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재테크로 부자가 될 수 없는 이유

   
구본기
ǻ
라이온북스
   
13000
2011�� 11��



■ 책 소개
‘누구는 재테크로 억소리 나는 부자가 됐다던데...’ 
돈으로 돈을 번다는 착각에 빠진 가장 위험한도박! 

우리는 모두저마다의 희망을 꿈꾸며 재테크 시장에 뛰어든다. 어떤 이는 지금보다 덜 쪼들리는 삶을, 어떤 이는 온전한 내 집 마련을, 또 어떤 이는 막연하게부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금융컨설턴트를 비롯한 이야기꾼들은 지난 십여 년간 재테크가 이런 희망을 모두 이뤄줄 수 있다고 소리 높여 주장해 왔다.그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당신은 재테크로 부자가 됐다는 얼굴도 보지 못한 그 ‘누군가’처럼 정원 딸린 집과 외제차를 소유한 부자가 되어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쪼들리는 삶을 살고 있다. 어찌된 일일까? 

과거 금융컨설턴트였던 저자 구본기는 당시 하루하루를 도덕적으로 심판받으며 직시하지 못했던 재테크 시장의 허와실을 이 책 속에서 신랄하게 까발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재테크 시장 자체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양한 심리학적 이론과 경험에서 비롯된사례들은 숱한 투자실패에도 실수를 깨닫지 못하는 투자자들을 위한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충고에 가깝다. 
■ 저자 구본기
저자 구본기는 수많은 고객을상대로 금융계에 몸담았던 금융컨설턴트. ‘유진 컨설팅’이라는 재무설계 회사를 운영하다가 최근 회의감을 느껴 회사운영을 그만두고 재테크 시장의아웃사이더가 되기로 결심했다. 현재 구본기재정안정연구소의 소장이다. 하루 종일 일하는 아버지와 하루 종일 물건을 사 모으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나는 시시콜콜한 것들을 꿈꾸는 보통아이였다. 그리고 지금, 세상이 평범한 사람들의 시시콜콜한 꿈을 이뤄주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보통사람’들을 위해 상식에 근거한 시시콜콜한 수단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어른이 되었다. 세상은 평범한 사람들의 시시콜콜한 꿈들을위한 수단에 한껏 거품을 일으킨다. 친구들과의 자전거여행을 꿈꾸는 당신에게 린스키사의 티타늄 프레임을 장착한 자전거와 노스페이스사의 고어텍스바람막이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가족의 행복과 평안을 바라는 당신에게 삼성전자의 주식과 도곡동의 타워팰리스를 가지라고 말한다. 시시콜콜한 것을얻기 위해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복잡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세상은 끊임없이 말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 그렇게 살아 가냐고?천만에! 나는 지금 세상에 저항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당신이 펼친 이 책은 세상에 내놓은 나의 첫 공유물이다.
■ 차례
책을 시작하며 
프롤로그

1장 재테크, 처음부터 불리한 게임이다
각인 효과에서 벗어나라 
처음만 기억하는 앵커링 효과 
왜곡된 정보로 만들어지는 시장 
당신이 만든 룰은어디에도 없다 
회의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2장 재테크 시장의 잘못된 믿음을 경계하라 
파브르의 송충이가 되지 마라
‘묻지마 투자’의 대명사 튤립사건 
아이작 뉴턴도 무너뜨린 동조 현상 
장님이 장님을 인도하는 재테크 시장 
권위자의판단이라면 무조건 믿어야 하는가? 
‘권위’ 속에 숨어 있는 함정 
넘쳐나는 금융컨설턴트들, 그들이 해야 할 일 
재테크 시장의자격증 업자들 
미디어의 앵무새가 된 사람들 
경제 뉴스를 경계하라 
통계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기업의 봉이 된 이야기중독자들 
사건을 만들어내는 영웅들 
‘13억 대박녀’의 숨겨진 진실 
베토벤을 살해한 사람들 
이야기꾼들에게 진실은중요하지 않다 

3장 엉터리 전문가들에게속지 마라 
예측을 파는 사람들의 미스터리 
틀릴 때가 더 많은 예측 전문가들 
가위, 바위, 보의 요정
우리에게 ‘우연’으로 다가오는 것들 
우연의 이중성, 우연이거나 아니거나 
왜, 하필! 이런 일이 
룰렛에 숨어 있는전략 
확률은 수많은 사건 중의 일부다 
원숭이들의 숫자부터 세라 
실적이 없어 고민하는 예측 전문가들에게 
과거의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복날의 개와 귀납법적 추론 
먹이를 주지 않을 가능성 
복잡성이 만든 엉터리 전문가들
나비 효과의 진실 
복잡성을 무시한 예측은 선동이다 
이럴 줄 알았어! 

