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0년, 가장 중요한 것은 돈? 그것은 마음가짐!
얼마 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어느 유명 스님이 말씀하셨다. 퇴직을 하고 나면, 처음엔하버드 대학에 다니는 것보다 더 바쁘단다. 그간 바쁘다는 이유로 찾아뵙지 못했던 일가친지며, 고향이며 두루 돌아다니는 데 한 6개월 동안은 정신없단다. 그 다음으론 국철대학을 다니게 된단다.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전철이나 철도를 타고 오늘 하루 어디 가서 보낼까, 시간 보내기용일과를 시작한다. 그 마저 시들해지고 몸이라도 불편해지면, 그 다음엔 동네 경로대학을 다니게 된단다. 하루종일 장기 훈수와 막걸리에 그렇게보내다 보면 모든 게 내 맘 같지 않고 시들해져서 결국 방콕대학에 편입학을 해, 방에만 콕 틀어박히게 된단다.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노후에 대한준비가 없었는지를 단번에 이야기해주는 대목이다.
이제 비켜가는 젊음보다는 은퇴 후를 알차게 준비하는 것이 우리에게 훨씬 가치 있는 일일것이다. 나머지 삶의 가치를 온전히 구현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태어남과 시퍼렇던 젊음은 자연스럽게 주어진 축복이었으나,나이듦은 준비할 때에야 축복이 된다.
이 책은 중년을 맞이하는 사람들을 위한 준비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바는재테크류의 정보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 같은 정보는 하루에 몇 백 톤씩 쏟아지는 미디어나 각종 홍보물, 은행이나 종금사, 보험사 등의 안내문이나직원들의 침 튀기는 설명을 참조하면 된다. 대신 그 전의 것, 우리들의 마음가짐에 대해 집중하고자 한다.
■ 저자 전경일
아버지가 중년이었을 때의 멋진 뒷모습을닮고 싶은 이 시대 보통의 아버지이자, 성실한 대한민국 40대 남자다. 대학에서 문학과 텔레비전 라디오 경영학을 공부하였다. IMF 시기에는회사를 차리기도 했으나, 만만치 않은 사회 경험을 한 뒤 다시 직장인의 삶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낮에는 직장인으로 살고, 퇴근 후에는 책상앞에 앉아 삶의 깊이를 탐색하는 글쓰기를 십여 년째 하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들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노후도 차근차근 준비하는대한민국 아저씨의 표본이다.
서른다섯 무렵에 계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하였으나, 먹고 사는 일에 바빠 그동안 별다른작품 활동을 하지 못했다. 틈틈이 글을 쓰는 그만의 성실성과 끈기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을 대변하는 여러 권의 책을 지어냈다. 지은책으로는『마흔으로 산다는 것』 『맞벌이 부부로 산다는 것』 『위대한 CEO 세종대왕』 등이 있으며, 자전적 생활일지인 『당신이 웃으면 세상이웃는다』와 어른을 위한 동화 『아름다운 사막여행』이 있다.
■ 차례
프롤로그/늦으면 이미 늦다
1. 살아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멋진 중년 남자
때 이른 러브스토리
내게 일을 다오
여기가 어느 역이오
떨어진 벼이삭 줍기
액티브 시니어가 목표
지극히 아름다운 모습
살아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매인 개 인생
인생 급매물
둑을 잘 지킵시다
나이와 존경의 앙상블
사막의 오아시스를 찾아서
누구나 일회성 인생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다
당신의 인생점유율은 몇 퍼센트?
