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

   
매슨 피리(역자 :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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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림카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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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09��



>■ 책 소개
논리적인 추론은 논쟁의기본이다. 논쟁을 잘 하려면 상대의 논리를 잘 간파할 줄 알아야 하고 자신의 논리도 제어할 줄 알아야 한다. 논쟁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한쪽날만 잘 벼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논리로 상대를 압도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오류를 배워 숙달하는 것이다. 오류에 숙달되면 상대의 논리에서오류를 집어낼 수 있고 자기의 오류도 예방할 수 있다.


책은 논리 오류에 대한 것이다. 오류는 대부분 논리적 추론에 미숙하거나 핵심 근거를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오류를 잘만 다루면 오히려 논리를 강화시키는 수단이 된다. 오류를 가장 잘 쓰는 방법은 의도적으로오류를 저지르는 것이다. 논거나 부족하거나 논리에서 밀리는 상황을 한 순간에 뒤집어엎을 수 있는 힘이 바로 이 오류에 있다.


논쟁에서 이기고 싶은 사람들이 곧바로 이용할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한다. 저자가 드는 사례를읽다보면 박장대소하면서도 그것이 왜 오류인지 감각적으로 알 수 있게 구성되어 있으며, 앞뒤가 안 맞는 말에 의구심을 갖던 사람들은 잘못된 논리를정확히 집어낼 수 있을 것이다. 상대편의 말에서 불합리한 점을 감지하지만 딱히 꼬집어 낼 수 없었던 이들이라면 이 책은 논증을 자신에게 유리하게가져올 수 있는 으뜸패가 될 것이다.


 저자 매슨 피리
영국 보수당의 싱크탱크인 애덤스미스 연구소 소장. 미국 미시건 주 힐스데일 칼리지 철학논리 부문 우수 초빙 교수.『당신의 아이큐를 높여라』『셜록 홈스의 아이큐 북』『오류에관한 책』외 다수의 책을 단독 또는 공동으로 집필했다. 


■ 역자 김영희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과와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학원 강사를 거쳐 코리아헤럴드 영한번역반을 1년 이상 수강하면서 번역에 관심을 갖고 번역활동을 시작하였다.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는 『이러닝을 넘어서』『화난 아이, 실망하는 부모』등 다수가 있다. 