4장 당신이 접하는 통계와 정보를 의심하라 
백신 장사로 잭팟을 터뜨리다
패로팅으로 확산된 은퇴 공포 
소비자 물가 VS 장바구니 물가 
거짓말 같은 통계들 
제 멋대로의 기준 
모든파이를 먹어치우겠다는 속셈 
보험회사가 만든 은퇴 불안감 

5장 비법과 법칙을 믿지 마라 
나는 남들과 다르다! 
재테크는 자신 있어!
계획의 오류에서 빠져나와라 
환상의 재테크 시장과 초보자 
비법을 파는 사람들 
러시안 룰렛 게임에서 살아남기
‘운’이라는 제 3의 요인 
‘비법’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파는 사람들 
이야기꾼들이 비법을 파는 이유 
내일이면 통하지않는 비법들 
웃으며 방아쇠 당기기 
정보의 양과 질을 혼동하지 마라 

6장 회의주의가 답이다 
내게 증거를 보여줘! 
흑 아니면 백
이분법적 사고, 그리고 대립 
재테크를 하지 말라고? 
더 이상 재테크 시장의 봉이 되지 마라 
에필로그





당신이 재테크로 부자가 될 수 없는 이유


1장 재테크, 처음부터 불리한 게임이다

당신이 만든 룰은 어디에도 없다

다음 물음에 답해 보자. "재테크 시장은 당신이 만든 것인가?" 물론 당신의 대답은 "아니요!"일 것이다. 당신이 지금 참여하고 있는 재테크 시장은 당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기성(旣成)시장이다. 그 누군가들이 먼저 시장의 룰을 만들었고, 당신은 그 룰에 따라 시장에 참여하여 투자, 저축, 대출 등의 게임을 하게 된다.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재테크 시장의 룰이다.


주거래 은행을 만들어야 한다.

신용 등급을 관리해야 한다.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

분산 투자해야 한다.

복리 효과를 이용할 수 있는 금융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여기에 제시한 룰 중에서 당신이 만든 것이 있는가? 혹시 당신이 만든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지금 이 책을 덮어도 좋다. 하지만 없다면, 부탁하건대 이 책을 끝까지 읽어라. 이런 룰들이 바로 당신의 생각을 묶어 두는 재테크 시장의 앵커링(Anchoring, 각인현상)이니까 말이다.


카지노의 룰렛에는 37개의 구멍이 있다. 구멍에는 0부터 36까지의 수가 쓰여 있고, 회전이 끝나면 조그만 금속 공이 한 구멍에 떨어진다. 배팅은 홀수와 짝수에 할 수도 있고, 빨간색이나 검은색에 할 수도 있다. 1부터 36까지만 계산한다면 홀수나 짝수, 빨간색이나 검은색 모두 18개씩이기 때문에 카지노 측은 손해도 나지 않고, 절반이 짝수에 배팅한다면 카지노 측은 절반에게는 돈을 내주고, 절반에게는 돈을 거두어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초록색 0이다. 카지노 측이 룰렛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비결이 초록색 0에 있기 때문이다. 초록색 0은 짝수도 홀수도 아니고, 빨간색도 검은색도 아니다.