노년을 준비하는 10가지 생활태도
인생 후반전을 위한 자가 진단표
2. 앞으로 30년, 어떻게 살 것인가
매달 인생
네 가지 유형
인생 중장기 전략
갈라파고스 섬의 도마뱀
잃지 맙시다
나 몰라라 법칙과 부메랑 효과
1석 3조 효과 누리기
곶감 전략을 아시는지
건강에 올인할 것
나의 주제는 무엇인가
인생의 어떠한 보장도없더라
또박이 아저씨
인생 지뢰밭
시골을 꿈꾸십니까
월급이 열리는 나무
3. 미리 연습하는 노년
30년 독주
목숨을걸고 갈구할 것
내 인생 설계도대로라면
먼저 연습하는 노년
세상살이 전문가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노테크vs 노후
울음 폭탄
앞으로 30년
바다로 가요
깊은 잠수
나무 이야기
삶이란 거슬러 오르는 것
한밤의 중년 일기
10BACK 운동
4. 내 인생에 무엇을 새길까
강박시대를 살며
스프가 식지 않는 식탁
애들은 커서 어른이 되는구나
3부 인생의 핵심
생애주의에 대하여
외눈박이 물고기
잠이 안 와요
빈익빈 부익부 노후살이
죽음의 고비
피라미드, 항아리, 깔대기의 차이점
노-노 갈등은 No
벌초는 끝났다
내 얼굴에 무엇을 새길까
이 다음에 늙으면 뭐하지
5. 노년을 준비하는 66가지 지혜
에필로그/우리들이 여기 있다
남자, 마흔 이후
프롤로그 - 늦으면 이미 늦다
누구나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생각하지도 않았던 문제들이 손에 잡히는 시기를 맞게 된다. 이 시대 중년의 삶이 그렇다. 젊은 사람들, 젊은 시절, 가장 왕성했던 활동기와 서서히 멀어지며 살 수밖에 없다. 앞으로 중년의 우리에게 다가올 30년의 시기가 각자에게 황금기가 되기 위해선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나이 들면서 어떤 모습을 추구해야 할까? 당신은 이 생애에서 무엇을 만나고 싶은가?
세상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가장 활동적인 시기에 은퇴 후를 대비하는 일에 소홀했다면 무겁게 남은 짐만 처리해야 하는 고단한 인생이 될 수밖에 없다.
1. 살아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내게 일을 다오
얼마 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어느 유명 스님의 말씀이 인상적이다. 퇴직을 하고 나면, 처음엔 하버드 대학에 다니는 것보다 더 바쁘단다. 그간 바쁘다는 이유로 찾아뵙지 못했던 일가친지며, 고향이며, 두루 돌아다니는 데 6개월 동안은 정신없단다. 그 다음으론 국철대학을 다니게 된단다.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전철이나 철도를 타고 오늘 하루 어디 가서 보낼까, 시간 보내기용 일과를 시작한다. 그마저 시들해지고 몸이라도 불편해지면, 그 다음엔 동네 경로대학을 다니게 된단다. 하루종일 장기 훈수와 막걸리에 취해 그렇게 보내다 보면 모든 게 내 맘 같지 않고 시들해져서 결국 방콕대학에 편입학을 해, 방에만 콕 틀어박히게 된단다.
