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위기 주식회사 대한민국

   
이현훈 (지은이)
ǻ
메이트북스
   
21000
2025�� 03��



■ 책 소개


침몰하고 있는 대한민국호를 위한 재활 처방!

한국경제는 한국의 성장이 정점에 도달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피크코리아’를 넘어 일본이 걸었던 ‘잃어버린 30년’의 길로 가고 있다. 한때 급속한 성장을 이루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제는 성장 정체와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의 변혁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2.0 시대에 돌입하면서 100년 전의 세계대공황을 이끈 관세전쟁이 다시 시작되는 상황까지 겹쳤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한국경제가 이처럼 최악으로 치닫는 세계경제 상황을 견딜 만한 체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한국경제의 현황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피고 객관적인 수치를 확인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우리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트럼프 2.0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정책들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시점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의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에 도움이 될 정책을 소개하고 우리의 현실에 맞는 다양한 방면에서의 개선점을 제안한다. 저자는 어려울 때일수록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은 변화의 두려움을 타파하고 미래를 향해 도약할 때가 되었다.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에 대해 알고 그 대안을 찾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이현훈
제4의길연구소 대표이며, 유튜브 채널 〈이현훈교수의 경제포럼〉을 운영중이다. 미국 오레곤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후 강원대학교 국제무역학과 교수, 유엔 아태경제사회이사회(UN ESCAP) 선임환경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사무국 선임분석관으로 근무했으며,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교·호주 멜버른대학교·일본 게이오대학교의 초빙교수, 한국은행의 초빙연구원, 국제도시훈련센터(IUTC) 원장 등을 역임했다. 아울러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을 비롯해 한국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위원장과 국제통상학회, 한국무역학회, 한국발전학회 등의 이사 및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수십 편의 SSCI 등재 국제학술지 논문과 저서를 출판한 한국의 대표적인 국제경제학자이다. 저서로는 『예정된 미래: 네 가지 뉴노멀과 제4의 길』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세계』 『세계화·정보화시대의 신무역학원론』 『한국경제: 과거, 현재, 그리고 21세기 비전』이 있고, 국제적인 출판사에서 출간한 영문 도서로 『Post-COVID Asia: Deglobalization, 4th Industrial Revolution and Sustainable Development』 『Korea’s Economic Miracle - Fading or Reviving』 『Frontiers of Research in Intra-industry Trade』 『The Korean Economy: Post Crisis Policies, Issues and Prospects』 『New East Asian Regionalism』 등이 있다.

■ 차례
들어가며_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다시 위대하게!

PART 1 네 가지 뉴노멀을 마주한 사피엔스

1장 첫 번째 뉴노멀: 디지털사회
01 사피엔스의 세 번의 초거대혁명
02 디지털 이주인 초연결 네트워크
03 인공지능(AI)-로봇과의 동거가 시작되다
04 반도체패권이 곧 세계패권
05 디지털 골드러시인 암호화폐의 일반화

2장 두 번째 뉴노멀: 노인사회
01 산업혁명 이후 인간 수명의 급격한 증가
02 급격히 감소중인 전 세계의 출산율
03 기대수명 증가와 출산율 하락이 만들어낸 고령사회
04 AI를 창조하면서 스스로 신이 된 인간

3장 세 번째 뉴노멀: 양극화 사회
01 농업사회와 산업사회에서의 불평등
02 디지털사회에서의 양극화
03 노인사회에서의 양극화
04 갈등과 대립을 키우는 정치양극화

4장 네 번째 뉴노멀: 기후위기
01 홀로세에서 인류세로! 여섯 번째 대멸종의 위기
02 결코 정의롭지 않은 기후위기
03 기후위기의 핵심은 에너지 전환
04 기후위기는 식량위기

5장 네 가지 뉴노멀, 네 가지 스완
01 디지털 스완: 축복이지만 재앙이 될 수도
02 화이트 스완: 인구오너스를 걱정해야 할 때
03 블랙 스완: 사회양극화의 심화
04 그린 스완: 생존과 직결된 기후위기


PART 2 ‘세계대공황’이라는 유령의 귀환

1장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01 우리가 미처 몰랐던 미국패권의 진실
02 미국패권의 핵심은 달러패권
03 달러패권을 지키려는 트럼프의 승부수
04 절대강자 미국의 아킬레스건

