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부의 탄생, 부의 현재, 부의 미래

   
하노 벡 외(역:강영옥)
ǻ
다산북스
   
18000
2017�� 10��



■ 책 소개

 

돈과 권력, 부의 미래에 관한 위대한 통찰
“누가, 왜 인플레이션을 만들고 이용하는가?”

 

인류의 역사는 돈의 역사, 돈의 역사는 곧 인플레이션의 역사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인플레이션의 발생과 경과의 겉모습은 다를 수 있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화폐가 파괴되는 데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인플레이션의 영향력과 파괴력이 야기한 생생한 역사를 들여다보면, 인플레이션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가 알아야 할 중대한 시사점을 깨달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에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고, 그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책은 통치자와 권력자들에 의해 발생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왜 평범한 사람들이 더 많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지 밝히며 거대한 흐름에서 패자로 남지 않으려면 어떻게 인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려준다.

 

■ 저자
하노 벡
저자 하노 벡Hanno Beck은 20년간 투자가, 은행가, 경제 전문기자, 경제학 교수로 활동한 독일 최고의 경제학자다.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마인츠 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최고 일간지이자 세계 3대 신문사 중 하나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에 입사하여 8년 동안 경제 전문 기자로 활약했다. 2006년 포르츠하임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임용되어 현재까지 일반 경제학과 경제 정책을 가르치고 있다.

 

하노 벡은 굵직한 경제 이슈가 생길 때마다 《파이낸셜 타임스》《디 벨트》 《슈피겔》 등 독일 유명 언론과 방송국이 가장 먼저 주목하는 스타 경제학자다. 독일 경제정책과 관련하여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특히 그리스 금융 위기 해법으로 ‘질서 있는 디폴트’와 ‘EU의 구조 조정’을 주장하여 유럽 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다. 2013년 『부자들의 생각법』으로 독일 최우수 경제경영 도서상을 받았고, 2015년

『돈이 녹는다』로 다시 한 번 같은 상을 받으며 독일 최초로 이 상을 두 번 받은 저자가 되었다.

 

하노 벡은 소시민들이 금융위기 시대에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이해해야 함을 깨닫고 이 책 『인플레이션』을 통해 2000년 인플레이션의 방대한 역사를 통찰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에서 그는 인플레이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그 속에 숨겨진 자본주의의 작동원리와 저금리 시대 투자법, 돈의 미래에 관해 명쾌하고도 흥미로운 지적 여정의 길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우르반 바허
저자 우르반 바허Urban Bacher는 바이에른 협동조합에서 변호사이자 책임관리자로 일했으며 이후 라이프아이젠방크 이사회 임원을 지냈다. 포르츠하임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경영학과 금융경영학을 강의하고 있다.

 

마르코 헤르만
저자 마르코 헤르만Marco Hermann은 전문 투자 분석가로 독일 최고 자산운용사 피두카(FIDUKA)에서 자산 관리 경영인으로 일하고 있다.

 

■ 역자 강영옥
역자 강영옥은 덕성여자대학교 독어독문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독과에서 공부한 후 여러 기관에서 통번역 활동을 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자 및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이게 다 뇌 때문이야』『노화, 그 오해와 진실』『슈뢰딩거의 고양이』『과학자 갤러리』 등이 있다.

 

■ 차례
추천의 글 부의 시대, 인플레이션을 읽으면 미래가 보인다
인류의 운명을 지배해온 검은 숫자의 역사

 

1부. 돈의 발명,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다 : 인플레이션이 좌우해온 부의 흥망사
1장. 인플레이션, 2000년 역사의 시작
01. 화폐 파괴의 시작
02. 역사를 움직여온 종잇조각
03. 인플레이션의 역사는 정치 실패의 역사
돈이 지닌 가치의 파괴 | 정치 하수인으로서의 돈
[INFLATION STORY 01]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측정하는가?

 

2장. 돈의 파괴, 새로운 시대가 열리다
01. 꿈틀거리는 인플레이션
02. 검은 죽음과 유럽 최초의 인플레이션
[INFLATION STORY 02] 희대의 위조지폐 제작자는 누구일까?