라디오를 듣는 내내 웃음이 나왔지만, 준비 없는 은퇴나 퇴직이 어떤 생활을 불러올지 생각해 보고는 덜컥 겁이 났다. 가장 활동적인 사회생활 시기는 은퇴 이후를 준비하는 연습기다. 그때가 닥쳐서 스님의 비유처럼 여러 대학을 전전하다 보면, 돈도 돈이지만 시간이 웬수가 된다. 그때를 위해서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보람 있는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집안 대소사를 챙기는 것말고도 정규적이며, 하루 8시간 정도 꽉 채울 수 있는 독립된 공간에서의 일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일을 찾고 만드는 일은 각자의 몫이다. 나는 더 사는 걸 전제로 이런 탐색을 계속하고자 한다. 내 친구는 황토연구가가 되겠다고 흙 좋다는 경기 인근의 땅을 뒤집고 다닌다. 그걸로 나중에 황토침대니, 황토개량한복이니 그런 걸 만들어보겠다는 데, 앞으로의 결과를 떠나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그런 일에 푹 빠지기 전에는 주말 내내 담배와 소주, 그리고 TV에 빠져 살았지만 밖으로 나가 있으니 식구들인들 오죽 좋아하겠는가? 준비하는 노년은 젊어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살아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사람들이 나이를 얘기할 때 흔히 잃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 게 잃기만 하는 것일까? 나이 때문에 얻을 수 있는 비장의 무기도 따지고 보면 많지 않을까? 거저 얻는 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가운데 얻어지는 것들 말이다. 원숙한 경험과 두터운 인적 관계, 그리고 오랜 시간 사회 활동을 통해 쌓아온 명성이나, 관련 지식 등은 나이가 주는 특별한 보너스다. 이 같은 요소들은 결코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재주가 뛰어난 사람일지라도 인간간에 쌓아온 활동의 결과는 짧은 시간 내에, 속성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제 살을 깎아 탄생하는 물 속의 조약돌처럼 부딪히며 만들어지는 것들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중요한 지표로, 인성에 기초한 인적 관계를 꼽는 이유가 이것이다.
인생은 오랜 세월 속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조금씩 단련된다. 우리는 생애 나머지 시간을 통해 자신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 있다. 우리에게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이 있기에, 행복하다. 나의 은사 가운데 한 분은 이를 가리켜 ‘삶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라고 말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처리해야 할 것들이 산적해 있는데, 의미 있는 것들을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소중한 친구와의 만남은 그의 부모님이 상(喪)을 당했다는 연락이 왔을 때에나 이루어지고, 가족 간 대화는 단절된 후에나 이를 회복하기 위해 시도된다. 이쯤 되면 삶을 사는 게 아니라 목표를 위해 사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색나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만 집착한다. 진정으로 보람된 것,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일에 인색하다. 자신의 마음을 열고 세상의 중심에 다가갈 때 우리는 인생의 참다운 가치를 맛볼 수 있다. 이러한 가치 추구를 외면하며 사는 것은 마치 목적 없이 하루 하루를 사는, 즉 그냥 숨쉬는 것과 다를 없다. 인류의 일부로 태어났다는 것, 인간다운 삶을 영위해야 하는 것만큼 삶의 목적에 부응하는 인생은 없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상과 부딪히면서 이러한 의미를 몸소 체험하는 일이다. 인생엔 이론이나 학식 따위의 것들이 아닌, 살면서 알게 되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그것은 우리가 삶을 지속해 나가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삶에서 아무 의미도 찾을 수 없다면,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상실한 채 세상에 표류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둑을 잘 지킵시다
인생의 굳건한 안심 보험은 무엇일까? 주변에서 흔히 목격하는 바이지만, 나이듦과 함께 각고의 노력 끝에 얻어지는 마음의 내공이 안심 보험일 것 같다. 마음의 내공이란 삶의 과정에서 겪는 온갖 희로애락에 대해 굳건한 의지로 마음을 다스리는 능력을 말한다.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추스를 방법조차 얻지 못한다. 자신과 굳건한 관계를 맺는 일에 게으르지 않다면, 훌륭히 살아가는 중년의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실천해 오지 못했다면 지금부터 전진시키면 된다. 지나간 것은 옛 것으로 돌리면 그만이다. 그보다 중요한 건 바로 당신 앞에 놓인 지금 이 순간이다.
