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저자는 우리 사회적기업들이 당면한 과제들에 대한 해법과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한다. 선의(善意)와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회적기업가의 딜레마부터 성공 경영의 원칙과 비즈니스모델, 사회적기업가가 가져야 할 인재관과 버려야 할 고정관념,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한 마케팅 코드 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사회적기업을 둘러싼 논쟁에 대한 저자의 명쾌한 해석과 사회적기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주는 격려의 메시지도 만날 수 있다.
■ 저자 강대성
1982년 유공(SK이노베이션 전신)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하여 30년 넘게 SK맨으로 살았다. 2011년 SK의 계열사 MRO코리아 CEO로 취임한 후 영리기업이었던 이 회사를 대한민국 최대의 사회적기업 행복나래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1,000억 원(2010)의 매출을 2,750억 원(2015)으로 끌어올려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적기업들에 활로를 터주고, 걸음마 단계에 있는 사회적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에 몰두하여 행복나래를 ‘사회적기업들의 성장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생산성학회 생산성 CEO 대상(2014), 사회적기업 육성 유공자 대통령표창(단체 부문, 2014), 국무총리표창(2016)을 수상했다.
지금은 행복나래 고문,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육성 전문위원, 사회적 협동조합 SE바람 이사장으로 사회적기업의 경영 혁신과 사회적기업가 양성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기업이 보다 많아지고 발전하여 산적한 사회문제들을 해결함으로써 미래의 희망을 현실로 만들 수 있기를 소망한다.
■ 차례
추천의 말 - 상생 사회를 바라는 사람들의 필독서
저자의 말 - 착한 기업이 좋은 사회를 만든다
1장 영원한 승자는 없다
- 위기의 기업들
위대한 기업들의 몰락
공룡 기업을 무너뜨린 ‘이럴 줄 몰랐다’ / 그들을 망하게 만든 철 지난 성공 기준
시장에서 조심해야 할 2가지 역풍
기업의 생사를 좌우하는 ‘그들’ / 요동치는 시장에는 ‘그’가 있다
어제는 승자, 오늘은 패자
잘나가던 그 기업은 어디로 갔을까? / 노키아와 소니의 교훈
주식회사가 빠지기 쉬운 함정
도를 넘어선 주주들의 배 불리기 / 자본주의 시장의 적들
살아남은 기업들의 공통점
‘생존 부등식’을 사수하라 / ‘기업가 정신’이 답이다 / ‘본질’을 경영하라 / ‘스토리’를 전파하라 / ‘공감’을 일으켜라 / ‘판소리 경영’을 하라 / 문제는 ‘창조적’으로 해결된다
2장 변해야 산다
- 새로운 경영환경의 물결
변화의 방향을 읽어라
세계 경제를 바꿀 4가지 요인
아, 옛날이여!
다시 오지 못할 ‘좋았던 시절’ / ‘13억 시장’이라는 허구
기업이 숨 쉴 곳은 어디에?
변화=위협, 악어 웅덩이의 비극 / 시장의 비극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
뛰는 기업, 나는 소비자
약삭빠른 소비자들 / 똑똑한 소비자들의 정보력을 이기는 ‘절대 가치’
취해 있지 마라
존속적 혁신에서 파괴적 혁신으로 / SNS의 가능성과 위험성 / 작은 시장은 가치를 소비한다 / 불가능을 모르는 기업들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들
시장을 움직이는 강력한 ‘개인’ / 착한 기업인가 아닌가 / 소비자들의 영혼을 울리는 마케팅
쥐 떼는 늘어나는데 사자는 한 마리밖에 없고
분출하는 사회문제, 보이지 않는 해법 / 4달러 햄버거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착한 비즈니스가 뜬다!
‘느리게’ 사회문제를 풀어가는 기업들 / 리틀 빅 히어로, 전혀 새로운 영웅들
3장 착한 기업이 세상을 바꾼다
- 사회적기업의 탄생과 딜레마
사회적기업도 기업일까?
자선은 가난을 해결할 수 없다!
물고기를 주지 말고 낚시를 가르쳐야 /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는?
