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드

   
피터 디아만디스 외(역:이지연)
ǻ
비즈니스북스
   
16800
2016�� 02��



■ 책 소개

 

인류의 미래를 만드는 남자, 피터 디아만디스의 압도적 예측과 통찰!

 

실리콘밸리가 주목하는 혁신기업가이자 미래학자로, 15개가 넘는 우주. 첨단 기술 기업을 설립한 바 있는 피터 디아만디스는 이 책에서 자원과 기술의 풍요가 이끌어낼 기회에 대해 설명하며 어떻게 하면 우리가 그것들을 세상에 없던 성공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 ‘대담한 기술이 온다’에서는 획기적으로 세상을 바꿔놓을 ‘기하급수적 기술’과 그 특징에 대해 알아보고 그러한 기술들이 기존 산업에 미칠 영향 및 비즈니스 기회들에 대해 살펴본다. 제2부 ‘대담하게 생각하라’에서는 기하급수 기업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심리적 부분들을 다루고, 제3부 ‘어떻게 대담하게 실현시킬 것인가’에서는 대담한 꿈을 현실로 만드는 데 필요한 스타트업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설명한다. 

 

■ 저자
피터 디아만디스

실리콘밸리가 주목하는 혁신기업가로 15개가 넘는 하이테크 기업을 설립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분자유전학과 항공우주공학 학위를, 하버드 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엑스프라이즈 재단(X PRIZE Foundation) 회장 겸 CEO로 있으며 구글과 3D 시스템스, 미 항공우주국(NASA)이 후원하는 실리콘밸리 소재 창업교육기관인 싱귤래리티 대학(Singularity University)의 학장으로 있다.

 

또한 지구 밖 소행성에서 고가의 희귀 광물을 채굴해 지구의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우주광산채굴 프로젝트 ‘플래니터리 리소시스’(Planetary Resources Inc.)의 공동 회장이고, 인간의 DNA를 분석하여 맞춤화된 치료법을 제공함으로써 인간의 수명연장에 기여하는 기업 ‘휴먼 롱제버티’(Human Longevity Inc.)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국제 우주 대학(International Space University)을 공동 설립했으며, 10여 개가 넘는 우주 및 첨단 기술 기업을 창업했다.

 

미래학자이자 현직 구글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과 함께 설립한 싱귤래리티 대학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대학 개념으로, 인류의 행복에 기여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그 아이디어를 실제 창업까지 연결시키는 일종의 창업 사관학교다. 세계적 영재와 기업인을 비롯해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구촌 과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또 그가 설립한 엑스프라이즈 재단은 경쟁을 통해 인류와 지구촌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후원 단체로, 에너지와 환경보호, 우주 탐험, 빈곤을 퇴치할 지구개발 사업, 생명공학 등을 그 대상으로 한다. ‘정부의 도움 없이 2주 동안 2번, 똑같은 3인용 우주선을 고도 100킬로미터 지점까지 왕복 비행하는 작업에 성공하면 1,000만 달러를 지급하는 프로그램’과 같은 경연대회를 기획하고 운영해 인류 발전에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인류의 미래를 만드는 일’에 매진하는 그는 「포춘」이 발표한 ‘전세계 가장 위대한 리더 5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어번던스』가 있다.

 

스티븐 코틀러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다. 플로 게놈 프로젝트(Flow Genome Project)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피터 디아만디스와 함께 쓴 『어번던스』를 비롯해 『슈퍼맨의 부상』, 『예수의 서쪽』 등이 있다. 「타임」, 「뉴욕 타임스」, 「와이어드」, 「GQ」, 「파퓰러 사이언스」, 「내셔널 지오그래픽」, 「포브스」, 「사이콜로지 투데이」 등 70여 개 신문과 잡지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 역자 이지연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전자 기획 팀, 마케팅 팀에서 근무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제로 투 원』『위험한 과학책』『빅데이터가 만드는 세상』『어떻게 사람을 이끌 것인가』『디스커버리,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호기심』『단맛의 저주』『플라스틱 바다』『행복의 신화』『킬 더 컴퍼니』『2015세계경제대전망』(공역) 외 다수가 있다.

 

■ 차례
추천의 글_ 그가 미래라고 하면 그것은 곧 미래가 된다
박영숙(유엔미래포럼 대표, 『유엔미래보고서 2050』 저자)

 

들어가는 말_ 대담한 꿈을 꾸는 자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지배자를 바꾼 대규모의 폭발 | 『어번던스』의 뒤를 이어 | 전 세계적 문제는 곧 전 세계적 사업 기회 | 거대한 족적을 남기고 싶은 이들에게

 

제1부 대담한 기술이 온다
제1장 _어제의 세계는 잊어라, 기하급수 시대를 준비하라

공룡 기업의 탄생 | 추억 비즈니스 | 앞을 내다보라 | 6D :기술의 진보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 | 후반부 3D | 신新 코닥 모멘트 | 기하급수의 시대

 

제2장_ 대담한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하는 법
흔들리지 않는 비전과 미래를 보는 눈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3D 프린팅: 적층가공의 기원과 파급력 | 제3차 산업혁명 | 메이드 인 스페이스: 우주에 본사를 둔 회사 | 원스톱 제조가 가능해진 세상

 

제3장_ 5대 유망 기술
기하급수적 환경의 도래 | 네트워크와 센서: 사물은 얼마나 더 스마트해질까? | 무한 컴퓨팅: 싸게, 빠르게, 멋지게 | 인공지능: 맞춤형 전문가 | 로봇공학: 새롭게 부상하는 노동력 | 유전체학과 합성생물학 | 100세 환갑 시대

 

제2부 대담하게 생각하라
제4장 스컹크 워크스와 몰입

냉전 시대에 등장한 조직혁신 방법론 | 스컹크 워크스의 비밀 1: 어려운 목표 | 스컹크 워크스의 비밀 2: 켈리의 규칙 | 동기부여 2.0 | 구글은 어떻게 스컹크 워크스를 활용하는가 | 구글의 8대 혁신 원칙 | 몰입의 17가지 요인 | 위험을 감수하고 낯섦을 즐겨라 | 죽을힘을 다하되 죽지 않을 만큼 | 집단 몰입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불가능’이 아닌 ‘개선 가능성’

 

제5장 크게 생각하는 것이 유리한 이유
우주인이 아니어도 우주를 여행하는 방법 | 국제 우주 대학교가 탄생하기까지 | 대담한 계획을 향해 | 어떻게 협조를 이끌어낼 것인가 | 피터의 법칙: 머피의 법칙은 개나 줘!