공이 초록색 0에 떨어지게 되면 카지노 측은 참가자들이 건 판돈의 전부를 거두어들인다. 따라서 37개의 구멍 중 하나인 초록색 0은 카지노 측에서 돈을 벌 수 있는 확률을 높여 주고, 카지노 측은 참가자들과 더 많은 게임을 하려고 한다. 어떻게든 더 많은 공을 초록색 0에 떨어뜨리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카지노에는 시계도 창문도 없으며, 제공되는 음료도 모두 공짜다. 참가자들이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오직 게임에만 몰두할 수 있게 하려는 카지노 측의 작은 배려(?)인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식 룰렛에는 초록색 0 외에 초록색 00이 또 있다는 것이다. (초록색 0이 하나만 있는 것은 이탈리아식 룰렛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강원랜드 카지노는 미국식 룰렛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당신이 다른 누군가들에 의해 이미 만들어진 시장에서 그 누군가들이 만들어 놓은 룰에 따라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 누군가들보다 당신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장 재테크 시장의 잘못된 믿음을 경계하라

장님이 장님을 인도하는 재테크 시장

사회심리학자 무자퍼 셰리프는 사회 규범에 대한 동조 현상이 어떻게 형성되며, 사람들이 그 규범에 어떻게 따르게 되는지를 실험실에서 관찰하고자 했다. 셰리프는 피실험자를 암실로 안내하여 의자에 앉힌 다음, 적당히 떨어진 곳의 작은 불빛을 보여준 후 그 불빛이 움직인 거리를 추정하도록 했다.


셰리프의 실험은 자동운동이라는 착시 현상을 이용한 실험이었다. 자동운동이란 실제로는 정지된 물체가 착시 현상으로 인해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빛이 완전히 차단된 암실에서 정지된 불빛을 수 초간 응시하게 되면 불빛은 실제로는 움직이지 않겠지만,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셰리프는 이렇게 여러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각각 실험했고, 실험이 끝나고 나서 피실험자들이 판단한 불빛이 움직인 거리를 확인해 본 결과, 그들은 불빛이 움직인 거리에 대해서 각기 다른 판단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그들이 판단한 불빛의 이동 거리 간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사실 불빛은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불빛의 이동 거리에 대한 판단은 모두 억측이었으므로 당연한 결과였다.


셰리프는 피실험자들을 작은 집단으로 묶어서 다시 실험했고, 그들이 추정한 불빛의 이동 거리를 집단 내에서 공개하도록 했다. 그러자 처음 실험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던 피실험자들의 판단은 빠르게 서로 수렴했고, 집단 내에서 빛이 움직인 거리의 기준도 만들어졌다. 집단별로 그 기준이 다르기는 했지만, 실험이 반복되더라도 각 집단의 기준은 안정적이었고, 피실험자들이 그 기준에 의지하려는 경향도 강했다.


셰리프는 피실험자들 몰래 자신이 지정한 공모자를 집단 내에 투입해 보았다. 그 공모자가 자신이 판단한 불빛의 이동 거리를 확신에 찬 표정으로 단호하게 이야기하자 그의 판단이 집단의 판단을 결정짓는 데 강력한 영향을 미쳤고, 그 집단은 공모자가 말한 이동 거리와 비슷한 판단을 내렸다. 놀랄만한 사실은 집단의 판단이 완전히 내면화되어서, 1년 후 자신의 판단을 다시 말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조차 기존의 판단을 고수했다는 사실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초기의 판단이 세대를 넘어서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기존의 피실험자들을 대신해서 새로운 피실험자들이 집단을 구성한 상태였음에도 그들은 기존 집단의 판단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었다. 기존의 판단을 내놓았던 사람들이 오래 전에 사라졌는데도 말이다.


셰리프의 실험은 유사한 집단이나 같은 민족 내에서 그 구성원들이 매우 강한 신념을 갖거나 동질적인 행위를 하게 되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또한 강제력이나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흔들림 없이 일관된 목소리를 낸다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집단을 이끌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위와 같은 현상을 다원적 무지라 부른다. 다원적 무지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의 일부 혹은 대부분을 주지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통해 사회의 여론 형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대중의 태도를 설명할 수 있는데, 한 가지 극단적인 예가 바로 구 소련의 공산주의다. 구 소련의 공산주의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다원적 무지에 의한 침묵으로 인해 부분적으로 사람들이 공산주의 체제를 경멸하는 인구가 얼마나 많았는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이처럼 잘못된 여론이 조성되었을 때, 여론에 긍정을 표할 뿐만 아니라 침묵하는 것 또한 동조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에 행한 연설에서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惡)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우리가 종종 어떤 관행이나 전통을 따르는 것 역시 그것을 좋아하거나 옹호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단지 다른 사람들 대부분이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수많은 사회적 관행이 그 명맥을 지켜 오고 있다. 



