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함정

   
한우덕
ǻ
올림
   
15000
2018�� 06��



■ 책 소개

 

깊고도 넓은 함정, 중국은 우리 기업의 무덤인가!

 

삼성 핸드폰은 중국에서 신화적 존재였다.  한때 20%대 시장점유율을 자랑했다. 그러나 2018년 5월 현재, 2% 선도 지키지 못할 정도로 추락했다. ‘갤럭시의 굴욕’이다. 단순히 한 기업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의 대표 브랜드가 중국에서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은 곧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서 잊히고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가전이 중국에 잡혔고, 철강과 조선이 또 넘어갔다. 자동차마저 적색경보가 울린다. 그렇다면 반도체는 안전할까? 중국 반도체 굴기의 칼끝은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의 몰락은 단지 사드 보복 때문일까? 중국에서 밀리면 갈 곳은 있는가?

 

시진핑 등장 이후 중국은 더 거칠어지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뭐라 하든 자기들이 세운 목표를 향해 움직여나간다. 자칫 중국의 변화를 놓친다면, 언젠가 중국은 이전에 보지 못한 ‘괴물’ 같은 존재로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있다.

 

겉으로는 시장경제 체제로 움직이는 듯하지만 속으로 들어가 보면 국가가 시장에 ‘커다란 보이는 손(Visible Big Hand)’을 휘두르는 것이다. 중국 국내기업이든, 외자기업이든 권력의 눈 밖에 나면 단번에 훅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 전략을 짜는 기업인들이 명심해야 할 중국 특색이다.

 

■ 저자 한우덕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소장, 차이나랩 대표. 상하이 화동사범대학 경제학 박사. 베이징과 상하이 특파원을 역임했다. 중국의 경제 발전, 한중 산업협력, 글로벌 경제에서의 중국의 역할 등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는 《우리가 아는 중국은 없다》 《중국의 반격》 《중국증시 콘서트》 《중국의 13억 경제학》 《뉴차이나 그들의 속도로 가라>> 등이 있다.

 

■ 차례
머리말- 중국이라는 이웃 나라
프롤로그 1- 심판이 공도 차는 시스템
프롤로그 2- 중국, 축복인가 재앙인가

 

1부 함정_TRAP
중국은 왜 갤럭시를 버렸나?
_삼성폰의 중국 시장점유율이 폭락한 근본 이유

위기의 현대차, 벼랑 끝에 서다
_현대차의 승부수는 통할 것인가?

코닥의 몰락, 과연 남의 일일까?
_중국 비즈니스의 ‘정치 리스크’

중국 시장은 판매왕의 무덤?
_중국식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3가지 키워드

이베이는 왜 보따리를 싸야 했나?
_중국 기업이 해외 업체를 몰아내는 법

애플이 중국에 백기를 든 이유
_기술과 시장의 콜라보시스템을 구축하라

클러스터라는 블랙홀
_일자리 전쟁에서 살아남는 법

이젠 반도체 차례인가…
_중국의 기술추격에 흔들리는 한국 산업

“카드는 안 받습니다”
_규제가 있는 한 개구리 도약은 남의 일

한진해운이 떠난 자리, 누가 채우고 있나
_글로벌 시장을 향한 중국 국유기업의 포석

 

2부 뉴노멀_New Normal
선전(深圳)의 힘
_실리콘밸리에 도전하는 그들의 무기 4가지

BYD는 BYD, 테슬라와 비교하지 말라!
_중국 전기차의 도약

중국 IT 전시회에 웬 한국 구두닦이업체?
_한국과 중국의 4차 산업혁명 진행 현황

110억짜리 자동차가 상하이로 간 까닭은?
_중국 자동차산업의 역사와 미래

시간은 과연 미국의 편이었을까?
_‘G2’라는 용어를 더 이상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

일대일로에서 우리가 먹을 ‘떡’은 있는가?
_잔칫집 논리, 파티의 손님이어야 하는 이유

죽어라 일해 봤자 국가만 살찐다!
_승자 독식의 경제

중국은 흔들릴 것인가?
_중국 정치·사회·경제의 함수관계

 

