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네이버는 어떻게 은행이 되었나

   
김강원
ǻ
미래의창
   
16000
2020�� 12��



■ 책 소개


밀레니얼은 더 이상 은행에 가지 않는다?!

카카오톡으로 송금하고, 네이버페이로 결제하고 오늘도 점심은 배달이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식당 대신 배달 음식으로 점심을 시켜 먹은 지 꽤 됐다. “오늘 점심은 내가 시킬게”라는 톡과 함께 결제내역을 캡처한 사진 한 장이 메신저 창에 올라온다. 그 즉시 입금됐다는 메시지가 연달아 온다. 송금을 위해 계좌번호를 알려줄 필요도 없고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를 입력해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도 필요 없다. 상대 프로필에서 보낼 금액만 입력하면 된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새 코트를 구입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뒤졌다. 마음에 드는 옷이 하필 회원가입이 안 돼 있는 사이트지만 회원가입을 위해 이것저것 입력할 필요가 없다. 결제 프로그램을 새롭게 다운로드하고 카드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면 네이버페이에 입력된 내 정보가 자동으로 연결될 뿐만 아니라 할인에 적립금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결제를 위한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현금 없는 시대가 온다며 떠들어댔지만, 지금은 카드조차 필요 없는 시대가 되었다. 밀레니얼 세대는 결제부터 송금, 증권, 보험, 대출,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금융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한다. 경제의 핵심 성장 축으로 주목받고 있는 그들은 금융 시장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변화하는 금융 시장에서 새롭게 도래할 기회를 붙잡고 싶다면 밀레니얼 세대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새로운 서비스에 밀레니얼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단순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밀레니얼은 더는 불편하고 복잡한 서비스를 원하지 않는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간단하고 단순해야 한다. 간편송금 시장을 연 토스가 그랬고, 간편결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네이버가 그랬으며, 후발 주자인 카카오뱅크 역시 꼭 필요한 기능만 남기고 다른 모든 기능을 없앴다. 앞으로는 더 나은 기술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기보다는 어떤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 저자 김강원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현재 세계 3대 경영 컨설팅 펌인 베인앤드컴퍼니(Bain&Company)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평소 경영전략과 재무, 기술경영 부문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베인앤드컴퍼니에 합류하기 전 핀테크 회사에서 일하며 경영전략 수립, 사업 기획 등을 담당했다. 전 회사의 기업 공개(IPO) 실무 총괄을 맡았으며 핀테크 서비스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 수립 및 관련 비즈니스를 수행했다. 또한 다수 스타트업의 M&A와 PMI(Post-Merger Integration)의 과정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디지털 금융 시장을 변혁하는 여러 핀테크 기업의 등장을 목도하고, 파괴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데 관심을 두게 됐다. 이 밖에 블록체인 기반의 혁신 금융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한 해커톤 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다.

■ 차례
프롤로그

1부 모든 비즈니스는 핀테크로 통한다
IT의 습격, 금융의 중심에 선 핀테크
쇼핑몰은 어떻게 금융 회사가 되었나
통신사는 왜 핀테크에 주목할까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스타트업
핀테크 혁명에도 잘나가는 금융사의 비결

2부 IT를 업고 부상한 신흥 금융 강자들
혁신을 만드는 거대 개미, 앤트그룹
같지만 다른 은행, 카카오뱅크
동남아시아 금융 시장의 설계자, 그랩
학자금 대출에서 시작한 P2P 스타, 소파이
화폐의 국경을 없애다, 레볼루트
월가를 갈아엎은 신예, 로빈후드
AI로 48시간 만에 집을 팔다, 오픈도어
보험을 다시 쓰다, 레모네이드

3부 핀테크 트렌드로 보는 미래 금융
코로나, 옥석 가리기의 시작
카카오·네이버·토스, 뚜렷한 3강 구도
밀레니얼이 원하는 금융은 어떻게 다른가
닫혀 있던 은행 문이 열리다,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시대에는 데이터가 돈이다
화폐의 미래, 암호화폐에서 디지털 화폐까지
핀테크 시대, 은행은 어떻게 변할까