 

제6장 억만장자가 되려면 크게 생각하라
세상을 바꾼 네 사람 | 일론 머스크: 화성 개척을 꿈꾸는 남자 | 리처드 브랜슨: 재미가 없다면 의미도 없다 | 제프 베조스: 역사상 가장 성공한 만물상 | 래리 페이지: 합리적으로 미친 생각을 하라

 

제3부 어떻게 대담하게 실현시킬 것인가
제7장 떠오르는 10억 시장_ 크라우드소싱

프리랜서닷컴: 시간제로 양자역학 전문가를 빌려드립니다 | 통걸: 100분의 1 가격에 기발한 TV 광고를! | 리캡차와 듀오링고: 이중 용도의 크라우드소싱 | 크라우드소싱 방법론

 

제8장 돈 없이는 아이디어도 없다_ 크라우드펀딩
자본이 앞길을 가로막을 때 | 빌어먹을 테슬라박물관 좀 지읍시다 | 크라우드펀딩 방법론 | 마지막 조언 몇 가지

 

제9장 커뮤니티를 형성하라
똑같은 열정을 가진 사람들 | DIY 커뮤니티를 왜 만들어야 하는가? | DIY 커뮤니티를 왜 만들면 안 되는가? | 커뮤니티 형성 방법론

 

제10장 가장 뛰어난 이들이 문제를 해결하게 하라_ 경연대회
상금을 건 경연대회의 힘 | 가장 강력한 혁신은 제약에서 나온다 | 상금 경연대회를 이용할 때의 이점 | 언제 경연대회가 필요한가? | 사람들의 참여를 극대화시키는 법 | 경연대회 설계의 가이드라인 | 단계별 상금 경연대회 설계 요령 | 대담한 리더십을 요청하며

 

감사의 말

 




볼드


대담한 기술이 온다

어제의 세계는 잊어라, 기하급수 시대를 준비하라

공룡 기업의 탄생

1878년의 일이다. 스물네 살의 청년 조지 이스트먼은 로체스터 저축은행의 말단 사원이었다. 오랫동안 기다리던 휴가를 얻은 이스트먼은 도미니카 공화국의 수도 산토도밍고로 떠나기로 했다.


이스트먼은 여행의 추억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그래서 동료가 알려주는 대로 사진 촬영 장비를 몽땅 구입했다. 그런데 전부 구입하고 보니 그 장비라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큰 개 한 마리만 한 카메라에, 거대한 삼각대, 물 한 주전자, 육중한 건판 상자, 건판들, 유리 탱크, 각종 화학약품, 여기에 대형 텐트까지 필요했다. 노출 전에는 건판에 감광제를 바르고, 노출 후 사진을 현상하려면 어두운 곳이 필요했기 때문에 텐트는 필수였다. 이스트먼은 끝내 이 휴가를 떠나지 못했다.


대신 이스트먼은 화학에 푹 빠져들었다. 당시만 해도 사진은 습식이었다. 하지만 이스트먼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러다가 어느 글을 읽고 건조 후에도 감광성을 유지하는 젤라틴 유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스트먼은 밤마다 어머니의 부엌에서 이리저리 조건을 바꿔가며 실험을 시작했다. 뚝딱뚝딱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 천부적인 소질이 있던 이스트먼은 채 2년도 안 되어 건판 제조법과 건판 제조 기계를 발명했다. 이스트먼 건판회사가 탄생한 것이다.


이스트먼의 발명가 기질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884년에는 롤필름을 발명했고, 4년 후에는 이 롤필름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카메라를 고안했다. 1888년에 상용화된 이 카메라는 나중에 "버튼만 누르세요."라는 광고 문구로 시장을 공략하게 된다. 이스트먼 건판회사는 이제 이스트먼 사가 되었지만, 어쩐지 쉽게 기억에 남는 이름은 아니었다. 이스트먼은 좀 더 입에 착 달라붙으면서도 쉽게 기억될 만한 이름을 원했다. 마침 그가 좋아하는 알파벳이 K였다. 이렇게 해서 1892년 이스트먼 코닥이 탄생한다.


그 옛날 누군가가 조지 이스트먼에게 코닥의 사업 모델이 무엇이냐고 물었다면, 그는 아마 화학약품 자재상과 포목상(건판을 포목으로 볼 수 있다면)의 중간쯤 된다고 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왕은 급변했다. "점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는 단순히 건판만 만들고 있는 게 아니라, 사진을 일상의 한 부분으로 만들고 있다고요." 이스트먼의 말이다. 그는 나중에 표현을 살짝 바꾸어 "사진을 연필처럼 간편하게" 만들고 싶었다고도 했다.


이후 100년 동안 이스트먼 코닥이 한 일이 바로 그것이다.


