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 문화경제의 힘

   
최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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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경제평론사
   
14000
2017�� 06��



■ 책 소개

 

미래사회, 미래자본주의, 인공지능시대에서 살아남는 법!

 

인공지능 알파고와 인간대표 이세돌 9단이 벌인 세기의 바둑대결은 인공지능(AI)의 승리로 끝났다. 중국의 바둑기사 커제도 알파고에 패했다.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부쩍 미래 이야기를 많이 하기 시작했다. 또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도 기대하는 한편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저자는 서비스, 정보통신, 문화콘텐츠, 문화산업에 주목하라면서 문화라는 관점에서 사회변화를 이해해야 큰 흐름을 읽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1장에서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가 부각되는 현상과 원인에 대해 살펴본다. 2장에서는 자본의 개념, 가치론 등의 이론에 비추어 문화자본이나 문화적 가치에 대해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3장에서는 미래자본의 모습과 미래사회 변화에 대해 전망하고 인공지능시대의 문화에 대해서 살펴본다.

 

■ 저자 최연구
저자 최연구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7대학에서 정치사회학 석사학위를, 마른 라 발레 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교지 《관악》 창간준비위원장 및 초대 편집장을 역임했고, 《한겨레21》 파리통신원으로 활동했다. 포항공과대학교 인문사회학부 대우강사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강사로 활동했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를 지냈다. 한국과학문화재단 전문위원, 경영혁신실장, 홍보실장, <한국대학신문> 전문위원, 한국과학창의재단 재무예산실장, 융합문화사업실장, 영재교육지원실장, 기획예산실장, 창의문화진흥단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위원으로 있다.

 

저서로는 《세계화와 현대사회 읽기》《프랑스 문화읽기》《르 몽드》《문화콘텐츠란 무엇인가》《파리에서 온 낱말》《미래를 예측하는 힘》 등이 있고, 역서로는 《프리바토피아를 넘어서》《위기의 아시아》 등이 있다.

 

■ 차례
머리말 미래자본주의의 발전 동력은 무엇인가? - 서비스, 정보통신, 문화콘텐츠에 주목하라!

 

1장 자본주의는 왜 문화에 주목하는가
문화가 부각되는 사회경제적 변화|문화는 정말 중요하다|경제가 지배적 가치이던 산업화 시대|자본주의 vs 사회주의, 수정자본주의의 대두|알랭 투렌과 다니엘 벨의 포스트산업사회론|미래학자 토플러와 리처드 플로리다|노동시간과 문화의 상관관계|문화산업으로 제2의 산업혁명 꿈꾸는 영국|한국, 문화콘텐츠의 봄은 오는가|소프트파워가 중요한 시대

 

2장 문화적 가치가 중요하다
경제학이 행복에 주목하는 까닭은?|경제, 사회, 문화의 관계|문화에 대한 다양한 정의|문화로서의 과학과 기술|문화는 어떤 특성을 갖나|가치라는 관점에서 본 경제와 문화|가치론의 두 가지 흐름|다이아몬드가 물보다 비싼 이유|문화는 경제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를 동시에 갖는다|예술작품에 담긴 문화적 가치|자본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부르디외의 문화자본론에 주목하라|누보 부르주아를 위한 체크리스트

 

3장 문화산업과 미래자본
지식기반사회에서 살아남는 법|메디치 효과와 창의성|창조계급이 21세기를 이끈다|때로는 창조적 일탈이 필요하다|아웃라이어와 괴짜에 주목하라|이야기 주도의 상상력이 이끄는 경험경제시대|문화와 경제가 만나 만드는 문화산업|디자인은 문화산업의 최전선|기업과 문화|미래자본과 미래기업|미래예측과 미래사회의 변화 방향|미래사회는 서비스사회|미래사회는 접속과 네트워크사회|미래사회는 디지털 융합·컨버전스 사회|창의성과 상상력으로 만드는 미래|인공지능시대가 온다

 

맺음말 이 바보야, 중요한 것은 문화야!
참고문헌




4차 산업혁명시대 문화경제의 힘


자본주의는 왜 문화에 주목하는가

문화가 부각되는 사회경제적 변화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문화는 시대적 화두가 되었다. 지성계에서는 1980년대의 화두를 사회과학이 제공했다면, 1990년대 화두의 원천은 문화비평이라고 이야기한다. 1990년대 들어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워지고 경제수준도 선진국 대열의 문턱으로 진입하게 되자 온 사회가 부쩍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할 만하다.