 

2부. 누가, 왜 인플레이션을 만들고 이용하는가?  : 화폐의 가치를 조작해온 검은 손
3장. 악마의 화폐 체계
01. 판도라의 상자
02. 뿌리칠 수 없는 유혹과 덫
03.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인플레이션 게임
[INFLATION STORY 03] 인플레이션으로 가장 큰 돈을 번 사람은 누구일까?

 

4장. 20세기, 초인플레이션의 광기가 시작되다
01. 초인플레이션 시대가 열리다
02. 미친듯이 날뛰는 숫자들
03. 어떻게 혼란을 잠재울 것인가
[INFLATION STORY 04] 문학은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묘사했을까?

 

5장. 예고된 재앙, 초대형 인플레이션
01. 하루아침에 세계의 운명이 바뀌다
02. 세기의 경제 사상가들
03. 석유 파동과 스태그플레이션
04. 금융정책이 주도한 세계 경제의 안정기
[INFLATION STORY 05] 중앙은행은 어떤 원칙을 따라야 할까?

 

3부. 무엇이 자본주의의 판도를 움직이는가? : 금융 위기 시대 인플레이션이 결정하는 부의 기회
6장. 다시 찾아온 금융 위기
01. 금융 위기의 예고편
02. 대규모 현금 소진 사태
03. 금융정책의 새로운 강자
04. 국가 부채 폐기물 리사이클링
[INFLATION STORY 06] 화폐 수량이란 무엇인가?

 

7장. 피해자는 언제나 소시민이다
01. 왜 가난할수록 더 타격을 입을까?
02. 인플레이션 게임의 승자는 누구인가?
03. 한 사람은 잘못된 게임을 하고 있다
[INFLATION STORY 07] 왜 통화량이 증가해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을까?

 

4부. 어떻게 인플레이션의 흐름에 올라탈 것인가? : 인플레이션으로 수익률을 높이는 투자법
8장. 제로 금리, 제로 수익
01. 제로 금리 시대의 도래
02. 삐걱거리는 연금 제도
03. 직장 연금의 종말
[INFLATION STORY 08] 리스크는 어떻게 산출하는가?

 

9장. 금융 위기 시대의 투자
01. 금융 위기 시대의 수익률 높이기
02. 인플레이션의 구조적 위험
03. 시멘트로 된 금, 부동산
04. 투자대상으로서의 주식과 금
05. 이자 상품
[INFLATION STORY 09] 주식과 인플레이션의 상관관계

 

10장. 인플레이션의 시대 포트폴리오 구성 전략
01. 포트폴리오 작성법
02. 포트폴리오 분산하기
03. 투자의 심리적 함정
[INFLATION STORY 10] 시대를 초월하는 투자 원칙은 무엇일까?

 

11장. 돈의 미래
01. 꿈꾸지 못한 미래

 

옮긴이의 말: 인플레이션의 맹점에 희생되고 싶지 않다면
주석
찾아보기

 




인플레이션


돈의 발명,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다 : 인플레이션이 좌우해온 부의 흥망사

역사를 움직여온 종잇조각

돈, 쓰레기 소각장 신세가 되다

매년 약 100억 달러의 지폐가 폐기된다. 은행권 지폐로는 7억 1500만 장, 종이 무게로는 7000톤, 쓰레기 수거차 1750대를 족히 채울 수 있는 분량이자 미국에서 유통되는 연간 통화량의 3퍼센트에 달하는 액수다. 이 많은 돈을 대체 어디에서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말인가?


쓰레기 하치장은 이미 포화 상태고 폐기처분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못 쓰는 지폐를 폐기처분하는 대신 다른 용도로 사용해보기로 했다. 내화성 기와, 무대용 자재로 사용되는 섬유판, 매트리스 충전재, 문구용품, 각종 종이 제품, 봉제 인형 충전재……. 지폐로 이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지폐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다양하다. 미국 델라웨어 주에서는 매일 4톤 분량의 지폐를 가공하여 나무에 거름으로 준다. 그리고 이 나무에서 만든 펄프로 다시 지폐를 찍는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매년 폐기시키는 지폐 분량은 7000톤에 달한다. 오래 사용하다 보니 닳아서 시중에 유통이 불가한, 가치를 잃은 지폐들이다. 이는 과거에 다른 국가들이 화폐 가치 하락으로 인해 겪었던 어려움에 비하면 큰 문제도 아니다.


