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구글이 꿈꾸는 미래와 그 실현을 위해 진행 중인 연구와 사업, 전략을 이야기하는 책. 구글은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며 사업 전략을 세우고 있는지, 그 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구글의 힘은 무엇인지 설명하면서, 나아가 우리가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까지 시사한다.
이 책의 저자 토마스 슐츠는 독일 ‘슈피겔’지 실리콘 밸리 특파원으로 좀처럼 외부에 문을 열지 않는 구글의 내부에 독점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에릭 슈미트 등 구글 관계자 40여 명과의 인터뷰, 5년에 걸친 실리콘 밸리 취재 끝에 우리에게 진짜 구글의 모습을 보여준다. 알파고와의 대결로 인해 다시 관심 받기 시작한 구글의 사업들, 안드로이드와 자율 주행차는 물론 우주 엘리베이터, 나노 알약 등 우리가 몰랐던 구글의 거대한 미래 프로젝트까지 낱낱이 공개한다.
한 번도 평범한 기업이었던 적이 없었던 구글, 분명한 것은 그들이 미래에 가장 맞닿아 있으며 그래서 미래를 이해하려면 구글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세상을 바꾸고자 미래를 상대로 거대한 배팅을 시작한 그들의 행보를 담은 이 책은 미래에 가장 먼저 도달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확실한 예언이 될 것이다.
■ 저자 토마스 슐츠
독일을 대표하는 시사 주간지인 『슈피겔』(Der Spiegel)의 실리콘 밸리 지사의 편집장으로 활동 중인 토마스 슐츠는 프랑크푸르트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전세계 150여 개국의 우수 인재를 선발하는 풀브라이트(Fulbright) 장학제도를 통해 마이애미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공부했으며 하버드대학교에서 연구 활동을 하기도 했다. 2001년 『슈피겔』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 2008년부터는 경제부 미국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초기에는 뉴욕에서 미국발 경제위기에 대한 기사를 쓰다가 2012년부터는 그 거점을 샌프란시스코로 옮겨 컴퓨터공학과 생명공학 기술을 비롯, 첨단기술 발전과 디지털 혁명이 사회, 정치, 문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취재활동을 해오고 있다. 꾸준히 경제와 인터넷, 기술 산업에 관한 주제로 글을 써왔던 슐츠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최고의 르포와 보도에 수여하는 헨리난넨(Henri Nannen)상, 최고의 전문기자에게 주는 홀츠브링크(Holtzbrinck)상 경제부문과 올해의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구글의 미래』 는 이 세상의 미래를 급진적으로 변화시키려는 구글이라는 기업을 가장 밀접한 거리에서 관찰한 기록이다. 슐츠는 언론을 비롯한 외부에 좀처럼 문을 열지 않는 구글의 내부에 독점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기자로 구글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는지에 대해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에릭 슈미트 등 구글의 경영진뿐 아니라,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등 수많은 구글 관계자와 실리콘밸리의 리더들을 인터뷰한 끝에 이 책을 완성했다. 래리 페이지가 구글의 경영진으로서 구글에 대한 책 프로젝트에 협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독일인 저자가 구글의 내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락한 것도 최초의 일이다.
■ 역자 이덕임
동아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인도 Pune University 인도철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오스트리아빈대학 독일어 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노력중독- 인간의 모든 어리석음에 관한 고찰』, 『인터넷 나라의 앨리스』, 『기술의 문화사』, 『고기 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의지력의 재발견』, 『일체감이 주는 행복』, 『겁쟁이가 세상을 지배한다』, 『선택의 논리학』, 『자발적 가난』, 『하늘을 흔드는 사람』, 『행복한 나를 만나러 가는 길』, 『선생님이 작아졌어요』, 『비만의 역설』 등이 있다.