■&>차례
머리말


같은 말을 결론에서 되풀이하라 _ 선결문제 요구Petitio principii
개인의 일을 전체의 일인 양 위장하라 _ 결합Composition 
거의라는 수식어를 슬쩍 집어넣어라 _ 은밀하게 감춰진한정어Half-concealed qualification 
결과가 어떻든 무조건 비난하라 _ 무조건 탓하기Thatcher"s blame
과거에 다 해본 것이라고 응수하라 _ 냉소적인 논증Non-anticipation 
그 말은 독재적이라고 딱지 붙여라 _ 발생학적오류The genetic fallacy 
그것도 모르냐고 넌지시 암시하라 _ 삼척동자도 안다Every schoolboy knows
그것은 예외일 뿐이라고 받아쳐라 _ 예외를 통한 입증The exception that proves the rule 
끝에 가서딴소리를 하라 _ 전제들을 부정하는 결론Conclusion which denies premises 
내 주장이 틀렸다는 걸 입증해 보라고반격하라 _ 입증책임 전가Shifting the burden of proof 
너무 뻔한 실수는 범하지 말라 _ 부정 전제에서 긍정 결론을도출하는 논증Positive conclusion from negative premise 
눈물을 자아내게 하라 _ 동정심을 유발하는논증Argumentum ad misericordiam 
늘 중간을 선택하라 _ 중도를 이용한 논증Argumentum adtemperantiam 
다다익선의 법칙을 이용하라 _ 다수를 이용한 논증Argumentum ad numeram 
다른 대안은 깎아내려라 _ 대안의 폄하Damning the alternatives 
단어를 애매한 뜻으로 사용하라 _ 애매한 단어Equivocation
단어의 의미를 슬그머니 축소시켜라 _ 외연 축소Extensional pruning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하라 _ 돌을 걷어차는논증Argumetum ad lapidem 
대중을 선동하라 _ 대중을 이용한 논증Argumentum ad populum 
돈이 힘이다_ 재력에 의한 논증Argumentum ad crumenam 
둘 다 좋지 않다고 말하라 _ 거짓 딜레마Bogus dilemma
때로는 가난도 무기가 된다 _ 가난을 이용한 논증Argumentum ad lazarum
말을 중의적으로 표현하라 _ 애매한표현Amphiboly 
모순된 전제를 두 가지 제시하라 _ 모순된 전제들Contradictory premises 
모호한 말로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라 _ 울타리치기Hedging 
미끼는 넉넉히 준비해 두어라 _ 훈제 청어The red herring 
미심쩍을때는 일부보다는 전부를 언급하라 _ 실존적 오류The existential fallacy 
반대의 싹부터 잘라놓아라 _ 우물에 독약타기Poisoning the well 
변화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고 주장하라 _ 미끄러운 비탈길The slippery slope
복잡한 말로 상대의 혼을 빼놓아라 _ 중개념 부주연Undistributed middle 
불순한 동기를 폭로하라 _ 후건긍정Affirming the consequent 
비교하는 말을 여러 개 제시하라 _ 네 개념Quaternio terminorum
상대방도 똑같다고 비판하라 _ 피장파장Tu quoque 
상대방을 그가 속한 집단의 이미지로 평가하라 _ 분할Division
상대방을 볼품없는 존재로 만들어라 _ 허수아비The straw man 
상대방의 유추를 뒤집어라 _ 잘못된 유추Analogicalfallacy 
상대방의 주장을 극단으로 만들어라 _ 폭주 기관차The runaway train 
상대방이 바라는 것으로 바람을넣어라 _ 낙관적인 생각Wishful thinking 
상대방이 숨기려는 이익을 들춰내라 _ 정황적 대인 논증Argumentum adhominem 
상대방이 의도하지 않은 것을 짚어내라 _ 강조Accent 
생생한 비유로 깎아내려라 _ 기만적 유비추론Abusiveanalogy 
수세에 몰리고 있다면 엉뚱한 것이라도 끌어들여라 _ 논점 일탈Ignoratio elenchi 
어려운 말로 상대의기를 죽여라 _ 전문용어를 통한 현혹Blinding with science 
연결성 없는 자료라도 갖다붙여라 _ 동시에 발생한 두 사건에대한 잘못된 인과관계Cum hoc ergo propter hoc 
연속된 사건은 무조건 인과관계에 있다고 하라 _ 연속으로 발생한 두사건에 대한 잘못된 인과관계Post hoc ergo propter hoc 
예•아니오로만 대답하게 만들어라 _ 흑백논리Bifurcation
오래 된 것이 좋은 것이라고 우겨라 _ 전통의 강조Argumentum ad antiquitam 
완벽하지 않다고 트집 잡아라 _실현 불가능한 완벽성Unobtainable perfection 
유머를 써서 관심을 돌려놓아라 _ 부적절한 유머Irrelevanthumor 
은근슬쩍 태도를 바꿔라 _ 주장 바꾸기Shifting ground 
이도저도 안 될 때는 상대를 깎아내려라 _ 인신공격적대인 논증Argumentum ad hominem 
이미 지나간 사건이면 확률 법칙을 들이대라 _ 사후 통계Ex-post-factostatistics 
이전의 실패는 액땜이라고 말하라 _ 도박꾼의 오류The gambler"s fallacy 
이중잣대를 들이대라 _특별 변론Special pleading 
일반화시켜 상대를 공박하라 _ 지나친 일반화Dicto simpliciter 
일부를 가지고모두를 끌어내라 _ 부당 주연Illicit process 
일부인지 전부인지 애매하게 표현하라 _ 부당 환위False conversion
일어날 수 없는 일을 가정하라 _ 우연Accident 
자신의 편견을 정당하다고 우겨라 _ 선험적 추론Apriorism 
잘모를 때는 반대 증거가 없다고 하라 _ 무지에 근거한 논증Argumentum ad ignorantiam 
전문가를 앞에 내세워라 _ 권위를이용하는 논증Argumentum ad verecundiam 
전부라는 말을 쓸 때는 주의하라 _ 집단 특정Concealedquantification 
종교나 정치 문제에서는 논증을 순환시켜라 _ 순환 논증Circulus in probando 
지겹게만들어라 _ 반복을 이용하는 논증Argumentum ad nauseam 
지적인 상대일수록 감정에 호소하라 _ 감정에 호소하는논증Emotional appeals 
진실인 듯한 부정 전제를 제시하라 _ 부정 전제Exclusive premises 
진짜 이유는끝까지 숨겨라 _ 사소한 반대Trivial objections 
질문 안에 질문을 숨겨라 _ 복잡한 질문Complex question
처음 한 말의 뜻을 살짝 비틀어라 _ 반론을 모면하기 위한 재정의再定義Definitional retreat 
최신 정보를 앞세우라_ 새것을 이용하는 논증Argumentum ad novitam 
추상적인 개념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적용하라 _ 실체화Reification
특정 사례만 집중 공격하라 _ 사례를 반박하는 논증Refuting the example 
편견이 담긴 말을 적절히 선택하라 _감정이 실린 말Loaded words 
한 가지 원인만 끝까지 고집하라 _ 전건 부정Denying the antecedent
한단계를 생략하고 넘어가라 _ 이심전심을 이용한 생략 삼단논법Unaccepted enthymemes 
한두 사례를 가지고 일반화시켜라 _성급한 일반화Secundum quid 
한쪽 면만 집중적으로 부각시켜라 _ 편향된 분석One-sided assessment 
확인할길 없는 수치를 도입하라 _ 부당 정밀화False precision 
힘이 있으면 논리보다 힘을 내세워라 _ 힘에 의한논증Argumentum ad baculum 