1920년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에서는 사람들이 지폐를 땔감이나 아이들 장난감으로 사용한 적도 있었다. 그만큼 지폐는 화폐로서의 가치가 없었다. 2009년 짐바브웨의 한 광고 에이전시는 자국 통화 지폐를 모아 광고 전단 용지로 사용했다. “종이보다 지폐에 인쇄하는 비용이 더 저렴하다”는 것이 광고 에이전시 측 주장이었다. 이 에이전시에서는 명목가치로 100조 짐바브웨 달러의 지폐에 전단지를 인쇄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짐바브웨 수도인 하라레 행 버스 티켓 한 장 가격이 100조 달러가 넘었다. 바이마르 공화국이나 짐바브웨의 사례는 화폐 가치를 완전히 상실한 것을 잘 보여준다.


이 국가들의 화폐를 붕괴시킨 건 바로 인플레이션이었다. 인플레이션의 어원은 라틴어 ‘인플라레’로 크게 ‘부풀어 오르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화폐유통량은 인위적으로 늘릴 수 있다. 인위적으로 유통량을 늘리면 화폐로 측정되는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은 상승한다. 일반인들은 모든 것의 물가가 오르는 것을 인플레이션이라고 이해하지만, 여기서 ‘모든 것’이란 대개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의미한다.


통화량 부풀리기는 가장 효과적으로 화폐를 붕괴시키고 나라 전체와 국민 경제를 망치는 수단이다. 많은 역사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 1920년대에 바이마르 공화국의 패망을 촉진하고 1930년~1940년대에 독일 전역과 전 세계를 전체주의라는 광기로 몰아넣는 데 일조했다고 분석한다. 통화량 급증으로 인해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서 전 세계 부자들이 재산을 날리고 무수히 많은 시민들이 빈털터리가 되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인플레이션은 모두를 파멸로 몰아넣은 주범이었다.


빈털터리가 된 후에야 우리는 인플레이션의 존재를 깨닫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숫자의 위력을 우습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기하급수적 증가’에 잠재된 엄청난 파괴력을 모르기 때문이다.


지폐의 탄생

인플레이션은 근래의 발명품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그런데 왜 20세기 들어 급작스럽게 세계 경제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는 걸까? 바로 지폐 때문이다.


온갖 종류의 물건을 교환수단으로 사용해오던 인류는 금속을 가공하는 법을 익힌 후로 좀 더 전문화한 방법에 눈을 떴다. 금속 동전을 주조한 것이다. 현존하는 유물을 기준으로 하면, 최초의 동전은 기원전 600년, 현재 터키 지역에 있던 리디아왕국의 크로이소스왕 시대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이를 화폐로 사용한 시점은 한참 후인 20세기였다. 종이를 화폐로 보급시키자는 아이디어는 처음에는 별 문제가 없는 듯했다. 별 탈 없이 보편적인 거래 수단으로 정착되었지만, 종이를 돈으로 사용한다는 아이디어에는 엄청난 파괴력이 숨겨져 있었다.


10세기 중국 교역 상인들이 거래 수단으로 종이를 사용하기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일단 동전을 주조할 금속이 부족했고 종이는 사용하기 편리했다. 이 종이가 발전하여 고유한 화폐가 되었다. 이 화폐는 물건의 실질가치를 완전히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와는 달랐다. 종이에 명시된 가치가 언제 어디서나 보장되는, 놀라울 정도로 가치가 안정적인 형태의 화폐였다. 이 화폐는 구매력이 감소할 수 없었다.