에필로그

 




카카오와 네이버는 어떻게 은행이 되었나


모든 비즈니스는 핀테크로 통한다

IT의 습격, 금융의 중심에 선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된 2017년 초까지만 해도 국내 유수의 기관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장 진입이 금융업에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고 예측했다. 그들이 제공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전통 금융기관에서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비해 크게 차별화되지 못해 고객이 체감할 가치가 크지 않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하지만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그 날, 이 모든 예측은 빗나갔음이 증명됐다.


카카오뱅크, 메기가 아닌 대세가 되다

과거 유럽 어부들은 신선도가 생명인 청어를 운송하기 위해 수조에 청어의 천적인 메기를 함께 넣어 보냈다. 이렇게 하면 청어가 메기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움직여서 도착하고 나서도 싱싱한 청어를 받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2015년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을 발표하면서 이 ‘메기효과’를 거론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는 메기를 넘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출시 2년 만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수로 모든 은행을 압도하더니 출범 3년째를 맞은 2020년 지방은행의 자산 규모를 능가하기 시작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가입자 수는 1,250만 명으로 전 국민 네 명 중 한 명이 사용하는 국내 1위의 모바일 뱅킹이 되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를 사용하는 고객을 만나보면 “다른 시중 은행과 비교해 카카오뱅크 금리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복잡한 과정 없이 카톡하듯 송금하고, 쉽게 돈 관리를 할 수 있어서 사용한다”라고 말한다. 카카오뱅크는 우리가 당연하게 써왔던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를 없애고, 예ㆍ적금에 가입할 때마다 귀찮게 읽어야 했던 문서들을 간단한 방식으로 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심지어 복잡한 수수료 체계도 없앴다.


이런 시도는 이제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기존 은행들은 자신들의 모바일 뱅킹을 카카오뱅크 화면처럼 간소화하고, 인증 과정도 지문이나 얼굴 확인으로 대체한다. 은행의 수익 모델 중 하나인 수수료까지 없애면서 카카오뱅크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변화를 좇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핀테크 유니콘, 금융의 중심에 서다

이미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세계 경제를 고려할 때 저금리 기조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전통적인 금융사의 오프라인 지점에서 창출되는 이자 중심 사업 모델은 점차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이미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19년 2%대를 기록한 것을 넘어, 2020년 예상치 못한 코로나의 습격으로 인해 최초로 -4~-5%대의 역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이자마진에 의존한 사업 구조는 다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은행들의 수익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순이자마진율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반면에 핀테크 서비스는 영향력을 확대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페이팔, 벤모 등 간편송금 서비스의 개인 간 송금액이 뱅크오브아메리카, 체이스, 웰스파고와 같은 대형 은행 수준으로 증가했다. 금융기관의 소비자들은 그동안 웬만해서는 다른 경쟁 금융기관으로 이탈하지 않았지만, 간편함을 무기로 내세운 새로운 핀테크 서비스로는 빠르게 옮겨갔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에서 결제 편의를 위해 출시한 ‘알리페이’는 현재 알리바바의 핀테크 전문 자회사인 앤트그룹에서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서비스 초기부터 알리바바의 거대한 고객 기반을 활용해 신용카드가 없는 중국 고객의 특성에 맞게 은행 계좌나 휴대폰을 결제 수단으로 제공했다. 이후 이를 토대로 대출, 투자, 보험과 같은 다양한 금융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세계 최대의 핀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동남아시아 공유 차량 서비스 업체인 그랩은 공유 차량 서비스를 통해 금융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핀테크 기업이다.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는 계좌나 카드와 같은 결제 수단이 없는 고객이 대다수로 금융업이 초기 단계다. 이런 동남아시아에서 그랩은 자신들이 확보한 1억 8천만 명 이상의 고객 기반을 활용해 금융 서비스로 지변을 넓히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금융 시장을 자랑하는 영국에서도 챌린저 뱅크가 급성장하고 있다. 챌린저 뱅크는 영국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영국 정부가 금융 위기 이후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인가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오프라인 지점 없이 모바일과 인터넷만으로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1,500만 명의 고객을 모았다. 이 기세를 이어간다면 20203년 유럽 내에 8,500만 명 수준의 고객을 확보하며 기존 은행들과 동등한 위치에 설 것으로 점쳐진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향후 5년 이내에 유럽 은행의 10%가량이 도산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새로운 금융 서비스 모델은 계속된다