앞을 내다보라

다시 1976년으로 돌아가 보자. 스티븐 새슨이 코닥에서 디지털카메라를 시연하자 사람들은 즉시 언제쯤이면 제대로 된 제품이 출시되겠느냐고 물었다. 겁에 질린 경영진들은 언제쯤이면 시장에 새슨의 발명품이 심각한 위협이 될지 알고 싶어 했다. 새슨은 15년에서 20년이라고 대답했다.


15년에서 20년이라는 수치는 새슨이 몇 가지 요소를 어림짐작해 단순하게 도출한 숫자였다. 먼저 새슨은 평균적인 소비자를 만족시키려면 해상도가 적어도 200만 화소는 되어야 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리고 200만 화소가 상업적으로 가능해지는 시기는 무어의 법칙(18개월마다 반도체의 집적도가 2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옮긴이)을 사용해 계산했는데, 이것이 바로 모든 문제의 발단이었다.


1965년 인텔의 설립자 고든 무어는 그동안 IC(집적회로)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12개월에서 24개월마다 2배로 늘어났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는 이런 추세가 거의 10년을 이어져왔으니, 앞으로도 이 추세가 10년은 더 유지되리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다소 빗나갔다. 무어의 법칙은 거의 60년째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성능과 가격 양면에서 부단한 발전을 거듭했고, 그 결과 여러분의 주머니 속에 있는 스마트폰은 1970년대의 슈퍼컴퓨터보다 1,000배는 더 빠르면서도 100만 배는 더 저렴하다. 반도체 분야의 발전은 기하급수적 성장의 전형 그 자체다.


숫자를 하나씩 더해가는 산술급수적 성장과 달리, 1이 2가 되고, 2는 4가 되고, 4는 다시 8이 되는 기하급수적 성장은 한 번에 2배씩 성장을 거듭한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문제다. 무언가가 곱절씩 커지게 되면 그 결과는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내가 샌타모니카에 있는 우리 집 거실에서 산술급수적으로, 성큼성큼 큰 걸음(한 걸음이 대략 1미터라고 했을 때)으로 30번을 움직이면, 나는 결국 30미터 떨어진 곳, 즉 길 건너편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똑같은 곳을 출발해 기하급수적으로 30번을 움직이면 어떻게 될까? 나는 10억 미터 떨어진 곳, 다시 말해 지구를 26바퀴 돌고 난 지점에 서 있게 된다. 코닥이 범한 오류가 바로 이것이었다.


코닥은 기하급수의 힘을 과소평가했다.


기하급수의 시대

오늘날 기하급수 기술은 산술급수적 기업들만 문을 닫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산술급수적인 업계 자체를 시장에서 몰아내고 있다. 또한 지각 변동을 통해, 예컨대 소비자 제품이 발명되어 시장에 나오는 프로세스 등 전통적인 업계의 프로세스까지 와해시키고 있다. 준비된 기업가라면 이런 혼란의 와중에 상당한 기회를 포착할 것이다.


기하급수 기업의 초기 단계에서는 코닥 같은 회사들만이 파괴적 혁신의 대상이었다. 다시 말해 위협을 받았던 것은 디지털화가 가능한 제품이나 서비스(출판, 음악, 사진 등)를 제공하는 회사들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 10년 전만 해도 접객업과 숙박업은 엄청나게 자본 집약적인 사업이었다. 전국적인 호텔 체인을 하나 개설하려면 실제 호텔을 지어야 했다. 그렇지만 에어비엔비의 접근 방식은 달랐다.


엄밀히 말하면 에어비엔비는 민박 소개 사이트다. 하지만 에어비엔비가 업계에 몰고 온 파괴적 혁신의 규모를 생각하면 이 정도 소개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에어비엔비는 집 안에 남는 방이나 주택, 빈 별장 등을 널리 알림판에 게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에어비엔비를 통하면 누구든 본인이 사용하지 않은 공간을 민박집으로 바꿀 수 있다. 생긴 지 6년 남짓된 에어비엔비에는 2014년 중반 현재 192개국 3만 4,000개 도시에 60만 건의 민박집이 소개되었고, 1100만 명 이상의 이용객이 다녀갔다. 기업 가치는 최근 100억 달러로 평가되어 하얏트 호텔(84억 달러)을 넘어섰다. 건물 하나 올리지 않고서 말이다.


조금 다른 종류의 손님맞이 사이트로는 택시 업계 및 리무진 서비스 업계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우버가 있다. 이용자는 우버 앱만 다운로드받으면 자동차를 부르고, 운전자 정보를 얻고, 차가 오는 것을 지도상으로 보면서, 온라인에 미리 저장해둔 신용카드 정보를 이용해 즉시 결제까지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버가 수많은 차량을 소유하거나 운전사들을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 우버는 그저 자산을 가진 사람과 고객을 서로 연결해줄 뿐이다. 다시 말해 우버는 승객이 되고 싶은 사람과 고급 차량 소유주가 서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으로, 중간 상인을 배제하고, 거추장스러운 인프라를  소멸화하고, 운수업의 꽤 큰 부분을 대중화했다.


에어비엔비, 우버는 기하급수의 확산 효과를 십분 활용한 기업가들의 대표적 사례다. 이들 기업가는 기록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수십억 달러짜리 회사를 만들었다. 20세기에 자본 집약적인 사업이 그 몸집을 키우려면 대대적인 투자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노동력을 투입하고, 건물을 짓고, 완전히 새로운 제품군을 개발해야 했으니, 수십 년씩 미리 계획을 세워야 했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런 투자의 결과는 의사 결정을 내린 이사회 구성원들이 다들 퇴직하고도 한참이 지나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모두 옛날 얘기다. 오늘날 산술급수적 회사들은 6D의 무시무시한 위험에 직면해 있지만, 반대로 기하급수 기업가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다.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어."에서 "10억 달러짜리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까지 걸리는 시간이 요즘처럼 짧았던 때는 없다.