수천 년 후 이 아이디어는 다시 논의되기도 했다. 사람들은 상품 화폐와 금태환 화폐를 사용하면 인플레이션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화폐체계를 도입하면 국가의 권력을 제한하여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화폐도 순식간에 인플레이션의 함정에 빠졌다. 지폐의 위력을 알아챈 국가가 은행권 발행을 독점한 것이 문제였다. 13세기 중국에서는 지폐가 유일한 합법적 통화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인들은 지폐를 화폐 역사의 청사진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이 작업은 신속하게 진행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중국인들은 한 가지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국가에서 구권을 폐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권을 계속 발행했던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화폐를 마구 찍어내듯이 말이다. 1380년에는 지폐 한 장이 동전 1000개의 가치를 갖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1535년에는 지폐 한 장당 동전 0.28개로 가치가 급락했다. 최초의 ‘지폐 인플레이션’이었다. 물론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장본인은 국가였다.


앞으로도 이 역사는 반복될 것이다. 최악의 인플레이션은 지폐가 유발하는 인플레이션이다. 금속, 물품, 혹은 기타 실물을 기본으로 하는 화폐와 달리 지폐는 별도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마음껏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왜 인플레이션을 만들고 이용하는가? : 화폐의 가치를 조작해온 검은 손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인플레이션 게임

주연배우는 국가, 인플레이션이 만드는 5막 희곡의 세계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만성적 재정 악화에 시달리는 국가에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인플레이션 유형도 거의 유사하다. 재미있게도 고전 희곡과 구성도 일치하여 총 5막으로 구성된다.


제1막에서는 배우들이 소개된다. 인플레이션이라는 희곡에서는 재정 적자와 부채에 시달리는 국가가 배우인 셈이다. 국가는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폐를 발행하며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처음에는 토지, 건물, 귀금속, 세수, 식민지 혹은 기타 국가사업에서 얻은 수익으로 기폐의 가치가 정상적으로 보장된다. 지폐 도입이 성공한 듯 보인다. 국가가 채무를 정리하고,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덕분에 경제가 활성화되고, 생산과 복지는 증대된다.


제2막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성공에 도취한 나머지 국가는 경솔한 판단을 한다. 통화량을 늘리기에 바빠 통화의 실질가치와 명목가치가 일치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동시에 국가는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화폐발행량을 늘린다. 이제 그레셤의 법칙이 슬슬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시중에 악화의 유통량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사람들이 양화는 뒤로 빼돌려 움켜쥐고 있으려 하지만, 가치를 상실한 악화로 빚을 갚으려 하기 때문이다.


제3막에서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초반에 누리던 행복은 사라진다. 부채가 증가하고 정부에서 적자를 메우기 위해 화폐발행량을 증가시키자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이 3종 세트가 순차적으로 발생하면서 경제 및 신용 위기로 이어진다. 화폐발행량이 증가하고 수입이 감소하는 상황을 인위적으로 바꾸려다 보면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모든 것이 하강 국면으로 접어든다.


하강 국면에 돌입할 무렵 제4막이 시작된다. 정부는 재앙을 막기 위해 마지막 카드를 꺼낸다.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막고자 가격 동결을 선포하고, 시민들에게 ‘가치를 잃은’ 화폐를 사용할 것을 강요하며 금은 거래를 금지하고 재산을 몰수한다. 이제 국민이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부는 불안정한 통화 체제에서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을 엄벌에 처한다. 이렇게 해봤자 대개 소용이 없다. 재앙이 올 시기가 미뤄질 뿐이다.


마지막으로 제5막에서는 경제가 붕괴한다. 인플레이션으로 통화가 무너지면서 정부는 고통스런 화폐개혁을 단행한다. 정부는 치솟는 물가를 잡아보려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대개 이런 것들은 높은 경제 비용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경제 회생 조치를 감행한다. 국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것을 감수해야 하며 도중에 중단될 위험도 있다. 이런 정책을 도입해봤자 경기 부양 효과는 별로 없다.


고전 희곡에서는 제5막에서 영웅이 성숙한 인물로 거듭나면서 막이 내린다. 하지만 이는 안타깝게도 인플레이션의 역사에서는 관찰할 수 없다. 인플레이션의 역사를 살펴보면 지난 2000년 동안 유사한 일이 너무 자주, 많이, 빠르게 반복되어왔다.



무엇이 자본주의의 판도를 움직이는가? : 금융 위기 시대 인플레이션이 결정하는 부의 기회

피해자는 언제나 소시민이다

한 사람은 잘못된 게임을 하고 있다

국가는 인플레이션 게임의 승자일까?

