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10년

   
우석훈
ǻ
새로운현재
   
15000
2014�� 08��



■ 책 소개 


우석훈의 10년 필력이 고스란히 담긴 불황 극복 실천매뉴얼! 

“아주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전수했던 ‘진짜’ 노하우를 여기 공개한다”

 

 

『88만 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이 쓴 불황 극복을 위한 생활경제 매뉴얼. 지난 15년 동안 저자가 사석에서 나눴던 ‘개인의 경제생활에 대한 진지한 조언’이 실려 있으며, 불황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실전 팁도 함께 담겨 있다. 

 


저자가 경제활동을 하면서 경험했던 모든 문제와 이를 현실적으로 극복 가능하게 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책으로, 현 정권의 경제정책이 ‘국가 경제’가 아니라 ‘가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경제 위기를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 우리 개개인이 세워야 할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 저자 우석훈 

함께 잘사는 방법을 모색하는 C급 경제학자. 젊은 시절, ‘왜 사는가’라는 물음 앞에 돌보고 베풀고 함께 잘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스스로 잘살 수 있는 방법이라 믿으며 남들이 권하는 일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일을 개척해왔다. 프랑스 파리10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으며 현대환경연구원, 에너지관리공단을 거쳐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정책분과 의장과 기술이전분과 이사로 수년간 국제협상에 참가했다. 이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발언할 수 있는 ‘가난한 자유’를 찾아 저잣거리로 나섰고, 강연과 글쓰기를 통해 경제와 사회, 문화와 생태의 영역을 넘나들며 우리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해왔다.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초록정치연대 등의 단체에서 활동했으며, 현재 성공회대 외래교수와 타이거 픽처스의 자문을 맡고 있다. 또한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 시즌1과 시즌2를 통해 ‘시민의 경제’에 관한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을 소개하며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88만원 세대』 『조직의 재발견』 『촌놈들의 제국주의』『괴물의 탄생』 『생태요괴전』 『생태페다고지』 『디버블링』 『나와 너의 사회과학』 『문화로 먹고살기』 『1인분 인생』 『FTA 한스푼 그리고 질문 하나』 『시민의 정부 시민의 경제』 『모피아』 『내릴 수 없는 배』 등이 있다. 

 


■ 차례 

프롤로그 공격의 시대, 방어의 시대 

 


1장 집 살까요? 말까요? (부동산) 

연봉 1억 원이 하우스푸어라니 

집 살까요? 말까요? 

아파트를 사기 전에 꼭 알아둘 것들 

단독주택이나 빌라를 산다면 

월세로 살아라 

모두 ‘반지하’는 생각하지 않는다 

전세난의 대안, 땅콩집과 코하우징 

어쨌거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2장 불황의 시대에 우아하게 사는 법 (개인 재무구조) 

지금 가계경제에 필요한 전략, 머니볼 이론 

나의 저축이 나라를 구한다 

집을 파는 사람과 사지 않는 사람의 새로운 세대전쟁 

왜 지금, 1년치 생활비가 필요한가 

불황 대비를 위해 돈을 모으는 가장 좋은 방법 

보험은 어떻게 할 것인가 

소비가 불편한 ‘일상’을 만들어라 

 


3장 불황의 시대에 내 일은 어떻게 될까 (고용 문제와 창업) 

회사는 항상 나가라고만 한다 

창업을 준비한다면 

프랜차이즈에도 격이 있다 

사업에도 방어의 기술이 필요하다 

혁신 기업들이 직원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유 

농사만 지을 생각이라면 관두시라 

프리랜서, 혼자 일하기 시작한 사람들 

 


4장 불황 10년, ‘나쁜 교육’이 치료되는 시기 (육아와 교육) 

교육비를 줄여야 자녀가 똑똑해진다 

왜 다른 나라들은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가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온다 

국영수에도 왕도가 있다 

아빠가 돌아왔다 

 


에필로그 정치가 실패한 나라 

 




불황 10년


집 살까요? 말까요?(부동산)

연봉 1억 원이 하우스푸어라니

연봉 1억. 많은 사람이 한국에서 꿈의 연봉으로 생각하는 액수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연봉이 높은 사람은 5억 원이다. 한때 같이 일했던 동료였는데, 지금은 증권회사 임원이다. 그 양반은 하우스푸어가 아니다. 그 외의 연봉 1억을 받는 사람들 대부분은 하우스푸어이거나 여전히 전세를 전전한다.