사회적기업이 세상을 바꾼다
사회적기업이 일으키는 4가지 효과 / 작은 항구 묵호는 어떻게 부활했을까? / 교육을 살리는 ‘행복한 학교’
우량 기업과 착한 기업, 어디에 투자할까?
영업이익률 40%, 아라빈드 안과병원의 성공 비결 / 투자 시장의 새로운 희망 ‘임팩트 투자’ / ‘환경 파괴범’ 다우케미칼의 탁월한 선택
성공하는 사회적기업들의 비밀, 선(善)의 생태계
작은 도시 베네치아 600년 번영의 원동력 / 사회적기업을 ‘계속기업’으로 만들려면
사회적기업은 어떻게 지속가능한가
지속가능성을 보여준 삿포로 SI 클러스터와 완주CB센터 / 핵심 역량과 사회공헌 활동을 연계하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최선의 방법
오미디야르 모델이냐, 유누스 모델이냐 / 사회적기업을 둘러싼 논쟁들
모기장은 어떻게 나누어주는 것이 좋을까?
비영리조직과 사회적기업의 효용 비교 / 사회문제 해결은 시장 지향적으로
4장 가치를 경영하라
- 사회적기업의 성공 조건
어느 사회적기업가의 고민 - 선의(善意)와 현실 사이
사람들이 원하는 건 사회적기업이 아니다? /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모든 성공과 실패는 ‘이것’으로부터 시작된다 - 경영 마인드
삼성과 LG의 냉장고 경쟁, 최종 승자는 만도? / 사회적기업가들이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들
도랑 치고 가재 잡고 - 비즈니스 방식
사람들의 마음밭을 돌보는 ‘토닥토닥협동조합’ / 청소년 문제와 카페를 접목한 ‘자리’ / 고령화사회의 대안 ‘산바들’ / 새터민에게 희망을, ‘메자닌아이팩’ / 폐기물로 몸살을 앓는 지구를 위해 ‘터치포굿’
투자수익률은 얼마나 되나요? - 투자 유치 방법
투자자들이 원하는 기업과 기업가 / 당신도 혹시 몽상가? / 어디서, 어떻게 투자를 받을 것인가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 인재관과 인사 원칙
사회적기업에 적합한 인재는 누구인가 / 영화 <인턴>이 알려준 인사의 진리 / 사회적기업가가 버려야 할 고정관념 / 잘나가는 ‘안심생활’의 이유 있는 성장
혼자 하려고 하지 마라 - R&D와 생산
기술 확보의 성공 사례 / 품질 관리에 실패한 쿠어스와 성공한 인앤아웃버거의 차이 / 비코프 인증 기업 ‘제너럴바이오’ 경쟁력의 핵심
마케팅은 필요없다? - 마케팅 전략
리니어블이 인기를 끈 진짜 이유 / 참여하고, 체험하고, 공유하게 하라
성공의 첫걸음은 첫인상 - 성공 코드 1
‘좋은 뜻’은 좋은 반응을 일으키지 못한다 / 기부자들을 열광시킨 채리티 워터의 특별함
마음의 문을 여는 진정성의 힘 - 성공 코드 2
선양주조가 지역감정을 허문 비결 / 거인들의 틈을 파고든 작은 회사의 성공 비결 / 진정성 마케팅의 성공 키워드
사고 싶게 만드는 ‘코즈’를 제공하라 - 성공 코드 3
소비자들은 ‘보람’을 좋아한다 /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 ‘소셜 스와이프’
스토리는 힘이 세다 - 성공 코드 4
왜 사회적기업을 하느냐고? / 지구인들을 끊임없이 유혹하는 ‘작은 성’의 매력은? /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까?
즐거움을 선물하라 _성공 코드 5
거부감을 즐거움으로 만든 국순당의 기발한 이벤트 / 고객이 따라 하게 만들어라
부록
사회적기업들의 플랫폼을 향하여 - 행복나래의 탄생과 진화
사회적기업가를 꿈꾸는 당신에게
맺는말 - 세상은 더 좋아질 것이다!