채권자의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이 높으면 채무자에게 이득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화폐 가치가 떨어지므로 부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대단한 학자, 예언자, 자본시장 전문가라고 할지라도 인플레이션율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회의론자들은 비열한 속임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러 인플레이션을 조장하는 것이다. 오로지 국가만 이 일을 벌일 수 있다.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일단 국가는 최대한 빚을 많이 지고 본다. 그다음에 빚더미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는다. 그러니까 인플레이션을 조장해서 부채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먼저 지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릴 방안을 찾다가 최악의 경우에 파산 신청을 할 것이다. 국가도 같은 방법을 쓸 수 있다. 먼저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인상한다. 그러다가 최악의 상황에 몰리면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 두 경우 모두 유권자인 국민에게는 좋을 것이 없다. 물론 이러한 정책은 환영받을 만한 선택은 아니다.


그런데 국가에는 한 가지 카드가 더 있다.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국가는 적당히 빚을 지고 인플레이션을 조장한다. 국가에 돈을 빌려준 국제 자금 시장과 국민은 예상치 못했던 고인플레이션에 깜짝 놀란다. 그리고 경제는 예상 시나리오대로 돌아간다. 국가의 부채가 평가절하되면서 실질 부채 부담이 감소하는 것이다.


정말 국가는 인플레이션 게임의 승자일까? 미국 경제에 관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미국 경제는 상당히 안정적이다. 1946년에서 1974년까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부채 감소 효과는 20퍼센트에 불과했다. 80퍼센트는 미국 경제 발전에 속도가 붙으면서 정부의 부채 성향이 세전 기준 흑자를 기록하고 부채가 감소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안정기였던 1974년 이후부터 인플레이션은 미국 정부의 부채 해결사 역할을 하지 못했다.


1960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 일본, 독일,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 경제에 관한 연구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예산 적자의 주된 원인은 기초 재정 수지 적자였다(국가의 부채에 대해 이자를 부과하지 않아서 발생한 적자). 반면 인플레이션의 부채 감소 효과는 10퍼센트에 불과했고, 90퍼센트는 GNP 증가로 인한 것이었다.


이 연구 결과대로 인플레이션이 국가의 부채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일까? 섣불리 낙관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연구 대상 기간에 이 국가들은 국민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은 줄였으나, 금융 억압으로 재정을 충당하고 있었다. 국가는 납세자의 주머니를 은근슬쩍 털어가고 있었다. 금융 억압으로 국민으로부터 착취한 금액은 조세 수입의 20~20퍼센트에 달했으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100퍼센트를 초과했다. 이렇게 좋은 무기가 있는데 국가들이 굳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필요가 있었겠는가?


그러나 지금처럼 자본시장이 세계화되고 자본 이동성이 높은 시대에는 금융 억압으로 재정을 충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인플레이션 조장 정책으로 돌아온 것이다. 정치인에게 인플레이션으로 국가의 부채를 상환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예나 지금이나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첫째, 인플레이션은 소리 없이 일어난다. 인플레이션만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화폐의 가치와 부채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둘째, 인플레이션은 의회의 결의안이나 장관의 공식 선언도 없이 익명으로 진행되는 행사다. 책임자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정부는 쉽게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게다가 공식 인플레이션 수치는 조작도 가능하다. 이 문제에 관해서라면 전문가인 아르헨티나 경제 장관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어떻게 인플레이션의 흐름에 올라탈 것인가? : 인플레이션으로 수익률을 높이는 투자법