한국의 도시민 평균소득은 연봉 4,500만 원 정도다. 이때 도시민이라는 기준은 동지역, 즉 무슨 무슨 동으로 끝나는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다. 읍면 지역에 살면 자동적으로 농촌지역으로 분류된다. 연봉 1억 원은 아니더라도 가계 소득이 부부 합산 1억 원인 사람은 꽤 된다. 30대 기준으로 하면, 당장 내 근처에 꼽히는 사람만 해도 열 집정도 된다. 이 사람들은 대부분 전세에 살고, 딱 한 명만 최근에 전셋값 8,000만 원 올려달라는 데 놀라서 결국 집을 샀다.


내 경험상, 한국에서 가계소득을 기준으로 연소득 1억 원이면 딱 하우스푸어가 되기 좋은 조건이다. 오히려 그 아래면 무서워서 쉽게 부채를 지지 않는다. 거치방식이라는, 한국의 부동산 대출 방식을 알면 더더욱 무섭다. 지금까지 내가 관찰한 바로는, 가계소득 즉 부부합산으로 6,000만 원~7,000만 원 구간의 사람들이 가장 행복해 보였다. 물론 이들도 당연히 더 많은 소득을 원한다. 그렇지만 이 정도 구간에서 전세 혹은 월세를 살면서 빠듯하게 꾸려가는 사람들의 재무건전성이 좋은 경우가 많다.


돈이란 게 참 묘하다. 주위를 돌아보며 자신이 약간 부족하다고 느끼는 그 순간이 가장 안정적이다. 그러나 자신이 주변보다 좀 나은 여건이라고 생각할 때, 이때부터 무리한 판단이 시작된다. 연봉 1억 원을 받는 남편과 결혼한 아내도 연봉이 1억 원만큼의 품위를 누리려고 할 것이고, 그 자식들도 마찬가지다. 자식 교육을 위해서 강남에 살아야겠다고 결정을 내리고 나면, 그다음에 그와 비례해서 주거비용은 물론 생활비용도 높아진다. 딱 하우스푸어의 조건이다. 연봉 1억 원이라는 돈이 커 보이지만, 그렇다고 규모에 맞는 삶을 살지 않아도 좋은, 그야말로 대충 살아도 되는 정도의 크기는 아니다.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샀다고 하면, 연봉 1억 원에서 절반을 저축한다고 해도 전부 상환하는데 20년이 걸린다. 1억 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 사람 중에서 연봉의 절반을 저축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실제로는 주택대출이 생각보다 많고, 심지어 생활자금도 대출하는 경우를 보았다.


빚 없이 사는 인생, 즉 흑자경영은 아주 힘들다. 전체적으로 보면, 마케팅이 유도하는 풍족한 삶은 가계소득 기준으로 연소득 1억 5,000만 원이라도 쉽지 않다. 남편은 도요타, 부인은 넥서스, 이러고서는 연소득 2억 원으로도 부족하다. 남편은 금융계열 회사에 다니고, 부인은 교수다. 대치동에 살고 있고, 외형적으로는 풍족해보이지만 삶의 안정성이 그렇게 높아보이지는 않는다. 소득이 올라가는 속도보다 소비가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이 2000년대의 일상적인 삶이었다.


아마 많은 30대 맞벌이 부부들에게 연봉 1억 원은 꿈에 그리는 소득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소득이 높아지면 오히려 부채 규모가 더 커질 위험성이 높다. 그만큼 한국의 집값이 비싸고, 개개인의 씀씀이도 여전히 크다. 언젠가 소득이 늘면 지금의 부채가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계산은 호황 때의 계산이다. 일자리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고급인력의 수요도 늘어나니까, 이미 자기가 하는 일에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한 30대들은 그렇게 계산을 해도 좋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불황기에는 이것이 바뀐다. 도산하는 회사도 많아지고, 살아남더라도 어쩔 수 없이 감원을 해야 하기도 한다. 전문적일수록 그런 경향이 더 많다. 바꿔 말하면, 소득이 높은 30대일수록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는 말이다. 앞으로 점점 더 월급이 올라서 언젠가 연봉 1억 원이 되면 이 모든 문제가 풀릴 거야, 이런 생각이 당분간은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지금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행복한 시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재무구조를 건전하게 유지하는 것이 더 낫다. 그래야 자신이정말로 연봉 1억 원이 됐을 때 안정된 흑자 가계를 운영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불황의 시대에 우아하게 사는 법(개인 재무구조)