내 친구는 이런 상태를 비유하여 ‘터지려는 둑을 온 몸으로 막는 것’이라고 들려준다. 건강, 직업, 가족, 정서적 안정, 은행잔고 등은 우리가 살면서 막아내야 할 생활 요소들이다. 생활 요소가 계속 도전 받고 있는 가운데, 겹겹이 밀려오는 파도를 막아내는 것은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 둑을 지켜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친구가 들려준 비유를 듣고 있노라니 막 터질 것 같은 둑방 위에 서 있는 듯 생생한 느낌이 들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자기 자신이 온 몸으로 둑을 막아낼 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 둑이 지켜진다면 삶에 대한 내공이 생기지. 마음, 그걸 만약 정신적 상태라는 말로 표현한다면 결국엔 자기 할 나름이겠지. 그런 과정이 한 차례 끝나면 우리는 평온한 바다를 바라보는 노년에 이미 이르게 되는 것일 테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힘든 도전과 직면한다. 대부분의 그것들은 절제되지 못한 거칠고 졸렬한 심적 상태에서 출발한다. 야망이니, 욕심이니 하는 좀더 격정적인 단어들은 이제 적당히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정서적 안정은 그런 의미에서 아름다운 노년을 준비하는 핵심이다. 마음의 중심에서 우러나오는 절제와 통제력은 인생의 깊이를 더욱 성숙하게 만드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출세의 허상보다는, 행복한 가정 생활에 더 큰 의미를 두어야 하는 것은 생애의 주요 목적이다. 사랑하는 사람들 돌보지 않고, 홀로만 질주하는 인생에서는 참다운 동참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우리를 지탱시켜주는 둑이 터져 버리면, 그 위에 쌓은 모든 탑이 무너지고 만다. 건강한 가족과 행복한 가정은 인생의 최전방에 놓여 있는 둑이다.
2. 앞으로 30년, 어떻게 살 것인가
네 가지 유형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은퇴 후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제적, 정서적 상태를 조사해 보니 크게 생계형, 자립형, 퇴화형, 진화형으로 나뉘었다.
생계형과 자립형은 경제적인 면과 연관된다. 생계형은 고정적인 수입이 없어 경제 활동을 계속 해야만 하는 사람으로, 주목할 만한 사실은 자녀에게 노후를 의지하겠다는 생각으로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이 부류의 주류를 이룬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자립형 노년. 벌어놓은 돈도 있고, 결혼한 자녀들의 눈치 볼 이유도 없으며, ‘자녀들이 아쉬워 찾아오는’ 유형이 여기에 속한다. 죽기 직전까지는 재산을 꽉 움켜쥐고 있다가 죽을 때에라야 놓아주겠다는 게 이들 유형의 공통점이다. 쉽게 물려받은 재산이 3대를 넘기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서 일까? 이들은 자녀를 자립형 인간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한다.
퇴화형과 진화형은 노년에 임하는 자세, 정신, 의지 등 태도와 관련된다. 이 두 가지 구분은 자신의 치열한 변화를 얼마나 이끌어내는가가 기준이 된다. 퇴화형의 경우, 정서적 자족형으로 현재 상태를 고수하는 보수적 색채가 농후했다. 이들에게 변화란 쓸데없는 짓이거나, 의미 없는 것으로까지 인식된다. 반면 진화형의 경우 스스로 나이듦의 미학을 알고 이를 자기 발전의 계기로 삼아 다양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어떤 유형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크게 늘어난 평균 수명에 걸맞은 노후를 보낼 수 있음은 자명하다.
건강에 올인할 것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성취를 과정으로 인식하기보다 궁극적인 목표로 이해한다. 그러다 보니 주객이 전도되어 실질적 삶이 표류한다. 삶의 과정이 목적을 잠식하고 마는 것이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더라도 창창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불철주야 뛰어다녀야 사업이 유지되는 게 진실이다. 건강을 잃으면 남는 게 하나도 없다.
성장이 멈춘 후부터는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비유하자면, 견고하던 바위 절벽이 대양과 바람의 거센 도전 앞에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져버리는 것과 같다. 뒤늦게 복원을 시도하지만, 한번 잃은 건강은 돌이킬 수 없다. 그저 위험을 내포한 채 간신히 유지되기만 할 뿐이다. 젊음과 건강을 지속하는 일이야말로 건강한 노년을 위한 최선의 대응책이다. 건강에 자신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유지하는 일에 더 신경을 쓰자. 반드시 자신감 넘치는 노년을 맞게 될 것이다.
