이자 동력은 개인이다라는 문장을 자주 곱씹는다. 그는 임직원들이 스스로 나는 대체 불가능한 사람인가?를 되묻길 바란다고 했다. 빌 게이츠, 마이클 조던처럼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는 능력을 배양해야 함을 직원들이 깨달아야 회사에 미래가 있다는 말이다.


글로벌 경영을 강조하다 보니 영어 실력을 글로벌 인재의 첫 번째 조건으로 꼽을 만하지만 그는 마인드를 최고로 친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인재라고 하면 뛰어난 외국어 능력과 해외 경험을 가진 사람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런 인식을 바꿔야 우리 기업이 성공합니다. 외국어는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인재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해야 합니다. 진정한 인재는 외국어 능력만큼 현지 문화에 대한 빠른 적응력과 국제적인 시야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글로벌 인재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고 봅니다."


구 회장은 2005년 겨울엔 한 해를 마감하는 뜻에서 임직원 150명에게 『CEO 칭기스칸』을 건넸다. 구 회장은 중국과 이슬람, 유럽을 한꺼번에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칭기스칸의 도전 정신 때문이다. 빠른 결단력과 용인술, 조직 융합력을 갖춘 그의 리더십을 배워보자는 메시지를 책 속에 넣었다.


리더십에 관해서는 『네이비 실 리더십의 비밀』을 임직원 추천 1순위로 꼽는다. 이 책은 1962년 케네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창설된 미 해군 소속 특수부대에 관한 내용으로, 구 회장은 책에 나오는 나쁜 부하는 없다. 나쁜 리더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말을 명문구로 친다.



제2부 책, 기업 경영의 내비게이션

항상 준비하는 자세가 큰 힘이 된다 - 파파존스코리아 김현진 사장

외식업계는 경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사람들은 지갑이 얇아지면 외식부터 줄이기 때문이다. 파파존스 역시 힘든 2008년을 보냈다. 피자 도우(반죽)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밀가루 값 상승에 이어 치즈 값, 기름 값이 줄줄이 오르고 환율도 급등했다. 경기침체 때문에 사람들은 소비를 줄였고 피자 매출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때 김 사장이 택한 것은 다운사이징이었다. 전국 69개 매장 가운데 수익성이 떨어지는 4개 매장의 문을 닫았다.


김현진 사장은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의 책 『스타벅스, 커피 한 잔에 담긴 성공신화』를 다시 집어 들었다. 1987년 하워드 슐츠 회장이 인수한 스타벅스는 첫맛이 부드러운 카푸치노와 카페라떼를 어색해 했다. 슐츠 회장은 최고 수준의 품질을 강조하면서 커피맛을 살려나갔다. 스타벅스의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소비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맛있다라는 칭찬이었다.


영문판으로 된 하워드 슐츠의 스타벅스 성공기를 읽던 김 사장은 일부러 책을 한글로 요약하기 시작했다. 내친 김에 요약한 내용을 묶어 파일 형태로 만들어 직원들에게 돌렸다. 책에는 그가 공감하는 내용들이 가득했다. 항상 최고 품질의 신선한 원두 커피를 팔아야 한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파파존스 피자는 그래서 패스트푸드가 아닌 슬로푸드여야 한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김 사장은 즉각 QCC(Quality Control Center)를 강화했다. 경기도의 청정 지역에서 피자의 기본이 되는 도우를 만들었다. 첨단 시설을 방불케 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생산 라인에 들어가기 전에 몸에 붙어 있는 불순물을 털어내는 에어샤워는 기본이었다. 어지간한 사무실 크기만 한 냉장고 시스템도 갖췄다. 피자의 슬로푸드화의 핵심은 건강에도 좋은 궁극의 맛 실현이었다. 도우는 79도의 온도에서 밀가루 반죽을 해서 80도로 온도가 높아지면 40도로 맞춰진 냉장고로 가져가도록 했다. 적당한 자연발효를 위해서였다. 72시간의 저온숙성을 거치면 도우는 맛을 품어가기 시작한다. 숙성 후에 매장에 제공되어 생산한 날로부터 6일째 되는 날까지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파파존스만의 방법은 피자 매장에 믹서와 오븐을 두고 있는 여타 경쟁사와는 달랐다. 발효기에 반죽을 투입해 억지로 발효시키지 않고 가장 맛있는 자연 발효시키는 이러한 방법은 파파존스=슬로푸드라는 그의 이상에 딱 맞아떨어졌다. 피자의 맛을 결정짓는 소스 역시 생토마토를 갈아 각종 향신료를 더해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서서히 파파존스의 매출은 안정을 찾아갔다.