소비가 불편한 일상을 만들어라

신용카드 전문가와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법에 대해서 오랫동안 상의한 적이 있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는 50종 가까운 각종 카드를 지갑에 넣고 다녔다. 우리가 동의한 점은 결국 자주 쓰는 카드 한 장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카드별로 보유한 자잘한 혜택들 때문에 일부러 여러 개를 쓰는 것이 꼭 효율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나 역시 한때 카드를 없앴던 적이 있다. 꽤 오랫동안 카드 없이 살았는데, 카드를 없애면서 은행잔고가 많이 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소비 자체를 엄청나게 줄인 것은 아니다. 밥을 사줘야 하는 일이 생기면 미리 예산을 정하고 그만큼 현금으로 찾아서 가지고 갔다. 카드가 없어지면 필요한 돈만큼을 미리 찾고, 그 돈 안에서 소비생활을 하니까 예기치 않게 돈을 쓰는 일이 줄어들었다.


나중에 종합소득세를 낼 때 지출 근거가 필요해서 직불카드를 다시 만들기는 했다. 그렇지만 요즘도 직불카드만 가지고 다닌다. 결혼하고 10년 넘도록 지금까지 나는 아내에게 용돈을 받아서 쓴다. 때문에 항상 내 잔고의 가용범위 내에서만 돈을 사용한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아내에게 이번 달에는 쓸 데가 많으니 용돈 좀 더 달라고 하고, 아내는 이번 달은 정말 돈이 없다고 안 넣어주는, 그런 삶을 산다. 3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줄곧 신용카드로 고가의 물건을 구매하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귀찮기는 한데 계획에 없는 소비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어찌 보면 신용카드라는 게 일종의 요물이다. 실제로 내 주변에 카드회사 CEO를 했던 이계안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현대카드를 운영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카드 한 장만 사용한다. 여러 장의 카드를 사용하면서 혜택을 많이 받으면 뭔가 절약하고 돈을 번 것 같지만 그 과정에서 소비가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통닭 한 마리를 공짜로 먹기 위해 통닭 아홉 마리를 더 먹는 것이 길게 보면 과연 효과적일까,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필요하지 않은 소비를 늘리는 것이 신용카드의 효과다. 그러나 더 큰 효과는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는 습관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사고 싶은 순간과 지불하는 순간 사이에 격차가 있는 것이 건전한 소비에는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신용카드 사용이 몸에 습관처럼 배면, 사고 싶은 순간과 구매하는 순간의 시간 격차가 현저히 줄어든다. 가급적이면 신용카드를 덜 사용하는 것이 불황기에는 일종의 팁이라 할 수 있다.


일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신용카드 사용이 어려워서 엄청 불편했다는 것이다. 대형 편의점에서 신용카드가 안 되는 것은 기본이다. 뒤집어서 말하면 우리가 신용카드를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의 높은 저축률에는 우리보다 신용카드를 덜 쓰는 소비습관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싸게 사는 게 남는 게 아니라 덜 사는 게 남는다는 것이다.


신용카드와 함께 소비의 일상성을 구성하는 또 다른 주요 측은 승용차다.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차를 사면 대체적으로 구입할 대 사용한 돈과 기름, 보험료 그리고 유지관리비, 여기에 주차비 등을 합쳐 매월 100만 원 정도의 돈이 들어가게 된다. 경차를, 그것도 아주 오래 타게 된다면 이 돈도 조금 내려갈 것이지만, 주행거리가 많지 않고 큰 사고 없이 국산 중형차를 탄다면 유지비를 월 100만 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수많은 30대 월급쟁이 혹은 가장에게 이미 차를 사느냐 사지 않느냐, 그건 결정 사항이 아니다. 어떤 차를 사느냐, 무슨 돈으로 사느냐, 그것만이 결정 사항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승용차가 일상이 된 30대에게 차 없는 삶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자동차를 고르는 적절한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고 형편마다 다르다. 중고차를 사든 새 차를 사든, 그건 본인 취향과 능력 범위에 달린 일이다. 하지만 차값만큼은 돈을 모아서 한 번에 결제하는 편이 낫다. 금융사의 도움을 받아 차를 사는 것이 생각보다 위험 요소가 많기도 하거나와, 현금 일시불 결제는 자신의 경제력을 벗어나는 소비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줄 것이다. 차가 자신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돈이 자신을 지켜준다는, 냉정하지만 경제학자로서 결국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내 경우에는 현금으로 새 차를 샀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 순간에 손이 떨려서 결국 경차를 사고 말았다. 외제차를 사지 않는 것은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브랜드나 모델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무리 계산해봐도 주행거리가 10만 킬로를 넘어섰을 때 유지보수 등 관리비용이 내 능력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런 데에 쓸 돈이 있으면, 좀 더 여행을 많이 다닐 것 같다. 하지만 다들 취향이 있는 것이라 이는 존중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돈을 차에 쓰는 건, 불황기의 장기전략으로써 그리 현명한 경제적 선택은 아니다.