나는 착한 기업에서 희망을 본다
영원한 승자는 없다 - 위기의 기업들
위대한 기업들의 몰락
기업의 부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업의 역사는 흥망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서 수십 년을 한결같이 선도 기업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서 1917년 이후 70년 동안 시장의 평균성장률을 웃도는 성과를 낸 기업은 딱 두 곳밖에 없다. GE와 코닥이다. 그런데 그중 하나도 결국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코닥은 필름 시장의 영원한 강자처럼 군림했던 위대한 기업이었다.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산업과도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했던 코닥의 위상과 영광은 해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극장의 이름이 코닥극장인 것에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코닥이 거의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해버렸다. 디지털카메라의 급속한 보급 때문이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디지털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한 곳이 코닥이라는 사실이다. 수십 년간 전 세계 필름과 인화지 시장의 7,80%를 장악해온 코닥이 변화를 몰랐던 것은 아니다. 코닥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시장을 흐름을 미리 내다보고 남보다 앞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해놓았다. 그런데 대응이 너무 늦었다. 예상보다 시장의 판도 변화가 빨랐던 것이다. 2000년 들어 그동안 사장시켜놓았던 디지털카메라를 가지고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이미 다른 강자들에 의해 시장이 장악된 뒤였다. 1990말 기업 가치가 300억 달러를 넘어섰던 코닥은 그렇게 급전직하하게 되었고 마지막 한 가닥 희망을 걸었던 중국 시장마저도 아날로그를 건너뛰어 디지털로 급변하는 바람에 참패를 면치 못했다. 결국 코닥은 2012년 1월, 자산 51억 달러, 부채 68억 달러, 기업가치 1억 5,000만 달러라는 초라한 모습으로 파산보호 신청을 하며 몰락하고 말았다.
미국 최대의 모기지회사였던 패니메이는 또 어떤가, 세계적인 경영사상가 짐콜린스의 명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위대한 기업들 중 하나로 언급되었던 이 회사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파산해버렸다. 짐 콜린스가 담보대출에 관한 한 자본시장의 선두주자라며 위대한 기업으로 꼽았던 이유는 저소득층도 담보대출을 통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가난에서 벗어나기조차 버거운 저소득층에게 내 집을 갖게 해주는 동시에 수익까지 낼 수 있게 해준다는 면에서 패니메이는 정말로 대단해 보였다. 그런 회사가 파산되어 국영화되었다는 소식은 저자인 짐 콜린스는 물론이겠거니와 한 사람의 독자로서도 놀랍고 당황스런 일이었다.
공룡기업을 무너뜨린 이럴 줄 몰랐다
〈미슐랭 가이드〉라는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요리업계에서는 거의 성서처럼 떠받들어지기도 한다.〈미슐랭 가이드〉에서 받은 별이 전년보다 하나 줄었다며 자살한 셰프의 이야기가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원래 〈미슐랭 가이드〉는 프랑스의 타이어회사 미슐랭이 마케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만든 여행 안내서였다. 자신이 출시한 레이디얼 타이어를 장착한 자동차를 타고 여행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라며 곳곳의 좋은 식당을 소개한 것인데, 물론 그 배경에는 타이어 소모를 촉진시키는 의도도 숨어 있었다. 미슐랭은 유럽에서 거둔 성공을 발판으로 미국 대륙에 진출하게 된다. 다음은 당시의 상황을 소개한 내용이다.
미국 오하이오주 에크런은 한때 세계 타이어의 수도였다. 파이어스톤, 굿이어 같은 세계 5대 타이어 메이커가 본사를 그곳에 두었다. 에크런의 타이어는 세계 시장을 50년 이상 장악했다. 5개 회사 영업부장들은 금.토요일이면 골프 클럽에서 만나 운동하고 식사했다.
"회사의 서열은 매겨져 있었지만 모임만은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파이어스톤 영업부장 출신의 증언이다. 그들은 주말 파티는 프랑스 미슐랭이 레이디얼 타이어를 개발하면서 막을 내린다. 애크런의 타이어가 2만km달리면 미슐랭 타이어는 6만 4000km를 갔다. 애크런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럴 리가 있나" 하며 신기술을 믿지 않았다. 이어 "그건 돌로 포장된 길이 많은 유럽에나 맞는 타이어" 라고 험담했다.