오류 분류하기




모든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


그것도 모르냐고 넌지시 암시하라

- 삼척동자도 안다 Every schoolboy knows

삼척동자가 사람을 잡는다. 자신의 반대의견에 논란이 이는 것을 방지하고 싶다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라고 엄숙하게 말하면 된다. 그러면 그런 사실도 모른다고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의구심이 들어도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다. 결국 그 복잡하고 미심쩍은 주장은 이의제기 없이 그냥 통과된다.


폐쇄된 생식계로 인한 유전자 감소율을 단순하고도 누구나 아는 공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쯤은 애들도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정말 새총놀이와 팽이치기하는 애들 사이에서 나올 법한 얘기란 말인가?


이 논법은 타당하지 않다. 이 말의 의도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려는 것이다. 게다가 청중은 그 말이 진실하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어린애만도 못하다는 말을 들을까 봐 창피하고 두려워서 동의하게 된다. 그러는 사이에 그 말의 진실성 여부는 간과되는 것이다. 이런 논법을 너무 많이 써먹은 덕분에 우리의 불운한 어린이들은 이제 백과사전을 달달 외워야 할 지경에 놓여 있다. 만물박사가 되어야 하니까.


나의 박식한 동료들은 물론 어린애들조차도 다 알고 있듯이 대로에서 역마차 나팔을 부는 것을 금지하는 판례가 확립된 것은 1749년 렉스 대 스완슨 판결이었다.

이 정도 지식을 갖춘 (젊은) 법학자라면 그것을 허락한 1807년 히긴스 대 매튜스 판례도 알고 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된 어린애라면 그 뻔한 수법을 즉각 알아차릴 것이고 사람들의 칭찬도 아낌없이 받게 될 터다.