불황의 시대에 내 일은 어떻게 될까(고용 문제와 창업)

프랜차이즈에도 격이 있다

사실 방송하기 전까지 굽네치킨에 대해 전혀 몰랐다. 야근을 해본 게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고 배달음식 자체를 먹을 기회가 없다보니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내가 이 회사에 주목한 것은 사내에 꽤 괜찮은 헬스장을 만들어놓고 근무시간에 운동하는 것을 독려한다는 사실이었다. 프랜차이즈가 거기서 거기지 뭐, 이런 생각으로 중소기업의 복지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자는 게 내가 애초에 가지고 있던 작전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만나보니 GN푸드의 대표이사 홍경호 씨는 깜놀, 정말 사람 놀라게 할 정도로 잘난 사람이었다. 직원들에게 근무시간에 운동을 허용하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것은 나머지 회사복지에 비하면 보너스일 뿐이다. 아이를 낳으면 일시불로 1,000만 원을 주고, 매달 40만 원씩 양육비도 준다. 좀 무리한 요구이기는 하지만, 셋째 아이를 낳으면 일시불로 2,000만 원이 나온다. 그 외에 신청만 하면 1년에 70만 원씩은 누구에게나 준다.


굽네치킨에서 정말로 놀란 것은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2,000만 원을 가지고 친구 매장 한 켠에서 장사를 시작한 그는, 굽네치킨이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가맹점들에게 가맹비, 교육비, 보증금, 로얄티, 이 네 가지를 받지 않는다. 많은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에게 원성이 자자한 인테리어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한다. 처음 문을 열 때 가게도면을 가지고 오면 실측을 해서 도면을 그려주고, 시방서를 만들어준다. 일종의 인테리어 컨설팅을 해주는 셈이다. 그리고 시공은 가맹점에서 알아서 하고, 본사는 작업 과정의 감리를 해준다. 그렇게 하면 전체적인 시공비도 저렴해지고, 본사에서 시공비 명목으로 얼마를 또 뜯어간다는 분쟁 여지도 훨씬 줄어든다.


자, 그런데 이렇게 해서 회사 시스템이 돌아갈까? 가맹비와 로열티 같은 것들을 다 받아가며 장사하는 다른 프랜차이즈에 비하면 시스템이 완전히 다른 셈이다. 그 대신 본사는 물류에서 돈을 남긴다. 특별한 로열티가 없더라도 물류 공급만으로 충분한 이윤을 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솔직히 경제학자로서 놀랐다. 그야말로 상생인 셈인데 이렇게 시스템이 구축되다보니 가맹점들이 망하지 않고 성공하는 편이 오히려 안정적인 비즈니스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서로가 유리해진다.


여기까지만 해도 놀라운데, 더 놀라운 것은 그 가맹점들 간에 반드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굽네치킨은 1만에서 1만 5,000세대를 기준으로 영업권을 나누는데, 보통 두 개 동에 하나 정도만 가맹점이 들어갈 수 있게 한다. 다른 치킨집과의 경쟁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같은 가맹점끼리 경쟁하는 일은 피할 수 있다.