_ 조선일보, "이럴 줄 몰랐다"로 망한 사람들(송희명 칼럼), 2013.10.05.
그들을 망하게 만든 철지난 성공기준
위대한 기업들은 왜 몰락하게 되었을까? 모두가 칭송받을 만한 기업들이었고, 더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경영자와 직원들이 있었을 텐데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들이 변화했기 때문일까?
분명한 사실은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과거의 성공 기준들이 허물어졌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말이다. 위대한 기업들이 몰락하게 된 것은 그들이 큰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들이 거둔 성공에 자만심을 가졌거나 필요한 노력을 덜 했을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들의 몰락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그보다는 성공의 기준이 자체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과거에는 통했던 성공 방식이 어느새 먹히지 않게 된 것이다. 나 역시 경영 현장에서 여러 번 절감한 바 있다.
살아남은 기업들의 공통점
거센 변화의 물결에 휩쓸려 시장에서 사라지는 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변화된 환경에 잘 대처하여 꿋꿋하게 생명을 이어가는 기업들도 있다. 강한 생존력을 가진 기업들이다. 무엇이 그들을 온갖 변수와 쟁쟁한 경쟁자로 들끓는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게 만들었을까? 내가 살펴본 바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생존 부등식을 사수하라
생명력이 강한 기업들을 연구해보면 몇 가지 공통점들이 발견되는데, 그중 하나는 생존 부등식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가치(Value) > 가격(Price) > 비용(Cost)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체감하는 가치는 고객이 지불한 가격보다 커야 하고, 가격은 기업이 들인 비용보다 커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공식은 기업이 망하려고 작정하지 않은 이상 반드시 지켜야 할 절대 기준이다. 시장이 없어지지 않는 한 먼 미래에도 결코 바뀌지 않을 공식이다.
그런데 이 절대 공식에 둔감한 사회적기업가들을 적잖이 만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당혹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제아무리 선한 목적을 가진 사회적기업이라 해도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으로서의 본질은 같기 때문이다. 그것을 소홀히 하거나 외면하는 기업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기부를 받아서 기업을 운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생존 부등식에 충실하여 고객에게 가격보다 큰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이익을 내야 한다. 이는 모든 기업의 생존 조건이다. 다만, 사회적기업은 일반 기업과 달리 영리를 추구하는 방법에서 사회적 가치를 중시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영리 추구를 거론하는 것을 어색해하는 사회적기업가들이 있다. 기업가의 자세가 아니다. 생존하고 싶다면 하루빨리 바꾸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이 답이다
경제학자들은 흔히 노동, 자본 그리고 기술이라는 3요소가 어느 정도 축적되고 나서야 본격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을 설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이야기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이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왔다. 전통주의 경제학과 현실의 괴리 현상에 대해 미국의 경제학자 에드먼드 펠프스는 기업가 정신이 답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여기서 기업가는 최고경영자나 오너 경영자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기회를 포착하고 불확실성이라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며 과감한 행동에 나서는 사람이나 조직은 모두가 기업가이기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속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크고도 빠른 변화의 와중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만든다. 위기와 경쟁의 파고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은 기업들에는 언제나 기업가 정신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공감을 일으켜라
브래들리의 성공을 스토리텔링의 힘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디자인 스타트업 리니어블의 성공은 공감의 힘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리니어블의 미아 방지용 손목 밴드는 아이가 부모 곁에서 일정거리 이상 떨어지게 되면 알람이 울린다. 특이한 점은 리니어블 애플리케이션을 깔아 놓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을수록 아이의 위치를 더욱 정확하게 알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제품은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안타까운 마음과 참여자가 많을수록 아이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기능에 공감한 사람들의 호응으로 시장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으면 큰돈 들여 대대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 공감은 사람을 마케팅 대상이 아니라 서포터로 변화시키는 마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공감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생존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착한 기업이 세상을 바꾼다 - 사회적기업의 탄생과 딜레마</SPAN>