2장 빨라지고 있는 중국경제의 일본화
01 중국몽이 부른 미·중 패권경쟁
02 미·중 패권경쟁의 핵심은 반도체전쟁
03 중국이 미국을 이길 수 없는 이유
04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에서 나타난 특징들
05 중국경제의 피할 수 없는 일본화

3장 트럼프가 불러낸 ‘세계대공황’ 유령
01 트럼프발 관세전쟁과 중상주의의 귀환
02 경제침체를 불러올 글로벌 무역전쟁
03 트럼프 2.0 시대의 미국발 세계대공황 시나리오
04 소용돌이치는 격랑 속의 위태로운 대한민국호


PART 3 당뇨합병증에 허덕이는 대한민국

1장 희망이 없는 인구소멸사회
01 급성 조로증에 걸린 주식회사 대한민국
02 비대칭적 인구소멸의 재앙이 현실화
03 인구오너스가 불러오는 마이너스 성장
04 고령화가 불러오는 심각한 사회양극화

2장 빚으로 지은 집이 불러올 재앙
01 세계에서 가장 비싼 서울의 집값
02 오히려 독이 된 정부의 부동산 정책
03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긴 부동산 정책
04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한국의 가계부채
05 빚으로 지은 집이 불러올 심각한 후폭풍

3장 디지털사회의 아날로그 교육
01 그저 숫자만 늘어난 대학 졸업장
02 오직 대입만을 위한 아날로그 교육
03 한국 명문대학들의 초라한 위상
04 디지털 인재의 한국 탈출 러시


PART 4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위한 긴급처방전

1장 출산을 하고 싶은 나라 만들기
01 여성가족부와 통합해 인구가족부를 신설하자
02 안정적인 일자리를 청년들에게 제공하자
03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공급하자
04 사회가 책임지는 양육 시스템을 구축하자
05 일과 가정의 양립이 필수가 되게 하자

2장 집이 삶의 터전인 나라로 만들기
01 부동산 경기를 하향 안정화해야 한다
02 주택가격의 수요와 공급에 정부가 개입하지 말자
03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
04 우리가 꼭 배워야 할 싱가포르의 부동산 정책

3장 교육개혁을 넘어 교육혁명이 필요하다
01 디지털시대 교육혁명의 여섯 가지 원칙
02 대입 수학능력시험의 N수생 패널티 도입
03 국립대는 통합 운영, 사립대는 완전 자율 운영
04 학벌과 의대가 안정된 미래를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

나오며_엄청난 결단과 노력,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자!
미주

 




절대위기 주식회사 대한민국


네 가지 뉴노멀을 마주한 사피엔스

첫 번째 뉴노멀: 디지털사회

디지털 이주인 초연결 네트워크

디지털혁명은 인류를 초연결사회로 이끌었다. 20세기 말에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 WWW의 확산으로 지식과 정보가 빠르게 교환되었다. 스티브 잡스가 2007년 발표한 아이폰으로 디지털사회는 더욱 빠르고 손쉬운 초연결사회가 되었다. 스마트폰은 1970년의 슈퍼 컴퓨터보다 100만 배나 더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


디지털혁명은 2차원의 초연결사회를 3차원의 메타버스 초연결사회로 발전시키고 있다. 메타버스로 게임, 온라인 콘서트, 친구와의 만남이 가능해졌다. 페이스북은 회사명을 메타 플랫폼스로 변경해 3차원 메타버스를 구축하고 있다. 메타, 아마존, 애플 같은 대형 테크 기업들도 확장현실을 구현하는 스마트 안경을 통해 가상 세계를 만들고 있다.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초고속 인터넷이 가능해지면 사피엔스 인류는 스마트폰을 통해 더욱 쉽게 지식과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협력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통해 저궤도에 4만 2천 개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려 전 세계 어디서나 초고속인터넷을 제공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2025년 1월 기준으로 7천 개 이상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 아마존의 카이퍼 프로젝트와 영국의 원웹도 위성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중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류는 온라인 교육과 재택근무를 강요받았다. 이를 통해 온라인 교육과 재택근무가 만족도와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디지털기술 덕분에 이러한 방식이 가능했다. 팬데믹이 끝난 현재 예전의 교육과 근무 방식으로 완전히 돌아가지 않고 있다. 이제는 '하이브리드' 교육과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이 일반화되었다.