이제는 핀테크나 인터넷전문은행이 더는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그만큼 새롭고 혁신적인 모델이 자주 나오고 있지 않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들 역시 전통 은행을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핀테크에 대한 거품이 꺼질 날이 머지않았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그러나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핀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적으로 투자가 위축됐음에도 핀테크 부문에서는 계속해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피닉스는 80여 명의 직원이 일하는 미국의 작은 회사지만 누적 투자 금액 1,100억 원(9,600만 달러)을 유치하며 높은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커머스 회사가 직접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 쿠팡의 쿠페이,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페이와 같은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고, 여러 규제 변화에 시시각각 대응해야 한다. 이들은 이런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솔루션을 구독 형태로 제공해 기업이 소비자에게 간단하고 편리하게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한다.


보험과 기술을 결합한 인슈어테크 시장은 특히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영국의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BBM은 수의사와의 상담을 결합한 애완동물 보험 상품을 제공한다. 이 보험은 애완동물의 사고, 질병 등을 보장하는 온라인 보험으로 보험에 가입한 고객에게 앱을 통해 365일 24시간 언제든지 수의사에게 비대면 의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퍼스트벳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7년 애완동물 보험 상품을 출시한 이후 현재 20만 마리 이상의 애완동물을 보장하고 있으며, 매년 15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20년 5월에는 1,200억 원(7,840만 파운드)의 투자를 유치했다.



핀테크 트렌드로 보는 미래 금융

코로나, 옥석 가리기의 시작

코로나는 모든 것을 바꿨다. 직장인은 집에서 일하는 게 더 이상 어색하지 않고, 학생은 모니터 앞에 앉아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다. 퇴근 후에 직장동료나 친구들을 만나며 보내는 시간은 각자 깁에서 넷플릭스나 왓챠를 보는 것으로 바뀌었다. 휴가 때면 캐리어를 싸서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이 일도 이제는 요원하게 느껴진다.


집이 모든 활동의 중심으로 바뀌면서 온라인 쇼핑 업계가 급성장했다. 젊은 세대뿐 아니라 중장년층 소비자도 이제 손쉽게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주문한다. 아침이면 현관문 앞에 과일, 우유 등 신선식품이 도착해 있고, 과자나 아이스크림도 슈퍼나 편의점에 가는 대신 배달시켜 먹는다. 대면 생활이 줄어들면서 비대면 서비스, 즉 언택트 서비스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렇다면 핀테크 업계는 어떨까? 반사 이익을 받은 업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러기도 했고, 그러지 않기도 했다. 2020년에는 서비스 사이에 처절한 옥석 가리기가 이뤄졌다. 궤도에 오른 기업이 살아남았고,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기업은 회복이 불가할 수준으로 뒤처졌다.


핀테크도 피해 가지 못한 코로나

핀테크 업계에도 2020년은 충격적인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들 모두 이 정도의 사회경제적 충격은 처음 경험했고, 행복한 시나리오를 그리며 사업을 키워온 많은 스타트업이 절망적인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는 여신 부문에 집중됐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신용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기업과 개인에게 차별화된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어 돈을 빌려주려는 시도가 꾸준히 있어왔다. 그런데 대다수의 핀테크 기업에는 고객에게 발생 가능한 장기적 리스크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했다. 또한 투자 유치를 위해 대출 시적을 쌓아야 해서 상환 능력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무리하게 대출을 집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모든 것은 비극으로 돌아왔다.