어린이들도 알다시피 우주가 팽창하지 않는다면 이미 오래 전에 항성간 먼지 구름이 백열광을 발하고 흑체복사를 방출하고 있을 것이다.

도대체 이 애들은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아니면 수업을 듣고 알게 되었는지가 궁금하다.


이 오류는 허위광고에서 사용되는 것 중에서 특별한 경우에 해당하는데, 논증자가 자신의 견해를 꺼내기도 전에 칭찬부터 늘어놓는 것이다.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에 앞서 학교 다니는 애들은 물론 어린애들도 잘 알고 있다는 말을 해서 논증의 길 위에 장미꽃을 뿌려놓는다. 또한 전혀 명백하지 않은 내용을 ��명백히��라고 시작하는 것도 이 오류를 상당히 세련되게 이용하는 수법이다.


우리는 이 진실을 자명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따라서 누구든 여기에 동의하지 않으면 진짜로 멍청하다는 증거가 된다.


이 오류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논증을 시작하기 앞서 유치원 한 학급 절반을 데리고 다니는 게 좋다. 어린애들과 학생을 동원하는 것만으로 성이 차지 않는다면 아는 것은 많지만 다소 멍청한 사람들까지 끌고 다녀라. 전문가들을 훈계할 때도 초심자들을 끌어오고, 논쟁이 좀 험난하게 진행된다 싶으면 모든 사람들을 끌어다 대고,


��모든 사람들이 알다시피…….��

자기만 아는 일도 그렇게 말하라.


심각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서는 한 집단 전체를 끌어들이는 것이 좋다. 그러나 사실은 아이들을 조심해야 한다. 청중 가운데 정말로 나서기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단박에 손들고 일어설 수 있다. 그들 중 몇몇은 꽤 위험할지도 모른다.



모호한 말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라

- 울타리 치기 Hedging

농장 주변에 울타리를 치듯이 논증 주변에도 울타리를 쳐서 상대방의 공격에 자신의 말이 짓밟히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여기서 울타리를 친다는 것은 논증에 사용된 단어의 의미를 나중에 필요하면 바꿀 수 있도록 모호하게 만들어 보호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우리는 중동지역에서 전면전을 벌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이전에도 말했고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착수한 것은 ��국지전��으로……��와 같이 말하는 것이다.


논증에 울타리를 치는 것은 상황에 따라 사용된 말의 의미를 바꾸기 위해 사전에 준비를 해두는 것이다. 즉, 논증자는 단어와 어구를 신중하게 선택해서 그 의미를 필요하면 바꿀 수 있도록 대안을 마음속에 새겨놓는다. 그러면 상대방은 논증자를 압박할 만한 반대의견이나 사례를 언급하다가 갑작스럽게 자신의 공격을 가로막는 울타리가 나타나는 것을 알게 된다.


이처럼 울타리기치는 두서너 가지의 내용을 하나의 진술로 위장해서 말을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오류에 해당한다. 마치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이 양처럼 보이기 위해 양의 탈을 뒤집어쓴 것처럼 하나의 현상에 다양한 해석들이 은밀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을 잡아  먹고 그 보복으로 키클로프스가 눈이 멀었듯 상대방이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길 바라면서 말이다. 결국 울타리치기는 전달하는 정보를 쓸모없게 만들 때 효과가 있다.


만약 점쟁이에게 여러 번의 기회를 제공하는 이런 울타리가 없다면 그야말로 불쌍하기 그지없는 영혼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경마를 할 때 두 마리 이상의 말에게 분산해서 돈을 걸어 위험 부담을 줄이는 것처럼 예언을 할 때도 두 가지 이상의 결과를 제시하는 것이다.


잔인하고 대담하며 단호하라. 그리고 비웃어라.