금융 위기 시대의 투자

금융 위기 시대의 수익률 높이기

500만 권의 책

구글 검색창에 ‘인플레이션’을 치면 검색 결과가 1억 건이 넘는다. 간단한 조언을 찾는 사람에게는 너무 큰 숫자다. 범위를 좀 좁혀서 검색창에 ‘인플레이션’과 ‘보호’라는 단어를 동시에 치면 검색 결과가 약 42만 1000건으로 줄어든다. 물론 우리가 원하는 답을 찾기에는 너무 방대한 양이다. ‘인플레이션’을 학문적 접근으로 검색해보려면 구글의 ‘엔그램 뷰어’라는 특수 기능 툴을 사용하면 편리하다. 이 툴을 사용하면 구글로 접근이 가능한 전 세계 500만 권의 장서에 수록된 단어 검색 결과를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모든 시나리오를 동원하여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한다. 첫째, 인플레이션의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유가물에 눈을 돌려야 한다. 주택, 주식, 귀중품 등 우리 손에 쥘 수 있는 모든 것에는 이용가치와 사용가치가 있다. 이런 것들에 투자하여 수익을 올리면 인플레이션 전쟁의 승자가 되는 것일까?


물론 그렇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유가물도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물가가 상승하여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너도 나도 유가물을 사들이려 할 것이므로 유가물의 가격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자산 인플레이션이다. 자산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더 헤어나오기 힘들다. 인플레이션과 자산 인플레이션이라는 두 가지 리스크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피하려고 유가물에 투자한 결과 유가물 시세가 폭등하여 자산 인플레이션만 부추긴 셈이다.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라고 할까. 우리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까?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네 가지 시나리오

이제 다양한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그런데 다음의 네 가지 시나리오 중 세 경우는 구조적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이므로 애초부터 피할 수 없다.


첫 번째 시나리오다.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을 피하려고 도피를 한다. 이를테면 자산 가격이 상승하기 전 혹은 상승하고 있는 동안 유가물을 매수하는 방법이다. 자산 가격 거품이 꺼지고 난 다음에 유가물을 매도하면 투자한 자금의 대부분을 잃고 만다. 한마디로 도피 전략은 실패한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전에 유가물을 매도하면 도피 전략은 성공한 것인데, 대개 자산 인플레이션은 우연히 발생하기 때문에 매도 시점을 판단하기 어렵다.


두 번째 시나리오로 넘어가보자. 사람들은 자산 가격이 상승하기 전에 유가물을 매수하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자산 가격이 붕괴되기 전에 유가물을 매도하는 전략을 쓴다. 즉 자산 거품이 꺼졌을 때가 아니라 정점에 올랐을 때를 매도 시점으로 정한다. 첫 번째 시나리오보다 더 나은 전략이 아닌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여러분이 이 시나리오를 따르면 자산 인플레이션은 피할 수 있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자산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상태에서는 새로운 유가물에 다시 투자를 할 수 없다. 이미 모든 유가물이 자산 인플레이션에 빠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금융 자산 가격이 오를 대로 올라 다른 투자 대상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제 남은 건 소비재뿐이다.


소비재에 눈을 돌려도 당신은 ‘우연히’ 인플레이션을 만나게 된다. 자산을 처분한 수익을 소비재에 지출한 경우 지출 시점은 소비재 가격이 상승할 때다. 이것이 세 번째 시나리오다. 소비재 투자 수익은 유가물 투자 수익에 비해 인플레이션율이 높을수록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투자 수익 손실이 크다.


마지막 네 번째 시나리오가 있다. 건전한 사고를 바탕으로 한 금융 자산 투자가 막을 내리기 전, 즉 투기 거품이 생기기 전까지 금융 자산에 투자를 한다. 그리고 거품이 터지기 전에 금융 자산을 처분한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재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여 거품이 생기기 전까지 금융 자산 처분 수익을 소비재에 투자한다. 이 시나리오대로 하면 자산 인플레이션과 물가 인플레이션을 모두 피할 수 있다. 시세 수익도 챙기고 그 돈으로 물가가 오르기 전에 소비재를 사들일 수 있는 방법이다.