지구 전역으로의 이주를 마친 사피엔스는 이제 가상의 디지털세계인 메타버스로 이주를 시작했다. 메타버스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포함한 디지털 환경으로, 비즈니스, 학습,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21년 페이스북은 회사명을 메타 플랫폼스로 변경한 후에 3차원 메타버스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메타버스를 인터넷의 3D 확장으로 정의하며, 가상 경제가 실제 경제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메타버스에서는 이미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AR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가상으로 제품을 체험하게 하고,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메타버스로의 이주는 계속될 것이며, 이에 따라 사피엔스 인류가 도시의 좁은 공간을 떠나 전원으로 이주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메타버스는 사피엔스 인류에게 새로운 네트워크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반대로 실제 사회보다는 메타버스 속에 빠져들어 전통적인 친교와 결혼, 그리고 출산을 회피할 수 있다. 영화 메트릭스가 그저 공상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피엔스 인류는 유발 하라리가 말한 것처럼 '가상의 실재를 믿는 능력' 덕분에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다. 메타버스 역시 가상의 실재로, 사피엔스 인류가 수만 년 동안 믿어온 전설, 신화, 국가, 화폐와 같은 허구의 연장선에 있다. 메타버스 속의 허구도 물리적 현실 세계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것이다.


인공지능(AI)-로봇과의 동거가 시작되다

2022년 11월 30일, 디지털혁명의 과정에서 또 하나의 획기적인 사건이 터졌다. ChatGPT라는 인공지능(AI)의 등장이 그것이다. 세계 과학 분야 최고 학술지인 네이처는 ChatGPT를 '2023년 과학 분야 최고의 인물 10'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ChatGPT의 등장은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ChatGPT는 발표한 지 2개월 만에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하며 지금까지 나온 모든 디지털 서비스 중 '최단 기간 가입자 1억 명 돌파'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ChatGPT는 OpenAI에 의해 개발된 대형 언어 모델(LLM)이다. 풀어서 얘기하면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즉 '사전 학습된 변환기 기반'의 대화형 인공지능이다. 사실 ChatGPT는 2022년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2018년에 GPT-1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나온 후, 2019년 ChatGPT-2, 2020년 ChatGPT-3로 계속 성능을 높여왔다.


ChatGPT의 등장과 함께 다양한 AI가 경쟁적으로 등장하면서 AI는 센서, IoT, 신경망, 모바일 연결 장치, 클라우드 컴퓨팅과 결합해 경제·정치·사회·문화 전반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주식투자·급여·세금·금융·회계 업무 등에서 AI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원격 의료와 원격 모니터링에서도 AI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AI는 법률 연구와 분석, 소송 관련 문서 분석과 신문 기사 작성에도 사용되고 있다.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구보다 작곡, 그림, 시, 소설과 같은 창의적인 작업까지도 척척 해낸다.


AI는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으로 존재할 뿐만 아니라 로봇과 결합해 스마트 로봇으로 변신하고 있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는 2040년경에 인간처럼 행동하는 AI 기반 로봇 '휴머노이드'가 100억 개를 넘어 전 세계 인구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스마트 로봇은 산업 현장에서 인간과 협업하는 코봇(Cobot)으로 사용되며, 스마트 팩토리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AI와 결합한 로봇은 식당, 배달, 슈퍼마켓, 병원, 노인돌봄시설, 호텔 등 다양한 생활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산업혁명을 통해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신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젠 인간보다 똑똑해진 AI-로봇이 육체노동뿐만 아니라 지적 노동도 대체할 것이다. 이 때문에 인간의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편에서는 "산업혁명 시절에 기계에게 일자리를 빼앗긴다고 러다이트 운동(1811~1816년에 영국에서 일어난 기계 파괴 운동)과 같은 노동자들의 저항이 있었지만 결국 일자리는 더 늘어나지 않았으며,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산업혁명 당시에 인간은 제조업과 농업에서 일자리를 잃었다. 그래서 인간은 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도 일자리가 부족해서 노동시간을 대폭 줄였다. 하지만 그때와는 달리 이번엔 서비스 분야에서 더 많은 일자리가 AI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디지털혁명으로 인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다. 오직 디지털혁명을 주도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소수만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대공황’이라는 유령의 귀환