■ 차례
해제 구글은 왜 세상을 바꾸려 하는가_ 장병탁(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머리말 구글이 움직이면 미래가 된다
가장 가까이서 들여다본 구글 . 구글의 야망 . 우리 눈에 보이는 ‘구글’은 시작에 불과하다 . 권력과 부를 통해 얻고 싶은 것 . 물론 구글은 불사신이 아니다 . 미래를 이해하려면 구글을 이해해야 한다
제1장 그라운드 : 학교 기숙사에서 슈퍼 파워의 상징으로
완벽한 순간, 페이지와 브린의 만남 . 한계를 돌파한 아이디어, 검색 알고리즘 . 경제사에 기록될 10만 달러짜리 수표 . 결정적 전환점, 주식 상장 . 구글을 향한 화살 . 래리 페이지의 귀환
제2장 창업자들 : 열정으로 세상이 바뀔 때까지
자유로운 해방자, 세르게이 브린 . 내성적인 창조자, 래리 페이지 . 우주에서 가장 야심적인 CEO . ‘자넨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하고 있네’ . 낙천주의자 . 실리콘 밸리 정신의 대변자 . 2029년, 인간의 모든 일을 컴퓨터가 대체한다 . 구글, 미래를 시도하는 공간
제3장 문샷 : 어떻게 미래를 만들 것인가
10퍼센트보다 10배 향상시키는 것이 더 쉽다 . 인간을 달에 보내는 이단의 정신 . 지금까지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중요한 문제인가 . 일단 발명하고 돈은 나중에 번다 . 10년 넘게 무인자동차에 매달리는 이유 . 그들의 목표는 자동차가 아니다 . 자율 주행차를 향한 세계적인 경쟁 . 운송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주거지로
제4장 비밀 연구소 : 구글의 미래 전략
‘거대한’, ‘급진적인’, ‘불가능하지 않은’ . 룬 프로젝트, 새로운 인터넷 보급 사업 . 나노 위성과 인공위성 사업 . 생명 연장 프로젝트 . 로봇 프로젝트 . 윙 프로젝트, 드론 배달 시스템 . 양자컴퓨터 . 무모한 도박인가, 대담한 투자인가
제5장 검색 : 과거의 성공을 미래로 연결하는 방법
검색엔진, 최초이자 최고의 문샷 프로젝트 . 세상의 모든 데이터를 연결하는 지식 그래프 . 인간과 컴퓨터의 자연스러운 대화 . 인공지능의 첨병 딥마인드를 인수하다 . 인공신경망과 딥 러닝 . 기계 번역 . 디지털 지도
제6장 마스터마인드 :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사람과 혁신 연구소, 피랩 . 최고의 두뇌를 얻기 위한 노력 . 구글의 구조, 작은 세포의 집결과 해체 . 엔지니어 중심 문화 . 발명가의 딜레마 . 그들은 어떻게 창의를 이끌어내는가 . ‘네, 하지만’이 아니라 ‘네, 그리고’
제7장 스마트폰, 로봇과 자동차 : 시스템으로 세상을 움직이다
구글, 안드로이드를 품다 . 안드로이드가 자동차를 만났을 때 . 가장 기본적인 기술 플랫폼 . 새롭게 연결된 기계 세상 . 네트워크로 연결된 미래를 위해 . 지메일, 다음 10년을 위한 통신 . 그다음 디지털 혁명, 가상현실(VR)
제8장 디지털화 vs 사생활 보호 : 구글을 둘러싼 논쟁
구글과 개인정보 . 디지털 정보를 둘러싼 이해와 오해 . 왜 구글을 두려워하는가 . 구글은 희생양인가 . 구글은 사랑받는 기업이고 싶어 한다
제9장 미래 : 위대한 비전인가, 거대한 허상인가
구글은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 구글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 . 완전히 기술화된 디지털 미래
구글의 미래
구글이 움직이면 미래가 된다
구글의 창업자이자 핵심 두뇌인 래리 페이지의 집무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이 걸리는 노스 캘리포니아 마운틴 뷰의 본사 건물 4층에서도 긴 복도의 끄트머리에 있다. 수많은 비서와 우아하고 중후한 가구, 거대한 집무실 등 대기업 경영자를 상징하는 전통적인 외형을 찾아볼 수 없어 자칫 그냥 지나치기 십상인 곳이다.
대중에게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 무척 애쓰는 페이지를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터뷰도 1년에 고작 두세 번 할 뿐이다. TV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특히 면역계통 이상으로 목소리에 문제가 생긴 이후에는 구글의 연례행사에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또한 개인적인 관심사나 친한 사람, 좋아하는 일, 최근 즐기는 것, 여가시간 활용 등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는다.
가족은 그가 생물정보학 전문가와 결혼해 두 자녀를 뒀다는 것만 알려져 있을 뿐 이름조차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들은 디지털 기억 세상에서 금지된 이름이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모아 모두에게 나눠주는 것이 목표라고 공표한 그는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숨기고 있다. 실제로 세계적인 유명 인물 중 래리 페이지만큼 제대로 된 정보가 드러나지 않은 사람도 드물다. 그는 단 몇 년 만에 구글을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기업, 디지털 시대를 이끄는 최초의 슈퍼 파워로 만들었다. 하지만 더 큰 야망을 품은 그는 그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가장 가까이서 들여다본 구글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미국 통신원인 나는 오랫동안 구글을 지켜보았고 몇 년 동안은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했다. 정신없이 빠른 속도로 전진하는 디지털 혁명에 발맞춰 「슈피겔」과 나는 2012년 뉴욕에 있던 사무실을 실리콘 밸리의 중심으로 옮기기로 했다. 실리콘 밸리에는 그 이름을 듣긴 했으나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도 꽤 있었다. 나는 그들을 보다 정확히 관찰하는 한편 깊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다. 애플과 페이스북, 우버도 그들 중 하나였다. 이들은 변혁의 시대에 중심에 서서 변화를 이끄는 기업이다.