돈의 미래

꿈꾸지 못한 미래

우리가 알고 있는 돈의 종말

1988년 호주는 최초로 찢어지지도 않고 방수 기능이 있는 플라스틱 화폐를 도입했다. 2축성 폴리프로칠로 만들어진 소위 폴리머 화폐라는 것이다. 플라스틱 화폐는 내구성, 지속성, 견고성이 뛰어난 화폐를 만들어야 한다는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최근 정치인들은 이보다 더 내구성이 뛰어나고 물리적 파괴성이 없는 통화 제도를 제안하고 있다. 현금 없는 세상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디지털 화폐 옹호론자들은 다음 세 가지 이유에서 이 아이디어를 지지한다. 첫째, 디지털 화폐는 빠르고 실용적이다. 둘째, 이 화폐는 범죄에 사용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셋째, 현금이 없으면 마이너스 금리도 없으므로 금융 위기에 더 쉽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디지털 화폐를 도입해도 딱히 효과가 없으리라고 본다. 그 이유는 현금이 사라진다고 해서 범죄가 사라질 리 없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범죄 조직의 현장 범죄율이 높았지만, 사이버 머니가 도입된 후 사이버 범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해외 범죄 조직이 굳이 국경을 넘지 않고 자국에서도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 게다가 머리가 좋은 범죄자들은 현금을 금지하면 다른 수단으로 눈을 돌릴 것이다.


또한 일부 비판론자들은 현금이 사라지면 오히려 마이너스 금리가 쉽게 발생할 것이라며 불쾌감을 표현하고 있다. 정말로 그럴까?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는 자산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 먼저 지지론자들은 어떤 관점에서 현금 폐지를 찬성하는지 물어봐야 한다. 마이너스 금리는 금융 정책의 일부일 뿐 핵심이 되는 정책은 아니다. 마이너스 금리가 필요한 세상이기 때문에 현금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마이너스 금리가 점점 보편화될 것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왜 완벽한 통화시스템에 마이너스 금리라는 비정상적인 조치를 취하려는 것일까? 마이너스 금리가 비상시에만 필요하다면 말이다.


디지털 화폐를 상용화하면 장점은 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디지털 화폐를 도입하면 전자 결제 시스템이 편리해진다고 한다. 일반 전자 화폐는 고성능 컴퓨터가 필요하므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더 크고 성능이 높은 인프라를 구축해 운영해야 한다. 따라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범죄에 대비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게다가 데이터 보호 문제도 있다.


일단 현금 폐지 정책이 현실화된 순간을 생각해보자.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국민들이 국가에서 발행한 디지털 화폐를 기피한다면 어떻게 될까? 경제학자들은 이 상황을 화폐 경쟁이라고 부른다. 다양한 기관, 은행, 기업, 집단 공동체가 새로운 화폐를 발행하고 국가의 간섭 없이 이 화폐들을 유통시킬 것이다. 다양한 통화들이 서로 경쟁 관계에 얽히고 국가에서 발행하는 화폐와도 경쟁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이 가장 낮은 최고의 화폐가 될지도 모른다.


치열한 통화 간 경쟁

유토피아처럼 들리는가?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리트코인 등 통화 간 경쟁 때문이다. 물론 사이버 머니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그러나 디지털 공동체의 발전 속도와 혁신력이 엄청난 만큼 낙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몇 년 후 우리는 어떤 통화로 지불하게 될까? 구글, 애플, 이베이, 아마존 등 사이버 머니에도 환율이 생기지 않을까? 스마트폰용 사이버머니 환율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될지 모를 일이다.


이처럼 사이버 머니가 다양한데 사용자들은 이 화폐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신뢰할 만한 기관에서 화폐를 발행한다면 신뢰할 수 있고 가치도 안정적일 것이다. 사용자의 신뢰가 기반된 화폐는 지불 수단으로서 인정받는다.


또 한 가지 대안이 있다. 금속 화폐 시대로 복귀하는 것이다. 귀금속 함량과 화폐의 명목가치가 일치하는 화폐를 만드는 것이다. 화폐 제도가 붕괴될 상황에 이른 국가에서 이러한 화폐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금태환 화폐도 명목가치가 보장되므로 대안이 될 수 있다.


얼핏 보면 화폐 간 경쟁은 매력적인 듯하다. 국민들이 더 안정적인 대안 화폐를 기피하는 상황에서 국가는 자국 화폐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화폐시스템 개혁을 추진할지 아직 미지수다. 복합적인 문제들이 산재해 있고 소비자 보호와 같은 법적 문제도 얽혀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너무 오랫동안 금융정책에 손대 왔다. 화폐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개혁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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