인간의 왕이여, 여자가 낳은 자는 그 누구도 맥베스를 해칠 수 없노라.(『맥베스』4막 1장 79 ~ 81)

마녀들은 그 예언이 맥더프와 같이 제왕절개로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맥베스에게 말하지 않음으로써 자신들의 예언에 울타리를 쳤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울타리가 버넘에서 던시네인으로 옮겨갔을 때(잉글랜드 군이 나뭇가지로 위장하고 던시네인으로 공격해 온 것을 말함)야 비로소 맥베스는 그 사실을 깨닫는다.

예언자와 보험사는 울타리를 능숙하게 잘 치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데 그 정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도 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집인 『세기들The Centuries』을 보면 예언 내용이 너무 모호하고 해석도 제각각이라서 그 어떤 내용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그 책에 쓰인 미래에 대한 예언이 너무 자세하고 정확하다며 놀라워한다. 그러나 그 울타리가 쳐진 예언들이 모두 그렇듯 감출 수 없는 표식이 있다. 즉, 사람들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서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비유는 잘 찾지만 앞으로 무엇이 일어날지에 관한 정확한 설명은 잘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은 각 시대마다 한결같이 그 예언들이 대부분 자신의 시대에 딱 들어맞는다고 주장하는 점이다.


울타리치기의 본질은 부정적이다. 이는 뭔가를 속이기 위해, 그리고 그 결과가 어찌됐건 상관없이 논증자 자신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고의로 모호한 말을 쓰기 때문이다. 길거리의 점쟁이들은 사람들에게 여행을 하게 될 운명이라고 모호하게 예견해주면서 자신의 울타리 뒤에 숨는다. 경제학자들은 세계경제의 주요한 변화를 외면하면 상황은 악화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교묘한 울타리를 친다. 따라서 상황이 나아지면 이는 세계경제에 주요한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무의식중에 모호한 말을 적절히 구사하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에 울타리치기는 치밀한 사전계획이 필요하다. 즉석에서 이루어지는 것보다 발표용으로 사전에 준비된 진술에서 이런 사례가 많이 발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한 각도에서 보면 평이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울타리로 무장된 어구들을 많이 축적해 두는 것이 좋다.


수표가 네 은행 계좌에 직접 입금될 것이다.

도대체 언제?



지적인 상대일수록 감정에 호소하라

- 감정에 호소하는 논증 Emotional appeals

사람이 감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하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그러나 감정이 논증의 타당성을 인정하는 수단이 되면 그 본분을 잃고 논리적 오류를 범하게 된다. 따라서 감정이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당면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 시에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유죄판결을 받은 범죄자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죄의 유무를 따지는 판단에 감정이 개입되는 것은 분명 옳지 않다.


물론 아주 중요한 감정이나 일반적인 감정들은 분리해서 다뤄야겠지만, 아무튼 감정의 종류는 라틴어 꼬리표까지 붙여 체계적으로 분류한 리스트까지 있을 정도로 복잡다단하다. 바로 이러한 감정들이 이성을 시시때때로 엉뚱한 곳으로 유도하여 그 본질에서 벗어나도록 만드는 것이다. 조심성 없는 항해사라면 공포ad metum, 질투ad invidiam, 증오ad odium, 미신ad superstitionem, 자존심ad superbiam 등에 호소하는 유혹에 빠져 넋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게는 모든 일에 대한 균형 잡힌 태도ad modum가 중요하며 평온을 유지하라고 권할 것이고, 혹 단도직입적으로 감정이 이성보다 훨씬 훌륭한 안내자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이 사이렌이 부르는 소리에 귀를 막았듯이 이러한 감정의 유혹에 맞서지 않는다면 그 영향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 오류들은 바로 그 점 때문에 지속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여기에서 균형 잡힌 논증이라는 것을 소개해야겠다. 이는 모든 것이 완만하게 변화하기를 소망하는 청중들의 정서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있다. 청중들이 이치에 맞게 생각하려고 애쓰는 분위기에서 특히 이 논증이 효과가 있다. 그들은 ��이성은 곧 평온한 삶��이라는 등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당한 척도로 인정받는 것이라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극단의 중간을 취하는 중용에 호소하는 논증처럼 이것 역시 모든 일에 있어서 균형을 중시하는 고대의 격언들을 많이 동원해서 사람들에게 접근한다. 이 오류를 이용할 때 명심해야 할 점은 청중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은밀히 접근해서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게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좀더 합리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평온한 삶을 위해 감정에 호소하는 논증이다.