가까이에서 바라본 구글은 훨씬 야망이 크고 스마트하며 다른 어떤 기업체보다 논란거리가 많았다. 나는 마운틴 뷰에 있는 구글 캠퍼스와 샌프란시스코의 연결자회사들을 거의 매주 방문해 그곳의 기술자나 경영진뿐 아니라 과거의 직원과 구글 반대론자까지 만나 수많은 인터뷰와 토론을 했다. 그렇게 구글을 관찰하며 보낸 지난 몇 년이 경제부 기자로서 다른 기업체들을 다루며 보낸 과거 15년보다 더 치열했다.
또한 드물긴 했지만 구글의 창업자 페이지와 속 깊은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개방적인 태도로 자신의 생각과 어젠다, 야망, 구글 그리고 세상 전반에 관한 비전을 드러냈다. 페이지의 생각을 움직이는 주요 프레임이 문명과 전체 인류이기 때문이다. 페이지는 이것을 비밀로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목표를 공공연하게 주장한다. 2015년 초여름 그는 내게 말했다. "나는 미래의 비전을 세우고 그것을 창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창업한 지 2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우리 삶에 이토록 깊숙이 들어온 기업은 지금까지 구글밖에 없다. 인터넷을 열 때마다 우리는 구글을 만난다. 구글의 검색창에 질문을 입력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하루도 없을 정도다. 한 달 평균 100억 개 이상의 질문이 검색창에 입력된다. 지메일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메일 서비스고, 안드로이드는 가장 널리 쓰이는 스마트폰 운영체계다.
흥미롭게도 구글처럼 경탄과 존경, 분노와 불안 등 서로 모순되는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기업은 거의 없다. 구글이 점점 성장하고 존재 가치가 중요해질수록 그 감정은 더욱 강해진다. 그중에서도 특히 부정적인 감정이 커진다. 왜 그럴까?
두 명의 별난 박사 과정 연구생이 시작한 컴퓨터과학 프로젝트가 도대체 세상에 얼마나 위협적이기에 기존의 범죄적 독점기업 범주 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구글은 지금껏 한 번도 평범한 기업인 적이 없었다. 무엇보다 관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기반을 두지도 않았고 짧은 시간에 최대 이윤을 거두기 위해 설립된 것도 아니다.
구글의 창시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브린은 디지털 세계에서 화폐와 가장 가까운 것은 바로 정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일찍 알아차렸다. 이에 따라 이들은 초기부터 지나치게 완벽한 정보수집과 정보처리 작업에 주력했다. 이것이 많은 사용자를 불편하게 했고 점점 초기의 그룹 이미지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 온라인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다채롭고 활력 넘치는 로고가 두드러지는 사랑스러운 인터넷 개척자의 이미지는 더 이상 구글에 없다. 오히려 사악해지지 말자는 구글의 모토까지 나쁜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늘어났다. 더불어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개인적이고 은밀한 정보까지 가리지 않고 온갖 곳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탐욕스러운 정보 거머리의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이미지조차 점점 흐릿해져 기껏해야 하나의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글이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글은 어디로 가는 걸까? 그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구글이 움직이면 종종 전 세계가 진동하므로 우리는 이것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라운드 : 학교 기숙사에서 슈퍼 파워의 상징으로
구글 본사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 중에는 자신이 보잘것없는 지사나 외딴 사무실을 잘못 찾아온 것이 아닌가 싶어 당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대개는 수십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쌓아놓은 회사의 영향력과 야망에 걸맞은 거대하고 화려한 건물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구글 본사는 평범한 유리와 콘크리트로 지은 3,4층 이하의 건물 수십 개로 이루어져 있다. 건축가의 관점에서 살피자면 단지 공허하고 하찮은 성냥갑 같은 건물들이 모여 있을 뿐이다. 여기에는 건물로 이어지는 웅장한 길도, 정문도, 중앙로비도 없고 하다못해 입구는 이쪽입니다라고 써 붙인 간판조차 없다. 물론 경비구역도 없다. 거의 모든 글로벌 회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대한 게이트나 장벽, 경비원, 높은 울타리 등을 이곳에서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옹기종기 들어선 건물들 중간에 파라솔, 알록달록한 색상의 의자, 비치볼을 즐길 수 있는 운동장 등으로 이루어진 공간이 있는데 이곳은 아침 여덟 시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여기가 일종의 센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유일한 표시는 그것뿐이다. 구글플렉스라고 불리는 그 공간은 여러 개의 도로로 연결되어 있는데 건물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 걸어서 다른 건물로 가려면 30분 이상 걸리기도 한다. 따라서 모든 건물의 입구에는 구글을 상징하는 색깔의 로드스터 자전거가 놓여 있다. 직원들은 이 자전거를 타고 볼일을 보러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이동한다.
실리콘 밸리는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구글의 많은 직원이 인터넷과 스낵을 갖춘 흰색 이층 회사 버스를 타고 출퇴근한다. 수십 개의 구글회사 버스는 매일 샌프란시스코와 마운틴 뷰 사이를 오가고 있다. 이 글로벌 기업의 모든 휘장을 보고 있노라면 구글이 까마득히 오래전에 창업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구글이 첫걸음을 뗀 지 20년도 채 되지 않았다. 구글이 탄생한 곳은 본사에서 수 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스탠퍼드 대학 기숙사다.