월급이 열리는 나무
월급을 따먹기에 급급한 시절이 있었다. 회사는 내가 열심히 일하면 계속해서 풍요로운 월급봉투를 맺는 나무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거리에서 본 풍경은 을씨년스럽고 우울한 기억만 떠올리게 했다. 나무에 매달린 건 월급봉투가 아니라, 오히려 나같이 평범한 직장인들의 초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람들이 때 이르게 떨어져 나뒹굴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누군가는, 필연코 회사라는 나무에서 떨어지게 되어 있다. 유일하게 떨어지지 않는 사람은 전문 경영인도 아니고, 바로 위의 상사도 아니다. 오직 오너일 뿐이며, 그들도 알고 보면 나름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애쓰는 가녀린 사람에 불과하다.
노후가 가장 두려운 이유는 경제적 문제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은퇴 이전까지는 누구보다 현명하고 치열하게 세상이 내게 부여한 바로 그 일(현재로서는 직장 내에서의 일)을 하면서 나름의 준비를 하고, 그 이후에는 소중한 나의 인생을 좀더 의미 있게 만들어 가는 작업에 들어가야 하리라. 이런 노력이 현재 내 자신과 회사의 상황을 좀더 전진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 미리 연습하는 노년
목숨을 걸고 갈구할 것
애플사의 사장 스티브 잡스가 미국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 초청되어 축사를 했다. “늘 갈구하라! 바보짓을 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제목의 그 축사는 많은 것을 잊고 사는 나에게 참다운 용기와 도전이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자신의 판단이 오히려 인생의 탄탄대로를 벗어나게 할지라도 그것을 믿고 다르고, 또한 그런 일탈이 인생을 변화시켜줄 수 있다는 게 잡스의 주장이다.
누구나 안정과 성공을 바라지만 그것을 얻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은 일탈을 두려워해 거기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인생의 장을 열기보다는 안주하는 데 머문다. 잡스의 얘기는 대학을 마치고 사회에 첫발을 내닫는 젊은이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세상을 좀 살았다는 이유로 세상에 대해 다 아는 것처럼 굴거나, 세상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지레짐작하려는 기성세대에게도 좋은 조언이 된다.
‘10년 넘게 사회생활을 했으니 이제 다 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생은 손으로 만져만 보고서는 실체를 짐작할 수 없는 코끼리 등가죽을 어루만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인생 앞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눈뜬장님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삶에 대한 무한성과 새로운 미래를 갈구하는 자세로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열정을 갖고 살아야 한다. 내가 갈구하는 인생이 바로 이런 것이다. 이건 그대도 마찬가지 아닌가?
먼저 연습하는 노년
세상에는 나의 인생 연습이나 남들이 알려준 삶의 결과와 무관하게 엄연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그 중 하나다. 흔히 연습게임이라는 얘기를 하는데, 이는 본 게임이 시작되기 전의 연습 상태를 뜻한다. 그러나 인생에는 연습이 없다. 노년을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은 연습일 뿐이다. 50대 이후의 삶을 어떻게 준비하고 맞이할 지에 따라 인생 전체가 달라진다.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직 발견되지 않은 나를 찾아 지금은 끊임없이 탐침하는 시기인가?’ 이런 생각 끝에 인생을 물병에 비유해 봤다. 비어 있는 물병에 경험이라는 자산이 하나 둘 채워지고, 그것을 통해 현재를 살아간다. 물병처럼 언젠가는 나도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대안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
아직 채워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더 나은 대안을 연습으로 보면 된다. 그럴 때 50 이후의 노년은 삶의 여유로움과 지혜로 가득 찰 것이다. 나는 컵에 무엇을 채워야 할까? 중년에 바라보는 아름다운 시선, 남들에 대한 배려, 작지만 긍정적인 영향, 우정과 사람에 대한 따뜻함…. 이런 것들을 채워가며 살아가야 하리라. 그때야 비로소 나는 내가 있는 자리로부터 따뜻한 온기가 퍼져 세상을 좀더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피눈물나는 현실을 끌어안고 사는 일일지라도 먼저 연습한다는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한 것 아닐까?