사회적기업이 세상을 바꾼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사회적기업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사회문제들이 존재한다. 실업, 양극화, 복지, 주거, 환경오염 같은 문제들이 사획적기업 탄생의 산파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에 이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대다수의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급기야 2009년 3월에는 실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그 여파는 대단했다. 가정 경제가 파탄난 것은 물론, 개인과 기업, 구각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면서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실업과 고용 없는 성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한편으로 경제 양극화 현상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우스갯소리가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어렵사리 자리를 잡은 음식점이 계약 기간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건물주에 가로막혀 막대한 타격을 입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으레 지급하는 권리금마저 법적보호를 받을 수 없고, 보증금을 수천만 원씩 올려달라는 요구에도 대응할 방법이 없다. 이에 대해 정부가 보증금이나 월세 인상의 상한선을 두는 등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건물주와 임차인 사이의 문제에 정부가 나서서 일일이 해결하려는 것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실업 문제에서도 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해결 방안도 효과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등장한 해법이 사회적기업이다. 사회문제를 기업차원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으로, 실업이나 복지 등의 문제를 시장의 문제로 접근해보자는 것이다. 영국, 일본, 스페인, 프랑스와 같은 나라들에서는 이러한 사회적기업의 효과가 현실적으로 검증되고 있다. 우리정부 또한 "사회적기업이 실업과 양극화 문제 해결에 중요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적기업의 활성화를 지원할 것" 이라면서 사회적기업을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7년 7월부터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 및 사회적기업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본법 등을 마련하는 등 범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일으키는 4가지 효과
사회적기업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우리는 크게 4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일자리 제공, 지역사회의 활성화, 사회 서비스의 확충, 윤리적 시장 확산 등이다.
첫 번째 효과인 지속가능한 일자리 제공은 사회적기업을 통해 노동시장의 취약계층인 노인, 중장년층 퇴직자, 청년미취업자, 경력 단절 여성 등에게 가용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숙자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발행되는 매거진 빅이슈(The Big Issue)가 좋은 예다. 이 잡지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부터 기부받은 재능을 주요 자산으로 삼아 발행되고 있다. 권당 5,000원짜리 잡지를 판매하는 사람들은 모두 노숙자인데, 빨간 조끼를 입고 빅이슈 한 권을 팔 때마다 판매가의 절반인 2,500원이 판매자의 몫으로 주어진다. 빅이슈는 영국에서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발행되기 시작했는데, 국내에서는 거리의 천사들이라는 노숙인 봉사단체가 사업권을 얻어 발행하고 있다. 발행처인 빅이슈코리아는 판매인들이 번 돈을 허투루 써버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정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도 받았다.
사회적기업의 일자리 창출이 과연 지속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행복나래 초창기에는 나조차도 이런 의문을 갖고 있었다. 사회적기업의 취지는 훌륭하지만 외부 지원 없이도 독립적으로 운영해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또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이 일반 기업들에 비해 떨어질 것이라고 넘겨짚기도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공식 모자가 있는데, 우리나라 기업이 만들고 있다. 야구뿐 아니라, 농구, 미식축구도 마찬가지다. 영안실업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세계 모자 시장의 30%를 장악하고 있다.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 바로 국내 모자 시장이다. 이런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에 절대 기죽지 않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나의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려준 동천모자다. 이곳에서 장애우들이 모자를 생산하고 있는데, 품질이 다른 곳보다 못할 것이라는 나의 편견은 서울시 노원구에 위치한 동천을 방문하면서 이내 무너졌다. 백화점이나 일반 점포에서 구매할 수 있는 모자들에 비해 오히려 더 나으면 나았지 전혀 뒤지지 않았다. 놀라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장애우들의 남다른 집중력이 품질을 높이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알려주었다. 내 눈으로는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는 미세한 하자까지 동천의 직원들은 귀신같이 잡아낸다. 고도의 집중력이 고품질의 모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동천을 방문한 후로 나는 사회적기업의 가능성에 대해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지속가능한 일자리 제공이라는 기대효과가 충분히 현실적임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작은 항구 묵호는 어떻게 부활했을까?