그는 사장과 직원 사이의 마음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하이킹 등산을 제안했다. 김 사장을 포함한 2~3명 정도로 인원수를 제한했다. 진득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등산법도 독특하다. 등산 전문잡지에 나오는 좋다는 등산로는 꼭 가본다. 오지 등산도 해보고, 암벽 등반도 해보고 산에 관한 모든 것은 다 해볼 정도로 열정을 보인다. 대신 산을 정복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산을 알아간다는 마음으로 2~3개월씩 산 하나에 집중한다. 산길이 훤할 정도가 되면 어느 산 인근에 어느 맛집이 있었는지, 주인장 접대 솜씨는 어땠는지도 술술 꿰게 된다. 그는 이런 자신의 등산법을 경영에 빗댔다.


"하나의 시장을 정복하고 나면 더할 나위 없이 큰 기쁨을 누릴 수 있죠.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정상 뒤에는 하강기가 찾아옵니다. 이를 예견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죠. 경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은 바로 그런 데서 나옵니다."


그에게 사장으로 살아가는 법을 제일 잘 코치해준 책은 『삼국지』였다. 그가 사장 자리에 오른 뒤 마음에 담고 있는 성어 역시 『삼국지』에 나온 읍참마속(泣斬馬謖)과 칠종칠금(七縱七擒)이다. "읍참마속은 울면서 마속을 벤다는 말로 제갈량이 섣부른 판단으로 전투에서 패한 마속을 마음속으로는 매우 안타까워했지만 결국 참했다는 일화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회사를 이끌다보면 경영인에겐 꼭 이런 일들이 필요합니다. 조직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사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칠종칠금은 제갈량이 맹획을 일곱 번 잡아 일곱 번 모두 놓아주었다는 것에서 유래한 성어입니다. 이 말들이 주는 의미는 간단합니다. 마음으로 사람을 부리라는 것입니다.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경영인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에 김 사장이 사회에 갓 발을 내딛는 사람들과 장차 CEO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며 『깨진 유리창 법칙』을 꺼내들었다. "이 책은 기업을 경영할 때 생기는 작은 구멍이 거대한 기업을 망하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인식의 힘입니다. 단 한 번의 불쾌한 경험, 이것이 바로 고객을 영영 떠나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단 한 명의 고객도 소홀히 하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성공의 비결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을 잘하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를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을 팔지 못하면 자신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말만 잘하는 사람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자신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독서이지요."



제3부 CEO들의 자기계발 파트너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 - CJ라이온 위규성 사장

2004년 12월, CJ에서 생활사업본부를 떼내고 일본의 라이온사가 자본금을 대면서 CJ라이온이 탄생했다. 위규성 사장이 CJ라이온의 경영진으로 온 것은 그로부터 2년 뒤였다. 그는 영업직 사람을 뽑으면서 처음으로 책을 떠올렸다. 4년, 5년차 영업사원들을 설득하는 데 책만 한 게 없단 생각에서였다. 물론 현장이 중요하지만 영업사원들을 중무장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 근본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생각을 바꾸는 것, 이것이 그가 생각해낸 해답이었다.


사실 책에 대한 갈망은 그에게도 있었다. 그래서 위 사장은 과감히 책 읽기 모임을 시작했다. 책 전문가들에게 직원들과 함께 읽을 만한 책을 추천받고,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방식도 전수 받았다. 독서 모임에 이름도 붙였다. 캡스(CAPS, Change Agent with Passion)의 약자였다. 그때 읽은 책 중 하나가 미국 마케팅 전문가 세스 고딘이 쓴 『보랏빛 소가 온다』였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소는 전형적이다. 누렇거나 얼룩덜룩한 무늬가 있는 평범한 소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어렵다. 보랏빛 소는 소의 전형에서 벗어나 있어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이목을 쉽게 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소를 본 사람들은 주변에 보랏빛 소를 보았다며 쉽게 이야기를 퍼뜨린다. 세스 고딘은 이 책에서 안전하고 평범한 제품을 만들어 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기보다 리마커블한 것을 만들라고 주장하고 있다.