이런 일이 가능해진 데는 기하급수 기업의 구조가 기존과는 크게 달라진 탓도 있다. 21세기의 신생 기업들은 직원을 대규모로 채용하거나 실제로 거대한 공장을 짓는 그런 기업이 아니라 IT에 집중하는 작은 규모의 기업들이다. 이런 기업은 실체가 있던 것들을 소멸화하면서 몇 달 만에 혹은 심지어 몇 주 만에 새로운 제품과 매출 흐름을 만들어낸다. 이런 린 스타트업(아이디어를 재빨리 시제품으로 만든 뒤 시장 반응을 보고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전략-편집자주) 기업들은 거대한 공룡들과 경쟁하는 작은 털 많은 포유류들이나 마찬가지다. 소행성이 한 번만 충돌하면 곧 세계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기하급수 기술이 바로 그 소행성이다.


격변의 시기에 크고 느린 것들은 작고 민첩한 것들과 싸워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작고 민첩한 기업이 되려면 기하급수의 6D나 점점 커지는 그것의 파급력을 단순히 이해하는 차원으로는 부족하다. 훨씬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작고 민첩한 기업이 되려면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기술과 툴에 관해서도 알고 있어야 한다. 무한 컴퓨팅, 센서와 네트워크, 3D 프린팅, 인공지능, 로봇공학, 합성생물학 등의 기하급수 기술은 물론이고, 크라우드펀딩, 크라우드소싱, 상금을 건 경연대회, 잘 만들어진 커뮤니티의 힘과 같은 기하급수 기업의 툴들까지 말이다. 지금까지 기업가들에게 이렇게 많은 힘이 주어진 적은 없었다.


기하급수의 시대에 온 것을 환영한다.



대담하게 생각하라

억만장자가 되려면 크게 생각하라

세상을 바꾼 네 사람

앞서 제5장까지 우리는 게임의 판을 키우는 방법들을 살펴보았다. 기하급수 기술은 물리적인 레버리지를 제공하고, 심리적 툴은 정신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해주며, 2가지가 조합되면 기업가들은 파괴적 혁신을 일으킬 수 있었다.


제6장에서는 뛰어난 네 인물의 머릿속을 해킹해보려고 한다. 기하급수 기술을 활용해 이미 수십억 달러짜리 회사를 세웠고, 세상의 물길을 터놓은 그 네 사람은 바로 일론 머스크와 리처드 브랜슨, 제프 베조스 그리고 래리 페이지다.


각각 정도는 다르지만 나는 이들 네 사람 모두와 함께 일해볼 기회가 있었다. 일론 머스크와 래리 페이지 모두 엑스프라이즈 재단의 이사이자 후원자이다. 제프 베조스는 프린스턴 대학교 세즈 지부를 운영했고, 지난 40년간 우주 사업을 열정적으로 개척했다. 리처드 브랜슨은 안사리 엑스프라이즈에서 우승한 기술의 특허 이용권을 사서 버진 갤럭틱을 설립했다. 네 사람 모두 끈질기고 맹렬하고 능숙하게 대담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데 헌신해왔다는 점에서 이 책의 중심 생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이들 기업가가 모두 한 가지 특별한 능력에 통달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대담한 아이디어를 추구하고 기하급수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 데 기본이 되는 능력이지만, 좀처럼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는 그 능력은 바로 크게 생각하는 능력이다. 기하급수 기술 덕분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작은 집단도 거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었다. 열정적인 혁신가 팀 하나가 눈 깜짝할 새에 10억 명의 생활을 바꿔놓을 수 있다. 그저 헤아릴 수 없는 영향이라는 표현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인간은 규모를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의 두뇌는 더 간단한 세상을 처리하게끔 진화했다.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특정 지역에 한정되고, 산술급수적인 그런 세상 말이다. 그러나 제6장에서 설명하는 네 사람은 산술급수적 사고의 한계를 극복했다. 이들이 크게 생각하는 데 사용한 전략을 이해한다면, 우리도 그런 일을 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연구 팀은 그 전략들을 파악하기 위해 수년간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1대1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외에, 이들 네 사람에 관한 200시간 분량의 영상을 샅샅이 훑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의 아이디어를 분류하고 거기서부터 다시 분석을 진행했다. 결국 우리가 발견한 바에 따르면 크게 생각하기 위해 네 사람은 모두 (각각 방법은 달랐지만) 앞서 이야기한 심리적 툴 중에서 특히 3가지에 의지했다. 그리고 각자 추가적으로 5가지 정신적 전략에 의지했다는 점도 똑같이 중요했다.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우선 목록부터 죽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위험 부담과 위험 완화

2. 신속한 새 버전 출시와 부단한 실험

3. 열정과 목적성

4. 장기적인 사고

5. 고객 중심 사고

6. 확률적 사고

7. 합리적으로 낙관적인 사고

8. 기본적 진실이라는 제1원칙을 신뢰


리처드 브랜슨 - 재미가 없다면 의미도 없다

리처드 브랜슨 경이 하는 일은 거의 모두가 대담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이 책을 쓰기로 한 나는 당연히 그를 인터뷰하고 싶었다. 그리고 결국 2013년 9월의 어느 햇빛 쨍한 아침에 그를 인터뷰할 수 있었다. 우리는 유명 인사들이 흔히 출몰하는 LA 선셋마키스 호텔에서 늦은 아침을 먹은 후 반누이스 공항으로 향했고, 이곳에서 나는 브랜슨에게 첫 무중력 비행을 하게 해주었다. 전 세계적으로 모험의 아이콘인 그에게 겨우 하나의 모험일 뿐이었지만 말이다.