3부 도전_Challenge
중국, 이길 수 없다면 합류하라 _한국 브랜드의 ‘10년 장벽’ 넘는 법

갑질했다간 큰코다친다
_한류 비즈니스 2.0 시대

“중국 관광객, 차라리 못 오게 막아라”
_천수답 관광을 전천후 관광으로 만드는 법

10cm의 차이
_패션회사 가로수의 중국 시장 도전기

열린 토론, 빠른 결정, 철저한 능력주의
_중국 기업은 변신 중

짝퉁 때문에 어렵다?
_초코파이가 중국에서 장수하는 비결

‘중국 전문가’란 어떤 사람인가
_진정한 중국 전문가의 3가지 조건

 답은 ‘SOFT CHINA’에 있다
_중국 비즈니스의 선수 교체, 9명의 새 멤버

 

4부 중국의 길, 한국의 길_Which Way China? Which Way Korea?
시진핑 경제의 미래, 10년
_강성 권위주의가 경제를 인질로 잡다

중국은 파트너일 뿐, 친구가 될 수는 없다!
_시진핑 신시대, 중국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이러다 한국 외교 ‘찬밥’ 된다
_정책 라인에 중국통이 없다

웃으면서 곡할 줄 알아야…
_전략적 유연성, 대륙의 힘에 맞서는 길

 

에필로그- 역사는 되풀이되는가?  




중국 함정


함정_TRAP

중국은 왜 갤럭시를 버렸나?

삼성폰의 중국 시장점유율이 폭락한 근본 이유

삼성 핸드폰 ‘갤럭시’는 중국 시장에서 통하는 대표적 한국 브랜드다. 1990년대 말 시작된 ‘애니콜신화’이후 줄곧 중국의 핸드폰시장을 주도해왔지만, 2018년 5월 현재, 2%선도 지키지 못할 정도로 추락했다. ‘갤럭시의 굴욕’이다. 그 이유를 사드 배치에 따른 갈등 때문만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유핀은 샤오미 생태계의 터전이다. 샤오미가 직접 만든 제품은 물론 투자 또는 브랜드 제휴로 연결된 기업의 상품 등이 그 밭에서 자라고 있다. 그렇다면 샤오미는 어떤 기준으로 제품을 선정하며, 투자 또는 브랜드 제휴는 무슨 잣대로 맺는 걸까? 답은 하나다. 바로 가성비(중국어로는 싱자비)다. 가격은 비싸지 않으면서 품질이 좋고 디자인이 예쁜 제품만을 골라 유핀에 올려놓는다. 그게 샤오미의 일관된 경영 원칙이다. 그렇게 샤오미는 가성비 높은 제품을 찾아 나선다.


한때 중국인들은 외국 브랜드라면 사족을 못 쓰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의 명품 상점 앞은 장사진이 연출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옛날얘기다. 컨설팅회사 맥킨지가 2017년 말 공개한 2018년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 보고서는 중국의 변화상을 잘 보여준다. 해외 브랜드의 선호 비중이 높았던 건 와인과 분유에 불과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해외브랜드라고 무턱대고 좋아하던 그런 시기는 지났다는 얘기다.


중국 소비시장은 지난 수년 동안 혁명적 변화를 겪어왔다. 지금은 단순한 개방식 전자상거래를 넘어 제조와 유통이 묶이는 방식의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샤오미의 유핀, 왕이의 옌쉬안 등이 대표적이다. 이 생태계에 끼어들 수 있느냐에 따라 중국 시장 진입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저변의 큰 흐름이 바로 가성비 중심의 소비 패턴이었던 것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이제 로컬 브랜드냐, 해외 브랜드냐를 따지기보다 얼마냐 실속 있느냐를 더 강조한다.


갤럭시의 추락은 단순히 삼성폰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 대표 브랜드가 중국에서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은 곧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중국시장에서 잊혀지고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갤럭시의 부활을 소망하는 이유다.


클러스터라는 블랙홀

일자리 전쟁에서 살아남는 법

“이제 한국에서 제조업은 끝났다. 내다 팔 물건이 없잖냐. 어지간한 건 이제 중국이 더 싸게, 더 잘 만든다. 이제까지 중국 덕에 먹고살았던 제조업인데, 그게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그런데도 한국사회는 무감각하다.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지금 현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는 제조업의 위기를 말하고 있었다. “제조업의 기반 붕괴로 중국발 경제 위기에 봉착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베테랑 중국 비즈니스맨의 목소리에 절박함이 녹아 있었다.