완벽한 순간, 페이지와 브린의 만남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닷컴을 인터넷 도메인으로 등록한 것은 1997년 9월 15일의 일이다. 회사 이름은 처음에 왓박스로 정하려 했다. 페이지가 몇 달 전에 시작한 학교 프로젝트에 붙인 이름을 그대로 쓰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그때 페이지의 스탠퍼드 기숙사 룸메이트가 다른 이름을 제안했다. 그것은 1940년 수학자 에드워드 캐스너가 만든 수학적 용어 구골로 1 뒤에 0이 100개나 붙는 커다란 숫자다.
캐스너는 우주에 존재하는 양원입자처럼 엄청난 수를 묘사하기 위해 이 개념을 고안했다. 페이지와 브린은 모두 그 아이디어를 마음에 들어 했는데 이는 야후나 IBM 같은 평범한 이름보다 훨씬 괴짜다운 느낌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이름은 인터넷을 통한 무한한 정보 제공이라는 이들의 목표와도 정확히 일치했다! 그 구골이 구글이 된 것은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페이지와 브린이 철자를 잘못 쓰는 바람에 구글이 되었는데 나중에 고치려 할 때는 이미 구골 도메인을 다른 사람이 차지한 뒤였다.
페이지와 브린은 처음부터 자신들의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당연히 이들은 회사 창립일에 자사의 임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공표했다. "우리의 임무는 세계의 정보를 조직화하고 전 인류가 접근 및 사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비록 인터넷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말을 신중하게 살펴본 사람은 충분히 알아챘을 것이다. 이들이 온라인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고 모든 사람이 접근하도록 하는 것을 넘어 모든 종류의 정보, 전 세계에 존재하는 지식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말이다. 구글은 첫날부터 그 목표를 명확히 밝혔다. 단지 사람들이 오랫동안 페이지와 브린의 말을 믿지 않았을 뿐이다. 사실은 믿기가 어려웠다. 이 지구상의 모든 사물과 사람에 대한 정보를 모으겠다니, 미친 짓이 아닌가.
그러는 사이 인터넷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구한다는 개념은 점점 당연시되었다. 가령 구글의 검색창에 함부르크 시내 중심가에서 내일 상영하는 영화라는 문장을 넣으면 우리는 영화에 관한 정보부터 리뷰와 예고편까지 볼 수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유전적 구조를 알고 싶을 경우 즉각 수십 개의 기술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말로르카 섬에서 제일 멋진 해변의 날씨를 알고 싶으면 라이브 웹캠을 통한 기상방송을 보면 된다.
우리는 이미 검색창에 입력한 질문이나 검색어가 1, 2초 만에 이해 가능한 정보로 가지런히 나열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또한 웹사이트뿐 아니라 사진과 비디오 잡지의 기사까지 모두 볼 수 있다. 오늘날에는 아이들까지도 이것을 지극히 당연하고 정상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정보를 취합 및 분류하고 조직화하는 필터링과 시작 지점, 검색 메커니즘이 없으면 구글의 모든 지식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2004년 기업 공개를 한 직후 브린은 「플레이보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검색 기능은 과소평가되고 있습니다. 그저 100여 가지의 서비스 중 하나라고 생각하죠. 모든 사람이 100가지의 서비스를 통해 100배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보를 찾는 것은 운세 보기나 주식시장 뉴스 읽기 같은 다른 어떤 기능보다 더 중요합니다. 그걸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우리가 구글을 창업한 것입니다. 검색 기능이야말로 엄청난 집중이 필요한 중요한 분야라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브린과 페이지는 구글을 창업하기 2년 전인 1995년 여름 스탠퍼드 대학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스물두 살로 대학교 2학년이던 브린은 신입생을 위한 캠퍼스 투어를 하고 있었다. 스물한 살인 페이지도 신입생 중 한 명이었다. 만약 다른 장소나 시간이었다면 두 사람이 만날 기회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그야말로 우연한 만남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모든 게 완벽한 순간이기도 했다. 당시 길이 80킬로미터에 너비 30킬로미터인 실리콘 밸리는 이미 10년 이상 기술 세계의 중심으로 알려져 있었고 이제 막 시작된 인터넷 붐이 그곳을 강타한 상황이었다.
문샷 : 어떻게 미래를 만들 것인가
일단 발명하고 돈은 나중에 번다
최근 몇 년 동안 구글이 동시에 진행하는 문샷 프로젝트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아이디어가 더욱 대담해지고 투자비용이 확대되고 있다. 이들은 의학 분야 혁신도 원하고 암 연구에도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 또 성층권에 쏘아 올린 풍선을 통해 우주의 경계에서 인류에게 인터넷을 공급할 계획이고 새로운 세대의 로봇으로 노동 세계를 바꿔놓을 전망이다.