브랜슨에 관한 여러 전기와 수없이 많은 인터뷰에서 그런 모험들을 다루었지만 몇 가지는 꼭 짚고 넘어갈 만하다. 1950년 7월 18일 영국 서리 지역에서 태어난 브랜슨은 난독증으로 고생했다.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그는 열여섯 살에 학교를 중퇴하고 「학생」이라는 청소년 문화잡지를 창간했다. "베트남 전쟁과 기득권에 항의하고 싶은 나 같은 사람들에게 발언권을 주려고" 만든 "학생들이 만든 학생들을 위한 잡지"였다고 브랜슨은 말한다.


처음부터 반항아였고, 규모 앞에 주눅 드는 법도 없었던 브랜슨은 이 잡지를 전국적으로 확대한 후 다음 기회를 찾아 떠난다. 다음 기회를 찾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국 음악가들을 흔히 볼 수 있는 런던의 한 동네에 살고 있던 브랜슨은 레코드 가게가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음반을 판매한다는 점을 눈치채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브랜슨은 버진이라는 우편 주문 레코드 회사를 창업했다.


레코드 회사는 그럭저럭 잘되어 브랜슨에게 레코드숍과 레코딩 스튜디오를 지을 수 있는 돈을 마련해 주었다. 그다음부터가 확장의 시작이었다. 버진은 섹스피스톨스, 컬처클럽, 롤링스톤스 등 큰 계약들을 연이어 성사시켰다. 그렇게 10여 년이 흐르자 버진 뮤직은 어느새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레코드 회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쯤 되자 브랜슨에게는 다음번 기회가 보였다.


음반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비행기를 탈 일이 많았는데, 브랜슨은 오랫동안 항공사들의 형편없는 서비스에 실망하고 있었다. "계속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탔을 때 근사한데!라고 느낄 만한 항공 서비스를 좀 만들면 안 되나?" 버진 뮤직의 간부들은 무척이나 당황스러워했지만, 브랜슨의 실망은 버진 애틀랜틱을 출범시켰다. 브랜슨은 이렇게 말한다. "처음에는 중고 747기 한 대에 아주 성공적인 레코드 회사 하나가 있었죠. 레코드 회사 사람들은 하나같이 제가 하는 일에 경악했고요."


그리고 브랜슨이 하는 일은 녹록치 않았다. 브랜슨과 브리티시 에어웨이스 간의 싸움은 전설이 됐으니 말이다. 브랜슨은 버진 애틀랜틱을 살리면서 파산을 피하기 위해 대대주로 있던 버진 뮤직의 주식을 팔 수 밖에 없는 지경까지 갔고, 그렇게 손에 쥔 8억 달러로 자기 자신과 항공사를 살렸다.


이런 여러 난관에도 브랜슨은 멈추지 않았고, 음반 회사와 항공사를 필두로 그가 투자하거나 설립한 회사는 500여 개에 이르렀다. 브랜슨은 글로벌 제국을 세웠다. 이동통신 회사에서부터 철도, 해저 탐사, 와인 유통, 피트니스 센터, 헬스 케어 클리닉 그리고 민간 우주항공사인 버진 갤럭틱까지 있으니 말이다. 「포브스」의 2012년 억만장자 목록에 따르면 브랜슨의 개인 재산은 대략 46억 달러에 이른다. 튜뷸러 벨스를 듣게 해주었던 사업가치고는 나쁘지 않은 발전이다.


브랜슨은 어떻게 「학생」에서 튜뷸러 벨스, 다시 또 민간 우주항공사까지 나아갈 수 있었을까? 그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 회사가 보통 회사는 아니죠.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브랜드랄까요. 그렇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겠죠. 첫 사업은 음반 가게였어요. 지금 음반 가게는 모두 죽었죠. 하지만 우리의 삶의 방식에 관한 회사니까, 항공으로, 이동전화로, 그 외 많은 분야로 실험을 계속하며 옮겨 갈 수 있었죠.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음반 가게를 팔아야 했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 있는 건 그 덕분이죠. 하지만 그동안 언론에 보도되었던 걸 보면, 우리가 이 분야에서 저 분야로 옮겨 갈 때마다, 헤드라인은 늘 이런 식이었죠. 너무 나간 것 아닌가?, 브랜슨의 풍선, 이번에는 터지나?"


그렇다면 어째서 브랜슨의 풍선은 터지지 않았을까? 브랜슨은 재미난 것을 좋아한다. 그는 열기구로, 모터보트로 세계 기록을 세웠고, 기행으로도 세계 기록감인 인물이다. 한번은 버진 애틀랜틱의 라이벌이었던 브리티시 에어웨이스가 런던 한복판에 135미터짜리 대관람차를 세우기로 했다가 건설이 지연되는 일이 있었다. 브랜슨은 즉시 현장에 풍선을 띄웠다. 풍선에 달린 거대한 현수막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BA(브리티시 에어웨이스)는 못 세운대요."(성적 농담도 된다-옮긴이)


하지만 사람들이 자주 놓치는 부분은 이렇게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브랜슨에게 2가지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첫째, 브랜슨은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어마어마하게 열정적이다. 브랜슨이 처음 버진 뮤직의 CEO들에게 지난해 이익의 3분의 1을 출자해 버진 애틀랜틱을 차리겠다고 밝혔을 때, 위험 부담을 정당화시킨 그의 논리는 재미있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브랜슨은 경영서와 유사한 자서전이자 철학서인 『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경영진들은 재미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 사람들에게는 사업이 진지한 것이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재미가 더 중요하다."


재미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브랜슨이 그 재미를 크게 생각하기 위한 전략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브랜슨은 재미를 자신의 열정을 활용하는 동력이자 첫 번째 원칙으로 여긴다. 그는 무언가가 자신에게 재미있으면 남들에게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항상 실험을 한다.