맞는 말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10대 제품군은 10년째 변화가 없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핸드폰과 자동차 등이다. 이 중 반도체와 석유화학을 제외하고는 수출증가율이 급격한 내리막을 보이고 있다. 이걸 갖고 10년 해먹었으면 뭔가 새로운 걸 만들만도 하지만, 그동안 있는 것 파먹기에 급급했다. 그러니 위기라는 얘기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지난 20, 30년 동안 아시아 클러스터는 중국을 중심으로 분업관계를 형성해 왔다. 그러나 단순임가공으로 시작한 중국의 산업은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분업 구조가 깨지는 중이다. 오히려 중국이 점점 주변 나라의 산업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동아시아 지역에 형성됐던 광역 분업체계가 특정 지방의 클러스터로 집적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클러스터 짜기가 한창이다.


중국에는 ‘일촌일품’이라는 말이 있다. ‘각 마을마다 고유 상품이 있다’라는 뜻이다. 이게 산업화 시대 들어서 도시별로 고유의 상품을 특화 발전시킨다는 것으로 발전했다. 저장성 성저우는 넥타이를 만드는 도시다. 하이닝은 가죽(피혁) 제품 도시다. 가죽 관련 공장이 빼곡하다. 불산이라는 광저우 옆 도시를 가면 잠실운동장 서너 개쯤 될 법한 도자기시장이 펼쳐져 있다. 장쑤성 쑤저우-쿤산에서는 세계 노트북 PC의 50% 이상이 생산된다. 그런가 하면 상하이 해안가에는 조선 클러스터가 둥지를 틀고 있다.


중국 제조 클러스터에 질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원래 이들 제조단지는 독자적으로 운영될 수 없었다. 완제품 생산은 그곳에서 하지만, 완제품 생산을 위해 필요한 중간재(부품이나 반제품)를 일본/한국/대만 등에서 가져왔었다. 그런데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중간재를 일본이나 한국에서 수입하지 않고도 국내(중국)에서 조달한다. 자기 완결형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빼앗기기만 하는가? 아니다. 우리도 국내에 중국을 이길 수 있는 보다 강력한 클러스터를 만들어 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와야 한다. 클러스터의 생명은 자기완결형 서플라이체인이다. 보다 고도화된 서플라이체인을 확보하고, 이를 글로벌 체인과 연결하면 이길 수 있다. 핵심산업, 핵심 제품(서비스)을 선정하고 정부가 클러스터의 기반을 조성해야한다. 그게 산업정책 아니던가.


뉴노멀_New Normal

선전의 힘

실리콘밸리에 도전하는 그들의 무기 4가지

‘중국 판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 가전 전시회 CES 에 참석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전하는 말이다. 중국 기업이 전시장을 대거 차지했다는 얘기다. 주최 측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전시회에 참가한 중국 업체는 1,294개로 전체 참가 회사의 32%를 차지했다. 3개 중 하나는 중국 기업이었던 셈이다. 2018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CES는 중국 기업이 장악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당시 참가한 중국 기업들을 다시 분석하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중국 참여 업체의 52.4%가 선전에서 왔다는 점이다. 선전이 중국의 ICT를 주도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선전의 IT기업 얘기는 이미 흔한 스토리가 됐다. ‘식상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우리는 이쯤에서 다시 물어야 한다.

왜 선전인가? 무엇이 오늘의 선전을 만들었는가?


선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문용 네이버랩스 총경리는 이렇게 답한다. “선전은 최고의 하드웨어 생산단지입니다. 그동안 축적해온 제조 역량이 ICT로 연결되고 있는 거지요. 과거 이곳에는 다른 건 다 있는데 없는 게 딱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아이디어지요. 그러니 ‘산자이’, 즉 ‘짝퉁의 도시’라는 악명을 얻었던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이곳 선전으로 아이디어가 몰려들고 있습니다. 산자이의 본산이 ICT의 성지로 둔갑하고 있는 거지요.”


다이궁과 산자이의 도시 선전. 그 선전이 어떻게 ICT 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이는 곧 선전에 어떻게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몰리게 됐느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선전은 혁신적인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디어와 기술만 가져와라. 우리가 다 만들어주겠다.’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연결해주겠다는 거지요. 아이디어를 실현시켜줄 하드웨어 제작 여건이 마련됐기에 가능한 얘기입니다.” 정준규 코트라 선전 관장의 말이다.


하드웨어 역량이 갖춰졌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오고 있다. 자, 그렇다면 그다음에 필요한 게 뭔가? 돈이다. 창업 투자자가 선전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창업을 유도하고, 생산과 유통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 기업이 속속 선전으로 몰려든 것이다. 그들은 지금 아이디어와 공장을 연결하고, 기존 공장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급하고 있다.