문화경제학, 문화콘텐츠, 문화산업, 문화마케팅 등 문화는 산업계, 학계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학문이건 산업이건 문화를 접두어로 갖다 붙이면 뭔가 뚝딱 새로운 영역이 만들어진다. 그만큼 문화는 광범하고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또한 접미어를 붙여도 하나의 영역이 만들어진다. 기업의 문화는 기업문화이고, 정치판의 문화는 정치문화이다. 대학의 문화는 캠퍼스문화(또는 대학문화)이고 지역사회에는 저마다 고유한 지역문화가 있다.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글로벌 문화도 있고, 음식물과 관련된 식문화, 반항적 히피문화 등도 문화의 다양한 모습이다.


학문적으로도 문화는 비중을 갖는 연구대상으로 부상했다. 기존에는 문화를 다루는 학문 분야가 분명하지 않았다. 기껏 사회학이나 문화인류학에서 사회현상이나 문명사의 한 부분으로 다루던 것이 전부다. 문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문화학 같은 영역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문화인류학과라는 학과가 있었지만 고대문명의 발생이나 문명간 차이, 문명권 비교 등을 주로 연구했다. 가령 현대사회의 문화나 문화 트렌드, 미래문화 등에 대한 전문적 연구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문화는 학문적으로도 지평이 확대되고 있다. 경제학 분야에서는 문화경제학이라는 새 분과학문이 생겨났고, 문화경제학회도 만들어졌다. 국제적으로는 1973년에 국제문화경제학회가 창립되었고, 일본에서는 1992년에 일본문화경제학회가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에 한국문화경제학회가 발족되었다. 이제는 문화학이라는 분과 학문이 엄연히 존재한다. 영어사전에는 문화학(culturology)이라는 표제어가 올라가 있고, 한국어판 위키백과에는 없지만 영어판 위키백과에는 문화학에 대한 설명도 등재되어 있다.


"문화학 또는 문화과학은 사회과학의 한 분야로 과학적 이해, 묘사, 분석, 전체로서의 문화 예측 등과 연관된다. 민속학이나 인류학에서 다양한 문화적 실천에 대해 연구되고 있으며, 문화적 양상에만 초점을 두는 분야로서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있다."


근대 학문 발전사에서 사회과학의 꽃은 경제학이었다. 경제학은 분석적, 논리적, 수학적 사고로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통계를 활용해 경제 현상과 기제를 설명하는 학문이다. 자본주의적 근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경제는 사회체제의 근간이자 핵심문제였기 때문에 경제학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국가를 운영하는 정책의 근간도 경제정책이었다. 초창기 근대경제학을 정치경제학이라 불렀던 것은 이 때문이다. 경제가 정치이고 정치는 곧 경제였던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야말로 인간에게 일차적 문제고, 의식주 문제는 우선은 경제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생산력이 높아지고 사회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가장 큰 변화는 노동시간이 줄고 여가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여가시간에 무얼 할까를 고민하다 보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또한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사회가 고령화되고 있는 것도 여가시간 증가의 원인 중 하나다.


통계청장과 IMF상임이사를 역임했던 오종남 새만금위원장은 《은퇴 후 30년을 준비하라》는 책에서 예전에는 더블 30 인생을 살았지만 앞으로는 트리플 30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더블 30이란 30년+30년의 인생이다. 초반 30년은 부모의 보호 아래 자라서 교육받고 결혼해서 세상을 살아갈 준비를 하는 30년이고, 후반 30년은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를 낳고 기르고 가르치며 보내는 30년이다. 그 이후 인생은 남은 자투리라는 의미에서 여생(餘生)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난 몇 십여 년간 과학기술과 의학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엄청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통계청의 통계에 의하면, 1960년 52.4세였던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2008년에는 80.1세, 2014년에는 82.4세로 늘어났다. 이제 곧 평균수명 90세 시대를 맞게 되면 더블 30 인생을 살고도 또 3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세상이 오게 된다. 이러니 세 번째 30년에는 얼마나 많은 여가시간을 더 갖게 될 것인가 말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조기은퇴가 계속 늘어간다면 실버들의 여가시간은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다. 고령화 사회로 갈수록 여가시간이 늘어나니 여가 시간을 보낼 문화생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지사다.