이 점이 핵심이다. 브랜슨의 풍선이 터지지 않는 것은 재미를 향한 그의 지독한 헌신이 곧 열렬한 팬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험적 고객 중심주의에 기초한 비즈니스 전략이 되는 것이다. 브랜슨은 어느 서비스가 고객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되면, 일단 한번 테스트를 해본다. 그래서 버진 애틀랜틱은 업계에서 최초로 시도한 것들이 많다.


브랜슨은 이렇게 설명한다. "고객 중심이 아니라면 근사한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살아남을 수는 없다. 사업이란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도 제대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최고급 레스토랑처럼 운영해야 한다. 매일매일 사장이 직접 나와 있는 그런 레스토랑 말이다. 버진 애틀랜틱은 비행기 1대로 시작했고, 당시 브리티시 에어웨이스는 비행기 100대를 가지고 있었다. 서류상으로만 보면 버진 애틀랜틱은 살아남아서는 안 될 회사였다.


하지만 우리는 고객 중심의 회사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부러 우리 비행기를 탔다. 우리는 30년을 살아남았고, 그 사이 우리가 경쟁했던 모든 항공사들, 다시 말해 팬아메리칸, 트랜스월드, 에어 플로리다, 피플스 익스프레스, 레이커 에어웨이스, 브리티시 칼레도니언 등 20여 개의 항공사들은 모두 파산했다."


이런 방법을 통해 브랜슨은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고객의 요구를 제일 앞에 놓음으로써 브랜슨은 광범위한 분야를 탐색하여 정체되어 있거나 망가진 산업을 찾아냈고, 자신의 브랜드와 실험 정신을 활용해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브랜슨 역시 래리 페이지나 제프 베조스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제국을 경제적 생태계로 운영했다. 어떤 회사는 살리고, 어떤 회사는 죽였으며, 언제나 끊임없이 실험했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잽싸게 수정해 새 버전을 내놓았고, 실패작은 그보다 더 잽싸게 폐기했다. 흔히 브랜슨은 500여 개의 회사를 차린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성과가 없는 200여 개의 회사는 문을 닫기도 했다.


브랜슨과 머스크는 서로 다른 위험 관리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실제로 이 장에서 소개하는 네 사람의 기업가는 모두 다른 전략을 사용한다. 앞서 머스크는 중요한 아이디어라면 어마어마한 위험도 항상 정당화된다고 주장했다. 브랜슨 역시 큰 도박을 하지만, 브랜슨은 자신의 브랜드(버진) 전체를 걸고 하는 것이고 머스크는 한 회사(테슬라)를 걸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브랜슨은 제국 전체가 위험에 처하지 않게 일을 추진한다.


버진 갤럭틱이 그 훌륭한 예다. 2004년 10월 버트 루탄이 3명을 태울 수 있는 비행선인 스페이스십원을 성공적으로 시연하면서 안사리 엑스프라이즈에서 우승하자, 브랜슨의 팀은 수억 달러를 약속하며 합세했다. 규모를 키워서 한번에 8명씩 태우고 하루에 여러 차례 비행, 1년이면 수 천 명씩 우주 구경을 하게 할 수 있는 우주선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브랜슨은 그의 스타일대로 2009년 중동의 투자 펀드 아바르를 끌어들여 버진 갤럭틱의 32퍼센트를 2억 8000만 달러에 구매하게 만들었다. 위험을 상쇄한 것이다. 그리고 2년 후 아바르는 1억 1000만 달러를 들여 지분 6퍼센트를 추가로 늘렸다. 소형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정도의 자금이었다. 브랜슨이 버진 갤럭틱에 큰돈을 투자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후에 그는 그 투자를 보호할 대책을 마련했고, 추가로 3억 9000만 달러의 운전 자본을 끌어들여 성공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브랜슨은 위험 부담에만 대담한 것이 아니라 위험 완화 측면에서도 대담한 듯하다. 결과는 동일할 것이다.


몇 해 전 만우절에 구글에서는 이런 농담이 돌았다. 버글(구글과 버진을 합친 가짜 합작 회사)이라는 새로운 회사가 화성에 영구적인 인류 정착지를 세울 것이라는 소식이었다. 유튜브에는 관련 동영상까지 돌았는데, 브래슨과 브린, 페이지가 식민지 주민 지원서 작성법을 설명하면서 물리학과 엔지니어링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기타 히어로 3탄 게임 부문의 전문가를 찾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영상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재미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장난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점이다. 지금도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다. 브랜슨의 취향이 워낙 대담한 데다 그동안 대형 프로젝트들을 많이 추진하다 보니 그가 화성에 간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떻게 대담하게 실현시킬 것인가

떠오르는 10억 시장_ 크라우드소싱

프리랜서닷컴: 시간제로 양자역학 전문가를 빌려드립니다

시간은 200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벤처 캐피털리스트이자 정보보안 전문가이기도 한 기업가 맷 배리는 몹시 짜증이 났다. 그는 한 웹사이트의 코딩을 하고 있었다. 기본적인 데이터를 입력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배리는 한 줄에 기꺼이 2달러를 지불할 요량으로 친구들의 동생들을 고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축구 연습이니, 기말 시험이니 하면서 동생들은 꾸준하게 일을 해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만 몇 달이 흘렀고, 일은 도무지 진척이 없었다.


"대책이 없어서 겟어프리랜서라는 사이트에 일감을 제시했습니다. 100달러부터 1,000달러 사이를 받고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저는 베트남에 있는 팀을 고용해서 사흘 만에 일을 끝낼 수 있었어요. 완벽했습니다. 일이 다 될 때까지는 돈을 줄 필요도 없었고요. 이 전체 과정 자체가 정말 끝내주더군요."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배리는 기존의 크라우드소싱 업체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겟어프리랜서가 첫 번째 업체였다. 그다음이 스크립트랜스와 브이워커였고, 곧이어 7개 업체를 더 사들였다. 9개 업체를 모두 프리랜서닷컴에 합병시키자, 프리랜서닷컴은 공룡이 되었다. 눈부신 발전이었다. 6년도 채 지나지 않아 프리랜서닷컴은 1000만 이용자를 보유한, 지구상에서 가장 큰 프리랜서 시장이 되었다.