선전을 선전으로 만든 또 하나의 요인이 있다. 바로 정부다. 흔히 혁신은 민간부문의 일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중국은 정부도 혁신 대열에 참여한다. 단지 인터넷 플러스 정책을 추진하고, ‘대중창업 만중혁신’을 부르짖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선전은 정부와 민간이 짝짜꿍하면서 혁신을 이끌어간다.


죽어라 일해 봤자 국가만 살찐다!

승자 독식의 경제

중국 경제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는 ‘패자 독식’에 있다. 센 놈이 약한 놈의 것을 끊임없이 빼앗아가는 구조다. 약자는 죽어라 일해 이룬 부를 자기도 모르게 빼앗긴다. ‘빈부격차의 제도적 고착화’다. “사회주의는 공동부유(모두가 함께 잘 사는 것)야!”라고 말했던 덩샤오핑이 안다면 땅을 칠 노릇이다. 그 정점에 국가가 있다.


우선 은행. 금리자유화를 한다고 하지만, 중국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정부가 틀어쥐고 있다. 돈, 무지하게 많다. 걸핏하면 버블이요, 그 버블을 끄겠다고 긴축조치를 내린다. 돈이 많으니 부동산시장에 불이 붙고, 증시는 출렁인다. 2000년대 들어 특히 그랬다. 누가 덕을 보겠는가? 국유은행, 국유기업이다. 싼값에 돈을 끌어다 쓸 수 있으니까 말이다.


둘째, 주식시장. 중국 경제의 ‘양심’이라는 우징롄 교수는 중국 증시를 ‘거대한 도박장’이라고 했다. 내부거래, 허위공시 등이 판을 치는 부패의 온상이라는 것이다. 애꿎은 개미들만 당하는 구조이다. 중국 증시는 국유기업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전시장을 중심으로 민영기업의 상장이 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전체 중국 주식시장의 60~70%(시가총액) 정도를 국유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상하이는 국유기업주 중심이다.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국유기업이 돈을 버는 구조이다. 증시는 민간자금이 국유기업으로 향하는 합법적인 통로이다.


셋째, 부동산시장. 중국에 주택거래제도가 도입된 게 1998년이었다. 그 전에는 국가나 기업이 주택을 제공했다. 그런데 이 거래제도의 도입으로 이제는 주택을 시장에서 사야 했다. 주택거래를 허용하니 부동산시장이 형성됐고, 또 건설붐이 일었다. 그 과정에서 부는 다시 국가와 기업에 쏠리게 되었다. 그 과정은 이렇다. 정부는 땅을 팔아 부를 챙겼다. 특히 지방정부가 심했다. 원래 국가 소유이던 땅을 부동산 개발 명목으로 기업에 판 것이다. 각급 정부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정부가 땅장사로 돈을 모았다.


이 같은 ‘승자 독식의 경제’는 국가의 힘을 키웠다. 국가의 힘이 강하니 시장은 약해질 수밖에. IT기술의 발달로 민영기업이 발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업은 국가가 쳐놓은 커다란 그물 속에서 노는 물고기와 같은 존재다. 활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도전_Challenge

중국, 이길 수 없다면 합류하라

한국 브랜드의 ‘10년 장벽’ 넘는 법

1992년 수교 이후 중국 시장에서 히트 친 한국 브랜드를 조사해봤다. 수교 직후인 1990년대 초 중국 비즈니스의 최고 히트 상품은 ‘신발공장’이었다. 임가공공장이 가장 먼저 중국 시장으로 달려가 돈을 벌었다. 1990년대 중반의 백색가전과 건설기계, 2000년대 초의 자동차,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몰려오기 시작한 ‘유커’, 2010년대 들어 등장한 생활용품, 그리고 화장품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브랜드의 중국 시장 진출 상황이 일목요연하게 보인다.


중요한 결론을 하나 얻게 된다. 브랜드의 생멸을 보면 ‘중국에서 10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점이다. 1990년대 중반에 맹렬하게 활동했던 임가공공장은 대략 10년 후인 2000년대 중반 들어 고전을 면치 못했다. 1990년대 말 히트 상품이었던 백색가전 역시 10년을 견디지 못하고 중국 시장에서 대부분 나와야 했고, 1990년대 후반 한때 중국 시장의 약 40%까지 차지했던 굴착기는 2010년 중반 이후 로컬기업에 밀려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중국 기업이 우리나라 기술을 따라 잡는 데 대략 10년 정도 걸린다는 얘기가 가능하다.