빨라지고 있는 중국경제의 일본화

중국몽이 부른 미·중 패권경쟁

2010년 중국은 세계 GDP 순위에서 일본을 제치고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마침내 G2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당시 중국의 GDP는 6.1조 달러로 미국의 15조 달러에 비해 40%에 불과했다. 더욱이 중국의 일인당 GDP는 4,551달러로 미국의 48,651달러의 1/10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샤오평이 개혁개방의 기치를 내걸던 1978년에 비하면 GDP로는 40배, 일인당 GDP로는 30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전 세계 인구의 1/5이나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불과 20여 년 만에 이뤄낸 기적같은 성과였다.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후진적 사회주의 국가였던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2013년 3월 국가주석으로 취임한 시진핑은 '중국몽'을 국가적 비전으로 내세웠다. 19세기 아편전쟁 이후 100년간 서구 열강과 일본으로부터 받은 굴욕을 씻고, 과거의 위대한 강대국 지위를 확립하겠다는 의사의 표현이었다.


중국몽은 구체적으로 '두 개의 100년 목표'를 내세웠다. 첫 번째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전면적 소강사회, 즉 모든 인민이 풍족하고 안정된 생활을 누리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즉 경제, 군사, 문화, 과학 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방국들은 시진핑의 중국몽이 중화주의, 즉 중국 중심의 국제 질서 재편을 목표로 하며, 세계 각국의 자율성과 주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미국은 중국몽이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이고, 미국의 경제적∙군사적∙외교적 패권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군사 현대화와 확장을 통해 지역 및 글로벌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미국의 군사적 우위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또한 중국몽이 중국식 사회주의 모델을 강조하고 있어 서구식 민주주의가 아닌 권위주의적 정치 체제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2018년 12월에 트럼프와 시진핑은 G20 정상회담에서 만나 90일간 추가 관세를 유예하기로 합의했고, 2020년 1월에 미국과 중국은 ‘1단계 무역합의’를 체결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에너지, 서비스 구매를 2년간 2천억 달러 규모까지 확대하기로 약속했으며, 미국은 일부 관세를 철회하거나 완화하기로 했다.


2021년 1월에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중국 무역 제재를 더욱 체계적이고 동맹 중심적으로 발전시켰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1.0 시기에 부과된 중국산 제품 관세를 대부분 유지하는 동시에 다양한 기술제재를 시작했다. 무역전쟁이 기술전쟁으로 확산된 것이다.


2022년 10월, 미국은 첨단 반도체 기술과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포괄적 규제를 발표했다. 제한 대상은 14나노미터 이하의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와 인공지능, 고성능 컴퓨팅 등 군사적으로 활용 가능한 첨단 기술이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법을 통해 미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 제조와 연구에 약 520억 달러를 투자했다. 미국의 인텔과 같은 회사뿐만 아니라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과 같은 외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도록 유도했다.  


트럼프 1.0은 미·중 간의 무역전쟁의 문을 열었다. 2025년 1월 20일 출범한 트럼프 2.0은 미·중 간의 무역전쟁을 더욱 본격화하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중국이 우회 수출하는 통로인 멕시코와 캐나다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해서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거운동 기간부터 밝혔다. 시진핑의 중국과 트럼프의 미국이 강대강의 패권경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점이다.


트럼프가 불러낸 ‘세계대공황’ 유령

트럼프 2.0 시대의 미국발 세계대공황 시나리오

"세계경제는 1920년대의 대공황과 유사한 압력에 직면해 있다."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024년 9월 20일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연설에서 한 말이다. 그는 “1920년대와 2020년대 모두 세계 무역 통합의 좌절과 기술 발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세계는 "1920년대 이후 최악의 팬데믹과 1940년대 이후 최악의 유럽 갈등, 그리고 1970년대 이후 최악의 에너지 쇼크에 직면했었다"고 말했다.


더 구체적으로 1920년대와 2020년대를 비교해보자. 1929년 세계대공황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했다. 첫째, 과잉생산과 소비 둔화이다. 1920년대는 “광란의 20년대"라고 불릴만큼 경제 호황이 이어진 시대였다. 2차 산업혁명(19세기 후반~20세기 초)은 전기, 자동차, 가전제품, 철강, 화학 공업의 '혁명적인 발전을 가져왔고, 대량생산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품 생산이 크게 증가했다. 그런데 자본설비의 확층에 따라 노동은 생산 요소로서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고, 임금상승은 자본소득의 증가속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뎠다. 이는 결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잉생산이 경제위기로 이어지는 주요 요인이 되었다.