540만 개 이상의 일감이 게시되었고, 13억 9000만 달러 규모의 일이 진행되었다. 전 세계 234개 국가 및 지역에 회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일하는 사람들의 75퍼센트는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필리핀, 중국 등에 살고 있다. 배리는 이렇게 말한다. "정말, 정말 롱테일(몇몇 대형 수요자보다 수많은 사소한 수요자들이 의미를 갖는 시장-옮긴이)이지요. 일감 게시자 중에서 회사의 비중은 25퍼센트 정도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개인이나 자영업자니까요."


따지고 보면 프리랜서닷컴은 사실 두 종류의 기업가를 한데 모아주는 중계 비즈니스다. "이쪽 선진국에는 여러모로 자원이 부족한 소규모 기업가들이 있습니다. 시간도, 돈도 부족하지만 아이디어는 넘쳐나는 사람들이죠. 한편 저쪽 개발도상국에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기업가들이 있습니다. 그런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들이죠."


그렇다면 프리랜서닷컴에 등록된 전문가들은 얼마나 다양할까? "우리 사이트에는 부업으로 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배관공이나 해충업자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직업을 말하는 겁니다. 우리 사이트에는 박사들도 있습니다. 저는 양자물리학과 우주항공 일을 둘 다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거시적으로 보면 프리랜싱은 개발도상국 전역을 휩쓸고 있는 경제 혁명의 최선봉에 서 있습니다. 이제 개발도상국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거죠. 있잖아. 내가 기술 쪽으로 이런 틈새시장에서 일하고 싶은데, 아마 우리나라에는 그런 일감이 없겠지만 이젠 전 세계 고객을 상대로 근사한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됐어."


이 말은 곧 프리랜서닷컴을 통해 기업가들이 단순히 작업을 아웃소싱하는 차원을 넘어서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프리랜서닷컴의 도움만으로 회사 하나를 통째로 세울 수도 있다. 호주 최고의 기술 기업가로 시작해 지금은 배리의 비즈니스 파트너이기도 한 사이먼 클로슨의 경우를 살펴보자. 클로슨은 컴퓨터 바이러스 퇴치 회사인 PC툴스를 세울 당시부터 첫 백신 애플리케이션을 아웃소싱했다. 인도의 어느 회사에 1,000달러를 주고 프로그램을 받은 것이다. 프로그램은 잘 작동했다. PC툴스는 연매출 1억 달러를 달성한 후 시만텍에 팔렸다.


배리는 이런 잠재력을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요약했다. "지금은 사람을 시켜 데이터를 분석하고, 멋진 숫자와 그래프를 조합하고, 숫자를 처리하고, 수학적 모델링을 합니다. 그건 생각하시는 것처럼 아주 정교한 작업이 맞아요. 앞으로 한계는 우리의 상상력뿐일 겁니다."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렇게 표현했다. "지금 아주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치자. 대만에서 디자이너를 구해 디자인을 시키고, 시제품은 중국에서 만든 다음, 대량생산은 베트남에서 하면 된다. 프리랜서닷컴은 회사의 관리 업무, 로고 제작을 비롯해 무슨 일이든 해줄 수 있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몇 천 달러의 돈과 신용카드만 있으면 혼자 방 안에 앉아 수백만 달러짜리 회사도 세울 수 있게 됐다."


통걸: 100분의 1 가격에 기발한 TV 광고를!

내가 살고 있는 LA는 어떻게 보면 기업 도시라고 할 수 있다. 할리우드라는 기업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도시 말이다. 그러다 보니 커피숍이고 버스 정류장이고 시나리오 작가, 프로듀서, 감독들의 광고로 도배가 되어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고, 1080 HD 카메라 가격은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어떤 컴퓨터로든 근사한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된 지금 우리는 영상 제작의 혁명을 경험하고 있다.


이용자들을 위해 이런 기회를 가장 잘 활용한 기업이 바로 통걸이다. 통걸은 TV 화질의 디지털 영상 광고나 TV 광고 제작을 도와주는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이다. 통걸은 일반적인 프로세스보다 10배나 싼 가격으로, 10배 빠르게, 10배 더 많은 콘텐츠 옵션을 제공한다. 프리랜서닷컴과 마찬가지로 통걸도 대책이 없는 상황에 좌절했던 어느 기업가, 정확히는 제임스 더줄리오가 만든 회사다.


더줄리오는 처음에는 투자은행가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금융은 자신의 분야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할리우드에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스펙 높고 재능 있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이 더줄리오도 바닥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쥐꼬리만 한 월급을 주는 일자리가 왜 그렇게 구하기 힘들던지요."