캐비지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돈을 빌려주는 핀테크 기업이다. 신용평가가 어려운 작은 사업자에게 AI 기반의 신용평가를 거쳐 몇 분 내에 대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코로나 영향으로 돈을 빌려 간 소상공인들이 무더기로 폐업하면서 위기에 빠졌다. 결국 캐비지는 2020년 8월 글로벌 결제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에 1조 75억 원(8억 5천만 달러)에 인수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피해도 심각하다. 2011년 설립된 미국의 인터넷전문은행 모벤은 자금 조달이 중단되면서 모든 고객의 계좌를 폐쇄했다. 모벤은 모바일 계좌 개설 서비스를 제공한 미국 최초의 은행이다. 대신 자신들이 개발한 모바일 뱅킹 기술을 다른 은행에 판매하는 사업으로 전환했다.


한국에서는 P2P금융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5월 기준 P2P금융 업체의 연체율은 16.2%로 2018년 말 10.9%, 2019년 말 11.4%였음을 고려하면 급격한 수치 변화다. P2P금융은 주로 자금을 모아 개인 신용 대출, 중소기업 사업자 대출, 부동산 담보 대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해준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엄청난 먹구름이 낀 상태다. 부동산 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기업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코로나로 부동산 프로젝트가 진행이 안 되거나 늦춰지면서 연체율이 급증한 것이다. 2020년 3월 P2P금융 업계 1위인 테라펀딩에서는 한 투자 상품에서 30억 원 규모의 원금 전액이 손실나기도 했다.


이에 정부 규제도 혹독해졌다. 2020년 8월부터 금융위원회 P2P금융 업체에 온투법(온라인 투자연계 금융법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규제를 시작했다. 금융위원회에 등록 절차를 거치게 하는 한편, 자본금 규정과 공시 규정, 영업 방식에 대한 규제를 새롭게 도입했다. 업계에서는 240개 업체가 난립 중인 현재 P2P금융 시장에서 10여 개 정도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 여파에도 살아남은 자들

그런데 코로나로 비대면 경제 활동이 늘어나면서 핀테크 서비스 사용 자체는 늘었다. 스마트폰이 도입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그간 전통 은행들은 모바일 전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은행들이 아무리 모바일 뱅킹 사용을 독려해도 지점 방문을 고수하고, 핀테크 서비스가 파격적인 혜택을 내세워도 카드나 현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코로나는 이 모든 걸 한 번에 변화시켰다. 고객들은 앞다퉈 모바일 뱅킹이나 온라인 간편결제로 전환했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과 거리가 멀었던 중장년층 사이에서 모바일 뱅킹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고객층의 모바일 뱅킹 사용자 수는 2019년 말 416만 4천 명에서 2020년 4월 469만 9천 명으로 12.9% 증가했다. 미국에서도 신규 모바일 뱅킹 사용자는 두 배가량, 모바일 뱅킹 사용량은 85%가량 증가했다. 지난 2년간 디지털 채널 비중이 29%였음을 고려하면 급성장한 수치다.


온라인 결제 역시 폭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0년 2월 이후 4개월간 전체 카드 이용 실적은 외부 활동이 축소되면서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그러나 대면 결제는 8.4% 감소한 반면, 모바일이나 PC를 통한 비대면 결제는 12.7% 증가했다. 간편결제 서비스 중 핀테크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70%에 달하며 2019년 1월 63.3%, 12월 65.3% 대비 많이 증가했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지폐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미국에서는 전체 소비자의 30% 가량이 코로나 발생 이후 처음으로 스마트폰이나 NFC 카드와 같은 비접촉 결제 수단을 사용했다. 또한 많은 이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자 여유 시간에 자산을 관리하거나 취미로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은행이나 주식 앱을 사용하는 빈도가 쇼핑이나 게임 서비스를 이용하는 빈도를 능가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 지급도 핀테크 업계의 성장을 도왔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지급하는 지원금을 핀테크 서비스를 통해 수령할 수 있게 했다.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조치였다. 덕분에 캐시앱, 스퀘어, 페이팔. 인튜이트 등 핀테크 기업의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이 기간에 이 서비스들의 신규 사용자 증가 기록이 연일 경신됐다.