구글 엔지니어들은 혈당을 측정하는 콘텍트렌즈와 우편물을 배달해주는 드론도 개발했다. 한편으로 기존의 제품에 10 x를 성공적으로 적용하기도 했다. 덕분에 검색엔진은 더 다양해지고 빨라지고 스마트해졌다. 구글 맵도 몇 년 전에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여기던 새로운 성능들을 자랑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은 어째서 똑같이 사고하지 않을까? 아니, 최소한 비슷하게라도 사고하지 않을까? 구글의 원칙이 따라 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그런 것일까? 새로운 제품이 이전보다 10배 좋지 않을지라도 최소한 2배 더 나으면 결국 기업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 그것은 나사 제조회사든 의류회사든 마찬가지다. 지금껏 어떤 소비자도 더 넓은 품질과 다양한 종류, 향상된 제품을 외면한 적이 없다. 그런데 수익성 높은 기업까지도 커다란 도약을 망설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텔러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 실제로 경영자들은 보통 자신이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을 더 많이 생각한다.
"이미 성취한 것을 지키는 것은 문샷에 맞는 레시피가 아닙니다."
구글 캠퍼스에서 엔지니어나 기업 전략가와 얼마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면 구글이 스스로 창조한 일종의 실험적 서식지나 거품속에서 빠르게 뛰어다닌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구글인들은 바깥세상을 내다보며 왜 나머지 세상은 확연히 다르게 돌아가는지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텔러는 현대 사회는 안전 의식이 너무 강해 진정 대담한 사상가와 기업인이 나오기 힘들다고 불평한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 이것은 우리가 위대한 비전을 품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방해하는 주문이다. 신생기업이나 소기업은 보통 자금 부족을 이유로 문샷 같은 일은 대기업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주주들에게 얽매이는 대기업에서는 이것을 신생기업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정부 역시 즉각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선거에 이롭지 않은 프로젝트에 세금을 쓰지 말라는 납세자들의 압력을 받는다. 항공우주 연구 분야가 현재 대부분 개인 기업으로 넘어간 것도 그 때문이다. 대학의 연구원들도 기본적인 연구만 할 뿐 제품은 생산하지 않는다.
텔러는 이러한 현실을 반박한다. 그의 부서는 아이디어가 좋으면 거의 무제한으로 예산을 보장받는다. 이러한 구글의 급진적인 태도는 검색엔진에서 나오는 수익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텔러는 문샷 프로젝트가 그것과 아무 상관도 없는 영역에서 나온 수익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나아가 다른 기업체도 주주들의 기대를 새롭게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기업들이 서서히 몰락해가는 노키아의 운명을 피하려면 구글 같은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텔러는 이것이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거나 미친 아이디어를 따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아주 특별한 방식의 겸손함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이것은 진정으로 노력하면 지금까지의 방식과 다르게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 나보다 더 뛰어난 누군가를 인정하고 항상 더 나은 해결책이 있다는 것을 믿는 일이다.
생명 연장부터 로봇 개발까지 미래에 대한 커다란 도박은 구글식 사고의 극단적 버전이다. 그 이면에는 다음과 같은 원칙과 생각이 있다. 일단 발명하고 돈은 나중에 벌어라! 구글에서는 비즈니스 모델로 시작해 그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는 식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않는다. 이는 사업적 아이디어를 토대로 설립된 많은 신생기업과 확연히 다른 방식이다. 신생기업은 이윤 창출 개념을 앞세우고 여기에 맞춰 상품을 개발한다.
구글을 관찰할 때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부분은 구글은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기업이라는 점이다. 결코 경제주의자나 광고업자가 아니다. 물론 후자는 일상적인 사업 영역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어쩌면 구글 내에서는 이윤 창출 압력이 다른 기업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 그래야 엔지니어들과 그들의 프로젝트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구글의 전략과 이들의 여러 전술적 결정은 구글이 자사의 철학을 따른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 철학은 바로 올바른 기술을 개발해야 많은 돈을 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글은 몇 년을 기다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구글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 다음 무료로 배포하는 방식을 거듭 고수한 이유를 알려면 이 철학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구글이 10년 넘게 무인자동차라는 아이디어에 매달려온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운송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주거지로
구글이 자율 주행을 섹시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메르세데스 측도 동의한다. 메르세데스의 모기업인 다임러의 회장 디터 제체는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2030년이면 우리는 A지역에서 B지역으로 갈 때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자율 운행 방식으로 이동할 것이다."
이들은 기존의 속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지 실리콘 밸리가 만든 모든 비전의 꼭대기에 우뚝 서고 싶어 한다. 2015년 초 다임러는 새로운 메르세데스 모델 F015를 출시했는데 이것은 완전 자율 주행에다 은빛으로 빛나는 외형으로 마치 배트맨이 운전하는 차량처럼 보인다. 차량에 동승하는 사람은 회전 가능한 네 개의 라운지 의자에 각각 마주보고 앉는다. 이들이 손을 내밀면 센서가 작동하면서 가상의 컨트롤 기능이 등장한다.