결국 더줄리오가 안착한 직장은 파라마운트의 제작부처였다. 이곳에서 그는 부사장까지 올랐고, 영화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키드 스테이스 인 더 픽처」 등을 추진했으나 금세 환멸을 느꼈다. 금융 쪽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할리우드에 점점 실망했던 것이다. "너무나 많은 훌륭한 아이디어들이 빛을 보지 못하는 데 좌절을 느꼈습니다. 정말 몇 안 되는 사람들이 그 모든 창의적 작업을 손에 꽉 쥐고 조종하고 있었어요. 재능이 있음에도 그 체계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결정적 계기는 「다빈치 코드」였다. 더줄리오의 상사는 아직 출판도 되지 않았지만 곧 밀리언셀러가 될 댄 브라운의 책을 더줄리오에게 건네주며 한번 읽어보라고 했다. "읽어보니 정말로 책장이 휙휙 넘어가더라고요. 그래서 사장님께 드리며 정말 흥미진진한 책이다. 이거 꼭 영화로 만들어야 된다.고 이야기했죠. 하지만 스튜디오는 또 다른 사람에게 그 책을 건네줬고, 그 사람은 엔터테인먼트적 가치가 전혀 없는 책이라고 일갈했어요." 그해 여름 미국인들이 모두 이 스릴러물을 읽고 있을 때, 더줄리오는 분명 더 좋은 길이 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즈음 더줄리오는 우연히 크라우드소싱 소프트웨어 설루션 회사안 톱코더의 설립자 잭 휴스를 알게 됐다. 휴스는 톱코더가 각 회사의 소프트웨어 니즈에 대응하면서 사용하는 분산적인 크라우드 활용법이 할리우드에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더줄리오는 말한다. "그때부터 저는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하면 영화 업계를 완전히 뒤집어놓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상금에 기초한 방식으로 영상 콘텐츠 제작 문제를 판이하게 바꿔놓을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주변을 둘러보면 HD 카메라와 맥 컴퓨터를 갖고 있으면서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어요."


그리고 이것은 과장이 아니었다. 현재 통걸의 프리랜서 목록에는 4만 명 이상의 크리에이티브 업종 종사자들이 등록되어 있다. 주로 짧은 영상, 광고 등의 제작에 종사하는 이들은 유니레버나 레고, 프링글스, 스피드스틱 같은 대형 브랜드의 콘텐츠들을 제작했다. 그것도 기존 방식보다 훨씬 더 빠르고, 창의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방식으로 말이다.


"대형 브랜드라면 일반적으로 미디어에 지출하는 돈 중에서 10퍼센트에서 20퍼센트를 크리에이티브에 씁니다. 그러니까 미디어 예산이 5억 달러면, 콘텐츠 제작에 5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 정도를 쓰는 거지요. 그 돈이면 7개에서 10개 정도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즉시는 아니죠. 콘텐츠 하나에 100만 달러를 쓴다고 치면, 완전히 개발하는 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소요되니까요. 6개월, 9개월 혹은 1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이 정도 예산에 이 정도 시간을 들이면서 창의적인 걸 시도할 수는 없겠죠."


반면에 통걸의 콘텐츠 제작 과정은 다음과 같다. 광고를 크라우드소싱하고 싶은 브랜드는 먼저 상금을 건다. 5만 달러에서 20만 달러 사이로 마음대로 걸면 된다. 그러면 통걸은 프로젝트를 세 부분으로 쪼갠다. 아이디어 창출, 제작, 유통이다. 이렇게 하면 각자의 특기(시나리오, 감독, 애니메이션, 연기, 소셜미디어 마케팅 등)을 가진 크리에이티브 인력들이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


첫 번째 대회(아이디어 창출 단계) 때는 의뢰사가 제작 목적에 관한 간단한 브리핑을 작성한다. 통걸 회원들은 그 브리핑을 읽고 500자 이내(트윗 3개 정도)로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아이디어를 제출한다. 그러면 의뢰사는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를 몇 개 골라 이들에게 상금의 일부를 지급한다.


그다음 단계는 제작이다. 감독들은 입상한 콘셉트 중 하나를 골라 자신의 촬영분을 제출한다. 그러면 여기서 다시 입상자들을 뽑아 정식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상금을 지급하며 기한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 단계는 꼭 입상한 소수의 감독에게로 기회가 제한되지는 않는다. 통걸은 누구라도 와일드카드로 영상을 제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스폰서가 가장 마음에 드는 영상(복수도 가능)을 선택하면 우승 감독은 상금을 받고 그 영상은 전 세계에 발표된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 수 있는 7개에서 10개의 콘텐츠와 비교하면 통걸의 경쟁 방식은 아이디어 창출 단계에서 평균 422개의 콘셉트, 영상 제작 단계에서 영상 완성본이 평균 20개에서 100개이니, 투자 비용 및 시간 대비 엄청난 결과인 셈이다.


또한 의로 회사들이 통걸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인재들의 수준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더줄리오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에는 통걸 커뮤니티에서 일하는 크리에이티브 인력 대다수가 취미로 하는 거였죠. 인터넷 콘텐츠를 만들며 성장한 사람들 말이에요. 하지만 상금이 계속 커지면서 아주 뛰어난 사람들도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전통적인 광고 업계에도 충분히 취업할 만한데 우리 플랫폼을 선택한 거죠. 통걸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들의 수준이 계속 높아지다 보니 브랜드들이 제시하는 금액도 점점 커지고 있어요. 아주 긍정적인 선순환이죠. 그래서 이제는 기존의 에이전시 같았으면 몇백만 달러는 족히 주어야 했을 콘텐츠를 5,6만 달러의 상금으로 얻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됐어요."


그러면 통걸의 작품은 얼마나 훌륭할까? 통걸은 2012년 30초짜리 콜게이트 파몰리브의 디오더런트 광고에 2만 7,000달러의 상금을 내걸었다. 그런데 최종 당선된 광고가 너무 훌륭해서 콜게이트 파몰리브는 이 광고를 모두 탐내는 슈퍼볼 광고 시간에 내보냈다. 이 광고는 실제로 「USA 투데이」의 광고 순위에서 60개 중 24위를 차지했다. 말 그대로 500배나 더 큰 예산을 가지고 기존 방식으로 만든 30여 개의 광고보다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이다. 슈퍼볼의 TV 시청자는 1억 10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유튜브에서 이 광고는 거의 120만 번이 조회됐다. 2만 7,000달러를 투자한 것치고는 나쁘지 않은 효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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