한국에서도 모두가 부정적으로 전망한 제로페이가 출시 1년 반 만에 누적 결제액 5천억 원을 돌파했다. 2019년 한 해 연간 결제액이 768억 원에 불과했지만, 2020년 4월에만 월 결제액이 1천억 원을 넘었다. 정부는 내수를 살리기 위해 제로페이에 수천억 원의 지역 상품권을 현금 대비 5~15% 저렴하게 배포하고, 긴급재난지원금을 제로페이 모바일상품권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관치금융이란 비판도 있었지만, 제로페이와 연계된 네이버페이, 페이코, 스마일페이 등 여러 서비스와 은행의 모바일 뱅킹을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다.


카카오·네이버·토스, 뚜렷한 3강 구도

2014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드라마에 빠진 중국인 A씨는 주인공인 천송이(전지현)가 입고 나온 코트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A씨는 인터넷에 수소문해 그 옷이 한국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에서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천송이 코트’를 드디어 살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A씨는 코트 구매를 포기했다. 이 당시만 해도 한국 쇼핑몰에서 결제하려면 공인인증서가 꼭 필요했다.


한국에서 핀테크가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쯤이다. 외국에서는 공인인증서 없이 한국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수 없다는 것이 문제시되면서 여러 금융사와 정부 기관에서는 앞다퉈 간편하면서도 진화된 핀테크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신흥 기업이 등장했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국내 1위의 인터넷전문은행을 보유한 카카오, 국내 1위의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를 가진 네이버, 대한민국 핀테크 스타트업의 아이콘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카카오뱅크 X 카카오페이의 고공행진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중심으로 세 기업 중 가장 앞서 있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뱅크는 여ㆍ수신을 중심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수행하고, 카카오페이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중심으로 여러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카오페이는 2021년 상반기에, 카카오뱅크는 같은 해 하반기에 상장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다른 회사들의 금융 상품을 적극적으로 소싱 및 판매하며, 금융 상품 판매를 중개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증권사의 증권 계좌 개설을 지원하고, 신용등급이 낮아 직접 대출해주기 어려운 고객에게 제2금융권 대출 상품을 연계하기도 한다. 은행이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려면 법적 제약으로 인해 일정 비율의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그래서 대출을 더 취급하기 위해서는 유상증자가 필수라 주주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기준금리 자체가 낮아 은행이 개선할 수 있는 예대마진의 상승 폭도 제한적이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는 금융 상품 판매 중개 사업을 통해 수수료 이익을 키우며 다른 은행과 사업 구조를 차별화하고 있다. 이는 카카오뱅크가 기존 금융사보다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카카오페이는 보험업 진출도 준비 중이다. 2020년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을 위한 인가를 신청했고, 금융 당국의 심사와 시스템, 상품 개발 등의 과정을 거쳐 2021년 중에는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카카오톡과 연계성을 높여 생활 밀착형 보험 상품을 출시할 전망이다.


네이버파이낸셜, 제2의 라인뱅크 만드나

네이버는 이미 일본 자회사 라인을 통해 해외에서 금융 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라인의 자회사 라인파이낸셜은 인터넷전문은행, 증권, 암호화폐에, 라인페이는 간편결제 사업에 주력한다.


네입버는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소프트뱅크 자회사 Z홀딩스와 합병하면서 일본에서도 핀테크 사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일본 결제 시장에서는 네이버의 ‘라인페이’와 소프트뱅크의 ‘페이페이’가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이 둘의 합병으로 경쟁이 한층 완화될 전망이다.