둘째, 2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자동차와 전기 산업의 급성장은 과도한 기대를 불러일으켰고 이에 많은 투자자들은 빚을 내 주식시장에 투자했다. 그러나 과잉생산에 따른 재고가 증가하면서 1929년 10월 주식시장 거품이 터졌고, 이는 대공황의 촉발 요인이 되었다.


셋째, 당시 미국 정부는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통화 및 재정정책을 시행하지 못했다. 특히 대공황 초기에는 금본위제 유지와 균형 예산을 우선시하다 보니 통화 공급이 부족했고, 이는 경제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밀턴 프리드먼은 "당시 연준이 통화량을 도리어 축소했기 때문에 대공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넷째, 경제상황이 악화되자 미국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스무트-홀리 관세법으로 수입 관세를 대폭 인상했고, 상대국들도 관세보복을 하면서 미국의 경제침체가 세계대공황으로 확산되었다.


그렇다면 2025년 현재의 상황을 살펴보자. 첫째,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현재 인류는 초거대혁명을 진행중이고, 그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디지털혁명 시대에는 모든 인류가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의 슈퍼 컴퓨터를 손에 들고 있고, 이 슈퍼 컴퓨터는 초고속 통신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여기에 AI-로봇이 인간의 육체적 노동뿐만 아니라 지적노동까지도 대체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간의 노동은 AI-로봇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고, 인간의 노동임금은 자본소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풀린 천문학적인 유동성 때문에 주식 가격과 주택 가격이 급상승한 상태다. 이 때문에 소득보다는 자산의 양극화가 심한 상황이다.


둘째. 디지털혁명을 선도하는 테크기업들에 투자금이 몰리면서 주식시장 거품의 우려가 있는 것도 1920년대와 비슷하다. GDP 대비 시가총액으로 계산하는 버핏(Buffett)지수는 2024년 기준 208%로,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직전보다 높은 수준이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상 최고치에 와 있다.


많은 투자자들과 경제학자들이 ‘AI 거품론’을 제기하고 있다.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이자 ‘버블 감별사’로 유명한 제레미 그랜섬 GMO 창업자는 “AI도 역사적으로 있었던 수많은 거품과 다를 게 없다”면서 “AI 거품이 곧 터지는 과정에서 주식투자자들이 어려운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셋째, 1929년 당시와 달리 현재 미국은 적극적인 통화 및 재정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자산시장의 거품을 키우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뒤부터 행정부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만들며 경기를 부양해왔고, 연준은 전통적인 기준금리 인하뿐만 아니라 유동성을 직접 시중에 공급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해왔다. 더욱이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천문학적인 재정지출과 통화팽창 정책을 시행해왔다. 이에 따라 빠르고 강력한 경제회복이 가능했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불러왔다. 인플레이션은 일반적인 물가 상승을 말하는 소비자물가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자산가격의 인플레를 일으켰다. 이것이 자산양극화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의 버블을 만들어왔다.


넷째, 트럼프 2.0의 관세전쟁이 세계를 무역전쟁과 경기침체로 몰아가고 있다. 이는 미국이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으로 수입 관세를 대폭 인상하고 상대국들도 관세보복을 하면서 미국의 경제침체가 세계대공황으로 확산된 상황과 매우 비슷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1929년 세계대공황은 목요일인 10월 24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주가가 폭락하면서 시작되었다. 공황 상태에 빠진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매도했으나, 은행과 주요 투자자들이 개입해 일부 주식을 매수하며 주가는 다소 회복되었다. 주말 동안 불안감이 커지며 10월 28일 월요일 개장과 동시에 대규모 매도세가 나타났고, 주요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다음 날인 29일 화요일에 주가는 다시 한 번 대규모로 폭락했다. 이로써 은행과 기업,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시장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으면서 주식시장은 붕괴되었다.