차량 인테리어 디자이너 하르트무트 징크비츠에 따르면 이는 자율 주행 시에는 거리를 내다보거나 혼잡한 교통 상황에서 다른 차들의 꽁무니를 살필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엔진은 유독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보조 시스템은 온라인에서 항상 가동한다. 그러나 메르세데스는 운전을 즐기는 소비자를 모두 쫓아내지 않기 위해 미래에 운전대와 페달을 갖춘 자동 주행차도 생산할 예정이다.
이것과 구글 무인자동차는 차이점이 거의 없다. 나아가 다임러의 회장 제체의 말도 래리 페이지의 말과 유사하다. "기술만 생각하는 이들은 자율 주행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운송수단을 넘어 드디어 움직이는 주거지가 되고 있습니다."
구글 X와 아스트로의 사무실이 있는 빌딩 앞에는 가끔 나무 사이에 슬랙 라인이 내걸린다. 재주가 뛰어난 직원은 그 줄 위에서 걷거나 뛰고 구른다. 텔러와 브린도 간혹 슬랙 라인 위에 올라가지만 곧장 바닥으로 고꾸라지고 만다. 바로 이것이 슬랙 라인을 설치한 진정한 목적이다. 리더가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넘어지면 그것을 보는 다른 사람도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것은 주말 프로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듯 경영자가 뜨거운 석탄 위를 달리거나 눈을 감은 채 동료들의 품속으로 떨어지는 것과 유사하지만 텔러는 상관하지 않는다. 효과가 있는 한 이것은 시도해볼 만한 방법이다.
즉, 다른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까 염려하지 않고 무엇이든 생각해보거나 실험하는 것은 좋은 시도다. 텔러는 직원들이 제시한 온갖 미친 아이디어가 실패하더라도 그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때 구글 팀은 호버보드 개발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다. 마이클 폭스가 주인공 역을 맡은 할리우드 고전영화 『백 투 더 퓨쳐2』에 나오는 호버보드와 비슷한 스케이트보드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 같은 무중력 플랫폼 시스템 개발은 운송수단에 혁명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무산되었다. 대신 구글은 현재 무인자동차를 비롯해 보다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과 가능성이 큰 여러 가지 대규모 문샷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예를 들면 우주의 모서리를 떠다니는 풍선을 이용해 모든 인류에게 인터넷을 제공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비밀 연구소 : 구글의 미래 전략
2013년 여름 뉴질랜드의 아주르 지역 상공에 예기치 않던 서른 개의 이상한 물체가 나타났다. 넓이 5미터, 높이 13미터인 이 투명한 물체는 바다의 표면 위로 떠오르는 거대한 해파리처럼 흐느적거리며 별을 향해 날아올랐다. 이것은 안테나와 라디오 주파 기술을 갖춘 해파리로 당시 전 세계 UFO 연구자들을 흥분시켰고 CNN도 이 상황을 보도했다.
이 초현실적인 일이 몇 달 전 구글이 낸 특이한 광고 시리즈와 관련이 있음을 짐작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은 재단사와 풍선 전문가 급구라는 광고였다. 구글은 몇 달 동안 은밀하게 사람들을 불러 모아 캘리포니아의 비밀 연구소 안에 이상한 팀을 꾸렸다. 그들은 섬유공학자, 항공 전문가, 와이파이 기술자, 화학자 들이었다. 이들이 만들려고 한 것은 지금까지 존재한 적 없는 공기 중 수송 장치로 어떤 폭풍우와 기후도 견뎌내고 예정한 기나긴 일정을 소화할 만큼 질기고 강한 풍선이었다.
공기 중에서 100일을 견디며 지구 주위를 끊임없이 돌고 있는 기류를 따라 지구를 세 바퀴 돌 만큼 튼튼한 풍선이어야 했다. 풍선은 성층권까지 올라갔다. 긴 신호 사슬로 연결된 풍선들은 일종의 공중 모바일 기지국으로 해발 20킬로미터 높이에 떠서 땅 위에 위치한 베이스캠프와 지속적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공기를 통해 세상에 인터넷을 공급한다. 풍선이 성층권 궤도 내를 돌면서 지구의 구석구석에 와이파이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아직도 지구상 인구 3분의 2에게는 빠른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다. 특히 모바일 제공자나 케이블회사에서 그다지 공들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농촌지역과 제3세계의 많은 지역이 인터넷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하부 시설을 건설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모바일 통신 기지국을 세우고 광선을 깔고 또 우주에 위성을 쏘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런 방식을 가능한 한 빨리 바꾸고 싶어 한다. 인도나 아프리카의 수많은 사람, 티베트 오지의 사람들도 인터넷을 저렴하게 이용하도록 말이다. 이 프로젝트를 제대로 수행할 경우 많은 사람이 디지털 세상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2015년 여름에는 얇은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수십 개의 풍선을 제작했다. 그동안 기술이 많이 발달하고 비용도 낮아져 성층권에서 지구의 드넓은 영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규모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전송 속도는 1초에 50메가비트까지 향상되었으며 이는 현재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모든 풍선에는 새의 이름을 붙였다.