사회적기업에 대한 두 번째 기대 효과는 지역사회 활성화와 사회적 투자 확충을 통한 지역경제의 발전등이다. 사회적기업 또는 선량한 개인이 지역사회의 활성화에 기여한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징어로 유명한 묵호는 강릉과 삼척 사이에 위치한 작은 항구 도시다. 그런데 동해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오징어 떼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예전의 활기를 잃고 말았다. 생선을 사러 오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관광객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쇠락해가는 묵호를 되살리기 위한 방안들을 고민하던 중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과 지자체가 힘을 모아 시작한 것이 논골담길 벽화 마을이었다. 묵호항 어판장 건너편의 야트막한 산에 옹기종기 들어선 낡고 작은 집들의 벽에 그림을 그려 넣자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폐허처럼 변해버린 마을이 다채로운 그림으로 새 단장을 하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좋은 풍경을 사진에 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그들이 올린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가고, TV드라마의 배경으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명소가 되어갔다. 논골담길 한쪽 예쁘게 자리한 집에는 상속자 박신혜가 살던 집이라는 작은 팻말이 붙었고 가이드북을 든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 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 흔해졌다. 논골담길 벽화 마을이라는 작은 프로젝트가 묵호 전체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묵호와 가까운 도시 강릉의 스토리는 더 극적이다. 그 시작은 말 그대로 우연이다. 아무런 연고도 없었지만 그저 좋아서 강릉에 자리를 잡게 된 어는 커피 장인이 스토리의 시작이다. 그는 1980~1990년대에 고대생들이 주로 찾던 커피숍 보헤미안 커피의 주인장 박이추 씨로, 어느 날 갑자기 경포대 북쪽의 바닷가 작은 언덕 위로 터를 옮긴다. 그가 직접 추출하는 커피 맛이 그만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커피집 주인이 우리나라 커피 1세대를 대표하는 1서 3박(서정달, 박이추, 박상홍, 박원준)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커피 애호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강릉은 일약 커피 도시로 부상하게 되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보헤미안 커피가 회자될 무렵 또 다른 한 명의 커피 장인이 강릉에 커피 공장을 연 것이다. 그 주인공은 은행원 출신의 김용덕 대표로, 커피에 매료되어 연구와 실험을 거듭한 끝에 이곳 강릉에 테라로사를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좁은 시골길을 따라 한참 들어가면 나타나는 외진 숲속에 위치한 테라로사는 평일에도 차를 세워둘 곳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북적인다. 덕분에 여름철 한때 놀러오는 피서객들에 의존했던 강릉의 상권은 사시사철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교육을 살리는 행복한 학교
사회적기업을 통한 세 번째 기대효과는 사회 서비스의 확충이다. 국가가 주도하거나 특정 시기에 기업이나 유명인의 기부와 후원에 의존했던 사회 서비스가 사회적기업들에 의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SK그룹이 운영하는 행복한학교재단이 좋은 예다. 이 재단은 방과후학교 위탁운영사업을 하는 사회적기업으로,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 강사들에게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현재 서울, 부산, 대구, 울산 등 4개 지역의 지자체, 교육청과 연계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공교육의 내실화와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행복한학교의 취지는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의 몫으로만 여겨졌던 교육 서비스 분야에서도 사회적기업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모범적 사례가 되고 있다.
사회적기업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네 번째 효과는 기업의 사회공헌과 윤리적 경영문화의 확산이다. 나는 영리 기업인 MRO코리아를 행복나래로 전환하면서 경영의 제1목표를 주주이익의 실현에서 이익의 사회 환원과 사회적기업의 육성 및 지원으로 변경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행복나래는 처음부터 사회적기업들을 지원하여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고, 육성사업을 통해 사회적기업들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사회적기업들의 매출 신장과 더불어 취약계층의 고용 증대 효과를 낳을 수 있었다. 전북 고창군에 위치한 떡생산업체 사임당푸드는 2013년 3명이던 취약계층 고용을 2014년 10명까지 늘렸고,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가구생산업체 동연디자인은 2014년 15명에서 2015년에는 18명으로 확대했다. 행복나래 외에도 취약계층의 사람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들이 곳곳에 많이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을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주인공들이다.