문화적 가치가 중요하다

다이아몬드가 물보다 비싼 이유

경제학에서는 한계효용설이 상품가격을 설명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말한다. 한계효용설은 다이아몬드가 물보다 비싼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사람들은 다이아몬드가 없어도 살지만 물이 없으면 못 산다. 그런데도 실제로는 다이아몬드가 물보다 훨씬 비싸다. 경제학자들이 이 가격 차이의 비밀을 해명하는 데는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


경제학자들은 그 해답을 한계효용에서 찾았다. 물의 총효용은 다이아몬드보다 크지만 한계효용은 다이아몬드가 훨씬 크다. 한계효용은 교환가치와 연관이 있다. 물은 사용가치는 크지만 교환가치는 크지 않고, 반대로 다이아몬드는 사용가치는 작지만 교환가치는 엄청나게 크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가치의 역설이라 부른다. 상품의 가치는 총효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한 단위마다 새롭게 느낄 수 있는 한계효용과 이로 인한 교환가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여가 활동이나 기호로 여행, 커피를 좋아한다고 할 때, 연중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느냐에 따라 각각의 한계효용은 달라진다.


여행칼럼니스트의 경우는 늘 여행을 다니기 때문에 그 사람이 설사 엄청난 여행마니아라 하더라도 한 번의 새로운 여행이 주는 한계효용은 작다. 하지만 일반인의 경우에는 일 년에 여러 번 여행을 가기 힘들기 때문에 여행의 한계효용이 크다. 프랑스인들은 바캉스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그들은 바캉스를 신성시한다. 프랑스인들이 1년 내내 열심히 일하고 매년 한 번 멋진 바캉스를 떠나는 것은 일상적이지 않은 바캉스가 가져다주는 한계효용이 크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카피도 한계효용으로 이해하면 더 쉽다. 클럽이나 나이트 같은 데도 처음 갈 때는 스트레스가 일시에 해소되는 것처럼 한계효용이 크지만 자주 가게 되면 한계효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커피도 하루 일상에서 첫 잔이 주는 만족도는 크지만 계속 마시면 한계효용은 낮아진다. 이렇게 상품시장에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은 객관적 가치보다는 주관적 가치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개인의 경험이나 기호로부터 발생하는 주관적 가치나 문화적 가치, 역사적 가치 등은 경제학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어쨌거나 가치에 대한 인식은 상품경제 뿐만 아니라 문화적 삶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산업화 시대에는 경제적 가치가 사회를 지배하는 근본 가치였고, 사회발전은 곧 경제성장을 의미했다. 성장은 사회적으로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 하지만 경제성장과정에서 성장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실업이나 빈부격차와 같은 모순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성장만능주의로 인한 모순을 분배나 복지 같은 보완수단으로 해결하고자 했지만 분배나 복지도 경제적 정책수단이었다. 성장론자나 분배론자나 경제적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본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분배를 강조하면서도 경제적 환원주의로부터 벗어나지는 못했던 것이다. 경제만능주의 시각은 결국 한계에 봉착했다. 물질적 부가 증가해도 행복이 증가되지 않는 역설적 상황이 나타났던 것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사람들의 생활 패턴은 조금씩 바뀌었다. 성장주의 세계관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고 경제적 효용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웰빙을 추구하는 생활양식도 확산되었다. 속도 지상주의, 물질 만능주의는 여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한편 문화는 문화산업이나 문화상품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도 하지만, 비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창조의 기쁨을 주는 요소로 기능하기도 한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작업을 우리는 창조라고 한다. 창조는 틀에 박힌 공정을 통해 대량으로 판박이를 찍어내는 작업이 아니기에, 문화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자연의 세계, 신의 세계로부터 독립한 인간은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들어냈다.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 즉, 문화는 인간 창조성의 산물이다.


또한 창의성은 다양성을 자양분으로 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비슷한 생각, 똑같은 의견을 강요하는 전체주의 사회에서는 창의적 문화가 꽃필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문화가 발전한 나라는 관용이나 다양성이 뿌리내리고 있는 민주적인 사회다. 다양한 생각의 공존이나 틀을 깨는 기발한 발상으로부터 창조적 문화가 만들어진다. 창조계급이 미래사회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 연구그룹은 실증적 사례연구로 문화적 다양성과 차이에 대한 관용이야말로 창조사회의 기반이라 결론지었다.


문화는 경제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를 동시에 갖는다

경제학자 스로스비는 호주 시드네에 소재한 맥쿼리 대학교의 석좌교수다. 그는 1996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문화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문화경제학의 선구자 중 한 명이다. 그의 대표 저작은 2001년 출간된 《Economics and Culture》인데,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문화경제학》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문화경제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스로스비는 우리나라에도 여러 차례 방문해 문화적 가치와 창조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2007년 3월 우리나라에서 열린 글로벌 문화포럼에서는 글로벌 컨버전스와 문화정책의 도전과제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다.