3장 엉터리 전문가들에게 속지 마라

이럴 줄 알았어!

예측 전문가들이 미래를 예측하는 데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과거의 실적을 돌아본다면 예측에 성공한 횟수보다 실패한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을 텐데도 그들은 아직까지 자신들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예측 전문가들이 이러한 믿음을 계속해서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보다는 자신들의 믿음을 방어하는 능력이 훨씬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예측 전문가들은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그럴듯한 이유를 이리저리 갖다 붙이면서 실패한 예측을 합리화한다. 운이 좋아서 예측이 맞아떨어지면 자신의 예측 능력 덕분이고, 예측이 틀리게 되면 어쩔 수 없는 외부의 불가피한 힘 때문이었다고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는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사실은 자신이 그 사건을 예측했었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기만하기까지 한다.


미래의 사건은 복잡성에 의한 불확실성이 가득하지만, 그 미래가 현재가 되어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나면 이미 오래 전부터 사건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개별적인 사건들이 복잡성에 의해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켜 실제로 하나의 사건이 되기 전에는 어떤 사건이 발생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막상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어떤 개별적인 사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서 새로운 사건이 발생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그것을 뒤돌아보면 사건이 만들어낸 개별적 사건들 간의 인과관계가 보이게 된다. 이와 같이 사건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게 되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엄연히 존재했던 불확실성들은 잊어버리고,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얻게 된 정보들을 토대로 과거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일단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예측 전문가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사건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던 것이며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사건, 즉 삼척동자도 예측할 수 있었던 빤한 사건이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이나 행동도 하지 않는다. 사실은 사건의 발생을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예측 전문가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어디에도 갖다 붙일 수 있는 두루뭉술한 내용의 예측을 매년 수백 가지씩 쏟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어떤 사건이라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의 능력에서 기인한다. 사람은 어떠한 사건이 발생해도 그것을 설명할 수 있고, 무엇이든지 설명하려고 한다. 사실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딱 부러지게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일도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산모가 태아의 성별을 모르는 상태에서 의사에게 성별을 듣는다고 생각해 보자. 사건이 발생하자 비로소 모든 것이 분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산모는 틀림없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어쩐지 과일이 먹고 싶더라니! 입덧이 심하다 했더니 역시나 딸이었어! 그리고 지인들에게는 딸일지 아들일지 잘 모르겠다며 수없이 오락가락했음에도, 자신의 기억 중에서 딸일 것 같다고 말했던 기억만 끄집어내서 자신이 태아의 성별을 예측했다고 생각한다. 아기 옷은 아들딸에 관계없이 입힐 수 있는 노란색을 준비했으면서도 말이다.


이처럼 사람은 어떤 사건이 발생해도 다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주위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리고 웬만해서는 크게 놀라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주식 시장의 예측 전문가가 A사의 실적이 목표치를 뛰어넘었다는 내용의 정보를 접하고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하여 A사의 주식을 매입했다고 가정하자. 예측했던 대로 A사의 주가가 상승한다면, 그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역시, 실적 발표에 의해 주가가 상승하는군! 하지만 예측했던 것과 달리 A사의 주가가 하락한다면, 그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역시, 실적 발표가 이미 주가에 반영되었군. 이럴 줄 알았어!"


세상의 모든 사건들을 멋지게 설명해내며 자신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측하고 있었다며 자신을 포함한 세상을 기만하는 예측 전문가들의 속성을 이제 알겠는가? 그들은 운이 좋아서 예측이 맞아떨어지면 그것을 실력이라 표현하고, 예측이 틀리면 그것을 실수 또는 엄청난 실수라고 표현해서 자신의 진짜 실력을 부풀려 포장한다. 때문에 그들은 과거를 통한 배움을 얻지 못한 채, 아직까지도 사람들에게 자신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소리 높여 주장한다. 어쨌든 이들 예측 전문가들은 자신의 예측이 틀렸을 경우에 발생할 모든 위험을 사람들에게 전가시킨 채 예측을 팔아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예측 능력을 이용해서 거부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하고 있다. 빛 좋은 개살구가 따로 없다.