가치를 경영하라
모든 성공과 실패는 이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입지전적인 두 대기업이 오랜 기간 격렬하게 맞붙어온 시장이 있다. 가전업계의 라이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웅을 다투는 냉장고 시장이다. 두 회사는 냉장고 시장에서 여러 측면으로 길고 긴 싸움을 계속 해왔다.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프레온가스를 냉매로 쓰지 않는 것으로도 경쟁을 했고, 냉기가 얼마나 골고루 전달되는가로도 양보 없는 싸움을 벌였다. 유명한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디자인으로도 승부를 겨루었다. 실제 용량은 우리가 더 크다며 상대방 제품에 물을 부어 비교하는 일까지 있었다.
오랜 경쟁으로 두 회사의 기술 수준은 가히 세계 최고가 되었다. 다른 회사들이 감히 넘볼 수조차 없을 정도다.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일본 제품들을 물리치고, 냉장고를 발명한 미국 브랜드들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들었다. 불과 30~40년 전, 냉장고 제조 기술을 얻기 위해 갖은 고생을 했던 사실을 생각하면 실로 놀라운 성취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가정에 냉장고가 보급될 수 있었던 것도 두 회사 덕분이었다.
삼성과 LG의 냉장고 경쟁, 최종 승자는 만도?
그런데 냉장고 시장에서 최종 승자는 두 회사가 아니었다. 이제 두 회사의 마지막 승부밖에 남지 않았다고 여겨질 정도로 냉장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을 무렵, 고객들이 손을 들어준 것은 삼성이나 LG가 아니라 김치냉장고라는 새로운 개념의 시장을 창출한 만도였다.
시장은 승자를 기다리지 않는다. 경쟁에서 누가 승리하는가에는 관심이 없다. 있다 해도 잠시일 뿐이다. 시장은 오로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쪽에서 편승한다. 고객들이 원하는 숨은 욕구를 정확히 찾아내서 충족시킨 만도가 냉장고 시장의 새로운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아무도 몰랐다. 심지어 고객들조차 김치 냉장고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오직 만도만이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던 니즈를 파악하여 김치냉장고를 선보임으로써 냉장고 시장의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새로운 주인이 될 수 있었다. 뒤늦게 삼성과 LG가 부랴부랴 뛰어들었지만 고객들에게는 후발주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결코 두 회사의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단, 하나, 경쟁에 몰두한 나머지 시장의 다른 면을 보지 못한 탓이다. 성공한 기업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다.
기업 경영은 시장에서 시작하여 시장에서 끝난다. 성공과 실패도 마찬가지다. 시장은 살아서 움직이는 생명체다. 그런데도 기업가들은 곧잘 시장을 외면한다. 시장을 다 안다고 착각한다. 모든 실패가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사회적기업가들이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들
지난 5년간 행복나래를 경영하면서 사회적기업가들이 경영자로서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 있다.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고객 지향 마인드를 가져라.
- 구체적인 비전과 확고한 사명을 가져라.
- 성과를 극대화 하라.
-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어라.
- 사회적기업도 기업이므로 경영 마인드를 가져라.
- 사회적기업가는 자원 동원 능력을 가져야 한다.
- 네트워킹을 통해 협업의 가치를 높여라.
- 시장은 항상 변하므로 위기의식을 가져라.
- 취급하는 제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어라.
언제나 중요한 것은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가다. 그런 의미에서 사토 요시노리의 책 드릴을 팔려면 구멍을 팔아라.에서 강조한 가치를 항상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 정도면 살 만하지 않아?라고 자문하기보다 사람들이 이걸 왜 구매하려고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드릴보다는 해머 드릴이 더 잘 팔리겠지? 기능을 추가해보자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고객이 드릴을 필요로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고찰할 수 있어야 한다. 관점을 이동시켜 새로 산 커튼을 달기 위해 커튼 봉을 벽에 부착하려고 드릴을 찾는다면 드릴보다 강력한 성능의 산업용 접착제를 권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지레짐작으로 판단하지 말고 고객에게 직접 묻고 확인하여 더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시장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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