10 BACK 운동
어느 리더십 교육기관에서 만난 대기업 임원과 나눈 얘기를 잊지 못한다. 그는 평생 자신이 직장이라는 곳을 떠나게 될 줄 몰랐다고 고백했다. 울타리 안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낸 다람쥐나 새들은 그 우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법이라고, 그것을 벗어났을 때 찾아올 낯설음과 공허함 때문에 두려움을 갖는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지금에 와서 후회막급이라는 얘기도 했다. 퇴직이 가까워졌을 때에도 ‘그냥 회사를 나가면 되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고, 그런 자신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고… 그 결과 이제는 뭘 준비하기에 너무 늦었고, 물어볼 사람조차 없는 형편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보다 10년만 젊었어도 은퇴를 대비해 뭐라고 익히고, 준비하며, 사람도 만나고 자문도 구하고 했을 거라며 안타까워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그분과의 만남이 있고 난 다음, 나는 아무리 바빠도 반드시 시간을 내어 아직 사회생활을 활발히 할 수 있는 지금부터 10년을 앞당겨 살고, 준비하는 계획을 세웠다. 나는 이를 ‘10 back 운동’이라고 부른다. 가령 은퇴 후의 노후 준비를 10년 앞당겨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나는 지금 40대니 50대라고 가정하고 10년 후를 준비하자는 취지다.
흔히 우리는 과거의 유산을 살리지 못해 현재의 지혜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조금만 더 일찍, 조금만 더 부지런히 자신의 장점을 발굴해 이를 잘 계발하면, 가장 확실한 노후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걱정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근심과 걱정은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다. ‘10 back 운동’을 전개하면 자신도 몰랐던 무언가가 경험으로부터 얻어질 것이다. 그걸 찾는 게 지금의 우리 숙제다.
4. 내 인생에 무엇을 새길까
3부 인생의 핵심
흔히 현대인의 사회생활 시기나 경제적 능력, 또는 활동성과 관련지어 인생 3부작이라는 표현을 쓴다. 3모작 시대라는 말도 이제는 일반 용어가 되었다. 이 용어는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잘 드러내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를 마치고 사회에 뛰어들어 마흔까지를 한 단계로 보고, 그 다음엔 60세까지, 그 다음은 60 이후의 삶을 가리켜 부르는 말이다.
마흔까지는 아무래도 세상에 뭐든 하면 다 될 것처럼 여겨진다. 의욕이 넘친다. 직장 내에선 중간 간부급인 과, 차, 부장급에 있거나 임원의 자리에 올라 있곤 한다. 누구나 더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해 의욕을 불태울 때가 마흔까지의 시기다. 60대는 어떤가? 이때는 모든 것이 궁핍하다. 60대 이후엔? 누구 말마따나 뒷발 늙은이 신세다. 아무리 권세가라 할지라도 과거에 모은 유산을 깎아먹고 사는 시기다.
1부 인생은 그렇다고 치고,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2, 3부 인생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늘 생각하는 문제지만, 나를 비롯한 내 나잇대 동료들이 모두들 화두처럼 끼고 사는 말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질문이다. 질문은 간단하지만, 대답인 천인천색이다. 나의 경우, 앞으로 닥칠 노년에 대해 나름대로 해법을 갖고 있다. 세 가지 부문에 대한 것인데 경험, 경륜, 경쟁력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경험과 경륜으로 발전시키고, 그것이 경쟁력이 되도록 승화시켜야 한다. 사회적 관계에서 생기는 경험은 시공간을 뛰어넘는 경험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독서와 연구는 그런 의미에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벗이다. 경륜은 세상을 깊이 있게 보는 눈을 의미하는 데 세상의 이면 저면을 보고 살아온 사람에게는 그런 안목이 생긴다. 나이가 들며 계발할 수 있는 경쟁력은 차원이 다른 것, 즉 경쟁을 넘어서는 바가 있어야 한다.