4장 당신이 접하는 통계와 정보를 의심하라

패로팅으로 확산된 은퇴 공포

2000년대 중반부터 보험회사에서는 파지를 줍는 빈곤층 노인들을 예로 들어가며 이를 장수 리스크라는 말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은퇴시장을 개척하며 은퇴 공포를 조장한 것이다. 이때부터 보험회사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각색된 은퇴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이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해지기 시작했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교보생명, PCA생명 외 수많은 보험회사들이 구매력 있는 사람들, 소위 말하는 상류층을 대상으로 골프, 해외여행, 중형차, 가사도우미 등 제멋대로의 기준을 정해서 주먹구구식으로 은퇴 후의 필요 자금을 추정해 발표했다.


교보생명은 2005년에 은퇴 후 생활자금으로 11억 원이 필요하다는 발표를 했고, 삼성생명 역시 2006년에 은퇴 후 생활 자금으로 11억 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발표가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패로팅(Parroting)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은퇴 후 생활 자금으로 10억 원대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은퇴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일부 시민 단체에서는 10억 원이라는 은퇴 후 생활 자금은 원금 하나 건드리지 않고도 죽을 때까지 매월 수백만 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규모의 큰돈이라며 보험회사의 발표를 반박했지만, 사람들의 불안감을 없애기에는 역부족이었다.



5장 비법과 법칙을 믿지 마라

환상의 재테크 시장과 초보자

이야기꾼들은 재테크 시장의 위험은 뒤로 숨긴 채 돈이 돈을 벌어주는 환상의 시장이라고 말한다.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정원이 딸린 멋진 집과 외제차를 가질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재테크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당신은 할 수 있다! 자신감을 가져라!"라고 외치며 위험이 가득한 재테크 시장으로 당신을 유인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테크 시장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되는 시기는 시장의 상황이 좋을 때이다. 주식 시장이 좋을 때, 부동산 시장이 좋을 때, 미디어에서 장밋빛 전망들이 쏟아져 나올 때 사람들은 엉덩이를 들썩이기 시작한다. 이야기꾼들은 이런 때를 놓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환상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며 재테크 시장으로 등을 떠민다.


바로 이때 이야기꾼들에게 등을 떠밀려 재테크 시장에 처음 발을 들이는 많은 사람들이 수익의 기쁨을 누리게 된다. 이것을 흔히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하는데,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박경철 씨는 초심자의 행운을 이렇게 설명했다.


"활황 장세에 뛰어든 초심자의 대부분은 수익을 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가 언덕을 빠른 속도로 굴러 내려오는데, 그 자동차가 내 앞에서 갑자기 멈추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그 자동차는 관성과 가속도에 의해 내 앞을 지나 더 달리게 된다. 이럴 때 초심자가 내는 수익은 그야말로 행운이다."


수익의 기쁨을 맛본 사람들은 재테크에 더욱더 자신감을 갖게 되고, 더 많은 돈을 재테크 시장에 쏟아붓기 시작한다. 그리고 정원이 딸린 집과 외제차를 가질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을 찾기 위해 재테크 관련 정보를 쉴 새 없이 수집하기 시작한다.


사람은 어떤 일에서든 최소의 힘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으려고 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텔레비전 리모컨은 발명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나는 지금보다 더 날씬했을 것이다. 텔레비전 채널을 바꾸기 위해 소파와 텔레비전 사이를 수없이 왔다 갔다 하느라고 말이다.


사람들은 결국 정원이 딸린 집과 외제차를 가질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을 찾아낸다. 흔히 비법이라고 불리는 이 방법들은 재테크 시장의 이야기꾼들에 의해 팔리는데, 많은 비법들이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고,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6장 회의주의가 답이다

내게 증거를 보여줘!

당신의 친구가 영화배우 A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리고 당신은 A의 열성 팬이다. 그것도 아주 지독할 정도로 말이다. 때문에 당신은 하루가 멀다 하고 친구의 집을 방문한다. 오늘도 당신은 어김없이 친구의 집을 방문했다. 그런데 친구가 이런 주장을 펼치는 게 아닌가. 