위 사장은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그해 CJ의 전신인 제일제당에서 일했다. 신규사업팀 소속 대리 시절에 88올림픽을 앞두고 새로운 음료를 내놓으라는 첫 임무가 떨어졌다. 당시 세계 레슬링협회 회장을 맡고 있던 이건희 회장이 해외 출장에서 운동선수들이 경기 전후로 마시는 음료수에 관심을 가졌다. 게토레이였다. 1987년 5월, 게토레이를 내놓으면서 체험평가를 해봤다. 난생 처음 게토레이를 마셔본 사람들은 오줌맛이 난다며 뜨악해했다. 그러나 TV 화면에서 외국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게토레이를 마시는 모습을 보면서 거부감도 줄어들었다. 


그는 아이디어를 냈다. 스포츠 음료가 아니다. 갈증 해소 음료다라는 부분을 강조하며 이미 시장을 선점한 포카리스웨트와 차별점을 만들어갔다. 물보다 흡수가 빠르다라는 광고 문구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마침내 게토레이는 스포츠 음료 시장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이때 위 사장은 전략을 짜는 것과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은 동전의 앞뒷면과도 같다는 귀중한 경험을 한다.


그는 심리학 교수인 데이비드 리코의 책 『절대로 바꿀 수 없는 다섯 가지』 이야기를 꺼냈다. 제목만 들으면 내 인생에서 절대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다섯 가지가 생각나지만 실은 그 반대를 의미한다고 한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때가 되면 끝난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고통은 삶의 일부다.

사람들은 항상 사랑스럽고 충실하지 않다.

- 『절대로 바꿀 수 없는 다섯 가지』 중에서


위 사장은 이 말을 산에서 도 닦는 소리라고 하기 쉽지만 인생에 있어서의 불변의 법칙이라고 했다. 행복한 사람은 특정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라 특정한 마음 자세를 갖고 사는 사람이다라는 문구도 그가 공감하는 부분 중 하나다. 얼핏 보면 인생의 불공평함을 납득하라는 비관적인 이야기 투성이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와 정반대인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해준다.


우리는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고,

낡은 신념을 떨쳐버릴 수 있고,

발전하는 세상의 요구에 맞게끔 생활방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정체성이 위기에 부딪힐 때 그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 『절대로 바꿀 수 없는 다섯 가지』 중에서


위 사장은 책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찾았다고 했다. 그리고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매끄러운 조직 관리를 위한 돌파구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기업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앤컴퍼니에서 세운 논리적 사고에 대한 책 『로지컬 씽킹』 또한 위규성 사장이 꼽는 명저 중 하나다. 고객을 만나 대화를 나눌 때 쓸 수 있는 대화법, 상품 설명, 일상적인 지시 프로세스와 보고까지 비즈니스 실무에서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논리 법칙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질문을 받았을 때 무엇을 말해야 답변이 될 수 있는지, 설득력 없는 답변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치밀하게 적고 있다. 쉽게 말해 책은 설득의 교본인 셈이다. 


설득은 영업 일선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 자신에게도 직원들에게 통하는 설득의 기술이 필요했다. 위 사장은 감정 표현을 바로바로 하는 스타일이라 칭찬보다는 꾸중을 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과 조금 거리가 멀어진 듯싶어 아이디어를 냈다. 모든 보고서의 마지막에 칭찬 페이지를 넣는 것이다. 아직 엄청난 효과를 거둔 것은 아니지만 그는 이 작업을 포기하지 않을 요량이라고 했다.


 

제4부 경영의 미래, 내일의 꿈

남들이 보지 않는 것을 찾는다 - 루이까또즈 전용준 사장

전용준 루이까또즈 사장은 명품에 도전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우리 기업인 중 하나다. 그는 명품을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것으로 간단히 요약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농익은 기업의 문화가 제품에 스며들고, 그것이 다시 소비자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순간에 명품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서울 신설동에 있는 전 사장의 본사 접견실은 카페 형태다. 응접실의 한쪽 벽면은 책장이고 그곳의 책 대부분은 전 사장의 것이다. 『생각의 탄생』 『커피 견문록』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삼국지 경영학』 『부의 미래』까지 분류도 깔끔하게 잘 되어 있다. 로비는 커피 전문점처럼 꾸며져 있어 직원들이 언제든지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좋은 책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 전 사장의 세밀한 마음 씀씀이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는 프랑스 작가인 르 클레지오의 자전적 소설 『아프리카인』을 최고로 친다. 『아프리카인』은 르 클레지오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그는 영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프랑스에서 의사자격증을 딴 의사였다. 파산하면서 아프리카로 갈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는 아프리카 대륙을 돌며 원주민들을 치료하게 된다. 어머니가 나(주인공)를 낳으러 프랑스에 와 있는 동안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그렇게 어머니와 나는 프랑스에 남았고 7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 나는 아프리카로 건너가 아버지를 만난다.