그런데 ‘10년의 벽’을 깬 브랜드가 몇 개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게 바로 디스플레이 분야다. 삼성과 LG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을 때도 있었다. 그 시장을 중국 기업이 보고만 있을 리 없다. 죽어라 쫓아왔다. 2000년대 중반이 되면서 중국 기업에 거의 잡혔다. 그러나 바로 이때 우리기업은 LCD로 갈아타는데 성공, 중국 시장에서 ‘생명 연장’의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또다시 10년, 이제는 LCD시장도 중국에 넘겨줘야 할 판이다. 우리에게 또 다른 병기인 OLED가 있다. 브라운관의 한계를 LCD가 돌파했듯, LCD의 한계는 OLED로 뚫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성공한다면 앞으로 10년 또 중국 시장을 먹을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중국 시장에서 나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중국에 수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만들어 배에 실어 보내는 것과 현지에서 만들어 트럭으로 보내는 게 같을 리 있겠는가? 결국은 서플라이체인 문제다. 중국에서 형성되고 있는 자국 내 기업 간 공급사슬에 끼어들어야 한다. 공장이 시장으로 달려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중국이 ‘세계 공장’이라면 한국은 그 세계 공장에 기술을 제공하는 R&D센터가 되어야 한다. 중국이 ‘세계 시장’이라면 한국은 그 시장에 팔 물건을 디자인하는 거대한 디자인센터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살길이 있다. “중국을 이길 수 없다면 그들의 성장에 합류하라.” 《메가트렌드》의 저자 존 나이스비트가 한 말이다.


짝퉁 때문에 어렵다?

초코파이가 중국에서 장수하는 비결

‘짝퉁’은 중국의 대명사다. 초기에는 단순히 상표를 베낀 조잡한 물건을 내놓더니 이제는 정품 못지않은 고품질 제품을 만들고 있다. 명품가방, 지갑, 화장품, 심지어 자동차도 짝퉁을 내놓는다. 베이징에서 화장품 유통업체인 카라카라를 경영하고 있는 이춘우 사장은 밀폐용기 락앤락의 예를 들어 이렇게 설명한다. “한때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밀폐용기 락앤락은 지금은 판매 실적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많은 이들이 중국 짝퉁 때문으로 생각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락앤락이 중국에 진출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중국 로컬업체가 그 시장을 ‘너 다 먹어라’하고 가만히 뒀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 아닙니까?”


“KFC, 맥도날드, 코카콜라는 중국에서도 짝퉁이 없습니다. 초코파이도 그렇고요. 왜 그럴까요? 싸니까 그래요. 그 가격으로는 도저히 짝퉁을 만들 수 없으니까. 수없이 시도했지만 안 되는 겁니다. 그게 짝퉁을 이기고 시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어정쩡한 기술로 가성비 포지션을 잡으려 한다면 성공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혁신 제품도 중국에서는 너무 빠르게 일반 상품이 된다. 로컬업체들이 금방 캐치업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우리의 많은 제품이 현지 짝퉁 기업들에 기술을 잡혔다. 그다음의 ‘시간차 공격’은 가격이다. 기술을 습득한 그들은 가격을 갖고 덤빈다. 락앤락, 갤럭시, 현대자동차 등이 고전하는 이유다.


5년, 10년 길게 보고 중국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중국은 처음에는 조잡한 짝퉁을 만들다 결국 기술을 따라잡는다. 머지않아 그 기술은 일반화된다. 바로 그때 우리 사업의 성패가 결정된다. 핵심은 그들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가격시스템이다. 이 단계에 가면 기술도 중요하지만 더 필요한 건 가격 현지화다. 코카콜라처럼 말이다. 그게 바로 갤럭시는 안되고 초코파이는 되는 이유다. 가격 현지화, 현지화의 완성이다.



중국의 길, 한국의 길_Which Way China? Which Way Korea?

중국은 파트너일 뿐, 친구가 될 수는 없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시진핑의 중국몽은 강군몽으로 발전하고, 칼끝은 미국을 겨냥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우선’을 외치며 중국을 밀어붙이고 있다.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고,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는 군사적 긴장감이 감돈다. 이 파워 게임을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 이는 미/중의 세력 대결 속에서 우리는 어떤 포지션을 잡아야 하는지와 연결된 문제다.