감정을 이용하는 것은 매우 교묘한 수법이다. 감정이 좋은 길잡이라는 말은 지적인 청중들에게 더 잘 먹힌다. 왜냐하면 이들은 자신들이 이성을 너무 강조해서 냉정하다는 인상을 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서적으로 메말라 있다는 말을 듣기 싫어하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먹잇감이 된다.


어떤 개인이 이 함정에 걸려들면 잘 갖춰진 지성을 버리고 자신도 남들처럼 인도주의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하며 흐뭇해하게 된다. 그러니 부인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게다가 이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면 한꺼번에 코가 꿰기 십상이다. 나는 이성을 내세우지 말고 오직 서로 사랑하는 데만 힘쓰자고 외치는 어리석은 사람들에게 우레 같은 박수를 보내는 국제 집회를 수도 없이 보았다.


��온 인류의 고통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애정과 자애로움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을 지나치게 머리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자, 이제 제 3세계의 독재정치 자료들은 덮어두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으로 이 문제를 해결합시다.��

헉!



한두 사례를 가지고 일반화시켜라

- 성급한 일반화 Secundum quid

이 오류는 일반화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매우 적고 비전형적일 때 일어난다. 즉, 특정 사례를 통해 부적절한 증거 위에 일반 규칙을 세우려 하는 것이다.


내가 케임브리지에서 10분간 머물렀을 때 세 사람을 만났는데 그들 모두가 술에 취해 있었어. 그 도시 전체가 늘 취해 있는 모양이야.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토요일 밤의 트리니티 칼리지와 일요일의 킹스 칼리지는 그 모습이 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런던을 찾아온 관광객이 대낮에 신문사 앞에서 세 사람을 만났다면 아마 이와 유사한 결론을 내릴지도 모른다.


성급한 일반화의 경우와 한두 가지 사례로도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경우는 잘 구분해야 한다. 양부모 자격이 있는지를 평가할 때 그 사람이 예전에 단 한 번이라도 어린이를 성추행한 적이 있다면 이를 토대로 그 자격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타당하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란 블랙코미디 영화에는 정신이상자인 미 공군 장성이 소련에 폭격기를 보내며 핵공격을 명령하자 군사령관이 대통령에게 ��단 한 명의 잘못으로 전체 시스템을 불신하시면 안 됩니다��하고 위로하는 장면이 있다. 위 두 사례는 100퍼센트 안전을 요하는 시스템을 다루기 때문에 예외 사례가 단 하나에 불과해도 그에 대한 판단은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과학 지식은 이러한 오류가 난무하는 지뢰밭과 같다. 과학 이론이 제기될 때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빈약한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사례가 어느 정도나 되어야 그 이론을 뒷받침하는 일반 규칙을 확신할 수 있는가이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그것을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새로운 사례가 갑자기 나타나서 가장 견고한 이론조차도 무용지물이 되는 식으로 과학이 진보하기 때문이다. 뉴턴의 중력법칙에 의해 수십억 개의 사과가 수십억 명의 머리 위에 떨어질지라도 단 한 개의 사과가 위로 향한다면 어쩔 수 없이 그 이론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성급한 일반화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도록 설득할 때 매우 유용하다. 가능하면 잘 알려진 것으로 한두 가지 사례를 들어 이를 일반화된 견해의 증거라고 호소하면 된다.


배우들은 모두 좌파에 위험분자들입니다. 여기 두 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그런 다음 그 두 가지 사례를 바탕으로 비난의 화살을 그 직업 전체에 쏟아부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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