"세계화는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부각시켰을 뿐만 아니라 문화정책에 새로운 도전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1990년대 통신기술이 개발되기 이전에 문화상품의 생산과 소비는 주로 국가 및 지역 안에서 이루어졌다. 물론 음악, 영화, 방송과 같은 문화상품이 국제적으로 활발히 거래되었지만, 정보화시대가 도래하면서 문화상품의 세계화가 이루어졌다. (……) 창조산업은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사회의 문화적 욕구 충족에 기여하고 있다. 문화상품 생산이 경제력 향상과 부 창출의 원천으로 간주되는 글로벌 컨버전스 시대에 정부의 문화정책은 시민에게 풍부한 예술 및 문화생활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08년 1월 제2회 글로벌 서울포럼 참석을 위해 다시 한국을 찾은 스로스비는 컬처노믹스, 도시의 문화와 경제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문화로 창의적 도시를 개발하는 마법 같은 정책은 없으며 문화인프라 구축, 저작권 보호, 창업지원 및 투자 등 복합적 정책과 도시계획, 산업개발, 복지, 관광 등 종합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순수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중예술보다 순수예술이 창의성의 원천이 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화산업의 발전은 대중 욕구나 시장 수요에 따른 미디어산업, 디지털콘텐츠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새로 등장하는 창조산업에서 순수예술의 중요성은 문화산업을 일련의 동심원으로 개념화하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생산에 투입되는 문화적 또는 창조적 요소는 동심원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줄어든다. 동심원의 중심에는 창조적 예술이 있고 다음 층에는 영화, 방속, 미디어, 출판이, 그 다음 층에는 광고, 패션, 디자인이 있다. 이 모델에서 예술인의 순수창작 아이디어가 외부로 확산되어 동심원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산업의 문화콘텐츠 공급을 촉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창조산업의 기초가 되는 혁신의 힘으로서 창의적 예술인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가장 경제중심적인 정부조차도 창의적 인력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화산업과 미래자본

창의성과 상상력으로 만드는 미래

미래사회를 그려가는 것은 우리의 창의성과 상상력이다. 따라서 미래사회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창의성이 중요해질수록 인간의 상상력이 핵심가치로 부각될 것이다. 미래에는 문화와 첨단과학 기술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 문화와 과학기술의 공통점은 상상력에 있다. 상상력은 창의적 문화를 만들고 새로운 과학기술영역을 창조하는 힘이다.


요즘 문화예술과 과학기술의 만남,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문화예술과 과학기술의 만남이라는 말 속에는 이 둘이 서로 다른 영역이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사실 두 영역은 너무 이질적인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우리는 고등학교부터 문과와 이과로 분리돼 교육을 받아왔다.


서구사회에서도 과학적 문화와 인문학적 문화는 이질적 발전을 해왔고 그 폐해가 워낙 커서 1959년 스노경은 이를 두 문화(two cultures)라고 지칭한 바 있다. 흔히 문화예술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과 과학기술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서로 다른 유형의 사람으로 취급한다. 스노경도 인문학적 문화의 첨단에 있는 시인과 과학적 문화의 첨단에 있는 물리학자가 서로 만나 이야기하면 소통의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예술은 감성적인 것이고 과학기술은 지극히 이성적인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라고 심혜련 교수는 지적한다.


"어떻게 문화예술은 감성적인 작업이며, 또 과학기술은 이성적인 작업이라고 단순하게 규정할 수 있는가? 감성적이기만 한 작업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으며, 또 이성적이기만 한 작업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문화예술은 감성적인 동시에 이성적이며, 과학기술은 이성적인 동시에 감성적이다. 이 두 영역 다 감성과 이성이 함께 작동해야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쪽만 강조되면 편협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외눈 거인 키클로페스처럼 말이다."


심 교수는 문화예술적 상상력과 창조성, 그리고 과학기술적 상상력과 창조성이 서로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과학과 예술의 협업을 통해 많은 창의적 결과물이 빚어지는 것을 우리는 쉽게 접할 수 있다. 미디어아트, 멀티미디어음악, 영화의 CG나 3D 등도 문화예술과 첨단기술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산물이다. 영화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영화 <아바타>는 역발상, 상상력, 조화와 균형, 브랜드, 도전정신 등 무형의 가치가 갖는 힘을 폭발적으로 보여주었다. 바로 이런 가치들이 미래사회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다.


상상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나 존재하지 않은 대상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는 것이다. 상상의 결과물은 때로는 허무맹랑하고 실현 가능성도 낮다. 하지만 세상, 지구, 인간 등 모든 것이 무에서 탄생했다. 태초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모두가 만들어진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잠들기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과학기술의 산물과 함께 살아간다. 이 모든 과학기술의 산물은 누군가가 상상하고 이 상상을 바탕으로 누군가가 만들어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출발점이 상상이라는 것이다.