네이버페이는 2015년 출시이래, 연간 거래액 20조 원 이상, 월 결제자 수 1,200만 명대의 확보한 국내 1위의 간편결제 서비스다. 네이버페이가 쇼핑, 검색, 증권, 부동산 등 다양한 부문에서 선도적 지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네이버파이낸셜은 각 사업 영역과 금융 서비스를 연계해가며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결제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점차 보다 높은 수익성을 가진 여신, 보험, 자산 관리 서비스 등으로 확장할 것이다.


여신 부문에서는 소액 후불 결제와 네이버 쇼핑 가맹점을 대상으로 대출 상품 출시 가능성이 눈여겨볼 만하다. 네이버파이낸셜은 현재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네이버페이에서 30만 원 수준의 소액 후불 결제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금융위원회로부터 허가받았다. 일반 신용카드와 달리 결제 과정에서 고객으로부터 이자를 수취하지 못하지만, 네이버파이낸셜이 개인 대상 신용평가 모델을 정교화하기 위한 데이터를 수집해준다. 여기서 수집된 데이터는 추후 네이버파이낸셜이 개인 대상 여신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토대가 될 것이다.


종합 금융 서비스를 넘보는 토스

간편송금 서비스로 시작한 토스는 한국 대표 핀테크 서비스로 성장했다. 2020년 8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만 해도 1,700만 명, 누적 송금액은 100조 원에 달한다. 실사용자 수(월간 활성 사용자 수 기준)는 최근 3년간 약 4배 이상 성장하며 매달 1천만 명 이상이 토스를 사용하고 있다. 토스는 간편송금뿐만 아니라 신용등급 조회, ATM 출금, 부동산 소액투자, 신용카드 발급, 대출 및 보험 중개 등 40여 가지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꾸준히 발굴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20년 4월에는 처음으로 월간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2020년 8월 코로나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도 기업가치 3조 1천억 원을 인정받으며 2천억 원대 투자를 유치했다. 사업 분야 역시 토스페이먼츠, 토스증권, 토스인슈어런스, 토스뱅크 등 각 금융 계열사를 통해 영역을 넓히고 있다.


토스페이먼츠는 2020년 8월 LG유플러스의 PG(전자지급결제) 사업 부문을 토스가 인수하며 설립한 회사다. PG 사업은 온라인 쇼핑몰, 카드사, 은행 등에 결제 솔루션을 구축하고 대금을 정산하며 수수료를 받는다. LG유플러스의 PG 사업은 KG이니시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가맹점을 확보한 기업으로 약 8만여 개의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었다. 토스는 이를 인수해 단시간에 가맹점을 확보하는 한편, 그들이 창출하고 있던 300억 원 규모의 영업이익도 함께 확보했다.


토스증권도 주목할 만하다, 토스는 2020년 3월 증권업 진출을 위한 투자중개업 예비인가를 획득한 이후, 8월 본인가를 신청했다. 이들은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스마트폰을 통한 주식매매 서비스에 주력할 것이라 밝혔다. 이는 카카오페이증권이 펀드 등 금융 투자 상품을 소개하면서 자산 관리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토스증권은 직접 주식매매 시스템(MTS)을 구축해 국내 주식을 사고파는 서비스를 선보인 뒤, 해외 주식, 펀드 등으로 확장할 전망이다. 다만 주식 거래는 기존 증권사에 대한 고객의 락인 효과가 커서 우려도 나온다. 주식매매 시스템은 약간만 화면을 수정해도 고객의 반발이 나올 만큼 보수적으로 운영되는 서비스다. 많은 증권사에서 기존 앱을 그대로 운영하면서 별도의 앱으로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밀레니얼이 원하는 금융은 어떻게 다른가