2015년 구글은 열세 번째 풍선을 실험했는데 그 이름은 쇠황조롱이고, 마지막이 될 열네 번째 풍선은 쏙독새다. 캐시디는 룬 프로젝트가 전 세계적으로 제품에 쓰일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확신한다. 이를 실현할 경우 룬 프로젝트는 구글 X의 한 부분이 아니라 자율 주행차와 마찬가지로 독립적인 부서로 회사에 통합될 것이다.
거대한, 급진적인, 불가능하지 않은
문샷 공장의 프로젝트는 아이디어가 시장성을 충분히 확보하면 거기서 끝난다. 마케팅과 판매, 이윤 창출 센터를 세우는 일 등은 다른 부서에서 진행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판타지로 가득한 엔지니어, 예술가, 철학자 그리고 오스카상을 받은 배우 등 아스트로 텔러가 영입한 수백 명의 프로젝트 팀원은 핵심적인 임무에만 집중한다. 그 임무는 거대한 아이디어를 개발 및 실험하고 모델을 만들며 실현성 없을 때는 포기하는 일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구글 X는 회사의 다른 부서보다 상대적으로 독립적이다.
여기서 진행하는 많은 프로젝트와 아이디어는 구글의 다른 직원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구글 X는 비밀 연구소다. 초기 몇 년처럼 존재 자체가 비밀은 아니었지만 여기에서 진행하는 연구 프로젝트는 대부분 비밀로 유지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곳의 경비가 구글의 다른 부서에 비해 더 삼엄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구글 X는 구글 캠퍼스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평범한 세 개의 건물에 자리 잡고 있다. 그곳에는 울타리도, 경비원도 없으며 건물 안에서 어떤 일이 진행되는지 안내하지도 않는다. 단순한 안전 잠금 장치를 지나면 똑같이 단조로운 사무실로 이어진다.
다만 커다란 달 로켓 사진이 담긴 포스터가 이곳에서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암시해줄 뿐이다. 건물 깊숙이 들어가야 미래를 향한 과감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사람들이 부지런히 뚝딱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곳에는 전기 장치와 레이저, 용접 장비로 가득한 작업장이 있다. 구글의 다른 부서는 보통 디지털과 관련된 작업을 하지만 구글 X는 물리적인 작업에 치중한다.
여러 전기공학자, 기계공학자, 화학자가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텔레는 "우리는 비트와 바이트가 아닌 원자에 더 많이 집중한다."라고 말한다. 구글 X가 구글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아이디어와 의제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구글을 지금까지 전혀 접해보지 못한 분야로 이끈다는 얘기다.
초기 타당성 계산에서 살아남은 아이디어는 빠른 평가라고 불리는 팀으로 넘어가고 여기서 신속하게 실험과 개발이 이뤄진다. 이 팀은 기술적, 수학적으로 뛰어난 전문가를 비롯해 여러 분야의 우수한 공학자 여덟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빠른 평가 팀은 이론적인 수준에서 아이디어를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아이디어의 본보기를 개발 및 실현한다. 정말 기술적으로 타당한가? 이것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비용은 얼마나 들까?
매번 수십, 수백 개의 아이디어가 빠른 평가 팀의 수장인 리차드 드발의 책상 위에 놓인다. 구글의 목적은 아이디어 실현이 아니라 실현 가능성이 없음을 가능한 한 빨리 확인하는 데 있다. 즉, 평가 결과에 따라 프로젝트를 가급적 빨리 포기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X프로젝트에 대한 아스트로 텔레의 기본적인 접근 방식은 이것이다.
쉬운 문제를 가지고 힘 빼지 말고 일단 가장 어렵고 무거운 장애물이 무엇인지 즉시 확인하라! 이 철학은 이후의 모든 개발 단계에도 적용된다. 텔레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룬을 시작한 이후 처음 2년 동안 우리는 어떻게든 프로젝트를 도중에 접는 일에 모든 걸 바쳤습니다. 실패할 일을 어째서 내일이나 다음 주까지 미뤄야 하나요?"
대다수 기업은 정확히 그 반대로 일한다. 이들은 성공을 선포할 때까지 가능하면 예산을 삭감하지 않고 프로젝트에 혼신을 다한다.
미래 : 위대한 비전인가, 거대한 허상인가
우리가 구글의 야망을 두려워해야 할까? 디지털화된 미래를 다루는 주류 할리우드나 팝 컬쳐 분야에서는 만장일치로 그렇다라는 대답을 할 것이다. 최근 구글 같은 기업으로 인해 전 세계가 비참한 미래로 빠져드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영화와 책이 부쩍 증가세에 있다.
기술기업들이 세상이 더 좋아지도록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함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사람들은 그토록 두려워하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희망과 열의, 지지를 보내는 대신 경고/두려움/걱정이 쌓여만 가는 것일까? 자율 주행차는 수십 년 동안 발전해온 자동차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진전을 약속한다. 지식 그래프는 모든 정보를 조합하고 검색엔진은 모든 사람이 세상 어디에서든 지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식이 자유를 확대해준다는 것을 더 이상 믿지 않는 것인가? 우리에게 정말로 값싼 스마트폰이나 암 치료술, 수명 연장 의학에 반대할 심각할 이유가 있는가?