전 사장은 이 소설의 문장은 사무치게 아름답고, 책장을 넘기다보면 어느샌가 오늘이라는 현실을 떠나 발길 한 번 닿은 적 없는 아프리카의 뜨거운 대지 위에 자신의 몸을 뉠 수 있었다고 했다. 상상력으로 요약되는 책의 세계 속에서 전 사장은 작가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일상에서 찾지 못하는 경영과 인생의 답을 구하고 있었다.


그가 추천한 또 다른 책은 체코 출신인 밀란 쿤데라가 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전 사장은 남자 주인공 토마스의 자유로운 영혼을 사랑한다고 했다. 속박받기 싫어하면서도 연민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결혼을 하고 체코로 돌아가 의사 면허를 빼앗겼으며, 결국 시골에 내려가 살다 생을 마친 남자의 정신을 흠모했다. 극히 단순하기도 하면서 자유분방한 토마스의 정신을 말이다. 전 사장은 말했다. 우리의 존재, 우리의 삶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바람에 날리는 솜털 같은 것이라고.


"한 권의 책으로 경영의 맥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경영자라면 고전 소설부터 시작해 다양한 책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와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경영자들이 『초한지』 『삼국지』 『손자병법』 『열국지』 등의 고전을 읽고 그 안에서 기업 경영의 실마리를 찾는다고들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기업들은 어떤 한 가지에 정착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남들이 보지 않는 것, 남들이 찾지 않는 것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상상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하지요. 클레지오와 쿤데라의 책은 실제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곰곰이 되짚어볼 수 있는 인생의 의미, 아름다움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전용준 사장이 싱가포르 여행길에 명품거리를 지나는데 한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루이까또즈였다. 디자인도 디자인이었지만 그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브랜드에 얽힌 이야기였다. 루이까또즈를 세운 프랑스인 폴 바랏은 태양왕 루이 14세를 흠모했다. 프랑스 예술의 절정을 보여줬던 루이 14세를 기리자는 생각에 그는 1980년 드 베르사이유라는 회사를 설립한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제품에 루이 14세의 이름을 붙인다. 그것이 바로 루이까또즈(Louis Quatorze)였다. 이후 그 제품은 루이 14세 시대의 스타일을 살린 최고급 가죽 제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인연은 수년 뒤에 다가왔다. 삼성물산에서 함께 일하던 친구가 연락해왔다. "프랑스에 루이까또즈란 브랜드가 있는데 한국 파트너를 찾고 있다더라"는 이야기였다. 귀가 확 트였다. 그는 처음엔 루이까또즈에 로열티를 주고 제품을 생산하는 일을 했다. 그러나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외환위기가 찾아왔을 때 그는 꿈쩍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시장 개방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국내에 대거 진출하기 시작했다. 핸드백 르네상스의 시작이었다. 여성 소비자들은 경제위기 때문에 씀씀이를 줄여나가면서도 가방은 좋은 것을 사고 싶어 했다.


전 사장은 외환위기를 기회로 루이까또즈 브랜드를 장갑과 우산, 손목시계에까지 적용하며 발판을 넓혔다. 삼성전자와 손잡고 노트북 가방을 함께 내놓고, 프랑스 푸조 자동차와 함께 푸조 라인을 적용한 가방을 만들기도 했다.


2006년,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홍콩에서 전 사장처럼 루이까또즈 브랜드를 빌려와 사업을 하던 사업자가 일을 그만뒀다. 경영 악화에 시달리던 프랑스 본사는 루이까또즈 브랜드를 가지고 승승장구하고 있던 전 사장을 주목했다. "본사를 인수할 의향이 있습니까?" 프랑스 본사 측의 제안은 충격적이었다. 브랜드 사용료를 내던 일개 회사가 본사를 인수한다니. 그는 바로 그러겠다고 답변했다. 그렇게 전 사장은 프랑스 본사를 인수해 루이까또즈를 한국 회사로 바꿔놓았다. 그리고 디자이너를 고용해 디자인실을 강화하고 2009년 3월엔 세계 4대 컬렉션으로 불리는 파리컬렉션에서 신제품을 런칭하면서 프랑스에 진출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루이까또즈를 명품의 반열로 올리는 일은 하루이틀 만에 해결될 일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이 과제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요. 앞으로 그룹의 외형을 키우는 데 주력하지 않고 일 속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담긴 회사를 만들어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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