밀레니얼은 은행에 가지 않는다

전 세계 20개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핀테크 서비스는 18~44세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침투도를 보이며 핀테크 성장을 촉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주요 핀테크 업체의 20~30대 고객 비중이 60~80%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향후 10년 내 금융 서비스를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될 밀레니얼 세대가 핀테크 서비스에 이미 친숙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밀레니얼 세대는 전통 금융기관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폭발적인 등록금 상승과 취업난, 그리고 내 집 마련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1.75배가량 많은 빚을 지고 있고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를 더 선호한다. 이는 은행이 과거와 동일하게 예대마진에만 집중해서는 충분한 이익을 얻기 어렵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반면 IT 기업이 혁신적인 핀테크 서비스로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할 가능성은 더욱 높다. 이들은 데이터 분석 기반의 맞춤화된 서비스에 친숙하다. 넷플릭스에 월 10달러가 넘는 금약을 지불하며 취향 분석 기반으로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추천받길 기대하며, 쿠팡에서 자신의 소비 습관을 분석해 관심 있어 할 만한 상품을 추천받고 빠르게 배송해주는 멤버십에 가입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에게 최적화된 금융 상품을 추천해주고, 돈 관리를 더 잘할 수 있는 방법 등 만족스러운 혜택이 주어진다면 토스나 뱅크샐러드에 카드 결제 내역과 같은 민감한 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딱딱한 조언자 NO, 편한 찐친 OK

과거에는 은행이라는 공간을 통해 거의 모든 금융 서비스를 소비했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은행에 방문한 경험이 적다. 은행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주로 스마트폰으로 은행을 처음 경험하는데, 스마트폰은 이들에게 메시지, 모바일 브라우저, 동영상 콘텐츠 등을 소비하는 창구다. 그런 스마트폰에서 딱딱한 조언을 주는 이미지를 내세우면 학생 때 듣던 재미없는 인터넷 강의를 연상시키기만 할 뿐, 이용하고 싶지 않은 지루한 서비스로 전락할 수 있다.


이에 핀테크 서비스는 찐친(진짜 친한 친구) 이미지를 주는 데 힘쓰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고전적인 은행원의 이미지가 전혀 없다. 대신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이 모든 서비스에 녹아 있다. 카카오페이는 송금할 때 사용하는 봉투에 애니메이션 효과를 주고, 핀크는 IC카드를 개그맨 유병재의 치아로 형상화해 만들었다.


자산 관리 앱 뱅크샐러드도 서비스 초기에는 고객의 소비나 지출 내역을 분석해 ‘돈을 아껴 써라’, ‘적금 상품을 추천한다’는 식의 코멘트를 제공했다. 그런데 고객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남긴 후기를 보면 ‘내가 돈 쓰는데 네가 왜 지적질이야?’ 는 식의 부정적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에 뱅크샐러드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바꿨다. 이전에는 고객이 택시를 자주 타면 ‘택시비를 아끼세요’ 라고 했지만, 이제는 ‘요즘 야근 많이 하고 계신가 봐요. 힘내세요’ 라는 응원의 메시지나 ‘이 정도면 차라리 차를 사는 건 어떨까요?’ 와 같은 팩폭(팩트폭력) 메시지로 전환했다. 돈을 많이 쓰고 있는 고객에게는 ‘이렇게 긁어대다간 다음 달의 나에게 멱살 잡힐지도 몰라요’라고 한다. 창의적인 표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면서 SNS상에서 ‘뱅크샐러드 너무 귀엽다’, ‘뱅크샐러드의 팩폭에 뿜었다’는 긍정적 반응이 늘어났다. 이는 자연스럽게 바이럴 마케팅으로도 연결됐다.


핀테크 서비스는 고객의 관심과 시간을 뺏기 위해 전통 은행이 아니라 카카오톡, 유튜브, 넷플릭스, 그리고 여러 모바일 게임과 경쟁한다. 스마트폰에는 여러 앱이 설치돼 있지만, 절대다수의 앱은 실행되지 않고 방치된다. 잘나가는 IT 서비스와 경쟁하며 고객이 자주 쓰는 서비스가 되기 위해서는 문턱을 낮추고 더 재미있고 친근하게 그들의 방문을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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