구글은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어쩌면 구글이 파격적인 기업이라 의혹을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괴상한 천재들이 모인 기업이 아닌가. 인류에게 축복을 내리는 것은 보통 종교단체나 몽상가 혹은 정부의 몫이다. 그런데 인류애 때문에 제품을 개발한다는 기업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결국에는 이기적인 돈벌이 기계로 전락하지 않은 기업이 인류 역사에 존재하는가? 과거의 선례를 보면 우리는 경고와 회의를 보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구글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 차이는 중요하지만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그 둘의 경계가 종종 흐릿해진다.
구글이 소통의 신세계를 창조하고 싶어 하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일련의 디지털 제품, 자급식 스마트폰이나 여러 다른 기기, 지상 및 상공에서 제공하는 고속 인터넷, 사용자를 위한 포털 서비스 기능을 하는 소프트웨어 등을 보면 그렇다. 현재 구글은 프로젝트 파이를 통해 이동 서비스 사업에 도전하려 한다. 그러면 그와 별로 연관이 없고 특별한 프로젝트를 위한 자회사나 연구소, 실험실 같은 다른 모든 사업 영역은 어떠한가?
2015년 여름 페이지는 느닷없이 사이드워크 랩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것은 기술을 통해 도시민의 삶을 향상시키려는 독립프로젝트다. 특히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시에서 구글은 더 스마트하고 환경 친화적이며 인간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한다. 도시 혁신을 책임질 이 자회사의 수장은 금융과 언론 분야의 거대기업인 블룸버그의 전직 최고경영자이자 뉴욕 시의 부시장이던 다니엘 닥터오프다.
사이드워크 랩스 프로젝트는 도시 혁신 기업으로 생활비를 절감하고 교통체계를 보다 효과적으로 만들며 오염을 줄이는 한편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려 한다. 스마트 도시와 환경 개념에 대해서는 많은 토론이 이뤄지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친환경 지붕을 씌우고 도시 곳곳에 전기차 충전소를 적절히 배치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구글은 프로젝트를 충동적으로 진행하기보다 모든 아이디어를 놓고 저울질할 것이다.
페이지는 사이드워크 랩스 아이디어를 닥터오프와 함께 추진했는데 그 자신도 프로젝트에 개인적으로 깊이 개입해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도시 기술로 수십억 인구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는 현존하는 발전 효과를 더욱 극대화해 도시 생활자들의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사이드워크는 페이지의 생각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사례다. 그는 여기서 인간의 삶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돈도 버는 커다란 가능성을 보고 있다.
구글의 창업자는 분명 몽상가와 유토피안적 기질을 갖추고 있다. 그는 단순한 경제적 목표가 아니라 사회적 목적 아래 일을 한다. 유토피안은 인간 사회가 완벽해질 수 있다고 믿는 이상적 혁신주의자다. 거의 모든 인류의 역사를 관통해온 이 같은 관점은 이미 고대의 철학자 플라톤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유토피아적 이상은 항상 몰락을 맞이했다. 구글 창업자의 비전도 어떤 면에서는 친숙하지만 동시에 위태로워 보이기도 한다.
실패의 위험은 어디에나 있다. 페이스북은 점점 진보하는 광고 플랫폼을 만들고 있고 애플은 하드웨어 사업과 스마트폰 이윤을 독점하고 있으며, 자동차기업들은 자율 주행차라는 신흥시장을 향해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다. 검색엔진 사업이 삐걱거리고 현재의 모든 프로젝트가 5년 안에 수익을 거두지 못하면 구글도 빠른 시일 내에 기업의 유일한 콘텐츠의 정보수집과 광고 판매 분야로 사업을 제한하고 여러 영역에서 가능한 한 독점적 위치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시나리오에 이르기까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구글은 한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기적 실험 대상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수만 명의 직원에게 체계적으로 혁신과 독창성을 학습시키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 의지와 돈만으로 문명의 진보 속도를 높일 수 있을까? 구글이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혁신기업의 딜레마의 희생자로 남을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기업을 구조조정하고 우산 기업 알파벳을 도입함으로써 일단 페이지는 그러한 운명을 피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기업을 하나의 지붕 아래 여러 개로 쪼개는 것은 쓸데없이 힘을 낭비하지 않고 기업 내의 관료주의를 최소화하며 유연한 구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반면 알파벳에서만 신선하고 놀라운 미래의 자유분방한 꿈을 실현하고, 서서히 수익 기계로 전락해가는 다양한 구글 부서에서는 실현하지 못한다면 기업 전반의 핵심 사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 경우 가장 뛰어나고 능력 있는 엔지니어들은 구글 X팀이나 앤드루 콘래드가 이끄는 의학 연구 부서로 옮기려 할 확률이 높다. 이는 결국 정체와 부진을 불러일으키고 구글은 페이지가 그토록 싫어하는 평범한 기업의 늪으로 서서히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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