"사실 A와 나는 서로 사랑하고 있어. 몇 주 전에는 영화도 같이 봤어. 그리고 매일 자기 전에 전화 통화도 하고 있어. 그리고 조금 전에도 집에 같이 있었어. 그리고……, 그리고……."


이럴 수가! 영화배우 A와 친구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니!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우리는 회의적인 사고를 발동시킨다. 그게 사실일까?


만약 당신이 그저 적당한 정도의 회의적인 접근 방식을 취한다고 할 때, 친구의 주장을 확신하기 위해서는 과연 몇 가지의 사례가 필요할까? 그저 단 한 가지 사례만 있으면 충분하다. 절대적이고 확실한 단 한 가지의 특별한 사례 말이다. 당신은 분명 그 단 한 가지의 특별한 사례를 친구에게 요구할 것이다. 이렇게 말이다. "내게 증거를 보여줘!"


회의주의자란 매사에 부정적이며, 투덜대기 좋아하고 냉소적인 사람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 흔하게 있는 당신, 그리고 당신의 이웃처럼 단지 무엇인가를 확신하기 전에 증거를 찾아서 평가해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회의주의자란 열린 마음으로 모든 가능성들을 생각해 보는 우리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을 말한다. 그리고 회의주의자들은 이처럼 특별한 주장을 접할수록 더욱더 확실한 증거를 요구한다.


당신은 아직 A와 친구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증거를 접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들을 생각해 볼 것이다.


A와 친구가 정말 사랑하는 사이일 가능성에서부터, 당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친구가 거짓을 말할 가능성까지, 심지어 친구의 정신이 이상해졌을 가능성까지 말이다. 어쨌든 회의적인 사고가 발동한 이상 당신은 확실한 증거를 접하기 전에는 친구의 주장을 확신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친구가 첫사랑 A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친구와 A는 과거에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어떤 오해로 인해 헤어지게 되었고 지금은 수년의 시간이 흐른 상태다. 그런데 주말을 맞아 친구의 집에 방문한 당신에게 친구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치는 게 아닌가. "사실 A와 나는 서로 사랑하고 있어. 몇 주 전에는 영화도 같이 봤어. 그리고 매일 자기 전에 전화 통화도 하고 있어. 그리고 조금 전에도 집에 같이 있었어. 그리고……, 그리고……."


이런 경우에 일반적으로 우리는 회의적인 사고를 발동시키지 않는다. 친구의 주장을 확신하기 전에 증거를 찾아서 평가해 보지도 않을 뿐더러 다른 가능성들은 생각해 보지도 않는다. 친구의 주장이 그럴듯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신은 "내게 증거를 보여줘!"라는 말 대신 이런 말을 하게 된다. "와우! 축하해!"


결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 잘 알려진 로버트 기요사키의 그럴듯한 주장을 맹신하고 추종한다. 그의 그럴듯함을 추종하는 이들은 그가 말하는 현금 흐름 사분면의 오른쪽(사업가와 전업 투자자)으로 가기 위해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무리하게 사업(대부분이 다단계를 선택한다)을 벌이거나 전업 투자자로 직업을 전향한다.(우리나라에는 생각보다 많은 수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추종자들이 있다. 전업 투자자로서 파생상품 거래를 주로 하는 내 지인도 그런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통해 과거에 자신이 했던 일이라고 주장하는 부동산 투자와 기업공개 Initial Public Offering 등을 증명하라는 회의주의자들의 요구에 다음과 같은 말로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나는 나 자신이나 내 책, 그리고 제품에 관한 논평에는 응하지 않는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통해 과거에 자신이 했던 일이라고 주장했던 그럴듯한 일 중에서 그가 사람들에게 증명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증명할 수 없는 그의 주장은 공상소설일 뿐이다. 게다가 2001년 5월에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당시 그는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5%룰[상장기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된 경우와 보유한 자의 지분이 해당 법인 주식 총수의 1퍼센트 이상 변동된 경우, 그 내용을 5일 이내에 금융감독원(미국의 경우는 증권거래위원회)과 한국거래소 등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제도]을 모른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어쨌든 지금까지 증명된 그의 직업은 사업가도, 투자 전문가도 아닌 책 잘 파는 공상소설 작가일 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에겐 증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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