3명의 전문가들을 만나보자. 우선,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원 부원장인 가오쭈구이 교수. 그가 속해 있는 당교는 공산당 이데올로기의 본산이다. 그러기에 가오교수의 발언은 중국 공산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세계정세의 큰 흐름이 “미국 중심의 단극 세계에서 다극화, 블록화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오 교수는 이 과정에서 ‘탈서구’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모델이 힘을 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는 막을 내리고 있고,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지역 강국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는 미국의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 산하 중국전략센터의 마이클 필스버리 소장을 만나보자. “우리가 잘못 알았다. 몸을 낮추던 중국은 그들의 세가 상대를 능가한다고 판단하면 가차 없이 힘을 과시한다. 그들은 겉으로만 평화적인 척,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척했을 뿐이다. 우리는 이제 그들과 힘겨운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필스버리는 《백년의 마라톤》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에 속았다’는 고백이자, 앞으로는 절대 속지 않겠다는 맹세이기도 하다.


또 다른 미국전문가가 있다. 그는 중국의 실력을 좀 더 냉철하게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국제정치 분석가인 이언 브레머가 주인공이다. 브레머가 2017년 11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에 글을 썼다. ‘중국 경제는 어떻게 미래 승자가 될 것인가’라는 제목이다. “미국과 중국 중 누가 지금의 영향력을 미래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당신이 만일 미국에 미래를 건다면, 그건 어리석은 일이다”라고 답한다. 중국의 국가자본주의 체제가 서방의 자유민주주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3인의 전문가는 중국을 보는 시각과 입장은 각기 다르다. 그럼에도 공통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중국이 굴기했다’라는 점이다. 3인의 전문가는 서로 다른 메시지를 한국에 보내는 듯싶다. 가오 교수는 ‘중화 질서로 들어오라’고 하고, 필스버리는 ‘중국 포위 전선에 합류하라’고 압박을 가한다. 이언 브레머는 좀 더 깊숙하게 중국을 연구할 것을 요구하고, 실리에 따라 길을 잡으라고 말하고 있다. 경계에 선 한국, 우리는 과연 어떤 포지션을 잡아야 하는가? “중국은 우리의 파트너다. 친구는 아니다.”


웃으면서 곡할 줄 알아야…

전략적 유연성, 대륙의 힘에 맞서는 길

시진핑은 드디어 ‘황제’의 자리를 예약해두었다. 2018년 3월, 전인대(의회)에서 2년 연임으로 주석의 임기를 제한했던 헌법 규정을 폐지함으로써 장기 집권을 위한 포석을 마쳤다. ‘시 황제’의 등장이라는 언론 분석이 나오는 건 당연했다. ‘3선 개헌’이 시진핑 측근의 독단으로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은 아닐 터다. 정치 전문가들은 ‘중국의 정치 구조로 볼 때 1년 이상 물밑에서 공작을 폈을 것“이라고 말한다.

권력 정파 간 오랜 토론과 설득 또는 경쟁을 통해 “그래, 시진핑에게 권력을 몰아주자. 그게 우리의 살 길이다”라는 결론을 내렸기에 ‘집권연장’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은 국가의 모든 기구를 장악한 당-국가 시스템의 나라다. 당이 흔들리면 국가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당은 겉으로 보기에 강해 보인다. 그러나 중국 사회 내부에는 집권 세력의 부패에 대한 분노, 국유기업의 비효율로 인한 좌절감, 소득격차 심화로 인한 상실감 등이 팽배해 있다. 여기에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등장하면서 당의 순결성은 점점 오염됐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시진핑이 내건 중국몽을 실현할 수 있을까? 2050년 미국을 능가하는 강국으로 부상하겠다는 당의 웅대한 비전을 이룰 수 있을까? ‘아니다. 이대로는 아니다. 좀 더 강력한 중앙 권력이 있어야 하겠다.’는 지도층의 인식이 결국 시진핑의 집권 연장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중화제국의 유산은 고리타분한 과거 악습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이제 부활의 조짐을 보인다. 제국을 운영했던 경험과 유교적 세계관은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새로운 제국의 미래를 여는 자산으로 바뀌고 있다. 그들의 사고 속 중국은 여전히 ‘중심의 국가’이고, 주변국은 오랑캐 속국이다.


중국이 패권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빚어질 격렬한 미/중 패권 경쟁은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할 것이다. 그러나 주변국에 강하면서도 강국에는 약한 제국의 속성을 파고든다면 길은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의 자주성을 침해받지 않으면서도 중국과 호혜관계를 누릴 수 있는 길 말이다. 그래서 외교가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됐다. 시진핑의 집권연장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고 돌아설 필요는 없다. 그것이 일당독재시스템의 허약함을 노출한 것이라면, 그 속에는 분명 우리의 길이 있게 마련이다. 그걸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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