쥘 베른이라는 프랑스의 과학소설가가 있다. 공상과학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람이다. 그는 1828년에 프랑스의 낭트에서 태어나 원래 법률을 공부했으나 무대연출가, 각본가, 주식브로커로도 활약했으며 나중에 알렉상드르 뒤마 등 당대의 걸출한 문인을 만나 글쓰기에 대한 조언을 받으면서 문학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는 일생동안 80여 편의 과학소설과 모험소설을 썼고, 경이의 시리즈 60여 편을 출판했다. 《지구 속 여행》《지구에서 달까지》《달나라 일주》《해저 2만리》《80일간의 세계 일주》 등이 대표작이다. 누구나 어린 시절 한두 권씩은 읽어봤을 법한 이 명작들은 풍부한 상상력과 과학지식을 토대로 쓴 공상과학소설이다.


미래를 꿈꾸게 하고 상상력을 넓혀 준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 일주》나 《해저 2만리》는 인류의 과학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 소설들은 1800년대 말에 주로 씌어졌는데 달로켓, 잠수함 등 당시로서는 꿈같았던 것들이 소재로 등장한다. 가령 당시에는 희귀한 금속으로 아무도 상용화할 생각을 못했던 알루미늄을 달로켓의 소재로 사용한다는 발상은 시대를 한 걸음 앞서 있다. 산업계에서는 이 소설에서 힌트를 얻어 후에 알루미늄의 실용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에 걸쳐 달 착륙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미국과 소련의 과학자들도 어린 시절 쥘 베른의 소설에서 자극을 받고 실제연구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을 것이다. 쥘 베른이 《해저 2만리》에서 묘사한 잠수함은 1954년 미국이 개발한 최초의 원자력잠수함으로 실현되었다. 1952년 6월 기공해 1954년 1월 진수, 1955년 1월 17일 원자력에 의한 항행을 개시한 원자력잠수함 SSN-571 노틸러스 호의 이름은 실제로 쥘 베른의 소설에서 따온 것이다. 쥘 베른이 원자력잠수함, 해저 여행, 달나라 여행 등을 상상하며 모험소설을 썼던 것은 1800년대였지만, 그의 공상 중 대부분은 다음 세기에 현실로 이루어졌다.


한 사람이 꿈꾸면 꿈이지만 많은 사람이 꿈꾸면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다. 출발은 한 사람의 상상이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상상은 지식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하지만 상상은 때로는 더 큰 힘이 된다. 상상력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다. 연구개발(R&;D)이라는 용어는 상상개발(I&;D)이라는 용어로 대체되고 있다. 상상하지 않는 개인은 어떤 것도 창조할 수 없다.


인공지능시대가 온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IBM의 왓슨을 비롯한 인공지능은 조만간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올 것이다. 머지않아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업을 대체하거나 적어도 인간과 공존하는 시대가 온다. 이제 우리는 인공지능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은 최근 인공지능에 대한 공개워크숍을 개최하고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을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둘러싼 국가 간의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하면 청소로봇, 육아로봇은 물론이거니와 로봇교사, 로봇기자, 로봇판사에 이르기까지 로봇은 인간이 수행하던 대부분의 직업들을 대체하게 될지도 모른다. 힘들고 어려운 일, 위험한 일은 인공지능 로봇이 도맡아 하게 되는 편리하고 안전한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은 기능적 삶이 아니라 인간적 삶을 가르쳐야 한다. 전문적 지식전달이 아니라 학습방법과 학습의 즐거움을 가르쳐주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지식을 습득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사람이 기계보다 못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갖지 못하는 지혜와 방대한 지식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 없는 것을 상상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도 인간이 잘하는, 인간적 능력이다. 인공지능 기계는 학습을 통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궁금한 것을 질문하지도 않으며 하릴없이 미래를 꿈꾸고 기발한 것을 상상할 수도 없다.


지성적 측면에서는 기계가 앞서겠지만, 감성영역은 언제까지고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다. 미래교육은 지식을 전달하고 암기하는 방식의 교육이 아니라 삶의 지혜와 지식을 관통하는 통찰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되어야 하며, 또한 사회적 존재로서의 협동심, 소통, 공감능력을 갖춘 인재를 기르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인공지능에 의한 직업들의 자동화 대체 확률을 연구/조사하여 발표한 한국고용정보원의 박가열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가 인공지능과 로봇을 중심으로 한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려면 교육패러다임을 창의성과 감성 및 사회적 협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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