만약 2025년에 '제2의 세계대공황'이 온다면, 이번에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주가가 폭락하며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여러 가지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었다가 해소되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가 높다. 그런데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단기 채권은 수익률이 빠르게 상승하는 반면, 투자자들이 향후 경기침체를 예상하면서 장기 국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장기 수익률이 낮아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장단기 금리의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수익률 곡선 역전은 역사적으로 경기침체의 선행지표 역할을 해왔다. 미국에서 2년 만기 국채수익률과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의 역전은 1980년 전후, 1980년대 말, 1990년대 말, 그리고 2006년 전후에 발생했는데 모두 약간의 시차를 두고 경기침체가 발생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위한 긴급처방전

집이 삶의 터전인 나라로 만들기

주택가격의 수요와 공급에 정부가 개입하지 말자

서울은 이제 전 세계 선진국 도시 중에서 소득 대비 집값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서울의 평균적인 가계가 평균적인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무려 26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


'집값이 또 올라버릴 수 있으니 가능한 빨리 최대한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게 현명한 내 집 마련 방법이고 투자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더욱이 집값이 올라가는 것만을 본 젊은 세대들은 더욱더 부동산투자가 최고의 투자라고 생각하는 '부동산 불패' 신화에 빠진 것 같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이 신화가 통하지 않는다. 아파트 가격도 결국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선 수요부터 생각해보자. 주택수요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은 인구, 소득, 금리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인구와 소득이 빠르게 증가할 때는 아파트 수요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총인구가 이미 감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택수요가 가장 많은 젊은 인구, 즉 15세 이상 64세까지의 생산연령인구는 매년 30만 명씩 감소하고 있다. 이 감소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집값이 가장 높은 서울의 연령별 가구 분포를 보면, 60대 이상 가구는 늘고 있는 반면에 주택수요가 많은 40대와 50대 가구는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인구고령화로 인해서 1970년대 10%를 넘던 연간 경제성장률은 빠르게 감소해서 이제 2% 수준이다. 한국은행 추계에 의하면 잠재성장률은 2030년대 중반에 이르면 0%대까지 감소할 것이고, 2050년대에는 0%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다.


인구가 감소하고 소득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더라도 금리가 하락하면 주택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이것이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3.5%까지 올렸던 기준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예전처럼 기준금리를 0%대로 낮출 수는 없다.


한국만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중앙은행들이 아무리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도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았고 시중금리도 낮았다. 그러나 세계가 이제 탈세계화를 넘어 무역전쟁을 하는 상황이 되면서 더 이상 중국과 같은 나라가 물건을 저렴하게 무한정 공급할 수 없다. 한편으론 기후위기로 인해 에너지 비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엄청난 전력을 소모함으로써 전력요금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는 인플레가 상존하는 세상이 되면서 중앙은행은 금리를 예전처럼 낮출 수 없는 것이다.


2023년과 2024년에 정부가 내놓은 '정책금융'이라는 이름의 저금리 부동산 담보대출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왜냐하면 매년 늘어나는 재정적자와 정부부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책자금을 집값 띄우는 데 쏟아 부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가계부채가 너무 많은 상황에서 더 이상 "빚내어 집 사라“는 정책을 쓰면 위험하다는 것도 정부가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동산시장의 공급은 어떤가? 기존 주택의 공급은 단기적으로는 금리와 함께 부동산 경기에 대한 집주인들의 전망에 의해 결정된다. 즉 금리가 높고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면 매물이 늘어난다. 기존 주택 매물의 증감은 중장기적으로는 인구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인구고령화가 진행되고 인구가 감소하면 기존 주택 매물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누구든 마찬가지로 사망에 이르면 살던 집이 주택 매물로 나오게 된다. 혹은 자식에게 상속하게 되는데, 이 경우 자식의 주택수요를 감소시켜 결국 주택 매물에서 주택수요를 뺀 ‘순주택공급’은 증가하게 된다.


이렇듯 주택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한국은 유독 정부가 주택시장에 개입해 수요와 공급을 교란하는 게 문제다. 2024년 9월까지 서울 아파트 값이 오른 것은 갑자기 공급이 부족해진 것이 아니라 정부가 특례대출과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2024년 7월에서 9월로 늦추면서 가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단기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면서 기존주택 매물 또한 일시적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시장을 이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시장을 억지로 이기려 하면 일본의 1990년, 미국의 2008년과 같이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경제 전체가 큰 위기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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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