주변에 훌륭한 인생을 살고 있는 분이 있다면, 3부 인생의 핵심에 대해 상담 받으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직무나 적성 관련된 멘토가 아닌, 인생의 스승을 두고 있는 사람은 황혼기에도 참 맛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1부의 삶을 마치고, 2, 3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여부는 자신에게 결정된다.
내 얼굴에 무엇을 새길까
신체적 노화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늙어가며 가장 아름다운 주름살을 만들어내기 위해 나는 지금부터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에 내 인생을 전력질주해야 할까? 주어진 이 놀라운 인생의 시간 동안 삶을 완성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늙어가며 아름다운 주름을 가질 수만 있다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고통이 아니라 축복일 텐데….
종종 나이든 분들을 보면서, 그 인상이 선하거나, 험한 모습을 느끼며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생각해 본다. 어떤 이는 세파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얘기하지만, 어떤 이는 세상의 파도에도 지워지지 않을 아름다운 표정을 얼굴에 새기게 되었다. 내 얼굴에 세월이 파고 가는 저 조각도의 움직임을 어떤 모양으로 아름답게 수놓을 것인지는 나의 몫이다. 그건 내가 인생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테니까.
이 다음에 늙으면 뭐하지
“나 늙으면 이 담에 뭐하지?” 글을 쓰는 밤이면 가끔 곁에 와 아내는 내게 이렇게 묻곤 한다. 인생사가 재미없어졌다는 것, 악착같이 살아도 늘 이 모양이라는 것, 뭐 특별히 맛있는 음식이 생각나지도 않고, 하고픈 일도 없다는 것…. 그것이 문제란다. 그럴 때마다 나는 뭔가 푹 빠질 일이나 취미를 찾으라고 권한다. 그리고 적어도 앞으로 30년은 할 일이 있어 좋을 거라고 말한다. “당신도 나 죽은 담에 남은 시간에 뭐할까 고민하지 말고 지금부터라고 뭔가 해요.”
그런 얘기에 집사람은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 같은 자리로 돌아간다. 직장과 가정,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자신을 왕복하는 삶에 어디 그리 많은 여유가 있을까? 인생은 같이 가는 길처럼 보이지만, 결국엔 혼자 가는 길이다. 배우자는 실루엣이고, 모든 게 일장춘몽이다. 자고 일어나서 미소짓는 즐거웠던 꿈이거나, 흉흉해 식은 땀을 적신 꿈이거나, 그게 인생의 내용이다.
그래서 죽으면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것 아닐까? 나는 솟대 위보다는 그 아래에서 평화롭게 사는 꿈을 꾸어본다.
에필로그 - 우리들이 여기 있다
삶의 중간쯤 이르면 사념도 많다. 그 결과 나 같은 중턱형 인간들의 고민들, 예컨대 나이 들면서 해야 할 일과 나이 들기 전에 점검해야 할 것들 등을 정리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런 시도의 결과물이다. 써놓고 볼 때마다 발견하는 것이지만, 많은 부분 부족하고 깊은 통찰력이 아쉽다. 하지만 그건 내가 지속적으로 알아가야 할 몫이다.
마지막으로 지나온 날들은 언제나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그러나 다가올 앞날은 아득하여 쉽게 손에 닿지 않는다. 그런 허전함으로 내 삶을 돌아볼 때 한편의 잠언이 떠올랐다.
“인생의 훌륭한 스승은 어디에나 있다. 그것은 내가 이제 나를 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