이런 원리는 누구나 간단히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것이지만, 가맹비를 받는 것이 주요 수입원이 되면 이론으로는 알아도 지키기는 어렵다. 좀 치사하게 생각하면, 가맹비를 받은 뒤 가맹점이 빨리빨리 망해줘야 또 새로운 곳이 가게를 열고 또 가맹비를 받을 것 아닌가. 이건 좀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가맹비를 사업의 주 수입원 중 하나로 여기면, 결국 같은 가맹점 간 과밀화를 피하기가 어렵다.


일단 가입한 가맹점들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려야 물류 소비도 많아지니, 굽네치킨은 가맹점 숫자를 기계적으로 높이는 대신 안정적으로 운영하게 만드는 데에 최적점을 두었다. 계산은 간단하지만 뭔가를 포기하기 전에는 나오지 않는 계산이다.


아주 나이를 먹어 그야말로 기계적인 일밖에 할 수 없다면 몰라도 30대가 창업을 해야 한다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시작하는 것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출발하기는 쉬워도 장기적으로 안정성을 갖기가 어렵다. 그리고 설령 아주 많은 노력을 들여서 성공한다고 해도 그 자신이 새로운 프랜차이즈가 되는 가능성을 갖기는 더더욱 어렵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가운데 3분의 2는 생존도 어려운 상황이다. 장기적인 불황이 닥쳤을 때, 자신의 회사면 스스로 조정도 하고 아이템이나 운영방향을 바꿔보기도 하고 이도저도 안 되면 가게에 걸어놓은 그림이라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소위 점주라고 불리는 주인이 독자적으로 해볼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계약 혹은 그나마도 아닌 내규위반이라고 아주 고약한 경우를 당할 수도 있다.


프랜차이즈들도 불황기에 본사 혼자 기민하게 움직이기는 어렵고, 가맹점들을 파트너로 생각하면서 서로 긴밀하게 상의하지 않으면 긴급하게 대처해나가기가 어렵다. 그리고 그런 신속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파트너 사이의 신뢰가 제일 중요한 변수일 것이다.


지금이 문제가 아니라 미래 수요의 변화와 소비자 패턴의 변화 그리고 위기상황에서의 대처와 협력 플레이,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프랜차이즈를 골라야 한다. 그럴 때 여기 굽네치킨은 하나의 기준이 되어줄 것이다.



불황 10년, 나쁜 교육이 치료되는 시기(육아와 교육)

지금까지 한국경제의 주된 흐름과 과외를 놓고 보면, 호황 때는 비밀과외나 고액과외 혹은 기업형 대형학원 등 사교육의 전성기였다.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경제 위기가 오기 직전까지 본고사라는 시험제도를 놓고 과외의 전성기가 한 번 있었다. 2001년 헌법재판소의 과외금지 위헌결정으로 대형 입시학원 등 사교육 시장에서 대형화된 주식회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1970년대와 2000년대, 넘쳐나는 돈을 기반으로 자식이나 잘 키워보자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전두환의 과외금지나 선행학습 금지법 제정 같은 정책은 불황과 관련이 있다. 1977년의 2차 석유파동과 국내 경제여건의 위기로 소위 1980년 불황이 나타났을 때, 전두환의 신군부는 과외금지 조치를 했다. 1997년 IMF 경제위기 때에는 음성적이고 제한적인 사교6육 외에는 여전히 과외금지 조치가 이행되던 중이어서 정권 차원에서 특별히 조치할 것은 없었다.


그리고 2014년, 일단 학교 내에서 선행학습이 금지되었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이 사교육에 돈을 쓰기 어렵게 되면, 정상적으로 판단하는 지배계층에서는 여기에 돈을 쓰지 못하는 사람들의 불만과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기 위해서 정책적으로 아예 과외를 하지 못하게 하거나 그 여지를 줄인다. 이건 민주·반민주의 관점이라기보다 통치와 돈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돈 때문에 너무 많은 불만이 생기면 통치가 어려워지니까, 부분적으로라도 그런 불만을 줄여나가기 위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넓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어쨌든 향후 몇 년간의 경제적 상황도 이제, 육아와 교육이 아직 끝나지 않은 30~40대 부모들이 자신의 경제적 사정으로 사교육비를 포함한 육아에 관한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지금까지와는 달리, 사교육을 덜 시키는 방향으로 정책들을 펴나갈 것이다. 그것이 실제 대책이 될 만큼 충분히 디자인되고 효과적일지, 아니면 말만 그렇게 하고 실제로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지, 그 유효성만 아직 불투명할 뿐이다.


많은 부모들이 미래를 위한 투자 혹은 그래도 이것만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들이 줄여야 할 돈으로 사교육비를 가장 마지막에 생각할 것이다. 불황이 오면 사교육비를 비롯한 교육비 지출이 줄어다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 정부 재정지출에 어려움이 생긴 미국의 국립학교들이 화장실의 휴지까지 줄였다는 것은 유명한 사례다. 개인이든, 정부든, 돈을 줄이게 된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모든 지출을 줄이고 마지막까지 교육비 지출을 유지하거나 아니면 교육비도 줄이거나, 그 두 가지 선택만이 존재한다. 두 가지 답안 중에서 교육비를 줄이는 것이 맞지만, 그렇다고 한 번에 모든 학원을 끊거나 혹은 너무 급격하게 다른 대안을 만들지 않는 상태에서 줄이는 것은 좋지 않다. 아버지가 벤츠나 아우디를 타는 게 그 자식의 삶에 무슨 영향을 미칠까 싶은데도, 맞벌이라서 엄마가 학교에 자주 갈 수 없어 결국 사립학교에 보냈다는 아빠가 다시 자식을 위해서 벤츠를 샀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런 상황에서 너무 급격하게 많은 것을 바꾸면 자녀들에게 정서적인 충격을 준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 뭔가 다른 요소를 더 투입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당연한 이야기인데, 실제 한국의 가정에서 추가 투입할 수 있는 요소 중에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요소는 아빠의 시간밖에 없다.


아빠들이 집안일에 참여하는 것을 가사노동 분담률이라고 부른다. 엄마와 아빠가 얼마나 집안일을 나누느냐, 그런 이야기인데, OECD 평균은 32퍼센트 정도 된다. 스웨덴, 노르웨이, 다 40퍼센트를 넘는다. 이 정도 독자 여러분도 이 수치들의 의미를 감 잡으셨겠지만, 우리나라는 16.5퍼센트이고, 일본도 거의 비슷한 18퍼센트이다. 정말 남자들이 집안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인도가 13퍼센트이니 일본과 우리나라 남자들의 가사노동 분담률은 세계 최저수준이라 할 수 있다.


자, 이런 일련의 객관적인 수치들을 놓고 분석해볼 때, 사회적인 장기불황 속에서 가장 긍정적이면서 거의 유일하게 행복해질 수 있는 우리 가정의 모습은 딱 한 가지이다. 불황으로 집안의 돈이 점점 줄어 나름대로 사회적 능력을 갖춘 엄마가 점점 더 일을 많이 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안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사교육 등 자녀의 양육비와 교육비에 많은 돈을 쓰기 어렵게 된다. 그러면 가사 노동을 거의 하지 않던 아빠가 주말에 몇 시간이라도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같이 책도 읽고 대화도 하게 된다는 시나리오 말이다.


아빠가 돌아온다…….

아빠가 돌아오고 싶어서 돌아오는 게 아니라, 불황을 맞은 집안 경제의 위기상황을 분석하면, 그 방법밖에 없으니까 돌아온다고 보는 게 맞다. 아빠가 자녀교육에 물리적으로 조금 더 참여하면, 정말 많은 문제가 부드럽게 풀릴 수 있다. 사교육을 대체해서 자녀에게 또 다른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은, 정말로 아비밖에 없지 않겠는가?


아빠가 돌아와야 한다. 그렇게 힘주어 이야기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대체로 지금의 30대에서 40대, 즉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불황이 무슨 의미일 것인가. 그렇게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이미 대체로 알고 있지 않은가? 10년쯤 지났을 때, 우리는 지금과 비교해 아빠가 돌아왔다라는 말을 하게 될 것이다. 답도 뻔하고, 할 수 있는 것도 뻔한데, 그걸 하지 않을 아빠가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호황과 불황, 그걸 가르는 키워드 한마디가 있다. 오빠의 시대인가, 아빠의 시대인가. 지내보니 딱 그렇다. 시대적으로 사람들이 오빠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지, 아니면 아빠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지 보면 된다. 사람들이 오빠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시대는 호황이고, 불황기엔 어쩔 수 없이 아빠라는 단어를 많이 쓰게 된다. 지금부터 펼쳐지는 10년, 정말 중요한 사람은 이제 아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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